10-16핏빛의 칼날
자경단의 철수를 돕고자 남은 시즈, 그러나 클로비시아 일행과 함께 뱀파이어 생귀나르의 추격을 받게 되는데……
장전 속도를…… 더 높이라고?
정말로 도시 내 섹터를 부숴 버릴 셈인가?
왜, 네놈이 장군의 명령에 의의가 있나?
아니…… 이 정도 규모의 포격이면 방벽에 영향줄까 봐 걱정하는 거지……
지금까지 이런 일이 있었던 적은 없어. 런디니움이 도시 내 섹터를 교체하려면, 방벽도 동시에 제어해야 한다고……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얌전히 명령에 따르든가, 아니면 죽든가, 둘 중에 선택해.
나는……
뭐냐?
그에겐 세 번째 선택지도 있지.
넌……! 으아악!!
일어설 수 있겠습니까, 대위님?
나…… 난 괜찮다. 너는?
옛 전우입니다.
이쪽이다! 이쪽으로 놈들이 들어왔다!
……
저 방패는? 도대체 어디서 빅토리아 병사가 나타난 거지!
익숙한 무기를 다시 쓸 수 있다니, 너무 좋군.
대위님, 저의 이 포로…… 수성포의 장전 시스템을 파괴할 수 있겠습니까?
아마…… 힘들겠는데……
뭐, 예상대로입니다.
혼 중위님, 밖에 있는 살카즈를 전부 처리했습니다!
다시 한번 미저리 씨에게 감사하다고 전해 줘.
대위님, 그럼 수성포를 끌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
침묵할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저희가 올 거라는 예상은 하셨을 텐데요.
심지어 도시 방위군의 식별 코드도 가리지 않으셨잖습니까?
……그건 단순 실수였어. 그렇다고 살카즈가…… 이것 때문에 나를 죽이진 않아.
그럼, 저희를 도와준다면 즉각 처형이라는 말씀입니까?
내 가족도.
가족들은 나 때문에 언제든지 살카즈에게 처형당할 수 있어.
알겠습니다.
칼, 이 도시 방위군의 배신자를 조준해.
어, 중위님…… 어디를 조준합니까?
여기. 내 심장을 조준해.
내가 죽으면…… 어쩌면 내가 죽으면 살카즈가 나를 잊고, 내 가족을 괴롭히지 않을지도 몰라.
……
이미 결정하셨다면, 저희가 얼마든지 협조해드릴 수 있습니다.
고맙다, 중위.
수성포를 멈추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살카즈 장군이 직접 멈추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통제실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이지.
첫 번째 방법은 맨프레드를 쓰러뜨려야 하나……
그렇다. 두 번째 방법은…… 너희들의 화력으로는 부족하다. 게다가…… 중위, 자네는 직접 런디니움 방벽 일부를 파괴할 각오가 되어 있는가?
……
저희가 뭘 해야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대위님은…… 준비가 되셨습니까?
이 순간을……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
중위님, 심장에 맞지 않았습니다.
……이런, 손이 미끄러졌네.
승강기에 실어 지상에 내려보내…… 적어도 생사는 자신이 직접 선택하게.
방벽 위는 이미 시끄러우니까, 배신자 따위는 필요 없어.
그럼 저희는, 계속해서 올라갑니까?
가자, 가서 맨프레드를 다시 만나봐야지.
우와, 이 승강기 엄청 빠르네……
마…… 말 시키지 마…… 박사 몸에 토할까 봐 두려워……
집라인에 끌려 몇백 미터나 날아왔는데……
- 다시는 이럴 일이 없다.
- 익숙해지면 괜찮아.
이제 괜찮은가요? 적이 왔어요!
여기도 침입자가 있다! 당장 장군에게 보고해라!
- 아미야, 공격을 막아!
- 저 보고하는 자를 따라가자.
클로저 씨, 최대한 빨리 수성포를 멈출 방법을 찾아야 해요……
만약에 맨프레드와 싸울 수밖에 없다면, 저희는 속전속결해야 합니다.
시간을 오래 끌수록, 지상에 남은 오퍼레이터와 자경단이 위험해져요.
콜럭…… 콜록콜록……
전장 경험도 거의 없는 젊은이에게 이렇게 당하다니…… 너도 참 비참하구나.
……아무리 작은 메탈 크랩이라도, 궁지에 몰리면 손을 물 가능성이 있는 것이지.
맨프레드가 그 말을 믿어 주기를 바라야겠네.
네가 여기 나타나면 안 돼. 리스크가 너무 커.
그래서, 내가 도와주는 것보다 폐허 속에서 혼자 숨을 고르는 편이 더 낫다 이거야?
으윽…… 부축할 거면…… 반대편으로 와.
그녀 덕분에 아직은 이 팔을 움직일 수 없으니까.
걔를 만났구나. 그래서 결론이 뭔데?
걔가 확실히 '전하'를 눈치챘어.
그렇다면……
그렇다고 생각이 바뀌지 않았어.
확실해? 우리 모두 그때 그 모습을 봤잖아.
걔가 중상을 입은 채로 자객들을 추격했을 때, 걔는…… 단지 전하가 살아있길 바랐던 게 아니었나?
이제는 예전의 그 미쳐 날뛰던 용병이 아니야.
예전보다 더 미쳤다는 말인가?
……글쎄?
현실은 뻔하잖아. 걔가 몰래 보름 동안 런디니움에 잠입해 있으면서, 아무런 폭파도 일으키지 않았어. 심지어 맨프레드도 걔 존재를 몰랐으니까……
예전이었으면, 이미 서쪽 회당에 쳐들어가 고해신부 몰래 테레시스의 왕좌 밑에 폭탄을 백 개나 설치하고도 남았을 거야.
내 합리적인 추측이지만, 걔는 아마 바벨…… 아니, 로도스 아일랜드와 함께 다른 더 그럴듯한 계획을 세운 게 확실해.
단지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 목숨까지 걸다니. 리스크가 너무 큰 거 아니야?
맨프레드의 부하가 날 감시하고 있어. 이게 안전하게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슈와브만 불쌍하게 됐네……
슈와브는 W와 약속한 그 순간부터, 이미 마음의 준비를 했을 거야.
아니, 우리 모두가…… 준비를 끝냈다고 하는 게 맞지.
……그랬기를 바란다.
누구야……?!
이건…… 고해신부의 냄새!
당신을 믿을 수 없다고 진작 맨프레드에게 귀띔했는데 말이죠.
외드레르…… 이런 식으로 정말 우리의 눈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나요?
……이건 오해다.
그런가요? 안타깝지만, 대장과 섭정왕께 변명할 기회는 없을 겁니다.
고개 숙여 순종한 척 연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검을 들고 마지막 전투를 즐기세요, 용병.
만약…… 그게 명령이라면……
힘없는 공격이군요.
동료를 엄호할 생각인가요?
이곳에 있는 모든 그림자는…… 제 눈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외드레르……
먼저 가!
안 돼, 그럴 순 없어. 우리가 여기까지 얼마나 힘겹게 왔는데……
그러니까 여기서 같이 죽을 수 없어.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제가 여기서 두 분을 모두 보내드리죠.
그 전에, 누가 먼저 죽을 건지 토론해도 좋습니다. 자, 먼저……
윽?!
저항조차 못 하고…… 쓰러졌다고?
너…… 왔구나.
……너는 자신을 너무 과신했어.
아무도 그림자를 완전히 장악할 순 없다. 보이지 않는 곳에는 모든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으니.
쿨럭…… 쿨럭쿨럭……
빨리 가. 살고 싶다면 서둘러 햇살이 비치는 곳으로 돌아가.
너는?
다른 임무가 있다.
이곳에 온 게…… 고해신부의 졸개뿐이 아니야.
무슨 소리지?
지휘관님, 뒤에 있던 금속재가 떨어졌습니다……
그뿐이 아니다……
……놈이 왔어.
당신도 느꼈나?
비나, 포격 소리 말고는 아무런 소리도 안 들리는데~?
……맥박 소리가 사라졌어.
뭐?
도망쳐!!!
12팀, 소식이 완전히 끊겼네……
이미 전멸했을 거다.
그래……
조금 전, 12팀의 소리가 완전히 사라졌어.
이…… 칠흑 같은 파이프가 원래는 소리를 증폭시켜야 하는데.
사람의 숨소리든 발소리든, 메탈 크랩이 기어 다니는 소리든, 기계가 돌아가는 굉음이든……
이 파이프는 존재하는 모든 생명들의 맥박을 기록하지.
하지만 지금…… 모든 소리가 삼켜졌어.
그럼, 우리 뒤에 있는 이 어둠은……
움직이는 모든 걸 삼키고 있다.
……석 달 전의 그 귀족 연회랑 같은 상황이네.
엔지니어 팀, 첫 번째 방어문을 닫아!
네, 지휘관님!
시즈 씨, 당신…… 당신은 엄청 예리하네.
런디니움의 지하 구조에 익숙한가?
분명, 피스트가 당신을…… 현지인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비록…… 예전에 딱 한 번 와봤지만……
이 파이프라인에 관해 수도 없는 이야기를 들었어.
백 년 전, 커다란 화재가 런디니움의 중심을 집어삼켰는데, 왕실과 일부 귀족들만 겨우 도망쳐 나왔지.
그 이후 사람들 사이에서는, 왕궁 밑에 신기한 마법진 숨겨져 있으며, 왕실 사람들이 그 마법진을 통해 재난에서 도망쳤다는 소문이 돌았어.
이 소문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왕실 사람들이 혹시 이 파이프라인을 대피 통로로 이용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
맞아…… 내가 들었던 이야기랑 매우 비슷해.
런디니움을 지은 노동자와 높은 곳에 있는 왕실과 귀족들이…… 재난 때문에 같은 길을 걷게 된 거였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이야기야.
지휘관님, 방어문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 문으로는 놈을 막을 수 없어.
설마요? 이 문은 장갑 차량의 일여덟 번 포격에도 끄떡없는 두께인데!
후퇴, 계속 후퇴해!
날카로운 굉음과 함께, 금속문에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육중한 금속은 문 뒤편의 커다란 힘 때문에 종잇장처럼 가볍게 찢겨나갔고, 그 뒤로 보이는 칠흑 같은 어둠은 마치 괴물의 목구멍처럼 보였다.
두 번째 방어문을 닫아!
네…… 으아아악!!!!
방어문은 세차게 떨어졌지만, 문을 닫든 사람은 마치 미끄러져 넘어지듯 비명을 채 지르기도 전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빨린 듯 문 뒤의 어둠 속으로 끌려 들어갔다.
그리고, 문틈으로 새빨간 피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흘러나온 피마저 다시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문 뒤에서 뿜어져 나온 어둠은 순식간에 통로 반 이상을 잠식해버렸다.
콰쾅. 또다시 굉음이 들려왔다. 소리의 원천이 머리 위인지, 등 뒤인지 이제는 분간하기 어렵다.
파이프는 격렬하게 요동쳤고, 어둠의 경계는 점점 희미해져 갔다. 마치 포식자가 아가리를 벌리고 도망치는 사람을 휘감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나…… 나는 다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이백 년 전의 전쟁에서, 빅토리아 군대가 다른 두 나라와 함께 카즈델이라는 도시를 포위했어.
그리고 어느 날 밤, 완전 무장한 군단이 그들이 주둔하던 계곡에서 소리도 없이 사라졌지.
부대를 이끌던 백작이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고 사람을 보냈지만, 그 사람이 본 건 산 전체를 빨갛게 물들인 붉은 노을뿐이었어.
하지만 모두의 기억에는, 그날에…… 태양이 전혀 없었다는 거야.
세 번째 방어문……
이게…… 마지막 문인가?
클로비시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마치, 그 대답조차…… 파이프에 가득 찬 괴물에게 먹힌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