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
갑작스러운 한 통의 전화로 중책을 맡게 된 말키위츠, 하룻밤 만에 신분이 크게 달라진 그는 두려움과 불안에 떨고 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자신에겐 퇴로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말키위츠 선생님!
여기 있습니다. 이쪽입니다, 말키위츠 선생님!
앗, 여기였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길을 잘 몰라서.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마중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이니까요.
이쪽으로 가시죠. 회장은 건너편의 다른 구역입니다.
아, 알겠습니다.
……
저기……
네?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오늘은 토너먼트 본선 전의 간담회…… 맞지요?
그렇습니다. 이번 회의의 주최는 상업연합회입니다. 간담회라고 하지만 실은 가벼운 분위기로 각 대변인과 기업 대표분들이 참석하는 자리입니다.
흐음……
입장용 초대장도 사전에 여러분께 보내 드렸었죠. 나중에 보여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아, 네네. 물론입니다…… 가져왔습니다……
……
저기……
예, 예예! 여기 있습니다! 마, 말씀하시죠!
……실례가 안 된다면, 혹시 도와드릴 게 있으신지요?
예? 뭐가요?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계속 상의를 정리하고 계시길래……
혹시 무슨 일이 있으시거나, 혹은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이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아…… 옷은 문제없습니다. 그러니까 제 말은, 벼, 별 큰 문제는 아닙니다. 아직……
아직은 익숙하지 않아서…… 죄송합니다. 제 개인적인 문제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군요……
……그래도 조금 긴장돼 보이시는데, 괜찮으십니까?
아, 네네. 조, 조금요. 정말 죄송합니다.
이런 간담회에 정식으로 참석하는 것은 처음인지라 조금…… 낯설어서 그렇습니다.
……
대변인 말키위츠 선생님, 그렇게 긴장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의 간담회는 상업연합회가 주최하는 모임이긴 합니다만, 참석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상업연합회를 대표하는 대변인 여러분들이야말로 진정한 거물입니다……
그러니 좀 더 여유를 가지셔도 됩니다.
하지만…… 저는 거물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저는 그저…… 그저 우연히……
뭔가 잘못된 것 같군요. 저는 이런 곳에 있을 사람이……
너무…… 겸손하시군요.
저는……
죄송합니다. 전화가……
네, 받으십시오.
안녕하십니까, 말키위츠입니다…… 네네, 말씀하시죠.
예, 예. 문제없습니다……
모두 마음에 듭니다. 그 밖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일부러 마중 나올 사람을 보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 그럴 리가요! 아주 친절하십니다. 무례를 범한 일은 없습니다. 다 제가 늦어버린 탓에 시간이 지체되었으니, 그분은 난처하게 하지 말아주십시오……
네? 농담이시라고요?…… 그, 그렇죠. 물론 농담이시겠죠…… 하하……
예예, 곧 도착합니다.
알겠습니다. 잠시 뒤에 뵙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오래 기다리셨죠.
……아닙니다. 별말씀을요.
조금 전의 이야기는……
……어엇!
계단을 조심하세요, 말키위츠 선생님!
저희는 4번 통로로 올라갈 테니 잘 따라오세요.
앗, 예.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
……
……
간담회 회장은 바로 저 앞입니다. 그대로 쭉 가셔서 입구 직원에게 초대장을 보여주시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이만……
자, 잠시만요!
……네, 말씀하시죠, 말키위츠 선생님.
사실, 사실 방금 제가 말하고 싶던 건…… 저는 그런 대단한 거물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그런 말투로 안 하셔도 됩니다. 그냥 말키위츠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
그건 좀…… 곤란할 것 같습니다.
당신은 상업연합회의 대변인입니다. 저는 연합회의 스태프로 당신과 당신이 하시는 일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라면 사실 저는 존경받을 가치가 없습니다.
저는 아직 제대로 된 일을 한 적이 없습니다. 오늘 모임이 끝나면 제가 대변인으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모두 눈치챌지도 모릅니다……
당장 전화로 해고 통지를 받아도 전혀 이상할 게 없습니다……
……너무 걱정하시는군요.
상업연합회가 당신을 대변인으로 임명한 데는 분명 깊은 생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능력이 인정받은 것이지요.
능력을…… 인정했다고요?
……
나는 대변인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는데, 당신이 전화를 받지 않았나?
그러니 당신이 대변인인 거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이 모든 게 차르니 선생님의 변덕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침 그때, 제가 우연히 그 자리에 있었기에……
죄송합니다만, 방금 뭐라고 하셨나요?
……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
실은……
네?
저는…… 전에 말키위츠 선생님을 뵌 적이 있습니다. 운이 좋아서 말키위츠 선생님과 함께 같은 프로젝트에서 일을 했었지요.
아……
물론 말키위츠 선생님는 기억을 못 하시겠죠. 아주 오래전인 데다 잠시 같이 일한 것뿐이니까요.
……쉐라드 반장.
제 이름을 기억하고 계셨네요?…… 매우 영광입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아봤습니다…… 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아주 오래전 일인지라 말을 꺼내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죠.
기사단에 신인을 연결해 줘야 했던 거로 기억하는데…… 저와 당신이 같은 리스트를 담당했었지요.
네, 맞습니다.
……그 당시에 저희가 연락을 담당했던 기사도 기억하십니까?
그건…… 죄송하지만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감염자 기사 몇 명이었죠……
아, 맞습니다. 맞아요, 그렇죠. 감염자 기사들이었죠.
아, 지금은…… 그렇게 부르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그들은 그저 불행히 감염된 기사일 뿐이니까요.
물론입니다.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하지만 말키위츠 선생님을 만난 것은 그들에게 있어 행운이었지요. 정규 기사단에 들어가는 건 그 감염자…… 아니, 그 기사들에게 더 바랄 나위 없는 일이니까요.
그것에 관해서는……
잘못 기억하고 계시는 것 같군요. 사실 우리는 그 일을 끝내지 못했습니다.
……예? 잠시만요, 제 기억으로는 분명히……
그…… 불꽃 꼬리의 기사와 송곳니의 기사를 영입할 때 아닙니까?
기억나세요? 맞습니다. 그때 그들은 경기에서 몇 번 이겼었고…… 당신은 그들에게 기사단의 계약서를 꼼꼼히 체크하라고 알려줬었죠.
그 기사들은 모두 아주 젊은 아가씨들이어서 속일 수가 없었습니다.
……
……기사단이 감염자 기사에게 제시한 조건은 겉보기엔 합리적으로 보여도, 언제나 불합리한 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보통 계약하기 전에 감염자 기사에게 일부러 자세하게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네…… 일반적으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그 기사들의 미래 발전과 관련되기 때문이죠……
미래의 발전에 대해서는 확실히 누구도 예상할 수 없습니다.
마치…… 마치 당신처럼요.
사전에 당신의 자료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저는 분명 당신을 알아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집을 나서기 전에 거울을 봤는데, 당신뿐만이 아니라 저조차도…… 거울 속의 사람이 저를 따라 움직이지 않았다면 그게 누구인지 알아보기 어려웠을 겁니다.
……어쨌든, 저를 기억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절 비웃을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아직도 이 모든 게 꿈만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비현실적이라서……
꿈이래도 분명 좋은 꿈일 것입니다.
그, 그럴까요?
그렇지 않겠습니까?
음…… 꼭 그렇진 않을 것 같은 게……
솔직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두려운 느낌이 더 많이 들긴 합니다.
두려움이요?
뭐가 두려우신 겁니까?
많아요, 아주 많습니다. 저는 지금 잠도 잘 잘 수 없습니다. 이 모든 게 진짜든 가짜든 저에게는 나쁜 일입니다…… 단지 그 나쁜 방향이 다를 뿐이지요.
……독특한 생각이군요.
그, 그렇습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룻밤 사이에 높이 올라가셨으니까요.
평범한 직원이 갑자기 권력을 쥔 거물이 된다는 건…… 아마 우리가 모두 자기 전에 한 번쯤은 꿈꿔왔던 것일 겁니다.
확실히…… 누구나 상상해볼 법하죠……
나쁠 게 뭐가 있습니까? 꿈이 이루어지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말키위츠 선생님은 운이 정말 좋으신 겁니다.
하지만 저는 결코…… 제가……
……
알겠습니다……
정말로 아시는 것입니까? 당신의 커리어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당신이 너무 부럽습니다.
……
아마…… 그렇기 때문에……
네? 무슨 말씀입니까?
아, 제 말은 그것 때문에 두려움을 느낄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모든 게 너무나도 순조롭고 당연하게 흘러갔고…… 이 모든 게 너무나도 갑작스럽습니다.
……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저는 월세를 걱정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마리아 니어를 설득하는 데 실패해서 월급이 깎이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었죠.
차르니 선생님을 만난 것도 그때였습니다…… 예선 기간에는 너무나도 바쁘셔서 제가 도울 수 있는 건 그저 잔심부름 정도였거든요.
그다음은요……?
그다음엔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전화요?
네, 전화.
지금부터 당신은 스워마 식품회사 소속도, 미에슈코 그룹 소속도 아니에요…… 항상 명심하세요, 당신은 상업연합회를 대표한다는 걸.
잠시만요……! 전 그렇게 할 생각이……!
당신에게 '질문'할 권리는 없습니다.
전…… 제 생각에는……
……
아니요, 아, 알겠습니다……
아주 좋아요, 그럼 다 잘 풀리길 바라죠.
……사실 전혀 이해가 안 됩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맞춤 제작한 '거물'의 옷으로 차려입는다고 정말로 제가 '거물'이 됐다는 걸 의미하진 않으니까요……
사실 저는 이런 옷이 저한테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옷이 정말 잘 어울리시는걸요……
……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게 실례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로 감안하고 저의 무례를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네? 아, 말씀하세요……
그냥 충고입니다, 말키위츠 선생님.
운명의 선택을 받으신 분께서 저 같은 사람 앞에서 방금 같은 이야기는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
제가 당신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저는 그럴 수가 없군요.
저를 포함해 당신과 지위를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그런 운이 없을 뿐이지요.
이해가 되시나요?
저는……
압니다…… 전 그저……
당신에겐 분명 고민이 많을지도 모릅니다. 두려움, 불안, 방황…… 당신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이든.
하지만, 당신은 지금 말끔하게 차려입고 초대장을 들고 공식적으로 승인받은 상업연합회의 대변인으로서 이 건물을 걷고 계신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모두에게 당신은 이미 '거물'로 보입니다.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앞으로 가시면 회장입니다, 말키위츠 선생님. 그럼 저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잠시만……!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말키위츠 선생님은 창업 경력이 있으시다면서요?
예, 예…… 전에 친구와 같이 창업했었습니다. 그냥 조그만 회사였을 뿐입니다……
틀림없이 크게 성공하셨겠죠?
아니요,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겸손하신 분이군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성공 경험을 들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아까 말씀하셨던 프리랜서 기사의 대우 문제 말인데요. 아주 감명 깊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마실 것 좀 더 드릴까요? 대신 가져다……
조, 조심하세요!
죄,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말키위츠 선생님!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별것 아니니 신경 쓰지 마세요……
세상에, 선생님의 옷이……
네? 옷 말입니까?
엇…… 술에 젖어버렸군요……
저, 정말 너무 죄송합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수건을 가져다드리겠습니다!
그, 그럴 필요 없습니다. 괜찮습니다.
아, 고맙습니다……
가만히 계시면 제가 바로 닦아드리겠……
그러지 마십시오……! 제,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말키위츠 선생님, 일단 외투를 벗으시죠. 얼룩이 완전히 닦이지 않네요. 제가 세탁소에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벗으라고요……?
아…… 저기, 괜찮으시다면 제가 배상을 해드릴 수도……
……
말키위츠 선생님? 괜찮으십니까? 말키위츠 선생님?
그, 그럴 필요 없습니다…… 괜찮습니다. 이대로 괜찮습니다! 배상은 필요 없습니다!
예? 하지만……
아니요,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죄송하군요, 제가 방금은 정신이 없어서……
당연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안색이 그다지 좋지 않으신데, 요즘 많이 피곤하십니까?
설마 방금도 일에 대해 생각하고 계셨던 겁니까?
그건, 그런 셈이죠……
……한 친구가 저에게 해준 충고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친구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확실히 많은 일들은 제 생각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어, 그 말씀은……?
혼잣말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저는…… 제가 '거물'이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이젠…… 왠지 이 옷을 벗어버릴 수 없는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