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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누스 실베스트리스 기사단을 위해 유능한 인재를 물색 중이던 '불꽃 꼬리'와 '회색 붓꼬리', 그들은 잡혀 들어간 '거친 갈기'를 발견한다. '거친 갈기'는 피누스 실베스트리스 기사단을 유심히 관찰한 후, 그들이 다른 기사단과 전혀 다른 이상을 갖고 있음을 깨닫는데……
등장 오퍼레이터: 저스티스 나이트
지하 경기장에서 겹겹의 포위를 뚫고 예선전 2라운드까지 돌파한…… 또 한 명의 실력이 출중한 감염자 기사, '거친 갈기'의 기사 이보나 크루코브스카……
……'거친 갈기'?
왜 그래, 소나.
……하지만, 휴게실에서 다른 참가자들과 부적절한 언쟁을 벌이고 폭력을 행사……
……'출전 정지' 처분을 받을지도……
……또 감염자 기사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네.
부적절한 언쟁이라니. 훗, 뻔하지. 분명 패배자 녀석들이 승자에게 뭐라고 도발했을 거야.
그놈들은 늘 감염자 기사에게 온갖 욕설을 퍼붓지.
아까 그 경기 영상 봤어? 영상에 나온 쿠란타 선수도…… 제법이던데.
재롱떨기 수준의 귀족들과는 확실히 차원이 달라. 최강의 기사라고 하기엔 아직 한참 멀었지만.
음……
……쟤를 끌어들이려고?
들어본 적이 있거든…… 기사단 중에 쟤를 아는 사람이 있었어.
우리가 필요한 인재 중에 “행동 대장은 반드시 날렵하고 남보다 실력이 뛰어나야 한다”라고 강조한 사람은 너잖아.
……그러니까 한번 부딪쳐볼래. 프리랜서 기사들은 모두 대리인을 통해 모집하니까, 감염자를 위주로 하는 기사단이라면 아마 흥미를 끌 수도 있을걸.
왠지 쟤가 우리가 찾는 사람일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너는 이보나의 실력에 관심이 있는 거야, 아니면 우리랑 뜻이 맞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건 대화를 나눠보면 바로 알 수 있겠지.
우선은 만날 기회부터 찾아야 돼. 너도 들었지? 뉴스에서 상업연합회가 '출전 정지' 처분을 내린댔잖아. 이건 쉽게 해결될 일이 아니야.
예선전이 막 시작된 데다 감염자에, 그것도 막 올라온 프리랜서 기사에, 아마 그녀를 도울 사람이 아무도 없을걸.
……때마침 우리가 도와준다면?
잘 판단해, 소나. 이건 위험한 도박이야. 이보나가 혼자 끝까지 가길 마음먹었다면 분명 우리의 적이 될 거다.
그래도…… 꼭 걔랑 대화하고 싶다면 최선을 다해 시도해 볼 만한 가치는 있어. 지금의 피누스 실베스트리스 기사단에게 새로운 동료를 늘릴 기회는 매우 중요하니까.
그러니까 한 번 해보자. 말이 잘 통하면……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이보나도 감염자를 위해 뭔가 하고 싶지 않을까?
며칠 뒤
……쳇, 연합회 녀석들 중엔 진실을 원하는 놈이 하나도 없네. 애초에 공정한 판결을 내릴 생각도 없으면서 왜 진지한 척 말만 늘어놓는 거야?
쓰읍…… 아파라. 그 쓰레기 같은 삼류 귀족들보다 진압봉이 더 세네. 차라리 경비들을 출전시키면 관중들이 더 좋아할 것 같은데……
나왔다! 이보나가 나왔다!
어?
거친 갈기의 기사, 당신이 상업연합회에서 나왔다는 건 이미 공식적인 판결이 내려졌다는 의미인가요?
다른 기사들과 휴게실에서 다툰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죠? 일종의 도발이라고 봐도 되나요?
감염자 기사가 경기에 참가한 다른 기사들과 같은 휴게실을 사용하는 건, 규정상 다른 기사들에게 너무 불공평하지 않나요?
……아오, 짜증 나! 너희들 뭐야!
거친 갈기의 기사, 제대로 대답해 주세요! 그리고, 도대체 어떤 변명을 하셨길래 상업연합회의 선처를 받은 겁니까……
……으아, 이게 다 뭐 하는 놈들이야!
오, 나왔네.
하아, 하아…… 응?
너…… 여기서 날 기다린 거야?
정문 쪽이 복잡한 건 뻔하잖아. 여기는 네 얼마 없는 선택지 중 하나지. 네가…… 그 인파를 강제로 돌파하지 않는다면 말이야.
다행히 지금은 카메라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 하는 건 알고 있나 보네. 내 소개를 하자면……
필요 없어, 누군지 아니까. 넌 캐논랜스를 쓰잖아, 다른 한 명은 검을 쓰고. 너희 자라크 콤비 꽤 잘하던데.
……영광이네.
회색 붓꼬리 맞지? 여기는 왜 온 거야? 나랑 싸우려고? 아니면 놀려주려고?
네가 앞으로 맞이할 곤란한 상황이 대충 예상되거든. 필요하다면 도와줄 수 있어.
오, 예를 들면?
네가 싫어하는 기자들, 그리고…… 다른 속셈이 있는 대리인들의 초청을, 우리가 널 대신해 거절해 줄 수 있어.
너희가 누군데?
그건 내가 설명할게.
거친 갈기의 기사, 네가 우리를 알고 있다면 일이 더 쉽게 풀리겠네.
우리는 모든 감염자 기사들을 주시하고 있어. 그러니까, TV에서 네가 곤경에 처한 걸 보고 우리도 이런저런 방법을 생각해 봤어……
빙빙 둘러 얘기하지 마. 나 복잡한 거 싫어, 들어도 모르고. 너희 둘, 왜 날 찾아온 거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피누스 실베스트리스 기사단의 책임자야. 네가 우리와 같은 신념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와 함께했으면 좋겠어.
피누스 실베스트리스 기사단? 들어본 적 없는데.
새로 창단한 기사단이거든. 주요 멤버는 다 감염자 기사고……
……감염자?
그래.
겨우겨우 살아남은 감염자 기사들로 기사단을 꾸려 돈을 더 벌겠다? 하, 꿈도 야무지셔라.
아니야! 우린 감염자 기사들을 이용해서 돈을 벌려는 기사단들과 달라. 감염자끼리 서로 돕기 위해 기사단을 설립했어.
어떻게 서로 돕겠다는 건데?
우선은…… 감염자 기사들이 기사 경기에서 더 나은 대우를 받길 바라고 있어.
다른 기사단에 들어간 감염자 기사들의 대우는 불 보듯 뻔해. 높은 보수의 뒤엔 항상 사기극이 도사리고, 자기 목숨을 판돈으로 걸고 도박해야겠지.
훗, 감염자로 가득 찬 경기장에서 지금까지 싸웠는데, 언제 목숨을 걸지 않은 적이라도 있었나?
다른 귀족 가문의 기사는 져도 최소한 꼬리를 말고 집으로 돌아갈 기회라도 있지만……
감염자는? 명분을 가지려면 그 끔찍한 지하 경기장에서 필사적으로 기사 칭호를 빼앗아야 되잖아.
아니면 구차하게 돈을 낸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싸우던가. 사실 녀석들이 원하는 건 피 튀기는 장면이거든.
중상을 입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그 미친놈들이 정말로 원하는 건……
……거친 갈기, 여기서는 입 조심해.
쳇, 나도 알아. 좀 투덜댄 것뿐이야.
더 말해봐야 소용없어. 솔직히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건 무기를 수리할 수 있는 곳이야. 망가진 콤파운드랜스를 들고 다니면 늘 불안하니까.
음, 아직 무기를 수리할 수 있는 사람은 구하지 못했지만, 전문가에게 의뢰할 수는 있어……
그러니까, 들어가면 기본적인 혜택은 받을 수 있다는 거지?
응, 급여는…… 다른 기사단과 거의 비슷해. 하지만 우리의 본래 목적은……
그럼 가입할게.
응?
들어간다고. 너희 감염자 기사단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기사단보다는 낫잖아.
감염자가 아닌 기사들이 바라보는 눈빛은 상상만 해도 구역질 나. 그런 녀석들과는 함께할 생각은 없어.
기사가 되기 전에는 살아남는 게 가장 중요했고, 모든 것이 배를 채우기 위해서였어. 그 이후로는…… 뭐 달라진 것도 없지만.
단지 배를 채우기 위해 그런 서러움을 당하고 싶진 않아. 너희들이 날 배불리 먹여줄 수 있고, 그 토 나오는 기사 귀족들이 없다면 일단 너희와 함께하도록 할게.
그럼 받고 싶은 보수는……?
음……
(손가락을 펼친다)
삼?
삼 일 치 밥값이랑 무기를 수리할 돈. 사흘 후의 경기에 나도 출전할 거야. 상금을 받으면 바로 갚을 거고, 그 이후의 상금은 너희랑 나눌게.
상업연합회는 보석금을 내야만 풀어준댔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금액은 마치 내 계좌를 들여다본 것처럼 정확하더라……
……상업연합회라면 확실히 알 만도 하지.
그러니까 나는 지금 돈도 없고 엄청 배고파. 이 조건으로 문제없지?
전혀. 돈은 빌려줄 테니까 볼일이 끝나면 기사단으로 찾아와.
그렇지! 그럼 주소나 알려줘. 내일 너희 아지트에서 연습도 해야 돼. 나를 욕한 그 녀석의 갑옷을 어떻게 한 방에 뚫어버릴지……
좋아. 그럼 내가 상대해 줄게.
그럼 약속한 거다. 약속을 어기기만 해봐, 너희를 싹 다 찾아내서 끝장 본다 내가!
……왜 그래, 왜 그렇게 쳐다봐?
정말이지 넌…… 돈까지 쥐여준 것도 모자라 그냥 이렇게 보내 준다고? 쟤는 자신이 왜 상업연합회에서 풀려났는지조차도 모를걸.
하하, 전투에 미친 사람에게 당장 무기를 수리하는 게 더 중요하지! 저런 환경에서 며칠이나 갇혀 있었는데 아마 이런 진지한 얘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을 거야.
게다가 우리도 자세하게 설명할 시간이 없잖아. 가는 길에 들른 것뿐인데 뭘. 우리는 더 중요한 임무가 있어……
설마 너 이번 작전이 순조롭게 끝나 내일 쟤랑 날 잡고 얘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우리는 최대한 사전에 대비하는 수밖에 없어. 단지, 그놈들이 오늘 밤 우리 구역의 감염자들을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나도 알아. 그러니까, 우린 지금 반드시 이 일을 해야만 해. 거친 갈기는 나중에 내가 잘 처리할게.
……뭐 됐어. 그런데 소나, 네 직감이 틀린 게 아니야. 확실히 쟤는 재미있는 녀석이야.
오? 왜 그렇게 생각해?
예전의 나랑…… 생각이 비슷하달까? 뭐 나보다 더 솔직하고 순수하지만…… 적어도 딴생각은 없는 것 같으니.
푸하하, 너희 둘이 마음이 맞았으면 좋겠다.
다음 날
버려진 오피스텔 입구
……
……
잘못 찾아오진 않았는데…… 이 허름한 곳이…… 정말 기사단이라고?
뭐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들어가서 물어나 보자……
……저기, 불꽃 꼬리의 기사나 회색 붓꼬리의 기사 있어……?
……우리 단장에게 무슨 용건이라도??
아, 나 기사단 등록하러 왔어.
진짜 찾아오는 사람이 있긴 하구나…… 미안하지만, 소나랑 그레이너티는 볼일이 있어 방금 나갔어…… 그런데 그 짐은 왜……
내가 더 신기하거든. 무슨 기사단이 이렇게 초라해? 소파도 없냐?
기사의 상금이 많긴 하지만…… 소나는 상금 대부분을 감염자를 정착시키는 데 써서 그래.
아, 그런 거였구나. 문제는 내가 집주인에게 막 쫓겨나는 바람에 갈 데가 없거든. 그래서 기사단에 신세 좀 지려고.
……일단 짐부터 내려놔. 단장이 돌아오면 처리해줄 거야.
그런데 걔네는 매일 이렇게 바빠? 어디 가서 특훈이라도 하는 건가?
사무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감염자 기사단에 대한 심사가 더 엄격해지다 보니 불꽃 꼬리의 기사와 회색 붓꼬리의 기사가 자주 감정회나 그랜드 나이트 영지의 직원들에게 불려 다녀.
쳇, 겉치레만 요란한 녀석들 따위. 나는 또 입단식이라고 거하게 먹을 줄 알았는데. 회색 붓꼬리도 술을 좀 하는 것 같고.
회색 붓꼬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 녀석 캐논랜스는 어디에 있어? 전부터 어떤 무기인지 보고 싶었거든. '펑~'하고 쏘면 살상력이 엄청나던데.
어, 무기는…… 아마 집에 놔뒀을 거야.
뻥 치시네.
어? 진짜야……
너 뭐 숨기고 있지?
왜? 나한테 불꽃 꼬리와 회색 붓꼬리의 위치를 알려 줄 수 없어? 걔네들은 분명 기사 스포츠가 아닌 다른 일로 바쁘겠지. 난 어제 얘기할 때 벌써 눈치챘거든.
……단장이 확실히 누군가 올 거라고 말하긴 했지만, 그다음의 일은 내가 얘기할 입장이 아니야.
네가 대신 전해주길 원치 않는다면, 왜 날 기다리지 않고 먼저 나간 거야?
두 사람은……
긴급한 상황이 생겨서 나간 거겠지? 그렇게 서둘러 나갔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일 리가 없을 테고.
……
핫, 역시!
걔네들이 날 찾아온 게 그렇게 단순한 사정은 아닐 거야. 사실 너희들 위험한 짓을 하고 있는 거지?
불꽃 꼬리와 회색 붓꼬리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 둘, 아니, 어쩌면 우리에게 너의 힘이 필요한 게 확실해.
그러고 보니…… 부족한 보석금을 채워준 것도 너를 구하기 위한 거겠지?
……뭐라고?
그 둘은 너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을 거야. 모든 단원이 단장의 방식에 동의하지는 않아. 왜냐면 뉴스에 네가 나온 걸 보고 바로 널 구하기 위해 담판을 지으러 갔으니까.
그런데 거래를 했으니 조건도 당연히 필요하겠지……
잠깐, 난 걔네들한테 빚을 지고 싶지는 않아. 만약 네가 한 말이 사실이라면 난 분명 화낼 거야. 왜냐면 이 사건은 나도 책임을 져야 되니까.
빨리 말해, 걔네 어디 갔어?
……감염자들이 사는 동네에 갔어. 놈들이 잡으러 오기 전에 감염자들을 대피시키러.
……잠깐 기다려, 거친 갈기!
또 뭐야?
불꽃 꼬리와 회색 붓꼬리는 착하고 정직한 기사야. 너를 영입하고 싶은 것도 네가 우리와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거고……
감염자 기사뿐만이 아니라, 카시미어 모든 감염자들의 삶을 바꿔주고 싶어서 그래.
그게 무슨 말이야?
네가…… 그들의 노력을 보면 바로 이해할 수 있을 거다.
그리고 다른 쪽은…… 그 상대는……
무서워할 거 없어. 내 뒤에 숨어……
나와라, 감염자! 도망갈 수 있을 줄 아냐!
흑흑…… 죄송해요…… 전…… 나쁜 사람이 아니니까…… 잡아가지 마세요……
괜찮아, 내가 다 막아줄게. 잘 숨었지?
응…… 누나. 나, 나 무서워…… 아빠 엄마…… 어디 갔어……
……내가 지켜줄게. 아빠 엄마가 널 지켜줬던 것처럼. 날 믿지? 내가 부르면 나와, 우리 같이 새로운 곳으로 가서 사는 거야.
누나…… 집에 가고 싶어……
……알았어. 일단은 쉿!
응……
됐어.
후우, 자 드루와……
여어.
에엥!? 너……
……거친 갈기?
얼마 없는 단서로 이렇게 빨리 널 찾아냈다니, 게다가 그 회색의 자라크보다 더 빨리 왔네. 어때, 나 장난 아니지?
……역시 뒤쫓아 왔구나.
이 아이를 지키는 거야? 얘도 감염자인가?
그래.
설마, 애를 이런 데 숨겨두려고? 상대는 헌터 다섯 명씩이나 되는데. 한 놈이라도 잡아가 버리면 돌이킬 수 없어.
나는…… 우린 지금 일손이 부족해. 이게 최선이야.
흐흥, 그래서, 이게 너희들이 진짜 하는 일인 거야?
……응, 보다시피.
감염자 기사뿐만이 아니라 더 많은 감염자를 돕고 싶은 거, 맞지?
……맞아.
핫…… 그래서 감염자 기사들만 모으고 있었구나. 감염자들끼리 공감이 되니까.
모두 같은 비밀을 지키고 같은 소원을 가지고 있네. 비록 그게…… 스포츠 기사들과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치?
맞아. 야, 나 지금 너에게 일일이 설명해 줄 시간이 없어. 너 혹시 거절할 거면……
왜 거절해? 겁나 멋있는데.
어?
그래 뭐, 상황이 긴박한 건 알겠는데 그 전에, 날 정식으로 초대해줄 수 없냐?
그게…… 혹시 우리랑 같은 일을 하겠다는 거야?
훗, 나도 너희들과 같은 감염자 아냐?
그래…… 알았어.
거친 갈기, 너는 피누스 실베스트리스 기사단의 일원이 되어, 감염자 기사로서 서로 돕고 함께 뭉치며 감염자들을 위해 너의 모든 것을 바칠 수 있겠나?
……
거친 갈기?? 아, 미안! 난 이런 게 서툴러. 내가 하면 꼭 농담처럼 들린단 말이지……
이보나라고 불러.
나는 거친 갈기의 기사, 이보나 크루코브스카야.
……하하. 그럼, 너도 나를 소나라고 불러.
그래. 잘 들어, 소나. 나, 이보나는 오늘부로 피누스 실베스트리스 기사단에 가입한다. 그리고 기사로서의 영광을 얻고 우리의 이상을 함께 실현할 거다.
나의 이상이라면…… 만약 피누스 실베스트리스 기사단이 감염자의 삶을 바꿔주고, 눈앞의 이 사람들을 지킬 수 있다면…… 나는 너, 소나와 함께 목숨을 걸 거다.
목숨을 건다라…… 음, 지금의 상황은 그럴 수밖에 없겠네.
그런데 아직은 목숨 걸 때는 아니야, 이 아이를 혼자 둘 수 없으니까. 넌 단장이잖아, 어두운 골목에서 이러고 있는 걸 다른 사람들이 알면 위험해져.
그러니까 애를 먼저 데려가, 여기는 내가 처리할게.
잘 봐봐, 내 진짜 실력을…… 엇, 아니지. 너희는 먼저 가야 되잖아. 그럼 나중에 보는 걸로!
빨리 가. 네가 애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면, 나도 마무리하고 너희를 찾아갈게.
……알았어, 이보나. 일을 너무 크게 벌이지 말고, 깔끔하게 처리해야 돼. 우린 진짜 피누스 실베스트리스 기사단 아지트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이 정도야 껌이지.
휴…… 오래 기다렸지……
수고했어, 소나. 그런데 벌써 끝낸 거야?
일단은. 그런데, 이보나…… 거친 갈기는 못 봤어?
제이미랑 추억 얘기를 하는 것 같더라……
여기야, 진작에 돌아왔다고. 제이미에게 술이라도 있는지 물어보려 했는데, 그 녀석은 좋은 술이 없더라고.
나중에 상금 받으면 나랑 같이 한잔하자.
하핫, 오케이.
어, 그럼 나도 낄래.
너는 안 와도 돼.
어? 왜 나는 안 되는데! 설마 너희들 벌써 내 뒤에서 호박씨를 까는 사이가 됐어?
넌 시간이 안 되잖아? 기사협회의 공문들을……
으아아…… 안돼, 떠올리게 하지 마……
우리가 하는 건 네가 싫어하는 넋두리뿐이야. 게다가, 소나는 술도 잘 못 하잖아. 바에서 밤새 달리는 것도 안 될 거고.
으…… 그렇긴 하지. 그런 거라면 너희들끼리 가.
참, 이보나, 너 혹시 시간이 돼? 알려줄 게 있는데, 피누스 실베스트리스 기사단의 계획 말이야……
그거? 그레이너티가 방금 다 알려줬어.
감염자와 감염자 기사를 돕고, 받은 상금으로 더 많은 감염자가 합법적인 신분을 얻도록 돕는 거……
그것까지 제대로 알고 있었네? 그래서,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내가 받은 상금은 전부 너희에게 줘도 돼. 난 원래 출정 기사가 되려고 훈련을 받은 거지, 그 힘으로 돈을 벌 생각은 안 해봤거든. 그것만 아니었다면…… 칫.
아무튼 자세한 계획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어.
……
그레이너티가 알려준 피누스 실베스트리스 기사단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런 건 다 네가 세운 계획들이잖아.
그러니까 나도 지금 알았어. 소나는 이런 걸 생각하고 행동에 옮길 수 있는 대단한 녀석이란 걸.
음…… 그렇게까지 대단하진 않은데, 헤헤……
사실 나도 전부터 감염자를 위해 뭔가 하고 싶었어…… 피의 기사처럼 말이야! 정말 대단했지.
피의 기사는 기사 스포츠의 규칙을 바꿔버렸지. 그리고 우리…… 피누스 실베스트리스 기사단은 더 많은 사람을 모아, 힘을 키워서 감염자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거야.
그럼 난 무조건 함께한다.
소나, 너를 인정한 이상 나는 계속 너를 따른다. 난 네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내가 널 위해 다 해결해 줄게.
그래서 말인데, 일단은 내 문제부터 해결해 줄 수 없을까? 그러면 난 너를 더 존경할 건데.
헤헷, 나를 더 존경해 주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도와줘야지. 그래서 무슨 일인데?
……어, 이게 뭐야?
내 펫이야.
페…… 펫이라고?
......
펫…… 인지는 모르겠지만…… 엄청 귀엽다! 이보나, 얘는 어디서 났어?
쓰레기 더미를 지나다 우연히 발견한 거야. 왠지 쓸만해 보여서. 그래서 말인데, 너 믿을만한 엔지니어를 알아?
엔지니어? 어떤 걸 말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아, 동네에 기계를 좀 만질 줄 아는 사람은 있어.
분명 얼마 전에 무기 수리를 맡길 사람도 찾기 힘들었는데, 이런 로봇을 아는 사람이 있다고?
하하…… 그 사람이 아마 네 무기에도 관심이 있을걸. 같이 가볼래?
아니야, 내가 데려가지 뭐. 너는 그레이너티랑 따로 상의할 게 있잖아. 둘이서 잘 얘기해. 그 엔지니어 어딨어?
……아하, 이런 거구나. 이렇게 정교한 케이스와 내부 설계라니……
어때, 좋은 무기지? 벌써 몇 년째 나랑 함께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해가 안 되는 게…… 네가 정말 그렇게 대단하다면, 그때 상업연합회에서 나올 때 메이저랜스의 케이스가 어떻게 못 쓸 정도로 망가진 거지?
알고 싶어?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라면 들어보고 싶긴 해. 물론, 주로 무기의 원리에 대해서 말이야.
흠, 어디서부터 말해야 하나……
내가 출정 기사가 되려고 준비하고 있을 때, 이 랜스는 전장에서 적을 죽이고 뒤에 있는 병사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서 설계된 거였어.
이 콤파운드랜스가 짊어져야 할 충격과 책무는 보통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도 아니고, 사용 횟수에도 한계가 있어.
그리고 길이 열리면 나는 마이너랜스로 바꿔 쓰지.
하지만, 아레나에서는 한 번도 메이저랜스가 망가진 적이 없었어.
바꿔 말하면…… 누군가의 목숨을 진심으로 뺏을 생각이 없었기에 전력을 다한 적이 없다는 건가?
그 더러운 지하 경기장 안에선……
시끄러운 지시 소리든 스크린에 쉴 새 없이 흘러가는 자막이든, 모두 나에게 다른 감염자를 철저하게 쓰러뜨려야 우승한다고 강요하는 것 같았어……
하지만 난 단 한 번도 그들에게 중상을 입힌 적이 없거든.
그래도 힘겹게 스포츠 기사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휴게실에서 그 귀족 놈들이 내게 하는 말을 들은 순간……
난 바로 마이너랜스를 꺼내 그 냉혹한 놈들의 갑옷을 딱 겨눴지……
알잖아, 난 그때 진심으로 그놈들의 심장을 뚫고 싶었거든.
속이 시원하네! 내 화가 다 풀리는걸!
화 풀 시간이 있으면 얼른 내 펫이나 봐줘!
아차차, 맞다……
내가 확인해봤는데, 이건 레이시언 공업의 구형 모델이야…… 다시 기동하는 것도 그리 복잡하진 않을 거 같아.
하지만 기능이 한정되어 아마 너의 지시를 전부 이해하진 못할걸.
얘가 자기 이름만 알 정도면 돼.
이름? 이걸 뭐라고 부를 건데?
다 미리 생각해 뒀지…… 얘 이름은 저스티스 나이트야. 유능한 펫이었으면 좋겠는데.
원래 기능은 지원사격일걸?
그럼 딱이잖아, 날 위해 잔챙이를 처리해 주면 되겠네. 그런데 이 기능도 너무 재미없어. 더 좋은 기능이 없을까?
그럼 매칭되는 다른 모듈이 있는지 알아봐야겠지……
다른 부품을 찾아야 돼? 그럼 됐어. 우선은 기동 되는지부터 보자고.
어디 보자……
(기계가 작동하는 소리)
오오, 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