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오후의 일화

사서 고생

미니 스토리브릿지2020-08-26

후방 지원부로 갈지 고민하는 오키드에게, 미드나이트는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해주게 된다. 과거가 어찌 되었든, 중요한 건 바로 지금, 자신이 어떻게 살고 싶은 지이다.

등장 오퍼레이터: 미드나이트, 오키드, 포푸카, 스팟, 캐터펄트, 소라


9:39 p.m 로도스 아일랜드 함선 내부

오키드

후…… 드디어 끝났네.

지원 오퍼레이터

오키드 씨, 수고하셨습니다.

오키드

정신 차려보니 어느샌가 너희랑 친해졌잖아. 정말이지, 내가 전투원인지 비전투원인지……

지원 오퍼레이터

아하하…… 이런 쪽은 오키드 씨가 잘 아시니, 저희도 모르게……

오키드

하…… 하긴 그 문제아들 뒷바라지하는 거랑 비교하면, 확실히 이쪽이 더 낫긴 하지만.

지원 오퍼레이터

그럼 오키드 씨, 저희 지원부로 오시겠습니까?

지원 오퍼레이터

사실 오키드 씨처럼 로도스 아일랜드에 들어온 민간인이 오퍼레이터가 되는 일은 드물어서요. 대부분은 저희같이 후방 지원부에 들어오거든요.

지원 오퍼레이터

사실, 왜 그렇게 최전선에 나가시는지 궁금했었어요.

오키드

왜냐고 물어도, 음……

지원 오퍼레이터

오키드 씨,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신가요?

지원 오퍼레이터

테스트 결과만 놓고 보면 오리지늄 아츠 적응성이 높으신 편인데, 원하신다면 훈련을 받은 뒤 전투에 투입될 수도 있습니다.

지원 오퍼레이터

하지만 민간인 신분이니만큼 전투 경험이 없으시니, 후방 지원 쪽으로 가시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싶어요.

지원 오퍼레이터

안심하세요. 전투에 투입되더라도 실력에 맞게, 위험한 임무를 드리지는 않을 겁니다.

오키드

후방 지원은 무슨 일을 하는 거지?

지원 오퍼레이터

음… 후방 지원부도 여러 가지라서요. 전체적으로 로도스 아일랜드를 유지하는 일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원 오퍼레이터

문서 작업이 많은 편이라, 도시 생활에 익숙하신 분께 잘 맞을 겁니다.

오키드

(그렇다는 건, 사무실에 앉아 있어야 한다는 말인데……)

오키드

(기분 전환할 겸 지원한 건데 말이지. 또 사무실에서 일하고 싶지는 않아.)

오키드

역시…… 전투원으로 신청하도록 하지.

지원 오퍼레이터

정말이세요? 전투원은 굉장히 힘들 텐데요?

오키드

한번 시험해보고 싶어서.

지원 오퍼레이터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오키드

(이렇게 된 이상, 사무실에 앉아있기 싫어서 전투원으로 신청했다곤 말 못 하지……)

오키드

……어쩌다 보니 오퍼레이터가 되었네.

지원 오퍼레이터

아, 저희에 대해 잘 모른다면,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죠.

오키드

그, 그래……?

지원 오퍼레이터

하지만, 이런 상황에 대한 조치가 있었을 텐데요. 조항을 보면……

지원 오퍼레이터

아, 역시. 여기 있네요.

지원 오퍼레이터

"민간인 출신의 전투 오퍼레이터가 1년 이내에 전선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엔, 후방 지원부 지원 시 무조건 승인한다."

지원 오퍼레이터

오키드 씨는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었으니 아직 여기 해당됩니다. 사실 사르곤 군 출신인 스팟 씨 빼고는, A6팀 모두가 해당되거든요.

지원 오퍼레이터

그리고 스팟 씨 같은 경우라 해도 심사만 거치면 바꿀 수 있어요. 저희는 이런 쪽에서는 자유로운 편이다 보니.

오키드

그렇구나. 생각해본 적이 없었네.

지원 오퍼레이터

아시다시피, 사실 저희 일도 전투 오퍼레이터들 못지않게 쉬운 편은 아니죠. 로도스 아일랜드의 많은 일이 저희의 손에서 이루어지니까요.

오키드

응, 알겠어. 고마워. 생각해 볼게.

포푸카

오키드 언니, 아직이야?

오키드

금방 끝나.

지원 오퍼레이터

아, 포푸카 양 아닙니까? 기다리고 있는 건가요?

오키드

어, 지나가다 마주쳤는데, 계속 따라오더라고.

지원 오퍼레이터

그러고 보니, 지난달에도 같은 숙소를 쓰겠다고 신청하셨죠?

오키드

맞아. 아무래도 걱정이 되어서 말이지. 대체 누가 저렇게 작은 애를 전장으로 내몬 건지 원……

오키드

게다가 다른 팀원들은 마음이 안 놓여서 말이야. 포푸카보다 더 걱정된다니까? 그러니 어쩔 수 없지.

포푸카

오키드 언니, 아직이야?

오키드

아냐 지금 끝났어. 그럼 먼저 가볼게.

지원 오퍼레이터

방금 드린 말씀 잊지 마세요. 답변 기다릴게요.


오키드

하…… 생각해보니까 웃기네. 사무실에 틀어박힌 생활이 싫어서 전투를 선택한 건데, 또 이렇게 되다니.

오키드

설마 평생 직장인으로 살아야 하는 건 아니겠지……

포푸카

오키드 언니, 직장인이 뭐야?

오키드

직장인은 매일매일 곰팡이처럼 사무실에 여덟 시간씩 박혀있는 사람들을 말하는 거야. 하는 일이라고는 반복 작업밖에 없고, 퇴근도 제때 못 하는 비참한 사람들이지.

포푸카

음…… 모르겠어.

오키드

근데 포푸카 너는, 어쩌다 로도스 아일랜드로 온 거야?

포푸카

음, 켈시 선생님이랑 안셀 선생님이 나를 사 왔어.

오키드

뭐? 샀다고?

포푸카

응. 그전까지 포푸카는 벌목장에서 일했거든.

포푸카

어느 날, 안셀 선생님이랑 켈시 선생님이 지나가다, 포푸카를 보고 한참 동안 놀아줬어.

포푸카

왠지는 모르지만, 그다음 날 켈시 선생님이 나를 사 갔어.

오키드

벌목장?!

포푸카

응. 엄마 아빠가 어릴 때부터 포푸카를 벌목장에 보내서 일을 시켰거든. 주인아저씨는 가끔 무서웠지만, 그래도 먹을 걸 줬어……

오키드

엄마 아빠를 본 적은 없어?

포푸카

음…… 없어. 엄마 아빠는 먼 곳으로 가서 포푸카를 보러 올 수 없으니까 참아야 한다고, 주인아저씨가 그랬어.

포푸카

포푸카가 착한 아이가 되면 로도스 아일랜드가 엄마 아빠를 찾아줄 거라고 안셀 선생님이 그랬어. 그러니까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

포푸카

에에…… 오키드 언니, 갑자기 왜 안아주는 거야?

오키드

……아무것도 아니야. 갑자기 안아주고 싶었어.

오키드

아까 그 언니 오빠들처럼, 앉아서 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어?

포푸카

음, 안셀 선생님도 물어봤는데, 포푸카는 잘 모르겠어. 포푸카는 힘만 세거든.

포푸카

하지만 포푸카도 지금처럼 열심히 공부하면, 오키드 언니처럼 언니 오빠들을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몰라!

오키드

……그렇구나.

포푸카

응! ……오키드 언니, 왜 그래? 표정이 안 좋아. 포푸카가 뭐 잘못 말한 거야?

오키드

네 잘못이 아니야. 내 잘못이지. 그런 걸 물어봐서는 안 됐어.

포푸카

오키드 언니는 포푸카한테 잘해주니까, 뭐든지 다 물어봐도 괜찮아.

오키드

그래, 그래.

캐터펄트

어 뭐야, 오키드 언니네? 왜 길 한복판에서 포푸카를 껴안고 있어? 지금 되게 이상하게 보이는 거 알지?

오키드

……크흠. 아무것도 아니야.

포푸카

캐터펄트 언니, 안녕!

캐터펄트

오, 포푸카! 안녕.

캐터펄트

숙소로 돌아가는 거야?

오키드

응. 너는? 세상에 땀 흘린 것 좀 봐, 또 어디 사고 치고 도망가는 건 아니지?

캐터펄트

에이 그럴 리가. 언니도 참, 내가 언제 그랬다고 그래~ 미드나이트한테서 막 빠져나온 참인걸.

오키드

……?

캐터펄트

어? 언니 모르는구나? 미드나이트는 임무 없으면 항상 이 시간에 훈련장에 있거든.

캐터펄트

오늘 한가해서 끌려갔다 간신히 빠져나왔지 뭐야. 스팟은 아직도 거기 잡혀있고.

캐터펄트

내가 어떻게 알아? 오키드 언니는 알 줄 알았지. 다음번에 그 자식 만나면 꼭 도망가야겠다.

포푸카

포푸카도 알아! 미드나이트가 포푸카 찾은 적 있었어. 그런데 포푸카가 날려버리니까, 그다음부터는 안 찾았어.

캐터펄트

푸하하하하~ 그런 거였어? 어쩐지, 포푸카는 왜 안 찾냐고 물어보니까 말을 돌리더라. 아하하하하~ 아~ 이걸로 사흘은 웃겠다.

오키드

……그래. 사고 친 거 아니면 그걸로 됐다.

캐터펄트

왜 갑자기 그 화제로 돌아가는 건데! 언니, 그거 편견인 거 알아?! 사고는 포푸카도 자주 치는데, 왜 쟤한테만 잘해주냐고 진짜!

오키드

네가 사고 치고 얌전히 사과만 했다면, 나도 잘해줬을 거야.

캐터펄트

그건 좀 아니지, 사고를 치고 사과를 해야 한다면, 내가 왜 사고를 치겠어?

오키드

그러면 애초에 사고를 치지 말라고!

오키드

정말이지… 로도스 아일랜드가 아니라 다른 곳이었다면 진작에…… 아니 됐다, 관두자……

캐터펄트

에이~ 오키드 언니, 말해도 돼. 다른 곳이었다면 내 성격 못 받아줬을 거란 얘기하려 그랬지? 나도 잘 안다고. 나도 고칠 생각이 없으니까, 나 같은 괴짜를 받아주는 곳은 로도스 아일랜드밖에 없다는 거.

캐터펄트

근데 이곳 사람들은 말도 참 잘하고 대단하단 말이지. 일 잘하면 돈도 많이 주고. 나한테 여기 만한 데가 또 어디 있겠어?

오키드

하아… 그래, 네가 좋다니 다행이다.

오키드

어쨌든 어서 가서 씻어. 여자애가 그렇게 땀투성이로 다니면 어떡하니.

캐터펄트

어? 어디가 언니? 거기는 숙소 방향 아닌데?

오키드

훈련장에 가 볼 거야.

캐터펄트

흐음~ 포푸카, 이따 밤에 내 방으로 와. 이야기 들려줄게!


훈련실

스팟

미드나이트, 힘이 왜 이렇게 없어? 저녁 안 먹었어?

미드나이트

내 검술은, 허를 찌르는 민첩성이 중요해서 말이지.

스팟

그래 어디 한번 계속해보라고.

미드나이트

걸렸군!

스팟

살~짝 느렸다. 그래도 방금 공격 나쁘지 않아. 저녁은 제대로 먹은 모양이네.

오키드

……

포푸카

와아, 미드나이트 오빠랑 스팟 오빠가 정말 싸우고 있어.

포푸카

포푸카가 막으러……

오키드

끝날 때까지 기다리자.

포푸카

우으으……


미드나이트

후…… 하…… 거기 물 좀 갖다 줄 수 있을까.

스팟

자.

미드나이트

후…… 고마워.

미드나이트

역시 군인 집안 출신이군, 스팟. 평소에는 의욕이 없어 보이더니, 역시 나보다 대단한걸.

스팟

너도 나쁜 실력은 아니야. 네가 여태까지 기본기를 안 닦아 뒀으면, 너 정도는 만화책 보면서 상대할 수도 있었을걸?

미드나이트

내가 그렇게 약한가?

스팟

지금 어떻게 해야 너한테 상처 안 주고 내 생각을 전달할지 생각 중이야.

미드나이트

…그럼 안 듣기로 하지.

스팟

그런데 참 신기하네. 너, 옛날에 호스트바 뛰었다면서?

스팟

기본기가 좋은 게 눈에 보인단 말이지. 그건 몇 년 연습한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

스팟

군인한텐 별거 아닐지 몰라도, 일반인 중에서는 너 진짜 센 편이야.

미드나이트

칭찬으로 생각해도 되겠지?

스팟

팀에서 제일 경박해 보이는 녀석에게도 장점이 있다고, 나 자신을 설득하는 중이다.

미드나이트

하하, 실은……

포푸카

미드나이트 오빠, 스팟 오빠!

스팟

오키드도 같이 왔네. 너 이제 큰일 났다.

미드나이트

어째서지?

스팟

몰라. 우리 엄마도 화낼 땐 꼭 저런 표정을 지으셨거든.

미드나이트

후훗, 그건 아마 너의 착각일걸. 이번에는 내가 여성을 다루는 기술에 대해 알려주도록 하지.

스팟

참나…


미드나이트

좋은 밤이군요. 포푸카 아가씨, 오키드 아가씨.

오키드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미드나이트

보시다시피, 매일 여기서 자신을 단련하고 있지.

오키드

난 왜 몰랐지?

미드나이트

오키드 아가씨가 나에게 관심이 없는 건 알지만, 나는 그저 내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뿐, 거짓말을 할 필요는 없지 않나?

오키드

……그건 그러네.

오키드

그래도 우린 일반인이라고. 도베르만 교관도 위험한 전장에는 우리 같이 민간인으로 구성된 팀은 안 내보낸다고 했는데, 대체 왜?

미드나이트

아, 그거 말인가. 음, 좋은 질문이야, 오키드 아가씨.

오키드

……?

미드나이트

그럼 스팟, 잠깐 쉬는 게 어때?

스팟

후아~ 맘대로 해. 어차피 난 그냥 너한테 맞춰주고 있었던 거니까. 그럼 만화책이나 가지러 가야겠다.


미드나이트

오키드 아가씨, 내가 업계에서 성공했던 비결이 뭔지 알아?

오키드

뭐라는 거야 또…

미드나이트

이건 이야기의 서론에 불과해. 어차피 대답 안 해도 계속 얘기할 거니까.

오키드

설마, 조금 잘생기고 말 좀 잘한다, 이거야?

미드나이트

그럴 리가. 물론 잘생기기도 했고, 다른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법도 잘 알긴 하지만……

스팟

우웩.

포푸카

스팟 오빠, 왜 그래?

스팟

아무것도 아냐. 인간의 가능성에 대해 새삼 깨달았달까……

미드나이트

후후, 자신감은 중요하지.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손님을 차별하지 않는 거야.

미드나이트

구체적으로 말하면…… 우리 가게, 내 앞으로 온 사람이라면, 누구든 간에 그 사람이 가질 유일한 신분은 바로 '내 손님'이라는 것, 이랄까.

오키드

그게 이 주제랑 무슨 상관인데 대체…… 설마 너한텐 모두가 똑같다는 말이 하고 싶은 거야?

미드나이트

아니지 아니지, 팀장님.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야. 물론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미드나이트

내 눈에만 똑똑해 보인다는 게 아니라, 사실이 그렇다는 거야.

미드나이트

예를 몇 개 들어 볼까. 겉으로는 강해 보이고 고지식하고 딱딱해보이는 어느 회사의 부장님도, 사실은 일을 위해서 가면을 쓰고 있는 경우가 있지. 다만 그 가면을 너무 오래 쓰고 있어서 어떻게 벗어야 할지 모르는 것 뿐.

미드나이트

겉으로는 화목해 보이는 가정의 주부도, 사실은 남편이 바람나서 독수공방하고 있지만 말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나를 찾아오는 경우도 있었어.

미드나이트

그리고, 급한 성격에 드세 보이는 어느 디자이너도, 미움받거나 남의 신뢰를 잃는 것을 두려워하기도 하고.

오키드

오늘 한번 죽어볼래 진짜?

미드나이트

하하, 내가 언제 오키드 씨라고 했어? 이런 사람들은 흔하다고.

미드나이트

내가 있던 도시에서는, 신분과 책임을 내려놓으면 모두 같아져.

미드나이트

그렇다면, 로도스 아일랜드라고 다를까?

미드나이트

위험한 곳으로 향하는 정예 오퍼레이터라고 해서, 전장 밖에서는 배터리 없는 로봇처럼 멈추게 될까?

미드나이트

아니. 그들도 바에 가서 술을 마시고 수다를 떨겠지. 온실에서 식물을 기르거나, 음악을 듣고 책을 읽기도 하고.

미드나이트

임무가 힘들다고 불평을 하거나, 너무 쉬었다고 비웃을 수도 있어. 그들도 울고, 웃고, 힘들어하고, 아파하고, 또 다치거나… 죽기도 하지.

미드나이트

이런 모습들, 우리랑 별 차이 없잖아. 안 그래?

오키드

너…… 연설에 재능이 있구나.

미드나이트

칭찬해 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오키드

하아…… 그래, 네 말도 틀리진 않아. 그냥 실감이 잘 안 나서 그래.

미드나이트

사실 이건 당신 탓이라 할 수 없지. 지금의 나 정도면 양호한 편이야. 전에 내가 있던 업계에서는, 나처럼 깊게 발을 들이면 쉽게 빠져나오기 힘들거든.

미드나이트

하지만, 오키드 씨는 달라. 당신은 떳떳한 곳에서 자랐으니까.

미드나이트

당신의 가장 큰 불만은 낮은 월급이나 피부 트러블, 어쩌면 출근길 교통체증 정도였겠지.

미드나이트

아마 이렇게 폭력과 피비린내로 가득 찬 세상은, 당신에게 새로운 세계일 거야.

미드나이트

하지만 당신은 이미 여기에 있고, 남기로 선택했잖아. 그렇다면 적어도 과거의 상식으로 자신을 얽맬 게 아니라, 이걸 이해해보려 해야 하지 않을까?

오키드

과거의 상식……

미드나이트

물론 설교할 생각은 아니야. 내가 무슨 자격으로 그러겠어? 설마 로도스 아일랜드의 '트렌드 세터'인 오키드 씨가 모르지는 않겠지?

오키드

쳇. 설마 너도 알고 있었다니.

미드나이트

아무래도 내 주위엔 흥미로운 소식들을 들려줄 오퍼레이터 선배들이 많다 보니.

오키드

다른 사람들이랑 그렇게 친해졌다고 벌써?

미드나이트

내 말을 알아듣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금방 친해질 수 있지. 이건 동야의 마왕인 이 몸의 '특수 능력'이거든.

오키드

아 예 예 그러시겠죠.

미드나이트

그러니까, 우리 오키드 아가씨에게 디자인이나 패션 코디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들이 과연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인지 아닌지는, 본인이 더 잘 알고 있겠지?

오키드

……

미드나이트

그러고 보니, 스팟. 아까 왜 호스트일 때부터 검술을 연습했는지 물어봤었지?

스팟

어? 어, 까먹고 있었네.

미드나이트

그럼 차라리, 식당으로 자리를 옮기는 건 어떨까? 조금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내가 사도록 하지.

스팟

아 귀찮은데… 안 들으면 안 돼? 별로 안 궁금한데.

미드나이트

후후, 미안하지만 어렵겠는걸.

스팟

쳇, 아까 틈 보일 때 바로 도망갔어야 했는데… 실수했네.


미드나이트

내가 쏜다고는 했지만, 이건 너무 가차 없는 거 아닌가……

스팟

애초에 그럴 필요가 있었나?

포푸카

우웅…… 맛있어! 오키드 언니, 안 먹어?

오키드

저녁 시간 지나면 안 먹어서.

미드나이트

역시, 이 시대 여성의 본보기라니까.

오키드

……

미드나이트

흠흠, 그럼 본론으로 돌아가 볼까.

미드나이트

먼저 실례를 무릅쓰고 하나 물어보지. 우리 오키드 아가씨는 어쩌다 광석병에 감염된 거지? 물론 말하기 싫다면 하지 않아도 돼.

오키드

……별로 특별할 것도 없어. 어느 날 갑자기 몸에서 결정이 자라났거든.

오키드

의료부에서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오리지늄 제품에 닿았을 거라고 하는데, 기억이 없어.

오키드

그냥 그게 다야.

미드나이트

아, 그랬군. 그래서 방금 그런 의문이 든 거구나.

미드나이트

그렇다면 내 이야기를 해볼까.

미드나이트

후배가 하나 있었어.

미드나이트

밝고, 솔직하고, 누구나 좋아할 만한, 나와는 정반대의 타입이었지.

미드나이트

물론 내가 있었던 업계에 정말로 순진한 사람은 없지만, 내가 남을 악의적으로 판단하는 편이었다면, 오히려 그 친구는 남을 믿는 쪽이었어.

스팟

난 그런 타입 별로더라.

미드나이트

그러니까 스팟은, 사실 나 같은 사람을 좋아한단 말이지?

스팟

오키드, 나르시시즘에는 약이 없나?

오키드

의료부에 가서 물어봐야겠어. 아직 가망이 있을지도 몰라.

미드나이트

후후, 방금도 말했지만 나는 모든 사람을 손님으로 생각했어. 그러니까, 손님의 신분을 보고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는 거지.

미드나이트

난 늘 의식하며 그렇게 행동했었지만, 그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행동했어. 뭐… 일종의 재능이라고도 할 수 있었겠지.

미드나이트

업계에서 넘버원이었던 난 바로 알 수 있었어. 그 사람은 나를 뛰어넘을 사람이라는 걸.

포푸카

그래서 그 사람이 미드나이트 오빠 뛰어넘었어?

오키드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았겠지.

포푸카

그래?

미드나이트

……그래. 그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미드나이트

지금 생각해보면 다 내 잘못이야. 후배는 가정환경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돈에 집착했지. 그 후배 눈에 나는, 눈이 부신 그런 존재였을 거야.

미드나이트

나만 없었다면, 분명 이 업계에서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었을 텐데… 나 때문에 후배는 점차 잘못된 길을 걷기 시작했어.

미드나이트

어떻게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 하는지, 돈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타인의 시선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 그런 것들을 일찍 알려줬어야 했는데.

미드나이트

그랬다면, 서로에게 칼을 들이대는 결과는 없었을 텐데.

오키드

후배가 너를 질투한다는 걸 몰랐어?

미드나이트

그 후배는…… 전혀 티를 내지 않았어. 어쩌면, 자기 자신도 눈치채지 못했던 걸지도 모르지.

미드나이트

후배가 처음 나를 죽일 뻔했을 때 깨달았어. 사람에 대해서 잘 안다고 했던 내 말은, 결국 전부 내 단편적인 생각이었다는 사실을.

스팟

잘 아네 마네 상관없이 너는 그냥 착해 빠졌던 거 같은데.

오키드

확실히 후배를 잘 이끌어줄 타입은 아니지.

포푸카

하지만 미드나이트 오빠는 좋은 사람이야. 포푸카가 아는걸!

미드나이트

고마워, 포푸카.

스팟

하지만 처음이라니? 두 번째도 있었어?

미드나이트

처음에는 날 거의 죽일 뻔했지. 정말 간발의 차였어. 만약 그게 후배의 두 번째 살인이었다면, 나는 죽었을 거야.

미드나이트

하지만 살아남았지.

스팟

네가 물러 터졌었다는 데 5 용문폐를 걸지.

미드나이트

아니, 무른 게 아니라, 생각조차 해본 적도 없었어.

미드나이트

그때의 나는 오키드 아가씨처럼 세상이란 원래 이렇게 악의로 가득 차고, 피비린내 나는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거든.

미드나이트

그때 나는 후배를 업계에서 내쫓을 생각밖에 하지 않았어. 그래서 그때부터 혼자 검술 연습을 했지. 그걸로 충분할 거라 생각했어. 정말로… 그거면 될 줄 알았지.

미드나이트

내 몸에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말이야.

오키드

광석병……

미드나이트

후배가 내 매니저를 매수하고, 내가 알아차릴 수 없는 수단으로 날 광석병에 감염시킨 거야.

미드나이트

그리고 그다음에 그가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그도 이미 감염자가 된 상태였어. 게다가 '친구들'까지 데려왔더군.

미드나이트

원한을 품는 일들을 지금까지 많이 봐 왔기에, 난 내가 그 원한이란 놈을 잘 이해하는 줄 알고 있었어. 하지만 그 원한이 나를 향했을 때, 난 그제서야 깨닫게 되었지. 그게 얼마나 강렬한 감정인지 말이야.

스팟

하지만 결국엔 네가 이긴 거 아니야?

미드나이트

그래. 네 눈에는 내 검술이 형편없겠지만… 이래 봬도 죽을 각오로 싸우면 깡패 열댓 명 정도는 이길 수 있을 정도거든.

미드나이트

그리고 내 손으로 후배를……

포푸카

으아아아아아앙!

오키드

포푸카, 왜 그래?

포푸카

미드나이트 오빠가 너무 불쌍해. 흐흑……

미드나이트

울지 마, 포푸카.

미드나이트

사실, 난 나의 미성숙함을 알려준 그 녀석에게 고마워하고 있어.

미드나이트

그 뒤로, 여러 루트를 알아보다 로도스 아일랜드에 대해 알게 되었고, 난 업계를 떠나기로 결심했어. 극동에 있는 사무소에서 등록을 하고, 먼 길을 떠나 결국 여기 도착하게 됐지.

미드나이트

오는 길에 많은 것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어. 그리고 로도스 아일랜드에 온 이후, 이해하게 된 게 하나 있지.

오키드

왜 날 쳐다보는 건데?

미드나이트

오키드 아가씨, 이제부터는 내 개인적인 생각인데 말이야.

미드나이트

나는 우리가 여기서 잔혹한 세계의 진실을 보았다고 해서, 그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미드나이트

우린 로도스 아일랜드의 오퍼레이터들이, 겪지 않아도 되는 고통을 겪는 게 정상이라 생각하고 있잖아.

미드나이트

하지만 우리가 온실 속 생활을 한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어. 물론, 그걸 저항할 핑계로 삼아서는 안 되겠지만.

미드나이트

삶이란 건 어디나 똑같은 거야.

미드나이트

우리가 살던 곳은, 열심히 노력해서 돈을 벌어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었지. 여기 생활도 결국 마찬가지야.

미드나이트

물론 후방 지원부를 선택해도 괜찮아. 거기서 노력하는 것도 똑같은 노력이니까. 하지만 나는 전투라는 길을 선택했어. 단지, 그것뿐이야.

오키드

……죽는 거 안 무서워?

미드나이트

분명, 누구라도 무서워하겠지.

미드나이트

그래도 말이야 아가씨, 여기에 온 뒤로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하는 상황이 일어날 거라는 건 당신도 알고 있었잖아?

미드나이트

이런 순간엔 보통 "오키드 씨를 지키기 위해 강해지겠다"는 말을 하면 가산점을 얻겠지만, 오키드 씨도 한번 제대로 생각해줬으면 해.

미드나이트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오키드

……알겠어.

포푸카

음, 모르겠어……

스팟

못 알아듣는 게 정상이야. 앞으로도 이런 고민은 할 필요 없을걸? 아 됐고, 이거 좀 더 먹어. 이거 줄게.

포푸카

와아~ 고마워! 스팟 오빠!

미드나이트

후훗, 맞아. 포푸카는 몰라도 돼.

미드나이트

쓸데없이 참견해서 미안해, 오키드 아가씨. 하지만 그 질문은, 내가 로도스 아일랜드에 와서 오랫동안 고민했던 거 였거든.

오키드

응…… 고마워.

미드나이트

오, 세상에, 신이시여! 우리 오키드 아가씨가 생전 고맙다는 말을 다 하다니! 스팟, 포푸카! 너희는 정말 내 복덩이라니까!

오키드

죽는다 진짜. 포푸카, 잘 시간이야.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해.

포푸카

에에… 더 안 들어?

오키드

들을 것도 없어.

포푸카

응…… 스팟 오빠, 미드나이트 오빠, 잘 자.

스팟

잘 자.

미드나이트

좋은 꿈 꾸시길. 아름다운 우리 두 아가씨들.

스팟

그래서 넌, 안 무서워? 우리가 네 후배처럼 되는 게.

미드나이트

후후, 잘난 척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지금은 나도 사람 보는 눈이라는 게 좀 생겨서 말이지. 예전보다는 나을걸.

스팟

어이가 없네 진짜…

미드나이트

그리고 우리는 팀이잖아. 서로 이해하는 건 좋은 일이지, 안 그런가?

스팟

그래 그렇다 치자. 네가 이런 생각을 할 줄은 또 몰랐네.

미드나이트

제대로 생각을 해둬야, 또 생각할 필요가 없지 않겠어?

스팟

간만에 맞는 말 하나 했네. 그러고 보니까, 방금 네가 한 행동 중에 대체 어떤 게 여성을 다루는 기술인 거야?

미드나이트

사실을 말하는 것, 아주 중요한 기술이라고.

스팟

그게 뭐가 어렵다고?

미드나이트

쉬우니까 중요한 거야.


포푸카

오키드 언니, 이따가 캐터펄트 언니한테 이야기 들으러 가도 돼?

오키드

미드나이트 때문에 너무 늦었어. 오늘은 안 돼.

포푸카

우웅……

포푸카

그래도 괜찮아. 오키드 언니가 기쁘니까 나도 기뻐.

오키드

응? 아까 내가 기분 나쁜 표정을 하고 있었나?

포푸카

음, 뭐라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 언니 표정, 후방 지원부에서 나왔을 때부터 계속 안 기뻤어. 근데 지금은 아니야.

오키드

그런가…… 그런 거 같네.

오키드

고마워, 포푸카.

포푸카

포푸카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오키드

후후, 네가 모르는 것뿐이야.

???

혹시 오키드 씨인가요?

오키드

응? 당신은……

소라

펭귄 로지스틱스의 소라라고 해요. 저…… 오키드 씨가 패션이나 재봉에 일가견이 있다고 들어서요. 혹시 시간 좀 내주시면 안 될까요?


6:23 p.m. 로도스 아일랜드 함선 내부

지원 오퍼레이터 A

역시 전투원 쪽으로 가시기로 한 건가요. 네… 뭐 아쉽긴 하지만, 오키드 씨의 선택이니 존중해 드려야죠.

오키드

응. 잘 맞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귀중한 경험이니까, 좀 더 해보려고.

지원 오퍼레이터A

하긴, 온종일 사무실에 앉아있는 것도 따분하죠…… 저도 전환 신청이나 할까 봐요.

지원 오퍼레이터B

아서라. 도베르만 교관 밑에서라면 신병 훈련도 못 버틸걸?

지원 오퍼레이터A

그러고 보니 그거 엄청 힘들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오키드 씨는 어떻게 잘 버티셨네요?

오키드

습관이 되면 괜찮달까……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지원 오퍼레이터A

오늘은 좀 일찍 가시네요?

오키드

뭐, 할 일이 좀 있어서.

지원 오퍼레이터A

네. 그럼 내일 봬요.

오키드

내일 봐.


오키드

아야야…… 아파라, 내가 얼마나 운동 부족인지 이제야 알았네.

오키드

문서 작성을 도와주기는커녕, 손도 못 들겠어.

오키드

휴… 정말이지, 늘 사서 고생이라니까.

캐터펄트

오키드 언니!! 여기 있었구나, 계속 찾았다고!

오키드

……왜 그래? 포푸카가 또 사고 쳤어?

캐터펄트

그건 아니고, 미드나이트가 웬일로 포푸카랑 훈련을 한대. 보러 가자!

오키드

그래…… 어차피 오늘은 뭐라 할 힘도 없다.

캐터펄트

근데 언니, 왜 갑자기 체력 훈련을 신청한 거야? 이미지랑 안 맞는데.

오키드

심경의 변화가 있었달까.

캐터펄트

그래? 그럼 안마해 줄게!

오키드

왜 갑자기 아부를 떨지? ……말해, 또 무슨 사고를 친 거야?!

캐터펄트

아, 아니거든!

오키드

이번 한 번만 믿어주지.

오키드

왜 그래?

캐터펄트

최근에 언니가 좀 변한 것 같아서.

오키드

그래?

캐터펄트

음…… 뭐랄까, 뭐라 말로 표현은 잘 못하겠는데, 느낌이……

오키드

됐어. 미드나이트가 지는 거 보러 안 갈 거야?

캐터펄트

아 그치! 얼른 가자!

오키드

정말이지…

오키드

사서 고생이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