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나아가다
도베르만의 방에 가게 된 팽과 비글은, 방 정리를 돕다가 무심코 어느 오래된 군번줄을 찾게 된다. 평소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도베르만이지만, 어찌 된 일인지 이날은 흔쾌히 자신의 과거에 대해 말해주었다.
10:21 a.m. 로도스 아일랜드 훈련장
여기다!
느려!
이런!
하지만……!
여기까지!
허억, 허억……
저번에는 못 막았는데. 좀 늘었네? 팽.
싸울수록 더 민첩해지는군. 아주 좋아.
자신의 다리 힘을 쓰는 것뿐 아니라, 속도에도 익숙해져야 한다고 도베르만 교관님이 가르쳐 주셨거든요. 이제 좀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습니다!
좋아. 너는 쿠란타의 스피드를 타고났으니 기습에 큰 도움이 될 거다. 하지만 아무리 빨라도 적이 너의 공격을 막았을 때 반응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지.
어쨌든, 이번 실전 연습은 통과다.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선생님!
이번에는 통과했지만, 다음 테스트는 더 어려워질 거다.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바로 그 정신이다.
팽 팀장님~
비글도 테스트 끝났지? 어땠어?
에, 통과 못 했어요…… 펠른 선생님의 공격이 너무 까다로워서……
기죽지 마. 다음번에 잘하면 되지.
팽 팀장님은요? 통과했어요?
응. 합격했지.
좋겠다……
으으으… 엉덩이 아파……
크루스, 왜 그래?
테스 선생님한테 엉덩이 맞았어……
어쩌다가?
난 스나이퍼 쪽이잖아. 그래서 테스 선생님하고 서로 숨어서 상대방을 찾는 훈련을 했거든. 그런데 정신 차려 보니까, 어느샌가 내 뒤로 돌아와 있더라고!
하하하하하!
그레이스 아저씨, 그만 웃어요!
다른 스나이퍼 교관들이 며칠 자리를 비워서 테스랑 훈련하게 된 건, 확실히 재수가 없었네.
그 신출귀몰함은 나도 당해낼 수가 없단 말이지. 농땡이 피울 장소를 찾던 머리를 전부 짜내는 게 좋을 거야.
쳇. 웃고 싶으면 웃으라지.
방금 라바랑 히비스도 보고 왔는데, 라바는 통과, 히비스는 탈락이야. 둘 다 먼저 돌아갔는데, 너희는?
팽 팀장님은 통과했어요.
와…… 이 배신자!
내가 왜 배신잔데?!
으으… 이번에도 또 통과 못 하면 어쩌죠……
비글, 너무 걱정 마. 기회는 아직 있으니까.
맞아. 미니 테스트일 뿐인데 뭘 그렇게 걱정해. 진짜 지옥은 오후부터라고.
하하, 확실히 오전은 도베르만 교관님이 우리 교관들한테 맡긴 미니 테스트였지. 하지만 오후의 단체 실전 테스트는 다를걸.
으으… 저런 소리 들으니까… 벌써 내 테스트 결과를 본 도베르만 선생님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만 같아…
이제 와서 후회하는 건가?
그게 아니라, 도베르만 선생님은 자기 페이스에 맞추면 된다고 했거든요. 나는 그저 페이스가 엄~청 느릴 뿐인 거지!
허허……
하지만 도베르만 선생님이 실망하실까 걱정이에요……
비글, 크루스……
자, 진지하게 하는 말인데, 이거 떨어졌다고 너무 실망하진 않아도 돼. 원래 이건, 너희를 통과시키기보다는 어떤 방향으로 노력할지 알려주기 위한 테스트니까.
와~ 짜증 나~! 코앞에서 자기가 나보다 강하다고 말하는데, 반박을 못 하겠어!
솔직히 너희나 다른 예비작전팀은 우리 교관들과 아직 실력 차이가 크지만,
우리의 목표는 너희가 뒤쫓아 갈 목표를 만들어 주는 거다.
그리고 너희가 잘 모를 수도 있는데, 로도스 아일랜드에 막 왔을 때랑 비교하면 지금이 훨씬 낫다고.
……하긴 그러네요.
음…… 그렇게 말씀하시니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너희를 책임지는 교관들은 모두 각 분야의 실력자들이란 말이지.
교관들이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알아?
설마……
맞아. 우리는 도베르만 교관님 한 사람에게 배웠거든.
상상이 안 되겠지만, 지금의 도베르만 교관님은 예전보다 백 배는 상냥해진 거야.
뭐? 도베르만 선생님이? 상냥하다고?
그레이스 아저씨도 참, 농담도 잘하셔~
농담 아닌데.
그레이스, 밥 안 먹었나! 이 정도 무게로 벌써 못 뛰는 거냐!
펠른, 생각해 봐라. 적이 방금 네 서툴고 정직한 공격을 보면 어떻게 생각하겠나!
테스, 아직 잠이 덜 깼나? 총 똑바로 안 들어?! 조준 흐트러뜨리지 마!
빅토르, 적은 물 마실 시간을 주지 않는다!
레아, 힐링 아츠보다 응급처치나 제대로 배우고 와라! 붕대 감는 게 엉망진창이야!
전원, 오늘 훈련 끝나고 훈련실 10바퀴 더 뛴다! 알아들었나?
네!
더 크게!
네!!!!
그렇게 무서웠다고요?
중요한 건, 도베르만 교관님 본인의 전투력은 그렇게 강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야. 아, 자랑 좀 하면… 전투력만 놓고 봤을 때 지금의 난 아마 도베르만 교관님과 비슷할지도.
아 쫌~ 그런 말 좀 하지 말라고요~
거 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려고 자랑 한번 해본 거다.
도베르만 교관 본인의 전투력은 강하지 않을진 몰라도, 볼리바르군 출신이니 여러 전술이나 전장에 대한 이해도는 어마무시하지.
볼리바르……
맞아. 지금 내전 중인 그 나라다. 도베르만 교관님이 대체 왜 그렇게 강해졌을까 궁금하긴 하지만, 볼리바르 시절에 대해서는 영 이야기를 안 해준단 말이지.
어쨌든, 그때는 로도스 아일랜드도 초창기라 인재가 부족했어. 그리고 뭐랄까……
그때의 도베르만 교관님은, 진짜 군인이었거든.
진짜 군인… 이라뇨?
봐봐. 로도스 아일랜드가 대단하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자유로운 편이지? 다들 자기 생활도 있고.
흐음… 이렇게 말하는 편이 더 빠르겠군. 만약 우리 때 크루스가 있었다면, 농땡이 피우는 건 상상도 못 했을 거야.
에에~? 상상만 해도 싫다아…
아, 그냥 듣고 넘겨. 도베르만 교관님도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까.
확실히 그레이스 선생님이 말한 거랑, 지금의 도베르만 선생님은 매치가 잘 안 되네요.
음…… 지금의 도베르만 선생님은 처음에는 무섭지만, 지내다 보면 정말 우리를 생각해주시는 것 같거든요.
도베르만 교관님은 항상 다른 사람을 생각해줬어. 그때도 그랬지.
그래도 말이야, 가끔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보다, 어떻게 하는지가 더 중요할 때도 있는 법이거든.
자, 수다는 이쯤 하고 정리하지. 점심 먹기 전에 씻어 둬라. 오후 단체 실전 테스트 준비해야지.
그레이스 선생님은요?
나? 다른 교관들이 매긴 너희 테스트 자료 모아다가 도베르만 교관님께 보내줘야 하는데.
아, 그건 제가 할게요.
그래? 시간 괜찮겠어?
네. 식사하러 갈 때 도베르만 선생님 숙소 쪽을 지나가거든요.
아, 그러면 저도 같이 가요.
윽, 난 됐어… 오후 테스트 전부터 도베르만 선생님을 만나고 싶진 않다고오…
그래, 그럼 부탁할게.
아 그리고, 방금 얘기, 도베르만 교관님한테 하면 안 된다. 절대로!
도베르만 선생님!
음? 둘이 여긴 웬일이지?
지나가는 길에 그레이스 선생님 대신 테스트 결과 자료를 가져다 드리려고요.
선생님, 저 통과했습니다!
어디 보자…… 음…… 나쁘지 않군.
다른 사람들은…… 크루스, 비글, 히비스커스가 탈락, 라바가 통과인가.
죄송합니다……
괜찮다. 그래도 발전했네.
크루스한텐 오후 때 각오하라고 전해둬라.
아하하하……
그래. 가서 푹 쉬어둬.
네!
저기… 도베르만 선생님. 방 청소하시나요?
그래. 주기적으로 하지.
도와드릴까요?
음? 왜지?
음, 도베르만 선생님이 저희를 이끌어 주시니까, 가끔은 도와드리고 싶어서요.
아, 그러면 저도 도울래요!
……
아, 혹시 불편하신가요?
……아니다. 단지 놀랐을 뿐이다. 너희가 날 무서워하고 있는 줄 알았거든.
그럴 리가요. 저는 도베르만 선생님을 아주 존경하는걸요.
저도요!
그래. 그러면 부탁 하마.
네!
도베르만 선생님 방에는 의외로 물건이 많네요……
음? 이상한가?
아니요. 도베르만 선생님은 방도 깔끔하고, 물건도 적을 것 같았거든요.
……막 로도스 아일랜드에 왔을 때는 별로 없었지.
하지만 나도 여기서 생활한 지 오래 지났으니까.
도베르만 선생님은 오래전부터 로도스 아일랜드에 계셨죠?
그래. 다른 오퍼레이터들보다는 그렇지.
도베르만 선생님은 어떻게 로도스 아일랜드에 오셨나요?
……
아… 죄송해요. 불편한 화제인가요?
아니다. 지금 할 이야기는 아니니, 나중에 해주지.
알겠습니다, 기다릴게요!
너도 궁금한가?
네? 네…… 네! 도베르만 선생님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요.
더 알고 싶다……라.
훗.
옷장도 청소해야겠다……
어? 도베르만 선생님, 이건 군복인가요?
음? 어.
내가 군을 떠날 때 남겨둔 기념품이지.
정말 멋진 군복이네요.
그렇구나…… 그럼 선생님은 어느 쪽에 계셨나요?
볼리바르에 대해 알고 있는 것 같군.
그래, 비글도 출신은 볼리바르였지? 그러다 나중에 컬럼비아로 이민을 간 거고.
네. 볼리바르에 대해선 부모님한테만 들어서 궁금해요.
아, 오해는 하지 말아 주세요. 이것 때문에 온 건 아니고요……
괜찮다. 이것 때문에 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지……
이쪽으로 와서 커버 좀 당겨줄래?
네!
이걸로 됐다. 고맙다.
볼리바르에는 세 개의 세력이 있다. 첫 번째는 라이타니엔의 꼭두각시 정부다. 그들이 주도한 컬럼비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공적 덕분에, 명목상으론 공식 세력이 되었지.
두 번째는 의회에서 세분화된 자치 정부다. 계속 꼭두각시 정부를 휘어잡아 자신들이 그 위치로 올라갈 기회를 엿보고 있지. 그렇게 정부에 반기를 들 수 있는 건, 그만큼 충분한 자금줄이 있기 때문이겠지만.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두 세력의 싸움에 지쳐 들고일어난 국민들로 이루어진, 볼리바르 저항군이다.
당시 나는, 자치 정부 소속의 대령으로 있었다.
우와~ 대령이라니, 대단해요!
대령… 확실히 높은 계급이네요.
……그래, 높지.
옷장 위를 닦을게요. 보통 이런 데 먼지가 많이 쌓이거든요.
영차~!
어라, 뭐가 떨어졌네?
이건…… 금속판?
어?
그건…… 군번줄이다.
군번줄이요? 로도스 아일랜드의 신분증 같은 건가요?
그래. 군대에서는 신분을 파악하기 위해, 모든 병사들에게 부대 번호와 이름이 적힌 명찰을 지급하지.
아, 진짜다. 뭐라 적혀 있네요.
도베르만 선생님, 봐도 될까요?
그래.
앨……런, 후……안, 호……세, 이름 세 개 정도만 알아보겠어요. 나머지는 약칭 같은 건가? 잘 못 알아보겠네요……
소속 부대와 관련된 거니,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지.
선생님이 이 군번줄을 가지고 계신다는 건……
그래. 다들 죽었다.
아…… 그럼, 소중한 전우들이었나요?
소중하다라……
대령, 자네 부하들의 죽음이 아주 큰 도움이 됐네.
너무 슬퍼하지 말게. 자네 부하들이 죽어준 덕분에 내 명성이 지켜졌으니. 이걸로 대령도 상부의 처벌을 받진 않겠지.
조사? 이번 건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걸세.
진실이 뭐 어쨌다는 겐가? 대령,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아름다움이야. 혹은 아름답지 않더라도 영예로운 결과가 필요하지. 진실 따윈 아무도 신경 쓰지 않네.
대령, 자네의 신분을 생각하게. 일개 평민 병사인 자네를 여기까지 이끌어준 게 누구인가!
친하진 않았다. 심지어는, 말도 몇 마디 섞지 않았지.
하지만, 나에게는 소중한 사람들이었어.
네?
……청소도 다 끝났으니, 이쪽으로 와라.
저기……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요? 도베르만 선생님?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 물건들은 남에게 보여주지 못할 만한 것도 아니거든. 그렇지 않고서야 아무렇게나 내버려 뒀을 리가 없지.
하지만 너와 팽이 물어봤던 것 덕분에 떠오른 게 있어서, 잠깐 얘기해 줄까 한다.
어…… 그…… 여, 영광입니다!
그러니 긴장하지 말고 앉아라.
나의 과거가 궁금하다면, 언젠가는 알려주마.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대신 너희에게 묻고 싶은 게 하나 있다.
병사의 가장 큰 특징이 뭐라고 생각하나?
네? 이건…… 시험인가요?
아니. 그냥 편하게 대답하도록.
후… 다행이네요.
글쎄요…… 음…… 전투를 잘하는 건가요?
훈련을 받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 싸울 수 있게 되지. 이곳의 오퍼레이터들처럼 말이야. 너희도 곧 그렇게 될 테니, 그건 큰 특징이 아니다.
설마, 강력한 무기를 쓸 수 있는 건가요?
확실히, 많은 제식 무기들을 군에서 쉽게 접할 수 있긴 하지만……
그래도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보았듯이, 누군가는 결국 다른 루트를 통해 무기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그럼, 수가 많다는 겁니까?
음…… 맞는 말이다. 군대는 민간 조직보다 머릿수에서 월등히 앞서니까.
지금 로도스 아일랜드의 규모만 하더라도, 일개 소형 국가의 이동도시 주둔군 정도의 수준은 되겠지.
에에?! 로도스 아일랜드도 엄청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민간 조직의 수준으로 비교하자면 로도스 아일랜드는 이미 훌륭한 편이지만, 함부로 국가에 대항할 생각은 해선 안 돼.
하지만 대단한 오퍼레이터들이 많잖아요? 예를 들면, 아츠로 한번 휙~ 하면 다 불태워버릴 수 있는 스카이파이어 씨라던가…… 대단하잖아요.
하지만 수적 우세인 상대를 만난다면? 어느 정도 강하지 않으면, 전세를 뒤집기는 어렵잖아?
경비대에 있을 때 봤던 거스 기억해? 거스는 경비대에서 가장 힘이 셌지만, 그래도 열댓 명이 덤벼든다면……
그래, 개개인으로 봤을 때는 평범하더라도, 머리수로 밀어붙이면 이야기가 또 달라지지. 비글 혼자서는 스카이파이어를 이길 수 없겠지만, 비글이 열 명이라면? 백 명이라면? 생각해봐라.
제, 제가 백 명이나요? 스카이파이어 씨가 깔려 죽을지도 모르겠는데요……
죄송해요 스카이파이어 씨……
훗, 그래. 전쟁사에도 개인의 실력이 국가 단위의 전쟁에 영향을 끼친 기록은 없다.
후…… 본론에서 조금 벗어났군. 내가 예비작전팀에게 체계적으로 군대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던 것은, 너희가 알아봤자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너희가 이 지식을 사용할 기회가 없기를 바란다. 한 귀로 듣고 흘리도록.
그래서, 결국 정답은 '머리수' 인가요?
그래. 나쁘지 않은 생각이군. 하지만 이것은 군대의 특징이지, 사병의 특징은 아니다. 다시 생각해 보도록.
음……
명령에 복종하는 것, 인가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경비대에 있을 때, 대장님이 말해줬던 게 생각났습니다. 병사는 어떤 상황이든지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고요.
맞아.
앗, 정답인가요?!
그래. 병사의 가장 큰 특징은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다.
생각하지 않는 병사야말로 가장 훌륭한 병사라는 말도 있지. 군대가 필요로 하는 것은 명령에 대한 복종이지, 병사의 생각이 아니다.
하지만, 그건 너무 잔인하잖아요?
더 잔인한 건 전쟁이니까. 전쟁에 참여했을 때 생각을 포기하는 것은, 일종의 해방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연한 의문이다. 잔인하지 않은가? 병사는 사람이 아닌가?
물론, 병사는 기계가 아니다. 그 누구보다도 죽음에 가까운 존재지.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자신이 무엇을 마주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어.
그럼, 자신이 멍청하기 짝이 없는 명령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병사의 사기를 과연 북돋울 수 있을까?
못…… 하겠죠?
물론이다. 그럴 땐 보통 두 가지를 할 수 있지. 뭔지 알겠나?
……아니요.
하나는, 병사가 자신이 멍청한 명령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게 하는 거다.
하지만 그건 어렵지. 자신이 어떤 위험에 처했는지는 전선에 나간 사람이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들을 속이는 건 멍청한 짓이야.
이런 짓을 할 수 있을 정도라면, 아예 처음부터 잘할 수 있었겠지.
또 다른 하나는, 올바른 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네?
궤변같이 들리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어떻게 병사가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전장에 나가게 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해야 병사가 자신이 받은 명령을 의심하지 않게 할까?
답은 간단하다. 병사들이 믿을 수 있는, 정확한 명령을 내려주면 된다.
하지만 이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지.
나는 자치 정부를 떠난 뒤 저항군에 들어갔었다. 하지만 그곳도 결국 떠나게 되었지. 거기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에에에?! 도베르만 선생님, 저항군에도 들어가셨나요?!
그래. 옷장 아래 두 번째 서랍에 사진이 한 장 있다. 봐도 좋아.
와… 진짜다. 선생님, 진짜 멋있으세요.
저도 볼래요!
우와, 진짜네요.
다 봤으면 제자리에 두도록.
거기에서도 좋은 기억은 없었다. 결국 볼리바르를 떠나 이리저리 떠돌다, 로도스 아일랜드에 오게 되었지.
사실, 별다른 기대는 없었다.
하지만 로도스 아일랜드는 나에게 놀라움을 주었어.
병사는 자신이 멍청한 명령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른다.
이게 바로 정확한 명령의 필요성이다.
로도스 아일랜드는 이걸 해냈어.
(작은 소리로) 팽 씨, 알아들었어요?
(작은 소리로) 조금은……
내가 말한 것을 모두 이해할 필요는 없다. 이건 단지 내가 느낀 점일 뿐이니.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로도스 아일랜드를 소중하게 여기라는 거다.
안심하고 너희 자신을 로도스 아일랜드에 맡겨도 좋아. 너희가 왜 싸우는지 모른다고 해도, 그것 때문에 무언가를 잃을 일은 없다.
오래된 질문이 하나 있지. "앞으로 나아가면 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자신이 나아가는 방향은 정말로 '앞'이 맞는 것인가?"
이 질문에 답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로도스 아일랜드가 가르쳐준 길을 따라간다면, 틀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로도스 아일랜드가 가르쳐준 길을 따라가라…… 도베르만 선생님이 하시고 싶은 말씀을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음, 그러니까, 로도스 아일랜드는 좋은 곳이라는 거죠?
……후훗, 그래. 그렇게 생각하면 된다.
이곳은 이상주의자들이 작은 소망을 위해 목숨을 걸고 지키는 유토피아니까.
저도 로도스 아일랜드가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도베르만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좋은 곳일지는……
후후,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거다.
자, 청소에 내 이야기까지 듣느라 시간이 많이 지났구나. 밥 먹어야지.
아, 진짜다! 벌써 1시예요!
그래. 청소하느라 수고했다. 먼저 가서 식사해라. 나도 곧 가지.
네. 말씀 감사했습니다, 도베르만 선생님. 돌아가서도 잘 생각해 볼게요.
저도요!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다.
아 그리고,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방금 내가 한 얘기가 테스트에 나올지도 몰라.
만약 내가 말한 대로 대답한다면, 너희는 0점이다.
에에에에?! 너무해!
꼭, 꼭 열심히 생각할게요! 말씀 감사합니다, 도베르만 선생님!
……
선생님이라……
어느새부턴가, 나도 이 신분에 익숙해졌군.
나를 거쳐 간 수많은 학생 중에, 나를 뛰어넘은 녀석도, 밝은 미래가 있는 녀석들도 있었지.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난 새로운 목표를 찾았다. 아미야와 켈시 선생이 나를 위해 그려준 미래. 하지만……
앨런.
후안.
호세.
나의 뿌리는 여전히 볼리바르에 있다.
언젠가는, 돌아가 봐야겠지.
……언젠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