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아테누스 복수록

ME-5합류

사이드 스토리작전 전2026-06-22

리라를 복구하려던 티티는 리라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고, 그 사실을 알게 된 부대사 베누이에게 주도권을 빼앗기고 만다. 베누이는 시정감독관을 압박하고, 시정감독관은 하는 수 없이 크산토스를 감옥에 보낸다.

등장 오퍼레이터: 티티, 바르카리스


미오

(쿨쿨 자는 중)

미오

(귀를 긁적인다)

미오

메제티케티!

티티

……

미오

아침 댓바람부터 코빼기도 안 보이더니, 이제는 문을 쾅 닫아서 내 단잠을 깨워? 교환식에 쓸 리라는 다 고쳤어? 아테누스에서 노는 게 너무 재밌어서 할 일을 내팽개친 건 아니겠지?

티티

……리라를 고쳐 봤자 소용없어……

미오

이렇게 쉽게 포기한다고? 꼬맹이, 너 유학 가서 수업 제대로 안 들었지? 실력이 모자라서 그 작은 균열도 못 고치는 거 아니야?

티티

메우고 채색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아. 다만, 저 균열로 망가진 건 리라만이 아니라……

미오

무너져 가는 네 마음?

티티

그리고 사르곤의 신뢰도.

미오

뭐?

티티

케레세이라의 리라는 내가 본 문화재 중에서도 가장 완벽하게 보존된 것 중 하나야.

티티

목제 악기는 그 특성상 몸체에 아주 작은 충돌만 있어도 원래의 음색이 변할 수 있어.

티티

그래서 우린 특히 조심해서 감정 작업을 진행했고, 조금이라도 리라를 손상시킬 가능성이 있는 검사 방법은 쓰지 않았지……

미오

그 말은 박물관에 있을 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어……

미오

“장식의 문양과 현의 재질, 도색 기법으로 보아 이 문화재는 전형적인 미노스 양식이며, 문헌 내용과 대조해 보면 이게 케레세이라의 리라일 가능성이 극히 높다.”…… 뭐, 이런 거 아냐?

티티

그런데 어젯밤, 리라를 수리하는데 뭔가 좀 이상했어……

티티

균열에서 떨어져 나온 나무 부스러기를 보면, 분명 고대 미노스에서 리라를 만들 때 주로 사용한 삼나무가 맞는데, 단면의 결이 뭔가 부자연스러웠어.

미오

영웅의 무기라면 당연히 천 년 묵은 고목으로 만들었을 테니, 나뭇결이 조금 있는 것도 당연하지.

티티

아니, 그건 자연스러운 나뭇결이라기보단, 사르곤 특유의 건조 방지 공정에 가까웠어.

티티

예전에 악기 제작을 다룬 고서에서 봤는데, 미노스의 초목은 수분 함량이 풍부하지만, 사르곤은 대부분 지역이 건조하잖아.

티티

그래서 미노스에서 수입하는 목재라도 습도 부족으로 인한 균열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특수 처리를 한다고 했거든.

티티

이 리라의 단면에는 건조 방지 공정을 거친 것 같은 흔적이 있어.

미오

그러니까, 그 리라는 케레세이라가 사용했던 진품이 아니라, 옛날 사르곤인이 미노스의 목재로 제작한 가짜라는 거야? 지나친 억측 아닐까?

티티

나도 믿고 싶지 않아. 하지만, 조금 전에 나무 부스러기를 갖고 화학 실험실에 다녀왔어.

티티

실험 결과, 목재에 특수한 화학 물질이 섞여 있었어. 100여 년 전 사르곤의 수지였지……

미오

음……

티티

리라의 외형만 보면 정말 흠잡을 데가 없어. 원형을 훼손하면서 시료를 채취하지 않는 한, 가짜라는 걸 알아차리기는 아주 어려워. 아마 파디샤 케리도 몰랐을 거야.

티티

서둘러 이 일을 리디아 시정감독관에게 알려야겠어. 케레세이라 조각상이 내려다보는 자리에서 가짜 리라로 미노스의 신뢰를 살 수는 없어.

티티

교환식을 중단해야 해!

???

하지만 메제티케티 대사의 임무는 교환식을 무사히 '완수'하는 거지.

티티

베누이 씨……

베누이

출발 전에 우린 파디샤께 맹세했어. 3대 도시 건설 시기의 자료를 갖고 돌아가지 못한다면, 네가 사르곤 대사라는 직함을 달 자격이 있을까?

티티

……

티티

당신 말이 맞아. 대사로서의 업무가 내 직책이지. 하지만 감정은 내 전문분야이기도 해. 이렇게 중대한 오류를 알고도 허위로 꾸며낼 순 없어.

베누이

내가 말했었지, 넌 정치적 감각이 없다고. 사절단의 책임자보다는 박물관 관장 자리를 더 좋아하는군.

베누이

문화재 교환식에서 중요한 건 '문화재'가 아니라 '교환식'이야. 문화재가 가짜면 어때? 그래도 소리는 나잖아?

티티

당신, 가짜 리라로 교환식을 치를 셈이야?

티티

절대 안 돼!

베누이

진짜 리라의 행방은 알 길이 없고 교환식은 코앞이야. 지금 상황에 무슨 수가 있다는 거지, 메제티케티 씨?

베누이

사절단이 출발하기 전, 메나트 하마이트의 전당에서 파디샤 케리께 네가 말했었지. 넌 미노스의 영웅 이야기를 좋아하고, 어렸을 때부터 현실 속 진정한 영웅의 기개가 어떤 건지 알고 싶었다고 말이야.

베누이

설마 네가 말하는 영웅의 기개라는 게, 자기 의견만을 고집해 양국 수교 이후 처음 성사된 문화 교류 행사 자리에서 조국에 망신이나 주는 건 아니겠지?

베누이

아, 그러고 보니 아프지도 않으면서 앓는 소리나 하던, 아무짝에도 쓸모없던 네 아버지와 다를 게 뭐가 있어?

베누이

너희 가문을 몰락시키고, '나수투 마샤예르'라는 이름을 다른 귀족들의 비웃음거리로 전락시킨 건 네 아버지였잖아.

베누이

네 아버지는 문학에 심취해 책임을 저버린 것도 모자라, 자녀 양육까지 포기하고, 자기 딸이 영웅의 모습을 본인이 아닌 책에서 찾게 했지.

티티

이 일은 내 아버지랑 상관없어! 내가 미노스 전설을 좋아하는 건 그저……

베누이

“사르곤 사절단인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교환식을 무사히 완수하는 거야. 개인의 집념이나 자부심 따윈 중요하지 않아.”

베누이

이건 네가 한 말이야.

티티

……

티티

교환식 전까지 방법을 찾을 거야. 아무리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도, 가짜를 내세우는 건……

베누이

정말 꽉 막혔군.

베누이

그렇다면, 네가 방법을 고민하는 동안, 내가 대신 사르곤 대사로서 해야 할 일들을 하겠어. 애초에……

베누이

시정감독관과 초청된 귀빈들 눈에 넌 그저 의욕만 앞선 어린애이자, 신전에서 허드렛일이나 하는 책임자에 불과해. 그리고 시정감독관과 협상하는 나야말로……

베누이

진정한 사르곤 대사야.

티티

……


카산드라

안녕하세요. 저를 모르실 수도 있겠지만, 최근에 계속 목장을 방문했으니, 이곳의 목자인 멜리타 씨에겐 낯설지 않은 방문객쯤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카산드라

좀 비켜주시겠어요? 울타리에 기대지 말고요. 네?

버든비스트

(눈꺼풀을 잘게 깜빡인다)

카산드라

낮잠을 깨우려던 건 아니에요. 이슬을 머금은 풀을 가져왔는데,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네요?

버든비스트

……

카산드라

베리도 좀 가져왔는데, 좋아하세요?

버든비스트

……

카산드라

음, 더는 드릴만 한 게 없네요. 그럼……

카산드라

선생님, 혹은 여사님, 혹시 해몽을 해드릴까요?

버든비스트

(울타리에 이를 긁는다)

카산드라

……

???

콜리플라워는 여자아이예요. 베리는 당분이 너무 높고, 풀은 포만감이 부족하니까, 무를 줘야 주의를 끌 수 있을 거예요.

???

물론 예외도 있어요. 버든비스트는 열이 나면, 가장 좋아하는 먹이를 줘도 꿈쩍하지 않아요……

???

그럴 땐 잎사귀에 물을 가득 받아 주둥이의 긴 뿔에 한 번에 끼얹어 열을 식혀주세요. 그러면 괜찮아져요!

카산드라

멜리타 씨는 버든비스트를 정말 잘 아시네요. 버든비스트를 유인할 때 신경 쓸 게 이렇게 많았군요.

멜리타

헤헤, 그럼요. 이 녀석들은 사람 말을 잘 듣는 백비스트가 아니에요. 전문 목자라면 100가지에 이르는 방법 정도는 숙달해야 버든비스트를 빠르게 유인할 수 있어요.

멜리타

이렇게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버든비스트 무리가 목자를 친근하게 대할 수 있는 거죠.

멜리타

그렇지? 콜리플라워……

버든비스트

(꼬리를 흔든다)

버든비스트

(일어나 자리를 뜬다)

멜리타

……

멜리타

다른 목자보다 버든비스트를 유인하는 방법을 더 많이 알고 있는 건, 제 재능일지도 몰라요.

카산드라

어쨌든 콜리플라워를 다른 데로 유인해주셔서 고마워요, 멜리타 씨.

멜리타

에이, 별것도 아닌걸요.

멜리타

엔디미온 신전의 제사장님이 우리 버든비스트 목장을 좋아해 주신다는 건, 이곳이 영웅의 가호를 받은 곳이라는 뜻이겠지요. 우리에겐 더없이 기쁜 일이에요.

카산드라

폐가 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입니다.

멜리타

그럴 리가요! 카산드라 씨는 항상 여기서 경치와 울타리만 구경하다 가시잖아요.

멜리타

얼마 전에 울타리 간격이 너무 넓어서, 버든비스트 새끼가 그 사이로 빠져나가진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는데, 제 마음을 헤아려 주시고는 며칠 만에 튼튼한 실로 보강해 주셨잖아요.

카산드라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멜리타

정말 친절하세요. 참, 오늘 저는 발굽을 다듬어 줘야 할 버든비스트가 있어서요. 이만 가볼게요.

카산드라

……

카산드라는 허리를 굽혀 버든비스트가 기댔던 '보강된 울타리'에 몸을 기울였다. 정밀한 간격의 실이 세로로 배열되어 햇살 속에서 은은한 빛을 발했다.

그녀는 손을 뻗어 실 한 가닥을 퉁겼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잔잔한 산들바람만이 평소처럼 풀밭을 스쳐 갈 뿐이었다.

카산드라

하긴, 튼튼한 버든비스트가 들이받아도 아무 소리가 안 나는데……

카산드라

시간이 얼마 없어. 대체 언제 다시 울릴 거야?


리디아

베누이 님, 이번에 오신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리디아

걱정하지 마세요. 교환식은 사소한 일에 흔들리는 일 없이 양국 관계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반드시 순조롭게 진행될 것입니다.

베누이

사소한 일이라고요?

리디아

크산토스는 5년 전에 아테누스에 왔습니다. 나루터 관리인 및 뱃사공으로 일했고, 이후 제사장 학원을 중퇴한 학생 리케이온을 제자로 받았어요.

리디아

두 사람이 공모해 메제티케티 대사의 방에서 대사님의 개인 물품을 훔치려 했으나 실패했고, 현재는 유치장에서 치안 관리 절차에 따라 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리디아

대사님께서 더는 추궁하지 않겠다고 하셨으니, 이 일은……

베누이

그건 순진한 사건 당사자이자 제1신전 재건 책임자인 그녀가 무지한 대중을 안심시키기 위해 내놓은 해명이지, 존귀한 사르곤 대사가 해당 사안에 대해 내린 판단이 아닙니다.

리디아

음, 베누이 님은 메제티케티 님의 시각이 다른 모양이군요.

리디아

시정감독관으로서 이 일은 제가 당연히 책임지겠지만, 두 분께서 합의하시고 나서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 다시 알려주시죠.

베누이

제 뜻을 잘 알 텐데요, 리디아 시정감독관. 더 이상 떠보는 짓은 그만두세요. 지금은 제 의견이 곧 사르곤 사절단의 입장입니다.

베누이

애초에 문화재 교환식이 계속 연기되지 않았다면, 리라가 도난당하거나 훼손되는 참사가 벌어졌을까요?

베누이

당신이 양국 외교에 성심성의껏 임하지 않았을 가능성조차 의심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의도적으로 교환식을 미뤘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 또한 당신의 계획이 아닐까 싶네요.

베누이

시정감독관이라는 직책은 아테누스에서 행정 개혁이 이뤄진 후 새로 만들어진 거라고 하던데요. 당신은 이 사안을 추진하는 데 크게 이바지한 덕에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죠.

베누이

만약 양국이 공식적인 수교를 맺은 후 진행되는 첫 문화 교류 행사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베누이

축하합니다. 당신은 아테누스 시민들이 기억하는 유일한 시정감독관이 될 거예요.

리디아

……

리디아

문화재 교환식 준비 작업은 제 가장 중요한 임무가 맞습니다. 다만, 최근에 업무가 바빠 직접 챙기지 못했어요. 제 불찰이에요.

리디아

베누이…… 대사님은 이번에 일어난 '리라 도난 및 훼손' 참사를 어떻게 보시죠?

베누이

범인들은 거칠고, 야만적이고, 무지하며, 근거 없는 원한으로…… 사르곤과 미노스의 우정을 상징하는 문화재를 훔치고 훼손했지요. 정말 실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베누이

제가 메나트 하마이트 문화 사업을 총괄하는 30년 동안, 미노스는 “사르곤은 점령 기간에 약탈해 간 문화재들을 반환해 주길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서한을 여러 차례 보냈어요.

베누이

조국의 문화재를 그리도 소중히 여기는 미노스인들의 마음을 생각한다면, '국보'를 훔친 그 두 도둑에게 더 엄중한 처벌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요?

리디아

저희가 미노스 법에 따라 정황을 참작해 판단할 겁니다. 다만 엄중한 처벌은……

베누이

솔직히 말해, 저 역시 아테누스 시민들에게 사르곤인이 횡포를 부린다는 부정적인 인상을 남기고 싶진 않아요. 그건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 사절단이 원하는 바가 아니기도 하죠.

베누이

하지만 지금은 시기가 시기인 만큼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당신도 알다시피, 5년 전 사르곤과 미노스가 정전협정을 맺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평온해진 건 아니지요.

베누이

사르곤의 파디샤들은 정복과 무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주 익숙합니다. 가급적이면 그들이 노하게 할 빌미를 주지 않는 편이 현명하지 않겠어요?

리디아

……

리디아

크산토스와 리케이온 사제는 국보를 훔치고 훼손하기로 공모했으며, 불순한 의도를 품고 문화재 교환식을 망치려 한 걸로 모자라……

베누이

심지어 '반역' 혐의도 있지요.

리디아

……

리디아

즉시 사형수 감옥에 가두죠.

베누이

고마워요, 믿음직한 시정감독관. 며칠 뒤에 열릴 교환식이 아주 기대되는군요.


교도관

들어가.

리케이온

무슨 일이죠? 미노스 법대로라면, 판결이 나오기 전에 이감되는 경우는 극히 드문데요.

교도관

특수한 상황이라, 나는 지시를 따르는 것뿐이야. 가능한 한 얌전히 굴어…… 너그러운 처분을 받을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잖아.

리케이온

……

크산토스

너는 그 사르곤 대사가 리라를 훔친 두 미노스인을 감싸 줄 거라고 진심으로 믿었구나.

리케이온

대사가 치안관에게 하는 말을 우리가 직접 들었잖아요. 만약 죄를 물으려 했다면, 사람들이 몰려 있던 그 순간이 가장 쉬웠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크산토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법이다. 문화재 파손 평가서를 꺼내 들고 시정감독관과 치안관을 압박했다거나…… 사르곤 사절단이 취할 수 있는 수단은 얼마든지 있어.

크산토스

사형수 감옥이라니, 우릴 아주 대단하게 봤나 보군.

크산토스

후회가 될 거다, 리케이온. 호텔 주방을 들이박은 건, 지금 우리에게 씌워진 죄명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리케이온

약탈자들의 손에서 본래 우리 것이었던 물건을 되찾은 일을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영웅의 이야기를 노래하기 위해 존재하는 케레세이라의 리라가 거짓 평화를 위해 연주될 리도 없고, 연주되어서도 안 돼요.

리케이온

크산토스 선생님, 저는 선생님의 과거를 알아요. 제가 전쟁에 직접 나가본 적은 없지만, 선생님의 결정은 존중해요. 선생님의 계획을 알면서 선생님 혼자 위험을 감수하게 둘 수는 없었어요.

리케이온

2년 전, 선생님께서 제 목숨을 구해주셨죠.

크산토스

네가 오리지늄 조각에 베였을 때, 활쏘기 연습을 하던 초원에서 밤새 너를 업고 내려온 건 네 제사장 학원 동기인 헤카데모스였다.

크산토스

나는 그저 성직자의 길을 더는 가고 싶지 않아 하는 학생 하나를 거뒀을 뿐이야.

리케이온

감염 후 저는 제사장이 될 수 없게 됐어요. 제사장은 영웅들과 교감하며, 미노스인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신성한 직업이니까요. 저는 할 수 없죠.

리케이온

헤카데모스는 그저 자기의 변론 상대가 사라진다는 걸 아쉽게 생각했을 뿐이에요……

크산토스

리케이온, 너 자신을 속이지 마라. 그러다가는 진실을 마주해야만 할 때 더 큰 고통을 겪고 말 테니까.

리케이온

크산토스 선생님?

크산토스

나의 절친한 벗은 신탁을 받아 이동도시 안의 기술들을 갖고 내 고향에 왔었지. 우린 황폐한 늪지대에 마을을 세웠다.

크산토스

마을 사람들은 모두 그 친구를 존경했지만, 그 친구는 깊은 밤마다 근심했어.

크산토스

그때 나는 나를 속이고, 그 녀석도 설득하려 했다. 꿈속의 강이 피로 물들어서가 아니라, 상류에서 철가루가 같이 떠내려와서 붉은 거라고. 네가 받은 신탁은 우리 곁에 오는 것이라고 말이다.

리케이온

하지만 친구분은 믿지 않았군요……

크산토스

그 녀석은 일찌감치 전쟁터로 향할 준비를 끝냈어. 끝까지 자기기만에 빠져 있던 건 바로 나였지.

리케이온

……

쉰 목소리

강…… 하하…… 요즘 세상에도 그런 꿈을 꿨다고 목숨 걸고 사르곤인과 싸우러 나서는 멍청한 놈이 있단 말인가?

쉰 목소리

그리고 너희 둘도 사르곤인의 물건을 빼앗으려다가 잡혀 들어왔고?

크산토스

어르신, 케레세이라의 리라는 잃어버린 문화재고, 우리 미노스인의 것입니다.

쉰 목소리

그렇다면, 더 그럴 가치가 없지……

부랑자?

100년 전 사르곤이 미노스의 땅을 침략한 뒤로, 온전히 우리 것이라고 부를만한 물건이 남아 있기나 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