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6에메랄드
캐스터는 '회색 모자'에게 엔시오데스가 광산에 숨겨둔 비밀을 찾을 것을 명령하고, 정식으로 사건에 개입하기 시작한다. 한편, 엘레나는 자신이 발견한 내용을 노시스에게 편지로 알리고, 엔야, 조안나와 함께 광산에 '천체 물질'의 추락 지점을 찾으러 간다.
등장 오퍼레이터: 아스트젠 더 라이트체이서, 프라마닉스, 스노우헌터
얼마나 더 걸리지?
조급해 마시죠, 벨링엄 씨.
아시겠지만, 공작님께서는 요즘 바쁘십니다. 매일 많은 손님을 만나야 해서요.
기억하고 있겠지? 지난번에 내가 여기에 왔을 때……
하……
그래서…… 요즘 기분은 어떤지 물어봐도 되나?
그래도 좋은 편입니다. 카시미어인과의 협상이 끝나가고 있으니까요……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풀 죽은 모습의 한 신사가 빠른 걸음으로 '회색 모자'의 곁을 지나갔다.
'회색 모자'는 그가 신문사의 데릭 주임이라는 걸 알아봤다. 땀을 닦는 그의 손이 끊임없이 떨리는 걸 보니 최근 여론이 좋지 않은 모양이었다.
……오늘은 예외일 듯하군요.
밖에 있는 건, 벨링엄인가? 밖에서 기다리지 말고, 들어오라고 하게.
집사가 고개를 끄덕이자, '회색 모자'는 잠시 주저하다가 방 안으로 들어섰다.
정중앙에 앉은 캐스터 공작의 옆에 한 젊은 귀족이 서 있었다.
……그리고, 자네가 만나기로 한 카시미어 대표는 어떤 사람이지?
상인입니다, 공작님.
그래, 카시미어……
그자에게 전하게. 내 조건에 동의한다면 금수조치 된 산업 장비 일부를 특별히 풀어줄 것이라고.
그들에게 값싼 광물을 구할 길은 얼마든지 있지, 꼭 쉐라그가 아니어도 상관없을 걸세.
기술과 장비, 특히 오리지늄 쪽에서 그들의 요구치를 충족할 수 있는 건 빅토리아뿐이라고 전달하겠습니다.
아니.
자네는 캐스터 가문의 후예 아닌가. 확실한 정보는 하인을 시켜 전달하면 된다네. 우리는 항상 여지를 남겨 두어야 해.
카시미어인은 우리가 가진 자원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으니, 상상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알겠는가?
알겠습니다. 분명 상대가 백기를 들 것입니다. 장담하죠.
“언제나 약속을 지킬 것”, 만약 지킬 수 없다면, 입을 다물어야 하는 법이지.
카시미어의 대표에게도 그렇겠지만, 내게는 더욱 그래야 한다네.
이제 가보게.
예…… 죄송합니다, 공작님.
자네에게 또 저 못난 꼬마 녀석들을 교육하는 꼴을 보였구먼.
벨리.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작님.
집안 문제는 일단 접어두지. 먼저 나간 신사를 봤는가?
제가 잘못 봇 게 아니라면, 뉴스와 언론을 담당하는 데릭 씨였습니다.
그자는 오늘 내게 쉐라그와 빅토리아의 부정적 뉴스가 모두 통제되고 있다고 보고해야 했다네.
그런데 자기는 할 수 없다면서 한참 동안 불평을 늘어놓더군. 파견된 제작진과 소통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고, 그쪽에서 보내온 녹화본을 내가 확인해 줬으면 한다고 하면서 말일세.
……
만약 그자가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다면, 내 인내심도 부족하다는 것을 알아야 했을 걸세.
그래서, 좋은 소식은 있는가, 벨리?
……예, 공작님.
라인 랩 관측소에 있는 정보원이 보내온 정보가 정확했습니다. 쉐라그와 카시미어 연합 광산에 정말로 수상쩍은 점이 있더군요.
정보원이 제공한 단서를 토대로 광산에 사람을 보내 이 데이터 테이블을 확보했습니다.
자, '포인트'를 바로 짚어보게.
이 부분, 그리고 다음 페이지의 이 부분을 보십시오……
전자는 해당 광산의 일일 채굴량이고, 후자는 매입량과 수출량입니다. 마지막 페이지는 광산의 재무제표인데, 순이익에 주목해 주십시오. 지난 2개월 대비……
차액이 엄청나군…… 이 광산은 계속 적자를 보고 있는 걸로도 모자라서 채굴량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적자 규모가 더 커지는군.
맞습니다. 이 광산의 수입 기록도 찾았는데, 한번 보시죠……
음? 대형 광산에서 동일한 광물을 추가로 수입하다니……
저는 이것이 저희가 최초에 했던 예상을 증명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연합 광산'이 사실은 카란 무역회사의 군수 공장이라는 예상이죠.
……
그게 숨겨둔 비장의 카드인가? 그걸 외국과의 합자 광산에 뒀다고?
그래서 저를 포함한 특수대원들이 처음에 그곳을 눈여겨보지 않았던 겁니다…… 상식적으로 그런 모험을 할 사람은 없으니까요.
……주의력이 미치지 않는 곳에 돌을 놓는 게 그의 스타일이기는 하지.
그래도 아직 하나 모자라군, 벨리.
인정하긴 싫지만, 웰링턴이 행동한 이후, 우리의 힘을 강화하는 건 시급한 일이 됐다네.
지금 같은 정세에서 쉐라그는 소중한 자산이지.
둘 다 망하는 건 용납할 수 없네. 엔시오데스의 군사력이 우리의 예상을 넘어서지 않도록 해야 해.
그 카드가 구체적으로 뭔지 알아야 쉐라그를 상대할 작전을 미리 준비할 수 있다네.
공작님, 웰링턴 공작과 맞서려면……
한시라도 빨리 쉐라그를 캐스터 가문의 통제 범위 안에 넣고 인력과 자원을 탈취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광산 지역을 전면 조사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카시미어인들이 공작님의 조건을 수락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들이 쉐라그에서 철수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광산을 손에 넣는 즉시 그쪽으로 사람을 파견하겠습니다.
정식 서명 전에 움직이는 건 어떤가? 카란 무역회사에 증거를 인멸할 시간은 줄 수 없으니까.
그렇다면 인수자의 명의로…… 만주원 쪽에서 핑계를 찾는 건 어떨까요?
설령 카시미어인의 수상함을 눈치채도, 지금 급하게 철수하면 반드시 흔적이 남을 겁니다.
만주원은 어쨌거나 소모품에 불과하다네, 자네들이 일을 너무 거칠게 벌여 놓았으니, 엔시오데스가 주시하지 않을 수 없게 되지 않았나.
……그렇다면 엔시오데스가 움직이기 전에 만주원을 최대한 이용해야겠군요.
그게 마지막 수순인가, 벨리? 잘 판단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현임 대장로는 내 선의를 쭉 거부해 왔네. 만주원의 힘 전체를 동원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작전의 타당성을 더 신중하게 평가해야 하네.
하지만 대장로도 저희가 중하층 수도사들에게 침투하는 걸 막지 못했습니다, 공작님.
어쩌면 우리가 만주원의 오만함을 이용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럴지도 모르지. 엔시오데스를 무너뜨리는 게 모든 쉐라그 종교인들에게 거절할 수 없는 선물이 될지도 모르겠구먼.
……
그래서 어떻게……
자네가 만주원에서 쓸만한 사람을 파견하게, 물론, 광산에 숨겨진 게 뭔지 반드시 찾아야 한다네.
그리고 엔시오데스의 반응을 좀 더 기다려 보도록 하지, 우리에게 쉐라그에 개입할 이유를 던져줄지도 모르니까.
예, 공작님.
……참, 뭐 하나만 부탁하지.
데릭이 잡동사니를 두고 갔으니, 가는 김에 좀 가져가게.
외국과 교류할 때 말인데, 우리 기자 친구들 중에 시끄러운 사람들이 있어서 말이지.
카메라는 여기에 두면 될까요?
감사합니다…… 준비가 끝나면 바로 시작하시죠.
……
존경하는 아드소 대장로님,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대장로님께서 저와 쉐라그를 궁금해하는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요즘 쉐라그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쉐라그인들은 보편적으로 쉐라간드께서 이 땅을 보호하고 계신다고 믿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재앙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걸까요? 쉐라그가 신의 가호를 잃었다는 의미일까요?
쉐라간드께서는 이 땅을 지키고 계신다네.
하지만 그분은 가혹한 명령을 내리는 폭군이 아니라, 우리를 차근차근 이끌어가는 스승이야. 쉐라그에 대한 그분의 가호는 사람들의 상상처럼 노골적이지 않다네.
그분께서는 진정한 삶의 방식을 깊이 이해하고 있지, 그리고 쉐라그인에게 재앙이 가득하고 사유가 부족한 이 대지와 공존하는 법을 가르치셨네.
그렇게 쉐라그인은 영혼을 갖게 되었고, 재앙들도 다시는 찾아오지 않게 되었지.
그래도 저는 아직 궁금증이 풀리지 않는데요.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기적'의 증표마저 잃은 신이 도대체 어떻게 사람들의 믿음을 살 수 있을까요?
그런 신앙은 이성적으로 들리지 않습니다.
허허허…… 멀리서 온 친구, 자네는 자신의 오만함을 예의로 조심스럽게 포장하고 있는 모양이군.
자네는 쉐라그의 신앙을 피상적인 논리로 압축하고, 그것을 비판함으로써 자네의 옳음과 지혜를 증명하려 하고 있어……
……그런 뜻은 없었습니다.
상관없네, 상관없어……
그렇다면 내가 먼저 질문 하나를 해도 괜찮겠나? 자네가 보기에 신앙이 없는 빅토리아인들은 어떤 기준을 따르며 사는 것 같은가?
아주 간단한 질문이네요. 빅토리아는 빅토리아의 법률을……
그런 법률은 누가 만든 거지? 또 그들에게 법률을 만들 자격을 부여한 건 누군가?
빅토리아 정권의 합법성을 묻고 계신다면, 그 역사 문제 또한 대답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최초에는 드라코가 그 땅을 차지했지만, 300여 년 전 사르곤 출신의 아슬란이 빅토리아에서 반란을 일으켜 통치권을 손에 넣었습니다.
그렇다면, 자네는 강한 것을 정의로 생각하고 있는 거겠군.
아슬란은 강하기 때문에 올바르고, 드라코는 약하기 때문에 올바르지 않은 거겠지. 정의라는 건 승리의 저울에 따라 한쪽으로 기울 수 있다네.
그런 이치라면, 카즈델 출신의 마족은 다른 나라의 영토를 침략한 일을 부끄러워할 게 아니라,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해야 할 걸세.
……그건 말도 안 되는 결론입니다.
물론…… 어떤 정권도 자신의 정당성이 폭력을 기반으로 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겠지. 폭력은 결국 더 강한 폭력에 의해 파괴될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네.
사람도, 정권도, 영원히 젊거나 강할 수는 없다네. 그렇기에 그들은 타인을 연민하는 태도를 가져야 하며, 자신이 약할 때 같은 연민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해야 한다네.
이제 다시 그 질문으로 돌아가 보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법률이나, 이 대지의 각종 문명 속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미덕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 알고 있는가?
우리가 인간으로서 갖고 있어야 할 '숭고함'을 갖고 있는지, 우리의 생명에 목적이라는 것이 있는지…… 누구에게 물어야 하지?
죄송합니다…… 이런 철학적인 사고는 제 전문 분야가 아니라서요. 그런데 우리 삶과 너무 멀게만 들리는 이 질문에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는 겁니까?
자네가 삶을 언급했잖나……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되돌아보면, 이 대지에 신앙 없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네.
인간은 언제나 무언가를 믿고 있다네. 돈, 폭력, 지식, 명예, 고결한 희생, 향락의 즐거움……
진심으로 어떤 것이 옳다고 믿지 않는 사람은, 실이 끊어진 꼭두각시처럼 조금도 움직일 수 없을 거네.
쉐라간드의 신도들은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그분의 흔적을 찾으며 마음의 영원한 평안을 얻는다네.
재미있는 생각이군요…… 쉐라그를 보는 바깥세상의 고정관념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말해주겠나? 재앙이 인간 세상에 불러온 참극을 목격하기 전까지, 쉐라그는 자네의 마음속에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나?
'대지 최후의 정토'? '신의 가호를 입은 땅'? '민중은 순박하고 가난하지만 행복한 곳'?
여행 슬로건을 아주 잘 알고 계시는군요……
자네들이 오리지늄의 힘을 발견하고 남용했기 때문에 모든 게 망가진 걸세. 자네들은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자네들이 일으킨 물결에 휩쓸려 죽었다는 것을 알고 있네.
그래서 모종의 죄책감을 느끼며, 여러 가지 착각들을 환상 속 쉐라그에 의탁했지. 환상 속 쉐라그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고 오리지늄의 혜택을 누리는 낙원이었겠지.
더럽기 때문에 청결을 상상했고, 교활하기 때문에 순수함을 상상했고, 천하기 때문에 너그러움을 상상했고, 공허하기 때문에 신앙을 상상했지.
그런 자네들이 어떻게 고향을 떠난 농부, 물건을 산더미처럼 쌓아둔 장인, 빈손으로 돌아온 사냥꾼을 볼 수 있겠는가?
자네들은 그들의 존재조차 완강히 부인할 걸세. 그래야 마음 편하게 '야만인'의 피와 땀으로 '마음을 정화'할 수 있을 테니까.
……진실을 알리는 건 기자의 의무입니다. 쉐라그의 진실에 주목하는 빅토리아인은 저뿐만이 아니에요.
기자 양반, 자네는 쉐라그의 진실을 전 세계에 알리겠다고 약속했네. 하지만 자네의 카메라는 늘 더 혼란스럽고 더 불쌍한 이들만을 향하고 있지.
자네는 그걸 진실이라고 부를 텐가? 아니면 '그림책'이라고 부르겠는가?
……
대장로님의 질문에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 같군요. 다른 동료들도 그렇겠지만 저 역시…… 관찰자가 가진 기이한 호기심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이것만 알고 있게. 쉐라그에 있는 모든 것은 빅토리아의 쇼윈도 안에 전시된 장난감이 아니라네. 쉐라그에는 어떤 은혜나 연민도 필요하지 않네.
쉐라그는 영원히 쉐라간드의 자녀이자…… 쉐라그인들의 고향이라네.
알겠습니다. 제가 설득당한 것 같군요.
그래서 이번 재앙이 쉐라간드에 대한 쉐라그인들의 신앙을 전혀 흔들지 않을 걸로 보시는 거죠?
흠……
사실, 쉐라그의 신앙은 엄중한 시험을 겪고 있다네……
나는 이번 재앙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어둠의 씨앗을 심었음을 부정할 수 없네. 사람들은 점점 포악하고 이기적으로 변해가고 있고, 과거의 미덕을 잃기 시작했지……
하지만 그 모든 게 과연 재앙 하나 때문이겠나? 적합한 토양이 없으면 씨앗은 결코 싹을 틔울 수 없네.
오늘날 쉐라그에 나타나고 있는 혼란들은 재앙이 있기 전부터 사람들의 신앙이 변하기 시작했음을 증명한다네. 그리고 이 모든 걸 초래한 건……
엔시오데스지.
카란 무역회사의 사장…… 엔시오데스 씨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쉐라그는 수백 년 동안 신이 정한 질서 덕분에 재앙을 피할 수 있었다네. 하지만 만주원은 밖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낡은 규범을 고수하는 곳이 아니었어.
만주원 서재의 기록에 따르면, 삼족이 정치권을 반환하기 전에도 만주원은 쉐라그 역사 대부분의 개혁에 참여했다네. 때로는 개혁을 앞장서서 주도하기도 했지.
다만 우리는 우리가 내딛는 모든 걸음이 역효과를 내지 않도록 언제나 그분께 배운 지성과 미덕을 간직할 것을 스스로 상기했다네.
만주원이 주도한 질서는 오랜 세월 동안 그 신뢰성과 안정성을 입증해 왔네.
그런데 자네는 눈 덮인 봉우리에서 스키를 타고 내려오면서 같은 조건과 체력을 갖추지 못해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몇 번이나 돌아봤는가?
아무리 돌아서서 기다리고 싶어도, 하늘을 가득 덮은 눈송이는 자네의 시야를 가리고, 바람이 주는 쾌감은 자네의 생각을 휩쓸어간다네.
지금 쉐라그의 개혁이 너무 급진적이라고 생각하시는 건지……
그렇다네. 쉐라그의 현 상황에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있다면, 그건 오직 엔시오데스뿐이라네.
그렇다면…… 만주원의 장로로서, 이러한 상황을 두고 어떤 변화를 준비하고 계십니까?
아니…… 나는 변하겠다고 쉽게 말하지 않을 걸세……
나는…… 수백 년 동안 쉐라간드의 모든 적이 역사의 눈보라 속으로 사라졌다고 믿을 뿐이네.
……
……접수 자료는 다 여기에 있어. 이 편지를 꼭 카란 무역회사의 노시스 씨에게 전해줘.
걱정하지 마, 여기는 카란 무역회사가 설립한 곳이니까. 노시스 씨와도 잘 알고 있으니까 실수할 일은 없어.
그렇다면 다행이고.
엘레나는 다소 긴장한 듯 고개를 돌렸다. 재앙이 있고 난 뒤 쉐라그인들은 집에 있기를 더 선호했지만…… 딱 하나, 시장은 예외였다.
민가, 사원, 상점, 노점, 수백 명의 사람이 이곳에 몰려들었다. 사람들 얼굴의 근심은 흐린 날씨와 어울렸다.
조안나가 시장 끝에서 입을 크게 벌리고 손을 흔들며 엘레나에게 빨리 오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금방 갈게!
(작은 목소리로) 아…… 눈에 띄지 않아야 하는데……
엘레나는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가린 채 서둘러 인파를 거슬러 갔다. 수많은 쉐라그인이 그녀와 스쳐 지나갔다. 한편, 라인 랩의 또 다른 구성원 하나도 군중 속에 끼어 움직이고 있었다.
(작은 목소리로) 굳이 사람 많은 데를 골라서……
사람들은 생필품 교환 또는 구호물자 수령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곳에 모여들었다. 두려움을 억누르기에 바빠 치장할 여유 따윈 없는 그들은 대부분 소박한 현지 복장을 하고 있었다.
캐롤린은 자기도 모르게 외투를 힘껏 당겼고, 사람들을 지나쳐 한 작고 한산한 사원 입구에 멈춰 섰다.
그녀는 페인트가 바래고 벗겨진 문틀에 기대어 머뭇머뭇 주위를 두리번대며 약속 상대를 찾았다.
쳇, 종도 쳤네.
연구를 계속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싶을 뿐인데, 왜 이런 짓을 하고 있어야 하는 건지……
캐롤린은 화가 나서 옆에 있는 벽을 두드렸다. 그러자 쉰 목소리가 들렸다.
길을 잃은 여성분께서, 어찌 쉐라간드의 재산을 그렇게 대하십니까?
……
미안, 어떻게 보상하면 될까?
걱정 마시고, 모든 것을 버리고 저를 따라오세요.
괜찮다면 들어와서 잠시 쉬시죠. 제가 경전의 깊은 뜻으로 당신의 초조한 마음을 달래드리겠습니다.
노인이 사원의 자물쇠를 열자, 캐롤린은 주저하며 좌우를 두리번거린 뒤, 사원으로 들어갔다. 노인도 그녀를 따라 들어가 다시 문을 닫았다.
……당신이 그 사람들이 말했던 나를 데리고 나가 줄 사람인가 보네.
접선 장소로 여기는 너무 위험한 거 아닌가?
재앙이 일어난 이후로 민심이 흉흉해졌어요, 넓고 인적 드문 곳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면 더 쉽게 의심을 샀을 겁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죠, 시간이 없으니까요.
정보는 갖고 있나요?
알아냈어, 하지만 당신에게 줄 건 아니야.
캐스터 공작 쪽 사람이 약속했어. 광산을 점령하면 광산 내부 철도를 통해 쉐라그를 떠나게 해주겠다고.
그들이 당신에게 뭘 분부했는진 모르겠지만, 계획을 실행할 때가 됐어.
최근에 광산을 인수인계 중이긴 합니다. 빅토리아 사람들의 검토가 끝나거든 제가 모시고 가도록 하죠.
인내심을 가지세요, 인내는 최고의 미덕입니다.
……
이게 마지막이기를……
들었어?
뭘?
천둥소리. 이상하네, 산에서 난 것 같아.
게다가…… 에……
에취!
뭐지, 코가 시린데…… 음?
……뭐야, 눈이 또 오네?
눈보라 시즌이잖아. 눈 오는 게 정상 아니야?
아니, 이런 계절에도 눈이 내리기 전에는 조짐이 있기 마련이야.
(킁킁)
소녀가 고개를 들었다. 진지해진 표정이었다.
눈이야. 하지만 이상하게 눈 냄새가 나지 않아……
어른들은 특별히 안 좋은 일이 일어나려고 할 때만 눈 냄새가 사라진다고 했는데……
쉐라간드께서…… 또 경고하시는 건가?
……지금은 '신의 뜻'보다 이 눈의 규모와 이 눈이 우리의 안전에 위협이 될지 안 될지가 훨씬 중요해.
그리고 네가 말한 '눈 냄새' 말인데…… 눈이 내리기 전에는 공기의 온도와 습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특별한 냄새가 난다고 착각할 수 있어.
그런 걸로 날씨를 예측하거나 점괘를 보는 건…… 끙……
일리가 없다고 생각해……
아니. 눈 냄새는 눈 냄새야. 다른 냄새랑 달라.
쉐라간드께서는 사냥꾼에게 예리한 후각과 어둠 속에서도 사물을 볼 수 있는 눈을 주셨어. 설원에서는 우리가 너희보다 아는 게 훨씬 많아……!
알겠어…… 네 경험을 따지고 들 생각은 없지만, 나는 나대로 내 '경험'에 따라 행동할 거야.
엘레나는 그 말과 함께 관측 장비를 설치하고 신중하게 데이터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불만스럽게 입을 삐죽거리며 기기를 바라보는 소녀의 얼굴에는 보수적인 쉐라그인의 표정이 담겨 있었다.
이놈의 쇠뭉치, 오는 내내 얼마나 시끄럽고 무겁던지…… 이것만 안 가져왔어도 벌써 도착했을 거야.
하지만 이게 있어야 우리가 항상 안전할 수 있어. 재앙 후에는 오리지늄 환경을 조심해야……
갑자기 불어온 질풍에 엘레나가 비틀거렸고, 조안나가 뒤에서 곧장 그녀를 끌어안았다.
고마워……
……칫.
눈송이를 실은 찬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모든 소리가 멈추고, 매서운 바람 소리와 칼로 베는 듯한 추위만이 느껴졌다.
기온이 갑자기 이렇게 떨어지다니. 이건……
저 앞에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이 있어요. 집을 하나 찾아서 눈보라를 좀 피해요.
뒤처져 노트를 뒤적거리던 엔야가 둘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이어서 엔야는 양 손바닥을 내밀었다. 추위 때문에 손끝이 살짝 붉어져 있었다.
자, 제 손을 잡아요.
새로 내린 눈은 너무 미끄러워요. 게다가 여기 지형은 가파르기까지 해서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에요.
흠…… 두 분 다 망설이시는군요……
두 분 다 제 손을 잡기 싫으신 건가요?
엔야…… 아니, 성녀님, 나는……
아니, 고마워.
한 손이 엔야의 손을 잡았다.
……칫, 엔야의 체면을 봐서 잡는 거야.
조안나는 고개를 돌린 뒤, 엔야의 손에 자신의 손을 포갰다.
휴, 다행히 사원은 가끔 사람들이 보수를 하러 와서 그런가, 다른 집보다 훨씬 낫네요.
세 사람은 망토 위에 두껍게 쌓인 눈을 털었다. 눈발은 마을에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빠르게 굵어졌고, 마치 흩날리는 깃털처럼 하늘에서 떨어졌다.
둘은…… 먼저 쉬고 있어. 나는 여기 벽난로가 되는지 확인하고 올게.
보통은 마을 사원 뒤에 작은 땔감 창고가 있으니까, 내가 찾아볼게.
내가 도와줄까?
……됐어. 너는……
날씨 예보인가 뭔가를 한다며? 너 할 일이나 해!
그건 이미 설치 끝났어. 탐측기가 자동으로 인근의 데이터를 수집할 거야. 땔감 옮기는 거 도와줄게……
필요 없어. 따라오지 마……!
조안나는 엘레나가 일어나기도 전에 익숙하게 사원 신상 뒤의 작은 문에 손을 갖다 댔다.
쉐라그 사원은 구조가 거의 비슷했기에, 소녀는 순식간에 후원으로 들어섰고, 이어서 문을 쾅 닫는 소리가 들렸다.
……
나 때문에 화난 건가……?
아마도 조금은요. 하지만 많이 난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조안나는 착한 아이예요. 화가 나도 당신이 추울까 봐 걱정하잖아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를 싫어했지만, 자객에게서 저를 지켜주기도 했어요.
엘레나 씨가 하는 생각과 말에 악의가 없을지는 몰라도, 쉐라그 사람들에게는 자극이 될 수 있어요.
미안해…… 내가 좀 많이 급해서……
엘레나 씨의 잘못도, 쉐라그인의 잘못도 아니에요. 그 사이에 있는…… 거리 때문인 것 같아요.
원래 사람과 사람이 서로 교류하게 되면…… 거리감이라는 게 있는 법이지.
실험실에서 협동하는 동료나 같은 생각과 목표를 가진 사람끼리도 의견이 갈릴 수 있어.
그렇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간의 소통과 이해가 아주 소중한 거겠죠.
엔야는 망토를 접어 옆에 놓고는, 망토 위에 있는 아직 녹지 않은 눈송이를 가리켰다.
와, 봐요.
눈송이……?
쉐라그인은 실내에 들어와도 녹지 않은 눈송이로 점괘를 봐요. 이렇게 완벽한 나뭇가지 모양의 눈송이는 우리의 여정이 순조로울 거란 징조죠.
민간에서는 눈이 쉐라간드의 보호를 받는 사자라고 해요. 중요한 진실과 징조를 전달한다는 말이 있죠.
작물 수확, 사냥, 장인의 작업, 심지어 친구와 연인 간의 다툼도 눈으로 예측할 수 있어요.
완벽한 육각형에 가지의 모양이 뚜렷한 눈송이를 보고 누군가는 행운의 징조라고 하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 속에서 깨진 부분과 끔찍한 재난을 보기도 해.
다 그런 식이지…… 점괘를 보는 사람은 무슨 상황에서도 할 말이 있기 마련이야.
최악의 경우, 자신의 권위를 지키고자 “당신이 만난 점술가는 아직 수련이 부족하지만, 별들의 움직임은 이미 진실을 보이고 있었다.” 같은 해석을 내놓을 수도 있어.
엘레나 씨도 점괘에 관해 잘 아는 모양이네요.
……가족 때문에 많이 접해 봤거든.
아무튼, 대부분의 점괘는 진실을 보여주지 못해. 그건…… 자기 위안과 속임수에 불과하지.
아무도 가려 하지 않는 곳이 있다면, 그곳으로 통하는 길은 생기지 않을 거예요.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에 맞는 해답은 나타나지 않을 거고요.
운명은 무상해요. 여러분의 과학도 인정하듯, 이 대지에는 통제할 수 없고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수도 없이 존재해요.
이 광활한 대지에 비해, 보잘것없을 정도로 작은 인간은 일말의 징조와 참된 지식을 붙잡고 싶어 하죠.
그건 '과학' 탐구의 기원과 다르지 않아요. 무언가를 안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사람들이 크고 넓은 미래를 마주할 수 있게 하죠.
우연, 확률, 무지 속에도 정해진 운명은 있어요. 어떤 의미에서 보면 이건 전부 같은 말이죠. 운명은 인간에게, 이 눈은 제 망토 위에 내려앉았어요.
……
그건 알아, 가짜 약이라고 해도 효과를 발휘하는 '약제'이긴 하지.
하지만…… 나는 지금의 쉐라그에서도 많은 일을 봤어.
예전에 나는 그런 열정적인 신앙을 문화 현상이라고 생각했고, 일종의 의식, 투사 또는 자기 위안일 거라고 생각하려 했어……
하지만, 그게 당신들에게 갖는 의미는 뭘까?
질문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가벼웠고, 창밖의 바람 소리는 많이 잦아들어 있었다.
쉐라그의 성녀는 고개를 들고 쉐라간드 신상을 바라봤다. 조각의 흔적이 뒤섞인 돌 아래에 선명한 색상의 작은 인형들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은심호 의식 전후로 생산된 전시품이었다. 누군가가 일부러 이 마을의 사원에 가져와 무리에서 떨어져 홀로 있는 이 쉐라간드에게 바친 것으로 보였다.
……
만주원의 수도사들은 신앙이란 등불 없이 어둠 속을 걷는 것, 온전한 믿음으로 소리 없는 골짜기에 뛰어드는 것이라고 말하죠.
모두가 그분을 갈구하는 것 같아요. 고행자, 독실한 신자, 충실히 계율을 지키는 사람들…… 많은 사람이 오직 그분의 곁으로 가기 위해 수많은 고난을 겪었어요.
하지만…… 저는……
엔야는 애써 기억을 더듬었지만, 마음속 추억의 장면들은 이제 버려진 파편처럼 흩어져 짙은 안개에 가려져 있었다.
강렬한 감정이 다시 한번 엔야의 가슴 깊숙이 퍼졌다.
큰일이야!
짧은 비명과 함께 장작은 안은 조안나가 뛰어 들어왔다. 달려온 탓에 그녀의 뺨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방금…… 산 아래쪽에서 엄청나게 많은 빅토리아 차량이 광산 쪽으로 가고 있는 걸 봤어!
빅토리아인이요? 거긴 카시미어와의 연합 광산인데 왜……
설마 우리의 행적을 눈치챈 걸까?
일단 침착하죠, 저들이 광산에 온 목적이 뭐든 간에 서둘러야 해요.
짐 챙겨서 바로 출발해요. 앞으로는 특히 조심해서 움직여야 해요.
잠깐만, 탐측기를 챙겨야 하니까……
뭐야, 이게 왜……
뭘 그렇게 꾸물대. 빨리 챙기라고! 아, 진짜. 내가 도와줄……
이게…… 뭐지?
여기에 쓰여 있는 '중급 재앙 위험'은……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건가?
재앙……
설마 재앙이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