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설산 강림 1101

OS-2달콤한 이웃

사이드 스토리작전 전2026-04-14

라인 랩 관측소를 상대로 발생한 쉐라그 민중의 시위는 즉시 진압된다. 빅토리아는 쉐라그에 대량의 구호물자를 보내지만, 선의라는 이름의 손길 뒤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 같다.

등장 오퍼레이터: 노시스, 해럴드, 실버애쉬, 클리프하트


고함치는 마을 주민

불경한 놈들…… 저 녀석들이 성산을 짓밟고 쉐라그의 신앙을 더럽힌 놈들이다!

고함치는 마을 주민

쉐라그의 것이 아닌 이 고철 집이…… 쉐라간드의 분노를 샀다!

남성 마을 주민

쉐라간드 신이시여, 우리의 죄를 용서하소서……

기도하는 소리, 흐느끼는 소리, 분노 섞인 고함 소리가 들렸다.

여러 소리는 새끼줄이 되었고, 눈물과 분노로 얼룩진 얼굴은 구슬이 되어 한데 엮여, 새로 완공된 관측소를 에워쌌다.

철문은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인파 속에서 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을의 노부인

“기억하라. 산속을 사시사철 맴도는 바람은 공연히 일어난 바람이 아니다.”

차가운 바람이 울부짖는 가운데, 노부인은 눈밭을 지나 굳게 닫힌 문 앞으로 다가갔다. 노부인의 목소리가 사람들에 귀에 또렷하게 전해졌다.

마을의 노부인

“그것은 설산의 봉우리에서 불어내려오는 그분의 숨결이다.”

여성 마을 주민

“그것은 불철주야 그분을 지키는 수호자요, 깊은 골짜기에서 다시 구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마을 주민들

“그것이 사악한 안개를 몰아내고 바위틈의 독충을 몰아내리라.”

마을 주민들

“그것은 모든 소리를 그분의 귀에 똑똑히, 확실하게 전할 것이며, 산은 정화될 것이다……”

여성 마을 주민

잠깐, 저 문…… 방금 움직이지 않았어?

고함치는 마을 주민

됐다! 문이 열렸다! 다들! 우리의 항의가 통했어!

고함치는 마을 주민

열어라! 문을 열어! 우리들의 목소리를 들어라!

고함치는 마을 주민

쉐라간드의 백성, 쉐라그인의 진정한 목소리를 들어라. 이곳은 너희들을 더는 반기지 않는다. 떠나라!

여성 마을 주민

외지인은 성산을 떠나라! 너희들의 땅으로 돌아가라!

고함치는 마을 주민

외지인은! 성산을 떠나라!

고함치는 마을 주민

외지인은! 성산을 떠나라!

사람들의 목소리는 점점 더 크고 선명해졌다. 누군가가 두 손을 뻗어 하늘을 향해 흔들었다.

진심을 담은 기도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하나가 되어 외친 기도가 철문을 흔들 만큼 강했던 것일까?

문이 열렸다.

그 순간, 모든 소리가 숨을 죽인 듯 잠잠해졌다.

실버애쉬 가문의 호위

……

실버애쉬 가문의 호위

……

남성 마을 주민

저 복장은…… 실버애쉬 가문?

여성 마을 주민

저 뒤에 있는 게…… 에델바이스 가문의 그 사람 아닌가요? 외지인들을 배웅하려 온 걸까요?

남성 마을 주민

그런 거라면 정말 다행이죠. 저들을 데려온 게 에델바이스이니, 이 난리를 수습하려면 당연히 그쪽 사람들이 해야죠. 그런데…… 표정이 어쩐지……

노시스

시위자들을 물려, 부상자 만들지 말고.

실버애쉬 가문의 호위

여러분, 무기를 내려놓고 뒤로 물러서십시오!

여성 마을 주민

우리는 안 가, 우리가 왜 가야 하는데? 가야 할 쪽은……

여성 마을 주민

잡아당기지 마!

여성 마을 주민

이봐! 에델바이스! 넌 도대체 누구 편이야?!

남성 마을 주민

……누구 편이겠어…… 무기랑 방패가 다 우리 쪽을 향하고 있잖아,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 모르겠어?

노시스

……

노시스

산 위쪽은 눈보라가 더 거세질 거다.

노시스

내려가는 길이 막히기 전에 일찌감치 내려가는 게 좋을 거야.

노시스

내려가는 길은 걱정하지 마라, 실버애쉬의 호위들이 다들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게 책임지고……

여성 마을 주민

할머니, 잠깐만요…… 그러지 마세……

등이 굽은 노부인이 호위들 사이로 팔을 뻗었다.

노부인은 동작은 민첩했으며, 일말의 주저함도 없었다. 노부인은 차가운 눈을 한 움큼 쥐어, 말하고 있는 리베리의 얼굴에 거침없이 던졌다.

마을의 노부인

쉐라간드께서 자네의 죄를 사해주기를 빌겠네.

주름이 깊게 팬 얼굴에는 연민과 단호한 자비가 한데 엉겨 있었다.

노인의 차가운 손가락이 노시스의 이마에서부터 호를 그리며 내려갔다.

이것은 쉐라그인의 풍습이었다. 열이 내려가지 않는 아이의 몸에서 사악한 기운을 쫓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었다.

마을의 노부인

그분께서 기적을 보여주실 걸세, 사악한 안개와 바위틈의 독충이 자네의 몸에서 떠나갈 게야……

마을의 노부인

노시스, 기억하게. 쉐라간드의 산바람이 완고한 자네를 찾아왔다는 것을.

마을의 노부인

지금 그분을 떠나보내는 건 자네일세.

노시스

……

노시스

서둘러 돌아가.

노시스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뜨거운 입김을 내뿜자, 녹은 눈이 그의 얼굴을 타고 천천히 흘러내렸다.

노시스

바람이 차군, 몸이 상하지 않게 조심해.

쉐라그. 아름다운 곳, 눈보라로 뒤덮인 청정의 땅, 경건하고 순수한 가호의 땅.

이곳 사람들의 신앙은 높이 솟은 설산처럼 여전히 굳건했다. 어쩌면 눈송이 하나로 인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할 수도 있을 테지만……

“재앙을 어떻게 보십니까? 이번 일로 쉐라간드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진 않으셨나요?”


쉐라그 노인

쉐라그의 신앙은 나약하지 않다! 과거에 있었던 가장 혹독한 시련에도 쉐라그인은 결코 믿음을 잃지 않았지!

쉐라그 노인

재앙이 정리되고, 내 다리로 일어설 수 있게 되면 성산으로 갈 걸세.

쉐라그 노인

쉐라그의 아침햇살을 받은 이는 고통도, 재앙도 겪지 않을 것이며, 온몸의 더러움과 저주, 그리고 그 돌멩이병까지 씻길 걸세……

쉐라그 노인

자비로우신 쉐라간드께서 절대 쉐라그를 버릴 리 없네. 눈만 말끔히 치우면, 모든 것이 예전으로 돌아올 게야……


쉐라그 여자아이

……당연하죠! 이게 다 그 라인 랩의 사람들 때문이에요!

쉐라그 여자아이

모든 게 그 사람들이 온 이후부터 나빠졌어요. 관측소 같은 거, 우리 쉐라그에는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요! 우리는 쉐라간드께서 지켜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쉐라그 여자아이

그 사람들 좀 쫓아내 주세요! 전 제 평화로운 일상을 되찾고 싶어요…… 그리고 엄마랑 아빠도……


쉐라그 여성

무슨 일이야? 무슨 도움이라도…… 잠깐, 당신 빅토리아 사람이야?

쉐라그 여성

누가 가서 무기를 가져와! 누가 이런 인간을 마을에 들여보낸 거야?! 우리 마을이 컬럼비아인이고 빅토리아인이고 누구든 드나들 수 있는 곳이 되기라도 한 건가?

쉐라그 여성

썩 꺼져! 여긴 당신들을 반기는 곳이 아니니까!


빅토리아 기자

후…… 생각했던 것보다 더 힘드네.

지나가던 소녀

저기, 혹시 도움이 필요해?

빅토리아 기자

안녕하세요…… 별건 아닌데, 필름이 좀 모자라서요. 여기서는 구하기가 어려울까요……?

엔시아

내가 좀 볼게…… 음, 이 모델은 실버애쉬 영지 중심부에 있는 상점에서 살 수 있어.

엔시아

사진 정말 예쁘다. 빅토리아에서 온 사진작가야?

빅토리아 기자

정확하게 말하면, 기자예요.

빅토리아 기자

마침 잘됐네요. 혹시 인터뷰 부탁해도 괜찮을까요?

엔시아

어? 나?

빅토리아 기자

쉐라그에 일어난 재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쉐라간드가 더 이상 '쉐라그를 재앙으로부터 지켜주지 않는' 지금 상황에, 어떻게 신앙을 마주할 생각이죠?

엔시아

아…… 어쩐지 저 멀리서부터 '쉐라간드'니 '재앙'이니 하는 소리가 들리더라니……

엔시아

쉐라그인이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한 거지?

빅토리아 기자

네, 저희는 쉐라그의 진실을 담기 위해 왔어요. 쉐라그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정말 많거든요. 사람들의 진실한 목소리를 더 많은 사람에게 들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빅토리아 기자

엄숙하고 경직된 종교적 분위기를 따를 필요는 없어요. 제도화된 규율에서 벗어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솔직한 생각을 들려줬으면 합니다.

엔시아

아…… 이렇게 복잡하고 많은 단어들을 한꺼번에 듣는 건 처음이네……

엔시아

재앙에 대한 내 생각은 말이야…… 사실 간단해. 다른 곳에서 일어난 재앙이 끔찍했듯, 쉐라그도 똑같아.

엔시아

그게 어디서 일어나든, 누군가가 고통받고 다치는 거니 전혀 기뻐할 일은 아니지. 그래서 나는 이번 일이 정말 슬프고 안타까워. 바라는 게 있다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해.

엔시아

근데, '신앙'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빅토리아에도 신이 있어?

빅토리아 기자

빅토리아에……?

엔시아

응. 빅토리아의 신은 어떤지 궁금해서. 많이 인색한 분이야? 아니면…… 화를 잘 내는 분?

엔시아

너희는 요 며칠 마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쉐라간드가 노했다', '쉐라간드가 너희를 버렸다' 같은 얘기 말고는 안 하는 것 같더라고……

엔시아

그래서 너희에게는 신앙이 가혹하고 인정 없는 것인 건 아닌지 생각했어.

소녀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볼록한 두 뺨이 위로 곡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그녀의 목소리는 밝고 경쾌했다.

엔시아

나는 쉐라그의 신이 그런 분이 아니라고 믿어.

엔시아

쉐라그의 쉐라간드는 우리 쉐라그인처럼 관대하고 너그러우신 분이야~

엔시아

그분은 케이블카와 공장 때문에 화를 내는 분도, 인류의 발명품이나 지식을 좇는 사람들 때문에 분노하는 분도 아니야…… 화가 났다는 이유로 재앙을 내려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포악한 짓은 더더욱 하지 않는 분이지.

엔시아

쉐라간드께서 그렇게 속 좁게 하나하나 따지는 분일 리가 없잖아?


건장한 마을 주민

영차……! 한 상자 더, 그래. 좀 옮겨봐……

새신랑

됐어, 거기다 둬. 네 차에 아직 자리 많잖아. 버든비스트 타락주가 아직 15통 남아있는데, 같이 가져갈래?

건장한 마을 주민

15통? 세상에……

건장한 마을 주민

좀 남겨둬. 이렇게 큰 술집에 진짜 손님이 왔을 때 내놓을 술이 없으면 안 되잖아.

건장한 마을 주민

재앙 피해를 본 마을 쪽…… 그곳의 부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삼대 가문 가주들만 해도 엄청 많이 기부했다고 하더라고. 당분간은 너희 술 없이도 괜찮을 거야.

새신랑

그런 말은 듣기 좀 그러네.

새신랑

남들이 기부했으니까 우리는 하면 안 된다는 거야? 네가 충분하다고 하면 충분한 거냐? 우리 중에 진짜 재앙을 본 게 누군데?

건장한 마을 주민

그래도 이건 좀 많긴 하잖아……

새신랑

안 많아. 이걸로도 부족한 거 내가 다 안다고.

새신랑

술로 몸을 데울 수도 있고, 약도 만들 수 있고, 필요하면 상처를 소독할 수도 있어.

새신랑

예전에는 이런 보급품이 아무리 써도 다 못 쓸 정도로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에이, 됐다. 그만 얘기하자.

새신랑

아무튼 다 가져가. 이거 안 가져가면 네가 나를 쉐라그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거야!

건장한 마을 주민

어허, 그런 소리는 왜 하는 거야? 그 뜻이 아니라니까!

새신랑

그런 뜻이 아니라면 가져가. 나를 위하는 셈 치고, 됐지? 우리 장인어른 성격은 나보다 네가 더 잘 알잖아.

새신랑

평생 가난하게 고생하면서 사셨지만, 인색하게 굴었던 적도 없고, 배고픈 사람들 먹이는 데 아까워한 적도 없었던 분이야…… 자, 옆으로 좀 비켜. 짐 싣는 거 방해하지 말고……

건장한 마을 주민

그래, 알았어. 괜히 사고 쳐서 영감님한테 더 찍히지나 말아야지.

건장한 마을 주민

그때 네가 그 집 딸한테 청혼했을 때, 하하…… 그 영감님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온 동네를 누비면서 뭐랬는지 알아?

건장한 마을 주민

“난 이놈이 마음씨가 착해서 도와주는 줄 알았더니, 우리 집 프레이야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었을 줄이야!”……

건장한 마을 주민

그래도 화가 안 풀리셨는지, 지팡이를 집어 들더니…… 하하하……

프레이야

무슨 얘기를 하길래 그렇게 즐거워?

프레이야

일단 일부터 하자. 아버지랑 방금 재고를 확인해 봤는데, 전부 합쳐서 트럭 2대 분량이 남았어. 대부분은 훈제 고기랑 치즈고, 버터랑 약초도 조금 있어.

프레이야

크리트, 아직 안 갔구나? 잘됐네. 카란 무역회사에 술집으로 차 1대만 더 보내달라고 해줘.

건장한 마을 주민

차 2대? 너희……

리스번

크리트, 얘기 다 끝났잖아.

건장한 마을 주민

……하아, 그래. 너희 부부 마음대로 해. 남들은 결혼하면 선물을 받느라 바쁘던데, 너희는 오히려 창고를 싹 비울 기세구나.

프레이야

……'재앙'이잖아.

프레이야

쉐라그에 이런 재앙이 내린 건 처음이라, 그 여파가 얼마나 클지 아무도 알 수가 없어.

프레이야

하지만 그것보다도, 쉐라간드께서 보고 계시니까…… 지금은 서로 도와야 해.

건장한 마을 주민

쉐라간드 신이시여. 믿어보자. 모두가 힘을 보태면 이 재앙도 이겨낼 수 있겠지.

리스번

……

프레이야

우리는 돌아가자, 리스번. 바람이 심해.

리스번

……느낌이 뭔가……

프레이야

왜? 뭐가?

리스번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괜히 불안해……

리스번

아니다, 아니야. 내가 생각이 너무 많아서 그런 거겠지……

???

아무래도 당신의 촉은 여전한 것 같군요.

리스번

……?

리스번

잠깐만…… 해럴드? 이, 이게 진짜인가? 아니면 꿈인가……

해럴드

하하, 영광입니다.

해럴드

쉐라그의 사위가 이 늙은이의 이름을 아직 기억하고 계시다니, 함께 생사를 넘나들던 시절이 나름 의미가 있던 것 같군요.

리스번

크흠…… 놀리지 말라고, 여긴 어쩐 일이야?

해럴드

하하, 다른 일이 있겠습니까?

해럴드

최근 쉐라그에 안 좋은 일이 생겼다고 하던데요…… 쉐라그의 친절한 이웃인 우리가 응당 온정을 베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리스번

구호물자를 한 트럭 가득…… 이렇게 많이 가져올 줄이야.

해럴드

한 트럭이라고요? 하하,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뒤에 더 있어요.

해럴드가 뒤를 가리켰다. 리스번은 그제야 빅토리아 문양이 새겨진 대형 트럭들이 거리에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줄지어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리스번

이게 다…… 그 온정이라고?

해럴드

음…… 그래도 저희가 그 공격적인 녀석들보다는 훨씬 따뜻하니까요.


컬럼비아 대사

엔시오데스 님, 저희가 이번 사태에 주목하고 있다는 걸 분명히 해두고자 합니다.

컬럼비아 대사

저희는 줄곧 카란 무역회사를 신뢰할 만한 무역 파트너로 보고, 쉐라그 역시 존중할 만한 국가로 여겼습니다.

컬럼비아 대사

또한, 이번 관측소 프로젝트가 양국 협력의 모범이 되어 양국의 상호 이해 및 교류 증진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컬럼비아 대사

하지만 지금 상황은 정말 실망스럽군요.

엔시오데스

우려하시는 바는 저희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전에 일단 설명해 드리자면……

컬럼비아 대사

아니요, 설명은 필요 없습니다. 저희도 쉐라그가 최근에 겪은 일을 알고 있으니까요. 그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컬럼비아 대사

하지만 그것이 컬럼비아 학자들이 쉐라그 국민들에게 부당한 공격을 받을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컬럼비아 대사

관측소를 포위하고, 과학자들을 저주의 근원으로 지목하고, 적대감을 부추기고, 노골적으로 배척했죠……

컬럼비아 대사

멸시, 침해 등 타인을 상대로 한 쉐라그의 부정적 행위는 현재 분노를 살만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컬럼비아 대사

만약 관리 당국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이 사태를 방치한다면, 컬럼비아는 피난민 조례에 근거하여 전문 요원을 파견해 라인 랩 연구원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철수시키겠습니다.

엔시오데스

포위 사건이 발생했을 때 카란 무역회사의 무장 인력이 곧장 라인 랩 관측소에 파견되었고, 갈등 폭발과 문제 확대를 막는 데 성공했습니다.

엔시오데스

제가 알기로 방금 말씀하신 충돌에서 인명 피해나 재산 손해는 없었습니다만.

컬럼비아 대사

그건 운이 좋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아직 격앙된 감정이 극에 달하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컬럼비아 대사

앞으로도 쉐라그에 그런 상황을 진정시킬 능력이 있다고 믿으면 될까요? 아니면 '민중의 분노'가 정말 하룻밤 사이에 사라졌다고 믿으면 될까요?

난롯불이 타닥타닥 타올랐다. 뜨거운 열기가 물결치듯 얼굴로 밀려왔지만, 사람들의 굳어진 표정은 전혀 풀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컬럼비아 대사가 자세를 살짝 고쳤다. 목소리는 차분했으며, 손가락은 천천히 탁자를 두드리고 있었다.

컬럼비아 대사

예전에 카란 무역회사에서 보여준 전문적이고 성실하면서도 뛰어난 관리 능력은 정말 존경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컬럼비아 대사

그 덕분에 우리의 협력과 과학 연구 지원도 순조롭게 진행되었죠.

컬럼비아 대사

하지만 지금 컬럼비아 최고의 연구원들이 귀국에서 결코 있을 수 없는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컬럼비아 대사

우리는 쉐라그의 문제 해결 방법을 보고 싶습니다…… 최소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만이라도요.

빅토리아 대사

그렇게까지 강하게 요구할 필요가 있을까요…… 아직 열심히 크고 있는 나라잖습니까.

빅토리아 대사

쉐라그의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저는 엔시오데스 님께서 충분히 잘하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감탄이 나올 정도로요.

컬럼비아 대사

……빅토리아는 이웃의 사정을 제법 잘 파악하고 계시는군요. 관심도 많으신 모양입니다.

빅토리아 대사

물론입니다.

빅토리아 대사

그러니까 선량한 이웃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시다시피, 빅토리아의 전통 설화에도 자신의 황금 왕관을 눈 속의 파울비스트에게 준 왕자가 등장합니다.

남자의 근엄한 얼굴에 부자연스러운 자애의 미소가 떠올랐다.

이어서, 남자는 옷깃을 정리하더니 가슴 안쪽 주머니에서 접힌 쪽지를 꺼내 앞에 있는 기다란 테이블 위에 펼쳤다.

빅토리아 대사

이건 1차 인도적 원조 계획의 종합 목록입니다.

빅토리아 대사

식량, 방한용 모직, 의약품, 술, 설탕과 소금, 검증된 의료진, 그리고 전문 상황 정리 부대 2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빅토리아 대사

지금 쉐라그에는 이런 게 필요할 것 같더군요.

엔시오데스

정말 풍족한 지원입니다. 쉐라그를 생각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대사님.

빅토리아 대사

아니요, 제 생각이 아니라 빅토리아의 뜻입니다.

빅토리아 대사

황금 같은 마음을 지닌 왕자는 금과 은을 줄 수도, 보검을 줄 수도 있습니다. 모든 건 상대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어떤 위협을 받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컬럼비아 대사

……하하.

빅토리아 대사

두려워할 필요도,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전 엔시오데스 님께서 우리 셋 모두를 만족시킬 선택을 내릴 거라 믿습니다.

빅토리아 대사

어쨌든 이 히라에서 생존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나요, 엔시오데스 님?

시선, 뜨거운 시선과 의미심장한 시선이 한곳에서 만났고, 얇은 종이가 침묵하고 있는 청년을 향해 미끄러졌다.

컬럼비아 대사

엔시오데스 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청년은 눈을 내리깔고 자신에게 밀려온 종이를 받았다.

종이에는 글자가 아주 또렷하게 적혀 있었다. 조작된 목록이 아니었다. 빅토리아는 심지어 소대장의 이름까지 소상히 적어 왔다. 성의와 격식,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었다.

엔시오데스

거절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엔시오데스

대사님의 말씀대로 쉐라그에는 이런 게 필요합니다.

엔시오데스

물자 지원으로 더 많은 쉐라그 이재민들의 배를 채울 수 있을 것이고, 의료 지원으로 병마와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희망을 줄 수 있을 겁니다.

엔시오데스

훈련받은 병사들은…… 따로 말씀드리지 않아도 어떻게 쓰일지 두 분 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엔시오데스

그리고 방금 논의하던 문제는 말입니다……

엔시오데스

관측소 설립 초기부터 쉐라그는 모든 연구원의 신변 안전을 보장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엔시오데스

최소한 지금까지의 결과만 놓고 보면, 쉐라그는 약속을 어기지 않았습니다. 저는 왜 대사께서 섣불리 '쉐라그의 상황이 통제 불가한 지경에 이르렀다'라고 단정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엔시오데스

만주원과 카란 무역회사는 앞으로도 약속을 이행할 겁니다. 그러니 지금은 쉐라그가 내부 문제를 통제할 능력이 있다고 믿어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엔시오데스

관측소에서 일어난 충돌이 뜻밖의 사고였는지, 아니면 다른 꿍꿍이를 가진 세력의 도발이었는지는 곧 알게 될 것입니다.

컬럼비아 대사

……알겠습니다. 엔시오데스 님의 실질적인 조치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컬럼비아 대사

하나만 더 말씀드리죠. 컬럼비아는 관측소 프로젝트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 프로젝트가 테라 전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만큼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컬럼비아 대사

그러므로 컬럼비아는 그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자국의 연구원들과 그들의 연구 성과를 지켜낼 것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요.

빅토리아 대사

그래요, 저도 쉐라그에서 추진 중인 연구가 우리 모두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빅토리아 대사

빅토리아도 쉐라그의 안정을 위해 힘을 보태겠습니다.

엔시오데스

물론입니다……

엔시오데스

그 점에서만큼은 우리 모두가 같은 생각일 거라 믿습니다.

창문을 통해 비스듬히 들어온 햇살이 따뜻한 공기를 가로질러, 컬럼비아 대사의 어깨를 넘어 빅토리아 대사의 가슴팍에 정확히 쏟아졌다.

그는 올곧은 자세로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회담은 그렇게 마무리되는 모양이었다.

빅토리아 대사

현명한 선택입니다. 모두가 원하는 결론을 얻은 것 같군요.


엔시오데스

……후.

노시스

회의는 끝났나?

엔시오데스

여기서 얼마나 기다렸지?

노시스

30분쯤. 기다리는 동안 보고서를 4개나 봤으니 시간 낭비는 아니었어.

엔시오데스

앉아, 목이 마르거든 알아서 따라 마시고.

노시스

사양하지. 네가 캐비닛 꼭대기에 숨겨둔 차를 이미 마셨거든. 좀 오래된 것 같던데.

엔시오데스

……

엔시오데스

드디어 물어볼 시간이 생겼군. 라인 랩 상황은 어떻지?

노시스

예상대로다. 그쪽도 갑자기 발생한 재앙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더군.

노시스

주민들이 그래도 많이 자제하고 있어. 실제로 폭력 사태가 일어나진 않았고, 사람들 대부분은 손을 맞잡고 《쉐라간드》를 읊고 있었지.

노시스

그런데 그중에 앞장서는 사람이 몇 명 있더군. 맨 앞에서 제일 크게 소리치다가 호위병을 보자마자 무리 속으로 사라지던데.

엔시오데스

음…… 걱정하는 건가?

노시스

이것으로 끝이 아닐지도 모르니까.

노시스

관측소뿐만 아니라 나머지 두 가문의 영지에서도 꽤 큰 규모의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공장에서도 파업이 있었고…… 물론 내가 처리 중이지만.

노시스

이번 재앙을 이용해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놈들이 좀 있는 모양이야. 거센 민심이 얼마나 큰 힘을 갖고 있는지도 잘 알고 있더군.

노시스

너도 썼던 방법이지만, 이번에는 그 칼을 쥐고 있는 사람이 네가 아니지.

엔시오데스

응……

엔시오데스

얼굴에 눈덩이가 날아온 얘기는 안 하는군.

노시스

……그게 중요한가?

엔시오데스

유일하게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지.

노시스

컬럼비아와 빅토리아가 너를 둘러싸고서 착한 경찰, 나쁜 경찰 전략을 펼치는 것 같던데, 그건 예상했던 일인가?

엔시오데스

완전히 예상한 것도, 예상 못 했던 것도 아니다.

엔시오데스

컬럼비아가 꽤 세게 나오더군. 불쾌한 태도를 취하긴 했지만, 협력 자체는 계속 이어가고 싶어 했어. 그들에게는 관측소가 성과를 얻는 게 제일 중요할 테니까.

엔시오데스

빅토리아는…… 우리 예상보다 훨씬 조급해 보였다.

노시스

해럴드의 차량 행렬을 봤다. 지금 아마 거리 이곳저곳을 어슬렁거리면서 '오랜 이웃'들에게 좋은 이웃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겠지.

노시스

경로를 보니…… 20분 정도면 카란 무역회사 본부에 도착하겠군.

노시스

그 물자들은 회의 때 이미 받았겠지. 아,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에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노시스

페일로쉬와 브라운테일도 이 일을 곧 알게 될 거다. 그쪽에서 어떻게 나올지…… 삼족 의회가 어떻게 흘러갈지 미리 생각해 두는 게 좋을 거야.

엔시오데스

……

노시스

왜? 두렵나?

엔시오데스

이제 익숙해.

노시스

네가 그렇게 심드렁하게 구니까 사람들한테 미움을 사는 거다.

엔시오데스

칭찬 고맙군.

노시스

어쨌든 이번 재앙은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야.

노시스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계속 담담한 모습을 보여도 상관은 없지만, 진짜 이번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건 아니었으면 좋겠군.

노시스

……네가 그렇게까지 둔한 사람은 아니라고 믿으니까.

엔시오데스

……알고 있어.

엔시오데스

하지만 위기 속에는 늘 기회가 있지…… 쉐라그에 천 년 만에 첫 재앙이 닥쳤다면, 천 년 동안 이어져 온 관습들도 이제는 바뀌어야 해.

엔시오데스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언제부터였는지 눈이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흩날리는 하얀 눈이 쉐라그의 땅 위에 내려앉았다.

산바람은 그칠 줄 몰랐다. 사람들은 그것을 쉐라간드의 숨결이자, 쉐라간드의 사자라고 믿었다.

그것이 쉐라그의 모든 땅을 훑고 지나가는 것은 모든 목소리를 그분의 귀에 전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쉐라간드는 옳고 그름, 선과 악, 친구와 적, 믿음과 위선, 약초와 독초, 웃음과 눈물을 가려낼 것이다.

또한, 모든 것에 합당한 심판을 내릴 것이다.

노시스

그리고 네가 알아둬야 할 게 하나 더 있다.

노시스

재앙으로 발생한 눈사태가 산 아래 기차역을 덮쳤는데, 이상하면서도 다행인 게 그 당시 역 안에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거다.

노시스

사태 발생 후 현장을 조사하면서 알게 된 건데, 재앙이 일어나기 직전에 누군가가 “역에 폭탄이 있다”라고 하며 소동을 일으켜서 사람들이 다 도망갔다더군.

엔시오데스

그 사람은?

노시스

아직 몰라.

노시스

라인 랩에서 사라진 그 사람의 행방도 아직 모르고.

노시스

하지만 그게 그 사람이라면, 재앙이 일어났을 때 쉐라그를 떠난 건 아니었으니 지금쯤 쉐라그 어딘가에 있겠지.

엔시오데스

알았다.

엔시오데스

노시스, 그 일은 네게 맡기지.

엔시오데스

그 사람을 찾아. 라인 랩은 건드리지 말고.

노시스

분위기가 무거워진 것 같은데…… 왜 그런 건지 물어봐도 되나?

엔시오데스

곧 알게 될 거다……

엔시오데스

그래도 비장의 수를 쓸 일이 없는 판국이 제일 이상적이긴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