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7영원히 찬란한 소장품
사키코는 자신의 꿈과 마주하며 마음에 망설임이 생기고 말았다. 사키코의 갈등을 눈치챈 '어머니'는 꿈에서 깨어나 '진짜 인생'을 찾아 나서라며 사키코를 격려한다. 그 말을 듣고, 사키코는 '어머니'에게 마지막 작별을 고한다.
어머님, 여기서 잠시 기다려주세요!
사키코, 조심하렴.
괜찮으세요?!
으으…… 괜찮아, 괜찮아. 엉덩이가 좀 아프지만……
방금 아이리스 씨도 보였던 것 같은데……
읍…… 으…… 으읍……!
짚더미 아래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큭…… 빨리 아이리스를 구해야 돼!
아, 알겠어요!
……푸하! 조…… 조금만 더 있었으면 질식할 뻔했어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소원을 모으는 임무였죠. 어째서 이쪽에 계시는 건가요……?
흐흥~ 일이 순조로웠거든. 여기 아이들은 의외로 고분고분해서 일찍 끝났어.
시골길을 달리는 건 어떤 기분일까 싶어서 운전하게 해달라고 했는데, 설마 도중에 고장 날 줄이야…… 저기, 고칠 수 있을 것 같아?
이런 종류 탈것은 수리해 본 적 있으니까, 어떻게든 될지도 몰라. 비그나, 한번 해보자.
하아, 오늘은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네요……
일하는 중에 문제가 생기진 않을까 걱정은 하고 있었지만요.
의외로 일은 순조롭게 끝났는데, 차 고장 같은 예상치 못한 문제로 발이 묶여버릴 줄은.
빨리 수리되면 좋겠네요…… 그러면 오늘 밤에 돌아갈 수 있으니까요.
오늘 밤에요……?
사키코는 뒤를 돌아보았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어머니가 미소 지으며 사키코와 동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니는 딸의 시선을 눈치채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분은…… 당신의 어머님이신가요?
……네.
닮았네요. 특히 눈매와 입가가요. 온화하면서도 꿋꿋한 느낌을 줘요.
……하지만 저는 꿋꿋하지 못한걸요.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왜냐면, 저는……
아이리스 씨, 당신은 요정님이시죠?
네…… 그래서요?
요정은 사람의 소원을 듣고, 그것을 꿈속에서 한때의 '현실'로 만든다…… 그렇게 말씀하셨죠?
……맞아요.
하지만 만약 꿈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하시나요?
진짜 요정이라면 그런 사태를 그냥 보고만 있을 리가 없어요.
꿈속에 너무 오래 머무르면, 결국엔 현실과 꿈을 구별할 수 없게 되어버리거든요.
만약 그대로 깨어나지 못한다면……
사키코 씨, 가장 큰 문제는 꿈에서 깨지 못하는 게 아니에요. 꿈속의 모든 것을 현실이라고 생각하게 돼서, 꿈에서 깼을 때 지금까지의 인생이 모두 환상이었다고 생각하는 것…… 그게 문제예요.
꿈속에서 행복한 생애를 보낸 후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가 있는 거죠.
젊은 육체에 늙은 영혼. 꿈속의 모든 것을 잃은 채, 혼자 고독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어요.
그런 꿈이, 정말로 좋은 것일까요?
현실에서 잘되지 않았다고 해서 꿈으로 도망치면 안 돼요. 원래 만나서는 안 될 사람과는, 제대로 작별을 고하지 않으면 안 돼요.
사키코는 다시 한번 뒤를 돌아보았다.
……
조금 말이 많았을까요…… 두 분을 방해해 버렸네요.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죄송해요. 예전에 무척 소중했던 분에게, 같은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서요.
그때 제가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해서,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초래하고 말았어요.
그 이후로, 아무래도 이런 일은 마음에 걸려서요……
어~이!
드디어 차 고쳤어~
비그나, 넌 운전 절대 금지야!
웃……
너희들, 빨리 타~!
사키코 씨, 함께 돌아가실 건가요?
저는……
사키코는 다시 한번 '어머니'를 돌아보았다.
'어머니'는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변함없이 그곳에 서 있었다.
사키코가 무언가를 약속하거나, 아니면 결단을 내리기를 기다리는 것일까.
어머니는 그저 그곳에 서서, 딸에게 따뜻한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저는……
……
괜찮아, 사키코. 가족끼리 오붓하게 푹 쉬어. 최근에 무척 피곤해 보였으니까, 마침 좋은 휴식이 될 거라고 생각해. 인사부에는 내가 말해둘 테니까.
알겠어요……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사키코,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피곤한 게 아닐까? 홍차라도 타서 천천히……
피곤한…… 걸까요?
잠깐 앉아서 얘기할까.
……
아까 그 아이들은 사키코의 친구니?
네. 모두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만난 동료고, 사이좋게 지내고 있어요.
로도스 아일랜드……
제약회사인데, 아주 큰 육지 함선을 소유하고 있어요.
저희는 함선에서 생활하고 일하면서, 세계 여러 장소를 돌아다니고 있어요.
……세계?
……테라, 요.
재미있는 말을 쓰는구나.
……
그 로도스 아일랜드에는 피아노를 칠 수 있는 곳도 있니?
네. 순항 기간에는 그다지 오락거리가 없어서, 악기를 연주하며 보내는 오퍼레이터도 많이 있어요.
저도 가끔 숙소에서 작은 전자 피아노를 쳐요. 비그나 씨 같은 분은 자기 밴드까지 만드셔서……
사키코는 밴드, 안 하고 있니?
……
하고 있어요.
그 비그나 씨랑?
아니요. 다른 분들하고……
엄마는 궁금하네. 사키코랑 밴드를 하는 애들은, 어떤 아이들일까?
……
드럼을 치는 분은 저와 의견이 부딪힐 때도 많지만, 향상심이 크고 노력을 아끼지 않아요. 친구라기보다는, 함께 높은 곳을 목표로 하는 전우 같은 분이죠.
베이스를 맡은 분은 프로 수준의 실력을 가졌어요. 게다가 멤버 전원의 스케줄 관리 같은 서포트 일도 해주시는, 아주 유능한 분이에요.
기타 겸 보컬인 분은 제 소꿉친구고, 인기 많은 아이돌이에요. 거기에 기타도 잘 치고, 멋진 가사도 써주고…… 바쁜 와중에도 언제나 저를 지지해 줘요.
다른 기타 한 분도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고…… 제가 집을 나와 혼자가 되었을 때도, 계속 곁에 있어 줬어요……
후훗, 왠지 사이가 아주 좋아 보이네.
아니요, 사실은 싸움이 끊이지 않아서, 해체한 적도 있었어요.
어머, 그랬구나. 지금은 사이좋게 지내고 있니?
……
……그분들과는 떨어져 버렸어요.
멤버들은 지금 제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어요.
얼마나 멀리 있니? 빅토리아에서 우르수스 정도? 아니면 더 멀리려나.
그…… 찾으러 가고는 싶은데……
왜 망설이는 거니?
그건…… 그게……
……제가 모두를 찾으러 가면 어머님, 아버님이랑 헤어지게 될 것 같아서…… 그게 무서워요.
다시는, 어머님과 만날 수 없을까 봐……
참, 무슨 소릴 하는 거니. 엄마는 계속 여기 있을 거야.
하지만, 어머님은 저를 두고 가셨잖아요!
“엄…… 마……”
“키요츠구 씨, 사키코가…… 사키코가 엄마라고 부르고 있어요……!”
“엄마…… 엄마……”
“사키코, 사키코! 아빠도 불러줘!”
“빠…… 엄마……”
“이럴 수가……”
“사키코…… 먼저 이쪽 음, 그다음 여기……”
“앗! 이거, 어머님이 자주 연주하시는 곡이네요!”
“후훗. 사키코는 피아노를 정말로 잘 치네.”
“어머님, 더 많이 가르쳐 주세요! 그러면 어머님하고 더 함께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 쭉 같이 있자.”
“미즈호, 너무 일러……”
“하지만 오래 버틴 편이라고……”
……
“어머니……”
“사키코. 아빠가 힘낼게.”
“……왜 술 같은 걸.”
“사키코…… 아빠가 힘낼게……”
“난 이제, 힘낼 수 없어.”
“지금의 아버님을 보면 어머님도 슬퍼하실 거예요.”
“어머님이 말씀하셨어요……”
“시끄러워!”
“……그만 내버려둬.”
어머님, 알아요. 계속 알고 있었어요.
저는 여기에 머물러서는 안 돼요. 여기는 제 세계가 아니니까요.
아름다운 꿈도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아요. 언젠가, 어머님 곁을 떠날 때가 오고 말아요.
그래도, 그래도……
그때가, 조금이라도 늦게 오면 좋겠다고……
따뜻한 체온, 똑똑히 들리는 숨소리.
눈앞에는 상냥한 어머니의 눈동자가 있었다.
미안해, 사키코. 엄마, 너한테 거짓말을 하고 있었어.
네……?
내가 진짜 엄마가 아니라는 거, 사키코는 진작에 알고 있었지?
미안해. 엄마, 계속 사실을 말할 수가 없었어.
아까 고등학교 입학식 이야기도 순간적으로 거짓말을 해버렸어…… 내 안의 사키코는, 중학생 모습으로 멈춰있는데……
지금 사키코는 즐겁게 웃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어딘가 괴로워 보여……
저기 사키코, 언제부터 그런 표정을 짓게 된 거니?
내가 모르는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그…… 그건……
미안해, 아무것도 알아주지 못해서. 가장 힘들었을 때 같이 있어 주지 못해서……
사키코를 만나서, 엄마는 정말, 정말 기뻤어.
어떻게든, 네 성장을 이 눈으로 지켜보고 싶었어.
무대 앞에서, 네 라이브도 한번 보고 싶었어.
새로 생긴 친구들도…… 무척 만나고 싶었어.
엄마는 욕심쟁이라서, 사키코의 모든 것을 알고 싶고, 사키코 곁에 계속 있고 싶어.
하지만 나는 네 엄마니까,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니까……
여기를 나가서, 네 진짜 인생을 찾았으면 해.
가렴, 사키코.
너의 '세계'로 돌아가렴.
어머님……!
눌러두었던 감정이 터져 나와, 사키코는 어머니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예전과 똑같이 그저 사키코의 등을 살며시 쓰다듬으며, 다정한 말을 조용히 건네고 있었다.
응? 사키코, 또 나가는 거니?
사키코는 중요한 일을 해야 하니까.
이제 막 돌아왔잖아. 좀 더 느긋하게 있다 가면 좋을 텐데……
……키요츠구 씨.
……응, 알고 있어.
사키코. 아빠도, 엄마랑 같은 마음이니까.
(울먹이는 목소리로) 다만…… 그…… 밥은 꼭 챙겨 먹어야 한다!
네, 알고 있어요.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응.
다녀오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