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2고요한 회랑의 양 끝
냐무는 꿈속에서 드러머로서의 신분을 버리고, 용문의 연예계에 진출해 있었다. 하지만 매일 연기 연습에 힘쓰고, 여러 이벤트에 출연하는 냐무는 연예계 활동을 그다지 즐기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간신히 얻은 휴가도, 소라와 함께 출연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스케줄로 채워져 버린다.
등장 오퍼레이터: 유텐지 냐무
수천수만의 시선 속에서, 인형처럼,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장소로 향하고, 그들이 바라는 목소리를 전한다.
나, 사랑을 두려워하지 않을지어다.
벌써 이틀 동안 사람 그림자도 못 봤어……
용문…… 용문은 어디에 있는 거지? 우리 집은?
아빠, 엄마…… 목말라…… 지쳤어……
멀리 보이는…… 저건…… 빌딩?
바로 앞이니까…… 잠들면…… 안 돼……
……
컷!
아주 좋아, 냐무! 정말 내가 생각하던 장면 그대로야!
평범한 시골 소녀가 모든 것을 내던지고, 음악의 꿈을 좇아 여행을 떠난다.
이 장면은 그 소녀의 밑바닥 시절을 그린 장면이야. 그리고 이후, 소녀는 자신을 알아보는 은인을 만나 용문 최고의 아티스트가 되지.
칭찬해 주셔서 영광이에요~!
대본을 읽었을 때, 왠지 주인공의 마음이 잘 이해됐거든요.
당연하지! 이번 대본하고 역할은, 냐무에게 맞춰서 준비한 거니까!
*상촉 사투리*, 새해 개봉에 맞춘다고 급하게 수정한 대본이겠지……
에……?
스폰서가 '드러머 걸'의 대히트를 부러워해서, 널 이 영화의 주연으로 발탁한 거야.
그리고 네 소속사는 영화를 새해에 개봉하라고 요구했고, 감독은 일주일 안에 대본을 다시 쓰라는 명령을 내렸지……
원래 결말에서는…… 소녀는 죽기 직전, 환상인지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는 꿈을 꿀 예정이었어.
눈부신 빛 속에서, 재능 없던 소녀는 비틀거리며 시상식 단상 위로 올라가.
평범한 소녀는 꿈속에서 모두에게 인정받고, 마침내 마음의 평온을 얻게 되지……
그거야말로 이 영화에 어울리는, 아이러니한 결말이었다고!
*용문 욕설*, 그딴 시시한 대본, 냐무의 힘이 없었으면 이만큼 투자를 받을 수 있었을 것 같아?
누가 그딴 투자 구해달라고 했어? 필사적으로 스폰서 눈치나 보느라, 예술에 대한 추구는 잊어버리고 자빠진 주제에!
현실에 그런 뜬구름 잡는 얘기는 없어. 평범한 사람이 수많은 주목을 받는 무대에 설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상촉 사투리*, 도시에서 자란 너는 이해 못 하겠지! 하지만 시골 출신인 나는 알아!
이 삼류 각본가 놈이, 내가 본때를 보여주마.
말다툼을 하던 두 사람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결국 주먹다짐으로까지 번졌다.
진정하세요! 일단 대화로……
니가 찍은 쓰레기 같은 컷, *상촉 욕설* 예전부터 한 소리 하고 싶었다고!
너 딱 두고 봐, 이 영화로 내가 뜨면 *용문 욕설* 제일 먼저 너부터 자른다!
잠깐만요! 싸울 때가 아니……
병원에서 연락이 왔어요. 감독님과 각본가님은 같은 병실 바로 맞은편 침대에 배정되셨다네요.
하지만 목에 깁스를 한 탓에, 서로 째려볼 수밖에 없다더군요.
곤란하게 됐네요, 당분간 촬영은 중단될 것 같아요……
그런가요……. 뭐, 요즘 제대로 쉬지도 못했으니까, 마침 잘 된 걸지도요~
향후 촬영 스케줄의 윤곽이 잡히면 연락드릴 테니까, 그때까지는 대기해 주세요.
(작은 목소리로) 후우, 왠지 안심되네……
안 돼 안 돼, 긴장 풀 때가 아냐……
엄마……?
소녀는 전화를 들고 문을 연 뒤 베란다로 나갔다.
냐무, 저녁은 묵었나? 요즘 많이 바쁘제?
응, 묵었다.
우리집 보리가 또 풍년이라 아이가. 매일 아침 일찍부터 가서, 해질 때까지 일만 했다 안 카나.
하아, 저번에 말 안 했나? 무리하지 말고, 시골에서 편하게 있으믄 된다고.
니가 피곤할까 봐 걱정돼서 안 카나. 피곤하믄 한번 쉬러 내려온나.
아 맞다, 올 연휴에 뭐 묵고 싶은 거 없나? 아부지랑 같이 준비해 놓을 테니까……
연휴에는 몬 간다! 다들 쉴 때가 내 제일 바쁠 때 아이가……
그런가……
(희미하게 들리는 목소리) 엄마, 누나 드디어 전화받았나?
(가까워지는 발소리)
누나야! TV에서 누나야 나오는 새 영화 예고편 하더라!
이짝에 영화관이 없는 게 아숩다. 있었으면 표 샀을 텐데……
후후, 걱정 마레이. 난중에 디스크 나오믄, 누나가 거기 보내주께.
좋다~!
누나야, 영화에서 드럼 치던 거 억수로 멋있더라!
내도 요즘, 누나야가 예전에 쓰던 걸로 드럼 연습 시작했다 아이가!
누나야는 요즘 점점 드럼 실력이 느는 것 같데! 내도 언젠가는, 누나야처럼 무대에서 라이브 하고 싶데이!
내는…… 아하하, 요즘에는 마이 바빠서, 별로 연습 몬 했다.
캐도, 연습 게을리할 생각은 없데이. 내일 마침 쉬는 날이고, 같이 연습 열심히 하제이~!
응! 엄마가 이제 자라 카니까, 누나야도 고마 자라!
다들 건강 잘 챙기고~ 잘 자그래이~
잘 자래이~
냐무 씨, 방금 소속사에서 급하게 연락이 왔는데, 대형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출연 제의가 들어왔대요.
녹화는 내일 저녁 8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로 예정되어 있어요. 괜찮으시겠어요?
꽤 갑작스럽네요……
그게…… 다른 게스트 한 분이, 아이돌 소라 씨라서요.
소라 씨는 우리 쪽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인기 있는 아이돌인 데다가, 업계 안팎을 불문하고 평판이 아주 좋은 분이에요.
이건 이목을 끌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예요. 타이트한 스케줄이지만, 다시없을 기회니까……
……
그러면…… “여러분과 함께 출연하는 걸 기대하고 있을게요!” 라고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오늘 일은 끝났네요.
고생하셨어요, 냐무 씨. 안녕히 주무세요.
(……적어도 오늘은 드디어 편하게 잘 수 있겠네.)
냐무는 고개를 들어, 테이블 위에 있는 시계로 시선을 던졌다. 시각은 '00:23'을 가리키고 있었다.
소파 위로 풀썩 쓰러지자, 몸이 빠르게 가라앉으며 온몸이 쿠션에 단단히 감싸였다.
드럼, 벌써 몇 달이나 안 쳤네……
냐무는 무거운 발걸음을 들어 전자 드럼 앞으로 향했다. 심벌 위에 희미하게 먼지가 쌓여 있었다.
……스틱 어디 갔더라?
마지막으로 스틱을 잡은 게 언제인지도 기억나지 않게 되어버렸다.
고향집에 있을 때였나? 아니면 더 전에 '드러머 걸'을 촬영하던 때였나?
……뭐, 됐어. TV나 보다가 자자.
팬 여러분 안녕하세요, 신인 배우 냐무입니다~!
내가 주연으로 출연한 신작 영화 '드러머 걸'이 상영 중이야! 엄청 재밌는 영화니까, 다들 영화관에서 한번 봐줘~
내 꿈은 용문 최고의…… 아니, 테라 최고의 드러머가 되는 것!
……
나와 함께, 이상적인 자신이 되자~
……
프로로 살아가는 이상, 무언가 포기해야 할 때도 있어…… 그게 틀린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