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4터무니없는 아침
마이클과 마리온은 서로 다투게 되고, 티피와 모이라는 서로의 우정을 확인한다. 평화로운 밤이 지나고, 다음 날 아침 스태프 호틴은 스튜디오에서 목이 매달린 채 숨진 마이클과 마리온을 발견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티피
몰리, 마이클이 널 찾은 게 어젯밤이 처음은 아니지?
넌 랭크우드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네 성격상 상대가 끈질기게 달라붙지 않는 한, 네 직무 범위를 크게 벗어난 일은 건드리지 않았을 거야.
……
달튼 씨의 죽음, 소품팀장의 해고, 나더러 팀장을 맡으라는 갑작스러운 요청이 있고 난 다음 날…… 마이클 씨가 찾아왔어.
마이클 씨는 정상적이지 않은 절차로 아무도 모르게 이곳을 떠나려 했지.
그레타 씨에게 알리지도 않고, 계약 해지나 섹터 이탈 절차도 밟지 않은 채로?
하지만 주연이잖아. 마이클 씨가 떠나면, 누군가는 반드시 알게 될 테고, 위약금도 내야 할 텐데?
위약금을 감수하더라도 당장 여기를 떠나야 할 만큼 큰 위협을 받고 있는 게 아니라면 말이지.
마이클 씨는 소품팀이 모든 소품을 사용할 수 있고, 섹터 전체의 구조도 잘 알고 있으니까, 나라면……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겠네.
맞아.
너라면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지만, 마이클 씨는 촬영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 정말 도망칠 수 있다고 해도, 만약 네가 들킨다면…… 그레타 씨는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몰리, 그렇게 되면 앞으로 랭크우드에서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을 거란 생각은 안 해봤어?
네 언니가 얼마나 속상해할지 생각 안 해봤냐고!
언니……
네가 랭크우드에 오는 걸 가족들은 모두 반대했는데, 언니만은 계속 응원했다면서?
그러니까 넌 꼭 성과를 내야 해. 가족에게 뭔가를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난 그저 언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을 뿐이야. 언니가 계속 기뻐했으면 좋겠어.
티피…… 이제 화 풀어.
부탁이야!
난 그냥 네가 그 일을 숨겨서 화가 난 것뿐이야.
네가 마이클 씨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거라는 건 알아. 단지,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모를 뿐이잖아…… 나라면 도와줄 수 있는데.
알았어, 티피. 네가 이렇게 화내는 모습은 처음이야……
……
우리 여, 영화 볼까?
하아……
좋아!
……나랑 함께 도망친다고?
맞아, 자기야. 나랑 조금만 같이 더 있다가, 방에 짐 가지러 가자. 응?
설령 그 소품팀 인턴이 정말로 이탈 절차 없이도 떠나는 방법을 안다 해도…… 위약 조항은 어떡할 건데?
촬영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 너도 그레타 그 여자의 수법을 잘 알잖아. 엄청난 위약금을 청구할 거야!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계약은 개뿔, 그 살인마한테 잡히지만 않아도 다행이라고!
달튼이 죽었고, 셸리도 죽었어…… 이제 곧 너랑 내 차례일 수도 있다는 거 모르겠어?
5년 전 그 사고가 일어났을 때, 우리 둘 다 로라가 죽는 걸 지켜만 봤잖아……
그 살인마가 로라의 애인일 수도, 로라의 아빠일 수도 있어. 아니면, 정의의 사도를 자칭하는 괴짜일 수도 있고…… 아무튼 그놈이 당시 관련된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우리가 참회하고 속죄하길 바라면서!
자기야, 난 너를 데리고 여기서 나가고 싶어. 우리는 앞으로도 함께 긴 인생을 살아야 하니까……
어머, 정말 감동적이네.
자기, 언제부터 그렇게 애정이 많아졌어?
어?
멜라니에게 추파를 던지고, 세트팀의 안나, 총무팀의 밀라와 시시덕거릴 땐 언제고……
세상에, 그러면서 나와 긴 여생을 함께할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야?
그, 그게 중요한 건 아니잖아?
중요한 건…… 나는 안 간다는 거야, 마이클.
그리고, 너도 못 가.
……
내가 어떻게 그레타의 영화에서 네 주연 배역을 따왔는데. 그것도 1인 3역을, 이건 엄청난 기회야!
이걸 잘 잡으면, 넌 랭크우드의 대스타가 될 수 있어!
기회는 또 있을 거야……
마이클, 나를 똑바로 바라봐.
네가 《미스 듀폰의 죽음》에서 입은 그 의상은…… 절대적인 주연 여배우 멜라니의 의상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더 눈길을 끌어……
네가 뿌린 향수, 패션위크 때 착용한 아이템은 전부 내 적금을 털어서 준비한 거야. 널 불포로 보이게 만들어준 가짜 귀와 꼬리도 다 내가 마련한 거라고……
내가 없으면 관객들은 바로 눈치챌 거야. 카메라 앞에서 화려하게 빛났던 너라는 상품이…… 갑자기 매력이 없어졌다는 것을.
우리는 5년을 함께했고, 난 너를 위해 모든 걸 바쳤어. 이제 남은 돈도 없고, 나이도 적지 않아…… 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사랑해, 마이클. 내 사랑을 저버리지 마.
그게…… 사랑이라고?
달튼이 죽던 그날, 사실 넌 멜라니가 사람들 앞에서 우리 관계를 까발려줘서 고마웠지?
모두의 눈에 난 그저 말썽이나 피우는 바람둥이야. 그런데 너는 모든 걸 바쳤으면서도 명분조차 얻지 못하고, 남들에게 놀림당해야 했어……
이 얼마나 불쌍하고 슬픈 일이야!
그건 사실이잖아?
너도 말했다시피, 넌 그저 상품에 투자하고 있는 것뿐이야…… 투자라면 당연히 지출이 있어야지.
만약 달튼이 알코올중독자가 되지 않았더라면, 네 투자 대상은 아마 달튼이었겠지?
넌 그냥 기생하고 싶지만, 숙주를 찾지 못한 기생충일 뿐이야, 마리온.
네 모습이 참 우스워…… 물론 나도 마찬가지고.
……
이렇게 된 이상, 나 혼자 갈게. 너는 여기 남든가.
가기 전에 조언 하나 해주지. 그 루시안이라는 기생오라비한테 투자해 봐. 첫 영화 출연인데도 제작팀 모두를 놀라게 했으니까, 잠재력은 충분할 걸……
가기만 해 봐. 당장 그레타한테 알릴 테니까.
넌 정말 피도 눈물도 없구나? 그 살인마가 두렵지도 않아?
내가 왜 두려워야 하는데?
그때 나는 로라가 추락사했다는 걸 나중에 알았어.
죽어가는 걸 지켜본 사람은 너뿐이라고.
……너!
……
마이클, 어딜 보는 거야?
분노는 거센 파도처럼 순식간에 '불포'를 집어삼켰다. 그는 분장실 구석에 있는 소방 도끼를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꺄악……
주인공 일행이 동력층으로 도망치면 안 되는데! 지상에는 좀비투성이지만, 그래도 방법은 있을 거야…… 그렇지, 몰리?
맞아.
이동도시 지하로 들어가면 공간 제약이 커져서, '악령'에게 들켜도 도망칠 데가 없어……
결국 하나둘씩 '악령'에게 들켜서, 통풍관에 매달려 끝없는 어둠 속에서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을 기다리게 되겠지……
내가 이 영화 제작팀 인터뷰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사람을 매다는 장면은 컬럼비아 황야에 사는 어떤 부족의 의식을 참고한 거라고 하더라. 참회나 심판 같은……
그래도 뭐, 스토리 전개는 좀 유치하긴 하지만, 동력층 장면은 꽤 마음에 들어.
왜?
왜냐하면, 전부 다 로케이션 촬영이니까!
소문에 그 장면은 더 이상 섹터를 대여할 돈이 없어서, 다른 제작팀의 촬영 섹터에 몰래 들어가 비밀리에 찍은 거래…… 완전 스릴 있지?
아, 잠깐…… 이 영화는 전에 영화관에서도 본 적이 있는데, 왜 아까 그 몇몇 장면은 못 본 것 같지?
그야 당연하지. 영화관에서 보는 건 심사 후 나온 편집본이니까!
아하…… 그럼, 이 귀한 걸 어떻게 구했어?
그건……
아이참, 공포영화 마니아로서 이건 필수 스킬이지!
티피, 뭔가 비밀이 있는 것 같은데……
전부터 느꼈지만, 영화든 랭크우드 내 여러 가지 일이든, 너는 너무나 잘 알고 있어. 백그라운드 페인터가 어떻게 그렇게 아는 게 많지?
몰리, 나 화낸다!
내가 너 힘내라고 숨겨둔 소중한 보물마저 꺼냈는데, 도리어 나를 심문해? 흐흑……
울지 마, 울지 마. 이젠 안 물을게.
영화에 집중하자…… 몰리, 자꾸 딴생각하지 말고!
들켰네, 헤헤.
미안해. 요즘 제작팀에 사건 사고가 많다 보니, 나…… 조금 불안해서……
내가 옆에 있잖아!
그러네!
그럼 이제 괜찮아?
응!
몰리, 잘 들어~
내 위치가 어떻든, 난 항상 이 제작팀에서 네 가장 좋은 친구일 테니까!
밖에 살인마가 있다 해도, 친구로서 내가 널 지켜줄게!
일이 잘 안 풀린다면, 친구끼리 당연히 함께 노력해야지. 백그라운드 페인터 티피와 소품팀장 모이라는 랭크우드의 공포영화 골든 콤비가 될 거야!
물론, 우리가 더 친해지면 내 가족도 소개해 줄게…… 그게 너한테 서프라이즈일지 쇼크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럼……
그때가 되면 나도 티피에게 우리 언니를 소개해 줄게!
셋이서 같이 랭크우드 이야기를 나누자. 언니는 사과를 깎아 줄 거야. 30초 만에 껍질도 안 끊기고 사과를 잘 깎거든. 너도 분명 언니를 좋아할 거야!
그럼 약속한 거다!
구식 TV가 불 꺼진 방을 밝히며 두 소녀의 얼굴도 비췄다. 각종 기괴하고 음산한 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둘의 찬란한 웃음은 방해하지 못했다.
두 소녀는 서로에게 기대어 서로에게 익숙한 '공포'로 두려움을 이겨내며, 싹트는 우정 속에서 미래를 꿈꿨다.
모처럼 평온한 밤이었다.
오늘은 스튜디오가 왜 이렇게 어둡지?
아, 모이라한테 물어봐야겠다. 항상 일찍 오니까, 스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제일 잘 알겠지.
소품실이 이렇게 멀지는 않을 텐데. 설마 내가 같은 장소를 빙빙 돌고 있었나…… 으으, 뭔가 이상한데……
어? 잘못 들었나?
물방울이 떨어지는 청아한 소리가 호틴의 의문에 대답이라도 하듯 조용한 스튜디오 안에서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런 사려 깊은 '행동'은 그녀에게 더 큰 혼란과 두려움을 안겨주었다.
자신이 있는 구역에는 천장에 수도관이 없다는 걸 호틴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소리는 아주 가까운 곳에서 들려온 게 분명했다.
누구야! 거기 누구냐고!
또 나를 놀려먹고, 일이 끝난 후에 안줏거리로 삼을 생각인 거지?
지, 지금 나오면 절대 화내지 않을게! 설마 모이라까지 이런 장난에 가담하기 시작한 거야? 대체 애를 어떻게 가르쳤길래……
으악……
호틴은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허리 뒤에서 전해지는 이물감에 그녀는 자신이 손전등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조하기도 전에, 코를 찌르는 듯한 달콤한 비린내가 그녀의 코로 들어왔다.
그녀는 기겁하며 일어서서 손전등을 켰다……
한 줄기 바람이 스쳐 지나가자, 높이 매달린 밧줄이 흔들렸고, 호틴이 잘 알고 있는 두 사람도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다툼도, 언쟁도 없이.
마이클과 마리온, 언제나 제작팀의 화제였던 '연인'이 등을 맞댄 채 죽음을 맞이했다.
희미한 불빛 속에서 호틴은 두 사람의 얼굴, 표정, 흔들리는 폭, 그리고 우아하게 춤추는 먼지까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어떤 형언할 수 없는 섬뜩함과…… 신성함을 느꼈다.
그녀는 갑자기 티피와 함께 공포영화를 볼 때 티피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컬럼비아 황야에 사는 어떤 부족의 의식에서, 매달림이란 죽은 자에 대한 심판이자, 죄를 지은 산 자에 대한 경고를 의미한다고.
뙤약볕에 시체가 갈라질 때까지, 모두가 당연한 대가임을 인정할 때까지, 밧줄이 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할 때까지……
쿵!
누, 누구 없어?!
불운한 현장 스태프는 비틀거리며 밖으로 도망쳤다. 그녀는 생각했다……
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아침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