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불타버린 엘레지여

EA-ST-1차가운 밤을 헤치고

사이드 스토리브릿지2025-08-28

허름한 어느 술집, 한 작가가 결말이 없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추방된 왕을 깨운 탐욕스러운 붉은 용,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타라의 주도 나 시어셔로 돌아간 그녀의 고상한 여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등장 오퍼레이터: 리드 더 플레임 섀도우, 네크라스


적에게 빼앗긴 왕국을 되찾기 위해, 탐욕스러운 붉은 용은 숲속에 웅거하고 있는 검은 안개를 찾아 자신을 돕게 했다.

붉은 용은 죽음의 불꽃을 뿜어냈고, 검은 안개는 불길 속으로 적을 내몰았다. 그들은 힘을 합쳐 왕국을 되찾았고 가시덤불로 무성했던 들판은 생기를 되찾았다.

하지만 죽음의 불꽃이 들판에 번지자 들판, 그리고 들판에 있던 주민들은 점점 쇠약해졌다. 새 생명은 연달아 요절했고, 죽은 자 역시 편히 잠들 수 없었다.

붉은 용은 죽음이 통제되지 않고 다시 창궐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녀는 생명은 생명으로, 죽음은 죽음으로 돌려놓으려 했고, 이를 위해 사윈이 시작되기 전, 죽음의 불꽃에 물든 이들을 자신의 둥지로 불러 모았다.


작가

……이게 바로 붉은 용에 관한 이야기예요.

???

그래서? 죽음의 불꽃에 물든 사람들은 어떻게 됐어?

작가

다음은 없어요, 책에 쓰여있는 건 여기까지니까요.

???

말도 안 돼.

작가

모든 것에는 끝이 있는 법이에요. 그게 말이 되든, 말이 되지 않든 말이죠, 아가씨.


신비한 여인

그렇다고 해서 그게 책을 낸 다음에 자취를 감춰버린 이유가 되진 않아. 게다가 이런 허름한 술집에 있다니, 너무 말이 안 되잖아.

작가

말이 안 되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신비한 여인

꼭 그렇게 감질나게 굴어야겠어? 결말을 궁금해하는 독자를 냉정하게 지켜보면서 심리적 만족감이라도 느끼는 거야?

작가

실제로 얼마 전, 과한 책임감을 가진 몇몇 전달자들이 이곳에 찾아와 독자들의 편지를 전해줬어요.

신비한 여인

진짜 즐기고 있었구나.

작가

즐긴다니요? 전 그 편지를 보지도 않고 곧바로 난로에 던져 버렸어요.

신비한 여인

너무하네.

신비한 여인

뿐만 아니라, 네가 낸 단편집에는 결말 있는 이야기가 하나도 없어. 정말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작가

이유는 간단해요. 뭘 써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죠. 그래서 결말을 쓰지 못했어요.

작가

저기, 이제 돌아가 주시죠. 보아하니 잘 교육받으면서 자란 것처럼 보이는데, 이런 누추한 술집은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아요. 겨우 결말 없는 이야기 몇 개 때문에 이렇게 마음 쓸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신비한 여인

왜 날 못 쫓아내서 안달이야? 어쩌면 내가 너를 도울 수도 있는 거잖아.

작가는 눈앞의 여인을 다시 살펴봤다. 후드로 가렸지만,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 분명 허약한 여자일 것이다.

그리고 이 사람은 이 황량한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이 술집으로 달려왔다. 분명 오기 전에 많은 조사를 했을 것이고, 금방 돌아가진 않을 것이다.

작가는 이런 생각을 하며, 카드와 칩이 널브러져 있는 테이블 위에 놓인 끈적끈적한 잔을 들고 퀴퀴한 냄새가 나는 맥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작가

좋아요, 그럼 당신은 이 이야기의 결말을 어떻게 짓고 싶나요?

신비한 여인

왜 나보고 결말을 지으라는 거야?

신비한 여인

어쨌든 작가는 너잖아. 나는 그저 약간의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재를 주고 싶을 뿐이야.

작가

소재?

작가

작년 가을, 당신도 그 도시에서 죽을뻔했나요?

신비한 여인

그 순간을 겪었던 사람이라면, 네 이야기가 그때를 배경으로 한다는 것쯤이야 누구나 알 수 있어.

작가

……

작가

한번 말해보세요. 당신의 소재를 들어 보죠.

신비한 여인

일찍이 재앙으로 파괴된, 타라의 왕성이 있던 옛터의 가장 깊은 곳……


일찍이 재앙으로 파괴된, 타라의 왕성이 있던 옛터의 가장 깊은 곳, 금속 용광로에서 타오르던 불꽃은 짧고 평온했던 어느 날 누군가에 의해 꺼졌다.

본래라면 그다지 다급하지 않았던 일이었겠지만, 그래도 붉은 용은 이곳에 왔다.

붉은 용

불타는 것에 저항하고 있는 건가?

붉은 용

아니면, 설령 수백 년이 지난 뒤에 나타난 불길한 이종족이라 해도, 시간 속에서 부식된 갈망과 원한을 다시 불태울 수는 없는 건가?

붉은 용

아니면, 내가 지나치게 신중했나?

보랏빛 불꽃이 용광로 밖으로 타올랐다.

일렁이는 불꽃 속, 붉은 용의 얼굴색은 아까보다 더 창백해져 있었다.

???

……

붉은 용

일어났어?

붉은 용

흐음, 네가 누군지 알려 주어야 하나……

붉은 용

왕관을 버리고 20년 동안 황야를 떠돌았지만, 돌아온 뒤 혈육에게 죽임을 당한 불쌍한 붉은 용, 라브리타흐. '추방된 왕'이라 해야겠지?

'추방된 왕'

……

붉은 용

불쌍하네, 600년이 지났는데도 갑작스러운 죽음에 충격을 받다니.

'추방된 왕'

600년?

붉은 용

어림짐작일 뿐이야. 네가 정확히 몇 년도에 죽었는지는 아무도 몰라.

'추방된 왕'

놀라긴 했지만, 내가 놀란 이유는 나의 죽음 때문이 아니다. 600년이 지났다는 것과, 드라코에서 또 다른 죽음의 불꽃을 내뿜는 이종이 나타난 것에 놀랐다.

'추방된 왕'

심지어 그들은 네가 클 때까지 기다려줬군, 젖먹이 시절에 죽이지 않았던 건가.

'추방된 왕'

빅토리아인들이 너를 시켜 날 죽음에서 깨우라고 했나? 아니면, 네 침대 밑에 빅토리아인의 바보 같은 왕관이 숨겨져 있기라도 하나?

붉은 용

빅토리아는 더 이상 붉은 용이 다스리는 나라가 아니야. 게다가 지금의 타라는 그 어떤 외부인의 명령도 따르지 않아.

'추방된 왕'

하하, 나쁘지 않군.

'추방된 왕'

죽은 자에게 희소식을 전하는 것이 유행인가? 아쉽지만 너에게 줄 보상은 없다. 그러니 이만 가보도록.

붉은 용

라브리타흐, 지금 네 몸에서 타오르고 있는 건 나의 불꽃이야. 같지도 않은 말로는 이 상황은 진정시킬 수 없어.

'추방된 왕'

상황을 진정시킨다고? 나의 일은 이미 끝났다. 마무리되지 않은 일이 있다면, 그건 네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붉은 용

……

'추방된 왕'

그래, 알고 있다. 어차피 죽음의 불꽃이 초래한 성가신 일은 모두 비슷하니까 말이야. 삶과 죽음이 뒤섞여, 늙은 짐승은 죽었음에도 쓰러지지 않고, 새로 태어난 어린 짐승은 요절해 버리니.

'추방된 왕'

말해봐라, 얼마나 크게 일을 벌였지? 목장 하나만큼? 아니면 도시 하나? 그것도 아니면 들판 전체?

붉은 용

타라 전역에 불을 질렀어. 타라가 빅토리아의 폭정으로부터 자유를 얻게 하기 위해서.

'추방된 왕'

뭐라고?!

붉은 용

처음에는 이렇게 불을 질러서, 타라를 죽은 자의 나라로 만들자고 생각했어. 어쨌든 죽음의 불꽃은 새로운 장작을 찾게 될 테니까.

붉은 용

하지만 아무런 방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생명을 사라지게 만드는 건 너무 경솔한 생각인 것 같았어.

붉은 용

그래서 물어보는 거야. 타라의 들판에서 죽음의 불꽃을 완전히 잡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추방된 왕'

……네가 하는 말이 단순한 허세였으면 좋겠군.

붉은 용

맘대로 생각해.

'추방된 왕'

잘 들어라, 지금부터 내가 하는 조언은 너를 위한 게 아닌 여전히 '타라'라는 이름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추방된 왕'

이미 네 불에 물들어 죽음으로 향한 자들은 이제 생명으로부터 버림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돌아가지도 못하겠지.

'추방된 왕'

물론 네 뒤에 있는 좀비들도 포함해서다. 살아있어 봤자 시체가 걸어 다니는 꼴이지, 어찌할 도리는 없어.

'추방된 왕'

서둘러 한곳으로 모아라, 다른 사람에게 불이 옮겨붙지 않도록.

붉은 용

관용, 이게 네가 내놓을 수 있는 조언인가?

'추방된 왕'

그럴 리가.

'추방된 왕'

그런 다음, 또 다른 붉은 용을 찾아라. 네가 아직 죽이지 않은 피붙이가 있다면 말이지.

'추방된 왕'

불길로 생명을 따뜻하게 할 수 있는 진정한 붉은 용을 찾은 다음, 먼지, 흙, 생명 그리고 죽음을 모두 제자리로 되돌리는 거다.

붉은 용

이게 네가 아는 전부야?

'추방된 왕'

그렇다. 무지하고 어린 용이여.

붉은 용

그러니까, 네가 아는 것과 내가 아는 게 큰 차이는 없다는 거네.


붉은 용은 코웃음조차 치지 않은 채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그녀는 허름한 집 한 채를 지나쳤다. 안에서는 은은한 주황색 촛불의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이곳은 죽은 자가 배회하는 광야, 인가가 있어선 안 되는 곳이었다. 그렇기에 붉은 용은 무너져가는 집의 문을 두드렸다.

노쇠한 노인

누구시죠?

붉은 용

내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네가 왜 이곳에 살고 있는지야.

노쇠한 노인

제가 예전에 여기 있었던 이유는, 빅토리아인들이 여기까지 찾아오지도 않고, 제가 수확한 작물도 뺏어 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노쇠한 노인

5년 전, 딱 오늘 같은 밤이었습죠. 어떤 사악한 캐스터가 이곳을 지나치며 끝까지 쫓아온 빅토리아인을 죽였죠.

노쇠한 노인

전 캐스터에게 고기, 곡식 그리고 새로 담근 탁주를 바쳤지만, 그 캐스터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것이 아니라 불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을 불태울 수 있는 불꽃, 장작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는 불꽃이 필요하다고 했죠.

노쇠한 노인

그리고, 저의 외아들 '키스'는 그를 따라 집을 떠났죠.

붉은 용

아주 고상한 영혼이군.

노쇠한 노인

3년이 지난 후, 그날도 저녁이었죠. 또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키스였죠.

노쇠한 노인

말을 하지도, 눈물을 흘리지도, 숨을 쉴 수도 없었습니다. 제 앞에 있던 건 몸에서 보랏빛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던 키스였습니다.

붉은 용

유감이군.

노쇠한 노인

그러나 불행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키스를 땅에 묻었지만, 그 아이는 땅속에서 썩길 원치 않았죠. 키스는 자신의 죽은 몸을 이끌고 끝없이 황야를 떠돌았습니다.

노쇠한 노인

이게 바로 제가 이곳에 계속 살고 있는 이유입니다.

노쇠한 노인

당신은 그 캐스터와 같은 길을 걷는 분입니까? 혹시 키스에게 평안을 주기 위해 오셨습니까?

붉은 용

맞아……

붉은 용

아, 본인이 찾아왔네.

누가 봐도 선명하게 보랏빛 불꽃을 내뿜는 한 좀비가 비틀거리며 두 사람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붉은 용은 좀비의 가슴을 창끝으로 눌렀다. 좀비의 온몸이 활활 타올랐고, 눈 깜짝할 사이에 타버린 후 재로 변했다.

노인은 순간 어안이 벙벙해졌다. 마치 불타버린 게 아니라 창끝을 타고 붉은 용의 몸으로 흘러 들어간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붉은 용

너는 어떻지? 너 역시 보랏빛 죽음의 불꽃에 물들어있지 않나?

노인은 자신의 몸을 살펴봤지만, 아들의 몸에 있던 맹렬한 불길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붉은 용의 눈에는 그의 몸에서 치솟는 불길이 죽은 자들보다 더 활활 타오르는 것이 보였다.

노쇠한 노인

……만약 당신이 말하려는 게 슬픔, 분노, 증오라면, 당신의 말이 맞습니다. 마녀.

노쇠한 노인

빅토리아인들은 금화를 징수하지만, 당신들은 피를 징수하는 겁니까? 당신들은 제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가는군요.

노쇠한 노인

이 몸은 이미 빈 껍데기입니다. 저를 지탱해 주는 건 당신이 말한 그 불뿐이죠.

붉은 용

그래서 난 이제 그 불을 회수하려고 해. 네 생각은 어때?

노쇠한 노인

언젠간 이런 날이 찾아올 줄 알고 있었습니다.

노인은 두 눈을 감고 붉은 용의 창끝으로 향했다.

노인은 여태껏 자신을 지탱해 온 슬픔과 분노의 불꽃이 붉은 용의 손을 통해 빠져나가는 것, 그리고 자신의 혼탁한 의식 역시 육신에서 떨어져 나가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는 죽음이 가까워졌음을 직감했다. 하지만 그의 삶은 이미 멈춰있었기에 죽음이 두렵진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 불꽃이 멈췄다.

노쇠한 노인

왜죠? 왜 저를 죽이지 않는 겁니까?

붉은 용

죽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야.

붉은 용

어떤 망령이 내게 말했어, 생명은 죽음의 불꽃에 물들어버린 자를 더 이상 돌보지 않는다고. 지금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네.


신비한 여인

“지금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네”. 붉은 용은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

신비한 여인

결말은 이렇게 하는 게 어때? 난 그 노인의 입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어, 그리고 거기에 약간의 상상력을 추가했지. 아마 네 이야기에 넣어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은데.

작가

이야기에 전설 속 추방된 왕의 망령과 관련된 소재를 넣는다는 건가요……?

작가

그렇게 해도 되겠네요, 근데 정말 제 이야기에 결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신비한 여인

네가 보는 것과 내가 보는 건 달라. 난 네 관점에서 보고 싶고, 듣고 싶어.

작가

설마 당신도 '진실 맞추기' 같은 걸 좋아하는 그런 부류인가요?

신비한 여인

아니, 난 한 번도 그런 생각한 적 없어.

작가

훗, 적어도 우리 둘 다 그곳에서 살아나온 것으로 봐선, 저의 관찰과 영감, 그리고 집필 과정에서 버렸던 내용을 몽땅 당신에게 줘도 될 것 같네요.

작가

하지만 그 이야기들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는 저도 장담할 수 없어요.

작가

마침 방금 붉은 용에 대해서 얘기했으니까…… 저도 거기서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작가는 또다시 맥주 반 잔을 마셨고, 약간은 도발적인 눈빛으로 눈앞의 여성을 본 후 이야기를 시작했다.

만약 당신이 붉은 용이 나 시어셔라 부르는 둥지에 가본 적이 있다면, 설령 며칠이라는 짧은 시간이라 할지라도, 당신은 그 검은 숲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그곳은 어둡고 습한 데다, 검은 안개로 자욱한 곳이다. 그곳엔 인간을 농락하려는 페이로 가득하기까지 하다. 마치 캄캄한 미궁처럼.

검은 숲이 허락하지 않은 한, 그곳에 발을 들인 자는 그 누구도 빠져나올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검은 숲이 통행을 허락하고 기꺼이 문을 열어준다면, 설령 인간을 농락하려는 페이가 잘못된 길을 알려주면서 당신의 우둔함을 비웃는다 할지라도, 결국엔 당신을 놓아줄 것이다. 그리고……

[CG: 59_i01]

그 순간은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될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 같을 것이다.

그러나 붉은 용은 자신과 함께 온 사람들을 데리고 망설임 없이 둥지의 경계로 들어갔다. 아름다운 광경은 뒤로한 채.

붉은 용

나 시어셔. 타라의 마음. '붉은 용의 둥지'……

네? '어느 붉은 용'이냐고요?

아무래도 당신은 정말 '진실 맞추기'를 좋아하는 것 같군요. 설령 제가 아무것도 모르는 당신에게 일부러 잘못 알려준다고 해도 말이죠. 안 그렇습니까?

그렇게 많이 알고 있다면, 저 역시 빙빙 돌려 말할 필요 없겠네요.

로흐시니

나 시어셔. 타라의 마음. '붉은 용의 둥지'…… 드디어 도착했어.

타라 유랑민

세상에, 스카타나 들판에서 이곳까지 오다니. 정말 길고 긴 꿈을 꾼 것 같아…… 내가 정말 이곳에 정착할 수 있을까?

로흐시니

이곳도 마냥 평화롭지만은 않을 거야.

로흐시니

타라의 주도가 런디니움 전쟁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은 건 확실하지만, 나 시어셔 인근에서는 저강도의 침투와 귀족들의 반란이 끊이지 않고 있어.

로흐시니

특히, 붉은 용이 군대를 이끌고 런디니움에 진군한 이후…… 이곳에서 국지전이 벌어졌다 해도 과언은 아니지.

타라 유랑민

리드, 미안해. 난 그냥 기뻐서 그래, 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니야!

로흐시니

아니야, 집에 간다는 건…… 기뻐해야 할 일이야.

타라 유랑민

모란, 이 도시와 검은 숲에 관한 노래를 들어 본 적 있어?

모란

들어보긴 했는데, 이런 상황에 맞지는 않는……

타라 유랑민

불러봐, 모란!

모란

동이 트면 검은 숲으로 가 안개를 부르네♪

모란

전장으로 향하는 길에 오르자♪

모란

피리 소리도, 북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네♪

모란

등 뒤의 종소리만이 안개 속 물방울을 가르네♪

모란

돌아오는 길에 이 노래에 가사를 덧붙이고 싶었는데 아무런 영감도 떠오르지 않았어요.

로흐시니

……

모란

리드 씨, 걱정이 더 많아진 것 같아요. 이 노래가 너무 슬퍼서 그런가요?

로흐시니

아냐, 노래랑은 아무 상관 없어. 좋은 노래네.

로흐시니

난 단지……

로흐시니는 말을 잇지 않았다.

그녀의 뒤로 유랑민들이 줄지어 검은 숲으로 걸어갔다.

찬란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경치와 비교하면, 눈앞의 나 시어셔는 초라하고 칙칙했다. 하지만 로흐시니를 제외한 그 누구도 이것을 신경 쓰진 않았다.

그들이 알고 있는 건, 결국 이 긴 여정을 마쳤다는 것과, 마침내 여정의 종착점에 도달했다는 것뿐이었다.

집으로 돌아왔다.


모란

이제 우린 어떻게 하죠?

로흐시니

우리를 마중 나온 사람이 있을 거야. 그들을 만나면……

로흐시니는 도시 쪽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사람의 모습을 보았다.

그들을 마중하러 나온 사람, 그 사람은 지난번에 로흐시니를 죽이려 했던 자였다.

로흐시니는 무의식적으로 두 팔을 벌려 옆에 있는 모란을 보호했다.

로흐시니

……네가 왜 여기 있지?

'교관'

당신을 모시러 왔습니다.

로흐시니

뭐?

'교관'

나 시어셔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에블라나 전하와 만날 때까지 함께해 드리죠.

'교관'

그다음, 만약 필요한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저와 만날 일은 없을 겁니다.

로흐시니

확실히. 나와 언니가 얼굴을 보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은 '가스트렐'호에서 이미 해결했지.

'교관'

저를 따라오시죠. 나머지 사람들은…… 안전상 따로 조치하겠습니다.

로흐시니

안 돼. 저 사람들은 전부 타라의 동포야. 저들은 나와 함께 도시로 가야 해. 이건 내가 했던 약속이야.

'교관'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해드리고 싶지만, 솔직히 말해 도시에 있는 대부분의 동포는 당신이라는 붉은 용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습니다.

로흐시니

장담하지, 저 사람들은 비밀을 지킬 거야.

'교관'

이게 바로 전하와 당신의 차이점이군요.

로흐시니

네 말은, 언니는 저 사람들이 '확실하게' 비밀을 지킬 수 있게끔 한다는 건가?

'교관'

……

로흐시니

그게 바로 내가 저 사람들과 함께 나 시어셔로 가려는 이유야.

???

저기…… 어쩌면 제게 양쪽 모두를 만족시킬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들어보실래요?

'교관'

네가 이곳에 올 수 있었던 건 나 시어셔 주민들의 정착을 책임지고 있기도 하지만, 침묵하는 법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이야. '영혼수호자'.

'교관'

네가 말한 양쪽을 모두 만족시키는 방법이 단순한 동정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군. 만약 그게 아니라면 너도 나 시어셔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될 거야.

'영혼수호자'

알겠습니다.

'영혼수호자'

말씀하신 것처럼, 나 시어셔는 동포들에게 곧바로 문을 열지 않을 것입니다.

'영혼수호자'

전 내일 영혼수호자의 마을로 가서 제기들을 보내 달라는 요청을 할 예정입니다. 이 동포들이 당장 머물 곳이 없다면, 우선 영혼수호자들의 거처로 데리고 가 그곳에서 머물게 하겠습니다.

로흐시니

영혼수호자들의 거처? '영혼수호자'는 전설과 이야기 속에서 따온 일종의 별칭 아닌가?

'영혼수호자'

제 동족들이 전설로써 전해져 내려온 건 오래되었죠. 그리고 이런 유적지 주변에서 생활할 수 있는 사람들은 다른 땅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습니다. 전 무리를 떠난 이단아일 뿐이고요.

'영혼수호자'

그렇기 때문에……

'영혼수호자'

음, 눈앞에 있는 이 붉은 용에 관한 어떤 것도 외부인에게 알리지 않을 겁니다.

로흐시니

저기, '영혼수호자', 난 정말 널 믿고 싶어. 하지만……

모란

당신이 정말 영혼수호자인가요?

로흐시니

모란?

모란

제 증조할머니가 살아계실 적, 할머니는 영혼수호자가 주관하는 전통 장례식을 원한다 하셨어요. 그래서 가족들이 황야 곳곳을 찾았지만 결국 아무것도 찾지 못했고, 그냥 죽음을 앞둔 할머니의 넋두리라고 치부해 버렸죠.

모란

하지만 증조할머니께선 현실과 전설을 명확히 구분해 낼 수 있는 분이었어요. 증조할머니는 어떤 것이 실재하는지 제대로 알고 계셨고, 한 번도 틀린 적 없었죠. 게다가 저 역시 영혼수호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적지 않게 들었고요.

모란

전 당신을 믿고 싶어요.

로흐시니

부디 저들의 믿음을 저버리지 말아 줘, '영혼수호자'.

'영혼수호자'

알겠습니다.

로흐시니

……좋아.

'영혼수호자'

저기, '교관' 씨?

'교관'

좋아, 데려가.


근엄한 영혼수호자

네모스? 이 사람들은 누구야?

'영혼수호자'

떠난 뒤에도 계속 폐를 끼쳐버리고 말았네요. 죄송합니다.

'영혼수호자'

이들은 돌아갈 곳 없는 타라인입니다. 지금 당장은 나 시어셔에서 이 사람들을 받아주지 않아서요. 혹시……

근엄한 영혼수호자

과거, 영혼수호자는 무리를 떠나는 널 막지 않았지. 그것만으로도 아주 이례적인 일이었어. 근데 지금 와서 네가 데려온 신원 불명의 사람들을 받아달라니, 그럴 이유는 없어.

모란

저기, 어쩌면 저희에겐 영혼수호자의 수용이 필요하지 않을지도 몰라요.

'영혼수호자'

모란 씨?

모란

한때, 전 음유시인이 되는 걸 꿈꿨죠. 전 영혼수호자들의 전설을 수집했고, 당신들의 마을을 찾아다녔고, 당신들의 전설을 전했어요.

모란

하지만 음유시인이 되겠다는 꿈도, 영혼수호자들에 관한 꿈도 모두 산산이 부서졌죠. 오직 집에 돌아가겠다는 마음만 남은 지금이 되어서야 우연히 당신들과 만나게 되었네요.

모란

전설이 사실이라면 영혼수호자는 고행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겠죠. 평범한 사람과의 유일한 접점이 있다면, 장례식을 주관하는 것으로 죽은 자의 영혼을 불꽃 속에서 평온히 보내주는 거고요.

근엄한 영혼수호자

……제법이군.

모란

저희는 단지…… 아니, 타라의 각지에서 온 유랑민들이 영혼수호자들에게 받아달라 부탁하다니, 저희에게 그럴 자격은 없어요. 저희가 바라는 건 이곳에서 잠시만 머무르는 거예요.

근엄한 영혼수호자

……

모란

약속드리죠. 저희는 최대한 영혼수호자들의 풍습을 준수할 것이고, 어떠한 폐도 끼치지 않을 거라고요.

모란

그리고, 이제 겨울이 다가오고 있어요, 풍요를 축하하는 기념일이 있지 않았던가요? 만약 도와드릴 것이 있다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근엄한 영혼수호자

……사윈, 풍요를 기념하는 날이지.

근엄한 영혼수호자

너희는 확실히 도시 사람들과는 달라 보이는군.

근엄한 영혼수호자

유적지 밖에 사람이 살지 않는 오두막이 있어. 일단 그곳을 치워서 머물도록 해.

모란

감사합니다.

근엄한 영혼수호자

네모스, 아직 뭐가 남았나?

'영혼수호자'

도시의 더블린이 타라의 광복을 기념하는 축하 행사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영혼수호자'

그리고 영혼수호자에게 제기를 빌려 오겠다고 그들과 약속했습니다. 타라의 단결, 그리고 타라인의 나라가 전통을 중시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근엄한 영혼수호자

이제 곧 사윈이야, 우리에게도 여분의 제기가 있을 리 없잖아. 잊었어? 여분이 있다고 해도 주지 않을 거야.

'영혼수호자'

전통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더블린이 제기를 빌려주길 바라는 겁니다……

근엄한 영혼수호자

그렇다면 이른바 독립 이후 지금까지, 어째서 단 한 명의 나 시어셔 사람도 도시의 고인을 위해 전통 장례식을 부탁하지 않았지?

근엄한 영혼수호자

잊었다가 다시 떠올리는 것, 그리고 들어본 걸로 그럴듯하게 말하는 것은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어.

근엄한 영혼수호자

만약 그냥 돌아가기에 면목이 없을 것 같다면, 피리라도 갖고 가.

'영혼수호자'

이건 그냥 너무 평범한 피리잖아요……

근엄한 영혼수호자

이건 우리가 최대한으로 보여줄 수 있는 그들에 대한 존중이야.

근엄한 영혼수호자

영혼수호자는 산 자와 함께하지 않고, 산 자의 존중도 필요 없어. 죽은 후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근엄한 영혼수호자

이게 바로 더블린이 마땅히 지켜야 할 전통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