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8밤의 끝자락
야간 통행금지가 깨지고, 붉은 용의 복수를 위해 도시에서 벌어진 소동은 브리지드가 영혼수호자를 데리고 오면서 잠잠해진다. 한편, 로흐시니와 검은 안개의 싸움은 계속된다. 슬픔과 노랫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사람들은 붉은 용을 위해 환화 의식을 시작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브리지드, 리드 더 플레임 섀도우
네모스는 관을 요새로 끌고 갔다.
조각상이 우뚝 선 광장은 텅 비어 있었다. 야간 통행금지가 시작되었지만, 네모스는 붉은 용의 관을 끌며 지나갔고, 붉은 용의 불길은 그녀의 몸에서 타오르고 있었다.
그녀가 지나가는 곳에는 어둠이 물러갔고, 지나갔던 길에는 다시 어둠이 자리를 잡았다.
하하, 쿨란 씨…… 당신을 질투하게 될 거 같네요.
당신이 커다란 조각상을 끌고 갈 때, 잠들어 있던 사람들마저 그 소리에 깨어나 무슨 일인지 밖을 확인했죠.
하지만 쿨란 씨, 저는 어떻게 해야 하죠?
소리라도 쳐야 할까요? “붉은 용이 죽었다”라면서?
네모스는 고개를 들어 조각상을 쳐다봤다. 보랏빛 불꽃이 이글거리는 눈동자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네모스는 몇 년 전 고인 앞에서 영혼수호자들과 함께 불렀던 노래를 떠올렸다. 가사를 잊어버려서 얼마 부르지 못했다 하더라도,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함께 노래를 불렀다.
……아직 이 옛 노래를 잊지 않았기를, 타라인들이여.
그나저나, 어떤 노래로 당신의 죽음을 알려야 할까요? 붉은 용.
차라리 불경한 《팀 핀의 경야》를 부르죠. 장례식에서 사람들은 한바탕 난리를 치고, 당신의 몸에 술도 쏟고, 당신은 술 냄새를 맡고 되살아나는 거죠. 어떤가요?
관두죠. 당신이 살아나길 바라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네모스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다른 노래를 불렀다.
산과 언덕 사이로 찬바람이 휘몰아치고, 늪지와 계곡은 먹구름으로 뒤덮였네♪
새벽녘에 만난 한 여행자, 내게 황금빛 초원으로 가는 길을 물었네♪
무리를 떠난 영혼수호자는 목이 쉬도록 노래를 부르며, 불타는 관을 끌고 익숙한 곳, 그리고 나 시어셔의 사람이 사는 모든 곳을 지나쳤다.
네모스는 모든 집 앞에 멈춰 서서 보랏빛 불꽃을 창문에 비치게 했고, 영혼수호자의 엘레지가 집 안까지 들리게 했다.
네모스가 노래할수록 불꽃은 그녀에게 더 달라붙었고,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무뎌진 그녀의 감각을 뚫고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네모스는 모든 창문 너머에서 들리는 아주 미세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타라어 학원? 키란, 저게 공짜는 아니겠지?
이 가격이면…… 나쁘진 않네, 술 좀 덜 마시지 뭐.
*빅토리아 욕설*. 키란, 내가 그때 너를 많이 도왔다면 네가 빅토리아인들한테 잡히지 않았을 텐데……
빌어먹을 검은 안개, 붉은 용이 이걸 몰아내지 않으면 내가 하겠어!
산과 언덕 사이로 찬바람이 휘몰아치고, 늪지와 계곡은 먹구름으로 뒤덮였네♪
새벽녘에 만난 한 여행자, 내게 황금빛 초원으로 가는 길을 물었네♪
누구지? 네모스? 한밤중에 무슨 노래를 부르는 거야?
뭔가를 끌고 있어. 엄청 활활 타고 있는데, 도대체 뭐지……
당신이 타라인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다는 건 알겠지만, 그게 꼭 입대일 필요는 없잖아?
……알겠어. 집에서 당신이 돌아오길 기다릴게, 우리가 자유를 얻는 그날까지.
드디어 조용해졌군. 팔이 없어졌는데 안 아플 리가 없잖아? 허구한 날 아프다고 소리치면 좀 나아지기라도 하나?
차라리 돌아오지 마. 차라리 평생 당신을 그리워하게 되더라도, 지금처럼은……
나는 그에게 말했지. 존귀한 사람이여, 나도 이게 얼마나 긴 여정이 될지 알 수 없소♪
하지만 당신이 원한다면, 황금빛 들판으로 가는 길을 잠시라도 함께 하겠소♪
이건 죽은 자를 애도하는 곡이잖아?
저 보랏빛 불꽃…… 이 노래가 추모하는 사람은?!
뭐지?! 적들이 이미 검은 숲을 지나서 나 시어셔 밖에 있는 건가?
여기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군. 네모스, 징집소는 어디야? 무기를 챙겨서 갈게!
집 안에는 빛도, 소리도 없었다.
오른쪽으로, 영원히 무너지지 않는 왕성을 지나 향긋한 술이 흐르는 강을 건너시오♪
강가에서 당신과 술 한잔을 나누고, 다시 함께 황금빛 들판으로 향하겠소♪
네모스 누나, 전쟁이 끝나면 이곳으로 와서 쿨란 님과 함께 살 건가요?
정말 아쉽네요. 저 대신 쿨란 님에게 요리해 줄 사람이 생기는 줄 알았는데……
로흐시니 전하가 돌아오기 전에 내가 해야 할 일은…… 공방의 문을 수리하는 것.
(코를 훌쩍인다)
황금빛 들판을 찾을 수 있기를, 불길 속에서 영원히 배반하지 않은 안식을 찾을 수 있기를♪
그때가 되면, 방황하지 않고 황금빛 들판을 향해 끝까지 가게 될 것이오♪
이미 죽음에 잠식된 영혼수호자가 노래를 부른다 해서 누가 깨어난다는 거지?
너 자신조차 깨어나지 못했다. 내 말이 틀렸나?
……
어쨌든 브리지드, 아주 조금이지만 나의 피를 이어받은 바보 같은 녀석……
돌아오지 마라.
이 도시에는 네가 목숨을 바칠 만한 가치가 없다.
네모스는 오늘 밤 한 번도 지나지 않았던 마지막 거리로 향했다.
그녀는 거의 나 시어셔의 모든 거리를 걸었다. 모든 문 뒤에서 과할 정도로 떠들썩한 소란과 소음이 있는 것 같았지만, 그녀를 위해 문을 여는 집은 한 곳도 없었다.
무리를 떠난 영혼수호자의 감각은 점점 사라졌고, 목소리도 약해졌다. 기억하고 있던 영혼수호자의 노래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불경한 《팀 핀의 경야》마저 이미 다 부른 상황이었다.
남은 건 어떻게 해서든 정말 부르고 싶지 않았던 마지막 노래뿐이었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
동이 트면 검은 숲으로 가 안개를 부르네♪
전장으로 향하는 길에 오르자♪
네모스……
……엠마 씨!
당신을 못 알아볼 뻔했어요. 당신…… 아직……
네모스, 난 틀렸어, 난 이제 곧 죽을 거야. 이렇게 침대에 누운 채로 숨을 멎게 되겠지.
온몸의 마디마디가 다 아프고, 목구멍에선 불이 타오르는 것 같아. 그리고 요 며칠 사람들이 여럿 사라졌어.
하지만 나는 네 노래를 들었고 네가 끄는 관을 봤어! 난 이제 병으로 곧 죽으니까, 이렇게 나와도…… 커헉! 쿨럭!
검은 안개는?
숲속에 있거나, 도시에 들어왔거나, 아니면 이미 우리 뒤에 와있을지도 모르죠. 전 몰라요. 관심 없어요.
하…… 하…… 나도…… 관심 없어.
하나만 물을게, 네모스…… 네가 대답해 준다면 난 편하게 죽을 수 있어, 더는 살아있는 채로 고통받지 않겠지……
(숨을 가쁘게 헐떡이며) 그 관 속에 누워 있는 건…… 정말 우리의 그 붉은 용이야?
자신의 집 문 앞의 계단에서 엠마는 휘청이며 서 있었다. 마치 금방이라도 부서져 땔감이 되고, 절망의 불꽃을 피운 뒤, 재가 될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제가 직접 이 관에 붉은 용의 시신을 넣었어요.
붉은 용은 왜 죽은 건데……?
누가 죽였어?
누구야?!
엠마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지만, 분노에 가득 차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텅 빈 거리에서 메아리쳤다.
누구야?!
누구야?
누구……
목소리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네모스는 고개를 돌렸다. 거리에는 여전히 아무도 없었지만, 어디서 그 목소리가 들려왔는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굳게 닫힌 문 뒤, 그곳에는 엠마처럼 빨갛게 충혈된 주민들의 눈이 있었다.
네모스는 고개를 돌려 우뚝 솟은 요새를 바라보았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당신들은…… 아직도…… 복수를 하려는 건가요?
맞아. 움직일 수만 있다면……
붉은 용을 위해 복수할 거야.
네모스는 절망하며 돌아섰다.
네모스는 더 이상 노래를 부르지 않았고, 관을 끌며 광장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다.
잠깐만, 네모스. 기다려!
//黑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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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안개, 내가 몇 번을 더 말해야 하지. 에블라나는 이미 죽었어, 내 손으로 직접 죽였다고!
언니의 시신은 네모스가 끌고 간 관 안에 있어…… 그리고 언니는 죽었고 환화 의식을 치러야만 그들 몸에서 타오르는 보랏빛 불꽃을 끌 수 있다는 걸 주민들도 알아야 해.
후우, 후우……
그건 네 바람일 뿐……
불꽃은 에블라나가 준 것이 아니야, 에블라나 때문에 생겨난 거지…… 붉은 용이 약속한 모든 것이 너 때문에 사라졌어……
언니가 언제부터 자신이 했던 약속을 신경 썼다는 거지? 언니의 약속이 진짜로 실현되기를 바랐다면……
로흐시니가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곳까지 물러나자, 그제야 그녀의 창끝에서 작열하는 불꽃이 솟구쳐 올랐고, 차가운 빛을 띠는 식물들을 녹여버렸다.
확실하게 말해주지, 붉은 용은 지금 네 눈앞에 있는 나 하나뿐이야.
언니가 너한테 무엇을 약속했든, 이제 그건 오직 나한테서만 받아낼 수 있어.
문 여는 소리가 들려? 넌 분명히 들었겠지.
네모스를 제외하고, 오늘 밤 처음으로 야간 통행금지를 깬 사람이 자신의 집 문을 열었어.
그 사람을 위해, 문을 열고 길거리로 나올 더 많은 사람을 위해 난 반드시 널 이곳에 붙잡아 둘 거야.
내가 나 시어셔로 보낸 답이 실패하기 전까지, 사람들이 좀비로 변해 검은 안개를 물어뜯기 전까지, 넌 검은 안개로 뛰어든 그 누구의 생명도 빼앗을 수 없어.
건방지군……
건방지다고 할 수 있나?
만약 타라가 필요하다면, 지금보다도 훨씬 더 심하게 건방질 수 있어.
붉은 용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녀의 창끝에서는 생명의 불꽃이 맹렬하게 타올랐다.
그리고 몸을 꼿꼿이 세운 채, 차가운 가지가 자신의 몸에 하나씩 상처를 내는 것을 피하지 않았다.
거대한 조각상 아래, 두 사람의 실루엣은 마치 떠도는 유령처럼 보였다.
하지만 네모스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광장에 있는 건 엠마 혼자가 아니었다. 마치 나 시어셔의 모든 사람이 나온 것처럼, 사람들은 빽빽하게 서 있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았고, 들었다. 이어서 그들의 몸에 있던 오리지늄 램프에서 기이한 보랏빛 불꽃이 반짝였다.
아니, 그것은 반짝이는 게 아니었다…… 그들은 스스로 타고 있었다.
붉은 용을 죽인 건……
네모스는 그들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네모스가 여전히 저주의 이름을 말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파멸하거나, 스스로를 파멸할 것이다.
로흐시니? 붉은 용이 두 마리라는 걸 믿을 사람은 없었다.
그럼, 또 누가 있지? 생명과 죽음을 손아귀에 쥐고 있는 붉은 용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검은 안개라고 말해버리자, 빅토리아인이라고 말해버리자. 네모스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머리에 떠오른 생각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래, '복수'. 이게 맞지. 이 미쳐버린 사람들이 검은 안개로 돌진하게 내버려두자. 붉은 용을 위해 죽게 두자.
마음껏 복수를 할 수 있게 하자. 보랏빛 도시 전체가 죽어가게 내버려두자. 어차피 치욕 속에서 탄생한 이 도시를 광기 속에서 죽게 내버려두자.
그래, 죽게 놔두자. 이곳에 남은 사람들을 죽게 놔두자. 이곳을 떠난 사람들처럼 안개 속으로 걸어 들어가게……
……동이 트면 검은 숲으로 가 안개를 부르네……
네모스는 뒤를 돌아 거대한 조각상을 바라봤고, 얼마 전 혼란과 슬픔으로 가득했던 그 저녁 무렵을 떠올렸다.
조각상을 광장으로 끌고 왔던 그 사람은 그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마음속으로 어떤 노래를 부르고 있었을까?
아주 오래전 그날처럼, 자신과 함께 테오를 구할 때 가르쳐 줬던 노래일까?
그리고 그 순간, 네모스에게 남아있던 마지막 이성이 죽음의 분노 속에서 해답을 끄집어냈다.
그것은 이야기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넘실대듯 이어져 온, 붉은 용, 자매, 거울과 그림자, 생명과 죽음의 불꽃에 관한 해답이었다.
(훌쩍) 쿨란 씨……
(훌쩍) 만약 당신이 아니었다면…… 만약 당신이 죽음으로 이 사람들을 보호하지 않았다면……
……
붉은 용을 죽인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붉은 용……
그녀 자신입니다.
눈앞의 여성은 넋을 잃은 것처럼 네모스를 멍하니 쳐다봤다. 마치 네모스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것처럼.
그리하여 네모스는 온몸에 힘을 주고 온 도시를 향해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
붉은 용을 죽인 건 바로 붉은 용 자신이에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당신들의 몸에 불이 붙어 버렸고, 당신들이 불에 타버려 잿더미로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붉은 용은 스스로를 희생한 거예요!
붉은 용은 당신들을 지키기 위해 죽었어요. 그런데 당신들은……
의미 없는 복수심으로 붉은 용이 자신의 목숨과 맞바꾼 모든 것들을 다 파괴해 버릴 건가요?!
도시는 침묵했고, 보랏빛 불꽃이 흔들렸다. 유일하게 도시 밖에서 배회하는 검은 안개만이 조바심을 내며 불안해했다. 마치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사냥감을 기다리는 것처럼.
붉은 용이…… 우리가 복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그럼…… 우린 어떻게 하지?
네모스는 어지러움을 느꼈다. 도시 전체가 동시에 그녀에게 질문했다.
눈에 핏발이 선 자들은 사망 소식에도 눈을 감지 않았고, 오히려 그녀에게 질문했다.
이빨을 꽉 깨문 자들은 사망 소식에도 이를 꽉 깨물었고, 오히려 그녀에게 질문했다.
팔에 핏줄이 도드라진 자들은 사망 소식에도 주먹을 펴지 않았고, 오히려 그녀에게 질문했다.
침묵, 억압, 허무함.
복수는 붉은 용에 의해 가장 강경한 방식으로 거부당했다. 그렇다면 이들의 슬픔은 어디로 향해야 할까?
닐스…… 우리 아가…… 붉은 용…… 누구라도 좋으니까 말해줘……
엠마 씨?
복수조차 할 수 없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내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어.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었다고……
알려줘, 이제 난 어떻게 살아가야 해? 제발 알려줘, 닐스…… 붉은 용……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 알려줘, 난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차라리…… 내가…… 만나러 가는 건 어떨까?
엠마 씨, 안 돼요!
이제 내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잖아?
동이 트면 검은 숲으로 가 안개를 부르네♪
닐스, 당신이야? 당신이 돌아온 거야?
……!
전장으로 향하는 길에 오르자♪
피리 소리도, 북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네♪
등 뒤의 종소리만이 안개 속 물방울을 가르네♪
부르지 마!
이 노래가 내게서 닐스를 앗아갔어. 근데 유목민, 네가 왜 이 노래를 부르는 거야?!
엠마는 마치 정신이 나간 것처럼 행동했지만, 부드러운 목소리로 부르는 노랫소리에 행동을 멈췄다. 하지만 노래의 가사는 그 누구도 들어보지 못한 것이었다.
야맹증이 있는 한 여인이 영혼수호자의 손을 잡고 천천히 광장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다시 검은 숲을 지나네……♪
말했잖아, 그 노래 부르지 말라고!
……잠깐, '다시'?
……
감히 이 노래에 소절을 하나 붙여봤어요……
전 용감했던 사람들이 우리를 떠나서 만나지 못하게 되는 것도 싫고…… 우리처럼 영원히 안개 속에서 길을 잃게 되는 것도 싫어요.
……
나는 다시 검은 숲을 지나네, 짙은 안개를 헤치며……♪
나와 영원히 작별한 용감한 이들, 내 마음이 슬프고 쓰라리네♪
그래서 난 항상 꿈속에서 길을 떠나, 숲속에서 모닥불을 지피네♪
재회가 아닌, 당신이 걸어간 길과 안개 속 물방울을 비추기 위해서♪
……재회가 아닌, 당신이…… 걸어간 길을 비추기 위해서…?
엠마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고, 노랗게 된 그녀의 얼굴을 타고 흘렀다.
당신의 불꽃을, 붉은 용이 줬던 축복을…… 돌려보내세요.
환화……?
이 축복과…… 내 몸에 있는 불꽃을 붉은 용에게 돌려주면, 그들이 가려는 길을 비춰줄 수 있을까?
붉은 용에게 불을 돌려주면, 방황하는 고인 역시 불 속으로 돌아가 평안을 얻게 될 거예요.
싫어, 그러고 싶지 않아. 난 그냥…… 닐스를 다시 보고 싶을 뿐이야……
이런 식으로 죽는다면, 당신들은 안개 속에서 수없이 엇갈리게 될 뿐이에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해?
계속 살아가세요.
그 사람은 자발적으로 안개에 들어갔어요. 당신이 그 안개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요.
……
이제 불꽃을 돌려주고, 길을 비춰주세요. 시간이 흘러가게 두고, 살아가세요. 당신의 머리가 눈처럼 하얘지고, 자신의 바람이 이루어진 것을 그 사람이 알게 되었을 때……
두 분은 다시 만나게 될 거예요.
엠마는 자신의 얼굴을 감싼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눈물이 흘렀다.
모란은 엠마에게 촛불 하나를 건넸고, 엠마는 흐느끼며 촛불을 받았다. 그 순간, 촛불의 불꽃은 보랏빛으로 바뀌었다.
이어서 영혼수호자와 유목민들은 노래를 불렀다. 노래는 마치 밤비가 내린 후의 시냇물처럼 천천히 나 시어셔의 골목을 타고 흘렀다.
물은 깨끗하지도, 거세지도 않았다. 그것은 수백 년이라는 고통스러운 역사를 흘러 거의 끊어질 것 같은, 먼지와 피를 머금은 짜고도 쓴 탁류였다.
하지만 그 씁쓸함과 혼탁함이야말로, 빛 한 점 없는 이 도시의 진정한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사진을 꼭 껴안고 잠이 든 밤. 잘린 사지에서 느껴지는 통증 때문에 눈을 뜬 아침.
발길이 닿지 않아 폐허가 된 가옥. 기적적으로 귀환한 사람들이 마주한 먼지 쌓인 인형들……
문이…… 열렸나요?
열렸어요.
마치 둑이 터진 것처럼 주민들은 길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집에서 촛불을 가지고 나온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엠마처럼 영혼수호자로부터 불꽃을 건네받았다.
불꽃은 여전히 보랏빛이었지만, 서서히 온기를 띠기 시작했다.
드디어, 드디어……
붉은 용의 관을 조각상 밑에 둬, 네모스.
오늘 밤, 나 시어셔에서 아주 거대한 환화 의식을 치러야 할 것 같아.
네모스, 네가 먼저 나서.
제가요? 이건 붉은 용의 장례식인데, 정말…… 괜찮을까요?
과연 이게 붉은 용만의 장례식일까?
영혼수호자는 주위를 둘러보며 낯선 그림자를 찾으려 애썼다.
물론 영혼이 네모스를 피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늦어서 미안하다'는 말을 당사자에게 직접 들을 수는 없었다.
……
비긴 걸로 하지, 멍청한 녀석.
네모스는 영혼수호자에게 등불을 건네받았고, 붉은 용 조각상 아래에서 불타는 관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편히 잠들기를.
네모스는 일부러 고인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등불을 관 앞에 놓자 참아왔던 눈물이 등불 위로 쏟아졌다.
보랏빛 불꽃은 순식간에 하늘로 솟구쳤고, 관에서 붉은 용의 조각상으로 번졌다.
조각상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들고 있던 등불을 조각상 옆에 내려놓고, 불꽃을 보라색으로 물들인 자에게 불을 되돌려 주었다.
누군가는 침묵했고, 누군가는 붉은 용의 이름을 읊조렸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전쟁 중 그들이 잃은 소중한 것들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어서 그들의 눈물이 비처럼 흘러내렸다.
억눌렸던, 약속받았던, 왜곡되었던, 선동당했던 거짓…… 반짝이던 허상이 눈물에 씻겨 내려갔고, 산산이 부서진 삶의 슬픔만이 드러났다.
거칠었던, 뾰족했던, 혼탁했던, 목구멍에 걸려 삼키지도 못했던 슬픔을 이제야 소리칠 수 있게 되었다.
눈물은 노래에 스며들어 조각상 주변으로 흘러가 고였다. 조각상에서 활활 타던 불꽃은 눈물을 증발시켰고, 광장 뒤의 요새까지 휘감을 정도로 크게 타올랐다.
……
말했잖아, 이게…… 이게 바로 내 답이야.
검은 안개는 아무 말이 없었다. 한참 후, 로흐시니는 깊은 한숨 소리를 들었다.
……이건 네가 선택한 길이다.
검은 안개가 거짓말처럼 걷혔고, 로흐시니는 하늘 위에 있는 진짜 구름을 보았다.
이어서 로흐시니는 광장으로 향했다.
죽은 자에게 불꽃을 돌려주기 위해.
로흐시니는 도시의 입구에서부터 붉은 용 광장까지 걸어갔다. 아직 살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활활 타오르는 조각상 앞에 모여 있었다.
요새는 이미 하늘로 치솟은 보랏빛 불꽃에 삼켜져 아무도 가까이 갈 수 없게 되었지만, 덕분에 로흐시니에게 불을 돌려줄 만한 공간이 생겼다.
이곳에서 해도…… 환화라 할 수 있겠지.
에블라나, 앞으로 타라에…… 언니의 불꽃이 필요 없게 되기를 빌게.
로흐시니의 손바닥에서 작은 불꽃이 일었다. 이것이 장례의 전통에 맞는지 알 수는 없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그렇게 했을 뿐이다.
노란색 불꽃이 보랏빛 불꽃 위로 날아갔고, 로흐시니 역시 불꽃을 돌려주는 사람들처럼 그곳에 서 있었다.
그러나 불은 꺼지지 않았다.
광장에 모인 모든 사람이 불꽃을 돌려줬지만, 광활한 하늘은 여전히 보랏빛으로 뒤덮여 있었다. 사람들이 허리에 찬 오리지늄 램프의 색 역시 여전히 차가운 보라색을 띠고 있었다.
이어서 로흐시니는 광장에서 불타고 있는 거대한 용이 어느새 자신의 앞에 서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로흐시니는 거대한 용과 시선을 마주했다.
그 눈은 에블라나의 눈이었다.
에블라나, 아직도 포기 안 했어?
그래 좋아, 그럼 내가……
마지막으로 함께해 줄게.
로흐시니의 창끝에서 밝은 불꽃이 일었고, 거대한 용은 날갯짓하며 로흐시니를 향해 돌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