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상견환

OR-ST-1진피국화차

사이드 스토리브릿지2025-07-17

40년 전, 진룡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염국 전역이 동요한다. 늦은 봄비가 내리던 밤, 백조를 황급히 떠난 이가 있었다. 황자, 그리고 식솔들을 거느린 서생.

등장 오퍼레이터: 총웨


말씀대로라면, 염국 역사상 정말 그런 기이한 자가 있었다는 겁니까?

그렇다……

서적 수록, 문자 정리, 교육의 보급…… 세상을 위해 이렇게 많은 일을 했던 사람을 어째서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겁니까? 게다가 이름도 아는 사람이 없다뇨?

선생님, 이건 무슨 글자인가요? 처음 보는 것 같은데요?

아무도 '그녀'를 기억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녀의 진짜 이름은 역사서에 기록되지 않았어.

너무 애석하지 않습니까? 염국의 유구한 역사와 광활한 영토를 모두 기록한 건 그녀입니다. 근데 역사서 어느 곳에도 그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니……

아니면…… 제가 이 역사서를 모두 찾는다면, 그 속에서 그녀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는 건가요?

40년 전

1062년 4월 21일 곡우

호객하는 점원

손님, 손님!

호객하는 점원

비가 많이 내리고 있습니다. 들어와서 따뜻한 차라도 한잔하시고, 비를 피한 뒤 가시죠.

차분한 남성

괜찮다네, 당장 그칠 것 같진 않아 보이니 빨리 떠나는 게 나을 것 같군.

호객하는 점원

하하, 이 비가 빨리 그치길 바라는 사람도 있겠지만, 더 내리길 바라는 사람도 있죠.

호객하는 점원

우산을 파는 장사꾼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겠지만, 길을 재촉하는 사람은 걱정이 태산이겠군요.

차분한 남성

자네는 말을 참 재밌게 하는군……

호객하는 점원

손님, 좀 쉬었다 가시죠. 누군가 당신에게 전해 달라더군요, 길이 평탄하지 않아 발을 잘못 딛기라도 한다면 신발이 젖을까 걱정된다고요.

차분한 남성

음……?

호객하는 점원

손님, 이쪽으로 오시죠. 손님을 만나고 싶어 하시는 분께서 안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상서 대인…… 오랜만이군.

아니지, 이제는…… '태부'라고 불러야 하나.

???

옥문에서 헤어진 이후, 정말 오랜만에 보는군.

경성으로 복귀하면, 사세대와 병부에 먼저 가야 할 줄 알았는데.

???

그래서 그 전에 자네를 만나기 위해 온 걸세.

???

……폐하께서 붕어하셨네.

언제……?

???

보름 전.

아마…… 폐하께서 천수를 다 누리고 승하하신 거라면, 태부가 굳이 나를 따로 만나러 오지 않았겠지.

설마……

그림자 속 앉아 있던 자가 손을 내밀었다. 손바닥 위에 검은 바둑돌 하나가 놓여 있었다.

……!

태부

60년 전, 그는 사원에서 도망쳐 자신을 181개의 검은 바둑돌로 변하게 만들어 곳곳에 숨겨놓았고, 지금까지도 그 행방이 묘연하지.

태부

그리고 보름 전, 사세대가 경성에서 이 검은 바둑돌의 흔적을 발견했다네.

……그자가 무슨 짓을 했지?

태부

아직은 모른다네……

태부

확실한 건, 그자는 절대 금성에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이지…… 누군가 그를 보자고 했을 걸세.

태부

그 사람의 신분은 조사하기가 조금 까다롭다네.

본래 그는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일에 제삼자를 끌어들이지 않을 텐데……

태부

오늘 자네를 만나면 안 되는 거였지만, 당시 그 죄인이 소란을 일으켰을 때, 그자를 제압한 건 자네였지.

태부

……종사, 이 일에 대해 아는 게 있나?

……아니.

그 사고 이후, 나 역시 그를 보지 못했지.

태부

……

태부

그렇다면 종사를 믿겠네.

내가 해야 할 게 있는가?

태부

이곳에 있지 말고 즉시 옥문으로 돌아가게.

태부

우르수스는 혼란이 끊이질 않고, 옥문은 장수를 새롭게 교체했지. 이런 시기에 절대로 민심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네.

태부

사세대와 병부는 내가 알아서 처리하겠네. 자네가 이 국면에 개입한 게 아니기에 중요한 일을 맡길 수 있는 걸세.

……알겠다.

태부

바둑과 관련된 일은, 사세대가 계속 비밀리에 조사하도록 하겠네.

태부

특수한 시기인 만큼, 종사 자네는 더 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게 좋겠군, 자네는 오늘 나를 만나지 않은 걸세.

진룡은 도대체…… 염무는 괜찮은가?

지금쯤, 아마도……

태부

염무라……

태부

폐하께서 서거하신 그날 밤, 염무가 폐하를 만나러 갔었다네.


태위

전하, 그 반역자의 일가 28명 모두를 가두었습니다.

태위

다만 명단을 대조하던 중 확인한 바에 따르면, 그 집에 돌도 안 된 아기가 1명 있어야 하는데……

태위

오늘 금위군이 태사부를 수색하며 집 안 구석구석을 뒤졌지만, 그 아기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장막 뒤의 목소리

……포대기에 싸여 있는 아기가 혼자서 도망쳤을 리는 없겠지.

장막 뒤의 목소리

여전히 아기를 걱정하는 사람이 있나 보군.

태위

염려하지 마십시오, 금위군이 찾아낼 것입니다.

장막 뒤의 목소리

흠……

태위

오늘 아침, 형부 상서가 알현을 청했습니다.

태위

이 일련의 사건들을 도대체 어떻게 심사하고 판결해야 할지, 형부 상서는 전하의 의견을 구하고자 합니다.

장막 뒤의 목소리

……염국 법률에 따라 처리해라.

태위

명을 전하겠습니다.

장막 뒤의 목소리

형님께서는 지금 어디에 계시지?

태위

수비군의 보고에 따르면, 한 시간 전에 경성을 떠났습니다. 일부 금위군이 그분을 따르며 반란을 꾀했다고 합니다.

태위

성을 지키던 병사들은 아무 명령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감히 막아서지 못했습니다.

장막 뒤의 목소리

그래…… 내가 형님을 백조에 붙잡아 두라는 명령을 내린 적은 없지.

장막 뒤의 목소리

그가 남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이고, 모든 이를 버리고 떠난 것이다.

장막 뒤의 목소리

형님을 따라간 금위군은…… 얼마나 되지?

태위

18명입니다.

장막 뒤의 목소리

나의 형님은 끔찍한 죄를 저질렀음에도 태사를 죽음으로 내몰았고, 18명의 병사가 죽음을 각오하고 자신을 따르게 했구나.

장막 뒤의 목소리

이 조정의 문무백관 중, 아직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형님을 마음속에 품고 있는 거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형님이 이 자리에 앉기를 원하는 것이냐?

태위

지금 그 자리에 계신 분은 전하십니다. 염국의 영원한 번영과 평안의 책임 역시 전하께 달려 있습니다.

태위

염국의 그 누구든 흔들리고 망설일 수는 있으나…… 전하께서 흔들리면 아니 됩니다.

장막 뒤의 목소리

……

장막 뒤의 목소리

내가 이 궐 밖으로 나간 지도 참 오래되었군…… 태위, 말해보게……

장막 뒤의 목소리

백조에 내리는 봄비는, 그쳤는가?

태위

전하께서 원하신다면, 이 비를 멈출 수 있습니다.

태위

……만약 전하께서 마음을 바꾸신다면, 그들을 붙잡을 수 있습니다.

장막 뒤의 목소리

……

장막 뒤의 목소리

……피곤하군.

시종

어선방에서 팔보찬탕과 죽순채를 준비했습니다. 전하, 상을 대령해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장막 뒤의 목소리

올려라.

태위

……


온화한 여성

착하지…… 착하지……

온화한 여성

울지 마렴…… 우린 집으로 돌아갈 거란다…… 곧 집에 도착할 거란다……

다급한 남성

더 빨리…… 더 빨리 부탁합니다……

마부

폭우로 길이 안 보입니다. 이보다 빨리 갈 수 없어요……

다급한 남성

다음 역참까지 얼마나 남았습니까?

마부

30리는 더 가야 할 겁니다……

마부

이보세요, 대체 얼마나 급한 일이길래…… 식솔을 전부 데리고 굳이 이런 밤에 길을 재촉하십니까?

다급한 남성

……

다급한 남성

……서둘러 주십시오.

마부

앗……! 으악! 이게 뭐야!

마부

이게 뭐야! 이런 황량한 들판에 사람이 있다니……

다급한 남성

……

남자는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끊임없이 내리는 빗줄기가 시야를 가렸다. 어둠으로 가득한 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급한 남성

더는 마차를 탈 수 없겠군요……

다급한 남성

이 돈은 전부 드리죠. 차는 저 앞쪽의 역참에 세워주시고, 혹시 누가 물어보더라도 오늘 밤 아이를 데리고 탄 손님이 있었다고 말하지 말아 주십시오.

다급한 남성

감사합니다, 선생님……

마부

하지만…… 이건, 아니!

마부

비가 이렇게 오는데, 어디로 가시려는 겁니까?

다급한 남성

샛길로 가야겠습니다…… 북쪽 숲을 가로질러서……

놀란 여성

꺄아악!

다급한 남성

무슨 일이지?!

놀란 여성

아기가……

놀란 여성

아기가 없어졌어요……

다급한 남성

……!


과묵한 노인

……

과묵한 노인

이 아이가…… 그 아기입니다.

포대기에 싸인 아기는 얼굴에는 흙과 피가 묻어 있었지만 아무 일 없다는 듯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손에 피가 묻은 사람

맡긴 일을 모두 처리했습니다……

손에 피가 묻은 사람

그들의 수법을 잘 알고 있습니다. 대처 방법도 파악하고 있죠. 걱정하지 마세요, 대인께 피 한 방울도 튀지 않게 하겠습니다.

과묵한 노인

큰일을 하셨군요…… 이 늙은이가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손에 피가 묻은 사람

아닙니다…… 저에게 고마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당신을 위해 이 일을 한 것이 아니니까요.

손에 피가 묻은 사람

그 대인께서는 제게 큰 은혜를 베푸셨습니다. 제가 이 일을 했다 한들, 그분의 원통함을 풀어드릴 수도 없고, 복수했다 할 수조차 없습니다.

손에 피가 묻은 사람

저는 가족이 없으니, 뒷일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인께 부탁드릴 일은 단 하나뿐입니다.

손에 피가 묻은 사람

대인…… 이 아이를 거두어 주십시오.

과묵한 노인

그……

손에 피가 묻은 사람

아이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저 이 아이가 평탄하고 안정된 삶을 살도록 해주세요.

과묵한 노인

……알고 있잖습니까, 아이가 이곳에 있으면 더 위험해집니다. 오래된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날 가능성도 높아지죠.

손에 피가 묻은 사람

하지만 그건 대인께서 바라던 게 아닙니까?

손에 피가 묻은 사람

시대의 흐름이 그러하다면 우리도 어쩔 수 없는 거겠지요.

손에 피가 묻은 사람

30년, 설령 40년이 걸린다 하더라도…… 진실이 세상에 드러나는 날이 언젠가 분명 올 것입니다……

손에 피가 묻은 사람

이 피는……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과묵한 노인

……

과묵한 노인

좋습니다. 제가 거두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