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4히 이즈 더 챔피온
박사에게 슈바르츠가 단순히 시장의 보디가드 역할만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헬라그, 하지만 이 소식은 근처에 있던 실론의 귀에도 들어가게 된다. 가족과도 다름없는 슈바르츠의 정체에 대해 듣게 된 실론은, 동요를 감출 수 없었다.
그 필라인 여자, 다른 어중이떠중이들과는 확연히 다르더군.
- 그래도 당신의 적은 아니었지.
- 장군, 다치지는 않았나?
걱정할 필욘 없네. 그 여자의 부하들은 별 볼 일 없으니 말일세. 자네들만 무사히 도망치면, 내가 철수하는 건 식은 죽 먹기지.
다만, 아까 그 경호원의 정체에 관해서는, 짐작이 가는 게 있네만…
- 정체?
- 설마……
컬럼비아 출신, 필라인 족, 여성, 은발, 금색 눈동자, 검은 크로스보우…… 킬러이자 용병이기도 하네.
킬러가 세간에 널리 이름이 알려진다는 것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곤 하나, 그 여자의 소문은 너무나도 유명해서 말이지.
컬럼비아의 어떤 가문 전체를 없애버렸다는 일화도 있네. 강성한 어느 가문의 중요 인물들이 몇 년 동안 의문의 죽음을 맞고, 그렇게 점차 쇠락하다 결국엔 완전히 사라져버렸다고 하더군.
이뿐만이 아닐세, 어느 순찰대를 궤멸시킨 일화도 있네. 이 순찰대의 탈을 쓰고 컬럼비아 변경에서 방화와 약탈을 일삼던 무법자들은, 스스로를 야만인의 정복자라 일컬으며 끊임없이 이민족에게 폭행은 물론,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심한 짓들을 하고 다녔었지.
그 후 한 달 동안, 놈들은 한 사람 한 사람씩… 산속에서 도망만 치다 죽어나갔네. 결국 마지막으로 남은 순찰대원이 불구가 되어 도시에 돌아왔지만, 완전히 미쳐버렸다더군.
그리고 그 얘기를 내게 들려준 사람도……
- 또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 말씀해주시죠, 무섭지는 않습니다.
더 이상 말할 필요는 없겠지…… 왼쪽 어깨부터 오른 발뒤꿈치까지…… 그의 몸은 상처로 가득했었네.
그 정도로 피바람을 몰고 다녔던 자란 말일세. 내가 할 말은 아니네만.
그리고, 이 킬러는 이미 꽤 오랫동안 실종 상태일세.
만약 지금 얘기한 킬러가 그 여자라면, 우리에게도 분명 큰 위협이 되겠지.
-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군요.
- 실론은 그 사실을 줄곧 모르고 있었고요?
거기까진 모르겠네만, 시에스타의 시장이라면 알고 있었을지도……
아니, 어쩌면 그 여자가 시장의 킬러라고 해도 이상할 건 없을 것 같군.
(쨍그랑————)
- 실론?!
- 언제부터 거기에……
실론 아가씨, 숨어서 엿들을 필요는 없네.
저, 저는 여러분께 물을 따라 드리려고……
헬라그 할아버님, 그 용병은… 언제부터 활동을 시작해서, 언제 실종이 됐나요?
그 여자에 대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 건, 내가 퇴역하기도 전의 일이었다네.
그리고 일 년 전, 그녀는 그 가문의 파멸과 함께 소리소문없이 사라졌지.
……6년 전까지, 슈바르츠는 빅토리아에서 유학을 하던 절 계속 보살펴줬어요.
그러던 어느 날, 슈바르츠는 아버지로부터의 명령이라며 떠나버렸어요. 그때부턴 매년 크리스마스 때만 절 마중 나왔었죠.
그, 그래도 아까는 명령 때문에 태도가 좋지 않았을 뿐이지, 슈바르츠가 사람을 죽이는 킬러일 리 없어요!
그 말대로라면, 크로닌 씨의 배후에는 저희 아버지가 있단 얘긴가요?!
그런 말, 저는 못 믿습니다!
섣불리 추측하진 않겠네. 다만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아무것도 숨기는 게 없으리란 법은 없다는 걸 알아뒀으면 좋겠군.
믿을지 안 믿을지는 관심 없네만, 그 여자가 쓰는 우르수스 식 무기가 남긴 상처는 잘못 봤을 리 없네. 그 부대는…… 지금도 눈 속에 묻혀있지.
현 상황은 이렇다네, 박사.
만약 화산의 정보 처리가 시청도 관여한 거라면, 이 일은 우리가 반드시 개입해야 할 일은 아닐 걸세.
실론 아가씨도 그 사실을 받아들였으면 좋겠네만.
저…… 저는 잠시 머리 좀 식히고 올게요.
자, 이젠 박사가 나설 차례군.
- 음?
- 내가 나서다니?
당연하지 않나. 지금 그녀에겐, 그녀를 이해해 줄 사람이 필요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