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삶의 길

BP-6에기르 실격

사이드 스토리작전 후2024-12-03

울피아누스는 밀리아리움 비콘탑의 중앙 통제실로 기습적으로 돌진한다. 한때 절친했던 친구였지만, 지금은 시본과 '공생 공영'을 도모하는 타락자가 된 그를 울피아누스가 심판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울피아누스


블란두스

아, 깨어났나?

블란두스

상처는 내가 이미 처치했네. 옆에 두 개의 신경 활성제가 있어. 정신을 빨리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걸세. 내가 주사하면 되겠나, 아니면 조력자에게 맡기겠나?

블란두스

알겠네. 직접 하게.

블란두스

……능숙하군. 회복이 잘되고 있는 것 같아.

블란두스

충고해 봤자 소용없겠지만 한마디 해야겠네.

블란두스

본인을 계속 실험대상으로 삼으면 안 되네. 그러다간 마스크를 쓰는 것만으론 부족할 걸세. 학대받은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면 눈까지 가려야 할 거야.

울피아누스

내 복장은 개조 실험과 무관하다.

블란두스

그렇지. 자넨 늘 그랬어. 자네가 음침하게 교실로 들어와 앉기만 해도 우리 모두를 오싹하게 만들었지.

블란두스

우리가 알고 지낸 지 이렇게 오래됐는데, 평소에도 자네 얼굴을 본 적이 없군.

울피아누스

블란두스, 농담하는 걸 보니 결과가 그리 나쁘지 않은 모양이지?

블란두스

좋다 나쁘다로 평가하기 어렵군. 방금 내 감정은 마치, 세쿤다가 눈을 감고 운전하는 초계함 옆자리에 앉아 있는 것 같았네. 천지가 뒤집힌 듯한 느낌이었지.

블란두스

처음에는 자가 적응 접점 기술이 예상 밖의 효과를 냈다는 걸 확인했네……

블란두스

예상과 달리, 자네 몸에서 시본 유전자가 비정상적인 형질 제어력을 드러냈을 때, 시본 유전자에 대한 거부반응을 강화하지 않았지. 오히려 거부 반응이 줄어들었어.

울피아누스

그건 내 시본화 과정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뜻인가?

블란두스

아니. 정반대일세.

블란두스

수술을 중단하려던 참에 놀라운 현상을 관찰했네. 자네 몸의 거부 반응이 줄어들자, 시본 유전자 역시 너에 대한 형질 제어력이 줄어들었지.

블란두스

마치 자네 몸과 시본 유전자가 일종의 합의에 도달한 것 같았네.

울피아누스

이 현상은 추가로 연구할 가치가 있겠군. 하지만 지금은 이 상황이 어비설 헌터스의 다음 작전에 영향을 미칠지 알아야 한다.

울피아누스

퍼스트본 제거는 어비설 헌터스 탄생 이래 가장 중요한 작전이 될 거다.

울피아누스

이 시점에서 어떤 변수도 용납될 수 없어.

블란두스

지금까지 부정적인 영향이 확인되진 않았네. 자네들이 출발하기 전에 몇 차례 더 안전성 테스트를 할 거야.

블란두스

하지만 이 현상의 진정한 원리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선, 자네가 살아 돌아와 추가 연구를 도와주는 게 가장 좋겠지.

블란두스

솔직히, 몹시 불안하네.

블란두스

우리는 이런 규모의 전쟁을 벌인 적이 없잖나. 모든 어비설 헌터스와 세 개의 정규 군단을 한 해구로 파견하다니……

울피아누스

이런 전쟁 없이 어떻게 시본의 생태를, 놈들의 근원, 놈들의 '신'을 제거할 수 있겠나?

블란두스

정말 이걸로 시본의 문제를 영구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건가?

울피아누스

우리가 일을 한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는데, 넌 아직도 어비설 헌터스 계획을 의심하고 있군.

블란두스

솔직한 말을 듣고 싶나?

블란두스

솔직히 말하면, 진화의 궤적을 왜곡시키고 동포의 인간성을 희생시키는 계획은 심사 단계에서 기각됐어야 하네.

블란두스

자네가 아니었다면, 난 그 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조금도 고려하지도 않았을 거야. 10년 넘게 노력을 쏟아붓는 일은 더더욱 없었겠지.

블란두스

……이렇게 몸담게 된 이상, 의심이 들수록 더 핵심 참여자가 되어 직접 방향을 통제하려고 했지.

블란두스

하지만 난 이 연구소에서 얼마나 많은 '괴물'을 만들어냈는지 여전히 잊을 수 없네.

블란두스

그 대부분은 자네가 직접 처단했지, 울피아누스.

블란두스

그 죽음은 '희생'이라고도 할 수 없겠지?

울피아누스

시본에 의해 고향을 잃고 목숨을 빼앗긴 에기르인이 더 많다.

울피아누스

블란두스, 우린 이미 여러 차례 이런 논쟁을 했지. 굳이 출발하기 전에 한 번 더 반복할 필요는 없다.

울피아누스

안전성 테스트를 빨리 준비해라. 그리고 진행 중인 어비설 헌터스 개조 실험도 전부 중단해야 해.

블란두스

무슨 뜻이지?

울피아누스

헌터들이 없는 상황에서 실험 중에 이상이 생긴다면 대처하기 어려울 거다.

블란두스

……'이상'이라.

블란두스

울피아누스, 자네는 10년 넘도록 어비설 헌터스 계획을 주도했네. 하지만 자네 역시 이 계획을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겠지, 아닌가?

블란두스

그래서 자네가 첫 번째 피실험자가 되기로 선택한 것이지.

블란두스

이번 전투로 시본 위기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을지, 사실 자네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어.

울피아누스

블란두스……

블란두스

아니. 울피아누스, 오늘날까지 난 누구보다 이번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기를 바라네.

블란두스

자네들이 무사히 귀환할 때쯤이면 어비설 헌터스 계획은 더 이상 필요 없게 될지도 모르네. 그때가 되면, 우리는 예전에 하던 연구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할 수도 있겠지.

블란두스

혹시 잊어버렸나? 얼마 전 평의회에서 우리 스승님을 만났네. 우리의 이상에 대해서 물어보시더군.

울피아누스

……'에기르 세포 진화사'.

블란두스

거창한 주제는 아니지만 작은 단면에서 우리 자신의 근원을 살펴보는 것. 난 그것이 아름다움을 향한 추구의 일종이라고 굳게 믿네.

블란두스

수천만 년 전 강에서 촉수를 흔들던 선조들에서, 지금 여기서 과학과 이상을 논하는 우리까지. 그 안에는 내재된 질서의 흐름이 담겨 있네.

블란두스

울피아누스, 우리가 그걸 목격할 기회가 있을 수 있지 않겠나?


블란두스

콜록콜록…… 드디어 왔군, 울피아누스.

울피아누스

네 형편없는 유머 감각으로 자신을 변호하려고도 하지 않는 건가?

블란두스

하하, 형편없는 유머 감각이라…… 세쿤다도 날 그렇게 평가하더군.

블란두스

그거 아나? 이 몇 년 동안 그 아이가 점점 널 닮아가고 있네. 결국 그 아이도 또 하나의 자네가 되겠지.

블란두스

앞으로도 수많은 '자네'가 태어날 거야.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으로든 말이지. 태어나 앞다투어 시본과의 전쟁에 뛰어들어 전쟁 속에서 파멸될 걸세. 에기르의 피가 마를 때까지 말이야.

울피아누스

세쿤다의 변화는 날 슬프게 했지만, 자네의 변화는 이해하기 어렵군.

울피아누스

이제 그만 멈추고 너희들의 계획을 말해라.

울피아누스

심해 신도 블란두스.

블란두스

늦었네. 이미 멈출 수 있는 작전도 없어.

블란두스

방금, 홀로그램 해도가 제37호 소굴에서 온 신호를 수신했네. 마지막 비콘이 활성화됐고 제4급 무기도 동시에 발사되었지.

블란두스

자네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멈출 순 없네.

블란두스

심해 교회의 계획을 알고 싶다면, 나도 말해줄 게 없군.

블란두스

그들은 일방적으로 나를 위한 은신처를 제공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을 바꿨지.

블란두스

그들의 작전이 없었다면 진작 들통났겠지. 하지만 난 한 번도 나를 그들의 일원이라 생각한 적 없네. 심지어 그들의 왜곡된 이념도 이해할 수가 없지.

블란두스

울피아누스, 내가 이런 일을 한 이유를 알고 싶다면 기꺼이 말해주겠네.

울피아누스

좋군. 이걸로 불필요한 폭력을 줄일 수 있겠어.

블란두스

하하, 폭력이라.

블란두스

자네는 여전히 충동적인 폭력에 익숙하군. 자신을 이렇게 곤란한 처지에 몰아넣지만 않았어도, 발전계획소의 그 늙은이들이 자네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어 했을 텐데 말이야.

블란두스

알고 있나? 그 전투가 실패하자, 아주 신속하게 자네들에 대한 '사망 확인'이 이루어졌네. 얼마 지나지 않아 발전계획소에서 사람들이 찾아와, 어비설 헌터스 계획을 재개하자고 제안했지.

블란두스

그 전투의 사상자 통계를 볼 기회가 아직 없었겠지?

블란두스

한번 봤어야 했는데. 어비설 헌터스, 군단 병사들…… 그토록 처참한 희생을 치르고 얻은 게 그런 우스운 결과라니!

블란두스

폭력에 의지하는 건 처음부터 막다른 길이었고, 어비설 헌터스 계획에도 애초에 승기는 없었지.

블란두스

물론, 에기르는 결코 막무가내식 기만이나 선전으로 희생을 장려한 적이 없었네. 모든 어비설 헌터스 계획의 피실험자들은 충분한 알 권리를 가지고 있어……

블란두스

하지만 동포의 희생이 저울의 추로 변하면, 그 희생이 자유 의지에 의한 것인지는 더 이상 중요치 않게 되지.

블란두스

한때 에기르인의 가치는 우리의 인생에서 적극적으로 창조하는 모든 것에 있었네. 하지만 지금은? 우리의 생명 그 자체, 심지어 우리의 죽음까지도 값이 매겨졌지.

울피아누스

네 진부한 말들은 전혀 무의미하지만, 일단 기억해 두겠다.

울피아누스

블란두스, 난 의심과 불만이 널 깊은 탐구로 이끌었다고 생각했다. 지금처럼 나약한 자기기만이 아니라 말이야.

울피아누스

모든 타락자들은 격앙되거나 비통해하며 비슷한 발언을 하지. 자신이 에기르의 타락을 봤다고 주장하면서.

울피아누스

한 국가에 인격을 부여하고 그 도덕성을 의인화해서 판단하는 건, 자기만족을 위한 수단으로써도 저급하다 할 수 있지.

울피아누스

그리고 너는 눈물 흘리며 무의미한 희생을 비판할 때, 네가 항로 계획을 파괴함으로써 얼마나 많은 목숨을 앗아갈지 생각해 본 적 있나?

블란두스

파괴?

블란두스

아니, 울피아누스. 난 진정한 길을 개척하는 중이네.

울피아누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블란두스

진정하게, 울피아누스. 다 말해줄 테니.

블란두스는 울피아누스를 지나쳐 거대한 홀로그램 해도 앞에 멈췄다. 그는 울피아누스를 등지고 손가락으로 수많은 복잡한 빛점들을 훑은 뒤, 오른쪽 상단에서 깜빡이는 한 지점을 가리켰다.

블란두스

봤나, 헌터들은 지금 이 위치에 있네.

블란두스

그녀들이 마지막 비콘을 활성화했네. 지금 힘든 싸움을 하고 있겠지만 위험하진 않을 거야…… 진정한 위험은 없겠지.

블란두스

전력을 다 소진할 때까지 싸운 그 순간에, 무기가 작동하게 되겠지. 시본은 싸움을 멈추고, 그녀들을 끌어안은 채 잠들 것이야.

울피아누스

계속 말해.

블란두스

자가 적응 접점 기술을 기억한다면, 내가 이제부터 할 말을 이해하기 어렵진 않을 걸세.

울피아누스

당시 나한테 일어났던 그 수술 사고 말인가?

블란두스

그래. 자네가 그때 했던 말이 맞았어. 그건 정말 추가 연구 가치가 있었지.

블란두스

자가 적응 접점이 자네 몸 안에서 미시적 차원의 균형을 이뤘어. 자네 몸은 더 이상 시본 유전자를 거부하지 않았고, 시본 유전자도 기적적으로 자네에게 미치는 영향을 멈췄지.

블란두스

이건 우연일 수도 있지. 하지만 난 곧 거시적 차원에서 이 현상을 재현할 수 있다는 걸 발견했어. 시본이 인류에 대한 적대감을 일정 정도까지 없앨 수 있었지.

블란두스

글래디아 일행이 제37호 소굴로 향하기 전, 난 그 수술 기회를 이용해 자네가 겪었던 '수술 사고'를 그들 몸에 재현했네.

울피아누스

원리도 효과도 불분명하고, 심지어 엄격한 검증도 거치지 않은 '수술 사고'를 헌터들 몸에 재현하려고 했다고?

블란두스

아니, 아니지. 이전에 자네 몸에서 일어난 현상은 더 이상 우연이 아니야. 자네가 사라진 시간 동안, 난 단 한순간도 그 연구를 멈춘 적이 없었네.

블란두스

……난 자네들이 여전히 살아있다고 믿었고, 돌아올 거라고 믿었지. 이 저주받은 '운명'에서 자네들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울피아누스

넌 분명 어비설 헌터스 계획 재개를 거절했는데, 어떻게……

울피아누스

자기 몸으로 실험할 수 있어?

울피아누스

네 몸에서 죽음의 기운이 느껴지는 게 바로 그것 때문이었군.

블란두스

하하. 내 신체 조건은 당연히 자네와 비교할 수 없지.

블란두스

내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네. 쿨럭쿨럭…… 생명이 점점 빠져나가는 걸 뚜렷이 느낄 수 있어…… 하지만 다행히 해야 할 일은 다 끝냈군.

블란두스

말해 주게, 울피아누스. 어비설 헌터스는 하나의 해결책으로 탄생한 거라고. 도구, 무기 또는 버려질 운명의 소모품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울피아누스

그렇다.

블란두스

……좋군.

블란두스

어비설 헌터스 계획은 실패했지만 헌터들에겐 아직 해결책으로 사명을 완수할 기회가 있네. 다만 그것이 살육과 희생이 되어서는 안 돼.

블란두스

자네들은 살아서 가치를 발휘하게 될 거야. 희생으로 에기르의 목숨을 연명시키는 것이 아니라.

블란두스

어비설 헌터스를 시작으로 인류와 시본의 관계가 다시 쓰일 걸세. 시본이 헌터들을 친족처럼 여길 수 있다면, 위매니가 에기르를 이웃으로 여기게 할 수도 있겠지.

울피아누스

그래서 항로 계획을 노렸군.

블란두스

정확히 말하면 항로 계획이 내게 찾아온 거지.

블란두스

발전계획소에서 날 찾은 것과 거의 동시에 클레멘티아도 날 찾아왔네. 그녀가 항로 계획의 구상과 제4급 무기 연구 계획을 알려줬지.

블란두스

생물 기술을 핵심으로 하는 이 무기는 시본의 행동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네. 근본 원리에서 자가 적응 접점 기술과 유사성을 갖고 있지.

블란두스

그때 난 이미 자가 적응 접점에 대한 기술을 축적하고 있었네. 심지어 그 적용 대상은 더 이상 인체에만 국한되지 않았지.

블란두스

그래서 제4급 무기를 약간 개조했네. 그게 작동하는 순간, 어쩌면 우리와 시본의 싸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거야.

블란두스

어비설 헌터스든 제4급 무기든 모두 종의 장벽을 넘어 하나의 길, 하나의 다리가 되는 것이지.

블란두스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에기르와 시본의 200년 넘는 전쟁이 작은 조작으로 멈춰질 수 있다니.

블란두스

어쩌면 처음부터 이 전쟁의 심각성은 허상이었는지도 모르네. 선인들의 행위를 크게 비판할 의도는 없지만, 적어도 우리에겐 다른 가능성을 선택할 기회가 있지.

블란두스

다만, 이제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마침내 투지장에서 자넬 보게 돼서 다행이군.

블란두스

자네는 어비설 헌터스 계획의 기획자네. 자가 적응 접점에 대해 숙지하고 있고, 이 모든 걸 겪었지. 오직 울피아누스 자네만이, 이 프로젝트를 이어갈 수 있어.

울피아누스

그래서 이렇게 태연하게 내가 찾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던 건가? 죽기 전에 네 '프로젝트'를 내게 맡기려고?

블란두스

이번엔 내가 제안할 차례군. 에기르와 시본의 공생과 공영을 실행할 기회가 있네. 그 미래를 목격하고 싶지 않나?

울피아누스

거절한다.

블란두스

예상은 했지만, 너무 단호하군.

블란두스

울피아누스, 난 이 중앙 통제실에서 죽겠지만……

울피아누스

블란두스, 네 죽음이 이미 정해졌다 해도, 네겐 유감이나 미련을 품고 죽을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CG: 51_i06_1]
울피아누스

우리는 한때 에기르인의 세포 진화 과정을 연구하여 우리 존재의 의미를 정리하려 했었지.

울피아누스

하지만 넌 허황된 망상을 위해 네 모든 걸 스스로 파괴했다.

울피아누스

시본은 바다를 해치는 쓰레기다. 의심의 여지가 없지.

울피아누스

놈들은 미지의 생물이다. 넌 놈들과 친구처럼 '공생과 공영' 할 수 있다고 믿는 건가?

울피아누스

블란두스, 그건 예전에 에기르인이 시본을 이길 수 있다고 확신했던 것과 같은 오만이다. 아니, 그보다 백 배는 더 오만하군.

울피아누스

자신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기나 하는 건가? 그 '공생과 공영'의 환상 속에서 넌 어떤 모습을 기대하고 있지?

울피아누스

시본이 동화 속 신비한 바다 요정이 될 것 같나? 아니면 모두가 아끼는 애완동물이 될 것 같나?

울피아누스

글래디아가 시본과 철학에 대해 토론하게 될까? 스카디가 시본과 티타임을 즐기게 될까? 로렌티나가 시본과 포옹하며 춤을 추기라도 할까?

[CG: 51_i06_1]
블란두스

……

울피아누스

단 하나의 그림도 명확히 그려내지 못하는군, 아닌가?

울피아누스

과학자로서의 전문성마저 상실했지. 블란두스, 지금의 넌 웃음거리에 불과해.

블란두스

울피아누스, 자네가 한 번에 이렇게 많은 말을 하는 건 처음 보는군.

블란두스

실망스럽다고 말하고 싶은 거겠지?

[CG: 51_i06_1]
울피아누스

실망한 건 언제나 너뿐이었다, 블란두스.

울피아누스

그러니, 너는 유감이나 미련을 품고 내 앞에서 죽을 자격은 없다.

울피아누스

모든 타락자는 심판받아야 하고, 그 시체는 마른 암초 위에 매달려야 한다.

블란두스

……자네가 날 심판할 수 있나?

블란두스

퍼스트본 제거 전투는 의혹으로 가득하네. 자네는 최대 용의자가 됐고, 지금의 행실들로 인해, 이미 에기르의 반대편에 서 있지……

블란두스

자네는 이미 이 나라로부터 버림받았네.

울피아누스

그래서 내가 네 프로젝트를 이어받을 수밖에 없다는 건가?

울피아누스

블란두스, 예전의 넌 이런 음모가 같은 말투를 쓰지 않았다.

블란두스

난 그저 객관적 사실을 말할 뿐이네.

울피아누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에기르인으로서 내가 너에 대한 마지막 판결을 내리지.

블란두스

……

블란두스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아마도 기력이 다 했거나 반박을 포기한 것일 수도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이 대화는 그가 피로를 느낄 정도로 계속되고 있었다.

황금빛 해도가 그의 눈앞에서 일렁였다. 너무 눈부시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CG: 51_i06_2]

알 수 없는 통신이 갑자기 정적을 깨뜨렸다. 동시에, 그는 옛 친구의 거대한 닻이 지면에 스치며 내는 날카로운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그는 뒤늦게 떠올렸다. 자신이 고향에 돌아온 헌터들을 안아주지도 못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