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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ST-2피로 속에서 깨어나

사이드 스토리브릿지2024-10-10

1090년, 준비를 마친 켈시와 테레시아는 마침내 '박사'를 깨운다. 그렇게 박사는 처음으로 테라 문명과 접촉하게 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켈시, 아스카론, 오다


프리스티스

널 위해 선물을 준비했어, {@nickname}.

프리스티스

무슨 소릴 들은 거야?

???

이건……

프리스티스

기억해? 이건 AMa-10이 탄생할 때 생긴 편광이야. 네가 이 편광의 파형에서 멜로디를 찾았다고 했었지. 물론, 나도 여기에 '개인 창작'을 좀 보태 봤지만.

프리스티스

내가 원행성 궤도 배열의 방향을 조정해서 서로 다른 메아리를 포착했어. 하모니는 항성이 소멸할 때의 중성미자 여운에서 추출했고, 악기는 함선이 스타게이트를 통과할 때 남긴 중력 습곡이야.

프리스티스

아…… 난 네가 좋아할 줄 알았어, {@nickname}.

???

우주의 노랫소리……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감동적이야.

???

하지만 이렇게 하면 우리가 직접 만든 규칙이 깨질 수도 있어. 프리스티스, 본래라면 이 시설들은 영원히 미리 설정된 궤적 속에서 운행되어야 하는 거였어.

프리스티스

별들은 지금 빛을 잃고 있어, 이 세상엔 이미 규칙이 사라졌어. 안 그래?

프리스티스

이곳은 금방 조용해질 거야. 마치 우리가 애초에 오지도 않았던 것처럼.

???

……

프리스티스

같이 좀 걷자, 고요해지기 전에.

프리스티스

{@nickname}, 난…… 우리가 함께 이 세계의 미래를 보게 되었으면 좋겠어.

“그렇게 될 거야…… 내가 그 세계에서 널 기다리고 있을게.”


4년 전

1090년 여름

카즈델 지역, 바벨 로도스 아일랜드 본함

클로저

후아! 전력 통로 개조도 다 끝났어. 이젠 충격에도 견뎌낼 수 있겠지? 그래야 할 텐데……

클로저

켈시 때문에 48시간이나 연속 일하게 되다니…… 이번 일만 끝나면, 반드시 전하 앞에서 호되게 고자질할 거야!

스카우트

본함의 통신 범위에 진입한 것을 확인, 신호 양호. 클로저, 네가 감춰둔 미니 기지국도 꽤 쓸만하네.

클로저

두말하면 잔소리지! 전하한테도 안 보여줬던 좋은 물건이라고!

스카우트

전하 쪽에서 한다던 그 '연구'는 끝난 거야?

클로저

전에 몇 번 발생했던 격렬한 에너지 때문에 하마터면 로도스 아일랜드가 꺼질 뻔했어. 지금은 다음번에 있을 충격에 대비해 함선을 보강 중이야.

클로저

배에서 나는 소리를 감추기 위해 꽤 신경 쓰고 있거든. 혹시라도 군사위원회의 정탐병한테 들키기라도 한다면……

아스카론

안심해. 주변에 있는 타겟은 전부 처리했어, 지금 준비하는 것에 전념하면 돼.

아스카론

스카우트, 보고를 부탁해.

스카우트

잠입 임무는 이미 완료했어, 지금 정보를 바벨로 보내고 있는 중이야.

아스카론

도시 내 상황은?

스카우트

요 몇 년 동안은 별로 바뀐 게 없어. 재앙도 별로 없던 덕에 이동도 거의 하지 않았고.

스카우트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의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아. 군사위원회가 우리의 전략적 공간을 계속 압박한다면……

아스카론

전하와 닥터 켈시를 믿어 보자.

스카우트

……그래. 두 사람이 이렇게나 오랫동안 오늘 실험을 준비한 것도 다 지금 이 불리한 국면을 뒤집기 위해서니까.

클로저

아참, 스카우트. 내가 집에 보관했던 설비, 받았지?

스카우트

벌써 전달자를 통해 바벨로 붙였지.

클로저

다행이다. 켈시랑 내가 손잡고 만든 비밀병기가 있으면, 분명 함선의 그 이상한 제어 시스템도 완전히 손에 넣을 수 있을 거야.

아스카론

전달자는 내 쪽에서 만나도록 하지. 소포가 안전한지 확인하고 바로 본함으로 보내겠어.

아스카론

그동안 계속 실종된 엔지니어에게 손을 댔던 정탐병들을 조사 중이야, 본함의 위협이 완전히 제거되진 않았어.

오다

클로저 씨, 얘기해준 대로 더 많은 재료를 갖고 왔어, 진짜 무겁네!

클로저

고마워 오다! 윽, 이 정도면 전하랑 켈시한테 더 보험적인 조치를 해줄 수 있을 거 같네.

클로저

예비용 선로를 하나 더 추가하자. 이번에도 사고가 터지면 진짜 큰일이니까……

오다

클로저 씨, 더 도와줄 게 있어?

클로저

오다, 너도 빨리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안전 구역으로 대피해. 다음 충격은…… 한 30분 뒤에 있을 거야.

클로저

이제 준비는 다 됐어.

클로저

흠, 좀 이상한데…… 전하랑 켈시가 에너지 모듈이랑 방어 모듈을 비밀리에 개조했어. 그리고 그 해괴망측한 연구, 대체 뭐 때문에 그런 영문 모를 실험을 하는 걸까?


켈시

그 사람은 오리지늄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야.

테레시아

……

켈시

만약 오리지늄으로 인해 생기는 고통을 해결하고 싶다면……

켈시

그 사람이 가장 적합하겠지.

테레시아

정말이지, 켈시는 매번 마왕도 쉽게 믿기 힘든 일들을 갖고 온다니까……

테레시아

그 장치, 진짜 작동하긴 하는 건가…… 켈시는 여전히 그 사람이 깨어날 수 있다고 믿어?

테레시아

테라에 있는 대부분의 생명체는 이렇게나 오래 진행된 침식을 견뎌낼 수 없잖아.

켈시

……

켈시

지금의 테라는 그 존재 자체가 기적이야. 테레시아, 물론 너도 그렇고.

켈시

하지만 과거의 그들 눈에는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계 전체가 한없이 작아 보였지.

테레시아

……조금 긴장한 것처럼 보여. 초조하고, 불안한 것 같기도 하고.

테레시아

또 걱정되는 게 있는 거야?

켈시

……있지.

켈시

하지만…… 난 말할 수 없어.

테레시아

괜찮아! 미안해, 괜히 신경 쓰이게 해서. 집중하자. 난 느낄 수 있으니까.

테레시아

……

테레시아

넌 '켈시'…… 라는 그 이름을 좋아하는구나.

켈시

……

켈시

난…… 이미 그 세월의 다른 모든 걸 거의 다 잊어버렸어.

켈시

하지만 내가 유일하게 기억하는 건, 먼 옛날 누군가 내게 그 이름을 붙여줬다는 거야……

켈시

이 '켈시'라는 이름을.

켈시

그게 우리의 마지막 만남이었지.

[CG: 49_i06_1]

“켈시…… 내겐 시간이 많지 않아.”

“가서 생명의 흔적을 찾고, 희망과 미래를 찾아.”

“켈시…… 가서 직접 답을 찾아.”

“너 자신을 찾아.”

테레시아

켈시, 그럼 망설일 거 없잖아.

켈시

알고 있어. 하지만……

켈시

……계속 어떤 예감이 들어…… 걱정, 아니면 추측이라고 해야 할까.

켈시

대지의 시작점에서, 생명이 막 싹트기 시작한 어느 시점에서, 여기에,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이 생겨났어.

켈시

하지만 그게 뭔지 모르겠어.

테레시아

켈시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난 전혀 걱정되지 않아.

테레시아

게다가 켈시는 늘 신중한 성격이니까, 미리 준비해 둔 대책이 있어서 내가 신경 쓸 필요도 없었잖아.

켈시

정말 미안, 테레시아.

켈시

이번 일만큼은, 아무리 많은 대책을 세웠다 한들 자신이 없어.

켈시

……테레시아, 난 내가 언제나 가장 이상적인 선택을 했다고는 장담할 수 없어.

켈시

하지만 이번만큼은…… 믿고 싶어.

테레시아

그럼 하고 싶은 걸 해. 내가 같이 있어 줄게.

켈시의 손이 얼마나 오랜 세월이 지났는지도 모를 그 문에 닿았다.

로도스 아일랜드에 전에 없었던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오리지늄은 우리 문명이 응결되어 만들어진 증표가 될 거야……”

“어느 날, 온 세상의 생명체들이 다시 죽어버린 터전을 찾아와 헤쳐 나갈 방법을 찾게 된다면,”

“그들은……”

“우리가 눈부시게 빛났던 것”

“우리가 저항했던 것”

“우리가 여기에 잠든 것을 보게 될 거야.”

“우리도 예전에 연기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되기 전에 뒷사람에게 선물을 줬었어……”

“……희망이란 선물을.”

[CG: 49_i06_1]
[CG: 49_i06_2]
???

(미지의 언어) 여기는……

???

(미지의 언어) 시간이…… 벌써…… 된 건가?

경고: 알 수 없는 에너지가 가동되었습니다.

경고: PRTS 시스템 권한 읽기 및 쓰기 중……

경고: PRTS 시스템 권한 읽기……

PRTS 시스템 권한 리셋 완료. 관리자 권한이 확인되었습니다.

통신 모듈 전체 주파수 개방. 통신 수신 모듈 오버클럭 완료.

검색: 보존자…… 신호 없음.

검색: 카이룰라 아버…… 신호 없음.

검색: 셀레스티얼 풀크럼…… 신호 없음.

검색: (잡음)…… 신호 없음.

……

검색 완료. 전체 주파수에 신호 없음.

다시 시도하시겠습니까……

???

(미지의 언어) 응답이…… 없……

???

(미지의 언어) 오직…… 나만……

???

(미지의 언어)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프로세스 로그 파일 검색 중……

최근 업데이트: 4,755,954일 전.

???

……

생명 징후 데이터에 극심한 이상을 감지, 자동으로 복구 모듈을 로드합니다.

복구 중……

???

(미지의 언어) 나…… 너무 일찍 깨어난 건가…… 아니면…… 너무 늦은 건가?

???

(미지의 언어) 오리지늄은…… 어느 단계까지 왔지?

오리지늄 검사 기록 데이터를 검색…… 반응 없음.

오리지늄 검사 모듈이 해제되었습니다.

???

……

???

(미지의 언어) '테라'……

???

(미지의 언어) 어째서…… 쓸데없는 정보가…… 이렇게 많이 저장된 거지……

???

(미지의 언어) 이건……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되지 않은…… 새로운 언어?

???

(미지의 언어) 문명이…… 벌써…… 탄생했다고……?

???

(미지의 언어) 나만…… 남은…… 건가…… 그 사람은? 프리스티스, 나의……

켈시

(미지의 언어) 그 질문엔 내가 대답하지. 그 자료들은 내가 전에 PRTS에 저장한 것들이다.

???

(미지의 언어) ……너는?

과거에 머물러 있는 사람의 눈에 생소함, 의혹, 그리고…… 경계심이 비쳤다.

켈시는 석관에 있는 사람의 눈빛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하지만 테레시아는 켈시가 긴장했다는 것을 느꼈다.

???

(미지의 언어) 잠깐만……

???

……

???

……

???

(미지의 언어) 넌 상당히 많이 변했지만……

켈시

……

방금 깨어난 사람은 석관 속에서 짧은 꿈을 꾼 것만 같았다.

잠에 들기 전에 자신에게 이별을 고하는 생명은, 잠에서 깰 때도 여전히 자신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

(미지의 언어) ……떠나지 않았구나.

켈시

(미지의 언어) 아니…… 이곳을 떠난 이래로, 다시 네 앞에 서기까지……

켈시

(미지의 언어) 난 이미 만 년도 넘는 세월을 거닐었어.

켈시

(미지의 언어) 하지만, 난 네가 내게 남긴 문제를 아직도 잊지 않고 있어……

켈시는 가슴을 졸이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그녀의 희망에 어떤 무서운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는 걸 확인해야 했다.

???

……

???

(미지의 언어) 그건…… 문제가 아니야. 그건…… 나의 기대야……

???

(미지의 언어) 그럼 넌…… 자신의 생명의 의미를 찾은 건가?

“켈시……”


켈시

(미지의 언어) 생명이 계속된다는 것의 의미를 찾는 것…… 이건 여전히 내가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 할 길이야.

켈시

(미지의 언어) 아직 기억하고 있었구나……

???

(미지의 언어) 내 기억 속…… 내게 있어 너와의 작별은 마치 어제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너무 먼 과거 같아 현실적이지 않아……

???

(미지의 언어) 하지만 네게 있어선……

켈시

(미지의 언어) 난 네가 날 위해 해줬던 노력들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어.

켈시

(미지의 언어) 넌 내게 생명 말고도, 자유라는 가장 귀중한 걸 주었으니까. {@nickname} 박사.

???

(미지의 언어) 그냥…… 박사라고 불러줘, 켈시.

박사

(미지의 언어) 일단…… 내려갈게……

켈시

(미지의 언어) 넌 여전히 허약하구나, 내가 부축해 줄……

박사

(미지의 언어) 필요 없어……

박사

(미지의 언어) 켈시, 궁금한 게…… 너무 많아……

박사

(미지의 언어) 오리지늄은 어떻게 됐지…… 기록을 못 찾았는데.

켈시

……

켈시

(미지의 언어) 오리지늄은 여전히 바깥의 대지에서 자라나고 있어.

박사

(미지의 언어) 그럼 난 너무 일찍 깨어난 건가.

켈시

……

박사

(미지의 언어) 켈시, 고생이 많았겠구나.

박사

(미지의 언어) 네 눈을 보면 알 수 있어. 내 도움이 필요한 거지? 그래서 날 깨운 거지?

켈시

(미지의 언어) 우리가 너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어.

박사

(미지의 언어) 아, 저기 '악마' 말이지?

박사

(미지의 언어) 네 뒤에 있는 저 친구한테는 오리지늄이 예상하지 못한 형태로 존재하는 것뿐만 아니라……

박사

(미지의 언어) 그래…… '문명의 존속'도 갖고 있어.

켈시

(미지의 언어) 현재 문명의 발전 궤적은 많이…… 복잡해.

박사

(미지의 언어) 이름, 그들의 문명에도 자신의 존재를 가리키는 비슷한 호칭이 있어?

켈시

테레시아.

박사

테…… 레…… 시…… 아……

잠에서 깬 사람은 테레시아의 앞으로 와, 자신의 두 손을 길게 뻗어 손바닥을 보여줬다.

[CG: 49_i21_1]

테레시아는 자신의 손을 뻗어, 가볍게 과거 사람의 두 손을 맞잡았다.

박사는 따스함을 느꼈다.

테레시아

그래, 테레시아야.

두 문명이 접촉하게 되었지만, 테레시아는 과거에서 온 사람의 눈에서 슬픔을 보았다.

테레시아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의 손에서 온도를 느낄 수 없었다.

박사

오리지늄은…… 너와…… 하나가…… 되었구나.

테레시아

……우리 언어를 이해하는 거야?

박사

기록을…… 통해…… 공부…… 했어. 어렵지…… 않아.

테레시아

신기해! 나도 당신들의 언어를 배우고 싶어. 켈시가……

박사

나의 세계는…… 이미 사라졌어. 과거의 언어는…… 과거의 시간에 머물러 있어야겠지.

박사

난…… 너희가 궁금해. 넌……'문명의 존속'까지 진입했어.

박사

네게…… 묻고…… 싶어……

박사

너희 문명의, 모든 것을.

박사

이렇게 해야, 내가 속해있던 과거의 세계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테니까.

테레시아

……알았어.

테레시아

음, '박사'. 이렇게 부르는 거 맞지? 무례하게 굴어서 미안하지만, 내 손을 놓지 말아줘.

테레시아

너한테 보여줄게……

박사는 자신도 모르게 악마를 닮은 모습의 생명체의 두 눈에 이끌렸다.

악마의 눈 속에서, 자신의 세계를 잃어버린 사람은……

생명을 보았다.


테레시아

문명은 생물의 본능에서 잉태되어, 적자생존을 하게 되었어.

테레시아

강자가 약자를 포식했고, 생존의 순환은 여기서 비롯되었어.

버든비스트

(나약한 비명소리)

빙판 아래로 떨어진 버든비스트는 자신의 머리로 새끼 한 마리를 물속에서 들어 올려, 빙판 위로 올려보냈다.

새끼 버든비스트는 빙판 위를 비틀거리며, 먼 곳에 미끼를 놔두고 기다리던 사냥꾼에게 다가갔다.

쉐라그 사냥꾼

온다. 준비해.

사냥꾼은 빙판이 갈라지기 전에 굶주린 새끼 버든비스트를 잡았다.

쉐라그 사냥꾼

다행이야, 적어도 하나는 구해냈네.

테레시아

반역. 생존 본능을 거스르는 반역이야말로 우리 문명이 진화하는 계기가 되어 주었지.


테레시아

그리고 호기심, 생명을 불태우는 대가로 삼은 호기심은 우리 문명이 나아갈 수 있는 사다리가 되어줬어.

유성을 쫓던 개척자는 동료의 시신을 짊어지고 계속 앞을 향해 나아갔다.

지쳐버린 개척자

하아…… 하아…… *컬럼비아 욕설*, 하루만 더 버티면 좋았을 텐데!

지쳐버린 개척자

저건 유성이 아니라 라이트 부부가 사고를 낸 비행기라고 신문에도 나왔잖아. 그런데도 넌 끝까지 고집을 부렸지!

지쳐버린 개척자

하늘에서 떨어진 실패자에게, 대체 무슨 가치가 있길래 네가 목숨까지 건 거야?

지쳐버린 개척자

저기 대지 위에 떨어진 돌덩어리들 보여주려고 그런 거냐? 대체 나한테 뭘 증명하고 싶었던 거야?


테레시아

나도 검은 왕관에서 태양이 삼켜졌던 것, 어둠이 대지 전체를 완전히 뒤덮는 것을 본 적이 있어.

테레시아

하지만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도 누군가는 빛을 밝히려고 했지.

호기심 많은 아다크리스인

그래도 어둡잖아! 태양이 진짜 죽게 생겼다고!

대담한 아다크리스인

으으, 태양이 죽는 시간이 길어도 너무 긴데…… 우리가 가서 구해야 돼! 태양이 죽으면, 우리 얇고 긴 꼬리 논쟁도 결과를 못 낼 거 아냐?

호기심 많은 아다크리스인

어떻게 구하게?

대담한 아다크리스인

높은 산 위로 올라가서, 횃불로 다시 불을 붙이자.

호기심 많은 아다크리스인

손을 들다가 팔이 아파지면 어떡해?

대담한 아다크리스인

음…… 그럼 내 조각상을 만들어서, 내 조각상이 나 대신 횃불을 들게 하자.

호기심 많은 아다크리스인

좋은 생각인데! 옆에 다른 횃불도 들 수 있게 내 조각상도 만들자. 네 횃불이 꺼지면, 내 횃불이 네 횃불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게.


테레시아

불타오름은 빛을 가져다주었고, 빛은 우리를 희망으로 인도했어.

테레시아

하지만 내 동포들은, 죽음을 희망의 다른 해석으로 받아들였어.

테레시아

몸이 죽게 된 뒤, 영혼 용광로의 불길 속에서 도시와 하나가 되는 걸 존경받을 만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영광으로 생각했거든.

테레시아

그들은 오리지늄 결정이 되어 자라나, 카즈델과 한 몸이 되는 거야.

테레시아

새로 태어난 어린아이는 흩날리는 먼지 속에서 자라나, 살카즈의 영혼이 내는 소리를 들으며, 고난을 짊어지고 앞으로 나아가지.

박사

우매함과 진보가 뒤섞인 채…… 순환하고, 굽어있어……

박사

정말…… 아름다워.

박사

정말…… 그리운 모습이야.

박사

너희…… 테라는, 다시 계몽의 궤도에 오른 것 같네.

테레시아

어떻게 '우매'하다는 걸 정의할 수 있어? '계몽'의 진보는 어떻게 증명하는 거야?

테레시아

내 눈엔 이렇게 보여. 이 모든 건 우리 문명의 일부분이야.

박사

하지만 네가 내게 보여준 건…… 그들은 대부분 너희 종족과…… 매우 동떨어져 있어.

테레시아

정복하는 자와 정복당하는 자는 모두 문명의 변천 속에서 대지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겼어.

테레시아

살아남기 위해, 결국엔 엇갈린 모든 것들이 통일되고 모든 종족이 하나가 될 거라고 난 굳게 믿어.

테레시아

내가 바라보는 미래에선, 결국 온 대지가 하나가 될 거야.

박사

……심금을 울리는 신념이야…… 정말 대단해.

박사

느낄 수 있어, 넌…… 이 대지를 정말로 사랑한다는 걸.

박사

차별이든, 전쟁이든, 재난이든…… 네가 사랑하는 건 단일 개체나 종족을 뛰어넘었어.

박사

하지만 네가 속한 문명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을 때…… 아마 너의 사랑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겠지.

박사

그들은 오히려…… 너를 증오할 거야.

테레시아

……

박사

그럼 넌, 네가 바라는 미래로 향하기 위해…… 뭘 겪어야 하는지 알아?

테레시아

반드시 걸어야 하는 길이라면, 난 기꺼이 받아들일 거야.

박사

……테레시아. 한 명의 테라인.

박사

그래서 켈시가 너를 믿는 거구나. 켈시는 널 돕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날 깨운 거고.

박사

그래. 시대가 종점을 맞이하는 순간에도, 온 힘을 다해 그걸 막고자 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지.

박사

하지만 대부분, 그 이야기의 끝은 아름답지 않아.

테레시아

……

박사

하지만 네게 감탄했어, 진심으로.

박사

어쨌든 어느 정도는, 넌 내가 잘 아는 사람들과 매우 닮았어.

박사

난 이미 그 사람들과 다시 만날 수 없겠지만……

박사

……

박사

어쩌면 생각을 좀 더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지도……

박사

그래도 괜찮아. 우선은 너희의 생각을…… 먼저 들어봐야겠어.

박사

내가 뭘 하면 되지?


켈시

박사. 일단은 쉬어야 해.

박사

괜찮아.

박사

켈시. 테레시아는 내게 정말 많은 놀라움을 줬어. 나를 더 곤란하게 만들기도 했고.

박사

미안…… '곤혹'이라고 말해야 했는데.

박사

살카즈의 언어가 아직 완전히 입에 익지 않아서 그래.

박사

테레시아는 예상외의 것들을 보여줬어. 너도…… 테레시아에게서 많은 걸 보았겠지.

켈시

난 테레시아와 적이 되었고, 테레시아를 알게 되었고, 테레시아의 바람을 이해했고, 테레시아의 책임을 경외했어……

켈시

그 검은 왕관은 테레시아에게 유구한 역사와 견문을 공유했어. 그렇게 테레시아는 다른 사람들이 따라잡을 수 없는 식견을 갖게 되었고.

켈시

어쩌면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테레시아와 함께, 바벨과 함께, 테라와 함께.

박사

“테라와 함께”.

박사

켈시, 이미 '이 대지'에 속하게 되었구나.

켈시

나도 네가 우리와 함께 나아가길 원해.

박사

응……

박사

정말 부러운데. 난 널 믿어, 켈시.

박사

하지만 난 연구자에 불과해. 내가 도울 수 있는 건 너희가 기대하는 것만큼 많지 않을 수도 있어.

테레시아

광석병, 재앙, 우리가 손 쓸 수 없는 재난이 이 대지에 수많은 고난을 불러왔어…… 하지만 테라의 과학 기술의 대부분은 오리지늄을 기반으로 발전했지.

테레시아

에너지를 둔 싸움, 감염자 차별, 전쟁과 종족 간의 장벽이 이 대지를 계속 찢어놓고 있어……

테레시아

우리도 노력해 봤지만, 성과가 거의 없었어…… 왜냐면 우린 오리지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니까. 이 대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니까.

테레시아

하늘과 바다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고대 유적은 도대체 어디서 온 걸까? 우리는…… 대체 어떻게 탄생한 걸까?

테레시아

박사가 우리에게 답을 찾아줬으면 해.

박사

……그중 일부분은, 켈시가 이미 네게 알려줬을 거 같은데.

박사

오리지늄에 관해서라면, 안타깝게도 지금의 나로선 답을 내 줄 수 없어. 모든 대답을 다 내줄 수 없는 건 아니지만.

박사

내가 깨어났을 때 오리지늄 발전에 관한 로그를 불러오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얻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어.

박사

그리고 네가 내게 잠깐 보여준 테라는 날 더 당혹스럽게 만들었고.

박사

현재의 오리지늄 발전은…… 상상했던 것과 맞지 않아. 시간이 조금 필요해.

박사

현재 대지의 모습이 어떤지 탐험하고, 오리지늄이 문화와 생명과 환경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줬는지 이해해야 해.

박사

그러려면 아마 몇 년, 어쩌면 그것보다 더 오래 걸릴지도 몰라…… 하물며 그렇게 막대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나서도, 너희는 절망적인 대답을 듣게 될지도 모르지.

박사

난 과거에 누군가에게 약속했어. 어쩌면 지금 내게, 또는 그녀에게 남은 건…… 유감스러운 감정밖에 없을지도 몰라.

박사

그래서 난 무턱대고 약속할 수 없어. 켈시, 용서해 줘……

켈시

그럼, 기다릴게.

켈시

네 대답이 뭐든, 바벨은 네가 돌아올 그날을 기다리겠어. 박사.

박사

……고마워.

박사

저기…… 미안한데…… 약간…… 배가 고파졌어.

박사

PRTS로 봤어, 본함에 임시 식당이 있다고……

테레시아

있긴 한데, 약간 난잡할 수도 있어. 아니면 그냥 내가 데려다……

박사

아냐, 됐어. 고마워, 테레시아.

박사

여긴 내게 특별한 의미가 있거든. 그냥 나 혼자…… 천천히 걸어갈게.

테레시아

……그래. 조심해, 박사.

테레시아

……

켈시

깨어나서 받은 부담이 클 거야. 박사의 몸은 아직 완전히 회복된 상태가 아니지만, 그래도 생각했던 것보단 훨씬 빨리 적응하고 있네.

켈시

박사는 테라의 모든 걸 배우고 싶다고 했어.

테레시아

배우는 속도도 엄청 빠르던데.

테레시아

아이들이 박사 같았다면, 아마 더 많은 언어를 배우고, 대지의 더 많은 곳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을 텐데.

켈시

테레시아, 돌아가서 다른 사람들을 찾는 게 좋을 거 같아. 바벨엔 의장이 직접 결정해 줘야 할 많은 업무들이 있을……

테레시아

……

켈시

테레시아?

테레시아

……켈시, 할 얘기가 있어. 기우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얘기해야겠어.

테레시아

박사는 테라가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된 걸 상당히 의외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

켈시

……

테레시아

전에 박사는 오리지늄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라고 그랬잖아. 근데 박사는 오리지늄의 발전이…… “상상했던 것과 완전히 부합하지 않는다”고 그랬고.

테레시아

그렇다면 오리지늄은 원래 어떻게 되어야 했던 거지? 이 대지는 원래 어떤 모습이 되어야 했던 거고?

테레시아

……살카즈는 원래 어떤 모습이 되어야 했던 거야?


테레시아

박사는 이미 출발 준비를 마친 건가?

아스카론

응. 차량 1대, 호신용 무기를 약간 신청했어. 그 외에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았고.

아스카론

박사는 자기가 알아서 작전 구역을 피해 갈 수 있다고 했어.

테레시아

알았어. 박사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두자.

아스카론

전하, 아무래도 그 녀석을 따라가야겠어. 녀석의 정체…… 마음이 놓이질 않아.

테레시아

……아스카론은 카즈델 땅을 떠나 본 적이 있니?

아스카론

떠난다고? 어렸을 때 사냥감을 쫓아가다 활동 범위를 벗어난 것도 포함이라면, 떠나본 적이 있어.

테레시아

그런 건 빼야지.

테레시아

박사를 따라가. 가서 박사를 지켜줘. 대신 박사를 방해하진 말고.

아스카론

확실히 감시를……

테레시아

아니, 아스카론. 어깨에 힘 좀 빼, 박사를 감시하라고 하는 게 아니야.

테레시아

난 네가 이 터전 밖의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봤으면 해. 이건 좋은 기회인걸.

테레시아

우리의 터전 밖에선, 전쟁과 고난이 일상이 아니거든. 맛있는 음식, 옷, 예술이나 문화…… 누릴 수 있는 게 아주 많아.

테레시아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이 이 점을 알고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무시하고 있어. 왜냐하면 대부분의 경우,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까.

테레시아

아스카론, 그런 표정 짓지 마. 내 말 들어.

테레시아

넌 테레시스를 반대해서 날 따라온 거잖아. 그럼, 이번 분열이 끝난 뒤엔 어떻게 할 거야?

테레시아

그다음엔 뭘 해야 할까? 너와 같은 생각을 하는 수많은 살카즈들의 다음 목적지는 또 어디에 있을까?

테레시아

그러니까 전쟁과 우리의 터전을 떠나 이 땅 밖의 풍경을 보라는 거야, 아스카론.

테레시아

가서 우리도 누려야 했을 삶을 보고 와.

아스카론

……그게 전하가 원하는 거라면.

테레시아

그래!

테레시아

잘 다녀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