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4기나긴 여행
이 낯선 대지를 이해하기 위해 박사는 홀로 바벨을 떠나 테라를 탐사하던 중, 우연히 '아미야'라는 아이를 구조하고 함께 동행하게 된다.
켈시에게,
편지 잘 받았어. 바벨에서 별일 없길 바랄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어. 2달 전에 사고가 난 차량팀에서 한 여자아이를 구했어. 이름은 아미야라고 하더군.
유감스럽게도 아이의 부모님은 사고로 인해 돌아가셨고, 그 아이도 광석병에 걸렸어.
원래는 아이를 적당한 곳에 보내고 떠나려 했지만, 현지에는 돌봐줄 가족이 없는 광석병 환자들을 차량에 가둬 아무도 없는 황야로 보내고 있었기에, 그 아이를 데려가기로 했어.
우연치 않게 그 아이는 내 동행자가 되었지.
아이를 돌볼 때 얼마나 난감하고 당황스러웠는지 넌 상상도 못 할 거야……
다행히도 새비지라는 여자가 우리의 여정에 동참했어, 그 여자 덕에 한숨 놓았지.
달빛 아래, 한 줄기 검은 그림자가 '모래 언덕'을 뚫고 나왔다.
(경계하며 접근한다)
(위협적인 고함)
가! 저리 가!
가까이 오지 마!
(흥분해 손톱을 간다)
(의심하며 머리를 내민다)
쟤네들은 네 협박에 더 흥분한 거 같은데, 아미야.
무서워하지 마세요 박사님, 제가 상대할 수 있어요!
엄마 아빠한테 샌드비스트 내쫓는 법을 배웠던 적이 있어요. 샌드비스트는 천적의 울음소리를 흉내 내면 된대요.
츄츄……
(당황스러워하며 행동을 멈춘다)
아, 이게 아니었던 거 같은데. 이거였나? 슈슈……
(당혹한 듯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이것도 아닌데, 흐음, 뭐였더라?
어흥? 구구? 으르릉……?
(의아한 듯 꼬리를 흔든다)
으…… 다 아닌가 봐……
괜찮아 아미야, 내가 해볼게.
박사는 말을 마친 뒤, 검지와 엄지로 고리를 만들어 이상한 소리가 나는 휘파람을 불었다.
(깜짝 놀라 일어선다)
(불안해하며 두리번거린다)
(빠르게 구멍을 판다)
(천천히 따라간다)
박사님, 대단해요! 진짜랑 똑같아요!
저도 해볼래요!
아미야는 작은 손을 둥글게 쥐곤 입가에 가져다 대었고, 얼굴이 빨개질 때까지 힘껏 바람을 분 뒤 겨우 휘파람 소리를 내었다.
광활한 황야에 휘파람 소리가 한데 어우러졌다. 샌드비스트는 금세 몸을 숙여 꼬리를 품속에 말아 넣곤 땅속으로 도망갔다.
휘파람 소리는 점차 약해졌고, 아이의 앳된 웃음소리로 변했다.
이윽고 웃음소리도 잦아들었고, 잠깐의 침묵이 흐른 뒤, 작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
아미야, 이리 오렴.
샌드비스트가 갔는데, 왜 그렇게 얼굴을 찡그리고 있어?
……엄마 아빠가 그렇게나 많이 가르쳐 줬는데도 기억하지 못했어요…… 박사님을 지켜주겠다고 했는데, 지켜주지도 못했고요.
박사님의 손에 난 상처도…… 지금까지 안 나았잖아요.
괜찮아 아미야. 내 손은 이제 안 아프니까. 게다가, 기억 안 나?
아까 그 흉내 내는 소리는 네가 가르쳐준 거잖아.
어라, 제가 그랬었나요?
거봐, 말했잖아. 제대로 자지 않으면 머리가 잘 안 돌아가고 많은 것을 잊어버리게 된다니까.
그치만…… 자기 싫은걸요.
……잠들게 되면 그때의 일이 생각날까 봐 무서워요.
하지만 말해줬잖아, 가끔은 꿈속에서 엄마 아빠를 만나게 된다고.
으으……
아미야, 차량이 도착하려면 아직 어느 정도 시간이 남았으니까 좀 자둬.
네……
박사님, 가까이 가도 되나요……
깨어났을 때…… 처음 보게 될 얼굴이…… 박사님이었으면 좋겠어요.
물론이지. 아미야가 같이 새비지 언니를 기다려 준 답례로, 이야기를 조금 더 해줄까?
옛날에, 어떤 대단한 과학자가 살았어……
그녀는 자신이 사는 곳에 심각한 위기가 생기자, 터전과 주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되었지.
후우……
박사, 다른 차량을 찾았어! 이제 다음 병원으로 갈 수 있……
(작은 목소리로) 쉿, 아미야가 자고 있어.
정말 기뻐 켈시. 이 땅엔 생명의 흔적이 곳곳에 있어.
여긴 낯선 세계지만 가끔 익숙한 느낌이 들어. 어린 시절에 푹 빠졌었던 전설 속 이야기가 생각나. 낡은 이야기였지만, 내 상상력을 자극했지.
이야기 속에 나오던 구시대의 갱도와 먼지 속에서 큰 소리를 내던 거대한 차량이 이제 다시 이 대지에 우뚝 서 있어.
이야기는 정말로 현실이 됐고, 우리 눈앞의 현실도 이야기가 되는구나.
……아미야. 거기서 몰래 보고만 있지 말고, 이리 와.
박사님, 그림 그리세요? 제가 방해한 거 아니죠?
물론 아니지.
봐 봐, 어때? 닮았니?
방금 탔던 광업용 트럭이네요!
맞아. 겪었던 일들을 이 공책에 그려놨어.
박사님, 우리가 탔던 트럭을 몰아본 적 있나요? 엄청 빠르던데요, 오랫동안 일했던 베테랑들도 그렇게 빨리는 운전하지 못할 것 같아요.
예전에…… 신기한 차량을 많이 봤어. 흐음, 원석충의 알껍데기처럼 생겼는데 크기는 훨씬 더 크지. 난 이전에 그런 걸 운전해서……
……별들 사이에 있는 외나무다리를 건넜어.
별들 사이에 있는 외나무다리라면, 밤은 새까마니까, 엄청 엄청 까만 곳에 있겠네요! 위험했겠어요.
안 위험해. 길을 안내하는 사람이 외나무다리의 양옆을 지키고 있거든. 그들은 나이 든 별에서 빛을 내뿜는 구름을 빌려와 동그란 거울을 만들었어.
그 거울이 비춰주는 길을 따라 나아가면……
가면……?
외나무다리의 반대편으로 갈 수 있어. 그곳에서는 대기의 조수 속에 있는 첨탑이 흐릿하게 보이고, 별들의 이마에 달린 화환도 볼 수 있지.
화환에 착륙하면, 그곳은 아미야 같은 착한 아이들의 것이란 걸 알게 될 거야. 그건 정말 거대한 놀이터지.
놀이터? 동화 이야기에서 본 거 같아요…… 거기엔 작은 친구들이 되게 많다던데요.
아미야도 작은 친구들이랑 같이 놀고 싶어?
아뇨, 전…… 싫어요. 전 박사님이랑 놀래요.
나중엔 더 많은 친구들을 사귀게 될 거야.
그건 나중 얘기고요……
아참 박사님, 타보셨던 차량이 되게 많으실 텐데, 그중에 가장 가장 신기했던 건 어떤 거예요?
가장 신기했던 거라…… 있었지. 기나긴 세월 동안 그걸 탔었어…… 아주 아주 오랫동안.
혼자 탔었나요?
전엔 같이 타는 사람이 있었지만, 나중엔 홀로 남게 됐어.
……하지만 별거 없었어. 안에서 잤었거든. 아주 오래 잤었어.
다음엔 저도 데려가 주세요. 제가 계속 곁에 있어 드릴게요. 그럼 지루해서 잠만 자게 되진 않을 거예요.
……후훗
박사님, 왜 웃으세요?
정말 무거운 약속이네.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아미야. 네게도 너만의 여행, 너만의 풍경, 너만의 미래가 있을 거야…… 정말 계속 나랑 같이 있을 생각이야?
다들 그러던데요…… 몸에 돌이 자라나면, 그 사람한텐 미래가 없어진다고.
그래서…… 전 계속 박사님 곁에 있을 수 있어요……
……
아미야, 우리에겐 미래가 있을 거야.
아미야의 정신 상태는 아직인가?
흠…… 아직 열이 조금 있네. 어쩌면 감정이 격해져서 광석병 합병증을 유발한 걸지도 몰라. 이 부근에선 광석병 약도 찾기 힘들어.
낮에는 괜찮은 것 같다가도 밤엔 악몽을 꾸다니, 가엽기도 하지……
하아, 그 사고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전부 다 감염됐어.
……이 정도 나이의 아이에게 광석병의 발병 주기는 얼마나 되지?
사람마다 달라. 어떤 사람은 갑자기 증세가 나타나서 바로 다음 날에 몸이 망가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십 년 넘게 고통받다가 생을 마감하기도 하고.
그래도 결말은 정해져 있어……
광석병…… 이 세계에서 광석병을 완전히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이 있나?
이 '세계'? 아, 이 대지를 말하는 거구나…… 말투가 무슨 학자 같네. 박사도 농담할 줄 아는구나.
……잠깐, 설마 진지하게 하는 소리야?
그렇다면 정말 유감이지만…… 그건 불가능해.
아니, 가능해야만 해.
몇백 년 전엔 너희도 이동도시란 걸 상상도 못 했었잖아?
아미야의 병세가 악화되기 전에 방법을 찾을 거야. 어렵겠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야.
그 얘기를 림 빌리턴 사람들한테 하면, 다들 박사가 자기들을 놀리는 줄 알 거야.
하…… 물론 그동안 박사는 항상 내 예상을 뛰어넘었지만,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박사를 믿게 만든다니까.
이게 똑똑한 사람의 매력이란 건가?
놀리지 마, 샬롯.
……헤헤, 나 사실은 박사가…… 아, 아니야.
뭐?
아, 내 말은…… 그게……
그거 알아? 박사한테선 뭔가 신비로운 느낌이 드는 거. 마치…… 모든 사람들에게 박사는 우리랑 다르단 걸 알려주는 듯한 그런 느낌이랄까.
아미야는 느낄 수 있어.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민감하니까.
그렇게 티가 나나……
그래도 아미야는 강인해, 박사 앞에선 슬픈 티를 내지 않아. 아미야는 박사한테 즐거운 모습을 보여주려 하고, 박사를 귀찮게 하지 않으려 하고, 박사를 돌봐주려고 하지.
박사가 아미야를 구한 그날, 박사는 그때부터 아미야가 유일하게 의지할 사람이 된 거야.
하지만 아미야도 잘 알고 있어. 박사랑 아미야 사이엔 어떤 교집합도 있으면 안 된단 걸. 아미야는 박사가 언젠가 자신을 버릴까 두려워해.
……
걱정하지 마. 계속 아미야 곁에 있을 테니까.
……그래!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니까.
난 단지 이곳을 지나가는 손님일 뿐이라 생각했어. 역사는 나라는 존재를 기록하지 않을 것이고, 이곳과 엮이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는 와중, 난 한 가지 사실을 잊고 있었어. 난 이미 이 대지에 속해있다는 사실을.
켈시, 난 잘 모르겠어. 왜 내가 이런 기분을 느끼는 건지.
하지만 한 아이의 뜨거운 손아귀에서 전해져 오는 생명의 열기가 내 심장을 태우고 있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나를 아프게 해.
이건……
육포와 과일이야, 누군가 일부러 이곳에 놔둔 거야.
……알아챘나.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네.
켈시, 난 아미야를 바벨로 데려갈 거야.
가는 길에 새비지가 아미야를 위해 많은 약을 찾아왔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광석병에 걸린 아미야에게 더 좋은 치료를 해줄 수가 없는 상태야.
아미야가 특별한 아이가 아니란 건 알아, 바벨이 복잡한 위기를 겪고 있단 것도 알아. 그래도 난 아미야를 데려가야겠어.
나는 많은 사람들과 알게 되었고, 도움을 받았어. 그것 때문에 여행 경비 걱정도 하긴 했지만, 새로운 걸 많이 보게 되었고, 심지어는 오랜만에 놀랍다는 감정도 느끼게 되었어.
원래 따라오던 현지 차량 행렬에 고장이 조금 생겼었는데, 어떤 목자가 우릴 데려다줬어. 덕분에 굴착 장비와 엔진 소리를 벗 삼아, 버든비스트를 타고 림 빌리턴의 광야를 건넜지.
(상냥하게 핥는다)
착하지, 옳지 옳지.
박사님, 정말 염국으로 안 가나요?
우린 먼저 다른 곳에 갈 거야. 네 병을 고쳐야지.
그치만…… 광석병은 방법이 없다고……
아미야, 세상에 절대로 안 풀리는 문제는 없어.
바벨이란 곳이 있어, 거기엔 내가 믿는 사람들이 거기서 이런 병들을 없애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
거기 가서 그 사람들이랑 같이 더 노력해 보자.
그럼 전…… 거기 오래 있어야 하나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걱정하지 마. 많은 사람들이 아미야 곁에 있어 줄 거고, 보살펴 줄 테니까. 나도 옆에 있을 거고.
……
박사님…… 안 가면 안 되나요?
많은 아이들이 병을 고치러 밖에 나갔는데, 돌아오는 아이를 못 봤거든요……
광석병은 전혀 아프지 않아요.
박사님, 제가 잘할 테니까…… 약속할게요. 그쵸? 새비지 언니?
……그럼, 우리 아미야가 얼마나 착한데.
그러니까 박사, 아미야의 얘기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안 될까?
우리 림 빌리턴 사람들은 매일 오리지늄을 접하니까, 우린 광석병이 뭘 가져올지 잘 알거든.
여기 림 빌리턴에 남으면, 적어도 아미야한텐…… 집이란 걸 줄 수 있어.
아미야에겐 어쩌면 차가운 연구 시설보다 그게 더 필요할지도 몰라.
……'집'이라.
부정하진…… 않겠어. 하지만 오리지늄이 아미야를 아프게 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순 없어. 내겐…… 그렇게 해야만 할 의무가 있으니까.
아미야, 무슨 일이 생기든 내가 반드시 고쳐줄게. 약속해.
박사님……
그렇지만 새비지의 말도 일리가 있어. 게다가 바벨이 있는 곳이 반드시 안전한 곳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고.
혹시 림 빌리턴을 떠나기 싫다면, 앞으론 새비지 언니를 따라가도 돼.
미안해. 이렇게 어린 네게 선택을 강요해서…… 하지만 넌 강인한 아이니까, 우린 네 선택을 존중할게.
……박사 말이 맞아. 아미야, 잘 한번 생각해 봐. 지금 대답할 필요는 없으니까.
전……!
……전 박사님을 믿어요!
제게도…… 미래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른이 되면 새비지 언니랑 같이 여행도 가고 싶고, 박사님이랑 같이 책도 보고 싶고…… 전……
박사님한테 싫다고 한 적 없어요…… 그냥…… 좀 불안해서……
……후훗.
고마워, 아미야.
박사는 아미야의 머리를 쓰다듬고, 아미야를 끌어안은 뒤 버든비스트의 등에 올라탔다.
하지만 등에 올라타자마자 박사는 이내 땅바닥의 흙먼지가 천천히 떨리기 시작한 것, 연기와 먼지가 사방으로 퍼지는 것을 느꼈다.
(경계하는 듯한 낮은 포효)
어라, 얘가 왜 이러지?
……발밑!
심층 굴착 장비가 돌아가고 있어서 버든비스트가 놀란 거 같아! 윽! 조심해!
(놀란 듯한 큰 울음소리)
앗, 그렇게 멋대로 움직이면 안 돼!
으악!
박사, 꽉 잡아!
박사님!
버든비스트는 상체를 높이 치켜들고 큰 소리로 울부짖은 뒤, 땅바닥을 세게 짓밟곤 발굽을 크게 벌리며 달리기 시작했다.
이 상황을 본 주변의 버든비스트도 달리기 시작한 버든비스트를 따라 세차게 달리기 시작했다.
질주하기 시작한 버든비스트 무리가 물이 고인 여울을 향해 달리자 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쏜살같이 달려가는 버든비스트의 등 위에서, 박사는 버든비스트의 털을 움켜쥐고 떨어지지 않고자 안간힘을 썼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 아미야는 눈조차 감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녀는 한 손으로 버든비스트를 꽉 잡은 채, 나머지 한 손은 박사를 향해 내뻗었다.
박사님, 제 손을 잡으세요!
(불만스러운 울음소리)
(전속력으로 달린다)
윽…… 이 버든비스트들을 어떻게…… 으악!
꽉 잡아요 박사님! 더 빨리 달리기 시작했어요!
이미…… 최대한…… 꽉 잡고…… 있어!
박사, 잘 잡고 있어, 내가 갈게!
서…… 둘…… 러!
이제……
으아아아아!
결국 나는 버티지 못하고 버든비스트의 등에서 떨어져 웅덩이에 빠졌어.
엉덩이랑 등이 화끈거릴 정도로 아팠고, 게다가 물이 코로 들어갔어. 하마터면 숨 막혀 죽는 줄 알았지.
이번 사건으로 이 대지를 반년간 돌아다니면서 내가 이 대지에 살고 있단 걸 절실히 느끼게 되었어.
켈시, 난 이 대지 위에서 자신의 생명이 솟구치는 소리를 들었어.
1091년 여름
카즈델 지역
……이 앞으로는 더 이상 전달자 휴게소가 없어.
게다가 마을도 거의 없어져서, 강도랑 맞닥뜨리기도 십상이고……
새비지, 이 앞으론 아마 같이 못 갈 거 같아.
왜?
앞쪽 지역은 매우 불안정해. 용병들이 네 모습을 보면, 아마 림 빌리턴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박사랑 아미야가 위험하지 않은 건 아니잖아?
괜찮아! 끝까지 같이 가 줄게!
……
샬롯…… 같이 와 줘서 고마워.
갑자기 본명으로 불린 카우투스는 귀를 쫑긋거리며 박사를 쳐다보았다.
수개월의 여행,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길게 보자면, 사실 이건 자신의 지난 삶 속에 있는 매우 작은 경험일 뿐이다. 하지만 짧게 보면 그들은 수백 일을 함께 지내며 잊을 수 없는 일들을 셀 수 없이 많이 겪었다.
석양 아래, 샌드비스트 앞에, 판잣집의 처마 아래. 그리고 이 대지 위에.
이건 매우 즐거운 여정이었다. 곁에 있는 과묵하고, 이상한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을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새비지란 이름의 카우투스는 자기도 박사만큼 똑똑했으면 좋았을 거라 생각하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나중에…… 새비지 언니도 저를 보러 올 거죠?
응! 당연하지!
박사가 말했잖아, 지금 '바벨'의 거점이 바로 림 빌리턴 공사팀이 맡고 있는 프로젝트야! 어쩌면 얼마 안 지나서 또 만날지도 몰라!
그럼…… 기다릴게요, 새비지 언니.
그래, 아미야는 정말 착하구나.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 해야 아미야랑 박사를 데리고 황야를 건널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할 타이밍이야!
박사, 잠깐 아미야랑 여기서 쉬고 있어. 앞에 있는 환승역에서 빌릴 수 있는 오프로드 차량이 있나 좀 보고 올게.
……
박사.
앗!
작별 인사를 할 시간을 좀 더 가질 순 없을까?
이곳 환경은 매우 위험해. 오래 머물면 더 번거로운 일에 휘말리게 될 거야.
그 카우투스 여자아이는 생각이 확고한 모양이더군. 그렇게 헤어지는 게 박사한텐 더 좋을 거야.
……그렇긴 하겠네.
박사님…… 새비지 언니는 안 기다리나요?
아미야. 때로는 더 나은 결과를 위해 나쁜 일을 해야 하는 법이야.
새비지가 위험해지는 건 싫지? 하지만 새비지는 분명 아미야와 떨어지기 싫을 거야.
그래서, 말없이 떠나는 건 실례지만, 이래야 새비지가 위험하지 않게 돼.
으……
나중에 새비지와 또 만나게 될 거야. 약속할게.
박사님, 새비지 언니한테 편지 한 통 써도 되나요? 혹시라도 새비지 언니가 돌아왔을 때 저희가 안 보이면, 분명 많이 놀랄 테니까……
그래. 정말 좋은 생각이네. 그럼 아미야한테 부탁 좀 할까.
네!
……전하가 단둘이 만나고 싶다고 했어.
상황이 좋지 않은 건가? 켈시는 별일 없고?
지금은 말하기 곤란해.
저 아이가 편지를 다 쓰면 출발하겠어.
알았어. 편지는…… 부탁할게.
안심해. 편지는 반드시 그 여자가 볼 수 있는 곳에 놓아둘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