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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2운명은 어디에

사이드 스토리작전 후2024-10-10

카즈델은 재앙 속으로 들어가 추격을 따돌린다. 테레시스는 폭풍 속에서 황야의 아이를 거둬들이고, 그녀에게 '아스카론'이란 이름을 지어준다. 한편, '맨프레드'라는 소년이 테레시아와 테레시스를 찾아온다.

등장 오퍼레이터: 아스카론, 오다


테레시스

우리가 군함의 바퀴 자국 옆에 서 있는 게 이렇게나 보잘것없어 보이다니.

테레시아

그러게, 정말 놀라운 군사 장비네.

테레시아

나흐체러르의 육탄 방어선으로 전함의 진군을 막는 데 너무 큰 대가를 치렀어. 의식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기 충분한 밴시의 비명으로도 적들이 함교를 버리고 하층부의 지휘센터로 철수하게 만들었을 뿐……

테레시스

재앙이 앞에 없었다면, 그리고 이 협곡의 험준한 지형이 아니었다면……

테레시아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없어.

테레시스

카즈델도 저들과 같은, 아니, 저들의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을 무기를 가져야 한다.

테레시스

지금까지 했던 우리의 시도는 전부 실패했다……

테레시아

100년도 전에 우리가 카즈델을 이동도시로 만들 수 있을 거라 누가 믿기나 했을까? 정해진 대로만 가서는 카즈델은 다른 나라들을 따라잡을 수 없을 거야.

테레시아

다마즈티가 방금 전해줬어. 지평선에서 우릴 멀리 바라보는 군함들이 벌써 속력을 줄이고 있대.

테레시스

포기한 건가?

테레시아

아니. 선제후 쪽에선 계속 추격하라 지시했지만, 함대 지휘 쪽에서 감속하라고 지시했어.

테레시아

저들은 재앙과 열악한 지형을 두려워하고 있어. 우리 눈앞에 있는 이 군함이 바로 그 증거야.

테레시스

지금의 전진 속도라면 결전의 시간은 저녁이 되겠군.

테레시아

……충분해. 이 정도면 충분히 시간을 끌었어.

테레시아는 황야에서 점점 뒤엉켜 오는 두 줄기의 폭풍을 돌아보며, 그 거대한 도시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

얻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카즈델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여전히 폭풍 속에서 이동 중인 걸까? 대피소에 숨어 있는 주민들은 무사할까?

테레시아

두 폭풍이 모여들기 시작했어. 퇴로는 이제 완전히 막혔네. 결전은 이제 어떻게 해도 피할 수 없…… 테레시스?

테레시스

……

테레시아

전장에서 한눈을 팔면 어떡해.

테레시스

……저건 뭐지?

테레시아

……?

테레시아

저건……

[CG: 49_i03_2]

폭풍이 분노하고 있었다. 어린 것은 연장자를 도발하고 있었다.

새로 생겨난 폭풍이 우렛소리 사이에서 사라져가는 폭풍에 부딪혔다.

어지러운 공기의 흐름이 두 폭풍 사이에서 교차하고, 섞였다……

난폭함은 고요를 낳는 법. 폭풍이 모이는 곳에서 좁고 긴 통로가 생겨났다.

번개가 번쩍이고, 천둥소리가 메아리쳤다.

테레시스

길이 있어. 폭풍 한가운데.

테레시아

폭풍……

테레시스

테레시아, 가자. 폭풍으로 인해 길이 생겼다.

테레시스

살아남은 사람들에겐 선택할 수 있는 다른 길이 있다.

테레시아

같이 가자.

그들의 명령은 바로 다마즈티에게 전해져 전장에 있는 모든 살카즈의 귀에 들어갔다.

전사들은 두 수장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폭풍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일말의 의심도 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몸이 성한 자들은 거동이 불편한 자들을 부축했고, 용감한 자들은 겁을 먹은 자들을 격려했다. 긴 행렬이 폭풍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테레시아

……테레시스, 봤어?

몰아치는 폭풍 속, 마치 어린 시절 꿈에서 들었던 것만 같은 눈바람 소리가 그들의 귓가에 들려왔다.

그들은 보았다.

[CG: 49_i03_1]
테레시아

……예언.

망토를 쓴 가냘픈 사람의 형상은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고, 바람을 맞아가며 전진하는 행렬을 보았다.

테레시스의 눈엔 한 아이가 보였다. 해 질 녘 같은 연기가 아이의 어깨를 감쌌고, 폭풍 속에서 솟아올라 고공을 향해 미친 듯이 몰아쳤다.

테레시스는 장갑을 벗고 연기 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연기는 걷혔고, 그는 핏발이 선 손으로 아이의 돌칼을 움켜쥐었다.

???

(잘 들리지 않는 발음) 너…… 잡…… 아! 잡았다!

테레시스

네가 왜 여기 있지?

???

(잘 들리지 않는 발음) 집. 너…… 집! 집!

???

(잘 들리지 않는 발음) 너! 침입! 집!

아이는 힘껏 테레시스의 손에서 돌칼을 빼냈고, 다시 칼을 겨눴다. 그리고 그의 뒤에 있는 긴 행렬을 향해 선전포고를 했다.

황야에서 태어나 황야를 두려워하지 않으니, 아이의 칼 아래 사람과 짐승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테레시스

날 죽이고 싶은 건가?

???

(잘 들리지 않는 발음) 주, 죽…… 죽여, 너를!

테레시아

저 여자아이, 말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나 봐. 그냥 행인들이 하는 말소리를 흉내 내는 것 같아.

테레시아

……테레시스?

테레시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삐쩍 마른 아이를 내려다봤다.

테레시스

칼은, 이렇게 쥐는 거다.

???

……

???

(잘 들리지 않는 발음) 너!

아이는 테레시스가 뻗은 손을 보며 잠시 고민하더니, 무뎌질 대로 무뎌진 칼을 그의 손에 올려주었다.

???

(잘 들리지 않는 발음) ……나. 너! 데려, 나…… 데려가, 나!

테레시스는 테레시아의 눈을 바라보았다.

예언.

“왕을 시해하는 칼, 왕을 죽이는 창.”

하지만 그들은 예언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테레시스

알겠다.

테레시스

우리와 함께 가자, 살카즈의 집은 황야가 아니다.


“이름이 있나?”

“이름? '나'.”

“지금부터 새로운 이름을 주겠다.”

“아스카론.”

열흘 후

카즈델 지역, 카즈델 이동도시

흥분한 살카즈

의사 선생, 빨리 와 봐! 용광로가 다시 타고 있어!

흥분한 살카즈

움직였나? 이동도시가 이제 다시 움직이나? 크윽……

바벨 의사

조심해! 방금 꿰맸던 상처가……

흥분한 살카즈

의사 선생, 난 지금 바로 용광로 쪽으로 가야겠어. 용광로가 다시 타올랐고, 카즈델도 움직이고 있으니까……

흥분한 살카즈

그 라이타니엔 놈들도 우릴 죽이지 못해!

바벨 의사

……

흥분한 살카즈

아, 따, 딱히 당신 얘길 하는 건 아니야 의사 선생.

흥분한 살카즈

같이 보러 가자. 살아남은 전사들한테도 같은 영광을 맛보게 해줘야지.

바벨 의사

난…… 살카즈가 아닌걸.

흥분한 살카즈

그래도 지금은 달라. 당신들도 영웅이야, 의사 선생.

흥분한 살카즈

두 전하가 골리앗들을 지휘하며 버티고 있는, 기울어진 용광로를 보러 가자고! 망치가 손상된 코어를 복구하는 동안 하늘에 한가득 피어오를 불꽃도 보고 말이야!

흥분한 살카즈

밴시의 엘레지를 들을 수도 있고, 죽은 영웅들의 시체는 용광로에 던져 장작으로 사용하지!

흥분한 살카즈

옛날이었으면 살카즈밖에 못 가는 행사였다고.

바벨 의사

가고 싶지만, 오늘 저녁에 치료해야 할 부상자가 너무 많아.

흥분한 살카즈

……아, 그래 그래! 그럼, 몰래 술을 조금 챙겨올 게, 싱싱한 과일도 좀 챙겨오고, 그러니까 여기서……

바벨 의사

다친 사람이 술은 무슨! 그리고 의료 텐트에서 술을 어떻게 마셔!

흥분한 살카즈

그냥 작은 상처잖아, 괜찮지 않아?

바벨 의사

그래도 안 돼. 지금 당신의 광석병 상황이 외상보다 훨씬 안 좋은 거 몰라?! 술도 잘 못하면서!

흥분한 살카즈

뭐? 의사 선생이 나 술 마시는 걸 언제 봤다고…… 아, 내가 그 광석병 폭탄 덩어리를 몇 개 들고 당신을 찾아왔던 그때인가.

흥분한 살카즈

몇 년이나 된 얘기잖아, 그때 딱 한 번 마신 게 다야. 평소엔 마시지도 못해. 당신도 잘 알면서.

바벨 의사

하아…… 못 말리겠네. 그렇다면 혼자 다녀오면 되잖아?

흥분한 살카즈

의사 선생이 없으면 살짝 아쉬워서 그렇지.

바벨 의사

……하지만…… 난 결국 라이타니엔 사람이야……

흥분한 살카즈

뭐야, 설마 의사 선생이 그 전쟁으로 돈벌이하는 귀족 놈들 편이라 이거야?

바벨 의사

난 그 사람들이 싫어, 그래서 집을 나온 거고!

흥분한 살카즈

그럼 됐네. 뭐? 잠깐, 집을 나왔다니, 그럼 설마 귀족……

바벨 의사

아니야!

흥분한 살카즈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어쩐지 바벨의 돈으로 산 장비가 아닌 것 같더라니……

흥분한 살카즈

……뭐, 됐다. 이 얘긴 그만하자. 당신한테 좋을 것도 없으니까.

바벨 의사

그러니까, 혼자서 가면 되잖아.

바벨 의사

전선에 있는 병사들이 라이타니엔 사람이랑 평화롭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진 않으니까……

흥분한 살카즈

어렸을 때, 아버지가 라이타니엔 사람 때문에 하수구에 매달렸지. 그런 수모를 겪었던 것을 보고도 카프리니의 의사와 잘 지날 거란 생각은 못 했어.

흥분한 살카즈

그때 유일하게 우리를 곱게 봐줬던 건 감염자가 아니라 빈민들이었지.

바벨 의사

……

흥분한 살카즈

좋아. 억지 부리는 건 여기까지, 금방 다녀올게.

바벨 의사

정말이지, 요즘 살카즈 사람들이 하나둘씩 능구렁이처럼 군다니까……

바벨 의사

……테레시아 씨, 이것도 한 걸음 더 전진한 거라 볼 수 있을까?

바벨 의사

아무튼, 후우…… 카즈델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앞으론 더 나아지겠지.

바벨 의사

응? 왜 돌아오자마자 눕는……

바벨 의사

아, 미안해…… 사람을 잘못 봤네.

우울한 살카즈

……

바벨 의사

잠시만, 상처가 심각해…… 아츠로 화상 입은 부위를 다른 사람들이 치료해 주지 않은 거야?

우울한 살카즈

라이타니엔 놈들이 이런 거야. 내 아들이 죽었어. 놈들이 내가 보는 앞에서 산 채로 태워 죽였지. 나만 살아남았어.

바벨 의사

……상처를 좀 보여줘.

우울한 살카즈

산 채로 태워 죽였어. 아들은 울면서 소리치고 있었지, 아츠로 하늘에 띄워진 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불탔어.

우울한 살카즈

내 형제도 죽었고, 대장도 죽었어. 라이타니엔 놈들이 높이 올라가, 높은 곳에서, 지팡이를 높이 치켜세운 모습이 마치……

정신이 멀쩡하지 않은 살카즈는 의사가 구석에 놔둔 라이타니엔 지팡이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이미 고향을 떠났지만, 지팡이엔 그녀의 고향의 표식이 걸려 있었다.

우울한 살카즈

마치, 진짜……

의사는 그의 적의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녀는 살카즈가 부상을 입은 부위의 옷을 찢었지만, 오히려 싸늘함을 느꼈다.

바벨 의사

무기를 들고 있네……

우울한 살카즈

……

바벨 의사

밖에 있는 경비원들이 검사를 하지 않았나……

우울한 살카즈

……

영혼 용광로의 불빛이 카즈델의 밤을 대낮처럼 비췄다.

땔감이 타닥타닥 타는 소리는 마치 나지막한 울부짖음처럼 죽은 생명을 추모하였다.

그날 저녁, 살카즈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고개를 들었지만……

도시 한구석 어느 의료 캠프의 불빛이 조용히 희미해지고 있는 걸 보진 못했다.


우울한 살카즈

마왕 전하?

우울한 살카즈

어째서 절 여기로…… 그렇지, 보고드릴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테레시아

무슨 소식?

우울한 살카즈

이겼습니다.

우울한 살카즈

마왕 전하, 저희가 라이타니엔을 이겼습니다. 저와 제 아들, 그리고 푸른 피 소대의 모두가 이겼습니다. 저희가 이겼습니다……

테레시아

……

우울한 살카즈

……마왕 전하, 기쁘지 않으신가요? 혹시 제가 전투를 지연시킨 건……

우울한 살카즈

블레이크! 아들아, 빨리 작전 계획을 짜와라! 아들! 아들?

우울한 살카즈

죄송합니다 전하, 제 아들이 어디론가 가버렸군요……

테레시아

……당신은 의사를 죽였어. 카즈델을 위해 수년 동안 일한 광석병 의사를.

우울한 살카즈

카즈델? 의사? 아뇨, 전하,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우울한 살카즈

제가 공격한 건 라이타니엔 놈들밖에 없습니다.

테레시아

……

테레시스

테레시아. 저자의 마음을 느낄 수 있겠나?

테레시아

고통, 혼란, 광기가 느껴져. 아픈 기억을 피하기 위해 자신을 미치게 만든 거야.

테레시아

자기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도 모르는 상태야.

테레시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알고 있지.

테레시스

경비병이 저자를 찾았을 때, 저자는 다른 살카즈와 싸우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술통이 깨졌고, 질 나쁜 알코올에 불이 붙어 의료 캠프 전체에 퍼지게 되었지.

테레시스

모든 이들이 마왕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지만, 이 일은 네가 맡게 놔둘 수 없다.

테레시스

내게 맡겨라.

우울한 살카즈

전하, 장군, 저희가 라이타니엔 놈들에게 이겼습니다. 전 모든 것을 바쳤습니다!

우울한 살카즈

어째서, 설마 제가 틀린 겁니까? 전하!

테레시스

이자를 데려가라.

테레시아

……

테레시아

……저 사람의 이름은 로건이야. 이름은 어머니가 지어준 거고, 저 사람의 어머니는 바벨 최초의 엔지니어 중 한 분이야.

테레시아

저 사람은 아츠를 거의 쓸 줄 몰라, 하지만 경비들은 아츠 최면에 걸렸었어. 누군가가 뒤에 있는 거겠지.

테레시스

군사위원회는 일개 외부인을 위해 또 한 번 역경을 뚫고 나갔던 살카즈들을 조사하지 않을 거다.

테레시스

그리고 난, 바벨 또한 그렇게 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테레시아

……

테레시스

우리도 다른 방도가 없다. 전쟁은 이제 막 끝난 참이다.

테레시스

당분간 바벨에선 군정 업무에 일절 참여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군.

테레시아

알고 있잖아…… 바벨은 신경 쓰지 않을 거란 거.

테레시스

하지만 다른 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테레시아

……

테레시아

바벨의 사람들을 위해 활동할 수 있는 범위를 규정할 거야. 의료, 교육, 과학 기술, 바벨은 이런 부분을 지원해야 해.

테레시스

그들에 대한 군사위원회의 보호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래도 충돌을 최대한 피하는 게 상책이겠지.

테레시스

쌓인 원한은 언젠간 폭발한다. 그때가 되면, 우리…… 나조차도 할 수 있는 게 없을 거다.

테레시아

카즈델은 될 수 있는 한 빨리 변해야 해. 그리고 최대한 빨리…… 오리지늄 문제를 극복해야 해.

테레시스

하지만 이렇게 한다 해서 모든 문제를 없앨 순 없어, 테레시아.

테레시아

알아.

테레시아

줄곧 알고 있었어.


테레시스

아스카론, 여기 있었군.

테레시스

이 도시에서 무엇을 보았나?

아스카론

죽음…… 우는 사람…… 죽는 사람.

아스카론

울음? 울…… 어?

테레시스는 손을 내밀었다. 작고 정교한 돌칼 한 자루가 그의 손에 놓여 있었다.

아스카론

칼! 내 거……

테레시스

칼을 쥐어라. 전사는 자신의 무기를 소중히 다뤄야 하는 법이다.

테레시스

내가 그 칼을 무엇보다도 더 날카롭게 연마할 방법을 가르쳐주마.

테레시스

그리고 넌 스스로 그 칼이 향해야 할 올바른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다.

테레시아

이 아이는 아직 그런 것까진 이해하지 못할 거야. 너무 조급해하지 마 테레시스.

테레시스

테레시아, 아스카론도 언젠간 알아야 할 일이다.

테레시아

적어도 지금은, 아스카론이 진정할 수 있게 시간을 좀 줘야 해…… 아스카론, 이 도시가 좋아?

아스카론은 갑옷을 입은 장군보다 자신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살카즈 여성을 더 싫어했다.

왜냐하면 그 여성은 마치 자신의 마음을 모두 읽을 수 있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앞에선 어떤 것도 비밀로 할 수 없을 것이란 느낌이 들었다…… 이는 황야에서 살아남는 데 있어 금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아스카론은 자신에게 상냥한 살카즈에게 적의를 내뿜을 수 없었다.

아스카론

……나……

테레시아

날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난 네게 적의를 갖고 있지 않아. 그렇지? 내 뿔 한번 만져 봐, 우린 다 똑같아.

아스카론

……여기, 따뜻해.

아스카론

나, 따뜻해.

테레시아

맞아, 따뜻해. 원한과 살육만이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란다.

아스카론

……(잘 들리지 않는 발음) 문제? 방법?

테레시아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마왕의 도움이 있다고는 하나, 황야에서 태어난 아스카론이 모든 단어를 이해하는 건 어려웠다.

그녀는 천천히 아스카론의 손을 들어 올렸다.

테레시아

……네 손에 난 상처처럼, 무기는 상처를 낫게 할 수 없어. 약과 시간만이 상처를 천천히 낫게 할 수 있지.

테레시아

괜찮아. 상처는 이미 내가 치료해 줬으니까. 그러니까 앞으론 조심해야 해.

테레시아

참다 보면 언젠가 자고 일어났을 때, 상처가 아프지 않게 되어있을 거야.

아스카론

……응!


카즈델 지역, 바벨 교실

테레시아

……

아스카론

……없어, 여기, 사람.

테레시아

좀 더 기다려보자, 지금은 아직 수업 시간이 아니니까 다들 금방 올……

테레시아

……너였구나, 테레시스.

테레시스

군사위원회에서 이번 사상자에 관한 보고가 올라왔다. 그 중엔 아이들이 많았지, 대부분은 학생이었고.

테레시아

살아남은 아이들은……

테레시스

부모들은 자녀들을 더 이상 바벨에 있는 이종족 선생들 손에 맡기기 싫다 하더군.

테레시스

그리고, 바벨의 많은 선생들도 이미 카즈델이 무서워 떠난 걸로 알고 있다.

테레시아

……

테레시스

테레시아, 요즘 자질구레한 일들로 고생이 너무 많은 것 같더군. 좀 쉬어야 한다. 우린 아직……

테레시아

테레시스, 잠깐 생각 좀 할게.

테레시스

……알겠다.

그는 제자리에 서 있었지만 그 자리를 떠나진 않았다. 교실은 무서울 정도로 조용했다.

테레시아는 눈을 감고 교실을 오가던 학생들을 떠올렸다.

“전하, 수업을 들으면 감자를 준다고 그랬어!”

“못 알아듣겠어. 전하, 좀 쉬운 얘긴 없어?”

“우리 나이 땐 용병을 따라 밖으로 나가셨다 그랬잖아요!”

“사르곤이랑 이베리아 사이엔 심해라는 게 있어? 배는 뭐야? 갑판엔 올라가면 안 돼? 토는 왜 해?”

“라이타니엔의 높은 탑? 우리 용광로 같은 건가?”

“우리한테 상냥하게 구는 사람? 거짓말, 아빠가 밖에선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그랬어!”

“그러고 보니까, 여기 선생님은 우리한테 잘 해주지 않아?”

학생들은 오가기를 반복했다. 이전의 그녀라면 학생을 이 교실로 돌아오게 할 방법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돌아오지 않았다.

테레시아

응……?

용감한 아이

테레시스 전하! 전하! 나……

돌칼의 칼자루가 아이의 가슴팍에 부딪혔다. 아이는 아스카론의 손을 치울 수 없었지만, 그는 가슴을 펴고 자신의 눈앞에 있는 가냘픈 모습의 소녀를 보려고 애썼다.

용감한 아이

테레시스 전하가 이쪽으로 가는 걸 봤어. 난 그냥 따라가려고……

용감한 아이

어라, 테레시아 전하도 계셨군요! 이 교실…… 전하께서 수업을 하시는 건가요?

테레시스

칼을 내려놔라, 아스카론.

용감한 아이

……전하!

테레시스

날 보러 온 건가?

용감한 아이

예. 부모님을 잃은 아이들 대신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군사위원회는 절 돌봐주었던 것처럼, 그 아이들도 돌봐줄 수 있단 걸 알고 있습니다……

용감한 아이

근데…… 이것으로 변화가 생길까요? 만약 전쟁이 또다시 일어나기라도 한다면요?

용감한 아이

저는 바뀌고 싶어요. 하지만 제가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뭘 바꿔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두 전하는 조금도 겁먹은 기색을 보이지 않는 그 아이를 보는 그 순간, 마음속에 각자의 대답이 떠올랐다.

테레시아

이름이 뭐니?

용감한 아이

맨프레드입니다.


혼란스러운 아이

아빠, 집 앞에서 오래 서 있었잖아. 왜 안 들어가?

행운

……

행운

엄마가 크게 다쳐서, 집에서 푹 쉬어야 해. 그러니 우리도 엄마를 방해하지 말자꾸나.

혼란스러운 아이

하지만 난 엄마가 보고 싶은데……

행운

아빠도 그래. 하지만 지금은 안 돼…… 아빠가 일을 다 끝내고 돌아오면, 그때 같이 집에 돌아가자.

혼란스러운 아이

아빠, 어디 가?

행운

도시 밖으로 한 번 더 나가야 해. 엄마를 괴롭힌 놈들한테 대가를 치르게 해 줘야지.

행운

잠깐 여기 있어, 금방 다녀오마.

혼란스러운 아이

안 가면 안 돼? 아빠도 여기 남아서 어떻게 해야 엄마를 낫게 할 수 있을지 같이 생각하자……

행운

엄마의 이름이 좋니?

혼란스러운 아이

응 좋아해. 엄마의 이름은 '오다'잖아…… 예쁜 이름이야.

행운

앞으론 그게 네 이름이란다.

혼란스러운 아이

그래도……

행운

오다. 아빠가 돌아오면, 엄마의 무기로 나쁜 놈들을 혼내주는 법을 가르쳐주마.

오다

응, 나도 엄마를 괴롭힌 나쁜 놈들을 혼내줄 거야!

오다

근데 나쁜 놈들을 혼내주면, 엄마가 나아질까……

행운

오다…… 아직 이해하긴 어렵겠지만, 나중엔 이해하게 될 거다.

행운

……아빠를 기다려주렴.

행운은 그렇게 집을 떠나, 이미 결정의 숲에 덮여버린 성벽을 바라보았다.

지금 도시 안에서 그가 걱정하는 건 오다 뿐이다.

그 오다…… 그리고 이 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