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바벨

BB-1원대한 이상

사이드 스토리작전 후2024-10-10

테레시아와 테레시스는 왕정의 주인들을 소집해 '군사위원회'의 설립을 선포한다. 바벨 또한 켈시의 도움 아래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하게 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켈시, Mon3tr


1031년 가을

카즈델 지역, 카즈델 이동도시

행운

지, 지…… 지나가게 해줘!

귀찮아하는 평민

밀지 마! 좋은 자리를 잡고 싶나? 그럼 채광 지역에서 나온 고순도 오리지늄 덩어리랑 바꾸던가.

귀찮아하는 평민

어이, 내 전단지는 왜 뺏어가?! 윽, 몸에서 피 냄새가 진동을 하는구먼……

행운

죽은 사람 집을 들어갔다 왔으니까 어쩔 수 없다고. 링…… 고…… 네스, 이 전단지에 그려진 지방은 이렇게 읽는 게 맞지?

행운

링고네스는 어떤 곳이지?

귀찮아하는 평민

가울.

행운

어…… 가울은 어디 있는데?

귀찮아하는 평민

……아니 *살카즈 욕설* 가울이 어디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행운

참나, 왜 화를 내고 그래?

귀찮아하는 평민

시끄럽게 굴지 마, 두 전하와 왕정의 높으신 분들이 지금 의사당에서 회담 중이야. 도시를 정돈한다고 하던데, 요 며칠 동안 거리에 위병들 늘어나는 거 못 봤어?

귀찮아하는 평민

조심 좀 하라고!

행운

하, 오늘 날씨 진짜 습하네.


테레시스

얘기는 끝났다.

테레시스

전쟁 의회는 마왕 테레시아를 도와 카즈델의 군정 업무를 보게 될 군사위원회로 대체되었다.

테레시스

카즈델의 정식 관리 기관은 이제 군사위원회밖에 없으니, 왕정의 명의로 살카즈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자는 아무도 없다.

테레시스

구체적인 결의안에 대해서는 다들 사전에 고지받았겠지. 그럼, 전쟁 의회의 이름을 그리워하는 왕정의 주인들이여……

테레시스

앞으로 카즈델 군사위원회는 살카즈 최후의 보루가 될 것이고, 살카즈에게 새로운 질서를 가져다줄 것이다.

테레시아

다른 의문은?

밴시

……전하, 어째 어제보다 더 초췌해 보이는군.

밴시

몸을 생각해, 군사위원회가 아무리 더 많이 생긴다 할지언정……

밴시

……테레시아 전하를 잃을 수는 없으니까.

테레시스

……

테레시아

라케라말린…… 고마워.

라케라말린

그대가 오늘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는 알고 있다…… 지금의 카즈델이 협곡에 숨어 있는 밴시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도 잘 알고 있고.

테레시스

……

라케라말린

하지만 우리가 태도를 표명하기 전…… 이곳으로 오는 길에 길을 잃은 리치 특사와 마주쳤다. 편지 한 통을 전하에게 전해달라 하더군.

라케라말린

이는 카즈델이 확실히 많이 변했다는 뜻이겠지. 그 특사는 심지어 여기로 오는 길을 찾지도 못했다.

테레시아

흠…… 라이타니엔에서 보낸 편지네.

라케라말린

예상대로라면, 전하의 전달자는 아직 사이클롭스들의 소식을 조금도 듣지 못했을 것이다.

라케라말린

그렇다면 눈바람 깊은 곳에 묻히는 소리보다는 라이타니엔의 리치들이 어떻게 대답할지 들어보는 게 좋겠군.

테레시아

맞아. 살카즈는…… 너무 오랫동안 진정한 단결을 이루지 못했어.

테레시아

음……?

편지지에 적힌 화려한 글씨는 실이 되어 뒤엉켰고, 위로 떠오르더니 결국 익숙한 모습이 되었다.


라케라말린

프레몬트, 오랫동안 라이타니엔에 살았던 리치야. 아무래도 지금의 '속기사'는 그자 같군.

테레시아

리치들이 라이타니엔에서 운용하는 아츠 스타일도 약간 바뀐 것 같네. 흠, 상당히 흥분한 것처럼 보여.

테레시아

……

테레시아

……그런데 어째서 이 빛엔 영상만 있고 아무도 소리도 들리지 않는 걸까?

라케라말린

……후훗.

라케라말린

그 리치 특사는 내게, 선생님의 어휘 선택을 어떻게 윤색해야 할지 정말 난감하다 했었지…… 근데 아예 소리를 지워버릴 줄은 몰랐네.

라케라말린

요컨대, 프레몬트는 리치들을 대신해 유감을 표해줬다는 거겠지. 그들은 여전히 지식에 심취하여 있다 보니 아무래도 서로 모이기 위해 먼 길을 떠날 생각이 들지 않았던 거겠지.

라케라말린

하지만 카즈델이 그들의 지식을 필요로 하게 된다면, 리치는 기꺼이 자신들이 선택한 자에게 성전의 문을 열어줄 거다.

라케라말린

……물론, 전하라면 영상에서 프레몬트의 태도를 보고 알아챘겠지. 아무래도 여전히 격렬한 변혁에 과민 반응을 보이는 것 같군.


라케라말린

그러고 보니, 여기 프레몬트가 장군에게 개인적으로 전해달라는 편지가 하나 더 있었다.

테레시스

……하지만 라케라말린, 넌 누군가의 전달자가 아니다.

테레시스

너는 아직 밴시 왕정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보여주지 않았다.

라케라말린

장군, 어제 옛일을 추억하면서 모두 합의된 내용이다. 밴시는 참여하지 않아.

라케라말린

우리는 아직 그 전쟁이 남긴 상처를 천천히 치료하고 있는 중이야.

라케라말린

어쩌면 다른 살카즈들이 우리에게 불만을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당신도 알다시피 전쟁이 끝난 뒤로 엘레지의 노랫소리가 온 협곡을 뒤덮고 있다. 지금 우리의 힘은 많이 약해진 상태지.

라케라말린

만약 카즈델이 다시 밴시의 원조를 요구한다면…… 나 또한 프레몬트처럼 약속하지, 밴시는 반드시 여기 나타날 것이라고.

라케라말린

하지만 그전까지 움직이는 것은 무리다…… 물론, 내 개인적인 작은 도움이라도 괜찮다면, 당장 오늘부터라도 시작할 수는 있다.

테레시아

충분해…… 고마워, 라케라말린.

라케라말린

별일 아니다. 내가 전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지 않나. 백여 년 전부터, 난 두 사람의 결정을 언제나 지지하고 있었다.

라케라말린

그대의 오라버니가 우리더러 방관하고 있다면서 나무라지 않기만 바랄 뿐이야.

테레시스

……

테레시아

그럼…… 나흐체러르 킹, 종장 네츠살렘.

테레시아

당신은 예전에 전쟁 의회의 지도자이자 나와 테레시스의 멘토였지.

테레시아

당신은 이 제안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을까? 당신이 대표하는 다른 의회 구성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지?

네츠살렘

……혹시 다마즈티와 교류가 있었나?

테레시아

다마즈티가 완전히 다른 신분으로 카즈델에 뿌리 내린 지는 이미 오래된 일이야. 많은 교류가 있었지만, 별다른 이견은 없었어.

네츠살렘

그렇다면 나도 이견은 없다.

네츠살렘

정책 상의 자질구레한 결점과 계획의 실행 방법 같은 건 문제가 아니다. 내가 이곳에 있는 이상, 내 의견은 곧 다른 의회 구성원들의 의견이기도 하다.

네츠살렘

그대도, 나도 우리가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두 알고 있다. 전환점, 변화, 그리고 깃발.

네츠살렘

그렇게 하면 된다.

테레시스

그렇게 될 거야, 나흐체러르 킹. 약속하지.

네츠살렘

이미 무감각해질 대로 무감각해진 '전쟁'이, 두 사람의 손에서 새로운 경지로 탈바꿈할 수 있길 바라지……

테레시아

……그리고, 지금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것 같네.

테레시아

뱀파이어 생귀나르.

두카렐

100년이란 역사를 갖고 있는 전쟁 의회와……

두카렐

……칭송받던 영웅의 시대가 몇 안 되는 승리와 함께 밑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이게 장군님의 결정입니까?

테레시스

우리의 결정이다.

테레시스

할 말이 있다면 해라, 두카렐.

두카렐은 고개를 숙였다.

테레시아의 흰 스커트에 검게 얼룩진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뱀파이어 생귀나르는 피에 극도로 민감했다. 천한 사람의 피에, 그가 잘 아는 타락한 후예들의 더러운 피에, 그리고 이 땅에서 무너져가는 왕정 후예의 탁한 피에 민감했다.

두카렐

전하, 제가 싫어하는 피를 저 대신 정화해 주셨다니, 감사합니다.

두카렐

하지만 제가 원하는 것에 숨기고 있는 건 없습니다. 과거에 계셨던 모든 마왕께서 그랬듯, 전하께도 똑같습니다.

두카렐

군사위원회는 살카즈에게 늘 있어왔던 주술과 피를 '더 현대적'이고 '더 효율적'인 이름으로 바꿨을 뿐이죠.

두카렐

솔직히, 이 부분은 별로 중요치 않다고 봅니다. 단순히 중요치 않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필요가 없지요.

테레시아

거절하겠단 거야?

테레시아

……뱀파이어 왕정을 대표해서?

두카렐은 테레시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테레시스는 전혀 동요하는 기색이 없었다.

시간은 그 혼혈 살카즈의 몸에 거의 흔적을 남기지 않은 것만 같았다.

그는 꿈쩍도 하지 않고 테레시아의 곁에 서 있었다. 마치 백 년 전에 재봉사 곁에 서 있었던 그 이름 없는 검사처럼……

그의 시선은 조금도 뱀파이어가 있는 쪽을 향하지 않았다.

두카렐

……거절까진 아닙니다만, 이 회의는 사람을 약간 섭섭하게 만드는군요.

두카렐

당신들은 강합니다. 매우 강하죠. 카즈델에 이렇게 많은 왕정 군주가 모인 게 얼마 만이던가요?

두카렐

하물며 당신들은 지난 시대에 어리석은 연합군을 쓰러트렸고, 미래를 쟁취한 데다, 직접 전쟁 의회까지 만들었죠.

두카렐

그런데 지금, 바로 그런 여러분께서 이 의회를 '바꿀' 생각이라니, 어째서죠?

두카렐

이 홀에 계신 다른 방문객들을 한 번 볼까요.

두카렐

당신들은 진작 수긍했습니다. 군사위원회라는 것과 전쟁 의회를 비교했을 때, 유일한 변화가 있다면…… 그건 '뱀파이어', 바로 '저'에게 있다는 것을요.

두카렐

제게 우스꽝스러운 관직명을 내려 주곤, 모든 뱀파이어가 이 '위원회'라는 것 앞에 납작 엎드리라니.

두카렐

여러분께선 대체 언제부터 빅토리아나 라이타니엔 사람들이 좋아하는 권모술수를 배우기 시작한 건가요?

두카렐

어째서 제 목을 베거나, 이 도시 안에 있는 뱀파이어들을 학살하지 않은 겁니까?

테레시스

이 회의는 어느 누굴 위한 회의가 아니다.

두카렐

그런가요?

테레시아

이 회의의 목적은 카즈델이 새로운 시대에서……

두카렐

새로운 시대?

두카렐

……이른바 '여섯 영웅'이라 칭송받던 시대에서 제가 봤던 건 피와 폭력이었습니다.

두카렐

카즈델에 도착했을 때, 전 일리스의 비명소리를 들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무엇을 봤는지 아시나요?

두카렐

연합군의 궤멸, 천지를 뒤덮을 정도의 주술의 거센 물결이 적의 전선을 산산조각내는 것, 살카즈의 힘이 대지를 뒤흔드는 것을 봤습니다.

두카렐

놀랍고…… 흥분되던 순간이었죠. 그래서 전 라이타니엔의 배후에서 지시한 자의 머리를 이 손으로 직접 떼어내 전쟁 의회에 바쳤습니다.

두카렐

네츠살렘!

네츠살렘

……

두카렐

그 전쟁이 바로 새로운 시대의 출발점이었습니다. 네츠살렘 당신이라면 제 생각에 동의할 거라 생각했죠.

두카렐

겨우 100년이란 시간 동안, 당신마저…… 계략과 권모술수에 능해질 줄은 몰랐군요. 심연에서 들리는 메아리에 귀 기울이는 것은 포기한 겁니까?

네츠살렘

……심연에 그대의 자리는 없다 두카렐, 넌 내게 그런 생떼를 부릴 자격이 없다.

두카렐

오…… 죄송하게 됐습니다. 살카즈의 전쟁의 신에게 이곳은 너무 좁은 장소이기에, 시야마저 좁아진 건가요?

네츠살렘

난 그저 다음 전쟁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두카렐

어떤 전쟁을 말이죠?

네츠살렘

……전하, 잠깐 손을 빌려줬으면 한다.

네츠살렘

두카렐, 와라.

네츠살렘

그대에게 보여주겠다.

테레시아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왕의 감정이 의사당 전체에, 그리고 그곳에 있는 왕정의 주인들을 뒤덮었다.

그들은 마왕의 두 눈 속에서 파멸과 슬픔을 보았다.


가울 제국이 이른바 '핵심권'에서 100년 동안 이끌어 온 질서가 우르수스, 빅토리아, 그리고 라이타니엔의 공세에 철저히 무너지는 것을 보았고,


한때 '세계의 수도'라 불리던 링고네스가 테라의 지도에 영원히 나타나지 않게 되는 것을 보았다.

[CG: 32_i07]

의사당에 있는 사람들은 당시 카즈델이 산산조각 났던 전쟁을 떠올렸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더 먼 미래, 더 멀리 있는 환상, 더 멀리 있는 가능성.

그건 구체적인 이야기의 회상이 아닌, 짐작, 추측, 예언과 판단이었다.

하지만 의문을 가진 자는 없었고, 모든 가능성을 평등하게 받아들였다.

결과는 똑같이 평등하고, 똑같이 방대하고, 똑같이 논쟁의 여지가 없었다.

변화. 역사의 전환점. 운명의 분기점.

매우 중요한 전쟁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가까운 미래부터…… 먼 미래까지 영향을 주고, 살카즈부터…… 테라 전체에 영향을 줄 전쟁이.

모든 사람은 그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

자신이 희망하는 자리를.


두카렐

……

네츠살렘

뱀파이어, 이해해야 한다. 이 화면들이 무슨 뜻인지 이해해야 할 거다.

네츠살렘

아니면 짧은 백여 년의 시간 동안, 그대 또한 일리스처럼 약해지기 시작한 건가? 그대 또한 과거에는 전사였던 몸이다.

두카렐

……부정은 하지 않겠습니다.

두카렐

그럼 여러분의 뜻은, 왕정이 지난날 누려왔던 권력을 포기하면 카즈델이 다시 태어날 수 있단 이야기입니까?

테레시스

틀렸다.

테레시스

새로운 카즈델엔 과거 왕정의 권력이 필요 없다는 뜻이다.

테레시스

두카렐, '더 현대적'이고, '더 효율적'이 되는 거다.

테레시스

너희가 계속 고귀한 혈통에 빠져 있다면, 과연 살카즈가 단결할 수 있을까? 왕정의 '통치'를 통해서?

테레시스

넌 여전히 네 왕정을 호령하며, 살카즈 사이에서 권력과 위신을 지킬 수 있다…… 다만, 뱀파이어 왕정은 반드시 군사위원회에 굴복해야 한다.

두카렐

……

테레시스

테레시아를 대신해 하나 더 약속하지.

테레시스

네가 본 그 시대에서…… 카즈델의 영토는 이제 이 작은 도시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테레시스

카즈델은 원래부터 도시 하나가 아니었다.

두카렐

……

두카렐

제 발언이 조금 과했던 것 같습니다. 계속하시죠 테레시아 전하.

테레시아

대지 전체의 판이 바뀔 만큼 큰 여파가 곧 몰아칠 거야. 어쩌면 50년 뒤, 아니면 10년 뒤, 어쩌면 당장 내일일 수도 있겠지……

테레시아

카즈델은 피할 수 없을 거야.

테레시아

다마즈티는 내게 링고네스를 멸망시킨 전투의 광경을 공유해줬어.

테레시아

신식 오리지늄 아츠의 도움으로 높은 효율을 가진 지휘 체계, 전선을 돌파하는 고속 전함, 군단 규모의 투입 작전 등…… 다양한 신문물이 끊임없이 전장에 투입될 거야.

테레시아

이 '파멸'이란 것에 대해서 만큼은, 그들의 천부적인 재능이 우리 핏줄 속에 담긴 본능을 뛰어넘고 있는 중이지.

테레시스

내가 더 신경 쓰이는 건, 그 헤아리기 힘든 대가 중에 여전히 우리의 모습이 있다는 점이다.

테레시스

가울이 고용한 왕정 캐스터와 라이타니엔에 숨어 있는 리치의 교전은 처참한 상황이고, 웬디고는 전장에서 동족의 피로 황제에 대한 충성을 맹세했다……

테레시스

전선을 메꾸는 데 쓰일 살카즈 용병은 심지어 각국의 사상자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테레시스

살카즈는 우리의 전쟁이 아닌 남의 전쟁에서 서로를 죽이고 있고, 전쟁의 주도자들에게 언제든 버릴 수 있는 소모품으로 여겨지고 있지.

테레시스

변혁의 발걸음을 따라잡기 위해, 살카즈는 반드시 다시 모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테레시스

전쟁의 주도권도 반드시 우리 손에 넣어야겠지.

테레시스는 곁에 있는 테레시아 쪽으로 고개를 돌려, 테레시아의 의견을 기다렸다.

하지만 테레시아는 담담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테레시스

우리는 다른 나라를 약탈하고, 그들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비밀을 빼앗을 것이다.

테레시스

군사위원회는 결국 살카즈의 가장 오래된 힘을 되찾을 것이다. 티카즈는 살카즈가 되어, '마족'이라 멸시당하지……

테레시스

이는 다른 종족들의 마음속에 깊은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테레시스

잊혀지고 왜곡된 전설과 역사를 다시 한번 테라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눈앞에 보여줄 것이다.

테레시스

살카즈는 결코 약하지 않다. 살카즈의 운명을 구하는데 다른 이들의 도움은 필요 없어.

테레시스

이젠 반대로 우리가 테라의 운명을, 이 땅이 나아갈 방향을 이끌어가야 한다.

테레시스

우리가 추구하는 큰 그림은, 이미 밴시의 주술밀문을 통해 모두에게 전달했다.

테레시스

두카렐.

두카렐

……

테레시스

다른 의견이 있나?

두카렐

아뇨, 훌륭합니다. 테레시스. 군사위원회에 저희 왕정을 위한 자리를 하나 남겨주시죠.

두카렐

나흐체러르 킹이 아직 그렇게까지 늙은 건 아닌 것 같습니다만, 과연 그런 성대한 연회를 맞이할 수 있을지……

네츠살렘

전사에게 장렬한 결말은 필요 없지. 그건 명예만 추구하는 자들의 속된 의견일 뿐.

라케라말린

……

두카렐

오, 라케라말린, 여기 있는지도 몰랐군요.

라케라말린

난 처음부터 입장을 표명했다. 두카렐. 그래서 그대가 '열심히'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 걸 듣기만 하는 걸로도 충분했지.

두카렐

황폐하기 짝이 없는 왕정이라니 딱하기도 하지, 당신의 엘레지가 그리울 겁니다.

라케라말린

약속하지, 그대가 죽는 날, 밴시의 주인은 반드시 밤바람과 함께 당신의 곁에서 엘레지를 부를 것이다.

네츠살렘

잡담이라면 장소를 바꾸는 게 좋겠군. 두 전하는 아직 나눌 얘기가 있는 모양이다.

네츠살렘

전쟁 의회의 다른 구성원들도 둘의 의견을 알고 싶어 한다. 두카렐, 라케라말린, 그리고 문밖에서 위장하고 있는 다마즈티, 나와 같이 가지.

나흐체러르 킹은 테레시아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하지만 나머지 두 왕정의 주인은 마왕에게 인사를 하지 않고, 나흐체러르 킹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회의가 끝난 뒤, 테레시스는 묵묵히 테레시아의 곁에 남았다.

그는 테레시아에게 답해줘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테레시아

한 번도 왕정의 주인들 앞에서 그 전쟁 계획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더라.

테레시스

너도 방금은 내게 반대하지 않았다.

테레시아

반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테레시스

네가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잘 알고 있다. 네가 뭔가 반박하고 싶었다면 몇 년 전에 해야 했겠지.

테레시스

지금이야 아직 그들의 고삐를 붙잡고 있을 수 있지만, 그들뿐만이 아니라 이 도시 전체가 심각히 굶주리고 있다.

테레시아

최악의 상황은 막겠어…… 그럼 테라에 남아있는 가능성이 무한대로 작아질 테니까.

테레시스

……최대한 빨리 부탁하지.

테레시아

응.

테레시아

프레몬트가 보낸 편지의 내용은 뭐야?

테레시스가 편지를 뜯자 모든 글자가 함께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그 글자들은 그의 뇌리에 깊이 새겨졌다.

테레시스

그가…… 우리 쪽 회의에서 정한 결의안을 예측한 것 같군. 몇 가지 견해와 하나 주의할 점을 적었는데……

테레시스

한곳에 미래의 모든 희망을 걸지 말라는군.


카즈델 지역, 카즈델 이동도시

흉악한 평민

당신도 그 바벨인가 뭔가 하는 쪽 사람이야? 흥, 군사위원회 사람들이 당신들을 전부 다 돌봐줄 거라 생각하진 마.

신입 의료진

저희는 여러분을 도우러 온 거예요.

흉악한 평민

우릴 도와? 내 부모가 너네 라이타니엔 사람 손에 죽었어.

흉악한 평민

아주 간덩어리가 배 밖으로 나왔나 보네, 내가 안 무섭나 봐?

신입 의료진

저희도 여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진 잘 알고 있어요…… 익숙해져야겠죠.

신입 의료진

그리고 저희 대장도 말씀하셨어요…… 멋대로 갈등을 만들면 안 된다고요.

흉악한 평민

지금 날 무시하는 거야?! *살카즈 욕설*!

신입 의료진

어?

흉악한 평민

뭐야! 내려놔!

Mon3tr

(환영하는 손짓)

???

다치게 하지 말고 가게 놔둬.

신입 의료진

……켈시 선생님?

켈시

길가에 있는 부상자들을 치료하기 위해서라고 해도 우리가 계획한 루트에서 벗어나지 말라고 내가 말했을 텐데.

신입 의료진

죄송해요 켈시 선생님……

켈시

상관없어, 잘 처리해 줬으니까. 바로 앞이 목적지야……

켈시

바벨에 온 걸 환영해.


카즈델 지역, 바벨 사무소

테레시아

헤어진 동료들은 다 찾아온 거야?

켈시

다 처리했지.

켈시

바벨이 지금 건설 중인 각종 시설들의 상황도 순조로워. 네가 가장 관심 있어 하는 학교도 이미 다 지어놨고.

테레시아

한 번도 실수한 적이 없다는 닥터 켈시가 얼마 전에 누구한테 거절당하고 면전에서 쫓겨났단 얘기가 들리던데,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켈시

나도 그 사람들이 그렇게…… 단칼에 거절할 줄은 몰랐어.

테레시아

마왕의 초대가 많은 살카즈에게 그렇게 대단한 일이 아니란 게 난 오히려 뜻밖인데.

켈시

그런데 사르곤과 림 빌리턴의 '관계자' 쪽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야. 컬럼비아 쪽은…… 기술 교환 프로그램을 제안한 과학자도 좀 있고.

켈시

그쪽은 또 살카즈의 고대 주술에 관심이 있나 봐. 우리는 최신식 이동농장이 필요하고.

테레시아

그쪽 세력들이랑 평등하게 대화하기 위해 나도 100년이나 할애했는걸.

켈시

다 훌륭한 성과지. 넌 지금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거야.

테레시아

고마워, 켈시.

테레시아

근데 켈시, 요즘 걱정이 많아 보여.

켈시

……군사위원회가 정식으로 설립되었으니까.

켈시

바벨의 존재는 다시 화해하기 어려운 갈등을 카즈델로 몰고 올 거야.

켈시

다른 종족들과 다른 나라의 동료들이 어떻게 살카즈와 함께 살아야 할까?

켈시

증오와 편견을 해결할 수 있는 희망이 오히려 도화선이 된다면, 우리 전하는 어떻게 할래?

테레시아

우리가 카즈델에 있는 증오와 편견조차 없애지 못한다면, 바벨과 살카즈가 어떻게 함께 테라에 있을 수 있겠어?

테레시아

곧 군사위원회 멤버들이 바벨에 합류할 거야. 그 사람들이 바벨 멤버들의 안전을 보장해 주겠지.

테레시아

이건 어떤 사람들에게 주는 경고이기도 해.

테레시아

바벨 뒤에는 나와 테레시스가 있다는 경고.

켈시

……

테레시아

아참! 켈시, 내가 산크타의 전달자를 하나 만났던 얘기, 한 적 없었지?

켈시

……산크타는 보통 카즈델 경계선에 가까이 갈 엄두를 못 내지. 그리고 오늘 오후 내내 사라졌던 게 그것 때문이야?

테레시아

일은 다 라케라말린한테 맡겨놨어.

켈시

유감스럽게도 결과만 놓고 보자면 밴시의 주인은 서류 업무를 하기에 적합한 인물은 아닌 거 같은데.

켈시

그럼, 그 산크타 전달자는 어떻게 됐어?

테레시아

……그 사람이 강가에서 물을 길어오는데 내가 말을 걸었어. 역사나 평화나 증오에 관해 많은 얘길 나눴지.

테레시아

내 관점들에 대해선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 거 같긴 했지만, 그래도 나이에 걸맞지 않게 지혜롭고 똑똑한 사람이란 게 느껴졌어.

테레시아

음, 그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할 말을 숨기는 거 같았지만.

테레시아

그래서……

켈시

그래서 그 산크타한테 마왕의 힘을 사용했다?

테레시아

그냥 이 인연이 대체 무슨 의미였을지 보고 싶었을 뿐이야.

켈시

음…… 뭘 의미했는데?

테레시아

글쎄. 그냥 그 사람의 영혼을 바라볼 때, 어쩌면…… 우린 그렇게 외롭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어. 켈시.

테레시아

이 대지의 많은 사람들은 다들 크든 작든, 아름답고 선한 희망을 추구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니까.


행운

쓰읍…… 아파라…… 그 사람들 진짜 미쳤나? 난 그냥 뭐라도 좀 건져보려고 한 게 다라고, 바벨인지 뭔지는 모른단 말이지……

그는 길가의 벽을 짚은 상태로 숨을 헐떡였다.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점차 흐려지기 시작했다.

피로감이 끊임없이 몰려와 그의 사지를 덮쳐댔다.

그러자 그 미친 사람들의 그림자가 자신의 앞에 있는 행인을 향해 칼을 드는 모습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그다음에 쓰러지게 되는 건 자신이 될 것이라 직감했다.

행운

여기서 죽진 않을 거야……

행운

그래 이판사판이다, 젠장! 비켜!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부딪쳤지만, 부딪치게 된 건 딱딱한 땅밖에 없었다.

그의 눈앞이 캄캄해졌다.

여자의 목소리

괜찮아? 방금은 날 구하려 했던 거지?

여자의 목소리

세상에 피가…… 어떻게 된 게 내가 당신을 구하는 것 같네.

여자의 목소리

참아. 바벨로 데려갈 테니까. 거기 가면 도와줄 의사가 있을 거야!

행운

하…… 나 아직 살아있구나……

여자의 목소리

흥, 바벨을 노리겠다고 무고한 사람들한테까지 손을 대다니, 진짜 미친 사람들이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됐을지……

여자의 목소리

저기, 정신 차려! 난 아직 그쪽의 이름도 모른단 말이야!

행운

나는…… 행…… 운……

여자의 목소리

어?

그는 처음으로 자기 이름을 행운이라 지은 것을 후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