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은심호 열차

RS-ST-1대합실

사이드 스토리브릿지2024-06-21

쉐라간드 동상 낙성식을 앞두고 산에 눈이 쌓였다. 쉐라그에 여행을 온 레토는 기차역에서 축하를 위해 온 빅토리아 자작과 우연히 만나게 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레토, 해럴드, 실버애쉬, 프라마닉스


위대하신 쉐라간드, 우리는 그분을 따른다.

구름은 그분의 깃털이고, 바람은 그분의 날개이다.

그분은 우리에게 햇빛과 단비를 주셨고, 피와 살, 그리고 털과 가죽을 주셨다.

자애로우신 쉐라간드, 우리는 그분을 존경한다.

산들은 뼈고, 수많은 강은 꼬리다.

우리는 그분의 등 위를 걷고, 그분의 품에서 편히 잠든다.


자비로우신 쉐라간드, 우리는 그분을 찬양한다.

우리가 괴로울 때면, 그분은 우리를 부드럽게 위로하신다.

우리가 곤경에 처했을 때면, 그분은 우리를 힘껏 도와주신다.

쉐라간드께서는 신실한 그의 백성들을 살피시고, 산과 바위, 수많은 짐승을 돌보신다. 그렇기에 재앙 없는 평안함이, 영원한 평온함이 있다.

――《쉐라간드》


1100년 겨울, 쉐라그 페일로쉬 가문 영지 내, 성산의 기슭

엄숙한 병사

……

앞장선 병사

속도를 내라!

앞장선 병사

우리가 여기에 온 목적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바싹 따라붙어!

엄숙한 병사

네!

앞장선 병사

정지! 집합!

앞장선 병사

제자리에 정렬!

엄숙한 병사

보고드립니다! 제2소대 모두 모였습니다!

앞장선 병사

그래, 좋다.

앞장선 병사

제3소대는 아직인가?

엄숙한 병사

보고드립니다! 아직입니다!

앞장선 병사

……

엄숙한 병사

제3소대의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엄숙한 병사

올 때까지 기다립니까?

앞장선 병사

그냥 간다. 예상했던 일이다. 먼저 도착하는 소대가 먼저 공격한다!

엄숙한 병사

네!

앞장선 병사

이후 작전 계획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지?

앞장선 병사

이 원정은 우리 빅토리아인들의 전투이고! 명예로운 전투다!

앞장선 병사

경계를 늦추지 마라! 어떤 적도 얕보지 마라! 이번 전투에…… 패배란 없다!

엄숙한 병사

네!

앞장선 병사

좋다. 기세를 유지해!

앞장선 병사

제2소대는 계속 진군하라!

앞장선 병사

목표는 산 아래에 있는 목장 영감의 술집이다!

앞장선 병사

주량으로 절대 그 짐승들에게 져선 안 된다! 이번에는 반드시 패배를 인정하게 해주겠다!

엄숙한 병사

네!!

쉐라그 평민 남성

……

쉐라그 평민 남성

저 빅토리아인들은 또 뭘 하는 거지?

쉐라그 평민 여성

술 대결을 하는 거일 거예요. 라일리 아저씨랑 몇 번이나 겨뤘다고 하네요. 매번 토할 때까지 마셨다더라고요.

쉐라그 평민 여성

쉐라간드 신이시여……

쉐라그 평민 여성

빅토리아인들은…… 평소에 모두 한가한가 봐요, 할 일이 없는 걸까요?


시우루스

음……

시우루스

아냐, 좋지 않아.

시우루스

'드레모미'…… 음, 괜찮은 거 같기도……

시우루스

유카탄, 넌 '드레모미'라는 이름 어떤 것 같아?

유카탄

좋아.

시우루스

뭐야, 정말. 다른 의견은 없는 거야?!

시우루스

전에도 내가 물어볼 때마다 그렇게 말했잖아!

유카탄

……그랬나?

유카탄

하지만 네가 생각해 낸 이름들은 정말 다 좋았어, 시우루스.

시우루스

아니, 너한테 물어봤자야. 다시 잘 생각해 봐야겠어. 이번은 우리가 처음으로……

시우루스

아무튼, 가장 좋은 이름으로 골라야 해!

시우루스

'드레모미'도 괜찮고, '타미옵스'도 괜찮은 것 같아.

시우루스

그래, 다른 별명을 붙여도 괜찮을 것 같은데…… '넛츠' 라든가?!

라타토스

진정해, 목소리가 너무 크잖아, 밖까지 다 들린다고.

라타토스

'넛츠'? 그게 뭐야? 미래의 아이 이름이라도 지은 거야?

유카탄

안녕하세요, 가주님.

시우루스

그, 그런 거 아니야……!

시우루스

허, 헛소리하지 말라고!

라타토스

알겠어. 그만 놀릴게.

라타토스

쉐라간드 동상이 완성됐어. 조만간 낙성식이 열릴 거야.

라타토스

한동안은 많이 바빠질 거야. 영지 쪽 일은 너희가 좀 신경 써 줘.

시우루스

걱정 말고 내게 맡겨!

라타토스

우리 착한 동생, 너한테 맡기는 거라서 걱정하는 거야.

시우루스

흥, 이번엔 실수한 것도 없다고. 날 혼내진 못할걸.

라타토스

유카탄, 네 아내가 밖에서도 저렇게 멍청한 건 아니겠지?

유카탄

아하하……

시우루스

라타토스, 네가 뭐라고 하든 나도 나만의 계획이 있어!

시우루스

일단 이쪽 일이 잘되면 그 엔시오데스 조차도 우리 브라운테일 가문에 빚을 지게 될 거야. 지켜보라고!

라타토스

그래?

라타토스

달라진 널 볼 수 있길 기대하고 있을게.

라타토스

일단은 널 믿겠지만, 그래도 신중해야 해.

라타토스

쉐라간드 동상이 완성됐고, 빅토리아인들의 동향, 엔시오데스의 계획까지……

라타토스

훗, 어떻게 된 게 전부 큰일뿐이네.

라타토스

당분간은…… 그리 평안하지 않겠네.


아크토즈

말도 안 된다! 이 빅토리아 놈들이 사람을 업신여기는 것도 정도가 있지!

아크토즈

성녀님, 명령만 내려주시면 즉시 손을 써서 그놈들을 쉐라그에서 쫓아내겠습니다!

엔야

진정하세요, 아크토즈 님.

엔야

빅토리아의 부대는 쉐라간드 동상의 완성을 축하하러 오는 거예요.

아크토즈

축하하러 2천 명이나 올 필요가 있습니까? 그저 명분에 불과합니다!

아크토즈

성산 기슭에서 야영까지 했단 말입니다! 신앙심은 눈곱만큼도 없는 녀석들이죠! 그런 놈들이 낙성식에 참석하게 하면, 오히려 쉐라간드의 분노를 살 겁니다!

엔야

……

아크토즈

성녀님! 정말 그놈들이 쉐라그에서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실 겁니까?!

엔야

아크토즈 님 말씀이 맞아요. 그자들이 쉐라간드를 존경하지 않는다는 건 잘 알고 있어요.

아크토즈

그렇다면……!

엔야

그래서예요.

엔야

아크토즈 님, 우리의 쉐라간드 동상이 단지 신도들의 참배를 위해 만들어진 건가요?

아크토즈

그건……

엔야

이 동상을 보세요.

[CG: 45_i01_2]
엔야

3년 전, 우리는 실버애쉬 가문의 제안을 받아들여서 은심호에 쉐라간드 동상을 세우기로 했어요.

엔야

이 동상은 장엄하고 위대해야 하고, 자비롭고 너그러워야 해요.

엔야

쉐라그인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가장 눈에 띄는 쉐라그의 상징이 될 거니까요.

엔야

모두 예상하고 계셨겠죠. 많은 사람들이 쉐라그에 올 것이고, 피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일어날 것을요.

아크토즈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엔야

'그래도'는 없어요, 아크토즈 님.

엔야

쉐라그인들에게 쉐라간드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에요. 다른 외부인들은 이 믿음을 이해할 수 없죠.

엔야

신실한 믿음이 있든 없든, 사람들은 모두 쉐라간드를 상징하는 이 동상 앞에 와서 쉐라간드의 영광을 누릴 거예요.

아크토즈

하지만 성녀님, 지금의 상황은 성녀님이 생각하신 것과 다릅니다!

아크토즈

일반 관광객뿐이었다면 저도 더 말씀드리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마주한 건 빅토리아의 군대죠. 이건 다른 얘기입니다!

엔야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건 '군대'인가요, 아니면, '귀족의 호위'인가요?

엔야

아니면 '빅토리아' 그 자체인가요?

엔야

그 사람들은 축하한다는 명목을 가지고 쉐라그에 왔어요. 아크토즈 님, 우리에겐 그 사람들을 거절하거나 막을 이유가 없어요.

아크토즈

그건……

아크토즈

하지만 분명 좋은 의도로 온 건 아니잖습니까. 혹여……

엔야

……


엔야

저는 엔시오데스 님의 무모한 결정에 여전히 동의할 수 없어요.

엔야

그 덕에 쉐라그가 발전하긴 했지만……

아크토즈

엔시오데스는 지난 3년 동안 도대체 무엇을 한 겁니까?

아크토즈

광물 수출 문제로 계속 무언가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번 빅토리아인들 일도 혹시 그 녀석 때문에 벌어진 겁니까?

엔야

……잘 모르겠어요.

아크토즈

잘 모르겠다뇨?

엔야

저는 '몰라야' 합니다, 아크토즈 님.

엔야

엔시오데스 님이 몰래 어떤 일을 꾸민다 해도, 전부 그분의 독단적인 행동이니, 저와 만주원은 모르는 게 당연해요.

엔야

너무 많은 걸 아는 게 좋은 것이 아닐 때도 있답니다.

아크토즈

그 말씀은……

엔야

사실을 말씀드리는 것뿐이에요.

엔야

곧 열릴 낙성식에서는 어떤 문제도 있어서는 안 돼요.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하는 겁니다.

아크토즈

……

아크토즈

알겠습니다.

엔야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크토즈 님.

엔야

무슨 일이 있어도……

엔야

쉐라간드께서는 백성들을 보살펴주실 거예요.


엔야

……

키야르

성녀님, 무슨 생각 하고 있어?

엔야

아크토즈 님이 말한 쉐라간드 동상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엔야

이틀 뒤 거행되는 낙성식이 순조로워야 할 텐데요.

키야르

순조로울 거야.

키야르

'쉐라간드께서는 백성들을 보살펴주실' 거니까. 안 그래?

엔야

……이번엔 그분을 귀찮게 하는 일이 없으면 좋겠어요.

키야르

그분이 계속 지켜봐 주길 바라는 거야?

엔야

어쨌든 쉐라그는 위험과 도전에 직면하는 법을 배워야 하니까요.

엔야

키야르 씨, 아이가 평생 어머니의 부축을 받으며 걸을 순 없어요.

키야르

……일리가 있는 얘기네.

키야르

이런, 또 이런 무거운 주제를.

키야르

쉐라간드 동상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아크토즈의 뺨을 한 대 때려주고 싶어.

엔야

……왜요?

키야르

저 커다란 동상의 얼굴이 지금 저렇게 만들어진 건, 아크토즈가 고대 문헌에서 찾은 근거 때문 아니야?

키야르

게다가 “고대 문헌에 쉐라간드의 용모가 기록되어 있으니, 절대 바뀌어서는 안 된다”고 고집했지. 내……

키야르

크흠, 쉐라간드의 얼굴이 왜 저렇게 큰 거야?

키야르

정말 한 대 때려줘야 한다니까!

엔야

……

키야르

성녀님?

키야르

엔야?

키야르

왜 말이 없지……

엔야

……

키야르

……설마, 날 또 놀리기라도 하는 건가, 그럴 리가 없을 텐데

키야르

……

키야르

설마 내…… 아니, 쉐라간드의 얼굴이 정말…… 저렇게 크다고?


엔시오데스

이틀 뒤 새벽에 성녀님께서 은심호에서 쉐라간드 동상의 완성을 축하하는 낙성식을 거행할 예정입니다.

엔시오데스

여기 초대장입니다, 자작님.

빅토리아 자작

아, 엔시오데스 님. 하하, 쉐라그인들은 이렇게 부른다죠?

빅토리아 자작

너무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저희가 온 이유가 그것 때문인걸요. 엔시오데스 님께서 직접 초대장을 전달해 주실 필요까진 없습니다.

빅토리아 자작

걱정 마시죠. 그날 저와 제 병사들은 제시간에 도착해서 쉐라간드 동상의 완성을 축하할 겁니다…… 쉐라간드를 위하여!

엔시오데스

……쉐라그의 생활에 잘 적응하신 모양이군요.

빅토리아 자작

쉐라그에는 아름다운 풍경도, 특색있는 음식도, 친절한 사람도 있는데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빅토리아 자작

공작님께서 쉐라그를 명당이라며 늘 극찬하셨는데, 역시 그 이름에 걸맞군요!

엔시오데스

……과찬입니다.

엔시오데스

멀리서 오신 손님께 이런 칭찬을 듣다니, 쉐라그에게도, 우리 실버애쉬 가문에게도 영광입니다.

빅토리아 자작

엔시오데스 님, 너무 겸손하실 필요 없습니다.

빅토리아 자작

쉐라간드 동상의 완공을 축하하러 온 거지만, 요 며칠 쉐라그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어요.

빅토리아 자작

아마 낙성식이 끝난 후에 쉐라그에서 며칠 더 머물다가는 걸 공작님께서도 허락해 주실 겁니다.

엔시오데스

……

빅토리아 자작

엔시오데스 님, 설마 저를 관광객으로서 환영하지 않는 것은 아니시겠죠?

엔시오데스

……그럴 리가요.

엔시오데스

자작님께서 쉐라그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기꺼이 알려드리겠습니다.

엔시오데스

다만 쉐라그의 날씨는 매우 춥기에, 이 계절에는 산에 보이지 않는 위험이 많습니다.

엔시오데스

그러니 당신도, 당신의 병사들도 추위에 대비해 주시는 게 좋겠습니다. 관광을 하신다 해도 동상에 걸리지 않도록 위험한 곳은 가급적 피해주셨으면 합니다.

빅토리아 자작

……정말 친절한 조언이군요!

빅토리아 자작

쉐라그가 상당히 춥긴 합니다만, 엔시오데스 님께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추운 건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외투만 있으면 괜찮겠죠.

빅토리아 자작

물론 개인적으로는 혹한의 추위 속에서 등산하는 것보다는 따뜻한 방에서 벽난로를 켜고 치즈 퐁듀를 먹는 게 더 좋지만요.

빅토리아 자작

그 맛은 정말……

엔시오데스

그렇게 말씀해 주신다니, 마음이 놓이는군요.

빅토리아 자작

마음이 놓이신다고요? 아뇨, 아뇨. 틀렸습니다.

빅토리아 자작

엔시오데스 님께서는 마음을 놓지 못하실걸요. 오히려 더 신경 쓰셔야 할 겁니다.

엔시오데스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빅토리아 자작

엔시오데스 님, 공작님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많은 걸 말씀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

빅토리아 자작

그분은 부하들을 배려하고 쉐라그를 좋아하지만, 높으신 분들의 인내심엔 언제나 한계가 있죠.

빅토리아 자작

엔시오데스 님이 계시는 쉐라그와의 협력이 순조롭지 않아서, 만일 공작님의 심기를 건드리기라도 한다면……

빅토리아 자작

엔시오데스 님도 일이 그런 식으로 끝나는 걸 원하진 않으실 겁니다.

엔시오데스

……

엔시오데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엔시오데스

공작님께서 너무 오래 기다리시지 않도록 제안하신 '협력'에 대해 며칠 내로 답변을 드리도록 하죠.

빅토리아 자작

음……

빅토리아 자작

그럼, 좋은 소식을 기다리겠습니다.

엔시오데스

그렇게 될 겁니다.

엔시오데스

초대장은 이미 드렸으니, 이제 전 이만.

엔시오데스

이틀 뒤 낙성식에서 뵙겠습니다.

빅토리아 자작

……

노련한 병사

저 쉐라그 녀석, 인사도 없이 가다니. 참으로 건방지군!

빅토리아 자작

보여주기 식일 뿐이죠.

노련한 병사

보여주기 식? 너희같이 똑똑한 사람들이 말하는 건 전부 수수께끼 같단 말이지……

노련한 병사

해럴드, 요즘 기분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 것 같은데. 저 자식이 힘들게 한 건 아니지?

해럴드

그럴 리가요! 저 애송이 녀석이 잘난 건 맞지만, 그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해럴드

……됐습니다.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하죠. 오는 일을 피할 수는 없잖습니까, 가서 할 일을 하세요!

노련한 병사

그럼 됐어. 생각이 있는 거라면 상관없지.

노련한 병사

알았어, 그럼 나 먼저 간다. 딸꾹! 저 양반들을 상대하는 건 너한테 맡길게, 해럴드!

해럴드

아, 잠깐, 잠깐만요. 지금 또 저를 빼고 술 마시려 가려는 건가요?

해럴드

거기 서세요! 술은 그렇다 치고, 방금까지 먹다 만 치즈 퐁듀는 왜 가져가는 겁니까?


레토

후우…… 하아……

레토

(쉐라그어) 안녕…… 잘 가……

레토

후우…… 후우……

레토

엄마……

레토

걱정 마…… 후우…… 반드시 엄마 대신……

레토

*알 수 없는 쉐라그어*

레토

하아…… 후우……

레토

우왓!

레토

누구야?! 어떤 녀석이 기습을……!

레토

……아.

레토

언제 잠들었던 거지……

레토

아으…… 엉덩이야. 이 열차, 너무 흔들거려서 온몸의 뼈가 다 부서질 지경이야.

레토

음…… 후아…… 이제 좀 낫네.

소녀는 똑바로 앉은 채 어느샌가 의자 밑으로 떨어진 시간 때우려고 가져온 책을 주워 가방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 크게 기지개를 켠 뒤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레토

이게 쉐라그의 풍경이구나……

레토

……

레토

온통 눈이네.

레토

산도 있고.

레토

우르수스보다 산이 더 많은 것 말고 다른 건 비슷한데? 온통 눈이고, 건조하고, 춥고.

레토

……

레토

대체 뭐가 좋아서 다들 그렇게 못 잊어서 난리인 건지……

승객 여러분, 이 열차는 곧 종착역인 쉐라그 성산 기슭에 도착합니다.

소지품을 잘 챙겨주시고, 순서대로 열차에서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도시로 가시는 승객께서는 2번 플랫폼에서 환승하시거나, 버스를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근에 완공된 쉐라간드 동상을 보러 은심호로 가시는 승객께서는 3번 플랫폼에서 환승해 주시기 바랍니다.

쉐라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즐거운 여행 되세요!

레토

오! 드디어 도착했다!


레토

잠깐, 잠깐만! 좀 지나갈게!

레토

후, 겨우 나왔네……!

레토

너무 무서웠어. 내리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레토

어디 보자, 차에서 내린 후에 왼쪽으로 가서 개찰구로 나가면……

레토

……이 지도는 대체 뭘 그려놓은 거야?!

열정적인 버든비스트

음메……

레토

으악! 뭐, 뭐야!

열정적인 버든비스트

음메……! 음메……!

레토

응? 버든비스트? 역에 왜 버든비스트가 있지……

레토

꽤 튼실해 보이긴 하네.

버든비스트를 모는 목자

오호, 아가씨, 우리 쉐라그에 처음 온 모양이군?

레토

아저씨, 그렇게 티 나?

버든비스트를 모는 목자

으흠, 처음 온 외지인은 딱 보면 알지!

버든비스트를 모는 목자

이 버든비스트는 여기의 특색있는 상품이란다. 성녀님께서 직접 이름을 지으셨지!

버든비스트를 모는 목자

그 뭐였더라, 아 그래! '달리는 버든비스트'!

레토

'달리는 버든비스트'……?

열정적인 버든비스트

음, 음메……

버든비스트를 모는 목자

그래, 그 이름이야!

버든비스트를 모는 목자

얘야, 여기, 여길 보렴.

버든비스트를 모는 목자

버든비스트를 타고 싶으면 이 버튼을 누르려무나. 그럼 버든비스트를 풀어줄 수 있단다.

열정적인 버든비스트

음메!

버든비스트를 모는 목자

자자, 착하지.

버든비스트를 모는 목자

우리 여기 버든비스트는 모두 오랫동안 길들인 녀석들인데다, 하나씩 엄선해서 고른 녀석들이라 똑똑하기까지 해!

버든비스트를 모는 목자

가고 싶은 도시에 도착한 다음 이 버든비스트 몸에 있는 주머니에 돈만 넣어주면 돼!

레토

하하하, 재밌네! 정말 버든비스트를 탈 수 있는 거야? 멋진데. 마음에 들어!

레토

아, 아저씨. 도착한 다음에 돈을 내지 않고 도망가면 어떡해?

버든비스트를 모는 목자

하하, 얘야, 우리 쉐라그에서 돈을 떼먹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란다!

버든비스트를 모는 목자

여기에 있는 글, 보았니?

열정적인 버든비스트

음메……! 음메음메……!

레토

한번 볼게……

레토

“고객의 계약 위반 행위가 적발된 경우, 서비스를 제공하는 버든비스트의 공격으로 발생하는 모든 피해와 재산 피해에 대해 당사는 일절 책임지지 않습니다”……

레토

버든비스트가 스스로 돈을 받아내기도 한다는 건가?

열정적인 버든비스트

음메음메!

열정적인 버든비스트

크릉……! 크릉……음메!

레토

좋은데! 돈 떼먹는 놈들을 상대하려면 그래야지!

레토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타 볼게!

버든비스트를 모는 목자

허허, 기운 넘치는 아이구나.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야.

버든비스트를 모는 목자

더 방해하지 않으마. 쉐라그에 온 걸 환영한다!

레토

앗, 잠깐만, 아저씨……!

레토

빨리도 갔네. 길 좀 물어보려 했는데……


레토

여기는 이쪽에서 건너가면…… 음, 제대로 온 거겠지?

레토

3번 플랫폼, 3번 플랫폼……

레토

어?

노련한 병사

정지! 집합!

노련한 병사

제자리에 정렬!

엄숙한 병사

네!

궁금해하는 여자

왜 역에 병사가 있는 거지?

궁금해하는 여자

무슨 큰일이라도 생겼나?

엄숙한 병사

……

노련한 병사

차렷!

엄숙한 병사

네!

대담한 남성

아무 일도 없으니 안심하세요. 지난번에는 기념품을 사러 온 걸 봤어요. 아마 저 사람들도 관광하러 온 거일 거예요!

대담한 남성

그런데 병사들의 옷차림이 별로 따뜻해 보이진 않네요. 보세요. 저 병사, 콧물까지 흘리고 있어요!

엄숙한 병사

……

해럴드

(……창피하군요. 빨리 닦지 않고 뭐 하세요!)

해럴드

(지난번에 기념품 가게에서 사준 두꺼운 코트는 어디 갔죠? 왜 입지 않은 건가요?)

노련한 병사

(맙소사, 해럴드! 그 코트에는…… 전부 'I♡설산'이라는 자수가 있잖아!)

해럴드

(그게 뭐 어때서요? 저는 예쁘기만 한데.)

레토

(나도 그렇게 생각해.)

노련한 병사

(……그럼 너나 입으라고.)

노련한 병사

(……)

노련한 병사

(잠깐, 이 아가씨는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CG: 45_i02]
레토

나? 나는 신경 쓰지 말고 계속 얘기해.

레토

사람들이 북적이는 게 궁금해서 잠깐 보러 왔다가…… 얘기하는 걸 듣다 보니 이렇게 됐네.

해럴드

사과는 괜찮습니다. 정말 품위 있는 여성분이시군요!

레토

품위라니…… 내가? 하하하, 아저씨 사람 보는 눈이 있네!

레토

기념품 가게에서 파는 코트는 좀 전에 나도 봤어! 'I♡설산'이라는 자수가 좀 촌스럽긴 하지만 정말 따뜻하더라!

해럴드

크흠!

노련한 병사

방금 네가 한 말은 인정해라, 해럴드. 확실히 품위 있는 아가씨네.

레토

아저씨들은 일반인 아니지? 쉐라그에는 왜 온 거야?

해럴드

아저씨요? 뭐 좋습니다. 우리집 불효녀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시니 받아들이죠.

해럴드

저희는…… 하하, 그냥 관광하기 위해 온 것입니다. 아가씨와 똑같죠.

레토

난 그냥 관광하러 온 게 아닌데.

레토

아, 아저씨, 3번 플랫폼에 어떻게 가는지 알아?

해럴드

3번 플랫폼 말입니까?

레토

응. 은심호로 가는 열차로 갈아타려고.

해럴드

음……

레토

아저씨도 모른다고? 그럼 어쩔 수 없지. 다른 사람에게 물어……

해럴드

잠깐!

레토

응?!

해럴드

3번 플랫폼이라면…… 제대로 물으셨습니다!

해럴드

이 역의 주변을 잘 아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바로 저 해럴드 크레이개번일 겁니다!

레토

오, 오오! 정말인가……

해럴드

그렇습니다. 전 여성분께 절대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해럴드

한 달 전, 기차에서 내리던 그 순간부터 저는 시끌벅적한 이곳의 포로가 되었죠!

해럴드

이곳의 모든 상점을 시간 내서 일일이 돌아봤고, 건너편에 새로 연 기념품 가게는 테이프 커팅식에 저를 초대하기도 했습니다!

해럴드

감히 말씀드리자면, 이곳의 버든비스트조차도 다른 관광객보다 저와 제 형제들에게 더 상냥하다고 할 수 있죠!

레토

아…… 여기 버든비스트가 정말 상냥하다 생각해?

레토

봐 봐. 아저씨가 말한 버든비스트가 저기 형씨의 옷을 물어뜯고 있잖아.

엄숙한 병사

……

무례한 버든비스트

음메, 음메!

무례한 버든비스트

(우물우물)

엄숙한 병사

……

해럴드

보세요. 제 말이 맞죠? 저희는 이 버든비스트들과 사이가 좋습니다.

레토

하하하! 아저씨네 형제들은 그런 친밀감을 원하진 않는 것 같은데!


레토

아…… 웃겨 죽겠네.

레토

아, 솔직히 말하자면 난 갈 길이 바빠.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은심호에 도착해야 해서……

해럴드

들어 보세요.

해럴드

들리시나요, 아가씨?

레토

들리냐니…… 뭐가? 플랫폼 안내 말인가?

해럴드

네. 3번 플랫폼 열차가 들어오는 신호입니다.

해럴드

그리고 마침 아가씨와 목적지가 같죠.

레토

목적지가 같다고?

해럴드

더 정확하게 말하면, 제 목적지는 은심호의 쉐라간드 동상입니다.

해럴드

저뿐만 아니라, 여기에 있는 모두가 다 그곳에 가는 열차를 탈 예정이죠.

해럴드

이틀 뒤,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 동상에 집중될 겁니다…… 저희는 그것 때문에 이곳에 온 거죠.

레토

아…… 엥?

레토

쉐라간드 동상을 세운 게 이렇게나 대단한 일이었던 건가……?

해럴드

아마 그럴 겁니다! 관광객으로서 관광하기에도 좋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해럴드

자 그러면…… 이번 여행에 함께하는 영광을 제게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아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