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은심호 열차

RS-7제동 불가

사이드 스토리작전 후2024-06-21

쉐라간드가 나타나 '회색 모자'에게 떠나라고 한다. 조사 방식을 바꾸기로 한 '회색 모자는 캠프파이어에서 수집한 단서를 자작에게 전달했고, 자작은 캠프로 돌아가 부하들에게 실탄을 장전하라 명령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해럴드, 레토, 데겐블레허, 프라마닉스


키야르

여기에 언제까지 앉아 있을 생각이야?

데겐블레허

'회색 모자'가 이미 이곳을 발견했으니 언젠가는 찾아올 거야.

키야르

찾아오면 어떻게 할 생각인데?

데겐블레허

죽여야지.

키야르

외국의 사절을 죽이는 건 중범죄야.

데겐블레허

그건 그때 가서 다시 얘기하자고.

키야르

넌 쉐라그인도 아니면서 왜 쉐라그를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데겐블레허

엔시오데스의 야심도 '쉐라그를 위한' 건가?

키야르

엔시오데스가 야심을 품었다 해도, 그 야심에 '쉐라그를 위한' 부분도 포함되었다는 걸 과연 부정할 사람이 있을까?

데겐블레허

아마 그런 칭찬을 가장 듣기 싫어하겠지.

키야르

아직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어.

데겐블레허

엔시오데스가 내게 쉐라간드가 정말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했을 때, 난 어쩌면 신이라는 존재와 겨뤄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

데겐블레허

하지만 아무래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네.

키야르

왜?

데겐블레허

엔시오데스에겐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이거든.

키야르

만약 엔시오데스에게 그럴 생각이 있다면, 넌 정말 존재할 수도 있는 쉐라간드에게 정말로 맞설 생각인 거야?

데겐블레허

아마도?

데겐블레허

이곳에서 스릴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은 눈사태가 일어날 때 정도야. 만약 내게 그런 기회가 생긴다면, 정말 해볼지도 모르겠는데.

키야르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데겐블레허

아니, 눈사태에 맞서 싸웠을 때도 나는 한 번도 이긴 적 없거든.

키야르

알았어, 넌 도전을 즐기는 거구나.

키야르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모두 도전해 볼 만하다고 생각하는 거겠네.

데겐블레허

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대단하지 않아. 그냥 그렇게 자랐을 뿐이야.

키야르

……그 대사 괜찮은 것 같은데.

키야르

돌아가, 데겐블레허 씨.

키야르

당신의 전장은 이곳이 아니야.

데겐블레허

만약 그게 성녀님의 뜻이었다면, 유감이야. 그 말은 따를 수 없어.

데겐블레허

내 전장은 내가 선택할 거야.

키야르

만약 이게 쉐라간드의 뜻이라면?

데겐블레허

……만약 그렇다면, 어째서 네가 쉐라간드의 뜻을 전하는 거지?

키야르

난 성녀님의 시녀니까.

데겐블레허

그러니까, 성녀님의 뜻이 쉐라간드의 뜻이라는 건가?

키야르

쉐라간드가 성녀님의 생각을 지지하는 거라고 하자.

키야르

내 추측이지만.

데겐블레허

……흠.

'회색 모자'

……

'회색 모자'

만약 어둠의 기사가 바보가 아니라면 나를 쫓아다니기보단 분명 이곳을 지키고 있겠지.

'회색 모자'

그 여자는 내가 돌아올 거라는 걸 알 거야. 나도 알고 있듯이.

'회색 모자'

하아, 살아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군.

'회색 모자'

……

'회색 모자'

모든 문제의 중심이 이곳에 있다는 걸 내가 좀 더 일찍 알아챘더라면……

'회색 모자'

아니, 그건 무리였을 거야. 엔시오데스가 아무리 간이 크다고 해도 한 나라의 신앙을 야망의 허울로 삼는다는 건,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을 테니까.

'회색 모자'

역시 공작님께 투자를 받은 사람은 다르군.

'회색 모자'

그런데, 성녀라는 사람은 이 모든 걸 정말로 전혀 모르는 건가?

'회색 모자'

……

'회색 모자'

데겐블레허는 어디에 있는 거지?

'회색 모자'

설마, 그 여자가 이 정도로 어설펐던가?

'회색 모자'

이건…… 돌?

방문자여, 무슨 일인가.

'회색 모자'

……그냥 독실한 신자야. 신과 가까운 곳에서 참배하기 위해 찾아왔지.

그분은 피곤하시다. 오늘은 쉴 예정이다.

내일 다시 찾아와라.

'회색 모자'

쉐라간드는 외부인의 신앙을 환영한다고 들었는데, 그저 헛소리에 불과한 거였나?

경건한 자는 스스로 증명하지 않아도 되지만, 솔직하지 않은 자의 말은 아무리 들어봐야 소용이 없는 법.

그분께서 오늘은 앞으로 한 발짝도 더 다가오지 말라고 하셨다.

'회색 모자'

반드시 가겠다면 어쩔 생각이지?

'회색 모자'

뭣……


'회색 모자'

……

'회색 모자'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평소에도 매우 북적북적한 은심호의 도로였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갑자기 나타난 사람에게 주목했다.

'회색 모자'는 자신의 뺨을 때렸다.

행인 A

어, 저 사람 언제 저기 나타났지?

행인 B

봐, 갑자기 혼자 뺨을 때렸어.

행인 A

저 사람 미친 건 아니야?

'회색 모자'

……

'회색 모자'

하하.

'회색 모자'는 주변 사람을 아랑곳하지 않고 쉐라간드 동상 쪽으로 방향을 돌려 독실한 신자들을 흉내 내며 기도하는 자세를 취했다.

'회색 모자'

쉐라간드의 축복이 있길.

이것은 그가 이 땅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로 처음으로 한 일이다.

그리고 그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돌아섰다.

하지만 그는 멀지 않은 곳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두 눈을 발견하지 못했다.

키야르

……

키야르

데겐블레허는 입이 가벼운 사람이 아니니까, 이 일을 엔야한테 말하진 않겠지?

키야르

게다가 내가 뭐 심하게 한 건 아니잖아?

키야르

하아, 그러니까 말했잖아. 방관자로 있는 것도 괴로운 일이라니까.

키야르는 까다로운 동생의 요구에 불평을 늘어놓는 언니처럼 한숨을 내쉰 뒤 뒤돌아서서 순식간에 사람들 속으로 사라졌다.


설산귀 A

거기 서.

술장수?

아, 안녕하십니까.

설산귀 B

누구냐?

술장수?

오늘 저녁에 은심호에서 작은 파티가 열리지 않습니까?

술장수?

그래서 술을 가지러 왔습니다.

설산귀 A

술?

설산귀 B

확실히 그런 얘기가 있긴 했어.

설산귀 B

이리 따라와, 확인해 봐야겠어.

술장수?

네, 알겠습니다.

설산귀 B

여기 서. 어이, 이 녀석 몸수색 좀 해.

설산귀 A

알았어.

술장수?

저기, 전 술을 옮기러 온 것뿐인데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나요?

설산귀 A

좀 특별한 기간이라, 양해를 부탁하지.

설산귀 A

만약 했던 말들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사과하겠어.

술장수?

그렇다면, 두 분은 사과할 필요가 없을 것 같네요.

설산귀 A

뭐라……

술장수가 허리춤에 달린 장치를 누르자, 갑자기 실내의 카메라가 부자연스럽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설산귀 A

윽……

설산귀 B

적이다……

술장수?

아깝네.

설산귀 B

크아……

술장수?

……

두 설산귀가 쓰러지자, 술장수는 재빨리 단말기 앞으로 달려가 조작했다.

그가 조작하자 구석에 있던 몇몇 카메라가 잠시 작동을 멈추었다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술장수?

사전 조사에 따르면, 쉐라그는 치명적인 버그가 있는 이전 세대 운영 체제를 구입했지.

술장수?

차세대 제품 구입을 추천할게.

술장수?

물론, 쉐라그가 빅토리아의 속국이 되어준다면 무료로 제공해 줄 수 있겠지만 말이야.

술장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 후, 바로 허리를 굽혔다.

술장수?

으윽…… 상처가 터질 것 같군.

술장수?

어둠의 기사의 파괴력은 역시 차원이 달라.

술장수?

하지만, 어둠의 기사라고 전지전능한 건 아니지.

술장수?

쉐라간드는……

술장수?

나중에 다시 생각하지, 적어도 내가 이곳에 오는 걸 막진 않았으니까.

술장수는 다시 몸을 일으켜 부근의 술통 쪽으로 걸어갔다.

술통은 매우 무거웠다. 하지만, 가까이 간 술장수는 공기 중에 술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걸 금세 알아차렸다.

술장수?

……하하.

술통 안에 있던 것은 술이 아닌 금속이었다.

술장수?

쉐라그의 금속 구매량을 조사해 봤지만, 전혀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술장수?

하지만, 만약 조각상을 만드는 데 쓰일 금속이 조각상을 만드는 데 모두 사용된 것이 아니라면……

술장수?

나머지 금속은 어디에 있지?

술장수?

이 술통 안에 있는 금속들은 이제 어디로 운송되어 가는 거지?

술장수?

……하하, 어둠의 기사는 무서울 정도로 힘이 세긴 하지만, 그렇다고 쇠를 진흙처럼 자를 수 있는 건 아닐 테니까. 그런 거였군.

남자는 바로 돌아서서 단말기의 앞으로 향해 조작을 시작했다.

그가 키보드를 계속 두드리자, 화면에는 그래프들이 끊임없이 나타났다.

한참 후, 남자는 드디어 일어섰다.

술장수?

그러면……

'회색 모자'

파티 시작까진 아직 몇 시간 남았으니……

'회색 모자'

어디 한 번 보여줘 봐라. 엔시오데스.

'회색 모자'

설마 빅토리아에 맞설 정도로 멍청한 건 아니겠지?


해럴드

그러니까, 아버지를 만났는데 발로 걷어찼다는 겁니까?

레토

응, 그러니까 후련하더라고!

레토

처음엔 그렇게까지 화가 나진 않았는데, 아빠 행세를 하려는 걸 보니까 갑자기 확 걷어차고 싶더라고.

해럴드

하하, 그랬군요!

해럴드

그러고 보니, 쉐라그에 막 왔을 당시 아크토즈 족장과 만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후로 만난 적은 없죠.

해럴드

만약 그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더라면, 이렇게 멀리 돌아갈 필요는 없었을 텐데요.

레토

으음, 저기 솔직히 말해봐. 나 정말 그 자식이랑 닮았어?

해럴드

흠, 잘 생각해 보니 그 사람은 수염을 길렀었죠…… 만약 제가 어제 아크토즈 족장과 술을 마셨다 해도 쉽게 알아보지 못했을 겁니다.

레토

그러니까, 도대체 어디가 미남이라는 거야.

해럴드

만약…… 수염을 깎는다면?

레토

음?

해럴드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레토

우와, 저기 봐, 버든비스트가 엄청 많아.

해럴드

근처 마을 사람들이 전부 온 모양이군요.

해럴드

아름다운 밤이 될 것 같네요.

레토

버든비스트가 들러붙었네.

해럴드

오옷!

해럴드

릴리, 릴리잖습니까!

나이 든 목자

하하 이 녀석, 당신을 보더니 그대로 달려가더군.

해럴드

그래, 그래.

레토

아저씨, 이게 그 릴리야?

해럴드

네 맞습니다. 제가 쉐라그에 와서 처음으로 만난 버든비스트죠.

해럴드

그리고 이곳에서 사귄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합니다.

해럴드

아아, 이 귀염둥이.

릴리

(거친 울음소리)

레토

저기, 나도 만져봐도 될까?

해럴드

물론입니다. 릴리는 사람을 매우 좋아하니까요.

릴리

(다정한 울음소리)

해럴드

당신이 마음에 드나 보군요.

해럴드

하하, 로잘린드 님, 역시 당신에겐 쉐라그인의 피가 흐르는 모양입니다.

레토

우와! 날 핥았어!

해럴드

한번 타 보겠습니까?

레토

그래도 돼?

해럴드

물론 됩니다. 그렇겠죠? 레온 님.

나이 든 목자

하하하. 한번 타보려무나.

레토

좋아! 아저씨, 나 좀 잡아줘!

해럴드

자, 제 손을 잡으시죠. 하나, 둘, 셋……!

릴리

(흥분된 울음소리)

레토

우와! 엄청 안정적인데?

레토

릴리랑 한 바퀴만 돌고 올게!

해럴드

네, 그렇게 하시죠.

나이 든 목자

흠, 정말 활기찬 아이구먼.

해럴드

그러게요, 제 딸도 어렸을 적엔 저랬는데 말이죠.

나이 든 목자

이거 받게나.

해럴드

이건……

나이 든 목자

최고급 치즈일세, 오늘 갓 만든 거지.

나이 든 목자

곧 돌아가야 할 때가 되었으니 특별히 만든 걸세. 오늘 저녁에 만나게 될 것 같아 가져왔지.

해럴드

뭐 이런 걸 다. 이 치즈는 상품으로 파는 거잖습니까.

나이 든 목자

사양할 필요 없네, 우리 가족과 버든비스트를 몇 차례나 치료해 주었으니까.

나이 든 목자

굳이 따지자면, 내가 빚진 치료비가 더 많을 걸세.

나이 든 목자

이 치즈는 치료비라고 생각해 주게나.

해럴드

하하, 좋습니다.

해럴드

이것보다 더 좋은 이별 선물은 없을 것 같군요.

나이 든 목자

솔직히 말해서, 처음에 우린 모두 자네를 경계했다네.

나이 든 목자

하지만, 한 달을 같이 지내고 나니 모두 당신을 친구로 생각하고 있지.

나이 든 목자

슬픈 얘기는 여기까지 하지. 다음에 올 때는 꼭 우리 농장에 들리시게나.

해럴드

……

해럴드

네, 꼭 그렇게 하도록 하죠.

엔야

레온 아저씨, 아저씨도 자작님과 아는 사이신가요?

나이 든 목자

성녀님 아니십니까. 물론입니다. 해럴드는 저희 마을에서 아주 인기가 많습니다.

엔야

그렇군요. 그럼, 아저씨와 아저씨의 버든비스트들이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바라죠.

나이 든 목자

네 감사합니다. 성녀님을 뵙게 되다니, 벌써부터 기쁘군요!

해럴드

정말 즐거운 파티군요, 성녀님.

엔야

네, 그렇네요.

엔야

내일 있을 낙성식은 가장 중요한 행사긴 하지만, 일반 시민은 중계를 통해서만 볼 수 있죠.

엔야

그래서 특별히 이 축제를 열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축제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게끔요.

해럴드

역시 성녀님이십니다.

엔야

'회색 모자' 님은요?

해럴드

……

해럴드

그 사람은 내성적인 편이라 이런 장소는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회색 모자'

아니, 그렇지 않아. 자작님.

'회색 모자'

시끄러운 곳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그건 내 성격과는 상관없는 얘기지.

해럴드

당신……

'회색 모자'

쉐라그의 경치가 너무 좋아 시간 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성녀님, 양해를 부탁드리죠.

엔야

쉐라그의 풍경이 마음에 드신다니, 그것만으로 충분해요.

엔야

오늘밤, '회색 모자' 님도 이 파티를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회색 모자'

물론입니다.

나이 든 목자

참, 술을 가져왔는데 말이지. 저기 해럴드, 자네 친구도 술을 마시나? 마시거든 이리 와서 같이 한잔하지!

해럴드

저는……

'회색 모자'

……

'회색 모자'가 해럴드에게 은밀하게 손짓을 했다.

그것은 군대에서 사용하는 손동작, 피하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해럴드

……죄송합니다. 레온 님.

해럴드

술은 나중에 마셔야 할 것 같군요.

릴리

(큰 울음소리)

레토

아저씨, 나 왔어.

레토

엥? 어디로 간 거지?

나이 든 목자

해럴드 씨는 검은색 옷을 입은 친구와 함께 갔단다.

레토

'존'이랑?

레토

……설마.


'회색 모자'

자작님, 오늘 밤 파티를 충분히 즐겼으면 좋겠군.

해럴드

당신이 부르기 전까진 꽤 즐기고 있었는데 말이죠.

'회색 모자'

그렇다면 다행이군, 이제부터 즐길 수 없을 테니까.

해럴드

……들어보죠.

'회색 모자'

호수 중앙 섬의 쉐라간드 동상 밑에 비밀이 숨겨져 있다.

해럴드

군인은 비밀이란 단어를 싫어합니다. '존 스미스' 님, 그 비밀을 파헤치는 게 당신들이 해야 할 일 아닌가요?

'회색 모자'

안타깝지만, 비밀을 파헤치진 못했어.

해럴드

그건 '회색 모자'답지 않은 말이군요.

'회색 모자'

조금 난관에 부딪혔거든.

해럴드

그 얘기는 실패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회색 모자'

아니.

'회색 모자'

그 안에 도대체 무엇이 들어있는진 알아내지 못했지만, 내가 난관에 부딪혔다는 것 자체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증거야.

'회색 모자'는 품에서 무언가를 한 뭉치 꺼냈다. 그건 사진과 서류, 노트들이었다.

그중의 몇 개를 집어 들고 들여다보던 해럴드의 얼굴엔 방금까지 있었던 웃음기가 사라졌다.

'회색 모자'

술을 나르는 칸에 화물이 실려있었다.

'회색 모자'

이철이 실제로 운송되는 곳.

'회색 모자'

운송 노선 계획.

'회색 모자'

모든 정보가 한 가지 사실을 가리키고 있지……

'회색 모자'

호수 중앙 섬 밑에는 틀림없이 엔시오데스…… 아니, 이 나라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레토

……!


'회색 모자'

……그 여자가 갔다.

해럴드

알고 있습니다.

'회색 모자'

쉐라그 중요 인물의 딸에게 이런 정보를 흘릴 수는 없지.

해럴드

저는 군인, 제가 책임지는 건 전투뿐입니다. 그건 당신들 정보요원이 해야 할 일 아닌가요?

'회색 모자'

로잘린드는 자신이 누구의 딸인지도 몰랐다. 그런 그녀가 뭘 할 수 있겠어?

'회색 모자'

이 나라의 상황을 설명하고 빨리 이곳을 뜨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지도 모르겠군.

'회색 모자'

그렇다면 그녀는 단순한 우르수스의 국민이 되지, 난 우르수스에게 미움을 사긴 싫거든.

해럴드

……아무래도 당신을 오해하고 있었던 것 같군요, '회색 모자'.

'회색 모자'

피차일반이야, 자작님.

'회색 모자'

우리 같은 사람은 서로 경각심을 높이는 게 좋다고.

해럴드

참 솔직한 말이군요.

'회색 모자'

이제부터 하는 얘기는 듣기 싫을 수도 있을 거야.

'회색 모자'

당신은 빈손으로 돌아가면 안 돼, 자작.

해럴드

……

해럴드

알고 있습니다.

'회색 모자'

정말 알고 있었으면 좋겠군. 이건 엔시오데스가 공작님께 진 빚이야.

'회색 모자'

그리고 엔시오데스는 선을 넘었지.

해럴드

그렇게 스스로를 납득시킨 겁니까?

'회색 모자'

이런 일은 나보단 당신이 더 잘하겠지.

'회색 모자'

영웅님.

해럴드

……


파티는 계속 진행됐다.

사람들은 모닥불을 둘러싸고 노래하고 춤추며, 다가오는 내일을 기다렸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내일은 분명 밝고, 즐겁고, 기쁘고, 진심을 다해 춤추며 노래하고 싶어 하는 그런 날일 것이다.

해럴드는 생각했다. 아마 그런 생각을 할 수 없는 건 자신뿐이라고.

갑자기 추위가 느껴졌다.

이전에도 이런 추위를 느꼈던 적이 있다. 그건 이 땅에 막 왔을 때였다.

아무래도 술이 한 병 필요할 것 같았다. 어쩌면 한 병으로는 모자랄지도 모르겠지만.

나이 든 목자

어이 해럴드, 한참을 기다렸다고. 꺼억!

나이 든 목자

더 늦었으면 이 술을 모두 마셔버렸을 걸세!

해럴드

……

해럴드

하하하, 이것 참. 그렇게 좋은 술을 두고 어떻게 제가 빠지겠습니까?

해럴드

자, 오늘 밤은 끝까지 마셔보죠!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했는진 기억나지 않는다.

모닥불 옆에서 고향의 춤을 췄던가? 누군가를 붙잡고 같이 쉐라그의 민요를 불렀던가?

분명 난간을 붙잡고 쉐라그의 수의학 기술에 대해 한참을 진지하게 토론했었다.

거기서 어떻게 빠져나왔더라?

뭐 됐나, 몰라도 상관없는 일이다.

어쨌든, 돌아가는 길은 기억하고 있었다.

연회장에서 캠프로 돌아가는 길은 짧지 않았다.

일단 그는 호숫가의 보도를 따라 중심가로 돌아가야 했다. 가는 길에 식사 후의 산책을 하는 노인들도 많이 보였고, 빙판 위에서 노는 아이들도 보였다.

저 멀리 쉐라간드 동상이 보였고, 도로변에는 특별히 전망대까지 마련되어 있다. 그곳에는 사람들이 모여 쉐라간드에게 기도를 드리거나 사진을 찍고는 했다.

완전히 다른 두 가지 생활방식이 충돌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조화로운 방식으로 공존했다. 마치 이 땅의 많은 사물처럼 말이다.

이어서 그는 날로 번화해가는 중심가를 지나야 했다. 이미 몇몇 가게는 그가 처음 쉐라그에 왔을 때랑 다른 모습이라는 것을 그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 거리의 중간쯤에 있는 골목엔 그가 최근에 즐겨 찾는 식당이 하나 있다.

식당의 요리에는 빅토리아 스타일과 쉐라그 스타일이 잘 어우러져 있었기에 꽤나 즐겨 먹었다.

식당 주인은 젊은 부부였다. 쉐라그 사람인 여주인은 빅토리아에서 요리를 배우던 중 남편을 만났다.

두 사람은 가정을 꾸린 후 쉐라그로 돌아와 이 가게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날로 발전하는 이 땅에서 더 나은 삶을 찾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 후, 해럴드는 아직 완공되지 않은 도로를 지나 숲을 지나야 했다. 이 땅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는 그를 위해 피워 놓은 난로가 있었다.

큰길의 가장자리에서 푹신한 흙 속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이 나라가 발전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하지만, 숲속을 걷는 고요함이 곧바로 그런 생각을 떨쳐버리게 했다.

오랜 동료들과 함께 있을 땐 시끌벅적했지만, 요즘은 어린 시절을 자주 떠올리고는 했다.

밤바람이 금빛 찬란한 보리밭을 지나간다. 소년 해럴드는 그곳을 달린다. 마치 아무런 고민도 없는 것처럼……

아니, 실제로 아무 고민이 없었다.

눈밭을 지나가던 때, 고요함이 자신을 감싸안았고, 해럴드는 자신이 더 이상 젊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교활한 병사

윽, 술 냄새.

교활한 병사

보스, 또 어디 가서 실컷 놀다 오신 겁니까? 저희를 빼고 가시면 어떡해요?

쇠약한 병사

이것 보세요, 보스!

쇠약한 병사

이 망할 놈의 비든비스트 랜덤 박스. 히든 에디션 빼고 벌써 3세트나 모았어요. 이건 카란 무역회사의 속임수 아닐까요?

해럴드

……

방 안으로 걸어 들어가 리모컨을 집어 든 해럴드는 프로젝트의 내용을 계속 바꾸었다.

그 내용은 모두 쉐라그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가능한 행군 노선, 군사 기지의 위치, 초소의 분포, 설산귀와 관련된 조사……

이 정보들은 해럴드가 쉐라그에 도착한 후 일주일 만에 정리되었다. 하지만, 이것들을 잊어야 한다고 거듭 생각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내용은 오히려 외울 수 있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해럴드는 리모컨을 내던지고 옆에 있는 침대식 의자를 끌어다가 펼친 후 그 위에 누운 뒤 눈을 감았다.

그는 지도나 전술판보다 나뭇가지 위에 쌓였던 눈이 우수수 떨어지는 소리를 더 좋아했다. 그것이 보리 물결이 내는 소리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바스락, 바스락……

교활한 병사

보스?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

노련한 병사

신경 쓰지 마, 아마 술에 취해서 저러는 거일 거야. 아까 했던 얘기 계속해 봐.

노련한 병사

들은 얘기인데, 라이타니엔에 대외 무역을 위한 새로운 도시가 생길 예정이라 하더군. 이 정책들 좀 봐, 장난 아니지 않아……?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원하던 것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마치 아버지가 밭을 떠나라고 엄하게 말했던 것처럼, 집으로 돌아가 계속 훈련하라고 엄하게 말씀하시던 것처럼.

마치 파이프의 손잡이가 부러진 것처럼.

마치 잃어버린 다리를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것처럼.

해럴드

……하아.

시끄럽던 소리가 잦아들었고,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해럴드를 쳐다보았다.

해럴드의 병사들이.

해럴드

전원, 실탄을 장전하고 대기.

해럴드

작전 시간은 내일 새벽. 목표는……

해럴드

쉐라간드 동상.

그의 목소리는 약간 쉬어있었다.

이윽고, 밭에서 나던 파도 소리가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