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2동차이몽
'회색 모자'는 최선을 다해 저지했지만 데겐블레허의 상대는 되지 못한다. 데겐블레허가 자작을 찾은 순간, 열차가 역에 도착한다.
바깥을 봐. 설산이야!
세상에, 엄청 가까이 있잖아?! 저것이 쉐라그의 성산인가? 뭐가 됐든 정말 아름다워!
이, 일단 창문 좀 닫으면 안 될까……
응?
바, 바람이 세서 마, 말도 제대로 못 하겠어.
그 정도는 아니야. 못 참을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진짜? 정말 안 추워? 넌 심지어 바지도 안 입었잖아……
말 좀 똑바로 해. 자꾸 그러면 성희롱으로 신고할 거야.
내가 신은 건 기모 스타킹이라고. 제일 두꺼운 거! 네가 입은 것보다 훨씬 따뜻해!
아아…… 그래, 그래.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흥. 빨리, 가까이 좀 와 봐. 사진 찍는다!
……응?
저기,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신사 숙녀 여러분, 안녕하세요!
관광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잠시 자리로 돌아가서 길을 열어 주시기 바랍니다. 저희는……
쓸데없는 소리 할 때가 아니잖아!
미안하지만 좀 비켜줘. 자, 어서!
로잘린드 님! 이건 실례되는 행동이잖습니까……
아, 아앗, 로잘린드 님. 살살 당기세요. 소매가 다 찢어지겠습니다!
음, 쉐라그의 풍습인가?
우리도 저렇게 열차 안에서 달려야 하는 건가……?
그런 풍습이 있을 리가 없지, 바보 같아 보여. 난 안 할래.
일단 사진 먼저 찍자!
여기 봐! 하나…… 둘……
셋……
이런 추격전도 나쁘지 않지.
난 좋지 않은데, 앉아서 대화할 수는 없는 건가?
찔리는 게 있으니 계속 달리는 건 그쪽일 텐데.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는 게 좋을 거야.
아, 그리고, 5분 후에 등장하는 경치가 가장 아름다우니까 사진은 그때 찍어.
좋은 시간 보내.
……
……
방금 그 사람은 또 누구야?
몰라……
근데 아까 네가 한 말이 일리가 있는 것 같아. 쉐라그에는 열차에서 달리는 풍습이 있는 걸지도……
우리, 음, 아무래도 풍습을 따라야……
……
왜 그래? 아까부터 왜 멍하니 있는 거야?
내 사진, 내 사진에!
사진이 왜? 아까 그 사람이 5분 후의 경치가 더 좋다고 했으니 좀 더 기다려 보는 게……
그게 아니라! 이 사진 좀 봐봐! 아까 그 언니의 얼굴이 제대로 찍혔어!
왠지 낯이 익어.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그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슈트 복장이 너무 멋있다는 거야!
이 사진, 잘 간직해야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건 쉐라그에서 제일 유명한 치즈 퐁듀랍니다. 현지 특산품인 좋은 치즈로 만들어서 풍미가 진하죠. 쉐라그가 아닌 지역에서 보관하면 이런 맛이 나지 않아요!
정말 그렇게 맛있어?
어서, 더 빨리!
자, 잠깐, 로잘린드 님…… 헉, 허억!
실례합니다 여러분. 치즈 퐁듀는 정말로 맛있지요. 풍미가 더욱 진해지도록 후추를 뿌리는 걸 추천합니다~!
뭐, 뭐지?
또 누가 오는데?!
……이게 바로 쉐라그 열차 여행인가? 역시 친구가 말한 것처럼 독특하네.
아, 후추를 뿌리니 정말 맛있네. 마음에 들어!
후아, 전부, 전부 잡았어!
여러분 덕분에 파울비스트를 한 마리도 놓치지 않았어요.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어르신, 자루는 꽉 묶으세요.
이번엔…… 어쩔 수 없지만, 열차에 절대 생물 반입은 안 된다는 거 꼭 잊지 마시고요!
다음에는 절대 이러시면 안 돼요!
예예, 알겠습니다. 꼭 그럴게요.
어, 어이쿠, 젊은이, 뭐가 그리 급한가?
소, 손님! 열차에서 그렇게 뛰시면 안 돼요!
앗! 저 모자 쓴 녀석! 조심 좀…… 잠깐, 으악!
이런, 내 파울비스트가! 또 도망쳤잖아!
이 랜덤 박스, 왜 시크릿 한정판이 안 나오는 거야?!
마지막으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이봐요! 조심해요! 제 랜덤 박스를 망가뜨리면……
앗! 하, 한정판이다!
끝났네.
마지막 칸이야.
추격전은 이제 끝인가?
데겐블레허 씨, 당신의 승리야.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 같군.
우리가……
시끄럽네.
……!
나는 시간이 많지 않아.
조급해 하지 마, '회색 모자'. 네게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건 기억할 테니까.
나중에 둘이 따로 다시 '대화'하자고.
……
지금은.
내가 손 쓰기 전에 알아서 튀어나와.
……
콜록, 콜록.
거기 언니, 언니! 난 여깄어.
콜록, 퉷. 바닥이 먼지투성이잖아…… 이쁜 언니, 나한테 무슨 볼 일 있어?
내가 찾는 건 네가 아니야.
엥?
하지만 나 말고는 아무도 없는데……
아얏!
(가만히 있어!)
……무슨 연기를 하고 있는 거지?
여, 연기라니? 그, 그런 거 아니야!
(정말, 조용히 좀 해 아저씨! 내가 가려주고 있잖아!)
(머, 머리 잡아당기지 마세요!)
……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왔나?
음? 그렇긴 한데…… 로도스 아일랜드를 알아?
아앗, 이쁜 언니. 혹시 박사가 지난번에 왔을 때 알게 된 지인?
지인? 아니야.
자, 난 이제 잡담할 시간 없어.
내 인내심이 바닥이 나기 전에 나와.
(로잘린드 님, 됐으니까 이제 놓으세요!)
하아……!
로잘린드 님, 이렇게 도와준 건 감사합니다만 조금 힘 조절을 해야 할 것 같군요……
윽…… 내 머리랑 수염이.
드디어 찾았군.
……!
뭐야, 아는 사이?
크, 크흠……
아는 사이라기 보다는, 몇 번 만난 적이 있지요.
데겐블레허 님, 오랜만입니다. 우스운 꼴을 보였군요.
인사는 됐어.
크레이개번, 산에 있는 레온 씨가 급히 널 찾고 있어.
……레온 님이요? 저를요?
잠깐, 데겐블레허 님이 아니라 레온 씨가 저를 찾는단 말씀인가요……?
부탁을 받아서 널 찾으러 온 거니까, 그게 그거지.
이렇게 급하게 저를 찾다니. 무슨 일이죠?
그러고 보니 뭔가 잊은 것 같은데…… 뭐더라……
릴리가 널 기다리고 있다는 걸 잊어버렸나 보네.
……맞다, 릴리!
릴리라니…… 설마, 아저씨, 애인을 까먹은 거야?
애인이요?!
그, 그런게 아닙니다. 크, 크흠……
……자작님, 그런 행위는 빅토리아의 이미지에 해를 끼칠 수도 있어.
부인과 따님께서 안다면……
우와, 쓰레기네.
잠깐! 콜록콜록, 이놈의 먼지, 그게 아닙니다!
릴리는……
승객 여러분, 이 열차는 곧 종착역인……
은심호역에 도착합니다.
소지품을 잘 챙겨주시고, 순서대로 열차에서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열차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간이 많이 지연되진 않았군.
내리자마자 산에 있는 레온 씨에게 서둘러 가는 게 좋을 거야. 매우 급하거든.
아무래도 떨어져서 가는 게 좋겠어. 안 그러면 엄마가 싫어할 거 같아.
아닙니다, 콜록, 릴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너, 이젠 사람이 아니라고까지 하는 거냐?!
아뇨 아뇨, 푸핫, 이런. 웃겨서 웃음이 나오는군요. 배가 아플 지경입니다.
릴리는 버든비스트야.
버든비스트……?
그런 거였군.
……내가 말 안 했나?
'회색 모자'! 왜 가만히 있는 겁니까!
당신 수하의 염탐꾼이 쉐라그에서 제가 했던 일들을 보고하지 않았을 리 없을 텐데요!
미안하군. 당신이 치료한 버든비스트의 이름은, 내가 기억해야 할 중요한 정보가 아니라서 말이지.
……그러니까, 아저씨는 쓰레기도 아니고 위험에 처한 것도 아니라는 거야?
쫓고 쫓기길래 목숨이 연관된 큰일인 줄 알았는데.
나는…… 아! 로잘린드 님, 이건 제 명예가 달린 큰 문제입니다!
언제까지 꾸물거릴 생각이지?
그리고 가만히 서있지 마, 방해되잖아.
역에 도착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