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8주님을 따르리라
페데리코는 모든 일에 우선순위를 세운다. 하지만 지금, 최우선 순위는 눈앞에 있는 아르투리아를 체포하는 것이 아니다.
등장 오퍼레이터: 르무엔, 이그제큐터 디 엑스 포에데레, 스푸리아
모든 준비가 끝났네. 다들 조회에서 그것을…… 마지막 식사를 할 걸세.
자네의 첼로 소리는…… 내게서 슬픔을 느끼고 있는 건가? 아니면 나를 축하해주는 건가?
난 음악을 모르네, 아르투리아. 내가 자네를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일세.
난 여기서 자네와 교감하고 있지만, 자넨 마치 텅 빈 백지 같군.
저는 그저 제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연주할 뿐이에요, 주교님. 제 음악은 단순한 거울에 불과합니다.
거울인가…… 허.
도자기 접시를 들어 올린 주교의 두 손은 첼로 소리 속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어둠 속에서 울려 퍼지는 첼로 소리와 힘을 겨루며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아득히 먼 옛날에도 수도원엔 음악 소리가 울렸고, 그때 그는 매우 젊었다. 분수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흰머리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황야의 파울비스트가 이 옥토에 이끌려 파이프 오르간의 울림 속에서 날갯짓하며 광장 위를 날아갔다. 늙은 주교는 이 수도원을 가장 젊은 수도사, 스테파노에게 맡기기로 했다.
“모두를 낙원에서 살게 하도록.”
그런데 어떻게 해야 모두를 낙원에서 살게 하지?
수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 토레그로사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첼로 소리는 계속해서 울리고 있다. 그리고……
그는 손을 놓았다.
……아.
얼마나 애처로운지. 그게 당신의 선택이군요.
……
굳게 닫힌 예배당의 대문 안에서 어렴풋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페데리코는 텅 빈 홀에서 잠시 귀를 기울이더니 이내 몸을 돌려 계단으로 올라갔다.
……장비는 문제없고.
현재까지 유일하게 파손된 건 통신기뿐.
현재 목표도 변경되지 않았으니, 임무를 계속하죠.
용의자는 이미 특정했습니다.
안쪽은 어때?
성찬 의식이 거의 끝났어.
……내가 생각한 것과 같은 상황인가?
아마도.
이런 젠장. 페데리코는?
연락이 안 돼.
……심해 교회가 만들어낸 괴물이 얼마나 성가신지, 녀석은 알기나 하는 거야?
누군가는 다른 일을 해야 하잖아. 르무엔이랑 세르필리아는?
네 정보를 받고 지하실에 조사하러 갔어.
음, 그렇다면 가장 귀찮은 일을 우리 둘이 해야겠네.
문 열어.
어디에 있든, 어떤 상황에 처하든,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해야 하네.
……좋은 아침이군. 신성한 도시에서 온 사자들이여.
……
……접시가, 다 비었잖아.
리켈레, 전부 제압해. 나는 주교를 상대할게.
사자여, 뭔가 궁금한 거라도 있나?
궁금? 그것보다…… 대체 무슨 생각이길래 오늘을 '마지막 조회'로 하려는 겁니까?
르무엔이 말씀드렸을 텐데요. 라테라노로 돌아가서 인계가 끝나면, 당신은 계속 이 수도원의 주교를 맡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라테라노의 사자들이여, 자네들이…… 무슨 자격으로 내게 추궁하는 건가?
나는 이미 선택했네. 모든 사람을 구원한다는 그런 희망은 이미 포기했지.
수도원은 이미 막다른 길에 다다랐네. 그러니 이 마지막 조회만큼은 모두가 접시를 비우게 해야지.
조금 전 내가 선포했네. 암브로시우스 수도원은 라테라노로 돌아가는 데 동의한다고.
……라테라노에 돌아간다고요?
설마 저희가 이대로 심해 교회를 놓아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아까도 말했지만, 난 이미 선택했다네.
오렌, 그 말이 사실이야.
주민들에게서 변이가 일어난 흔적은 없어. 접시를 다 확인해 봤는데, 모두 깨끗하게 비었어.
아, 확실히 내가 직접 그 괴물의 혈육을 처리해서 전부 빵 속에 넣었다네.
하지만 원래 조회 때 쓰려던 그 빵은 내가 지하실 선반에 넣고 잠가뒀다네. 굶주린 주민들이 실수로 입에 넣지 않도록 말일세.
이제 아울루스도 떠났고 자네들이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걸세.
이건 선반 열쇠일세. 가서 확인해 보게. 그러면 내 말이 사실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을 테니. 그리고 심해 교회의 선물 처리에 대해서는 자네들이 나보다 더 잘 아니까 말이야.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오늘은 이 총을 쓸 일이 없겠네……
왜, 아쉬워?
그럴 리가.
단지 귀찮은 일이 해결돼서 안심했을 뿐이야. 앞으로의 일은 예정대로 진행…… 되겠지?
……르무엔, 주교의 말을 들었지? 지금 열쇠를 가지고 그쪽으로 갈게.
그럴 필요 없어.
누군가 선반을 다 부숴놨고, 안은 텅 비었어.
색이 바랜 냅킨과 바닥에 떨어진 접시 조각, 그 외의 세세한 부분도 모두 주교의 설명과 일치해.
그리고 예전의 기록에 따르면, 그걸 먹으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어. 주교가 정말 그걸 사람들에게 먹였다면…… 우리한테 거짓말을 할 필요도 없고.
그렇다면 누군가 그 '성찬'을 훔쳐 갔다는 거네.
당장 그 사람을 찾아내야 해.
흠, 이렇게 큰 수도원에서 사람을 찾는 건 좀 힘들지 않을까?
……
아무래도 우리가 간과한 점이 있는 것 같아.
예를 들면, 제럴드는 그 산크타 여자아이가 타락했다는 얘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었지
우리는 그 정보를 절대 누설하지 않았는데…… 제럴드는 어떻게 알았을까?
그리고 성당의 화재는 또 어떻게 된 거지?
누군가의 지지가 없었다면, 주교도 이런 식으로 독단적으로 움직이진 않았을 거란 말이지……
이렇게 되면 실망할 사람이 주교 한 명만은 아닐 텐데 말이야.
……내 기억으로는 포르투나가 예배당에 들어왔을 때 거기에 한 명이 더 있었어.
주교님은 결국 이런 선택을 내렸다……
나 또한 일이 이렇게 될 거란 걸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다.
주교님은 선량한 사람이다. 그 선량함으로 인해 주교님은 숭고한 이념을 품고 지금까지 노력해왔다. 물론, 마지막 순간에는 나약함에 무릎을 꿇게 되었었지만.
그러나 나는 다르다.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희망이라는 걸 품지 않았으니까.
어머? 손님이 왔네.
솔직히 조금 놀랐어. 확실히 너한테 힌트를 주기는 했지만……
너의 그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이라면, “우선순위가 더 높은 일부터 처리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줄 알았는데 말이야.
……
우리 얼마 만이지, 페데리코? 5년? 6년이 됐나?
어라…… “그런 무의미한 말은 그만 하세요, 지명 수배자 아르투리아.” 같은 말은 안 하는 거야?
아니면, 드디어 인사법을 바꿀 마음이 생긴 건가?
차라리 우리 집에 살 때처럼…… 누나라고 부르는 건 어때?
……
……어머,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화를 안 내네?
문을 열고 나를 본 순간에 바로 공격하지 않은 건, 전혀 너답지 않아.
그렇다면, 네 모습이 왜 평소와 다른지 내가 맞혀 볼까?
뭔가를 기다리는 거야?
아니면…… 망설이고 있는 거야?
……
귀를 기울여 봐. 이 작은 수도원은 다양한 소리로 가득 차 있어.
슬픔, 고통, 시기, 질투…… 그리고 절망까지.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진 이 음색은 그 어떤 인위적인 선율보다도 더 섬세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아…… 정말 궁금하네, 페데리코 잘로. 뭔가 느껴지지 않아? 일반인과는 다른 너의 그 머릿속에 과연 요동치는 음표란 존재할까?
지명 수배자 아르투리아, 저는 이미 당신의 말과 행동에 대한 평가를 마쳤습니다.
현재 제가 우선 처리해야 할 사항은 당신이 아닙니다.
페데리코 씨, 예배당에 가지 않으셨네요?
당신과 동료분들의 시선은 모두 주교님 쪽에 몰린 줄 알았는데……
당신이야말로 이 모든 사건의 용의자입니다.
……네.
저는 존중합니다…… 그래요, 저는 주교님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모두가 그분을 존경하고 경애하고 있죠. 당연하고 말고요. 우리 모두 주교님의 비호 아래 있으니까요……
……
이해하기 쉽지 않나요?
이런저런 이유로 도시에서 쫓겨나 황야를 방랑할 수밖에 없고, 자신을 기다리는 건 죽음뿐이란 걸 인정할 수밖에 없을 때……
굶주림에 시달려 어디로 가든 눈에 보이는 것은 변함없는 절망의 경치밖에 없고, 이 사람을 잡아먹는 땅을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거라 생각했을 때……
작은 언덕을 넘고 바위를 지나 골짜기를 건넌 순간……
흙먼지 끝에 성 같은 건물이 보였습니다. 그곳 사람들은 음식을 나눠줬고 지붕 밑에서 밤을 보내게 해줬죠.
거친 빵 조각과 묽은 국물 한 그릇뿐이지만……
집 벽은 틈이 갈라져 항상 수리해야 하지만……
당신은 황야에서 죽지 않고, 그들에게 받아들여졌어요.
그래서 당신들은 이곳을 '낙원'이라고 부르는군요.
'낙원'…… 그것은 허상일 뿐입니다.
여기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어느 날, 광석병에 감염된 살카즈 친구가 사라진 걸 발견했어요.
한참 동안 그 사람을 찾아 헤매다…… 지하에 있는 그 방을 발견했죠. 예전에 훈련실로 사용했다고 들었는데, 확실히 벽은 튼튼했습니다……
그래서 병으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은 그 방으로 보내졌죠.
……비전문적인 방호시설은 오리지늄 분진의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달리 방법이 없었으니까요.
아니면, 병에 걸려 죽기만을 기다리는 사람이 자발적으로 수도원을 떠나 황야에서 죽음을 기다리게 하라는 건가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런 고통을 보이지 않는 곳에 묻어두고, 고개를 돌려 귀를 막는 것뿐이었어요…… 애초에 우리는 누구를 구할 수도, 누구에게 구원받을 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허황된 평온함도 결국 언젠가는 깨지기 마련이죠.
바로 지금처럼, 당신들의 방문처럼요.
우리 임무는 이곳의 질서를 유지하는 겁니다.
물론, 당신들이 이곳의 생활을 무너뜨린 게 아닙니다. 자연스럽게 지금처럼 변해온 거죠.
마치 제가 심은 꽃처럼, 아무리 정성껏 돌봐도 때가 되면 조금씩 지는 것처럼.
당신은 아르투리아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아르투리아 씨의 첼로 소리를 말하는 겁니까?
그럴 수도 있겠죠. 그 첼로 소리를 듣고 있으면 자주 그때의 추억이 떠오르니까요.
하지만 아르투리아 씨는 한 번도 우리의 삶에 들어온 적이 없습니다. 저는 알아요. 아르투리아 씨는 단지 우리의 고민, 우리의 괴로움을 위로의 장식으로써 이용하고 있을 뿐이라는 걸……
그런 이상, 아르투리아 씨가 우리의 의지에 개입해 우리 대신 선택을 내릴 순 없잖습니까?
……위험물이 감지되었습니다.
당신은 이 성당에, 아니, 수도원 지하에 대량의 인화성 물질을 숨겼습니다.
네.
이것도 하나의…… 선택일 수 있죠.
당신들이 왔든 안 왔든, 이 수도원의 평온한 삶은 이미 계속될 수 없었습니다.
굶주림과 황야를 떠도는 것에 대한 공포가 사람을 어디까지 몰아넣는지…… 페데리코 씨, 당신은 본 적이 있습니까?
저는 봤습니다.
사태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가기 전에…… 저는 이 모든 걸 끝낼 겁니다.
클레망 뒤부아, 당신에게는 암브로시우스 수도원 파괴, 그리고 이곳에서 일어난 라테라노 공민의 권익을 위협하는 사건에 관여한 혐의가 있습니다.
당신은 이미 라테라노 공증소의 집행 목표로 확인되었습니다. 관련 법률규정에 따라 즉시 당신을 체포하겠습니다.
……
페데리코는 불필요한 경고를 하지 않는다. 오직 손에 든 무기로 말을 대신할 뿐.
클레망은 쓰러지지 않았다.
수척해진 남자는 감각을 잃은 팔을 움켜쥐고 슬픈 미소를 지었다.
점화 장치는 파괴되었습니다.
어째서…… 저를 죽이지 않았나요?
왜 일부러 점화 장치를 노렸죠?
당신의 행위는 라테라노 공민의 직접적인 사망을 일으킨 건 아닙니다. 율법은 당신에게 사형을 선고하지 않을 겁니다.
율법이라…… 저는 여기서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주교님의 인도에 따르고 당신들의 율법에 따랐습니다.
평소에는 늘 율법의 제약을 받는 기분이었는데…… 정작 혼란 속에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순간에는 사라지고 없더군요.
언제부터인가 제 귀에는 아르투리아 씨의 첼로 소리밖에 들리지 않게 돼버렸어요.
페데리코 씨, 저를 구하려는 것은 라테라노의 율법입니까…… 아니면 당신 자신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