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3어찌 빈손으로 돌아가리
귓가에 들려오는 첼로 소리는 환각에 사로잡힌 뇌의 착각일까, 아니면…… 누군가가 수도원을 위해 연주하는 것일까?
등장 오퍼레이터: 르무엔, 이그제큐터 디 엑스 포에데레, 스푸리아
평소 같으면 총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일은 없겠지만…… 아무래도 특별한 상황이라.
뭔가 접대가 소홀한 부분이 있다면 이해해줘.
(의미 없는 으르렁거림)
(내 말에 아무런 반응이 없네. 전혀 소통이 안 되는가?)
(몸에 인간의 특징은 거의 안 남아 있는 것 같고. 몸을 뒤덮은 건 비늘인가?)
(……이 변이는, 분명 이베리아 쪽 자료에서 본 것 같은데……)
……
너 설마, 진짜로……
스읍……
역시 휠체어는 너무 불편해.
(……묘하네, 어딘가 이상하단 말이야.)
(공격 목표는…… 설마, 내가 아닌가?)
(어딜 노리고 있지? 목표는……)
위험했다……!
(……아니, 지금 거기까지 신경 쓸 겨를은 없어!)
내가 거동이 불편하다고 해서 우습게 보면 곤란해, 손님!
(날카로운 으르렁거림)
거기 서……!
안 되지. 네가 이대로 도망치게 둘 순 없어!
노인들은 담소를 나눌 때 항상 라테라노를 언급한다.
라테라노는 밝고 풍족하며 모두가 다툴 일이 없이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이라고.
라테라노야말로 진정한 낙원이라고.
하지만 다들 알고 있다. 수도원이 밖에서 떠돈 지 어언 수십 년, 실제로 라테라노를 본 사람은 이미 얼마 안 남았다. 기껏해야 두세 명 정도, 어쩌면 스테파노 주교밖에 남지 않았을 수도 있다.
사람들이 라테라노를 언급하는 건, 그저 진작에 깨어났어야 할 그 꿈이 그리웠기 때문이다.
꿈속에선 햇살이 따사롭고 꽃이 만개했으니까.
마치 옛날에 수도원이 그랬던 것처럼.
……이 꽃들도 이젠 시들어 가는군요.
올해는 예년보다 일찍 피었으니 일찍 질 거라곤 짐작했지만, 이렇게 빨리 질 줄은……
방금 딴 꽃들은 무척 아름답게 피어 있었어. 아직 시들기엔 멀어 보였는데.
예쁘네…… 누구에게 선물하려고?
……아뇨, 이미 늦었어요. 이젠 선물할 수 없게 되었죠.
이걸로는 아무도 구할 수 없어요……
슬픔, 고통, 절망.
음…… 아주 복잡한 음색이네. 그리고 당신 안에는 아직 다른 감정도 숨어있어……
분노를 느끼고 있네?
제가 어찌 감히…… 아르투리아 씨는 주교님의 손님이니까요.
감히라…… 솔직한 대답이네.
……
내 직감은 꽤 예리해, 정원사 씨. 당신이 나를 싫어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그렇지 않습니다. 괜한 우려예요.
고민이 있다면 내가 도와줄 수도 있어.
……도움이요? 아르투리아 씨, 어,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네요.
뭘 도와주신다는 건가요?
그거야 물론 당신이 결정해야지, 내가 아니라.
물론, 당신에게 도움은 필요 없을 수도 있겠지. 내가 쓸데없이 참견한다고 비난하든, 내게 악의가 있다고 나무라든 다 상관없어. 그건 당신 마음이니까.
나는 그저 당신의 생각이 궁금할 뿐이야…… 당신 자신의 생각 말이야.
……
아르투리아 씨, 당신은 이상한 사람 같아요.
음, 칭찬으로 받아들일게.
……방금 저를 도울 수 있다고 했죠……
물론이지, 필요하다면.
아뇨, 필요 없습니다.
당신이……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저를 도울 순 없어요.
음……
아르투리아 씨, 당신은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나요?
그건 무리야.
당신은 풍년을 가져오고 바람을 멈출 수 있나요?
유감스럽지만, 불가능해.
그럼, 당신은 우리를 원래 생활로 되돌려, 이미 생겨버린 갈등을 없앨 수는 있나요?
그런 건 불가능하겠죠.
그럼 당신은 어때, 클레망 씨?
당신은 이 모든 문제를 직접 해결할 생각은 안 해봤어?
……예전에는 시도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불가능했습니다. 몇 번이나 시도해봤지만, 저는 도저히 할 수 없었어요.
노력할수록 사태는 점점 더 악화했죠……
아무도 상황을 호전시킬 수 없었어요. 주교님도, 제럴드도…… 저도.
아르투리아 씨, 당신은 저를 도울 수 없어요.
더 이상…… 그런 말은 하지 마세요. 저도 당신 같은 사람의 도움은 필요 없습니다.
제 생각을 듣고 싶다면 기꺼이 말씀드리죠. 저에게는 아무런 생각도 없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습니까? 앞으로 겨울은 더욱 춥고 차가울 텐데……
……
차갑다라…… 그렇지. 그 심장은 얼어붙은 토양과도 같아……
하지만 나는 그 얼어붙은 토양 밑의 음표를 만질 수 있지…… 그게 얼마나 사람을 설레게 할까?
……그렇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야. 그 선율은 아직 완성될 때가 아니지……
얼마나 견디기 힘든 인내일까…… 음…… 이럴 때만 되면, 나는 자신을 억제할 수 없더라고.
어디 보자……
아, 이 멜로디가 지금 분위기에 딱 어울리겠네.
페데리코.
말했잖아…… 네 멜로디는 너무 규칙적이고 너무 반듯해. 논리적인 멜로디만으로는 전율하는 감동을 줄 수 없어. 따뜻함도 없고 열정도 없지……
가끔 나도 궁금할 때가 있어.
페데리코, 넌 대체 언제 깨닫게 될까…… 자신이 무엇을 위해 추구하고 있는 지 말이야.
……
(……첼로 소리?)
(아니, 단순한 첼로 소리가 아니라 오리지늄 아츠도 포함돼 있어.)
(이 오리지늄 아츠, 이 멜로디, 설마……)
……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군.)
(……위쪽인가?)
오늘 이건 무슨 곡이지? 너무 듣기 좋네.
여기서 매일 저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까?
어! 다, 당신은……
공증소 집행자 페데리코입니다. 제 질문에 대답해주세요.
공증소? 그게 뭐지…… 아, 아, 당신이 라테라노에서 온 손님이구나?
이 음악은, 음, 요즘 가끔 들린다고 해야 하나? 나도 확실치는 않아.
맞다! 성당 근처에서 누가 연주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
성당은 어디에 있습니까?
꼭대기 층이야. 바깥쪽 계단으로 올라가면…… 어, 이, 이봐?!
벌써 가버렸네…… 별 이상한 사람이 다 있군.
보스, 어서 와.
그래, 출발 준비는 어때?
거의 다 됐어. 다들 챙길 물건도 별로 없어서…… 많이 가져갈 수도 없지만.
그런데 답사하러 간 사람들이 아직 소식이 없어…… 내일 아침까지 시간을 맞출 수는 있으려나.
좀 더 기다려 보자.
스테파노한테는 떠난다고 얘길 했어…… 말리진 않을 거야. 그러니까 서두를 필요 없어. 밤이 되어도 소식이 없으면 내가 직접 부대를 데리고 찾아볼게.
알았어, 그럼 난 사람들에게 전할게.
참, 보스! 한 가지 더……
뭔데?
하이먼도 아직 안 돌아왔어…… 이 근처를 다 뒤져봤는데, 어디에도 없어.
……라이문트도 아직 안 돌아왔나?
응.
그렇군. 그건 내게 맡겨라.
그래.
그런데 만약 하이먼이 계속 나타나지 않는다면…… 계속 기다릴 거야?
……
늦어도 내일 아침까지다. 조회가 끝나도 돌아오지 않으면, 너와 라이문트는 계획대로 사람들을 데리고 출발 해.
그럼, 보스는……
나는 남는다. 죽었든 살아있든 반드시 찾아내야지.
걱정 마, 나는 아무도 버리지 않아.
……우리는 보스의 그런 점이 걱정이야.
*흐릿한 발음*, 자꾸 너무 많은 짐을 떠안으려 하지 마.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마.
너희가 나를 보스라고 부르는 이상, 내겐 너희를 데리고 살길을 찾아야 할 책임이 있어.
내가 볼 때는 자신을 막다른 길로 몰아넣는 것 같은데.
하하하, 내가 알아서 할게.
됐어, 그런 표정 짓지 마. 가서 빨리 준비해.
교대할 시간이야.
우왓……!
깜짝이야…… 세르필리아, 너구나.
내가 아니면 누구겠어? 페데리코 녀석이 이런 일을 할 리가 없잖아?
방 안에 있는 아가씨 상태는 어때…… 안 좋아?
많이 안 좋아. 한마디도 안 하는 거 보니, 충격이 상당히 큰가 봐.
내가 현장을 보고 왔는데, 너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지도 않아?
그건…… 대충 짐작이 가니까.
총의 위력을 우리는 잘 알잖아. 저 정도 출혈이면…… 이미 늦었겠지?
……
그 표정은, 내가 맞췄다는 거네?
저 아가씨한테는 말했어?
뭘? 아, 다친 사람은 이미 죽었다고? 당연히 안 했지.
아직은 정서가 불안정해서, 사실을 말하면 오히려 문제가 될지도 몰라……
그래서 뭐라고 했는데? 별일 없을 거라고 속이면서 대충 둘러댔지?
말도 참 거북스럽게 하네…… 뭐, 딱히 반박할 건 없지만.
세르필리아, 너 왠지 기분이 안 좋아 보인다? 무슨 일이 있어?
……너랑 상관없지만, 난 기분이 아주 좋아.
그렇구나. 네가 그렇게 말하면 그런 걸로 치고.
그럼 세르필리아, 여긴 맡길게.
흥, 하나같이 믿을 놈이 없다니까.
……
(총기 오발 사고라……)
(하아, 세상에.)
(내가 걔를 도와주지만 않았어도……)
……!
무슨 일이야, 짧게 말해.
……잠깐, 무슨 말이야? 살카즈가 외곽 지대에 나타났고, 게다가 너희들의 봉쇄를 돌파하려 한다고?
몇 명밖에 없어? 답사하러 온 것 같다고?
그래, 알았어. 아, 오렌 말이지?
……
아니, 오렌은 걱정하지 마. 내가 연락할게.
잘 들어, 이제부터……
……와, 진짜…… 빨리도 도망치네!
후우……
……
역시 놓쳤나……
(옛날 같으면 이 정도는 금방 해치웠을 텐데.)
(……)
(이럴 때면…… 역시나 조금은 화를 내게 돼버리네.)
저쪽인가……!
아직 한탄할 때가 아니야.
(소리가 점점 더 선명해지고,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
(음? 오리지늄 아츠의 강도가 약해졌는데? 아츠 사용을 포기한 건가, 아니면…… 어?)
누굽니까?
페데리코 씨? 당신이 어째서……?
당신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네? 뭐라고요……?
혹시 길을 잃었나요? 괜찮다면 제가……
말하지 마십시오.
어?! 으으으읍!!
바…… 방금 그건 뭔가요? 그 괴물은……
저도 모릅니다.
아래쪽으로 도망갔네요! 큰일이에요…… 저쪽은 제럴드네가 사는 곳인데!
……
움직이지 마세요.
?!
누가 이쪽으로 오고 있어요.
……이쪽에서 총소리가 들려서 혹시나 해서 와 봤는데.
추기경 보좌관 르무엔, 세르필리아의 보고에 따르면 당신에게는 외출 의사가 없다고 했습니다만.
세르필리아를 탓하지 마, 나도 원래는 그러려고 했어.
다만 예기치 못한 일이 좀 생겨서……
담소는 나중에 나누고. 페데리코, 너 혼자야? 다른 사람들은?
지금은 저 혼자입니다.
그럼 간단하게 말할게. 난 지금 갑자기 나타난 한…… '손님'을 쫓고 있어.
페데리코, 너의 시간을 빼앗고 싶진 않아……
그러니까, 말해 봐.
나의 그 '손님'이 어느 방향으로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