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2생명의 운하
제럴드는 오랜 친구와 작별을 고했다. 수도원에는 포교의 종소리가 울렸고, 동시에 불길한 총소리도 터져 나왔다.
등장 오퍼레이터: 이그제큐터 디 엑스 포에데레, 스푸리아
……
제럴드, 설마 저랑 같이 종을 치러 가시려는 건가요?
왜, 이상한가?
이상하죠. 저번에 대신 종을 쳐달라고 부탁했을 땐, 싫다면서 결국 라이문트한테 시켰잖아요.
그러고 보니 그런 일도 있었군.
제 기억으로는 분명 종소리를 싫어하셨을 겁니다.
세월이 이렇게 많이 흘렀는데, 싫고 말고 할 것도 없지.
세월이 이렇게 많이 흘렀는데도 당신은 여전히 적응을 못 하셨어요.
미안하군, 종소리에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클레망, 에일린을 기억하나?
에일린이라……
잊을 리가 없잖아요. 그때 당신과 에일린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저는 이미 강도들에게 잡혀 어느 산골짜기에 버려졌을지도 몰라요.
하하, 사실 구하려 한 건 그 녀석이야. 나는 뭐, 괜한 참견을 싫어하니까.
제 면전에 대고 그런 말을 하는 겁니까……
허허, 미안해, 미안.
……
어젯밤에 밖에서 야영했는데, 수확이 많지 않아서 정리하는 게 좀 쉬웠어.
라이문트가 사냥감의 피를 빼고 나는 모닥불을 피웠는데, 불씨가 피어오르는 걸 보고 있으니 갑자기 에일린 생각이 나더군.
제럴드……
사실 에일린을 떠올린 것도 오랜만이었어.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이제는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더군.
우리 중에서도 에일린은 좀 괴짜에 가까웠어. 그때 에일린은 수도원의 꽃을 보며 종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된다고 했지.
……지금은 꽃이 많이 줄었지만요.
그러게, 아쉽네.
에일린은 여기 종소리를 정말 좋아했어. 죽기 직전까지도 종소리를 기다렸다가 눈을 감았으니.
그래서 당신은 종소리를 싫어하나 보군요.
……어쩌면 두려워서 그러는 걸 수도 있어. 나쁜 소식을 가져올까 봐.
……그때 만약 충분한 약이 있었더라면, 에일린의 상처는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고, 그런 식으로……
만약이란 건 없어.
……부디, 에일린에게 구원이 있기를.
그래, 부디 그랬으면.
……
제럴드, 정말 떠나실 겁니까?
이미 결정했어.
이렇게 갑작스러울 줄은……
너에게는 미리 말했어야 했는데, 말을 꺼낼 기회가 없었군.
라이문트, 포르투나, 그 아이들은 한동안 힘들어하겠네요. 사이가 그렇게 좋은데, 이번 일 때문에……
라이문트는 아직 젊어. 걔가 이곳에 왔을 때는 너무 어려서 옛날 일은 기억하지 못해. 심지어 살카즈로 산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도 아직 이해하지 못하지.
뭐, 언젠가는 이해하고, 익숙해지겠지만.
어쩌면 이게 살카즈의 숙명일지도 몰라.
숙명이라, 그다지 좋은 표현은 아니네요.
그래, 맞아. 하지만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는 않는군.
……됐어, 슬슬 에일린을 보러 가야겠네.
여기부터는 길이 다르니, 이쯤에서 헤어지는 게 좋겠어.
……잠시만요, 제럴드!
다, 당신이랑 좀 더 걸을게요. 조금 돌아가면 될 뿐이니까요!
그러고 보니 지금이 마침 개화기라 함께 꽃을 좀 꺾어서 에일린에게 선물해도 되겠네요……!
저도, 당신들과 함께……
안 돼, 클레망.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그렇지만……!
너는 이쪽으로 가면 안 돼, 저기 계단으로 올라가야지. 위로 올라가면 분명 풍경이 아름다울 거야.
……당신들에게도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볼 날이 올까요?
……
빨리 가서 종이나 쳐, 클레망, 꾸물거리지 말고. 네가 갈 방향은 그쪽이야.
잘 지내, 형제여.
너 대체 무슨 말 하는 거야? 피나, 이건 르무엔 씨랑 상관없어!
거짓말쟁이! 그 라테라노인 말고 여기에 네 수호총을 수리해 줄 사람이 어디 또 있어?!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내가 거짓말을 하는 건지 네가 모를 리 없잖아? 피나, 너 지금 내 감정을 몰라서 그래?
나야말로 너를 이해하고 싶어. 그런데 포르, 난 이제 점점 너를 모르겠어!
광륜이 내게 말해주고 있어. 너는 진지하다고, 나만큼 괴로워하고 있다고.
그런데 그게 사실이라면, 넌 어떻게 허브 피첼레나 만들 기분이 있고, 아무 거리낌 없이 저 라테라노인들과 어울릴 수 있는 건데?
포르, 나 정말 이해가 안 돼……
피나……
그건…… 모두가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기 때문이야.
그게 무슨 뜻이야?
사실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어, 그렇지? 스테파노 할아버지도, 아무도 말해주진 않았지만, 사실 난 다 알고 있어.
라테라노는 분명 우리에게 돌아오라고 할 거야. 전에 사람들이 하는 말을 몰래 들은 적이 있어…… 우리 수도원은 사실 굉장히 대단한 건물이라서, 라테라노는 분명 우리가 돌아오길 바란다고.
제럴드 아저씨네가 어쩌면…… 어쩌면 우리와 함께 돌아갈 수 없겠지만……
그래도 난 좀 더 노력해보고 싶어! 라테라노 사람들이 제럴드 아저씨가 아주 좋은 사람이란 걸 알게 되면, 어쩌면……
어쩌면 뭐? 어쩌면 우리 모두 라테라노에 돌아가게 허락할 거라고?
이제야 알았어…… 이게 바로 네가 늘 르무엔이랑 얘기하고 싶어 했던 이유야? 네가 모두를 대신해 걔네들을 설득하려고?
그래서 빌기라도 했어? 라이문트네를 데려가고 싶다면 우리가 고개를 숙여야 한다고 생각했어?
피나……
그래서, 네가 그 사람들을 설득했어?
그게…… 아직 노력 중이야……
분명 실패할 거야.
그건 너의 일방적인 바람일 뿐이야, 포르.
너랑 나, 그리고 라이문트의 어디가 달라? 그리고 캐롤린이랑은 다를 게 뭐가 있는데?
……라이문트는 나보다 일을 훨씬 더 잘하고, 캐롤린 언니는 나보다 더 똑똑해.
거 봐, 너도 잘 알잖아.
저 녀석들은 사람을 차별하는 거야. 우리가 동포라는 걸 인정하면서도, 우리의 진정한 동포는 폄하하고 있다고.
난 이런 걸 참을 수 없어. 그럴 바에야 차라리 라테라노에 안 가고 말지.
……
하지만…… 피나, 우린 이미 약속했잖아. 이 황야를 벗어나 라테라노에 가기로.
이 황야를 벗어나…… 굶주리지 않고, 추위에 떨지 않으며, 어딜 가도 예쁜 꽃을 볼 수 있는 그런 생활을 하자고 약속했잖아……
……포르, 그건 다 어릴 적의 환상이야.
넌 그게 환상이라고 생각해?
난 그저 너처럼 낙관적이지 않을 뿐이야. 라테라노 사람들이 나타난 이후로 수도원의 분위기는 점점 이상해졌어.
그래, 우리의 삶이 매우 고달픈 건 사실이야. 하지만 난 이런 삶이 한 번도 싫었던 적이 없어!
나도 스테파노 할아버지의 포교를 듣기 좋아하고, 제럴드 아저씨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가 좋아.
가끔 배고플 때면 캐롤린이 몰래 육포를 나눠주고, 니나 아줌마가 라이문트에게 채소죽을 한 국자 더 떠주면 우리 함께 나눠 먹고……
나는 이렇게 지내는 게 나쁘진 않아……
피나……
하지만 지금은?
다들 라테라노가 좋다고 하지만, 내가 본 건 그 녀석들이 우리 삶을 더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것밖에 없어!
하지만 피나, 그렇다고 그걸 전부 르무엔 씨 탓으로 돌리면 안 돼! 그건 그저 화풀이잖아!
화풀이? 하긴, 그럴 수도 있겠네.
그런데 포르, 너는 다들 뒤에서 뭐라고 하는지 알아? 너는 요즘 왜 제럴드 아저씨가 자주 안 오는지 알고는 있어?
네가 르무엔에게 음식을 나르고 있을 때, 네가 그 빌어먹을 허브 피첼레를 만들고 있을 때, 너는 케롤린네가…… 뭘 먹고 있는지 알기나 하냐고?
너는, 아무것도 몰라.
뭐라고……? 잠깐, 피나, 그게 무슨 소리야?
캐롤린 언니한테 무슨 일이 있는데? 난 몰랐어……
그래, 넌 아무것도 모르겠지.
내 잘못이야…… 네 탓이 아니지. 직접 보지 않았더라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나빠졌을 줄은 나도 몰랐으니까.
포르, 우리의 광륜이 지금 내 기분을 조금이라도 네게 느끼게 해준다면……
네 수호총을 나에게 줘.
피나? 뭘 하려는 거야?
그거 이리 줘.
우린 그런 물건에 대고 기도할 필요 없어.
빨리 줘!
안 돼, 피나, 너 지금…… 이건 너무 위험해! 너, 너에게 줄 수 없어!
왜 못 주는데? 전에 우리 같이 쓰자고 네가 그랬잖아?
그런 말을 하긴 했지만, 그거랑 이건 별개야!
네가 나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지만, 그 말은 오히려 내가 할 말이야…… 너 대체 왜 그래? 정신 차려, 피나!
난 아주 멀쩡해!
나는 지금처럼 멀쩡했던 적이 없어. 무슨 기도니, 산크타 특유의 연결이니, 이젠 지긋지긋해!
이런 특별함 따윈 필요 없어! 난 그저……
안 돼……!
피나, 이러지 마……!
으윽……!!
……어?
……피나?
……어……아, 아아……
난 그저…… 모두, 계속 함께 하길……
피나? 너 왜 그래, 거짓말이지……
피나!!
휴, 드디어 찾았다.
어때? 일은 잘되고 있어?
세르필리아, 개별 행동을 할 거면 사전에 알려주십시오.
너무 딱딱하게 굴지 마. 나도 빨리 임무를 끝내기 위해서 그런 거니까.
맞다, 좋은 소식이 있는데 내가 르무엔을 찾았어. 바로 이 수도원 안에 있어.
나쁜 소식도 하나 있는데…… 르무엔은 우리와 합류할 생각이 없대.
……
르무엔은 자기만의 생각이 있나 봐.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아……
야, 나한테 인상 쓰지 마. 아니면 네가 가서 붙잡아 오든가.
알겠습니다.
어? 알았다니…… 잠깐, 너 지금 농담하는 거지?
아닙니다.
……
세르필리아, 너에게 공증소 내부의 팁을 하나 알려 줄게.
뭔데?
페데리코는 농담할 줄 몰라, 쟤한테 그런 기능은 없어.
……
제가 직접 만나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왜? 설마 내가 거짓말을 했을까 봐?
당신의 말이 꼭 진실이라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야, 페데리코.
이제야 알겠어…… 네가 교황청에서 왜 그렇게 많은 여자들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는지.
?
됐고, 너희 쪽은 어때…… 여기 사람이랑 얘기해 봤어?
리켈레 씨……?
이분도 일행인가요?
아, 그래. 우린 다 동료야.
……젊은 산크타, 아직 더 물을 게 남았나?
여기는 아무것도 없어. 모든 게 없어졌지…… 딱히 할 말도 없고, 너희들도 오지 말았어야 했어……
니나 아주머니! 무슨 소리예요, 우리가 먼저 라테라노에 연락한 건데…… 애당초 아주머니도 반대하지 않았잖아요?
반대…… 내가 반대하지 않았다고? 하아, 라테라노를 믿지 말라고 스테파노한테 말했어야 했는데.
아아, 그래, 줄리안, 저 사람들을 얼른 쫓아내! 라테라노 사람은 여기 있으면 안 돼. 우리도 라테라노가 필요 없어! 당장 쫓아내!
윽……
니나 아주머니! 진정하세요!
대체 왜 그러세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손님들을 접대한다고 했잖아요?
나…… 나는……
아무래도 우리는 방해가 된 것 같은데…… 뭐라도 도와줄 게 있을까?
죄, 죄송해요! 니나 아주머니가 조금 흥분했나 봐요…… 어, 도움은 필요 없어요. 아주머니가 좀 쉬도록 제가 모셔다드릴 테니, 나중에 다시 얘기하죠!
아, 그래! 아주머니, 푹 쉬세요!
음……
뭔가 좀 이상한데.
이쪽 일도 잘 안 풀리나 봐?
어떻게 된 거야?
전에는 멀쩡했는데, 왜 갑자기 그러는지 모르겠어……
페데리코, 여기 주민 얘기를 듣고 싶다고 한 건 너잖아. 뭐 알아낸 거라도 있어?
저 여자분은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정합니다. 대화 중에 생각을 바꾸는 건 드문 일이 아니지만, 전에 한 말을 완전히 잊어버렸고, 태도가 급변한 게 그리 흔한 일은 아니죠.
그 말은?
……짚이는 게 있긴 합니다만.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추측이고, 그 가능성이 논할 만한 수준으로 높아지기 전까지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럼 하지 마.
여기 주민들의 정신 착란 말고도, 뭔가 다른 수확이 있겠지?
자, 신사분들, 슬슬 정보를 교환해볼까.
즉…… 그 주교가 단지 여기 사는 살카즈들 때문에 우리한테 불필요한 일을 그렇게 많이 늘려줬다는 거야?
라테라노로 귀환하는 걸 받아들이겠다고 했잖아? 그런데도 살카즈를 위해 기꺼이 여기 사람들을 굶주림과 추위로 내몰겠다고? 살카즈를 위해 라테라노 특사마저 가뒀다는 거야?
네.
……진심이야? 반역자 안도아인이 이제 막 떠났는데, 지금은 또 박애주의 주교님이 오신 거야?
네.
(휘파람 소리), 아주 멋지네.
뭐, 나도 그 원한 따윈 별로 신경 쓰지 않지만, 이 주교는 어디 머리가 잘못된 거 같은데?
그러니까 그 르무엔마저도 받아들이지 못하지…… 살카즈들이 런디니움에서 한바탕 소동을 일으켰고, 몇몇 빅토리아 대공작들도 지금 치를 떨고 있는데 말이야.
이런 시기에 만일 살카즈와 엮였다는 일이 외부에 알려지기라도 하면, 교황님의 만국 연합 계획은 아마 수포가 될 거야.
듣고 보니 꽤 심각한 것 같네.
페데리코, 르무엔과 오렌이 맡은 임무는 이곳에 대한 원조와 이 수도원을 라테라노로 반환하는 거 맞지?
네, 맞습니다.
판단은 아주 합리적이야. 어쨌든 요새로 사용해도 되고, 배경도 특별해서 여러모로 쓸모가 많겠지.
특히 우리가 이베리아와의 관계를 다시 회복하고 싶은 지금 시기엔 말이야.
적어도 지금으로선 여기서 일을 크게 벌일 필요까진 없어.
아, 맞다. 페데리코, 너 방금 그 사람이 살카즈라고 하지 않았어?
네.
뭐 하는 사람이야?
용병입니다.
너희 둘의 대화는 어쩜 “저녁에 뭐 먹을래?” 하면 “밥이요.” 하는 것처럼 그렇게 단조롭냐?
페데리코, 너에게 한마디라도 더 하게 하려면 돈이라도 내야 하는 거야? 그럼 가격 좀 불러 봐, 돌아가서 교황님께 청구하게.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페데리코는 내버려 둬. 아, 맞다, 르무엔은 별일 없다면…… 오렌은?
그 녀석은 진작에 도망쳤어. 르무엔도 어디 갔는지 모르더라.
걱정 마, 오렌은 자기 목숨 지키는 데 선수니까. 내가 볼 땐…… 지금쯤 어딘가에서 뭔가를 꾸미고 있을걸.
음? 흠……
어?
……종소리? 어디서 나는 거지?
이건 포교가 곧 시작된다고 알리는 종소리입니다.
우리도 참가해야 하나? 포교할 땐 수도원에 아무도 없을 텐데. 그 틈에 오렌을 찾으러……
아니요, 저는 포교에 참여할 생각입니다.
우와, 의외네.
저는 수도원의 전체 상황을 파악해야 합니다. 그래야 여기 시스템만으로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한지, 아니면 외부의 개입이 필요한지 판단할 수 있으니까요.
많은 주민이 모이는 포교라면 관찰하기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
아……
그것도 그렇긴 하지만, 음, 나는 네가 좀 더 명확한 문제를 우선 처리할 줄 알았는데. 이를테면 오렌이라든가…… 너 설마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는 건 아니지, 페데리코?
……지나친 걱정이군요.
저는 제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제 직무를 수행할 뿐입니다.
어? 종소리?
이상하네…… 오늘은 포교하는 날이 아닌데 왜 종이 울렸지……
아, 클레망! 마침 잘 왔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종은 주교님의 분부대로 울린 겁니다. 오늘 임시로 포교하길 결정하셨습니다.
여러분, 서둘러 예배당으로 가주십시오.
그게…… 물론 가긴 가야겠지만, 아직 일이 남았는데……
그런데 왜 갑자기 포교를 하지? 라테라노에서 온 사람들과 관련이 있는 거야? 그 사람들 설마…… 어, 우리를 방해하러 온 거 아니야?
왜 그런 걸 묻습니까……?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알려 줘…… 에휴, 설마 제럴드네 때문에 우리가 라테라노에 가는 걸 반대하는 건 아니겠지?
……누가 그런 말을 했습니까?
다들 그냥 추측한 거야. 산크타는 원래 살카즈랑 사이 안 좋으니까. 그 이유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지금쯤 이미 라테라노에 도착했을걸……
……
하아, 지금 와서 이런 말을 해봤자 의미 없지만, 주교님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지 모르니까……
클레망, 방금 한 말은 못 들은 걸로 해줘. 다들 누구를 탓한 건 아니고, 누구도 탓할 수 없어. 단지…… 날씨가 추워졌으니 이번 겨울도 힘들겠다 싶어서 그래.
네, 이해합니다……
만약 정말로 라테라노에 갈 수 있다면…… 거, 거기서 일거리를 찾을 수 있고 숙식도 해결할 수 있겠지?
라테라노 근처에 숲이라도 있으면 좋겠네. 장작을 주워다 불을 피울 수만 있다면 아이들도 겨울을 좀 더 따뜻하게 날 수 있으니까.
네, 맞습니다. 적어도 아이들이 따뜻할 수 있다면……
하지만 우리가 라테라노에 간다 하더라도, 정말 이상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요……?
그래야지…… 아니면 우리 어디 갈 곳이 있어?
클레망, 너도 너무 걱정하지 마…… 신이 우리를 지켜줄 거니까.
……
뭐야…… 이번엔 또 무슨 소리야……?
(이 소리는……)
(총소리?)
……
클레망이 종을 울렸나……
이제…… 나는 마지막 준비를……
누군가?
포르투나, 너냐?
넌 항상 제시간에 오는구나…… 다른 사람은 아직 안 왔어. 일단 앉거라.
나는 아직 준비할 게 좀 있어서……
포르투나?!
너 왜 그래……
……스테파노…… 할아버지……
도와주세요……
피투성이가 된 소녀가 놀란 노인에게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었다.
희뿌연 빛이 드디어 포르투나의 얼굴을 환하게 비추자, 소녀의 얼굴엔 핏자국이 드러났고, 통통한 이마에는 검은 뿔이 삐져나온 게 보였다.
소녀의 눈앞엔 총을 들고 있는 성도상이 빛을 받고 있었지만, 소녀의 몸 뒤에는 지울 수 없는 피가 한줄기의 길이 되어 남아 있었다.
예배당 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산크타의 피는 바닥에 튕기면서 묵직한 소리를 냈고, 듣는 이의 고막을 뒤흔들고 꿈에서 깨어나게 하였다.
그리고 기도용 수호총이 마침내 그것을 움켜쥔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졌다.
피나, 피나가……
……으윽……
괜찮아, 아이야, 울지 말고. 델피나가 왜?
피나가 다쳤어요……!
저, 저 때문에…… 스테파노 할아버지, 피나를 구해 주세요!
주교님! 괜찮으시죠? 도대체 무슨 일이……
……포르투나? 어떻게 된 일이에요…… 몸에…… 피가……?
포르투나……
무슨 일이 생긴 거 아니야……?!
어, 저건……
잠깐만, 설마……
……이거 보통 일이 아닌데.
당신들이었습니까……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포르투나, 왜 포르투나의 이마에 거, 검은 뿔이?
……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집행자가 예배당에 들어왔다.
타천사는 여전히 흐느끼고 있었지만, 스테파노는 고개를 들어 다가오는 사람을 쳐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광륜 반응에 흐트러짐이 보이고 이마에 뿔이 자랐습니다. 이건 명확한 타락의 특징입니다.
이 아이는 계율을 위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