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2생명의 운하
라테라노 소대와 주교의 대화는 일단락 됐지만, 수도원 내부의 여러 갈등은 일촉즉발의 상태에 놓이게 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르무엔, 이그제큐터 디 엑스 포에데레, 스푸리아
아주 아주 먼 곳에 작은 마을이 하나 있었는데, 그곳 주민들은 매우 행복하게 살고 있었답니다.
일부 사람들은 모두를 위해 비바람을 막을 수 있는 집을 짓고 밭을 개척하기 시작했어요.
다른 사람들은 밖에 나가 사냥하고 광석을 찾았으며, 마을을 차지하려고 하는 악당들을 물리치기도 했죠.
마을 사람들은 서로 허물없이 잘 지냈어요. 비록 마을은 작았지만, 다들 이 마을을 자기 고향으로 여겼어요.
하지만 좋은 시절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답니다. 농작물은 갈수록 줄어들었고 사냥도 점점 어려워졌어요. 다들 음식을 먹지 못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기 시작했어요.
게다가 날씨도 점점 추워지고 난방에 사용할 연료마저 떨어졌어요……
이걸 어떡하면 좋을까요!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어요. “이건 분명 주께서 우리에게 주신 시련입니다. 다 같이 기도하며 용서를 빌어야 합니다!”
바로 이때, 마음씨 좋은 사람들이 마을에 찾아왔어요. 마을의 상황을 알게 된 그들은 마을을 이끄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했답니다……
“가시죠, 우리 도시에 와서 함께 살아요.”
“다만, 당신들 중에서 우리와 좀 더 비슷하게 생긴 일부 사람만 데려갈 수 있어요.”
“오세요, 와서 더 좋은 삶을 살아요. 당신들 중 일부만 버리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어요……”
아르투리아 누나, 그만 해!
왜? 이 이야기가 싫어?
응, 싫어! 배고픈 건 너무 힘들어……!
응, 너무 괴로워. 그리고, 사람들을 버리는 것도……
하긴, 그게 '올바른' 집단주의 관념이 맞지. 어쩌면 영웅주의가 있고…… 심지어 낭만주의 색채가 있을지도 몰라.
낭만적인 이야기는 분명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만, 낭만이나 오만은 때론 사람의 마음을, 그리고 우리 자신을 현혹하기도 해.
으, 너무 어려워. 잘 모르겠어……
아르투리아 누나가 또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어!
어머 어머, 미안. 이 누나가 잘못했어요.
그럼 다른 이야기 들려줄게. 뭐 듣고 싶어?
음…… 영웅 이야기!
너희들은 영웅이 되고 싶구나?
응! 엄마처럼 대단한 영웅이 되고 싶어!
오, 멋진데. 너의 어머니는 아주 대단한 분이시구나!
……
얘들아, 잠시만 기다려 봐.
아무래도 내가 올 때가 아니었나 보군. 방해가 됐나, 아르투리아?
알고 있으면서, 아울루스 씨.
미안하네, 불쾌하게 할 생각은 없었어. 그냥 작별 인사를 하러 왔을 뿐이야.
예정에 없던 여행 동료가 한 명 늘어서 가능한 한 빨리 출발하려고. 동포를 고향까지 바래다줘야 하니까.
그 가여운 사람을 위해 기도라도 할까?
여기서 너랑 싸울 생각은 없어……
……특히 아이들 앞에서는.
다만, 생명과 관련된 그 어떤 결심도 '가엾다'라고 형용할 수는 없어.
결심…… 말이구나.
우리 자신에 대한 결심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완벽하지는 않아. 일이 실제로 일어나기 전에는 아무도 단언할 수 없으니까.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그 일을 하고 있지.
그럼, 마음에도 없는 행동을 했다고 탓해야 하나? 하지만, 우리가 결심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과연 자신을 설득하기 위한 거짓말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럴 때, 우리의 진정한 감정과 의도는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을까……
또한, 사람들의 생각이나 감정, 행동이 진정으로 통일되는 날은 도대체 언제 올까?
이게 바로 당신이 품고 있는 의문이 아니야?
……
오늘은 다양한 일이 일어나는 하루가 될 것 같네. 밖이 매우 소란스러운데, 아무래도 내가 아는 손님이 찾아온 것 같아.
아울루스 씨, 내가 만약 당신이라면, 지금 같은 때에 황급히 떠나려고 하진 않을 거야.
오래 기다렸지?
누나, 왜 이렇게 늦었어!
너무 늦어……
미안해. 사죄의 의미로 내가 아주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줄께, 어때?
영웅이 악당을 때려잡는 이야기, 듣고 싶지 않니?
듣고 싶어!
알았어, 그럼 집중해서 들어야 돼.
옛날 옛적에 어느 성안에 무뚝뚝하고 말주변은 없지만, 싸움을 엄청 잘 하는 한 소년이 살고 있었어……
사냥꾼이라는 신분이 마음에 안 든다면 다른 걸로 바꿔 주지.
나는 그저 나이를 조금 먹었을 뿐인 평범한 살카즈다.
그게 다가 아닐 겁니다.
당신은 등 쪽에 무기를 휴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을 의도적으로 숨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건 용병의 습관이죠.
……단순한 호신용이야.
너희들도 아까 봤겠지만, 강도들이 자주 찾아와 소란을 피우지. 이곳이 늘 평화롭지만 않아.
당신은 용병의 습관에 대해 아직 해명하지 않았습니다만.
……
네가 지금 보고 있는 이 두 손은 무기를 잡은 시간보다 농기구를 잡은 시간이 더 많아.
나는 사냥을 생업으로 하지만, 경작도 자주 해. 필요할 땐 광부도 하고.
이 두 손은 네가 경계할 가치가 없어. 나는 단지 생활고에 시달린 평범한 사람일 뿐이지.
페데리코, 우리가 받은 임무를 최우선으로 해.
지금은 가능성을 따질 때가 아닌 것 같은데.
……
……합리적인 판단입니다.
그럼, 이제 상황을 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주교님.
스테파노, 미안해. 아무래도 내가 폐를 끼친 것 같군.
……괜찮네. 사과할 것까진 없어, 제럴드.
두 사람도 봤다시피……
10여 년 전, 제럴드가 작은 살카즈 무리를 데리고 수도원 근처까지 왔네. 보급은 이미 바닥났고 황야에서 길을 잃은 상태였지.
수도원을 발견한 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은 우리와 접촉하는 거였지……
당신들은 그들을 쫓아내지 않았고, 그들도 이곳에 정착하게 됐군요.
갈 곳 없는 사람들을 쫓아내는 게, 사지로 내모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겠나?
음, 그건 그렇죠……
처음부터 모든 사람이 이런 이웃을 받아들인 건 아니었네.
……
하지만 근거 없는 원한이나 증오는 생존 앞에서 그저 하찮은 것에 불과하지……
우리는 그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했고, 그들은 우리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를 도와줬네.
부족한 식량, 강도의 위협, 그리고 서서히 고갈되는 에너지……
그들은 우리를 의지하고, 우리는 그들을 의지했어.
그럼에도 당신들은 전달자를 파견해 라테라노와 연락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니까……
라테라노는 우리에게 도움을 준다 했고, 우리가 라테라노 본토에 돌아가는 것도 흔쾌히 수락했네.
그러나, 최대한 양보할 수 있다고 장담하던 르무엔 특사마저도…… 절대적으로 양보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조건을 내걸었지……
“낙원은 살카즈를 받지 않는다.”라고.
어째서인가?!
단지 그 종족 때문에? 단지 그들이 살카즈라서?!
그들과 우리는 무슨 차이가 있나? 그들처럼 싸움을 잘하는 형제자매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남기조차 힘들었을 걸세!
우리가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동안, 라테라노는 어디서 또 뭘 하고 있었나?!
여기서, 다시 한번 간청하겠네……! 두 사람에게……!
지혜로우신 교황님이시여, 우리의 신앙이시여, 부디 내 소원을 들어주시옵소서……
수척한 노인이 두 팔을 들어 올렸다.
마치 신앙을 받들어 올리듯이 팔을 뻗었지만,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곧 떨어질 것만 같았다.
산크타의 신앙은 실체가 없는 환영과도 같은 것이다.
힘없이 머리 위의 광륜을 잡았던 두 손은 서서히 미끄러져 자신의 얼굴을 가려버렸다.
르무엔의 말이 틀린 게 아닙니다. 라테라노에는 살카즈가 존재할 수 없습니다.
……
살카즈가 라테라노에 발을 들이는 것도 허용되지 않죠.
야, 페데리코. 너무 직설적이잖아.
이건 사실입니다.
됐어, 스테파노.
전에도 말했지, 그 조건대로 해도 상관없어.
당신들은 라테라노에 가고 우리는 다른 곳을 찾으면 돼. 그 르무엔이라는 특사도 우리에 대한 원조를 약속했어. 그저 명목상 우리는…… 분할될 수밖에 없을 뿐이야.
……뭐, 이미 정해진 일이기도 하고. 그쪽에서 이런 조건을 제시한 것만으로도 이미 예상 밖이야. 이 정도면 충분해.
아니, 그래서는 안 되네! 이대로 충분할 리가 없잖나!
자네는 정말 모르겠나? 그 터무니없는 명목상의 분할이야말로 내가 가장 당황스러운 이유일세!
……
미안하군, 스테파노.
우린, 포기했어.
뭐라……?
……자네 뜻은……
내 말은, 당신이 우리 때문에 자신을 이 지경까지 몰아붙인다면, 정말 그럴 필요가 없다는 뜻이야.
이제 자신을 용서해 주는 게 어때.
나도 모두의 의견을 물어봤어. 우리는…… 여길 떠나기로 했어.
그게 무슨 소리인가……?
……
이렇게 하면 문제없겠지? 집행자 나리.
우리는 여기를 떠난다. 다만, 기댈 데 없는 몇몇 난민들은 제발 봐줬으면 좋겠어. 가능한가?
공증소는 무고한 평민을 공격 대상으로 삼진 않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
페데리코, 진심이야?
저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음…… 뭐라고 해야 하지…… 하아, 됐다. 네가 리더인데, 네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나도 불만은 없어.
더 이상 라테라노의 성당에 살카즈가 나타날 일은 없어. 이 점은 내가 보증하지.
그 행위는 어떠한 죄명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런가?
음, 뭐랄까, 그건 불문율에 가까운 거니까요.
스테파노 토레그로사 주교님, 당신의 진술에 따라 저는 계속해서 오렌 아르지올라스의 행방을 추적할 겁니다.
또한, 당신은 라테라노 측이 제시한 조건을 수락했고, 수도원 내 살카즈를 제외한 주민들의 추후 라테라노로 이송을 동의한 것으로 봐도 되겠습니까?
계속 침묵할 생각이시라면 묵인 및 동의 한 것으로 간주하겠습니다.
……
스테파노.
……시간을……
네?
조금만 시간을 더 주지 않겠나……
마지막으로 포교를 한 번 더 하고, 마지막 밤을 보내고 싶네.
마지막으로…… 여기서 보낼 수 있게 시간을 더 주게나.
내일 조회가 끝나면 답변을 주지.
페데리코, 어때?
좋습니다.
그럼 지금 당장 추기경 보좌관 르무엔을 만나볼 수 있을까요?
르무엔 특사는 우리 손님이야. 언제든지 만날 수 있지.
알겠습니다.
그럼 두 분, 저희는 이만…… 야, 기다려, 페데리코. 인사는 하고 가야지……!
……
내게 아직도 용병의 습관이 남아 있었나?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아직 고쳐지지 않은 버릇이 있나 보군.
제럴드, 정말로 그렇게 결정했는가?
당연하지. 내가 이런 걸로 농담하는 스타일이 아닌 걸 알잖아.
……우린 모두 사는 게 힘들어.
그건 결코 거짓이 아니야.
아무도 없어요? 겨울옷을 가져왔어요!
어, 이상하다. 오늘 어째서 어디에도 사람이 안 보이지……
피나? 너 여기 멍하니 서서 뭐 해?
아, 캐롤린! 마침 잘 왔다!
내가 겨울용 두꺼운 옷을 좀 가져왔어. 그런데 오늘 무슨 일이 있나? 계속 돌아다녔는데 아무도 안 보여…… 다들 뭐 하러 갔어?
우리는…… 볼일이 좀 있어서.
고생했어, 일부러 가져다 주고. 하지만 이 옷은…… 어, 사실 우린 겨울옷이 넉넉해. 그러니까 그건 가져가.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도 우릴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줘!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최근 몇 년간 우리 겨울 물자가 충분했던 적이 어딨다고?
그리고 너는 지금도 그렇게 얇은 옷을 입고 있잖아? 이제 곧 날씨도 곧 추워질 텐데, 좀 더 두꺼운 걸 입어야 할 거 아냐……
……
피나, 왜 그래……?
캐롤린, 너 손에 들고 있는 거, 그게 뭐야?
이거…… 별거 아니야. 그냥 식량이야.
아닌데, 어디 봐봐!
아…… 안 돼!
산크타 소녀는 상대방이 몸 뒤에 숨긴 식량을 재빨리 낚아챘다. 그리고 거의 직감적으로, 제지당하기 전에 그 딱딱하고 말라비틀어진 물체를 반으로 쪼갰다.
순간, 식량 안에 있던, 지금까지 감춰졌던 진실이 그녀의 눈앞에 드러났다.
이게…… 뭐야?
나무껍질? 그리고 이건…… 톱밥?!
……
캐롤린?!
너, 음식이 부족하지 않다고 했잖아…… 부족하지 않은데, 이걸 먹는 거야?
아니야, 피나. 내 얘기 들어봐. 우, 우린 그저……
그저, 뭐?
말해 봐, 캐롤린.
우리의 생활이…… 도대체 어떻게 이 지경까지 된 거야?
쾅.
쾅, 쾅쾅, 쾅쾅쾅.
문 두드리는 소리.
사실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하지만 문밖의 손님은 응답 소리가 날 때까지 계속 두드렸다.
이것은 학교에 있을 때 친한 친구끼리 정했던 암호였다. 까마득히 오래전의 일이라 르무엔은 진작에 잊어버렸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잊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방문자가 노크한 암호의 뜻은 이렇다.
“구출 성공.”
그리고, “가장 먼저 도착.”
들어와.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룸서비스입니다.
고마워, 식사는 테이블 위에 놓으면 돼. 팁이라도 필요해?
대놓고 팁이 필요한지 물어보는 게 어딨어? 그거는 돈 내는 쪽이 재량껏 주는 거잖아.
음, 듣고 보니 그렇네.
르무엔 선배, 전혀 놀랍지 않나 봐?
왜, 나라서 실망했어?
그럴 리가.
네가 왔다는 건, 여기 소식이 라테라노에 전해졌다는 거겠지?
어? 응…… 아마도. 그런데 오렌 이 자식은 어떻게 선배를 혼자 두고 갈 수 있지? 이 일은 내가 반드시 모스티마랑 피아메타한테 이를 거야.
아하하, 오렌은 그냥 내버려 둬.
칫, 재미없긴……
자, 본론으로 넘어가서. 교황님이 너를 혼자 보냈을 리는 없다는 건 확실해. 그렇다면……
네가 맡은 임무와 팀 구성을 보고받아 볼까?
어머, 말투가 갑자기 업무 모드가 됐네? 알겠습니다, 르무엔 추기경 보좌관님.
이번 임무는 교황님께서 직접 하달하셨고, 공증소 집행자 페데리코가 리더를 맡고 있습니다. 구성원은 같은 집행자인 리켈레 콜롬보, 그리고 자발적으로 가입 신청한 제가 있습니다.
저희가 맡은 가장 중요한 임무는 당신과 오렌을 찾는 것, 그다음 임무는 이 수도원을 조사하는 겁니다.
아, 맞다. 페데리코는 치안유지 임무도 받았지. 아무래도 요번엔 교황님이 사람을 잘 못 고른 것 같아.
이상입니다.
음…… 그런 거였군. 교황님께서 그 페데리코를 다 파견하시다니……
상황은 대충 알았어. 고생했어, 리아……
어머, 이번엔 또 이름으로 부르네.
그래서 선배는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이야? 연금된 것 같긴 한데, 사실은 선배가 여기를 떠나지 않겠다고 한 거지?
선배가 떠나려 했다면, 여기 사람들 정도로는 못 막았을 테니까.
내 다리가 아직 다 안 나았잖아.
그래도 마찬가지겠지.
리아, 너 나를 너무 믿는 거 아니야? 뭐, 그 정도는 할 순 있지만…… 하아, 그래, 내가 남겠다고 한 게 맞아.
만약 페데리코가 불법 구금 같은 죄명으로 여기 주교를 체포하려고 한다면, 네가 대신 해명 좀 해줘.
그리고, 미안하지만 당분간 나…… 여길 떠나지 않을 거야.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
이유라면…… 음, 외교는 총과 탄알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랄까.
사격이라면 얼마든지 자신이 있지만, 앉아서 협상하라면 자칫 내가 설득당할 수도 있어.
공교롭게도 나는 여기 주민들이랑 말이 잘 통해. 그래서 결국 누가 생각을 바꾸게 될지 확인하고 싶어.
어머, 마치 선배가 정말로 양보할 것처럼 말하네.
학교 다닐 때 선배는 한 학년 내내 나를 따라다니며 감시했잖아…… 그것도 단지 나를 수업 듣게 하려고 말이야!
하하, 그건 리아가 수업을 빼먹어서 졸업장을 받지 못하면, 너무 안타까울 거 같아서 그랬지.
여기 일에 관해서는…… 적어도 지금 상황에선 아주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거든.
오렌이 여기 상황을 분명 보고할 테니, 나는 남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 주교를 더 이상 자극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런데 왠지 자꾸 안 좋은 예감이 들어……
수도원의 정보를 더 많이 파악한 후에, 만약 협상 기회가 생긴다면 주교의 태도도 좀 더 누그러져서 내 제안을 받아들일지도 몰라.
역시, 그런 이유일 줄 알았어.
네가 이해해주니 참 다행이야.
난 그런 말 한 적이 없어……
그래도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거 알아.
이젠 이 교감이 싫어지려고 해.
그렇게 말하지 마. 여기 상황에 대해 너는 얼마나 알고 있어?
조금.
살카즈들이 있다는 것 빼고는 특별히 눈에 띄는 점은 없던데.
그거 알아? 그 사람들은 총 3명의 전달자를 파견했어.
……리아.
어, 왜?
너는 외근 임무를 싫어하잖아. 왜 이번엔 자발적으로 신청했어?
……선배를 위해서, 라는 이유는 안 될까?
거짓말.
……
아무튼 난 먼저 페데리코랑 합류해서 선배의 상황을 전할게.
하지만 솔직히, 선배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것 같지는 않아.
……그래도 시도는 해 봐야지.
……
하아, 르무엔 선배가 점점 더 무서워지는 것 같아.
뭐, 나는 별로 상관없지만……
드디어 내게 연락할 겨를이 생겼나?
르무엔을 만나고 너의 임무를 포기할 줄 알았는데.
글쎄, 그럴지도 모르지.
……그만 좀 해, 농담하지 말고.
그쪽에서 먼저 꺼낸 거잖아.
됐고, 너랑 쓸데없는 소리 할 시간이 없어. 본론이나 말해.
하아…… 이런 사람 상대하려니 정말 피곤하네……
정말 성가신 임무네. 이럴 줄 알았으면 받지 말걸, 쯧.
응? 거기 누구야?
어머, 정말로 따라왔구나, 꼬마 아가씨?
……
다, 당신 혼자 수도원 안에서 멋대로 뛰어다니게 둘 순 없어! 나쁜 짓 하지 않도록 감시해야 하니까!
……그리고……
그리고, 부탁이 있는데…… 보수는 제대로 준비할게!
음, 어디 보자……
밀가루, 달걀……
그리고…… 저번에 남은 설탕은 어디 뒀더라……
……하아, 매일 저녁 재료를 아낀다고 노력했는데, 왜 이것밖에……
세르필리아한테 줄 거, 스테파노 할아버지께 드릴 거, 피나와 라이문트 거…… 그리고 제럴드 아저씨와 클레망 아저씨 거, 캐롤린 언니 거, 그리고……
……
어떻게 나눠도 모자라네……
포르? 나 들어간다?
너랑 할 얘기가 있어…… 근데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아, 피나! 마침 잘 왔다!
내가 저번에 니나 아줌마의 밭일을 도와주고 받은 설탕을 어디 뒀는지 기억해?
그게 언제 적 일인데, 지금 어디 가서 찾아?
그런데 설탕은 왜? 그리고 이 식재료들은 다 어디서 구했어……?
……잠깐, 포르, 너 설마 지금 한가롭게 디저트를 만들려는 건 아니지?
어, 피나, 왜 그래…… 화났어?
일부러 숨긴 게 아니야.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해 주고 싶었을 뿐이야. 피나, 화내지 마, 응? 다 만들면 너한테 제일 먼저 줄게!
포르, 너…… 됐다. 일단 그거 내려놔. 지금 그럴 때가 아니야!
어, 하지만……
하지만은 무슨.
하지만 난 이미 답례로 허브 피첼레를 만들기로 했단 말이야……
……답례?
응! 누가 내 수호총을 고쳐줬어! 그러니까 답례해야지!
피나, 정말 신기했어. 내가 다 고친 총을 잡은 순간, 모든 게 완전히 다르게 느껴졌어! 마치…… 마치 내가 태어날 때부터 이 총의 사용법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봐봐! 많이 예뻐졌지? 이제 우린 같이 이 총을 사용할 수 있게 됐어!
……
포르, 너 그거 알아?
솔직히 나는 총이 있든 없든 상관없어. 스테파노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신앙에 대해서도.
심지어 난 한 번도 못 본 라테라노에도 관심이 없어.
어?
피나, 무슨 소리야……?
난 산크타로서 실격일까?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난 너나 라이문트가 더 걱정되고, 스테파노 할아버지랑 제럴드 아저씨, 그리고 클레망 아저씨, 니나 아줌마, 캐롤린이 걱정된다고……
나는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걱정 돼. 내겐 여기 이 집밖에 없고, 가족도 여기 사람들뿐이야.
피나, 너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도 당연히 모두가 걱정 되지. 나도 너랑 같은 마음이야……
아니! 넌 달라!
만약 네가 나랑 같다면……
만약 네가 라이문트네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지금처럼 이 바보 같은 디저트나 만들고 있지 않고, 그런 순진한 말도 하지 않았겠지?!
라테라노 사람들이 온 이후로…… 가끔 네가 좀 변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뭐라고? 아니야……
포르, 네 총, 그 르무엔이라는 라테라노인이 고쳐준 거지?
주교님, 분부하신 대로 그 두 손님이 수도원 안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조치했습니다.
정말 이래도 괜찮겠습니까? 주교님……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데, 일단 좀 쉬는 편이 어떠신지?
클레망, 나는 괜찮네. 걱정 말게.
종을 울리게나. 이번 주 포교는 오늘로 앞당겨졌다고 모두에게 전해주게……
제럴드, 자네들도 올 건가?
미안하군, 스테파노. 우린 아직 준비할 게 많아서 얼마나 참석할지는 장담 못 해.
……이해하네.
하지만……
정말로 그들의 조건을 받아들여야 합니까? 정말 이대로 다른 사람들을 포기하실 겁니까……
……
더 이상 묻지 말게.
얼른 가 보게나, 클레망.
알겠습니다……
……
……만약 신앙이 자기 자신을 배신한다면, 나 또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참회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