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1나의 영광스러운 고향
수도원 사람들은 제각각의 계획이 있었고, 막 도착한 페데리코 일행은 주민들에게 문전 박대를 당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르무엔, 이그제큐터 디 엑스 포에데레, 스푸리아
그때는 마침 가을이었고 나는 고향에서 탈출할 몇몇 이베리아인과 함께 인적이 없는 황야를 걷고 있었다.
우리가 이대로 황야에서 죽나 싶었을 때, 그 수도원은 기적처럼 우리의 눈앞에 나타났고, 그것은 마치 이 현실에서 존재할 수 없는 구원과도 같았다.
토레그로사 주교는 갈 곳 없는 사람들을 받아 주었다. 그는 존경할 만한 사람이고 가장 독실한 신자였다.
주교의 관리 아래, 황야에 갇힌 이 수도원은 마치 세상과 동떨어진 또 다른 나라와도 같았다.
이곳에서는 본래 어울릴 수 없었던 사람들끼리 평화롭게 지내며 서로 의지하고 있었다. 삶은 가난해도 그들은 서로 허물없이 지냈으며, 모두 살기 위해 힘껏 노력했다.
……
이 필체는, 역시……
내가 부탁을 드렸을 때 주교는 한참 침묵하다가 자신은 도움이 필요한 그 어떤 사람의 부탁도 거절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가 말한 곳은 너무나도 멀어 본인도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워낙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아서인지, 거절당해도 나는 그리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의 무리한 부탁을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교는 나보다 더 미안해하는 것 같았다.
나는 이 착한 사람들의 낙원을 만나 게 되어 기쁨을 느끼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이러한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엉뚱한 토양에 뿌리를 내린 기적이 정말 이 땅에서 영원히 존재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내가 이곳에 너무 오래 머물렀던 것 같다.
슬슬 라테라노로 출발해야겠다.
“어울릴 수 없었던 사람들”, “서로 허물없이”……
하긴, 처음 그 광경을 봤을 때 나도 내 눈을 의심했던 게 사실이지.
이러한 기적적인 평화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는데…… 내 개인적인 소망이긴 하지만.
네.
르무엔 씨, 시간 괜찮아요?
전에 르무엔 씨가 말했던 그 유행하는 디자인을 다 같이 이불에 수놓아 봤는데, 이게 맞나요?
어디 보여줘 봐…… 응, 맞아. 다들 손재주가 엄청 좋네. 이 정도면 가게를 차려서 팔아도 되겠어.
하하, 그 정도는 아니죠……
날씨도 제법 쌀쌀해졌는데 르무엔 씨의 이불이 추울 것 같아서 다들 천을 좀 모아 가져왔어요.
신경 써줘서 고마워.
그런데 이걸 내게 주면 너희들은 부족하지 않아? 먼저 다른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게 좋겠어.
이래 봬도 나 꽤 강하거든. 그리 쉽게 아프진 않아.
하하하, 저희는 괜찮아요. 다들 조금씩 나누면 되니까요.
오히려 르무엔 씨는 그리 강해 보이지 않은걸요. 라테라노도 참, 어떻게 르무엔 씨를 이렇게 멀리까지 보낼 수 있죠?
음……
나도 그게 궁금하긴 마찬가지야.
……
왜 우리는 돌아가면 안 되는데?
라이문트 쪽은 우리랑 같이 갈 수 없으니까! 이거면 이유가 충분하지 않아?
설마 걔네들을 버리라는 거야? 난 못해!
(피나 이 바보, 내가 그렇게 차가운 사람으로 보여? 아무리 그래도 함께 자란 친구를 내가 어떻게 버려.)
(하지만 이대로는 안 돼. 요즘 다들 거칠어지기 시작했어……)
(뭔가 더 나은 해결 방법이 없을까?)
하아……
뭐야, 왜 또 한숨이야?
신기하다, 오늘은 너 혼자네? 종일 델피나랑 딱 붙어있더니.
라이문트!
무슨 소리야! 델피나랑 종일 붙어있는 건 아니거든?
뭐, 비슷하잖아. 조금만 더 있으면 잠도 같이 자겠는데?
가끔 같이 자긴 하지만…… 이게 아니라, 요점은 그게 아니잖아!
근데 너 언제 돌아왔어? 제럴드 아저씨를 따라 사냥하러 갔다고 들었는데. 이번엔 괜찮아? 다치진 않았고?
다쳤으면 꼭 말해야 해. 제럴드 아저씨처럼 뭐든 참고 있으면 안 돼.
괜찮아, 괜한 걱정 하지 마.
괜한 걱정이라고? 저번에 다쳐서 염증까지 생긴 게 누군데? 몰래 광맥에 갔다가 돌아오지 못 할 뻔한 게 누군데?
너 정말……
알았어, 알았어! 내가 잘못했다고 치자!
뭐? “치자”?
……아니, 내가 잘못했어.
……
포르투나.
왜?
사실 너에게 물어볼 게 있어서 왔어. 너…… 그리고 델피나, 물론 다른 사람들도 포함해서.
내가 묻고 싶은 건…… 너희들, 우리랑 같이……
젊은이는 말을 끊었다.
그리고 갑자기 침묵했다.
……
라이문트?
……됐다, 아무것도 아니야.
나 이따가 나갔다 와야 돼. 조금 늦을 수도 있어.
포르투나, 저녁 식사 전에 옥상의 성당으로 와 줄래?
델피나도 같이…… 너희한테 해줄 말이 있어.
이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수도원 옆에 가도까지 만들었네? 게다가 이동 섹터의 가장자리까지 이어졌어…… 공간이 그렇게 부족한가? 꽤 넓어 보이는데.
여기 인구가 이렇게 많아? 이만큼의 인원을 먹여 살리는 것도 쉽지 않겠네…… 특히 이런 황야 한복판에서 말이야.
들어가 보면 알겠죠.
……누가 오고 있습니다.
어? 아, 저 안에서 나오는데, 현지 주민 아닐까?
하이먼 이 녀석은 대체 어디 간 거야……
저기, 얼굴이 잘 안 보이는 꽃미남 씨, 안녕.
……! 누구야?!
광륜…… 산크타인가.
너희들이 누구든,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더 이상 가까이 오지 마!
만난 지 얼마 됐다고 벌써 얼굴을 붉혀. 사이좋게 대화나 나눠보자고.
저기, 안녕. 우리는 라테라노에서 왔어. 수상한 사람이 아니니까 긴장할 필요 없어…… 그 손에 든 무기를 거둬 주면 더 좋고.
……
라테라노 사람들이 이런 황폐한 곳에 무슨 일이지?
아, 우리는 교황님이 보내서 왔는데, 동료 두 명을 찾으러 왔어……
리켈레, 시간 낭비예요.
저 사람의 태도로 미루어 보아, 우리의 신분과 이곳에 온 동기를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심지어 적의까지 품고 있어요.
당신은 분명 라테라노에 반감을 품고 있고 명확한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그 적의는 도대체 어디서 온 겁니까?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당신은 아까부터 계속 옆 가도로 통하는 입구를 막고 있었습니다.
……!
당신은 일부러 우리의 시야를 막고 있습니다. 우리가 저곳에 관심을 가지지 못하게 말이죠.
저 안에 뭐가 있습니까?
너 이 자식……!
……
그만해, 그렇게 도발할 필요는 없잖아, 페데리코! 네게 그럴 의도가 없다는 걸 알지만 말이야.
교황님께서 주신 임무를 잊은 건 아니지? 점잖게, 점잖게 해. 예전처럼 마구 날뛰면 안 된다고……
저는 도발하지 않았습니다.
하, 너희 라테라노 사람들은 늘 이런 식이지. 불쑥 나타나서는 모든 걸 엉망으로 만들고……
자료에 따르면 이곳 상황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만.
……야, 다시 말해 봐.
싸우자는 거야? 내가 기꺼이 상대해주지. 덤벼 봐.
저쪽은 여전히 잔뜩 긴장해 있네……
페데리코가 시선을 끌어준 덕분에 생각보다 쉽게 잠입할 수 있었어.
그런데 후드 그 녀석…… 음, 확실히 어딘가 수상해.
뭐, 나중에 다시 따져볼까.
일단 사람부터 찾아야 하니……
후훗, 르무엔은 어디 있을까나?
오늘은 유난히 손님이 많은 하루인가 봐.
안녕하세요, 제럴드 씨.
지금은 스테파노를 만나게 될 줄 알았는데.
주교님은 해야 할 일이 있다면서 아까 나갔어요.
지금쯤 멀리 가진 않았을 테니, 당신이라면 지금 좇아가도 바로 따라잡을 수 있을걸요.
고맙다.
……
……오늘은 아직, 첼로를 연주하지 않았나보군.
원한다면 지금 바로 연주해드릴 수도 있어요.
그럴 필요 없어.
너는……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줬어. 그것에 대해선 매우 감사하게 생각해.
하지만, 모든 사람이 너의 음악으로 위로받을 수 있는 건 아니야. 적어도 나는 아니지.
너 같은 음악가가 왜 이곳에 머무르는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이곳에 재난을 가져오는 일은 없길 바라겠어.
저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군요.
제가 알기로는 재난이란 원래부터…… 토양에 묻혀 있다가 뿌리를 내린 후,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죠.
만약 이 정원에 정말 그런 씨앗이 있다면…… 언젠가는 땅을 뚫고 나올 겁니다.
하지만 저는…… 기껏해야 그 모든 걸 눈에 담는 여행객일 뿐이에요.
……싹트지 않는 씨앗 따위는 없어.
곧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올 거야. 뜻밖의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고, 재난도 없을 테지.
그러니까 아가씨, 쓸데없는 짓은 삼갔으면 좋겠군.
충고인가요?
아니.
이건 내가 보내는 경고다.
그것참 거침없군요. 하지만 뭐, 무기를 꺼내지 않은 것만으로도 자비를 베풀었다고 봐야겠죠?
아니면, 역시 대선배답다고 해야 될까요?
……어머?
......
어머.
예쁜……
……언니.
진짜로 오늘은 손님이 많은 하루네.
들어와, 생각지도 못한 꼬마 손님들.
……
……
나는 아르투리아라고 해. 너희 이름을 물어봐도 될까?
됐으니까 그렇게 말하지 마, 페데리코.
제 발언엔 문제가 없습니다.
아무튼, 입 다물고 있어.
……
그리고 그쪽도, 좀 진정해. 우린 정말로 행방불명된 동료들을 찾으러 온 것뿐이야. 그쪽이…… 음, 그쪽이 누구든 간에 우리에게는 적의가 없어.
흥, 말은 그럴싸하군.
저런 걸 보고도 적의가 없다고?
?
크흠, 내가 맹세할게. 아무튼…… 우릴 먼저 들여보내 주지 않을래? 가능하다면 여기 책임자에게 알려주면 더 고맙고.
세르필리아…… 어, 세르필리아는 어디 갔지?
세르필리아는 이미 들어갔습니다.
뭐? 그 여자가 언제……?!
조금 전에요.
……쳇! 너희 라테라노인들이 여기서 행패를 부리게 둘 순 없지!
너희 둘, 주교님을 만나고 싶어? 그럼 따라 와!
하하…… 그럼 우리가 안으로 들어가도 된다는 말이지?
……
경고하는데 아까 그 여자처럼 함부로 돌아다닐 생각하지 마……
큰일 났어요! 누, 누구 없어요?
클레망?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라이문트! 다행이다, 빨리 다른 사람에게 알……
적습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아니지, 라이문트, 이 두 분은……?
신경 쓰지 마! 도대체 무슨 일인데?!
아, 맞다. 그…… 큰일 났어요!
아까 창문을 수리하다가 멀지 않은 곳에서 수상한 움직임을 봤는데……
전에 그 강도들이었어요. 또 찾아왔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