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2개척자 오두막
미스터리한 물체를 물리치지 못해 속수무책일 때, 도로시가 먼저 연락해 모두를 기지 안으로 이끈다.
......
인정해, 전혀 예상치 못했어.
- 나도 예상하지 못했다.
- 사리아가 공격하는 걸 볼 때까지……
안심해라, 나도 감옥에 다시 들어가고 싶진 않으니까.
그럼 이 현장 뒷정리는 상당히 편하겠네.
나는 정비사야. 기계를 해체하는 건 금방이지.
그런데…… 안이 비었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
이런 기동 장갑과는 몇 번 싸운 적이 있으니까.
너도 저것들한테 쫓기고 있던 거야?
그렇다고 할 수 있다.
- 저것들은 사리아의 상대가 안 돼.
- ……
- 반대로 하면 모를까……
저것들이 여기 나타난 걸 보면 우리가 뮤엘시스의 행방을 쫓지 않았으면 하는 자가 있다는 건데.
그게 누구일까?
여러 가능성이 있지.
우선 난 뮤엘시스와 자주 연락하지는 않았다. 단지 실종되기 전까지 라인 랩에서 주도하는 어떤 극비 실험에 관여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지.
난 라인 랩을 떠난 지 오래다. 즉, 뮤엘시스가 정보를 흘린 건 기밀유지 계약을 어겼다는 거지.
라인 랩 방위과에선 기밀을 누설한 직원을 처리하는데 최첨단 무기를 보내나?
……
알겠어, 이것도 기밀이군.
그에 비하면 로도스 아일랜드는 참 양심적이야. 그렇지, {@nickname} 박사?
- 로도스 아일랜드는 평범한 기업이 아니니까.
- ……
- 그렇지 않았다면 너희를 채용할 수는 없었겠지.
뮤엘시스는 라인 랩의 평범한 직원이 아니다.
그런 뮤엘시스를 궁지로 몰아넣은 걸 보면 상대방도 나 못지않은 전문가라는 거지.
이런 모델의 기동 장갑은 반년쯤 전부터 여러 용병 단체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용된 재료나 장착된 무기 자체는 뛰어난 게 아니지만, 전반적인 성능은 5년 전 군에서 양산한 기동 장갑과 비슷해.
한 가지 아주 특별한 점은…… 사용자에 대한 요구 사항이 없다는 거다.
요구 사항이 없다는 거면…… 기준이 얼마나 낮다는 거야?
생리학적 지표로 일반적인 운동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개체라면 다 만족된다는 의미지.
나도, 메커니스트도, 박사도.
......
- 그거 아주 낮네.
- ……
- 나도 시험해 보고 싶긴 한데.
박사는 싫어할걸. 내가 장담하지.
예전에는 정예 병사만이 기동 장갑을 입을 수 있었어.
저렇게 큰 기체를 장시간 조종한다는 건, 웬만한 훈련을 받지 않고서야 도저히 해낼 수 없을걸. 자기 토사물에 질식해 죽지 않는 게 어디야.
듀나한테 물어보면 알 거야. 그때 한 번 입어봤는데 바로 전역하고 싶었다더라.
물론 그로부터 몇 년 동안 수십 번은 개량됐을 것이고, 게다가 용병 중에는 전직 병사도 많긴 하지만……
그런데도 누구나 입을 수 있다고?
이건 전쟁 방식을 완전히 뒤집을 발명일지도 몰라.
현재 외부로 유출된 유사 기동 장갑은 극히 적다. 이 기술은 아직 프로토타입 단계라는 거지.
그리고 난 지금 출처를 쫓고 있다. 수많은 다른 실험성 무기들과 마찬가지로 단서를 찾는 게 쉽지는 않아.
- 컬럼비아 용병은 그렇게 돈이 많아?
- 이 기동 장갑 기술은 최첨단인 거지?
고객이 꼭 용병들이라고는 할 수 없지.
구입한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용병이나 이 신형 기동 장갑이나 별 차이가 없을 테니까……
……다 실험체일 뿐.
이동 도시에 드리우는 어둠의 가장자리는 종종 문명 법규가 적용되는지에 대한 경계선이기도 하다.
황무지에서 활약하는 용병들도 개척자만큼이나 편리한 실험 도구다.
실험이 실패해서 그들이 소모되었다 해도, 그 행방을 밝히려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그리고 곧 다음 실험 도구가 보충되거든.
- 반대하는 사람이 없나?
반대하는 의미가 없다.
손에 든 신형 무기가 터질 수 있을지라도, 상대방의 무기보다 강력할 것이라는 걸 용병들도 잘 알고 있다.
법률상 이렇게 서로 상호 협의하에 진행되는 거래는 합법에 가까우니까.
......
메커니스트, 뭔가 새로운 걸 찾았나?
이상한데……
아까부터 뭔가 찝찝했는데.
기동 장갑 안에 아무도 없다는 걸…… 왜 난 바로 눈치채지 못했을까?
용병이 멀리서 조종하든 자동 프로그램이 설치됐든 뭔가 뚜렷한 패턴이 있어야 하는데.
- 마치 클로저의 드론처럼.
- 마치 Lancet-2나 Castle-3처럼.
아니, 분명한 건 이게 녀석들보다 더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거야.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개발된 차세대 무기 중에서, 가장 자동화된 것조차 내 눈은 속일 수는 없어…… 그런데 나보고 군에 길들여진 얼빠진 정비사들이 이런 게 가능하단 걸 믿으라고?
……
뭐 하는 거야?
기동 장갑의 '중추 신경'을 절단했다.
튜브에서…… 은색 액체가……
이건 무슨 물질이지?
어쩌면 이게 아까 의문의 답일 수도.
도망친…… 건가?
후우…… 이렇게…… 빨리 달려본 건 정말 오랜만이네……
저건 도대체……
……
쫓아왔잖아?!
엎드려!
이건 아까와는 다른 거야……
최소 열 이상, 아니, 더 많은 수가 거주 지역을 둘러싸고 있어.
이놈들…… 전보다 많아졌네.
많아졌다고? 저런 거 본 적이 있어? 사실대로 말해!
……우르비카 박사, 사실대로 말해야 할 사람은 네가 아닌가?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피해……!
……움직임이 너무 빨라!
부딪히면 어떻게 될지 상상도 안 돼…… 일단 실내로 돌아가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어째서?
저긴…… 우리가 있던 방……
보이지 않는 거대한 충격으로 개척자의 오두막은 격렬하게 흔들렸고, 견고하다고 할 수 없는 문과 창문에는 잇달아 금이 갔다.
그와 거의 동시에 허공을 맴돌던 기괴한 물체들은 일제히 그 오두막으로 몰려갔다.
마치 피 냄새를 맡은 미생물들이 앞다투어 사냥감의 상처를 파고드는 것처럼, 은빛의 액체는 문과 창문의 틈으로 소리 없이 침투해 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현장에 있는 과학자들 모두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집이…… 사라졌어?
아니, 사라진 게 아니라…… 분해된 거야.
분해?
공중에…… 떠다니는 파편이 보여?
저게 원래는 집의 일부였다는 거야?
아니, 아마 집 전부일 걸.
말이 끝나자 공중에 정지해 있던 파편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굉음과 먼지, 사방에 깔린 잔해…… 마치 강제로 멈춰있던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해 원래 존재했던 모습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호…… 혹시 내가 정신 제어 계열 아츠의 영향을 받고 있는 건 아니지?
그게 아니라면 지금 본 모든 건 도저히 말이 안 돼…… 내가 아는 물리법칙에 맞지 않는다고.
……저 은빛 액체 짓이야.
저것들은…… 수많은 작은 개체로 분열해 그 집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을 분해해서 가져간 다음……
다시 모여 하나의 형체를 구성해.
마치 보이지 않는 수십 개의…… 촉수처럼?
무슨 괴담같이 들리는데……
잠깐, 프틸롭시스가……
안 돼, 조이스가 아직 집 안에 있는데!
설마 조이스도……
쿨럭…… 쿨럭쿨럭……
마이어스! 살아나왔구나?
대, 대장…… 내가…… 무어 의사를…… 데리고 나왔어……
……
조이스!
그녀는…… 무사해……
……상처는 심하지 않은데 체력이 거의 바닥난 것 같네. 얼른 쉬게 해.
여기 머물러서는 안 돼. 이제 개척자 거주 지역 전체가 위험해.
봤어?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만.
시치미 떼지 마. 아까 그 진동 못 느꼈냐고?
빌어먹을! 저기 날아다니는 게 최신형 드론인가? 당신들 라인 랩에서 개발했나?
확실한 건 저희는 보안관님의 명령대로 기지에 그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당신네 보스 이름이 뭐였지…… 퍼디낸드였나?
퍼디낸드 클루니 씨는 라인 랩 에너지과 주임입니다.
당신네 회사 조직구조는 관심 없어.
통신기 줘봐, 그 사람이랑 통화해야겠어.
퍼디낸드 주임은 매우 바쁘십니다……
그럼 메시지를 보내……
본인이 얼마나 쓰레기인지 알고는 있냐고!
주임님, 기지 감시소에서 메시지가 왔습니다.
……
하하……
그리고 아드님께서 찾으시는데 통신을 연결해 드릴까요?
바쁘다고 해, 늘 하던 대로.
맞다, 엘레나의 최근 보고서 내용을 내 단말기로 보내놔.
알겠습니다, 퍼디낸드 주임님.
내가 누누이 말했지? 주임이라고 부르지 말라니까.
앗! 죄송합니다, 퍼디낸드 씨.
엘레나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너와 사이가 좋은 편이었지?
엘레나가 어떤 선물을 좋아하는지 알려줄 수 있나?
……올리비아.
미안, 지금 부상당한 개척자를 치료하느라 바빠……
넌 안 다쳤어?
난…… 괜찮아.
너처럼 외근 경험은 없지만, 내 몸 정도는 돌볼 수 있어.
그런데…… 우리 당장 여기서 떠나야 하지 않을까?
기지도 어수선하고, 개척자들도 지친 것 같은데…… 지금이 탈출할 좋은 기회야.
주임도 메시지를 받았을 테니 우리를 마중 나올 사람을 보냈을 거야.
방위과 동료와 합류하면 기지의 위협을 제거하고 도로시를 구할 수 있어……
네 말이 어쩌면 맞을지도 몰라.
어쩌면?
하지만 난 그렇게 못해. 저들을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어.
너도 봤잖아…… 저 사람들 아까 조이스를 버리지 않았어.
사일런스 씨, 이쪽에도 부상자가 몇 명 더 있어!
드론이다……!
이대로는 얼마 못 버텨.
모든 공격 수단을 시도해 봤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어. 저 괴물들을 부수기는커녕 흠집조차 낼 수 없었다고.
게다가 우리는…… 이제 숨을 곳조차도 없어.
대장, 저 사람들한테 그런 얘기를 하면 어떡해?
속으로 기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위에 있는 저것들은 경찰과 대기업 놈들이 보낸 비밀 병기가 틀림없어! 우리를 이 기지에서 영원히 못 나가게 하려는 거라고……
샘, 일단 가만히 있어 봐.
콜록콜록……
여러분, 제…… 제게 짐작 가는 게 있는데……
그레이…… 무슨 방법이라도 있는 거야?
후우…… 후우…… 콜록콜록……
너무 빨리 달려서 그래, 천천히. 무리하지 말고.
제가 보니까 저 물체들은 빛과 사람 목소리를 쫓는 것 같아요.
이걸 보세요……
……네 아츠의 빛을 쫓아갔네.
후우…… 하지만 이건 일시적일 뿐이에요.
제 아츠는 아직 저것들을 오래 속일 수 없거든요.
잘했어, 너는 이미 최선을 다했어.
추광성인가…… 아주 재미있는 아이디어네.
그레이, 주변에 있는 개척자들을 대피시켜 줄래? 저들은 널 믿잖아.
어두운 곳에 숨어서 아무 소리도 내지 말라고 해.
네,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어요.
선배들을 따라 비슷한 일을 많이 경험해 봤거든요……
사일런스 씨랑 엘레나 씨도 조심하세요.
그럼 우리는?
기척을 내야지. 적어도 다른 사람의 발소리를 덮을 수 있을 만큼 시끄럽게 말이야.
……좋아.
샘, 사람 대여섯 명 더 불러오고, 소음이 가장 큰 도구를 찾아와.
정말 쟤네 말대로 해?
그럼 더 좋은 생각이라도 있어?
……알았어, 대장.
모든 은색 물체를 우리 쪽으로 끌어올 거야.
우리를 미끼로 쓰자는 거잖아. 그다음에는?
우선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지……
그런 다음 실험 구역으로 오세요.
이 목소리는……
도로시?!
그래. 나야, 엘레나.
실험실의 스피커를 개조해 봤어…… 놀라지 않았길 바랄게.
너 괜찮아?
난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실험 구역의 건물은 튼튼하니까, 모두를 지켜줄 수 있을 거야.
자, 여러분…… 개척대 친구들이든 라인 랩 동료들이든, 실험 구역의 문은 너희들에게 똑같이 열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