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카즈델리안 레스큐

마녀와 오후 차

미니 스토리브릿지2025-02-07

님프와 폴은 각자 흩어져 마지막 생활 구역을 조사하기로 한다. 가는 길에 님프는 얼마 전 이사 온 '북풍의 마녀' 칼라이샤의 집을 방문하게 되고, 칼라이샤가 자리를 비운 사이 기묘한 꿈에 빠져들게 되어 칼라이샤의 과거를 엿보게 된다. 님프는 레버넌트 조각을 회수하려다 그만 칼라이샤의 집을 부숴버린다.

등장 오퍼레이터: 님프, 미틈, 틴맨


???

여기는…… 어디?


님프

아무도 없어?

희미한 메아리

아무도 없어?

님프

내가……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지?

님프

내 손……

손 위에 연분홍색 무늬가 피어났다. 피는 얼음 결정이 되어 피부를 갈랐고, 무늬를 따라 조금씩 튀어나왔다.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이 불어왔다. 피와 살점이 조각조각 떨어져 꽃잎처럼 바람에 날아갔다. 결국 남은 건……

님프

너무 아파…… 왜……?


30분 전


에르망가르드

님프, 정말 죄송해요. 저도 이렇게까지 당신을 재촉하고 싶진 않았지만……

에르망가르드

하지만 레버넌트 조각을 수거하지 않으면, 전 편히 지낼 수 없어요……

에르망가르드

그거 아세요? 요 며칠 동안 선생님과 위셔델이 계속 다퉜어요. 용광로 안의 조상들보다 더 미친 것 같아요!

님프

미안, 에르미…… 며칠 동안 카즈델을 샅샅이 뒤져봤지만, 남은 레버넌트 조각들에 대한 단서가 없어.

에르망가르드

휴, 조금만 더 힘내주세요. 참, 같이 다니던 그 슬럼가 사람은 어디 있나요?

님프

이 생활 구역에 있는 가구 수와 우리의 걸음 속도를 계산해 봤어. 해가 지기 전에 조사를 끝내려면, 각자 따로 움직이는 수밖에 없더라고.

님프

그래서 중간 지점부터는 찢어져서 각자 한 쪽씩 맡기로 했어. 폴이 맡은 쪽에 손버릇이 안 좋은 수리공들이 사는데, 그 사람들한테 속은 적이 있나 봐. 이참에 본때를 보여주겠대.

님프

별일 없어야 할 텐데…… 그래도 폴의 능력이라면 문제가 생겨도 쉽게 해결할 수 있겠지?


이 봐, 뭐 좀 물어봤다고 무기까지 꺼낼 필요가 있을까?

비양심적으로 장사를 해놓고 후환은 또 두려워? 내가 군사위원회에 너희를 신고하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됐어, 너희 둘이라면 몸이나 풀 겸 상대를……

뭐? 저 수십 명이 전부 너희랑 한패라고?

음, 아무래도 대화로 푸는 게 좋겠지?


님프

저기 에르미, 혹시 그 뛰쳐나온 레버넌트들이 며칠 떠돌다가 집이 그리워져서 스스로 용광로로 돌아갈 일은 없을까?

에르망가르드

솔직히 말이 되는 얘기라고 생각하시나요……?

에르망가르드

좁아터진 곳에 수백 년을 갇혀있었는데, 당신이라면 돌아가고 싶을까요?

님프

마…… 만약의 얘기일 뿐이야…… 난 용광로 안이 어떤 모습인지 모르니까.

님프

어쩌면 카즈델도 하나의 '용광로'가 아닐까? 바깥사람들은 도시 안이 끔찍하다고 생각하지만, 우리에겐 어쨌든 이곳이 고향이니까.

님프

그래도 200년 넘는 시간 동안 한 곳에 갇힌 기분은 상상이 안 되긴 해. 나도 이곳에 고작 10년 조금 넘게 산 게 전부니까…… 이런 쪽이라면 에르미가 좀 더 잘 알지 않아?

에르망가르드

님프, 굳이 이야기를 계속할 만한 주제는 아닌 것 같아요.

님프

헤헤……

에르망가르드

하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아마 모든 카즈델을 통틀어도 그렇게 생각하는 건 제일 착한 우리 디얄일 뿐이겠죠.

님프

응? 어디선가…… 킁킁…… 약초차 향기가 나는 것 같은데?

님프

아, 생각났다! 앞에 칼라이샤네 집이 있구나! 가는 길인데 한 번 들러볼까?

에르망가르드

님프! 저희에겐 더 시급한 일이 남아있어요!

님프

어…… 난 레버넌트 조각의 행방을 찾으러 가는 거지, 절대 딸기 쿠키를 먹고 싶은 게 아니야. 응, 절대 아니야! 설마 레버넌트 조각을 찾는 일이 시급한 일이 아니라는 거야?!

에르망가르드

……좋아요, 대신 너무 지체하진 말아 주세요.

에르망가르드

그리고 칼라이샤…… 그 사람과 잘 지낼 수 있다니, 당신도 참 대단하네요.

님프

칼라이샤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 예전에는 집에 놀러 갈 때마다 내게 작은 선물을 줬어. 왜 다들 그 사람을 무서워하는지 모르겠다니까……

님프

참, 이번엔 빈손으로 방문할 수는 없어…… 이건 공무 집행이니까! 그래도 작은 선물이라도 챙겨가야겠지?

님프

생각해 보자. 막 이사를 온 사람이니까……


똑똑, 똑똑. 님프는 한 손을 몸 뒤로 숨기고, 다른 한 손으로 가볍게 축축한 습기를 머금은 나무 대문을 두드렸다.

님프

칼라이샤, 집에 있어?

???

아, 님프군요.

???

잠깐만요, 곧 열어드릴게요.


님프

칼라이샤! 안녕!

님프

갑자기 찾아와서 제대로 된 선물을 준비하진 못했지만, 이거라도 받아줘.

님프

지난번에 집에 약초 냄새가 너무 심하다고, 냄새를 중화시킬 꽃을 둬야겠다고 말했던 게 생각났거든……

님프

아, 바닥에 흙 조심해, 뿌리째 뽑아온 거라서. 아마 이대로 모판에 옮겨 심을 수 있을 거야!

하얀 두 손이 꽃을 건네받았다. 파란 꽃잎이 칼라이샤의 장갑 위에 떨어졌고, 꽃잎은 마치 정교한 자수 패턴처럼 보였다.

칼라이샤

플럼바고라니…… 카즈델의 척박한 땅에서도 이렇게 아름다운 꽃이 필 수 있게 된 건가요?

칼라이샤

고마워요 님프. 가장 아름다운 도자기 꽃병에 담아두죠.

님프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네.

님프

근데, 원래 이 꽃 이름이 '플럼바고'야?

칼라이샤

님프, 절 보러 여기까지 찾아와 주다니, 정말 고마워요.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해요.

님프

아, 바쁜 일이 있었구나? 방해한 거 아니야? 그러면……

칼라이샤

아뇨, 괜찮아요. 별일 아니니까 이곳에서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그리고……

칼라이샤

제가 없을 땐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을 함부로 만져선 안 돼요.

칼라이샤

아직…… 남에게 보여줄 준비가 되지 않은 물건들이 있거든요. 약속해 줄 수 있나요?

님프

응! 절대 함부로 만지지 않을게. 그런 기본적인 예의라면 부모님께서도 가르쳐 줬으니까.

칼라이샤

네, 님프는 착하니까요.

님프는 테이블 옆에 앉았다. 따뜻한 색의 촛불이 부드러운 가림막처럼 벽 모퉁이와 천장에 내려앉는 그림자를 차단해 주고 있었다.

천장에 매달린 약초에서 시큼하고 쿰쿰한 냄새가 은은하게 풍겨왔다. 벽 옆에 놓인 커다란 나무 장롱은 마치 관처럼 빛을 피해야 하는 비밀을 철저히 지켜주고 있었다.

님프

휴우…… 왠지 모르겠지만, 심장이 빨리 뛰네.

님프

저쪽에서 들리는 삐걱거리는 소리는 뭘까? 벽 안에 무스비스트가 있는 건 아닐까?

님프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뒷덜미에서 느껴지는 스산한 기운에 안절부절못했다.

님프는 창문을 힐끗 보았다. 하지만 볼 때마다 창밖의 흐릿한 햇빛이 더 어두워지는 것만 같았다.

심장 박동은 점점 빨라졌고, 점점 기이한 리듬에 맞춰 뛰기 시작했다. 당황한 디얄은 손으로 가슴을 누르다가 진동하는 작은 상자를 만지고 말았다.

님프

휴우…… 탐지기였구나……

님프

잠깐!

님프

문밖에 있을 땐 분명 아무런 반응도 없었는데…… 설마 이 집 안에 조각이 숨겨져 있는 건가?!

님프

아, 계속 앉아 있었더니 허리도 아픈 것 같아. 일어나서 좀 움직여야겠어. 응, 그냥 둘러만 보는 건 괜찮겠지?

님프

이쪽일까? 아니면 저쪽? 천장? 설마 바닥 밑은 아니겠지?

님프

여기인 것 같아! 탐지기 반응이 점점 격렬해져……

님프

아얏! 아파!

님프

흑, 아파라…… 근데 서랍장이 왜 갑자기 튀어나왔지? 조금 전까지 여기 있었던가?

님프

아차, 위에 있는 물건이 떨어져 버렸어!

님프

칼라이샤 씨가 보면, 내가 물건을 함부로 만졌다고 오해할 텐데! 얼른 다시 가져다 놓자……

님프

바닥에서 물건을 주워 다시 제자리로 가져다 놓는 건, '함부로 만지는' 게 아닐 거야…… 그렇겠지?

님프는 허리를 굽히고 어둠 속에 있는 흐릿한 형체를 더듬기 시작했다.

이상한 촉감이 손끝을 타고 전해졌다. 님프는 그것을 들어 올렸고, 물건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건 마른 가지와 가시, 이끼 꽃으로 엮인 화관이었다. 아직 녹지 않은 눈도 있었다.

님프

……(고대 살카즈어) 눈?


고대 살카즈어 단어를 읽는 순간, 님프는 순간 두근거림을 느꼈다. 눈송이가 손바닥에 내려앉을 때 느껴지는 한기처럼.

님프는 손에 든 화관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머리에 써보고 싶은 충동을 애써 억눌렀다.

마치 집이 점점 작아지고 어두워지는 것 같았고,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귓가에 들리는 숨소리가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그 숨소리는 내가 내는 것일까, 아니면 등 뒤에서…… 나는 것일까?

머리카락과 마른 가지가 서로 뒤엉켰고, 가시는 손바닥을 찔렀다. 님프는 속으로 숫자를 세면서 천천히, 그리고 굳은 의지를 갖고 뒤로 몸을 홱 돌렸다.

???

가져가 주십시오.

님프

꺄아악?!

님프

어…… 어, 언제 나타난 거지…… 너, 뭐야?!

???

가져가 주십시오……

???

가져가…… 주십시오……


작은 집의 벽이 내려앉았고 지붕도 사라졌다. 님프는 자신이 황야 한가운데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먼지 속에서 격렬한 전투의 소리가 들려왔다.

님프는 무언가를 든 자세를 취하고 있었지만, 화관은 더러운 피가 되어 손가락 사이에 흐르고 있었다.

온몸이 피투성이인 나흐체러르가 기어 오고 있었다…… 하지만, 님프는 꿈쩍도 할 수 없었다.

???

살려주세요……

님프

너는 누구야?!

죽어가는 나흐체러르

종장님께…… 전해 주십시오. 마왕이 죽었다고, 일리스는 죽었다고.

죽어가는 나흐체러르

우린 왜, 계속 싸워야 하는 겁니까?

님프

……

고대 살카즈어가 들렸다. 뚝뚝 끊기는 음절들이 조합되어 의미심장한 단어가 되었다……

단어는 다음과 같았다. '마왕', '죽음', '전투'.

그에게 이곳이 어딘지 묻고 싶었지만, 님프가 내뱉은 말은 흩어져 하늘 위의 희미한 메아리가 되었다.

님프

여기는…… 어디?

죽어가는 나흐체러르

전장의 끝…… 삶과 죽음의 경계……

죽어가는 나흐체러르

왜죠? 대체 왜 제게 은총을 내리지 않는 겁니까? 당신도 제 비겁함에 질린 겁니까?!

죽어가는 나흐체러르

부디 제게 육신이 썩어가는 고통을 주십시오. 저의 생명을 연장해 주십시오…… 부디 이 힘을 가져가 주십시오……

죽어가는 나흐체러르

가져가 주십시오……

그는 자신의 가슴에서 부패한 무언가를 꺼내 님프의 손에 올려놓았다.

그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졌고, 그의 눈빛에는 경건함과 두려움…… 그리고 원한이 뒤섞여있었다.

님프

가, 가져가!

님프

받고 싶지 않아! 살려줘!

죽어가는 나흐체러르

저도 알고 있습니다…… 이건 결코 은총이 아닌, 전장을 포기한 제게 주는 벌입니다.

죽어가는 나흐체러르

부탁드립니다…… 칼라이샤 님.

님프

지금 나더러…… 칼라이샤라고?

님프

잠깐, 왜 손이 말을 듣질 않지?

님프

칼라이샤, 지금 장난치는 거야? 멈춰줘!!

님프는 부서진 몸을 향해 손을 들어 보았지만, 눈앞에 비치는 건 붕대로 감긴 채 피가 말라붙은 손이었다.

늘어진 천 조각이 탈영병의 망가진 투구를 스쳤다. 부패의 기운이 흘러내렸고, 그의 남아있는 정신을 갉아먹었고, 쓸모없어진 육신을 차지했고, 생명을…… 가져왔다.

순간 어지러움을 느꼈지만 뒤이어 삼키고 싶은 욕망이 생겨났다. 연약한 동족에게 힘을 나눠 주었지만, 그로 인해 더욱 강해졌다.

말을 하고 있진 않았지만, 익숙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익숙한 목소리

무기를 버리세요, 탈영병. 그리고 전장에서 사라지세요.

죽어가는 나흐체러르

말씀대로…… 칼라이샤 님.

병사는 무거운 갑옷을 하나씩 벗었다. 몸에 두른 천의 찢어진 부위에서 섬뜩한 상처가 드러났다.

병사의 몸에서 배어 나오는 피는 순식간에 더러운 것이 되어 굳었다. 마치 새로 살이 돋아나는 것 같았다.

죽어가는 나흐체러르

눈을 본 적이 있으십니까?

그 단어의 발음은 무척이나 이상했지만, 그 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카즈델에는 이미 오래도록 눈이 내리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그 단어를 읽는 방법조차 잊어버렸다.

죽어가는 나흐체러르

전 우르수스인을 죽이고, 그의 가슴을 갈랐습니다. 전 그가 죽어가는 모습을 봤지만, 그는 조금도 괴로워 보이지 않았고, 중얼거릴 뿐이었습니다……

죽어가는 나흐체러르

(우르수스어) 눈.

죽어가는 나흐체러르

그건 아마도 고통을 없앨 수 있는 것일 것입니다. 칼라이샤 님께선 눈을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익숙한 목소리

고통은 힘의 그림자, 그리고 생명은 뜨거운 태양입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는 눈을 볼 수 없죠.

익숙한 목소리

고통은 두렵지만 죽음은 두렵지 않나요?

죽어가는 나흐체러르

살아있다는 게…… 아니, 제게 이런 말을 할 자격은 없죠.

죽어가는 나흐체러르

그만 가보겠습니다.

익숙한 목소리

북쪽으로 가세요,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마세요.

눈앞의 모든 것들이 빠르게 멀어지기 시작했다. 님프는 땅에서 점차 멀어져 전장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이 뒤엉킨 채 갑옷과 칼날이 서로 부딪히는 장면, 그리고 죽음의 그림자가 카즈델 위에 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님프

여기는…… 어디?

님프

아무도 없어?

텅 빈 메아리

아무도 없어?

님프

내가……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지?

님프

내 손……

님프의 손 위에 연분홍색 무늬가 피어났다. 피는 얼음 결정이 되어 피부를 갈랐고, 무늬를 따라 조금씩 튀어나왔다.

살을 에는듯한 바람이 불어왔다. 님프의 피와 살점이 조각조각 떨어져 꽃잎처럼 바람에 날아갔다. 결국 남은 건……

님프

너무 아파…… 왜……?

상냥한 목소리

이쪽으로 오세요.

상냥한 여자

손 좀 줘보세요.

님프

칼라이샤?

칼라이샤는 님프의 두 손을 꽉 쥔 채,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주문을 외웠다.

님프는 칼라이샤의 속눈썹에 맺힌 투명하게 빛나는 물방울을 보았다. 아마도 그건 녹아내린 눈일 것이다.

상냥한 여자

후우……

칼라이샤는 부드럽게 숨을 내뱉은 후, 님프의 손을 놓았다.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온기가 여전히 남아있었다. 님프는 손바닥을 펼쳐보았다……

무늬와 상처는 사라졌고, 그 자리엔 푸른 비늘 가루로 뒤덮인 나비 날개 한 쌍이 있었다. 나비 날개는 가볍게 날갯짓하며 설원 속으로 사라졌다.

님프

이건 환각?

상냥한 여자

아뇨, 전부 진짜입니다. 절 따라오세요. 가면서 이야기하죠.


님프

칼라이샤……

상냥한 여자

저와 만났던 적이 있나요? 괜찮아요. 여기선 '북풍의 마녀'라고 불러주세요.

북풍의 마녀

그러고 보니, 당신은 제가 이곳에 와서 만난 첫 번째 나흐체러르예요.

님프

나흐체러르? 나는……

북풍의 마녀

당신이 이 설원에 발을 디딜 때부터, 전 당신의 존재를 느꼈어요. 당신의 힘은 점차 쇠약해지고 있어요. 마치 눈에 묻힌 모닥불처럼.

북풍의 마녀

전쟁을 떠나는 모든 나흐체러르들은 쇠약해지는 과정을 피할 수 없어요. 이 과정에서 겪는 고통은 죽음이 다가오는 고통보다 크죠.

북풍의 마녀

그래서, 왜 그런 결정을 내린 거죠?

칼라이샤는 매우 가벼운 어조로 질문을 던졌다. 마치 발끝으로 가벼운 눈 덩어리를 툭 차는 것처럼.

하지만 그 질문은 님프를 무겁게 짓눌렀다. 겨우 숨만 쉴 뿐, 차마 입을 열 수 없었다.

북풍의 마녀

……아직도 그 전쟁 때문인가요?

북풍의 마녀

종장, 아니, 네츠살렘은 반드시 이렇게 해야 했지만, 당신은……

북풍의 마녀

그들과 반대되는 길을 갈 수밖에 없습니다. 마치 제가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북풍의 마녀

도착했네요.


갈라진 거대한 바위 뒤편, 눈보라는 얇은 얼음판을 지나가고 있었다. 얼음판 아래 잔잔하게 흐르는 물은 마치 애처로운 눈동자 같은 둥근 기포를 끌어안고 있었다.

북풍의 마녀는 손에 든 지팡이로 얼음판의 가장자리를 부수었다. 기포들이 얼음샘에서 빠져나와 눈보라 속으로 사라졌다.

북풍의 마녀

저도 우연히 이곳을 발견했어요. 무스비스트들은 아무리 갈증이 나도 이곳의 물은 마시지 않더군요.

북풍의 마녀

이 샘물은 절대 마르지도 않고 솟아나지도 않는 데다, 항상 맑고 깨끗해요. 이 설원과는 별개로 존재하는 독립적인 공간이죠.

북풍의 마녀

전 예전에 이 샘물 옆에서 몸에 천을 두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깨달았죠. 천을 두르는 것보다 직접 샘에 몸을 담그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요.

님프

몸을 담근다고? 전에 동력층의 정비공들이 땅에 철통을 묻어서 목욕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여긴 너무 추운데……

북풍의 마녀

수심이 깊진 않아요. 무섭다면 제 손을 잡으셔도 되고요.

님프

응, 알았어…… 그럼, 한 번 해볼게.

님프

스으으읍!

님프는 천천히 샘물 속으로 들어갔다. 한기가 자신의 것이 아닌 갑옷과 붕대를 뚫고 뼛속으로 스며들었다.

물이 어깨까지 차올랐고, 심장을 짓눌렀다.

님프

칼라이샤, 아니, '북풍의 마녀'…… 오래전에 만났던 병사, 죽어가던 나흐체러르 탈영병을 기억해?

북풍의 마녀

기억하고 있죠.

님프

그 후에 어떻게 됐어? 결국 눈을 봤어?

북풍의 마녀

북쪽으로 가는 길에 죽었다더군요.

님프

그래도 눈은 봤겠네, 그렇겠지?

북풍의 마녀

아뇨, 어쩌면 죽을 때까지 보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의 몸속엔 눈이 계속 흐르고 있었죠.

님프

음……

심장 박동이 점차 느려졌고, 박동 소리 사이에서 눈송이가 머리 위로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곪아 터진 상처와 오래된 흉터는 여전히 따끔거렸고, 메마른 피와 살도 다시 채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사실 통증은 약해진 것이 아니었고, 얼음샘에 녹아든 눈송이처럼 다른 형태로 존재하게 된 것일 뿐이었다.

님프

칼라이샤…… 이건 꿈이야?

님프

만약 맞다면, 너는 누굴 위해 이런 꿈을 준비한 거야?

님프

뭘 보여주고 싶었던 거야? 네가 걸어온 길? 아니면 네가 나아갈 길? 너…… 정체가 뭐야?

칼라이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물가에 무릎을 꿇고 앉아 긴 지팡이를 무릎 위에 수평으로 놓았다.

푸른 자줏빛 나비가 칼라이샤의 머리끝에서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한 마리, 또 한 마리. 나비는 얼음샘 주위를 날아다니며 몸에서 나오는 모든 부패의 기운을 새롭게 태어난 나비로 변모시켰다.

얼음 결정 같은 나비들이 주위를 에워쌌다. 칼라이샤의 손끝이 물 위를 스쳤지만, 작은 물결조차 일지 않았다.

눈은 더 이상 내리지 않았다. 님프는 이 꿈이 이미 끝났음을 깨달았다.


님프

끝난 건가? 이 꿈은……

님프

칼라이샤? 이제 가도 될까?

님프

장난은 그만해줘, 난 지금 따뜻한 차 한 잔을 정말 간절하게 바라고 있으니까.

님프

……칼라이샤?

어둠 속에서 무언가 다가오고 있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은 절대 생명의 형상이 아니었다.

님프는 몸을 웅크리려 했지만, 몸과 팔다리의 감각이 없었다. 의식만 덩그러니 남겨놓은 것 같았다.

어둠 속 존재

(악의가 담긴 소리)

송곳니가…… 느껴졌다. 삼키고자 하는 욕망이…… 손에 닿았다.

그리고 님프는 도착해 있었다…… 끝의 뒤에, 문의 앞에.

님프

칼라이샤, 도와줘! 물건을 함부로 만지는 게 아니었는데, 정말 미안해!

님프

칼라이샤!

한기가 또 한 번 님프를 집어삼켰고 두려움이 목구멍으로 흘러들어왔다. 님프가 익사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순간, 문이 열렸다.

나흐체러르 킹

들어와라.


나흐체러르 킹

칼라이샤, 군사위원회가 부여한 계급을 거부했군.

나흐체러르 킹

그대가 무엇을 거절한 건지 알긴 하나? 전쟁, 우리가 오래도록 기다려온 전쟁이다.

나흐체러르 킹

과거의 핏자국은 절대 씻어낼 수 없다. 설마 진심으로 그 집과 함께 카즈델을 떠날 생각이었나? 리치들은 그대가 자신들의 아츠를 가져가는 걸 절대 용납하지……

나흐체러르 킹

……잠깐.

나흐체러르 킹

어째서 여기 디얄이?

님프

아…… 안녕?

님프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당신은 교과서에 나오는…… 그 네츠살렘?

거대한 나흐체러르가 몸을 숙여 다가왔다. 님프는 그가 자신을 관찰하는 건지, 냄새를 맡는 건지, 아니면 귀를 기울이고 있는 건지 구별할 수가 없었다.

나흐체러르 킹

네가 어떻게 이곳에? 이 기억은 칼라이샤가 아직 완성하지 않았고, 게다가 다른 어떤 것들과도 연결되어 있지 않다.

님프

나, 나도 잘 모르겠어. 방금 엄청나게 추운 곳에서 칼라이샤와 함께 얼음샘물에 몸을 담그고 있었는데, 갑자기 여기로 떨어졌어.

님프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게 무슨 뜻이야?

나흐체러르 킹

칼라이샤는 전장을 떠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동족들을 버린 건 아니다.

나흐체러르 킹

칼라이샤는 아직도 자신의 기억을 보존하고 있다…… 그것은 종족에 관한 기억, 어떤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나흐체러르 킹

끝없이 펼쳐진 설원 속에서, 칼라이샤가 새로운 길을 찾았는지 모르겠군……

님프

그 말은, 우리가 지금 칼라이샤의 기억 속에 있다는 뜻이야?

님프

그럼 날 여기서 벗어나게 할 순 없어? 만약 이게 꿈이라면, 난 그냥 깨어나면 되는 거 아니야?

나흐체러르 킹

이곳에서는 시간의 개념이 통하지 않는다. 언제 깨어날지는 알 수 없지, 그대를 기다리는 게 더 깊은 잠일 수도 있다.

님프

그렇다면…… 이곳의 당신은, 당신 본인이야? 아니면 칼라이샤의 기억 속에 있는 당신이야?

나흐체러르 킹

그건 중요하지 않다.

나흐체러르 킹

네츠살렘의 목숨은 보잘것없다. 네츠살렘의 이름은 전쟁과도 같은 의미지.

나흐체러르 킹

음…… 하지만 누군가와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건 정말 오랜만이군.

님프

어쩌면 깨어나기 전까지 내가 말동무가 되어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나흐체러르 킹

디얄, 그대가 이곳에 온 시점에, 런디니움 전쟁은 끝나있는 상태인가?

님프

끝났다…… 고 할 수 있지. 하지만 결말이 마음에 안 들 수도 있어……

나흐체러르 킹

아니……

나흐체러르 킹

그때쯤이면 난 이미 사라졌겠지. 하지만 살카즈가 있는 한, 카즈델이 존속하는 한……

나흐체러르 종장은 오래도록 침묵을 이어갔다. 님프가 옆에 있다는 사실을 잊은 건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로 긴 시간이었다.

님프

크, 크흠!

님프

네츠살렘 어르신…… 다른 이야기를 해 보는 게 어떨까?

나흐체러르 킹

좋다.

나흐체러르 킹

그대가 이곳에 오던 시점에, 카즈델은 순무가 한창 익는 계절이었나?

님프

어? 글쎄…… 요즘은 순무를 잘 심지 않는 것 같던데, 대신 옥수수나 고구마를 더 많이 심어.

님프

혹시 음식에 관심이 많아? 음식이라면 내가 재밌는 것들을 많이 알고 있거든!

님프

나흐체러르…… 음식을…… 제외하고.

나흐체러르 킹

……말해라.


칼라이샤

다녀왔어요.

칼라이샤

가기 전에 바깥쪽 화로에 약초차를 올려두고 갔는데, 지금 딱 마시기 좋을 거예요.

칼라이샤

님프, 찻잔 세트 좀 꺼내 주세요. 그 분홍색 장미 무늬가 그려진 다기는 특별히 당신을 위해 준비한……

칼라이샤

님프?! 당신……

순간, 쟁반이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졌고, '북풍의 마녀'는 간신히 차가 가득 담긴 주전자밖에 잡지 못했다. 그녀는 깨진 다기들을 아까워할 겨를도 없이 놀란 눈으로 테이블을 향해 바라보았다.

마른 가지와 가시, 이끼 꽃을 엮어 만든 화관이 희미한 촛불 아래 놓여 있었다. 화관 옆의 디얄은 화로의 재로 고구마를 굽는 방법을 신나게 설명하고 있었다.

님프

……갓 구운 고구마는 꿀보다 달아! 입천장이 다 까져도 그만한 가치가 있어.

님프

내 얘기만 했네. 당신은 뭘 가장 좋아해? 순무 볶음?

님프

내가 한 말을 듣고 군고구마로 바꾼 거지? 조금만 기다려, 옆에 있는 화로에서 몇 개 꺼내올게.

님프

칼라이샤?! 돌아왔구나! 앗, 언제 깨어난 거지?

칼라이샤

어떻게 된 거예요? 네츠살렘……

님프는 멍하니 맞은편을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숙여 자신의 양손을 바라보았고, 이내 그렁그렁한 눈으로 '북풍의 마녀'를 쳐다보았다.

님프

흐흑…… 으아앙! 칼라이샤!

님프

정말 미안해! 다시는 함부로 만지지 않을게!

님프

앗, 뜨뜨뜨! 왜 주전자를 안고 있어??

칼라이샤

왜일 것 같나요?

칼라이샤

잠깐 모판에서 꽃을 따오는 사이에 어쩌다 아직 완성도 못 한 장치를 꺼내서…… 그 사람까지 불러내다니……

칼라이샤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요?

님프

모두 내 잘못이야…… 방에 들어서자마자 레버넌트 조각 탐지기가 계속 반응을 하길래, 결국 참지 못하고 집안을 돌아다니다가……

님프

써볼 생각은 없었는데 손이 갑자기 말을 듣질 않았어.

님프

그리고 무서운 꿈을 꿨어! 꿈속에서 난 칼라이샤가 되어서 전장을 날아다녔어. 눈밭에서 얼음 목욕도 했고, 괴물에 잡아먹힐 뻔도 했어!

칼라이샤

그건 제 기억으로 만든 꿈이에요. 전장에서 돌아온 나흐체러르 병사들이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한 건데…… 아직은 테스트 단계라 위험해요!

칼라이샤

다치지 않았으니 다행이에요. 앞으로 다시는 이 집에 혼자 있지 마세요. 본인 손 하나 제대로 간수를 못 한다면, 딸기 쿠키도 없어요!

님프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야! 정말 쓸 생각은 없었어! 마치 어떤 힘이 화관을 쓰게끔 조종하는 것 같았다니까, 난 칼라이샤의 장난인 줄 알았어!

칼라이샤

설마 당신이 말했던 레버넌트 조각의 소행인가요? 어쩐지 요 며칠 집에서 계속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더라니, 무슨 일인가 했네요……

북풍의 마녀는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방 안을 한 바퀴 빙 돈 다음 지붕 한가운데를 올려다보았다.

칼라이샤

기회는 드렸습니다. 존경하는 조상님.

칼라이샤

제 기억으로 절 우롱하고, 제 집을 이용해서 절 놀리는 것까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칼라이샤

하지만 선을 넘어 제 손님까지 건드린다면……


말을 하는 순간, 집의 구석구석에서 그림자가 쏟아져 나와 집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을 집어삼키려 했다.

오직 차가운 눈동자 한 쌍만이 어둠을 향해 최후의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칼라이샤가 눈을 감자, 푸른색 주술이 집 안 전체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래도 사실대로 말하지 않을 생각인가?

살카즈 장인

그만해! 더 비틀면 진짜 팔이 부러져!

아무래도 네가 이 무리에서 입이 제일 가벼운 녀석 같군. 좋아, 나도 굳이 힘 뺄 것 없지.

한 번 더 묻지, 정말 본 적 없어?

살카즈 장인

오밤중에 물건이 떨어진 위치를 똑똑히 볼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

살카즈 장인

땅에 '쾅' 하고 떨어지며 소리가 나는 바람에, 우리도……

좋아, 나중에 보자고.

살카즈 장인

……잠깐! 나도 *살카즈 욕설* 알고 싶다고! 무슨 일인데!


님프? 괜찮아?! 님……

……?

칼라이샤

조각은 찾았나요?

님프

찾았어!

가방이 딸깍 소리를 내며 닫혔고, 폐허가 된 집 위에서 뛰어내린 님프가 자랑스럽게 상자를 들어 올렸다.

님프

엄청나지?! 이렇게나 많이 찾아냈어!

칼라이샤

대단해요. 분명 주술로 조각을 고정해 뒀었는데, 손을 조금 휘두른 것만으로도 제 집을 모조리 박살 냈군요!

칼라이샤

(느린 박수 소리)

님프

미안…… 악몽에서 만났던 게 그 그림자였거든, 너무 무서워서 오리지늄 아츠를 조절할 수 없었어.

님프

그렇지만 종장의 말에 의하면, 그 집은 리치의 아츠로 지은 거라던데, 마침 아는 리치가 하나 있어……

님프

(꿀꺽) 왜 갑자기 그렇게 무섭게 쳐다봐……

칼라이샤

또 뭐라고 했나요?

칼라이샤

말하지 않았으면 잊어버릴 뻔했네요. 누가 마음대로 제 기억을 훔쳐봐도 된다고 했죠?

님프

그건 사고야……

칼라이샤

막 우려낸 차도, 딸기 쿠키도 전부 날려버렸어요……

잠깐만 님프, 지금 무슨 상황이야? 조각은 찾았고?

칼라이샤

님프의 친구? 맞아요, 님프가 찾던 조각은 찾았죠. 하지만 지금 님프에겐 해야 할 다른 일이 있어요.

너는…… 칼라이샤?

님프가 해야 하는 게 뭔데?

칼라이샤

조상님들을 노하게 하는 바람에 제 집이 무너져 버렸거든요. 우선 집을 수리한 뒤에 보내드릴 거예요.

하지만 너의 집은 카즈델에 들어가도 주변 갱단의 포격을 견뎌낼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님프 혼자서 그 집을 부수는 게 가능한가?

칼라이샤

네?

아, 미, 미안.

[CG: 52_mini02]
칼라이샤

차 한잔하실래요? 지붕이 날아가기 전에 막 따라둔 건데.

고맙지만, 괜찮아……

칼라이샤

힘내요, 님프! 그것만 끝내면 갈 수 있어요!

[CG: 52_mini02]
님프

뱃가죽이 등에 붙어버릴 것 같아……

님프

흐흑, 내 딸기 쿠키……


이상한 행인

여기도 있군. 발길 가는 대로 도시를 좀 둘러보았을 뿐인데, 벌써 4곳에서 심각한 안전 문제를 발견했네.

이상한 행인

배관 교차점을 이렇게 멋대로 배치해 두면, 용광로 출력 공률에 쉽게 영향을 받게 될 텐데. 언제 폭발이 나도 이상하지 않지.

이상한 행인

휴, 다행히 용광로에 있는 늙은이들도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겠군. 그때가 되면 부디……

이상한 행인

음? 어디서 날아온 꽃잎이지?

이상한 행인

플럼바고? 전에 컬럼비아에 있을 때 키워봤던 꽃이군. 카즈델의 기후에서도 이런 꽃이 자랄 수 있는지는 몰랐네.

이상한 행인

아무래도 정말 변화의 계절이 찾아온 모양이군……

???

삐삐! 삐빅! 삑!

이상한 행인

무슨 소리지? 저건…… 디얄?

님프

저 사람이야! 탐지기의 반응이 엄청나!

이 물건, 터지는 건 아니지? 소리가 왜 이렇게 커?

님프

저 녀석의 몸에 거대한 레버넌트 조각이 붙어 있다는 뜻이야!

이상한 행인

소매를 그렇게 막무가내로 잡아당기지 마시죠! 이건 맞춤 제작한 수제품입니다!

님프

설마…… 살아있는 갑옷이라니!

이상한 행인

살아있는 갑옷? 하하하! 이렇게 무례한 꼬맹이를 보게 되는 건 그 쿠쿨칸이 마지막이었을 겁니다!

님프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했어…… 레버넌트에 빙의된 게 분명해. 폴, 대신 상자 좀 들어줘!

설마 통째로 집어넣을 생각이야? 가방에 안 들어갈 것 같은데!

님프

이얍!!!

이상한 행인

어이, 당장 머리에서 상자를 치우세요. 안 그러면 진짜 화를 내겠습니다!

이상한 행인

응? 당신이 왜 상자에? 어쩌다 여러 조각으로 쪼개진 거죠?

저 녀석, 도망치려 해!

님프

손을 묶어버릴게!

님프

가만히 있어! 당신 머리 때문에 가방이 망가졌잖아. 에르미가 분명히 한소리 할 거야!

그냥 빨리 용광로로 보내버리는 게 좋겠어.

이상한 행인

……하하.

이상한 행인

변했어요, 정말 변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