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의 망치
끝없는 황야에서 워미의 오리지늄 아츠가 폭주하게 되지만, 다행히도 추억 여행을 떠나 림 빌리턴으로 오게 된 아미야, 박사, 새비지를 만나게 된다. 사태 수습 후, 로도스 아일랜드 일행도 '베헤모스'를 찾는 여행에 합류하기로 한다. 그리고 워미의 폭주에 내심 두려웠던 레이도 드디어 마음을 열게 된다.
일반적으로 사건이 발생한 즉시 만족스러운 답을 얻기란 어려운 법이다.
마치 엄마와 젬마 아줌마가 오밤중에 이웃들이 전부 깰 정도로 대판 싸웠을 때처럼……
더구나 둘이 언쟁을 벌인 이유는 '인부들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곡물 분쇄기와 정미기의 가동 시간을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였다.
마치 '울타리 사건'에서, 농민과 인부들을 도와 공동전선을 구축한 림 빌리턴의 젊은 상인들처럼……
그들은 백작과 빅토리아 상인회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힘을 썼지만, 결국 그중 몇 명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했다. 그렇다면 진심으로 림 빌리턴의 미래를 위해 싸운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때 여행하고 있었던 박사와 아미야처럼……
어떤 일은 어떻게든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뭐? 어디로 갈지 안 정했어?
이동 플랫폼에 가서 어린 시절의 흔적을 찾자는 게 이번 여정의 첫 번째 목표 아니야? 그거 말고도 두 번째, 세 번째 목표가 있어야 할 텐데……
연료도 가득 채웠고, 심지어 캠핑용 조리 기구랑 텐트도 다 준비했는데……
게다가 지금은 림 빌리턴 광업 챔피언스리그가 조별 예선 중이라고…… 남쪽으로 가면 투어 더 빅해머 버든비스트 랠리도 볼 수 있는데……
아니면, 림 빌리턴의 현지 요리를 맛보는 건 어때? 요 몇 년에 내가 맛집을 여러 곳 봐 뒀거든. 특히 굴착이 끝난 갱도 안에 차린 가게들이 분위기가 좋아.
아무튼, 둘 다 당분간 임무는 없을 거라고 켈시가 말했는데. 빅토리아에 가는 건 나중에 생각해도 되잖아!
지, 진정하세요. 새비지 언니…… 저는 나중 일이 걱정돼서 여행할 기분이 안 드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제 말은, 예전처럼 아무런 목적 없이 돌아다니며 여행하는 게 어떨까 싶어서요.
……으음, 이렇게 말하면 조금 이상하려나요. 그 당시의 박사님은 자신이 어딜 가고 싶은 건지 다 알고 계셨어요.
- ……내가?
제 기억으로는 그때는 매일 다른 일이 일어났고, 매일 다른 광경을 보고 있었으니까요.
만약 정말 림 빌리턴 황야에서 정처 없이 돌아다닌다면, 대부분 시간은 그저 비슷한 모래와 오리지늄 결정 더미, 그리고 광산 갱도나 보게 될 거예요.
그건 두 사람이 너무 운이 나빠서 그랬을 거야. 길에서 성가신 일에만 휘말리게 됐으니……
그래도 다행히 지금의 아미야는 실력도 충분하고, 나도 그때의 열정만 넘치는 덜렁이가 아니니까. 성가신 일에 휘말리더라도 이젠 쉽게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 으악……
- ……
미, 미안해 박사!
박사님! 괜찮으세요? 머리를 부딪히셨나요?
방금 무슨 소리지?
박사님…… 부딪힌 데가 아프면 무리하지 않는 편이……
- 괜찮아…… 머리는 아직 무사해.
새비지 언니…… 무슨 일이에요? 왜 갑자기 급정거를……
저기 봐……
저기 수송차에 연기가 나고 있지?
차량 강탈범, 병나무 수액 받아와. 최대한 많이!
알았어.
담요도 하나 가져와. 그리고 냄비 뚜껑을 부축하고 있어.
응.
그리고 테이프로 냄비 뚜껑을 냉각수 파이프에 묶어. 그다음 발을 찬물에 담가 둬. 온몸에 물을 뿌리고……
응. 그런데, 왜?
우리 공장의 치료 비법이야! 열이 나든 화상을 입든, 몸이 뜨거우면 이게 열을 식히는 최고의 방법이거든.
약도 먹이고 물리적인 처치도 함께 해야 돼. 안과 밖을 함께 치료해야 가장 효과적이야!
라나…… 언니……
걱정 마, 괜찮으니까. 언젠가 이런 일이 생길 줄 알고 약도 미리 준비해 뒀거든…… 자, 워미, 약 먹어.
회색 귀가, 너무 뜨거워.
약을 삼킬 수 있다는 건 상태가 심각하진 않다는 얘기야. 조금 있으면 열은 금방 내릴 거야.
맞아, 분명 문제없을 거야. 날 믿어.
응, 널 믿을게.
그런데 얘는 열이 나는 게 아닌 것 같은데.
……나도 알아.
오리지늄 아츠야. 얘가 또 몰래 오리지늄 아츠를 써서 동력로의 온도를 조절했어.
움직이는 동안 수송차의 동력도 충분했고, 변속도 너무 매끄러웠다는 걸 진작에 눈치챘어야 했는데.
내가 아츠 유닛 없이 아츠를 시전하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는데. 얘는 자신도 도움이 된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던 거야.
얘는 바보고 고집도 세. 내 차에 올랐을 때부터 이미 알고 있었는데……
……*림 빌리턴 욕설*.
의사를 찾으러 가자. 이동 플랫폼으로 되돌아가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그 이동 플랫폼에서 찾을 수 있는 의사라면 아마 나랑 수준이 비슷할걸.
……분명 괜찮아질 거야. 내가 어떻게든 해낼 거야.
음……
라나, 동력실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어.
그래? 내 등에서는 식은땀만 나는데……
……앗, 뜨거워. 얘가…… 왜 이렇게 열이 나지?
아, 편법이 생각났어. 가서 원석충 좀 잡아 와……
라나, 벨 소리야. 누가 차에 타려 해.
차량 강탈범, 네가 가서 쫓아버려.
아니, 라나. 네가 가.
오리지늄 아츠가 폭주하면 매우 위험해.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도 다치게 하지.
그게 무슨……
……
아니야, 그렇게까지 끔찍한 정도는 아니야. 절대 그럴 리가 없어. 얘는 내가 거둔 아이란 말이야.
기다려, 레이. 내가 금방 처리하고 올 테니까.
금방 돌아올게.
……감염자가 발작을 일으키거나, 오리지늄 아츠가 폭주할 위험이 있으면, 다른 감염자가 처리해야 해.
그러면 붕괴가 일어나더라도 새로운 감염자가 생길 일은 없으니까.
일할 때 사람들은 항상 그랬어.
저리 가.
잠깐, 난 저기 있는 차 운전자인데, 나한테 공구가 있거든. 뭔가 도움이 필요한 거 아니야?
도움? 하하, 도움은 무슨. 여긴 전혀 문제없어.
우린 지금 휴식 중이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도와주는 거야.
어? 차에서 연기가 나는데? 아무리 봐도 문제가 없을 리가 없는데……
이 차는 원래 이래. 내 차를 내가 모를 리가 있겠어?
……
미안한데 차 안을 확인해 봐야겠어.
지금 손님 맞이할 시간이 없어.
다시 한번 말하는데, 얼른 꺼져. 험한 꼴 보기 싫으면.
……너, 떨고 있네.
내가? 웃기지 마. 그럴 리가.
그런데, 네 그 장비……
……너, 뭔가 나쁜 짓을 했나 본데.
……너, 감염자를 찾으러 온 용병인가 본데.
차에서…… 폭발음이?!
*림 빌리턴 욕설*, 꺼져! 너를 상대할 시간은 없어!
야! 잠깐!
……이 차,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차체는 너덜너덜해졌고, 앞쪽도 조금 변형된 거 같은데……
연기 나는 건 아무래도 냉각 파이프가 너무 뜨거워져서 그런 것 같고……
그리고 저 운전기사는……
……저 사람, 이 차보다 상태가 더 심각해.
……
회색 귀, 불쌍해.
엔진은 꺼졌지만, 동력실에선 여전히 냉각 파이프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실내 온도는 비정상적으로 높아졌고, 온몸이 흠뻑 젖은 워미는 끊임없이 몸을 떨고 있었다.
라나가 이러는 게 효과가 있다고 했어.
으음…… 조금만 참으면, 조금만……
나머지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고, 냄비 뚜껑은 마치 잠꼬대하듯 입술만 움직였다.
잠시 생각에 잠긴 레이는 냄비 뚜껑의 손을 잡았다. 상대의 손은 무의식적으로 움츠려졌지만, 뿌리칠 만한 기력은 없었다.
……너무 뜨거운데.
걱정 마. 이제 네 오리지늄 폭주가 어느 정도인지 알았어.
도움이 되는 방법은 모르겠지만,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알고 있어.
자신을 땅에 묻는 사람도 있고, 폐기된 갱도에 자신을 가둬두는 사람도 있고, 아주 먼 곳으로 떠나는 사람도 있어.
그래, 사람은 언젠가는 병에 걸려. 마치 부품이 녹스는 걸 피할 수 없는 것처럼.
적절하게 처리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사고로 이어지지도 않아.
저……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아요……
레이 언니……!
움직이지 마, 회색 귀. 체온이 아직도 올라가고 있어.
……예전에 함께 살던 대가족 아저씨, 아줌마들도 모두 감염자였어요.
응.
다들…… 일도 잘하고, 자기 집도 잘 만들고…… 성실하게, 행복하게 살았어요.
저도 매우 즐거웠어요. 저는…… 엄청 큰 수프를 끓여서 사람들한테 나눠 줬죠……
맛있는 걸 먹으면…… 병도 나으니까요. 아저씨 아줌마들도 병이 다 나으면 돌아오지 않아도 되고요……
잠깐, 거기까지만 해, 회색 귀. 체온이 너무 높아……
공기 중에서 미세하게 스파크가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젠 네 손을 잡아 주기도 힘들 정도야.
……나도 경험이 있어, 회색 귀. 어떤 사람은 실수해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죽이기도 하지만, 난 그러지 않아. 잠깐 널 기절만 시킬 뿐…… 며칠만 아프고 말 거야.
손 놓을게.
워미…… 밥도 잘 먹고, 잘…… 자라서, 병이 다 나으면…… 아빠도, 돌아올 거야……
……왜, 저 사람들은 감염자들을 찾으려고 하는 거지? 왜 나는 감염자여서, 라나 언니에게 폐를 끼치는 걸까?
……
손바닥에 생긴 물집의 통증에 레이의 움직임은 잠시 멈췄다.
레이 언니.
감염자가 된 게…… 잘못인가요?
……
난……
……회색 귀, 많이 아프지?
그 아픔이 느껴져.
나도 알아. 가끔은 광석병 발작 때문에 잠도 못 잘 때가 있으니까.
하지만 그때, 그 빛이 날 비췄던 때가 기억나…… 왠지 몸이 편안해졌고, 푹 잠들 수 있었어.
'베헤모스'……
……지금은 편히 쉬고 있어. 회색 귀, 내가 그걸 반드시 찾아올 테니까.
……냄비 뚜껑! 냄비 뚜껑!
어떻게 된 거야?!
너희들…… 그…… 피는……
라나, 난……
……회색 귀는 다치지 않았어. 하지만 가까이 오지 마. 열이 아주 조금 내렸을 뿐이야.
아까 소규모 폭발이 일어났어. 라나, 여기 몇 군데랑 저기 파이프가 파열됐는데, 혹시 위험한 상황이야?
……
파이프는 상관없어. 그런데……
약은…… 확실히 효과가 없었던 모양이네.
내 도움이 필요할 거라 했잖아……
……어라? 이 톱이랑 렌치랑 테이프…… 그리고 이 아이, 전에 본 적이 있는데……
……왜 이 아이를 묶어뒀어? 너희 얘한테 뭘 하려는 거야?
……
뭘 하려는 거냐고?
내가…… 또 뭘 할 수 있는데?
라나……
내가 무슨 바보도 아니고. 이런 방법이 효과가 없다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열사병에 걸린 친구가 민간요법으로 치료하다가 고통 속에서 다시는 직장에 돌아오지 못한 걸 내가 못 봤겠어?
'녹슨 렌치'는 그나마 이겨냈어. 벙어리가 됐지만, 그래도 일은 할 수 있었지. 바비 아저씨는 이 방법으로 겨우 살아났다고 했어…… 내가 설마 그 사람들이 극소수라는 걸 몰랐겠어?
나라고…… 광석병이 불치병이라는 걸 모르겠어?
하지만 이 바보는 몰라. 이 녀석은 광석병을 치료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하지만 내가 이 녀석과 함께 믿어 주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또 뭐가 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이런 약을 구하고, 사람들로부터 민간요법을 배워오는 게 전부야.
나도…… 사람이 내 앞에서 죽는 걸 지켜보면서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잖아.
- 저기, 안녕.
- 그쪽에 있는 꼬마 감염자의 상태를 좀 봐도 될까?
푹 쉬세요. 더 이상 자신에게 화상을 입히지 마시고요.
이런 아츠를 사용해서 죄송해요……
꿈속에선 부디 광석병에 시달리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 무의식적인 아츠 시전이 멈췄네.
- 잘했어, 아미야.
……저는 느껴져요. 이 아이, 무척 힘들어하고 있어요.
박사님, 제가 또 도와드릴 게 있을까요?
- 됐어.
- 기본적인 주사만으로도 충분해.
제 아츠도 끝났으니…… 다른 분들도 들어오시게 해야겠네요.
……정말 이제 괜찮은 거야?!
네,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던 아츠도 이제 멈췄고, 체내 오리지늄 결정의 활성화도 억제됐어요. 하지만 발열 증상은 아직 완전하게 회복되지 않았으니, 조금 더 지켜봐야 해요.
수송차를 이렇게나 오래 몰았지만, 이런 곳에서 의사를 다 마주치게 될 줄이야…… 정말이지.
……정말로 너무 고마워.
별말씀요. 감염자를 구하는 게 저희 로도스 아일랜드가 해야 할 일인걸요.
게다가, 저와 박사님은 전문 의료진이 아니에요. 혹시 모르니까, 최대한 빨리 로도스 아일랜드의 사무소에 가서 전용 의료 설비로 전면적인 검사를 받는 게 좋을 거예요.
로도스 아일랜드……?
맞다, 그러고 보니 전에 냄비 뚜껑이 나한테 명함을 하나 줬는데. 어떤 언니가…… 가족한테 전해주라고 했다면서.
어, 그게 나야.
그때 마침 이 아이가 감염자인 걸 눈치채고, 가족들이라면 이해하지 않을까 싶어서……
아, 여기 있다. 이거야. 굴착기 버킷이 하늘을 가리키던 로고가 생각나더라.
……굴착기 버킷이요?
지금 림 빌리턴에서 이런 일은 경쟁이 너무 심하거든. 차라리 수송차를 모는 게 낫지.
그나저나 너희 회사, 복지가 상당한데? 무슨 건설 회사에 전문적인 의료진이 다 있어…… 림 빌리턴의 회사들이 다 너희 같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네요. 알라나 씨……
……하지만 알라나 씨 말이 맞아요. 만약 림 빌리턴의 기업들이 모두 광석병에 대한 안전 의식을 갖고 있었다면, 이 환자도 지금 같은 위험에 처하진 않았겠죠.
그리고 저희도 업무 범위를 제대로 명시한 로도스 아일랜드 명함을 다시 만들어야겠어요…… 감염자들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기회가 거의 없으니까요.
아무튼 로도스 아일랜드의 사무소라면 더 전문적인 의료진이 워미 씨를 치료해줄 수 있을 거예요. 괜찮다면 이 차로 가장 가까운 이동 도시까지 갈 수 있을까요?
좋아.
……아냐, 잠깐.
이 차는 상황이 조금 특별해서 말이지. 한번 돌아가면 다신 못 올 수도 있어…… 게다가 이미 다른 사람이랑 약속한 것도 있어서.
상황이 특별해? 아, 그러고 보니 이건 수송차잖아.
하지만, 이대로 계속 가봤자 앞에는 재앙 다발 지역밖에 없는데.
설마…… 너희들 거기 가서 병나무를 심을 생각이야?
아니…… 아니, 우리는…… '베헤모스'를 찾으러……
……베헤모스?
부탁이에요…… 저를 두고 가지 말아 주세요……
알았어 알았어, 아무도 너를 버리지 않아. 그래서 다들 지금 토론하고 있잖아……
어, 냄비 뚜껑?!
깼어?
머리는 좀 어때? 몸은 아직도 뜨거워?
라나 언니, 엄청 흥분하고 계신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왠지 엄청 피곤한 꿈을 꾼 거 같아요……
……아, 그리고 마지막에 베헤모스를 본 것 같아요.
레이 언니가 저한테 엄청나게 큰 그림자를 보여 줬거든요. 저도 자세히 보려고 엄청 노력했는데, 잘 안 보이더라고요.
라나 언니, 저도 베헤모스를 찾으러 따라가도 될까요?
……
자, 이거 먹어 봐.
식자재는 별로 없는데, 그래도 감사의 표시는 제대로 해야지.
냄비 뚜껑을 구해준 데다, 얘를 돌봐 주려고 우리와 동행까지 해 주다니. 정말 다행이야.
아니에요. 알라나 씨. 저희도 어차피 목적지가 없었거든요.
그리고 여기 이 박사님은, 여러분이 말씀하신 베헤모스에 대해 관심이 많으세요.
다 끝났어, 알라나. 내 차는 수송차의 화물칸에 넣어 뒀어.
앞으로의 여정도 잘 부탁해.
훗, 내게 맡겨.
그나저나 너희가 찾고 있다는 그 '베헤모스'는 대체 뭐야?
그건…… 음…… 엄청나게 거대한……
아무튼 전설 속에 등장하는 그런 생물이야! 듣기론 엄청나게 대단한 탐험가가 이 전설을 주제로 칼럼을 쓴다는 소문이 자자해!
베헤모스는 림 빌리턴의 모래바람 속에서도 몇 달째 쉬지 않고 비행할 수 있으면서, 가장 높은 산꼭대기를 뛰어넘어 태양을 향해 불을 뿜고, 어두운 밤안개 속에서도 달보다 밝게 빛난대!
이번에 우리가 그곳으로 가는 것도 더 많은 단서를 찾기 위해서야! 그렇지? 차량 강…… 아니, 레이?
저기 석궁만 안고 있는 사람 말하는 거지? 말이 거의 없는 것 같은데……
……뭐, 혼자 저기서 찬 바람이나 쐬게 내버려 둬.
아무튼 베헤모스는 그런 대단한 녀석이야.
음, 이런 참신한 전설은…… 들어본 적 없는 것 같은데.
저는 들어본 적 있어요.
거대한 파울비스트가 하늘의 구름을 다 먹어 치우고 하늘에서 떨어지기 전에, 그 파울비스트의 등을 타고 끝없는 별바다를 향해 뛰어 들어갈 수 있다고……
옛날에 자기 전에 박사님께서 가끔 이런 동화들을 들려줬거든요.
- 응?
- 미안…… 기억이 잘 안 나네.
아, 물론 박사님께서 말씀하신 거랑 제가 말한 게 약간 다를 순 있죠……
다만…… 박사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마치 모든 게 다 진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오, 그 후드 안에 그렇게 상상력이 풍부한 머리가 숨어 있었다니. 놀라운데.
하지만 우리가 찾는 건 동화가 아니라, 진짜야!
후우…… 후우…… 자, 막 끓인 고구마수프 나왔어요!
우와, 이거 진짜 맛있는 건데. 너희도 어서 먹어!
고마워, 워미.
별말씀요. 다른 요리도 있어요!
잠깐…… 그런데…… 왜 원석충이 들어간 것 같은 맛이 나지?
응, 원석충 젤라틴이 들어갔으니까.
방금 먹어봤는데, 말랑말랑한 게 맛도 좋아. 아마 독은 없을 거야.
……음, 진짜 괜찮긴 하네.
그러고 보니 아까 알라나가 가져온 요리도 나쁘지 않았어. 네가 요리도 잘할 줄은 몰랐네.
그게 그렇게 놀라울 일이야? 왜, 요리는 전혀 못하게 생겼어? 내가 한 요리는 공장 사람들이 서로 빼앗아 먹을 정도야!
하지만…… 나는 맛이 진한 요리를 잘해. 이런 담백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건 무리야.
이런 보르쉬랑 방금 너희가 먹은 원석충 고구마수프는 다 냄비 뚜껑이 혼자 만든 거야. 나는 그저 나르는 걸 도왔을 뿐이고.
워미? 이제 막 회복했는데…… 이렇게 많은 일을 시켜?
쉬고 있으라고 해. 나머지는 내가 할게.
잠깐…… 걔한테 맡겨. 괜히 일을 더 만들지 말고.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끼면 아마 또 우울해할 거야.
그 녀석은 늘 그래. 자신이 할 수 있다고, 자기도 어른이라고 증명하고 싶거든…… 그것 때문에 낮에도 그 꼴이 된 거고.
아, 그러고 보니, 알라나 씨……
응?
도대체 워미 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늘 웃는 얼굴에 기운이 넘쳐 보이지만, 저는…… 워미 씨가 슬퍼하는 게 느껴지거든요.
워미 씨의 감정과 미소는 마치 전혀 다른 두 가지를 호소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하하하.
괜히 강한 척하는 거야. 별거 아니야.
그렇지만 보통 아이들이 이렇게까지 완고하지는 않은데……
아마 걔 아빠가 사라지기 전에 남긴 말 때문일 거야. “지금처럼 즐겁게 자라다오”……
게다가 그 전날이 그 녀석 생일이었대. 성가시지? 아이들은 생일 소원이나 기도 같은 걸 진지하게 받아들이니까.
그럼 워미의 아빠는 지금……
글쎄. 아무튼 걔는 나를 계속 따르고 있어. 걔네 아빠가 출근할 때 매번 내 수송차를 탔으니까.
이 차의 승객들 중 가장 많은 게 광부고, 두 번째로 많은 게 카우투스인데, 걔 아빠는 둘 다야! 그러니 내가 기억할 리가 있겠어?
그런데, 이 차가 곧 운행이 종료된다고 내가 말했었나?
왜냐하면 정거장이었던 광산들이 전부 폐쇄했거든. 최근에 폐쇄된 곳은 자원이 거의 고갈돼서 이미 가치가 바닥났어. 그리고 2년 전에는…… 사고 때문에 한 곳이 폐쇄됐고.
그러고 보니 걔가 내 차에 탄 것도 딱 2년 전이네. 항상 즐겁게 웃지 않으면 인파 속에서 아빠를 찾았을 때, 아빠가 자기를 못 알아볼 거라고 했었지.
……
자, 나는 가서 좀 도와주고 올게. 아마 너무 의욕이 넘쳐서, 너희들이 가져온 그 작은 오리지늄 난로로 광부 만찬 풀코스를 만들어 버릴지도 몰라.
너희들도 좋은 녀석들 같네. 쟤가 만든 요리를 먹어 주는 사람도 아주 오랜만이거든.
그리고 아까 너희가 했던 얘기가 진짜이길 바랄게. 감염자와 함께 밥 먹어도 감염되지 않는다는 게……
아니면 적어도 나처럼 착한 사람에겐 상응하는 보답이 따른다고 기도해둘까? 나는 아무 일도 없잖아, 하하하.
저 사람, 얼마나 위험한지도 모르면서 워미를 곁에 뒀구나……
- 아미야.
네, 박사님……
- 후회하고 있어?
- 기뻐하고 있어?
아, 티가 났나요? 저는 단지……
……만약, 그때 박사님께서 저를 잔해 속에서 구해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라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에요.
림 빌리턴의 거리를 걷다 보면 자주 이런 생각이 들어요. 뛰어다니거나 소리를 지르는 카우투스 아이들 모두가, 저 같다고요.
림 빌리턴에는 재난이 자주 일어나거든요. 위험한 전통적인 광업에, 비정상적으로 빈번한 재앙까지……
쳇, 심지어 예전에 몇몇 빅토리아 상인들은 '여기는 인간이 사는 곳이 아니다'라고 했다니까.
아, 물론, 림 빌리턴의 삶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비록 환경은 척박하지만, 그래도 집집마다 분위기는 따뜻하니까요.
림 빌리턴의 대가족은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을 거두는 경우가 자주 있어요.
저는 단지…… 지금처럼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기뻐요.
- 예를 들면, 냄비 뚜껑을 돕는 거?
- 예를 들면, 감염자를 위해 싸우는 거?
그리고 박사님을 성공적으로 구해낸 거요. 그리고 그 전에……
작은 카우투스는 이내 입을 다물었지만, 당신은 그게 그녀들이 암묵적으로 당신의 비밀을 지켜주고 있는 것이란 걸 잘 알고 있었다.
아미야는 약간 실의에 빠진 듯했지만, 유감이나 후회는 보이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고향을 떠난 후엔, 한 해 한 해가 너무 길었던 것 같아요.
일들은 순식간에 지나가죠. 제 키가 자라는 것보다, 어릴 때 옷이 작아져서 못 입게 되는 것보다 더 빠르게요.
그래서 저는 가끔 자신에게 이렇게 질문할 때가 있어요…… 부모님이 생각났을 때, 내가 경험한 모든 것을 어떻게 정리해서 얘기해야…… 부모님이 저를 알아볼 수 있을지요.
……
하지만 림 빌리턴에 돌아온 순간 저는 깨달았어요.
제가 부모님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제가 살아남았다는 말뿐이에요.
왜냐하면, 박사님께서 제 손을 잡아 주셨으니까요.
당신의 뇌리에 문득 어떠한 광경이 스쳐 지나갔다.
로도스 아일랜드에 탑재된 레이저 채굴 모듈에 박힌 거대한 림 빌리턴 로고. 당신은 예전에도 그걸 바라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최근 로도스 아일랜드 내부에서 점차 당신에게 열람을 허용한 자료들이 떠올랐다.
로도스 아일랜드의 전신인 '바벨'은 림 빌리턴에 채굴 모듈의 제작을 의뢰했고, 첫 수송 도중에 습격을 받았다.
바벨이 고용한 용병대는 방어에 실패했고, 수송대의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리고 당신은 텅 빈 황야에서 타오르는 시커먼 연기가 떠올랐다.
- ……
아득히 멀고 애매한 감정이 어슴푸레한 기억과 함께 마음속에서 되살아났다.
당신은 그게 자신의 과거라는 사실을 아직 깨닫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당신의 마음은……
- ……끝없는 고독을 느끼고 있었다.
제가 여기서 찾고 싶은 건…… 여기에서부터 시작한 그 여행의 흔적이에요.
그리고 여기에서 발굴된 로도스 아일랜드가, 림 빌리턴을 가로질러 대지의 어딘가에서 출항하기에 이르기까지의 흔적도요.
저는 그저……
로도스 아일랜드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켈시 선생님과 테레시아 씨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만약 박사님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분명 엄청 아쉬웠을 것 같아요.
후우…… 드디어 정리가 끝났네.
정말이지, 알라나랑 워미가 계속 저런 수송차 안에서 살았다니. 아까 바로 해머를 휘두르지 않길 잘했어. 안 그랬으면 저 차는……
그러고 보니 마지막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랑 캠핑한 게 언제였더라?
……이렇게 박사랑 아미야랑 같이 즐겁게 밖에서 저녁을 먹었던 건 또 언제였지?
……'응'이라니, 그걸로 끝이야?
그 말을 듣고도 화가 안 나? 그 빌어먹을 상인들이 우리 광산을 빼앗으려 한다고! 게다가 내 친구들도, 어쩌다 그놈들처럼 속물이 됐지?!
……미안.
그냥…… 옛날에 읽었던 책 내용이 생각나서.
……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
마치 하늘의 별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잖아.
……그 당시에도 즐거운 일만 있었던 건 아니야.
음……?
아미야랑 박사…… 벌써 잠들었나?
신나게 놀다가 지쳤나 보네. 여긴 안전한 곳도 아닌데, 참. 이러다 감기라도 걸리면……
- 새비지?
어?!
……박사, 아직 안 잤어?
어두워서 얼굴이 잘 안 보이긴 했는데……
혹시 나 때문에 깼어?
- 잠들지 않는 야수도 있어.
- 계속 잠을 안 잔 사람도 있어.
……그 말은, 아미야를 위해 불침번을 서는 거구나.
하긴, 림 빌리턴의 황야는 늘 위험하니까. 만나는 사람들이 다 착하다는 보장도 없지.
……그러니까, 처음 너희를 봤을 때 내가 얼마나 초조했는지!
몸이 허약한 이방인이, 어린애 하나 데리고 황야를 걷고 있었어. 나 좀 죽여달라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너는 림 빌리턴을 몰라서 그랬다 치지만, 아미야까지 무턱대고 너를 믿고 있었으니……
……하지만 그 후에는 나도 이해했어. 아미야가 항상 네 곁에서만 푹 잘 수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걸 말이야.
- 내가 똑똑하다는 거야?
- 내가 경각성이 높다는 거야?
그래, 너는 아는 것도 많고 수단도 많지.
……하지만, 좀 얼빠진 것처럼 보이는 부분도 있어. 특히 막 같이 여행을 떠났을 때.
너는 '이런 열매는 신맛이 강해'라고 했으면서, 결국 한 번 맛보고서야 아미야에게 먹지 말라고 충고했지.
……그래, 너는 쉬는 법이 거의 없었어.
아무것도 없는 황야든, 별이 가득한 밤하늘이든, 도시의 흔한 철골이나 크레인이든, 너는 언제나 질리지도 않고 계속 바라보니까.
불침번을 하려고 일부러 깨어 있는 건 아니었겠지만, 확실히 네 덕분에 아미야가 사나운 파울비스트나 악당에게 당하지 않은 적은 몇 번 있었지.
박사, 여기 앉아도 될까?
……그때처럼 말이야.
하아, 너희를 데리고 놀러 가려고 했는데, 결국엔 또 이상한 일을 겪고야 말았네.
그나마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야.
- 그때의 여행도 이랬어?
맞아…… 하지만 나한테 그때랑 가장 다른 건 기분이려나.
솔직히 그때는 좀 우울해서 기분이라도 낼 겸 멀리 떠나고 싶었어.
- 다른 림 빌리턴 오퍼레이터들한테서 들었어.
- 너는 원래 동네에서 인망이 두터웠다며?
응, 맞아. '울타리 사건' 때문에.
하지만, 사건이 해결되고 너랑 아미야를 따라서 여행을 떠났으니, 사람들이 보기엔 내가 마치 사라진 것 같겠지. 여행 끝나고 돌아가도 다들 아마 잊어버렸을 거야.
……그게 내가 원한 것이기도 했고.
그때, 상인들은 림 빌리턴 사람들을 위해 광산을 개발하겠다는 계약서에 서명했어. 하지만 돌아서자마자 바로 황무지의 야수를 대하듯이 울타리를 쳐서 우리를 밖으로 쫓아버렸지.
물론 그보다 더 슬펐던 건 함께 우리 땅을 지키자고 했던 공작들이 우리를 짐승 취급하면 안 된다고 말했던 녀석들이야.
어떤 사람들은 명성을 얻고 존경을 받으니까 서서히 그 상인이나 광석 도둑들처럼 변하더라.
하아, 생각만 해도 그놈들의 예쁜 집을 이 해머로 박살 내고 싶다니까!
- 진정해, 새비지.
아, 미안. 놀라게 했네, 박사……
……헤헤, 매번 이 얘기 할 때마다 기분이 이상해.
아무튼, 그때 난 엄청 화가 났어.
난 그런 거 못 참아. 마치 자신과 벽이라도 쌓고, 자신으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것 같은 느낌. 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전혀 친구로 대하는 눈빛이 아니었어……
한마디로 그런 놈은 신뢰할 가치도 없다는 거야.
나도 그래서…… 사람들을 오해한 적도 있지만.
- ……혹시, 내가 아는 사람이야?
- 그 '사람들'이 너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네.
……응.
하지만 걱정 마. 내 해머는 오로지 너희를 보호하는 일에만 쓸 거니까.
너와 아미야가 내게 답을 줬어.
그리고 아미야는 이 길을 선택한 것에 조금의 후회도 없다고 했고.
그게 얼마나 무거운 짐인지 알아.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아미야를 도와주는 것뿐이야.
그리고 박사, 너는……
이건 아니야, 켈시. 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야? 아미야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고? 이렇게 어린아이가 이런 걸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말해, 이게 박사의 선택이야? 그 인간은…… 설마 아미야마저도 장기말로 생각하는 거야?
난…… 박사에게 약속을 요구한 적이 있어. 도저히 의심하지 않을 수 없지만, 또 한편으론 박사를 믿고 싶어서 박사에게 약속을 요구했지.
아미야를 데리고 림 빌리턴을 떠나면 아미야를 소중히, 건강하고…… 그리고 자유롭게 자랄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어.
……응, 나도 알고 있어.
기억을 잃은 사람에게 답을 구해 봤자 소용없겠지.
켈시, 너는…… 너도 기다리고 있는 거야?
알았어, 그럼 나도 함께 기다릴게. 시간이 모든 걸 말해주겠지.
……박사, 너도 마찬가지야.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얘기 해.
- (먼 곳을 가리킨다)
엥? 지금?
……앗, 그러고 보니.
쟤, 저쪽에서 밤새 앉아 있었구나.
박사, 네 말은 쟤가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거야?
……아니면, 뭔가 다른 생각이 있어?
……
밤도 깊었는데, 불은 쬐러 가지 않는 거야?
그러고 보니 오늘 너 다쳤잖아. 그러면 더욱 체력을 보충해야 할 텐데.
워미가 요리를 잔뜩 했는데, 알라나가 차 안에 보관해 뒀어. 필요하면 내가 데워줄까?
나는……
워미의 요리는 정말 대단해. 맛도 못 보게 되면 내가 더 아쉬울까 봐 그래.
……워미는 괜찮아?
응, 별일 없어.
직접 가서 얼굴이라도 보지 그래?
……고마워.
하지만…… 난 워미의 아픔을 느꼈어.
예전에 나는 아픈 게 두렵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너무 무서워서 떨릴 정도야.
……
무기를 품에 안은 그녀는 실제로 떨고 있지는 않았다.
그저 꼼짝도 하지 않고 밤하늘만 바라볼 뿐. 마치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기기를 거부하는 것처럼.
……한 감염자가 자기 몸에 불을 지르는 걸 본 적이 있어.
구할 수 없는 감염자를 그대로 보낼 수 밖에 없던 때도 있었지.
하지만 워미는…… 그래선 안 돼.
난…… 이제야 무서워졌어.
애초에…… 이 차가 노선을 이탈하게 한 건 나야.
……응. 알라나한테 들었어.
되돌리고 싶어?
……
아니.
다만, 나 혼자 갔어야 했어……
그럼 됐네. 왜냐하면 지금은 박사마저도 네가 말한 그 베헤모스에 관심이 생겼으니까.
밤하늘이 이쁘지? 한참을 쳐다보던데.
……모르겠어.
먼 곳에서, 어둠 속에서 빛을 내는 것뿐이잖아.
그래도 어두운 것보다는 나아.
어두운 게 무서워?
아니. 갱도 안은 항상 어두우니까 이미 익숙해.
갱도? 아, 그냥 거기가 싫은 거구나. 맞지?
이해해. 나도 예전에 경비원으로 갱도에 내려간 적이 많은데, 내려갈 때마다 답답해서 숨도 못 쉬겠더라.
그리고 가끔은 고개를 숙여 주변의 사물을 보면 슬퍼지니까, 고개를 들어서 하늘의 별을 보게 될 때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어.
……
너는 어때?
너는 뭘 봤어? 또 뭘 찾고 있어?
……그리고, 애초에 차는 왜 강탈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