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그리닝 밸리를 향해

돌아오지 않는 바퀴 자국

미니 스토리브릿지2024-07-09

알라나는 긴장된 분위기를 중재하며 어떻게든 차를 검문소까지 몰고 가 도움을 청하려 했지만, 뜻밖에도 검문소 경비원들의 감염자 수색에 휘말리고 만다. 알라나는 워미를 지키기 위해 간절히 요청했지만 소용은 없었고, 결국 차량 강탈범의 도움으로 검문소를 강제로 뚫고 나간다.

등장 오퍼레이터: 알라나, 레이, 워미


황야에 날아오른 모래바람이 캐터필러가 지나간 흔적을 지워버리는 모습은 이미 셀 수 없이 봐왔다.

다들 나를 '황야의 알라나'라고 부르지만, 나는 막을 수 없는 모래 폭풍이 아니라 그저 바람에 밀려 끊임없이 황야를 떠도는 회전초일 뿐이다.

인부들과의 내기는 내 솜씨를 보여줄 수 있는 무대였고, 승객들과의 만남은 내 자랑스러운 수닷거리였다.

하지만…… 이게 정말로 내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까?

외로운 수송차는 대지를 누비고 있고, 차 밑은 광활한 사막이며 차 위는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이다.

그것은 과거의 길을 따라가지 않고, 그것의 앞길에는 어긋남이 있다.

그것이 원하는 건 무엇일까? 또 무엇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건 무엇일까? 나는 또 무엇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걸까?

알라나

날씨 좋네. 저 멀리 오리지늄 결정까지 보이는걸. 이대로면 순조롭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겠어.

???

……

알라나

아무 말이 없네. 뭐라도 하고 싶은 말 없어?

알라나

지금까지 운전기사 생활을 하면서 너처럼 과묵한 승객은 처음이야.

???

하고 싶은 말이라니, 뭘?

알라나

아냐, 됐어…… 자, 잠깐만…… 그건 또 왜 들이밀고 그래?

???

뭐 하는 거지?

알라나

창문을 열어서 환기 좀 시키려고! 맹세코 다른 짓은 안 해!

???

알았어.

알라나

그나저나 이것부터 머리에서 좀 치워 주면 안 될까? 말로 하자고, 말로.


차량 강탈범

……

차량 강탈범

그리닝 밸리로 가기만 한다면 네가 다치는 일은 없을 거야.

알라나

차를 강탈한 것도 모자라, 석궁인지 화포인지 분간할 수도 없는 걸로 내 머리를 겨냥하고 있으면서, 다치는 일이 없을 거라고? 이 안에는 대체 뭐가 들어 있는 거야?

차량 강탈범

특수 제작한 화살이야. 특히 감염 생물이 많이 두려워하지.

알라나

사실 내가 기대한 대답은 화살이 아니라 '당근'이나 '사탕'이었는데.

알라나

그래도 다행이야. 난 감염 생물이 아니니까, 무서워하지 않아도 되겠네.

알라나

하지만 그걸 계속해서 나한테 겨눈다면……

알라나

음……

알라나

만약 네가 방아쇠를 당겨서, 그러니까 내 말은 혹시라도…… 내가 쓰러지면 이 차는 누가 운전해?

차량 강탈범

네가 쓰러진다면, 내가 운전하면 돼.

알라나

운전할 수 있다고? 네가 운전대를 넘겨받을 때면 차는 진작에 통제 불능이 될걸?

알라나

절벽을 향해 돌진하든가, 아니면 커다란 오리지늄 결정에 부딪히든가.

알라나

쾅…… 하고 말이야.

차량 강탈범

……

알라나

뭐, 네가 운전할 수 있고, 이 차도 통제 불능이 안 된다고 치자.

알라나

그런데 내가 죽으면 다른 사람들은? 저 사람들은……

알라나

그러니까, 저 자라크의 안전은 어떡할 건데?

차량 강탈범

난 분명 기회를 줬어. 차에서 내리지 않은 건 너희들이지.

차량 강탈범

난 그저 이 차가 필요했을 뿐이야.

알라나

뭔가 이상한 점을 못 느꼈어? 다른 사람들이 왜 차에서 내리지 않는지?

알라나

내가 너였다면, 저 사람을 무서워했을 거야.

알라나

사고 치고 도망치는 놈일 수도 있고, 직장에서 잘려 실의에 빠진 재수 없는 녀석일 수도 있고……

알라나

아니면, 널 쫓고 있는 사복 경찰일 수도 있잖아? 벌벌 떨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엄청난 실력을 숨기고 있을지도 모르지!

알라나

이 세상에 비밀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 안 그래?

차량 강탈범

……그렇지.

알라나

내가 내리지 않는 이유는…… 회사에 고용된 직원으로서 회사 자산을 안전하게 지켜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야.

알라나

나와 함께한 세월이 얼만데, 감정으로나 도리로서나 모르는 녀석한테 그냥 넘길 순 없거든.

알라나

이 녀석은 원래……

알라나

아, 원래는 새로운 삶을 위해 떠날 예정이었어!

알라나

이 녀석은 원래 매일 엄청난 양의 광석을 실어 나르는 아이언 캐럿 시티에서 손님들의 주목을 받으며 자동차 공장으로 들어갔었어야 했다고.

알라나

거기서 더 멋지고 더 새로운 모델로 개조돼야 했어. 예를 들어 실드 머신 같은 모듈이 탑재되면, 재앙 경보가 울릴 때 바로 땅에 구멍을 파고 들어가 대피할 수 있게.

알라나

훗, 아무래도 내가 대신 너한테 고마워해야겠네! 아이언 캐럿 시티에서 보내게 될 새로운 삶이 물거품이 됐으니까! 네 덕분에 말이야!

차량 강탈범

너는 말도 많고, 말하는 속도도 아주 빠르네. 대단해.

알라나

……

차량 강탈범

새로운 삶?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차량 강탈범

삶은 어딜 가나 똑같아…… 새롭든 오래됐든, 별 차이는 없지.

알라나

뭐, 네 말이 맞을 수도 있어.

알라나

그거 알아? 난 말이야, 갑자기 나타난 괴한이 무기를 내 머리에 겨누는 일조차 새삼스럽지 않아.

알라나

……어쩌면 슬픈 일일지도 모르겠네.

차량 강탈범

……

차량 강탈범은 커다란 석궁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알라나

왜 하필 이런 말에만 반응하는 거야? ……뭐, 됐어. 그래도 인간미는 남아 있나 보네.

알라나

공공 교통수단을 돈도 안 내고 개인 전용 차량으로 쓰려면, 예의 정도는 지켜야지.

알라나

그래야 이 사태에 말려든 사람들도 너한테 기꺼이 협력해 줄 테니까.

차량 강탈범

아무도 끌어들일 생각은 없었어.

차량 강탈범

……내가 알기로는, 이 시간대에는 승객이 없다고 들었는데.

알라나

음, 오랫동안 계획을 짜왔나 보구나.

알라나

하지만 아무리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도, 항상 예상외라는 게 있기 마련이잖아.

알라나

그래, 나랑 이 고물딱지에겐 운이 좋다고 해두지, 뭐.

차량 강탈범

……목적지에 도착하면 너희들을 보내줄게.

차량 강탈범

물론, 돈도 낼 거고.

알라나

잘됐네, 그러길 바랄게.

알라나

그럼 너의 그 '약속'을 믿고 그리닝 밸리로 가볼까…… 단, 이 차에 탄 모든 사람의 안전은 보장해야 돼. 그 석궁, 다시는 함부로 들지 말고.

차량 강탈범

알았어.

알라나

그럼, 강탈범 씨…… 자리에 앉아 바깥 경치라도 구경하면서 다음 역까지 기다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수송차는 천천히 속도를 늦추더니 그대로 멈췄다.

도착한 곳은 검문소였다. 통행을 기다리는 차들이 줄지어 있었고, 앞쪽 차량이 빠져나가야 비로소 조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예전 같으면 이건 알라나가 가장 싫어하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차가 더 밀리길 바라고 있었다.

그래야 예정 노선을 이탈한 이 차량을 되찾을 가능성이 더 커지기 때문이었다.


차량 강탈범

차가 많네.

알라나

또 어느 글로벌 대기업가가 근처 광산에서 나오는 광석을 싹쓸이하나 보네. 아마 다들 그 녀석을 위해 필사적으로 화물을 운반하는 거겠지.

알라나

놈들이 물 흐르듯 돈 쓰는 바람에 도로를 달리는 우리 같은 사람들만 애먹는 거지.

차량 강탈범

왜 다른 길로 안 가는 거야? 여긴 너무 밀리는데.

알라나

그리닝 밸리로 가려면 반드시 그린미도우 자치주의 검문소를 통과해야만 해. 어쩔 수 없어.

차량 강탈범

……

알라나

그래도 보통 불심검문은 안 해. 그냥 통행료를 내고 등록만 할 뿐이야.

차량 강탈범

알았어.

알라나

(뒤에 있는 차, 바싹 붙으란 말이야. 아주 좋아, 이제 퇴로는 막혔어.)

차량 강탈범은 자리에서 일어나 상황을 확인하려는 듯 좁은 통로를 따라 차의 뒤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돌아왔다.

강탈범의 발소리가 가까워질수록 알라나의 심장 박동이 점점 더 빨라졌다.

백미러에 강탈범의 전체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손에 든 석궁만이 보였다.

그리고 올리브 빛의 인영이 백미러에 비치는 모든 것을 뒤덮은 후에 알라나의 시야에 들어오더니, 다시 조수석에 걸터앉았다.

상대는 마음도, 몸도 매우 침착한 것 같았다. 강탈범이 앉으면서 낸 옷과 좌석의 마찰 소리가 마침 알라나의 심장 소리를 가렸다.

알라나

……무슨 일 있어?

차량 강탈범

아무것도 아니야.

알라나

(의심하는 것 같지 않네. 다행이다.)

알라나

(흥…… 그리닝 밸리로 가는 길이 이거 하나뿐이겠어? 이 길이 가장 빠른 건 사실이지만, 반드시 검문소를 통과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거든.)

알라나

(검문소 직원이랑 대화할 수 있다면 구조 신호를 보낼 수 있을 거야. 이 녀석은 아마 전문 훈련을 받은 경비원을 당해낼 수 없겠지.)

차량 강탈범

재앙인가……

차량 강탈범

이 차들, 재앙이나…… 아니면 다른 안 좋은 것을 피하고 있는 것 같아.

알라나

……왜? 그걸 어떻게 알아?

차량 강탈범

차체에 감염 생물이 남긴 흔적이 있어. 게다가 분진…… 아주 조금이지만 볼 수 있으니까.

차량 강탈범

……그리고 차 안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도.

차량 강탈범

사고가 난 광산의 인부들이 저런 표정이었거든……

차량 강탈범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보이는 초조함과 불안함이 딱 저랬어.

알라나

……기다려 봐.

알라나

물어보고 올게.


알라나

어이, 거기 슬래그 덤프를 운전하는 형씨.

알라나

대체 무슨 일이야? 오늘 왜 이렇게 밀려?

피곤한 운전기사

너 더블헬멧 광산에서 온 거 아니지?

알라나

러스트드레그 카운티에서 왔어.

알라나

더블헬멧 광산이라면…… 내 기억으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몹시 분주했을 건데. 자원이 풍부한 광맥이 새로 발견됐다면서……

피곤한 운전기사

사고 났어.

피곤한 운전기사

불안정한 오리지늄이 폭발하면서 갱도 전체가 완전히 무너져 버렸어. 지금 난리도 아니야……

알라나

아…… 그거 큰일인데.

알라나

그럼 너는 도망쳐 나왔어? 다른 사람들은?

운전기사는 갑자기 심하게 기침했고, 알라나는 그제야 그의 안색이 이상하게 창백하다는 걸 알아챘다.

피곤한 운전기사

쿨럭…… 그쪽에 있는 사람들은 운에 달렸다고 봐야지…… 내 아내와 아이도 운이 좋았으면……

피곤한 운전기사

여기 있는 차들 대부분 나랑 같은 처지야. 집이 있어도 돌아가지 못하고. 현장이 정리되기 전까지는 다른 곳에 몸을 기댈 수밖에 없어.

알라나는 뒤를 힐끗 돌아보았다.

강탈범은 차분한 표정으로 반대편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차량 강탈범

무슨 일 있어?

알라나

……아무것도 아니야.

차량 강탈범

차에 타려고 하네.

알라나

뭐라고?

차량 강탈범

저 무기를 든 사람들이. 이 차에 타려 한다고.

차에? 그러나 수송차에 다가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차량 강탈범의 시선을 따라간 알라나는 그제야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했다.

검문소 경비원들이 앞차의 운전기사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고, 방호 장비를 갖춘 또 다른 경비원들이 난폭하게 차량 내부로 진입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비원들은 운전기사를 끌어내렸다. 운전기사의 옷소매는 찢겨 있었고, 그의 팔에서는 오리지늄 결정이 노출되어 피까지 흐르고 있었다.

순간 알라나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차량 강탈범

일일이 검사하고 있네.

알라나

……

차량 강탈범

감염자를 찾고 있어.


수송차의 좁은 공구실에서 냄비 뚜껑은 자신의 약속을 지키고 있었다.

냄비 뚜껑

……음.

냄비 뚜껑

차량을 강탈한 저 카우투스 언니도 참 이상한 사람이네요.

냄비 뚜껑

그래도 라나 언니랑은 생각보다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은데요? 진짜로 차를 강탈하러 온 게 맞는 걸까요…… 아! 알겠어요! 라나 언니가 너무 대단해서 어떤 사람이라도 친구로 만들어 버린 거예요!

냄비 뚜껑

여기, 단말기의 감시 카메라 화면을 보세요……

잔뜩 위축된 승객

어……

잔뜩 위축된 승객

아무래도…… 누군가를 다치게 할 의도는 없는 것 같네.

냄비 뚜껑

그, 그럼 원래 노선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이 수송차의 운행 종료 시간도 더 미룰 수 있는 걸까요?

잔뜩 위축된 승객

글쎄, 그건 잘 모르겠네……

냄비 뚜껑

엥……?!

잔뜩 위축된 승객

왜 그래?

냄비 뚜껑

갑자기 생각난 건데, 왜…… 이 공구실에 있는 건가요?

냄비 뚜껑

여기는 수송차의 비밀 공간이라 다른 사람에겐 출입 금지예요!

잔뜩 위축된 승객

어…… 그게…… 조금 무서워서…… 아니, 조금이 아니라 많이 무서워져서…… 차량 납치는 처음 겪는 일이라……

잔뜩 위축된 승객

문이 보이길래 급하게 들어왔어……

잔뜩 위축된 승객

꼬마야, 나 여기 계속 있으면 안 될까? 이렇게 구석에 쭈그리고 있으면 공간도 차지하지 않을 거야. 네 일을 방해하지도 않을 거고……

냄비 뚜껑

네? 그렇다면 워미는 상관없어요! 하지만……

냄비 뚜껑

그렇게 무서우면 왜 애초에 차에서 안 내린 거예요?

잔뜩 위축된 승객

나…… 나도 잘 모르겠어…… 무섭긴 했는데…… 갑자기 안심되는 느낌도 들었거든.

잔뜩 위축된 승객

그러니까…… 차에서 내리면 더 무서운 일이 생길지도 모르고…… 이 차가 더 멀리, 더 오래 달렸으면 좋으니까……

잔뜩 위축된 승객

……그러는 넌 왜 안 내렸어?

냄비 뚜껑

저요? 저는 당연히 내리면 안 되죠! 라나 언니가 아직 차에 타고 있는데, 저는 언니를 버릴 수 없어요!

잔뜩 위축된 승객

'라나 언니'면…… 이 차의 운전기사를 말하는 거지? 너희들은 가족이야? 아니면……

냄비 뚜껑

가족이요? 음…… 모르겠어요. 저는 집을 떠난 지 엄청 오래됐거든요.

냄비 뚜껑

라나 언니는 아빠 같기도 하고, 엄마 같기도 한데, 가끔은 광부 이모 삼촌들 같기도 해요…… 그런데, 모두와 같다는 건 누구와도 같지 않다는 말이겠죠?

냄비 뚜껑

라나 언니는 그냥 라나 언니예요. 언니는 친구들이랑 내기를 했고, 그 내기 대상이 저라서……

냄비 뚜껑

그러니까…… 가족은 아닌 것 같아요! 그냥 이 차에서 같이 사는 것뿐인걸요.


검문소를 나가는 통로가 바로 코앞에 있었지만, 굳게 닫힌 게이트가 수송차를 가로막았다.

몇몇 경비원이 운전석으로 다가와 창문을 두드렸다.

알라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차에서 내렸다.

알라나

형씨들, 무슨 일이야?

검사관 A

정기 검문이다.

알라나

공공 수송차도 검사해?

알라나

봐, 운행 허가증도 있어.

검사관 A

시기가 시기니만큼 협조 바란다.

알라나

아니, 앞에 있던 차들은 그냥 통과시켰으면서 왜 갑자기 나는 안 된다는 거야?

알라나

오늘은 재수도 참 좋네. 이렇게 많은 '좋은 일'이 한꺼번에 들이닥치다니!

검사관 B

(작은 목소리로) 대장님, 대꾸하실 필요 없습니다…… 방금 이 수송차의 식별 코드를 확인해 봤는데, 빅필러 자치주에서 온 차량입니다!

검사관 B

(작은 목소리로) 빅필러 자치주 관할 광산은 대부분 혼란스러운 데다가, 방호 절차도 규범화되지 않아 감염자들이 많을 겁니다!

검사관 A

차량 식별 코드가 그린미도우 자치주가 아니군. 외지 차량을 전부 검사하는 게 우리 임무다.

알라나

싫다고 하면?

검사관 A

그럼 중무장한 우리 검문소 경비원들이 너희를 검문소 사무실로 '모시겠지'.

검사관 A

며칠 또는 몇 달간 구속할 수도 있고, 이 차량을 압수하고 운행 허가증도 박탈한 뒤, 고액의 벌금을 부과할 거야.

검사관 A

구체적인 처리는 네가 언제까지 꾸물대는지에 달렸어.

알라나

형씨, 이거 너무한 거 아니야? 내가 수송차를 한두 해 운전한 것도 아니고, 검문소를 한두 번 통과한 것도 아닌데, 이런 대접은 또 처음……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경비원들은 일제히 석궁을 들어 알라나에게 겨눴다.

알라나

……알았어, 알았다고.

알라나

관례대로 운전기사만 조사에 협조하면 되는 거지?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승객이야……

검사관 A

승객?

알라나

그래, 전부……

여기까지 말한 알라나는 고개를 돌려 열린 문을 통해 수송차 안을 살펴보았다.

알라나

……

알라나

(냄비 뚜껑은 잘 숨어 있나 보네.)

알라나

(그런데 그 자라크…… 어디 갔지?)

알라나

(차량 강탈범은…… 왜 화살을 장전하고 있는 건데?!)

알라나

……저 여자, 저 여자도 승객이야. 티켓도 샀어.

알라나

그런데 형씨들 그 장치, 규칙 위반 아니야? 지금까지 검문소를 수도 없이 지나면서 광석병을 검사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는데.

알라나

승객들이 검사받지 않겠다고 하면 나도 어쩔 수 없어. 승객들이 회사에 민원이라도 넣으면……

검사관 A

닥쳐.

검사관 A

차에 오른다.


수송차의 승객들은 모두 좌석에 앉아 있었고, 전원 팔에 광석병 검사 장치를 찼다.

그러나 알라나는 자기보다 다른 세 사람이 더 걱정됐다……

고개를 숙인 냄비 뚜껑은 공허한 눈으로 검사 장치의 프로그래스바를 응시하고 있었다.

차량 강탈범은 맞은편에 앉은 경비원을 유심히 관찰하더니, 이내 열린 문을 통해 검문소 구석구석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자라크 승객은 차량 강탈범과 거리를 조금 두고 앉은 채…… 다리만 덜덜 떨고 있었다.

검사관 A

이 작은 공간에 숨어 있던 두 사람은 뭐야? 차에 탄 걸 알고 있었나?

알라나

……물론 알고 있었지.

검사관 A

그럼 아까는 일부러 우리한테 알려 주지 않은 건가?

알라나

그거야…… 형씨들이 너무 두려워서 깜짝 놀란 탓에 잊어버렸던 거지.

알라나

하하, 좋게 좋게 끝내자고……

검사관 A

……누구 장치가 울리고 있는 거지?!

냄비 뚜껑

……!

냄비 뚜껑

(어…… 어떡하지? 라나 언니…… 언니라면 어떻게 할까?)

땀 한 방울이 알라나의 뺨에서 흘러내렸다.

검문소 직원들은 융통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고, 주위를 에워싼 경비원들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이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신속하게 생각해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알라나

저기…… 형씨, 아니, 선생님……

알라나

이 승객은 아직 꼬마야. 그린미도우 자치주에…… 선생님네 자치주에 아빠를 만나러 가는 중이라고.

알라나

아빠가 제련소에서 일하는데 벌써 1년 넘게 집에 안 돌아왔대…… 이 검문소의 벽과 게이트, 그리고 이 검사 장치에 쓰인 재료도 모두 이 꼬마의 아빠가 만든 걸지도 몰라.

알라나

이 꼬마 카우투스는…… 두 달인가, 석 달에 한 번 차를 타고 아빠 만나러 가는데……

알라나

……내 차의 단골이나 다름없어. 예전엔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는데,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 주면 안 될까?

알라나

당신, 아빠를 그리워하는 아이가 불쌍하지도 않아?

검사관 A

……

검사관 A

얼마 전, 더블헬멧 광산에서 사고가 발생해 난민들이 우리 관할구로 몰려들고 있어.

검사관 A

그리고 위에서 감염자들을 엄격하게 단속하라는 명령이 떨어졌어. 이건 융통성의 문제가 아니야. 우리도 일하는 거라 어쩔 수 없어.

검사관 A

(손으로 신호하며) 시작해.

알라나

……!!


찰리

어젯밤에 난 똑똑히 봤어, 알라나.

찰리

네가 2년간이나 차에 숨겨 키운 아이…… 사실 감염자지? 그래서 우리에게 한 번도 데려오지 않았고!

찰리

……이 바보야. 그냥 말뿐인 내기였는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 있어?

찰리

넌 그 승부욕 때문에, 죽어도 굽히지 않는 자존심 때문에……

찰리

언젠가는 자신을 해치고, 다른 사람도 말려들게 할 거야.

알라나

……


알라나

잠깐!

검사관 A

……

알라나

저기…… 존경하는 검사관님…… 우린 여기를 지나지 않고 왔던 길로 되돌아갈게. 지금! 당장!

알라나

이러면 안 될까?

검사관 A

검문소도 우리 관할 구역이야. 너희가 지금 여기에 있는 이상, 검문소를 통과하지 않아도 우리 말을 따라야 해.

알라나

……

알라나

저기…… 통행료는 제대로 낼게, 그리고 벌금도, 아니면……

알라나

이 수송차를 압수하고 나를 데려가. 내가 조사에 협조할게……

알라나

그러니까 제발 부탁이야. 이 아이만큼은…… 봐주면 안 될까?

냄비 뚜껑이 알라나의 이런 표정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함께 지내는 동안, 알라나는 언제나 용감하고 두려움이 없었으며, 심지어 제멋대로였다고 할 수도 있었다.

가끔 장난을 치기도 했고, 과거의 경험을 과대 포장해서 얘기하기도 했고, 남의 눈을 꺼리지 않고 큰소리로 웃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을 위해…… 저렇게 머리를 숙이고 애원하고 있었다.

검사관 A

끌어내.

냄비 뚜껑

라나 언니……

냄비 뚜껑

……괜찮아요.

알라나

안 돼……

냄비 뚜껑

배웅할 필요 없어요. 잠깐 차에서 내리는 것뿐인걸요. 조금 있다가 다시 만나러 올게요.


검사관 A

감염자가 더 있나?

검사관 B

이 녀석도입니다!

검사관 A

그 녀석도 끌어내.

검사관 A

……어디 갔지?

갑자기 날아온 화살이 확인하기 위해 차에 타려던 경비원을 가로막았다.

뒤이어 화살이 연이어 날아오자 경비원들은 황급히 후퇴했다.

검사관 A

이런……

검사관 A

그 보라색 머리 여자다! 잡아라!

경비원

예!

주먹질 한 번, 발차기 한 번, 그리고 석궁을 한 번 휘두르자 경비원들이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또다시 쏟아 내린 화살이 그들의 옷을 꿰뚫어 그들을 전부 땅에 못 박았다.

차량 강탈범은 어지럽게 쓰러진 자들을 넘어, 냄비 뚜껑 곁으로 다가왔다.

차량 강탈범

가자.

냄비 뚜껑

네?

냄비 뚜껑

……네!

검사관 A

거, 거기 서! 너희들 아직……

검사관 A

아……

검사관 A

아무것도 아니다……

알라나

……

차량 강탈범

운전해.

차량 강탈범

……왜 그래?

알라나

……크흠. 가자, 타!

알라나

(……이 녀석을 신고하지 않길 잘했네.)

알라나

맞다. 너는?

알라나

……너는 검사 장치가 울리지 않았는데, 왜 같이 내린 거야?

잔뜩 위축된 승객

……저요?

잔뜩 위축된 승객

그…… 그냥 무서워서요……

잔뜩 위축된 승객

어, 어딜 가든 괜찮으니까, 저를 데려가 주시면…….

땅에 쓰러진 경비원

도망칠 생각 마라!

잔뜩 위축된 승객

으아……

다리를 잡힌 자라크 승객은 자세를 잃고 비틀거리며 경비원의 손을 힘껏 밟았다.

땅에 쓰러진 경비원

으아악!!! 내 손가락……

잔뜩 위축된 승객

죄, 죄송해요! 진짜 죄송합니다…… 이, 이만 가볼게요!


차량 강탈범

사람들이 더 몰려오고 있어.

알라나

지원군이겠지…… 세상에, 일이 더 커졌네.

알라나

이제 어떡해?

차량 강탈범

대장갑포를 장비한 경비원이 40명 이상.

차량 강탈범

앞쪽은 두꺼운 강철 게이트로 막혀 있고.

차량 강탈범

딱히 좋은 방법은 떠오르지 않아.

알라나

방법이라…… 흠…… 내게 좋은 방법이 하나 있긴 한데.

알라나

도박이긴 하지만, 정말로 해낸다면 몇 년은 자랑할 수 있겠어.

차량 강탈범

뭔데?

알라나

저기, 차량 강탈범 씨.

알라나

그거 알아? 이 차는 평범한 수송차가 아니야.

알라나

이 차의 정식 이름이 뭔지 알아?

차량 강탈범

……

알라나

이 녀석의 이름은…… 토석 굴착 및 병나무 이식 겸 도시 간 인원 수송차야.

알라나

큰 바위나 병나무를 옮기는 건 물론, 러스트드레그 카운티 대문을 지탱하는 그 두 철골도 이놈 덕분에 조립한 거거든.

알라나

물론, 그걸 이뤄낸 운전기사가 바로 이 몸이고.

냄비 뚜껑

라나 언니……

차량 강탈범

너, 손이 떨리고 있어.

알라나

시끄러워! 꽉 잡아……

알라나

이대로 돌파한다!


잔뜩 위축된 승객

……

잔뜩 위축된 승객

저기……

잔뜩 위축된 승객

저기…… 죄송하지만, 혹시 여기 구멍을 막을 만한 게 없을까요?

잔뜩 위축된 승객

조금…… 추운데요.

차체에 뚫린 여러 구멍으로 황야의 바람이 들어와 자라크 승객의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리고 있었다.

알라나

없어, 그냥 참아.

알라나

나중에 이동 플랫폼에 들러 재료를 사서 수리할 거야……

알라나

잠깐, 그런데 넌 왜 아직도 타고 있어?

알라나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

잔뜩 위축된 승객

아, 저…… 그게…… 저는 그냥 평범한 승객인데요……

잔뜩 위축된 승객

저, 저는 착한 사람입니다! 진짜예요! 이거 보세요. 제 신분증입니다……

알라나

아, 제리…… 하지만 제리 씨, 지금은 우리한테 필요한 건 착한 사람이 아니야.

제리

……걱정 마세요! 여기 일은 절대 떠벌리지 않겠습니다!

알라나

……

알라나

뭐, 이렇게 된 이상……

알라나

지금부터 이 차에 탄 사람들 모두 공범이야. 아무도 여기서 도망칠 생각 하지 마.

알라나

들었어, 차량 강탈범? 이제는 우리 모두가 차량 강탈범이 됐어.

차량 강탈범

……

알라나

……그리고 아까는 냄비 뚜껑을 구해줘서 고마워.

차량 강탈범

내 검사 장치도 울렸어.

차량 강탈범

체포됐다면 아마 수용 구역으로 끌려갔겠지.

차량 강탈범

그래도 난 그리닝 밸리에 가야만 해.

알라나

……

알라나

알았어, 알았어. 지금 바로 그리닝 밸리로 간다. 이제부터 이 차의 종점은 그리닝 밸리야!

알라나

그런데 지금 남은 연료로는 거기까지 못 갈 수도 있어. 아무래도 이동 플랫폼에 들러서 보급받는 편이 나을 거야. 간 김에 이 상처투성이인 내 차도 좀 수리하고……

알라나

아니면 차를 반납할 때 회사에 설명하기 힘들거든.

차량 강탈범

그래.

알라나

맞다, 너 이름이 뭐야?

차량 강탈범

……

차량 강탈범

광산 사람들은 날 레이라고 불러.

알라나

레이구나. 음, 역시 '차량 강탈범'이 입에 더 잘 감기는데.

알라나

아무튼, 차량 강탈범, 궁금해서 그러는데…… 너는 이 차를 강탈했고, 경비원마저 때려눕혔는데, 이렇게 물불 안 가리고…… 그리닝 밸리에 가려는 이유가 도대체 뭐야?

알라나

거긴 차도 거의 안 다니고, 재앙에 파괴된 황무지나 폐허밖에 없다고 들었는데…… 설마 거기서 뭔가 새로운 거, 보물 같은 걸 발견한 건 아니겠지?

알라나

나도 좀 알려줘! 정말 귀한 보물이라도 있다면, 이 정도 난리를 피워도 충분히 가치가 있으니까!

레이

……

레이

거대한 그림자를 찾으러 가는 거야.

알라나

……뭐라고?

레이

안개 속에서 빛을 내는 산처럼 거대한 그림자.

레이

말도 할 줄 알아.

알라나

……마 ……말도 할 줄 안다고?

레이

응.

냄비 뚜껑

……

제리

……

알라나

……뭐?! 뭐야 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