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비욘드 히어

검과 저울

미니 스토리브릿지2021-07-06

용문을 떠난 후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하던 첸은, 컬럼비아에서 만난 한 '범죄자'의 이야기를 들은 후 자신의 결심을 더욱 굳건히 다지게 되었다.

등장 오퍼레이터: , 아미야, 로즈몬티스


……거기 서!

거기까지다. 도망쳐도 소용없어, 경찰이 곧 이리로 올 테니까. 이미 늦었어.

감염자

그러니까, 너도 놈들이 보낸 추격자였다 그거지? 로도스 아일랜드의 임무라느니, 감염자를 치료해주는 의사가 있다느니 하는 말도 전부 거짓말이었어, 그렇지?

감염자

톰 영감이 외부인을 믿지 말라고 경고했었지. 하아…… 난 그 영감 말도 씹고 네가 꽤 괜찮은 녀석이라고, 돈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멍청이들이랑은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감염자

결과가 겨우 이거라니. 나야말로 멍청이였어!

……좋을 대로 생각해라. 네가 믿든 안 믿든 말해두겠는데, 난 바깥의 저 경찰들이랑은 아무 관계도 없어.

감염자

그럼 내가 여기를 벗어날 수 있게 놓아주라고!

미안하지만, 그렇게는 안 돼.

넌 경찰서로 향하는 길에 돌연 소동을 피우더니, 경찰 두 명을 다치게 하고는 밤새 도시에서 탈주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너를 놓아줄 수는 없어.

나는 운 좋게 그들보다 한발 앞섰을 뿐이야, 이미 세 개 소대가 널 찾고 있다. 이곳을 벗어나 봤자 바로 다른 사람들한테 들킬 거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네가 고소장에 적힌 죄를 짓지 않았다는 걸 아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야.

감염자

……당연히 내가 그랬을 리가 없잖아!

감염자

그 자식들이 나를 잡으려는 건, 내가 길거리에서 죽은 외국인 놈과 우연히 대화 한 마디를 나눠서라고! 겨우 그 한 마디로, 그놈들은 나를 살인자로 고발했고! 웃기지 않아?

감염자

“현장에 아츠의 흔적이 남아 있으므로, 감염자의 소행으로 추정”……? 웃기시네! 내게 정말 그런 힘이 있었으면 놈들은 진작에 다 죽었어! 내게 무슨 능력이 있다는 거야? 난 불 하나도 쉽게 못 지르는 사람인데!

알고 있어……

벌건 대낮에 무장한 용병을 죽이다니, 네게 그럴 만한 능력은 없지. 그게 내가 이곳에 서서 너와 대화하는 유일한 이유다.

난 네가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믿어. 하지만 경찰관을 덮쳐 상처 입히고, 체포를 거부한 채 도주한 점만큼은, 부정할 여지가 없는 너의 죄야.

더 이상의 저항은 그만둬. 네게 좋을 게 없으니까. 컬럼비아는 내가 지금까지 봐온 여러 곳보다 훨씬 강대하다. 컬럼비아의 법원 재판을 본 적이 있다, 너희 재판에는 배심원도 있고, 방청객도 있더군.

네겐 자신을 변호할 장소가 있어. 모두에게 모든 사실을 알릴 수 있지.

제한적이긴 해도, 적어도 이곳은 감염자에게도 공정하니까……


아미야, 컬럼비아는 법률 제도가 상당히 잘 갖춰진 곳이라고 들었다. 그곳엔 판사도 있고, 감염자를 수감하는 형무소도 있다고 말이야. 직접 한 번 보러 갈까 하는데.

아미야

물론 좋죠. 첸 팀장님이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요. 오히려, 저는 첸 팀장님이 더 다양한 곳을 보러 다니면 좋겠다고 생각하는걸요.

아미야

아…… 이제 팀장님이라고 부르면 안 되죠?

아미야

첸 씨. 네? 너무 격식 차릴 필요 없다고요? 그래도…… 아, 알겠어요. 그럼, 첸?

아미야

안 되겠어요, 역시 조금 민망하달까……

아미야

크흠,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가서, 저는 컬럼비아에 대해서는 아는 게 많지 않아요. 법률 제도나 형법에 관련해서는 아마 첸 씨가 저보다 더 잘 알 테니, 이것들에 대해서는 더 말하지 않을게요.

아미야

그래도 한 가지만은 확실히 알고 있어요.

아미야

사람 간의 경멸과 적대는, 장소와 상황을 가리지 않고 생긴다는 것.

아미야

비감염자와 감염자 사이에서도,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 사이에서도, 심지어는 인위적으로 나눠진 경계 사이에서도 생길 수 있죠……

아미야

동포를 갈라놓고, 우열과 귀천을 나누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으니까요.

아미야

너무 급하게 판단하려 하진 말아주세요. 첸 씨. 소문에 따르면 컬럼비아에 있는 여러 감염자들은 땅을 개척할 수도, 돈을 벌 수도, 일부는 공민의 신분을 얻을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매우 희망적으로 들리는 이야기죠.

아미야

하지만 첸 씨, 그게 정말 좋은지 나쁜지는 그 두 눈으로 직접 보고 판단하셔야 한답니다. 우르수스의 땅은 그저 꾸밈없이 잔혹할 뿐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는 잔혹함이 예쁜 식탁보 밑에 가려져 있기도 하거든요.

아미야

저는 그날 사령탑에서 첸 씨가 했던 말을, 한순간도 잊어본 적이 없어요.

아미야

모두를 공평하게 대하는 것, 모두를 공평하게 심판하는 것…… 훌륭하지만, 어려운 일이죠.

아미야

아직 아무도 그런 길을 걸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나아가야 할 방향조차 알 수 없어요. 첸 씨를 믿고, 우리의 힘으로, 한 걸음씩 발을 내딛는 수밖에 없죠.

아미야

……저는 첸 씨가 걱정돼요.

아미야

당신이 실망할까 봐요.


감염자

공정은 무슨 얼어 죽을!? 잠이 덜 깼나!

감염자

과연 누가 내 변명을 들어줄까? 설마 법정에 오르는 '범죄자' 중에, 자신의 처지에 눈물 흘리지 않거나, 자신을 무고하다 주장하지 않는 사람이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거냐?!

감염자

하지만 저놈들은 새를 새장에 가두듯 '범죄자'를 나무 울타리 안에 가둬두고, 모가지를 비틀고 배를 갈라 네놈에게 음흉한 속셈이 없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꺼내 보일 거야!

감염자

그 잘난 배심원 나리들 중에 얼마나 많은 자가 돈으로 사람을 매수해, 거리에서 “감염자 가난뱅이들이 도시를 점거해 우리의 지갑에서 돈을 털어가고 있다”고 외치고 있는지는 알고 있나?!

감염자

네가 뭘 알아, 여기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주제에. 넌 아무것도 몰라!

나는……

아니, 아냐.

확실히 나는 아직 이곳을 잘 이해하지 못했는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국가의 무력 기구에 대해서라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나는 그것들에 실망을 느껴서 그곳을 떠났다. 그중에는 이미 마비되었거나, 심지어는 썩어빠진 부분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어.

하지만 반대로, 그 힘이 더 이상 이 사회를 안정시킬 수 없게 된다면, 무력으로 지켜지던 질서에 누구나 도전할 수 있게 된다면,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날 거란 것도 똑똑히 알고 있다.

그러니까…… 너를 이대로 놓아줄 수는 없어.

적어도 범죄자가 경찰관을 덮치고 도주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아는 지금은 말이다.

감염자

……

감염자

날 놓아줄 생각이 없군. 나로서는 널 이길 수 없으니, 그래, 단념하지.

미안하게 생각하진 않겠다.

오늘 이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이 누구더라도, 난 이랬을 테니까.

감염자

퉤.

농담 아니야.

……하지만 만약 정말 네 말대로, 놈들이 정말 네게 억울한 죄를 뒤집어씌웠다면, 나도 가만히 있진 않겠어.

정말로 그런 지경까지 이르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감염자

내가 아는 건 이런 거야.

감염자

감염자인 데다 돈도 없으면, 이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감염자

여기에 온 감염자는 모두 철상자 속에서 썩어가거나, 목숨을 걸고 황야로 떠나거나 둘 중 하나야. 힘 있는 녀석들은 이미 모두 떠나가 버렸어.

감염자

릴 피어도, 톰도, 바보 마르스도, 다들 하나씩 떠나가더니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어.

……

감염자

톰을 기억해? 늘 네 흉을 보던 그 영감탱이 말이야.

어떻게 잊겠어. 내가 너희 거리에 처음 오던 날, 내 팔찌를 가로채려다 오히려 나한테 된통 혼쭐이 났는데도 조금도 반성하지 않았잖아.

감염자

그 일로 그 영감탱이가 네게 앙심을 품었고 말이야. 그때만 해도 우리는 모두 톰을 건드린 네가 이 거리에서 버티지 못하리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나는 너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까다로운 상대였지.

감염자

그래. 감히 널 건드리려는 놈은 진작에 사라졌다.

감염자

넌 톰에게 본때를 보이면서도, 그에게 과하게 손을 대진 않았어. 그 녀석을 얌전히 만드는 건 좋은 일이니, 모두들 관여하지 않았지.

감염자

그가 그다지 좋은 놈이 아니라는 건 모두들 알고 있었으니까. 영감은 사기도, 도둑질도, 강도질도, 뭐든 했었지. 자기 손녀에게 치마나 액세서리 따위를 사주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개의치 않았어.

감염자

하지만 그건 대체 무엇을 위해서였을까? 그 예쁘장한 손녀는 그가 벌어온 돈과 물건으로 치장해 도시에 있는 부자에게 환심을 사서 집을 얻었지만, 그 영감의 진흙 묻은 신발로 자기 집의 타일 하나 밟지 못하게 했어. 하, 녀석은 대체 무엇을 위해서 그랬단 말이야.

……그 사람을 제일 먼저 경찰서에 집어넣었어야 했는데.

감염자

흥. 그것보다 너, 톰을 보지 못한지 얼마나 됐지?

2주 정도인가. 그것보다 더 오래됐을지도 모르겠군.

잠깐, 왜 갑자기 그런 얘기를 꺼내지?

……설마 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냐?!


아미야, 만약 내가 죽을 때까지 노력했는데도, 모두가 공정한 심판을 받을 수 있는 그런 곳을 보지 못한다면……

그럼 그런 불공정한 땅에서 자라나, 분명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을, 나는 어떻게 대해야 하지?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그런 사람들을 잠시 붙잡아 놓을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들은 결국엔 어디로 향하게 되는 걸까?

권선도, 징악도, 불공정하고 사적인 형벌을 막아내는 것도 할 수 있어. 내겐 그럴 능력이 있으니까. 내가 바라는 정의를 위해서라면 다른 것들은 내려놓고, 그것만을 위해 기꺼이 달릴 수 있어.

하지만 나 자신에게 묻게 돼. 내게 그럴 권리가 있을까?

과연 누구에게 남의 죄를 심판할 권리가 있을까?

로즈몬티스

아미야는 여기에 없으니, 내가 아미야 대신 대답해 줄게.

로즈몬티스

아미야라면 분명, 누구도 다른 사람을 심판할 수는 없다고 말했을 거야. 닥터 켈시도 항상 그렇게 말하거든.

로즈몬티스

두 사람 다 정말, 좋은 사람이지. 둘은 나를 속이지 않고, 나도 그 둘을 믿어.

로즈몬티스

하지만 나는…… 또 다른 무리의 덩치가 크고 착한 사람들을 알고 있어. 우리는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싸웠고, 함께 나쁜 놈들을 물리쳤지. 그들은 나를 믿었고, 나도 그들을 믿었어.

로즈몬티스

난 그 사람들 말이 옳다고 생각해. 네가 눈앞에 마주한 것이 나쁜 사람이고 그가 나쁜 짓을 했다는 걸 네가 안다면, 그럼 넌 그에게 죄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거야. 죄가 있는 자는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해.

로즈몬티스

첸, 뭘 고민하는 거야? 괜찮아. 첸은 이제 내 가족이고, 가족은 서로 돕는 거잖아. 그러니까, 첸이 차마 하지 못하는 일이라면, 내가 해줄게.

로즈몬티스

내가 불공평함을 막을게. 다른 사람의 가족을 잃게 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내가 막을게.

로즈몬티스

죽을죄가 아닌데도 누군가 그자를 죽이려 하면, 내가 막을게. 살인을 저지르려는 자를 막고, 나쁜 놈에겐 벌을 주는 거야. 잘못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도록 말이야.

로즈몬티스

도둑질을 했다면 두들겨 맞아야 마땅하고, 누군가를 다치게 했다면 상처 준 손을 잘라내는 거야.

로즈몬티스

이거면 어때? 이거면 되는 거 아니야?

로즈몬티스

열심히 성장해서, 내가 그 재량의 잣대를 손에 넣을 거야. 선과 악을 구분해서, 내가 심판해낼 거야.


뭐라고……?

방금 뭐라고 했어. 다시 한번 말해봐!

감염자

그러니까…… 죽었다고!

감염자

진작에 죽었어! 원한을 사면 안 될 사람의 원한을 사버려서 말이야. 땅에 질질 끌려가며 잡혀가고, 돈도 낼 방도가 없으니, 입을 열기도 전에 얻어맞기 일쑤였겠지. 그 나이를 먹고 며칠이나 버틸 수 있었겠어?

그런 사적인 형을 집행하는 데 아무도 관여하지 않았단 말이야?!

감염자

누가 관여하겠어? 톰 영감 같은 사람을 위해 그럴 사람이 어디 있겠어?

감염자

그 영감은 손녀딸을 한 번이라도 보고 싶어 했지만, 결국 죽을 때까지도 만나지 못했어. 손녀딸은 진작에 그와 연락을 끊었거든. 도둑질과 사기로 겨우 모은 푼돈까지도 전부 부쳤지만, 대답 하나 없었어.

감염자

그거 알아? 그들이 괴롭히지 않는 건, 아직 쓸모가 있기 때문이야. 돈을 벌어올 수 있는 한 그나마 이용 가치가 있으니까! 하지만 조금이라도 책잡혔다간, 바로 껍질이 벗겨지고 말걸.

감염자

살인은 중죄지? 하지만 말이야, 병에 걸린 가난뱅이 하나 죽었다고 체면 높으신 분을 곤란하게 할 사람은 아무도 없거든!

감염자

만약 누군가 네 목숨을 원한다면, 놈들에게 있어 사람 하나 죽이는 게 먼지 한 올 털어내는 것만큼이나 간단한 일이야. 어차피 그들에게 명분이야 차고 넘치니까.

감염자

밖에 저 소리 들려? 놈들이 쫓아왔군. 나도 좋은 꼴은 못 볼 거야. 나도 이제 죽겠지!

……

그렇지 않아. 난 네가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어. 만약 네가 부당한 처벌을 받는다면, 절대 두고 보지 않겠어. 널 도울 거야.

감염자

말은 번지르르해서는! 이 지경이 됐는데 네가 날 어떻게 돕겠다는 거냐?

감염자

지금 내 살길을 가로막고 있는 건 너잖아?

기필코 방법을 찾아내겠다.

날 믿어. 절대 널 죽게 내버려 두지 않을 테니까.

걸맞지 않은 무게의 벌까지 짊어져야 하는 사람 따윈 없어. 만약 그걸 당연하게 여기는 놈이 있다면, 그놈이 틀린 거다.

바로 내 눈앞에서부터, 그 잘못을 바로잡아가겠어.

……이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계속 고민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처음엔 줄곧 로도스 아일랜드의 이념이 너무 순진하고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비록 나쁘진 않지만, 실현하기엔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지금 돌이켜보니, 사실 난 너희들과 다를 게 없다는 걸 깨달았다.

아미야, 너는 내게 길을 알려줄 사람이 없다고 했지. 네 말대로다. 나도 진작부터 그 점을 알고 있었고, 그를 위한 준비도 하고 있었어.

하지만…… 만약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이 결국 자신의 힘과 열정, 그리고 칼 한 자루뿐이라면, 내가 바꿀 수 있는 것 역시 칼끝이 닿는 범주에 불과하지 않을까?

웨이 옌우가 내게 말했었다…… 수를 뒀으면 후회하지 말라고.

체르노보그 코어에 가서도, 용문을 떠나서도……

나는 후회하지 않았다.

분명 웨이 옌우가 내게 준비해 준 길은 상상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걸 선택하고 싶지 않았다. 마음 편히 그 자리에 앉아있을 수도 없고, 그건 내게 있어 일종의 고통이었을 테니까.

나는 불안하다.

누군가는, 어떤 이상은 평생을 발버둥 쳐도 실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녀에게 행동으로써 보여주었다…… 하지만 설령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아도, 그래도 꿋꿋하게 그 이상을 향해 나아가려 했지.

그녀는 옳아. 그녀도 그렇게 했어.

그러니 나 역시 내 할 일을 하겠다. 말했었지, 이건 내 이상이 아니라, 내 일이라고.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그 사건 이후로, 줄곧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 왔다. 아직도 답은 얻지 못했고, 나는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야. 다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 길을, 로도스 아일랜드와 함께한다는 것이.


사무원

좋아요, 문제없어요.

사무원

여러분, 임무를 정말 빠르게 처리하시네요…… 이번엔 일주일도 안 됐죠? 벌써 다 끝내신 거예요?

계약에는 시간제한이 있으니, 신속하게 처리해야지.

사무원

대단하세요!

사무원

여기 여러분의 임무표예요. 한 사람당 한 부씩, 잘 챙겨가세요.

고마워.

……맞다, 우리 소대에 새로운 임시 멤버가 들어와서 말이야. 신청서는 여기. 이 녀석에게도 증명서를 발행해 주었으면 해.

사무원

엥? 새로운 멤버가 들어왔나요?

임시 결정이라 아직 제대로 공지하지 못했어. 미안하군, 내 실책이다.

사무원

아뇨, 괜찮아요.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서류를 한 부 더 가져올 테니까요.

사무원

맞다, 좋은 소식이 있는데 아미야 씨께 대신 전해주실 수 있나요?

뭔데?

사무원

지난번 판매한 예방약의 반응이 꽤 좋았어요. 만약 지금처럼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면, 지금 개척하는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을 거예요.

사무원

만약 그렇게 되면, 다음은 판매처를 확대할 수 있게 되겠죠!

확실히 좋은 소식이군. 아미야도 기뻐하겠어.

판매량이 지금보다 더 늘어나면, 로도스 아일랜드가 직접 약품을 운송해야 할 텐데…… 음, 되도록 빨리 아미야에게 전하지.

사무원

하하, 잘됐네요. 그러고 보니 아미야 씨를 보지 못한지도 오래됐어요.

아미야와는…… 잘 아는 사이인가?

사무원

그럭저럭요. 저는 의학을 공부해서, 이전까지는 배에서 실습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고향이 너무 그리워져서, 켈시 선생님께 말씀드리곤 이곳에 돌아와 사무를 보게 됐어요.

사무원

이것도 나쁘진 않아요. 돈을 조금 더 모아서, 동료와 함께 진료소를 열 생각이랍니다.

잘 되길 바라마.

사무원

고마워요. 오퍼레이터 여러분도 임무 중에 부상을 당하면, 제게 찾아오셔도 좋으니까요!

사무원

그럼 더 볼일 없으시면, 먼저 돌아가 봐도 될까요?

그래. 바래다줄게.

사무원

에이, 괜찮아요. 첸 씨야말로 가는 길에 반드시 조심하셔야 해요!

사무원

바로 얼마 전에도 살인사건이 일어났잖아요. 섬뜩하기도 하지…… 그런데 첸 씨, 이 사건에 숨겨진 전말이 있다는 얘기, 들어본 적 있나요?

그래?

사무원

요즘 다들 그 얘기로 말이 많아요. 소문이긴 한데, 수용 치료 구역에서 어떤 재수 없는 사람이 잡혀들어갔다가, 이틀도 안 돼서 진범이 경찰서에 자수한 바람에 풀려났다지 뭐예요.

사무원

하지만 전 안 믿어요. 사실 사건의 진상은 전혀 다르다구요.

……어떻게 다른데?

사무원

아, 이건 첸 씨한테만 몰래 알려드리는 거니까, 절대 어디 가서 말씀하시면 안 돼요!

알겠다, 반드시 비밀로 하지.

사무원

친척 중에 경찰서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어서 내부 사정을 조금 알거든요. 사실 그 살인범은 자수한 게 아니라, 어떤 수수께끼의 인물에 의해 증거와 함께 묶인 채 경찰서 입구에 버려져 있었대요!

사무원

연초부터 이런 일이 생기다니, 이상하지 않나요?

하하, 확실히 이상하군.

사무원

그쵸! 요즘 나오는 찌라시에선 그 수수께끼의 인물에게 이름까지 붙였다니까요!

사무원

정의롭고도 사악한 실력자! 사회의 테두리 밖을 떠도는 심판자! 권선징악을 행하는 정의의 사도! 별의별 멋진 이름들이 다 있는데……

……

멋지다고? 난 별로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데.

사무원

엥?

현지 경찰이 범인을 잘못 잡아넣지 않았다면, 애초에 그런 사람이 나설 필요도 없었잖아.

오히려, 앞으로 다시는 그 수수께끼의 인물이 출현할 기회가 없었으면 좋겠군.

사무원

그것도 그렇네요……

얼굴을 가린 로도스 아일랜드 오퍼레이터

다 준비됐어, 가자.

그래.

네 물건은 정말 다 필요 없어? 전부 가져갈 수는 없어도, 조금은 가져가서 기념으로 삼지 그래.

얼굴을 가린 로도스 아일랜드 오퍼레이터

필요 없어.

얼굴을 가린 로도스 아일랜드 오퍼레이터

이곳에 기념할 것 따윈 별로 없으니까.

얼굴을 가린 로도스 아일랜드 오퍼레이터

처음부터 시작하는 편이 훨씬 나을지도……

……그래.

그럼 가자.

아미야, 앞으로 내가 분명 각종 좌절을 겪고, 여러 가지에 실망하게 되리란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내가 결코 멈추지 않으리란 걸,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리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