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5사냥터
엔시오데스 암살이 미수로 끝나자, 묀히는 절벽 밑으로 뛰어내리기로 한다. 엔시오데스는 전혀 놀라지 않은 듯 무덤덤해 있었고, 그렇게 대전은 시작된다.
다음 작전의 준비는 끝마쳤나?
……네.
……
노시스 님……!
……한 가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보기 드문 일이군. 네 쪽에서 질문을 건넨 건 이번이 처음 아닌가?
말해라.
외람된 말씀이지만……
저희의 계획대로 일이 진행된다면, 사후 브라운테일 가문도 함께 연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단지 걱정이 될 뿐입니다. 지금 노시스 님께서 브라운테일 가문과 동맹을 맺으신 상태인데, 만약 브라운테일 가문에 문제가 생기면 노시스 님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아닐지……
그 문제는 나 또한 고려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브라운테일 가문은 애초부터 중요하지 않았거든. 게다가 이건 정말 쉽게 오지 않는 기회이니, 난 이걸 허사로 만들고 싶지 않다.
물론 네 안전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만.
만약 최악의 상황이 닥친다면, 브라운테일 가문의 문제 따윈 생각할 필요도 없다. 난 엔시오데스를 잘 알고 있어. 네 증언이 엔시오데스에게 유리한 이상, 엔시오데스도 잠시 동안은 널 어떻게 하지 않을 거야.
그때가 되면 나 또한 사람을 보내 네 안전을 보장해 주겠다고 약속하겠다.
노시스 님! 전……
……무슨 일이지?
만일 네게 망설임이 남아 있다면, 다른 이를 계획에 투입해도 상관없다.
……아뇨! 제게 맡겨 주십시오!
노시스 님의 명령이라면 뭐든……
묀히는 뭐든 하겠습니다.
드디어 놈들을 전부 처리했군!
한두 명 정도가 조금 다쳤지만 큰 부상은 아닙니다…… 전부 성녀님 덕분입니다!
전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께서 자신의 용맹함을 훌륭하게 증명해 내신 덕분이죠. 분명 쉐라간드께서도 자신의 용사들을 자랑스럽게 여기실 겁니다.
과, 과찬이십니다……!
성녀님!
어라? 당신은 분명…… 아까 그……
네 맞습니다. 성녀님 덕분에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성녀님! 아까는 정말 위험하셨습니다!
그래도 이 망할 녀석을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쉐라간드의 백성으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니, 감사의 인사는 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성녀님……
훌륭한 활 솜씨였습니다. 성녀님께서 이렇게 대단한 활 솜씨를 가지고 계신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는데……
성녀라면 당연히 설산의 백성들을 지킬 힘을 가지고 있어야죠, 그리 특별하게 여길 만한 것은 아닙니다.
너무 겸손하신 것 아닙니까! 방금 그 활 솜씨는 쉐라그 최고의 명사수와 비교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성녀님! 아크토즈 님! 라타토스 님!
크, 큰일입니다!
무슨 일이길래 그리 소리를 질러 대는 것이냐? 보다시피 우린 멀쩡하다만.
넌 실버애쉬 가문의 사람인가? 너희도 야수에게 습격을 받아 엔시오데스가 지원을 요청하러 온 건 아닐 테고.
야, 야수가 아닙니다!
그럼 대체 무슨 일이냐, 꾸물대지 말고 확실히 말해라!
넵! 엔시오데스 님께서 자객의 습격을 받으셨습니다!
……!
……뭐?
엔시오데스가 습격을? 대체 누가, 이 신성한 사냥 의식 도중에 그런 짓을 할 수 있다는 거지?
……절반 인원은 성녀님을 지킨다. 경계를 늦추지 마라.
나머지 녀석들은 날 따라와라!
잠깐, 아크토즈! 지금 무슨 짓이야?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정말로 지원을 하러 간다고? 엔시오데스에게 정말로 지원이 필요한 건지 아닌지는 둘째치고,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은…… 너도 잘 알고 있을 거 아냐?
……그리 깊게 생각할 것도 없다, 라타토스. 나도 네 뜻은 잘 알겠다.
하지만 내게 엔시오데스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상관없다. 녀석이 진심으로 회개하든, 또 뒤에서 이상한 음모를 꾸미든 아무래도 좋아. 하지만 이 신성한 사냥을 방해하려는 자는, 나 아크토즈가 절대로 용서치 않는다!
……우리 가문은 대대로 쉐라그를 지키겠다고 선언했지. 신성한 사냥 의식의 질서 또한 마찬가지다!
정말 막 나간다니깐…… 됐다, 그럼 난 그 선의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지 지켜나 보고 있겠어.
……
엔시오데스……
엔시오데스 님! 피가…… 다치신 겁니까?
난 괜찮으니 진정해라.
하지만 상처가……!
이 정도 상처쯤이야.
훌륭한 은신 기술이다, 허를 찔렸군…… 신성한 사냥 도중에 움직이다니, 확실히 내가 방심을 한 모양이다.
......
모습을 드러낼 생각은 없는 건가?
이 상황에서 움직일 배짱이 있는 녀석이라면, 쉐라간드 신 앞에서 불경을 저지른 죗값을 치를 각오는 되어 있겠지.
왜 그러지? 아니면 아직 각오가 되어 있지 않은 건가?
……굳이 그런 말로 날 자극할 필요는 없어.
당연히 나도 이후에 일어날 일을 생각하고 움직인 거니까.
엔시오데스. 난 오늘 이 사낭터에 몸을 묻을 생각이니, 너 역시 무사하지는 못할 거다!
아무래도 결심은 선 모양이군.
네가 말할 것까지도 없어!
엔시오데스, 넌 겉으론 독실한 척을 했지만, 사실은 쉐라간드께 아무런 경외심도 품고 있지 않아. 네가 지금까지 쉐라그에 저지른 일들을 모두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지!
그런 말을 면전에서 직접 듣다니 꽤나 생소하군. 지금 쉐라그에서 내게 이 정도의 적의를 가지고 있는 자는 그리 많지 않다.
이 정도의 질책이라면 자신의 이익에 위협을 받은 사람이거나, 매우 독실한 극단적 성향의 신자 중 하나겠지.
넌 자신이 어느 쪽에 속한다고 생각하나?
……내가 그걸 너한테 순순히 가르쳐 줄 거라고 생각해?
엔시오데스 님, 조심하십시오!
방해하지 마!
유감이군.
갑작스레 미쳐 버린 야수들도 사실은 미리 준비해 둔 것이겠지? 난 사냥 도중에 동행하는 호위들이 많지 않은 편이니, 그쪽이 야수들에게 발이 묶인다면 확실히 좋은 기회를 만들어 볼 수도 있었겠군.
하지만…… 그 기회도 여기까지다.
……날 무시하는 거야?
넌 벌써 부상을 당했어. 네가 아무리 그 잘난 입을 놀린다 해도 날 속일 순 없어!
더 이상 빠르게 움직이기는 힘들겠지. 내가 한 발만 더 맞춰도 넌……
지금 이 상황에서?
정면으로 나와 맞서는 상황에서, 내 급소를 적중시킬 자신이 얼마나 있는 거지?
……쯧……
그건 해 보면 알겠지.
제길…… 그 지팡이로 화살을 가를 수 있을 줄이야……
지금 날 갖고 노는 거야?!
오해는 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군. 결코 널 얕잡아 볼 생각은 없다.
충분히 사전 준비를 하고 계획도 갖췄겠지만, 모든 계획은 현실이라는 시험에 맞닥뜨리기 마련이지. 서면상의 계획이 직접적인 폭력에 의해 물거품이 되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다.
난 모든 일들이 교섭 단계에서 조용하게 해결되었으면 한다. 하지만 내 협력자 중에는 판을 깨부술 힘을 가진 자 또한 존재하지. 그녀 덕분에 난 그런 부류의 사람들을 잘 알고 있다.
……
지금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아직도 진짜 정체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것인가? 혹시 내가 사람을 잘못 보기라도 했다는 건가?
……
......
화살을 가르는 건 역시 조금 까다롭군.
넌……!
하지만 엔시오데스, 이건 업무의 일부분이다.
그래서 둘은 계속 싸울 생각인가?
그건 내가 결정할 일이 아니다.
……
지금 물러서는 게 가장 좋은 선택지일 거다, 적어도 목숨을 잃지는 않을 테니.
……착한 척하지 마, 역겨우니까.
너는 날 통해서 자신을 해치려는 녀석이 누군지 알아낼 속셈이잖아?
그 문제는 나 또한 고려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브라운테일 가문은 애초부터 중요하지 않았거든. 게다가 이건 정말 쉽게 오지 않는 기회이니, 난 이걸 허사로 만들고 싶지 않다.
물론 네 안전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만.
만약 최악의 상황이 닥친다면, 브라운테일 가문의 문제 따윈 생각할 필요도 없다. 난 엔시오데스를 잘 알고 있어. 네 증언이 엔시오데스에게 유리한 이상, 엔시오데스도 잠시 동안은 널 어떻게 하지 않을 거야.
난……
묀히, 묀히!
또 어딜 갔다 온 거야! 빨리 와서 이번 계획 좀 봐줘, 이번엔 꼭 라타토스가 날 인정하게 만들 테니까!
하아, 묀히! 역시 믿을 건 너밖에 없다니까. 그 녀석들은 전부 뒤에서 내가 바보 같다고 욕하기나 하고, 하. 내가 모를 줄 아나……
묀히, 넌 내가 정말로 브라운테일 가문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분명 그럴 수 있겠지? 그렇지? ……응! 너는 내게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묀히……!
……
……그렇게 둘까 보냐!
그녀는 평소처럼 경쾌했다, 마치 작은 개울을 건너거나 키 작은 나무에서 뛰어내리는 것처럼.
검은 그림자는 순식간에 뛰어오르더니 추락하여 절벽 아래로 사라졌다.
……뛰어내렸군.
의외로군.
왜 막지 않았지?
그건 내 임무에 포함되지 않는다.
게다가 너도 그리 놀라지 않은 모양인데.
사냥터에 미리 배치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증거라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겠지.
물론 증인이 있는 편이 가장 편하긴 하겠지만…… 그 증인의 생사가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다.
……네 부하들도 전부 자리를 비웠군.
그 미친 야수들에게 가로막힌 것일 테지.
이 점에 대해선, 나를 대신해 박사에게 감사를 전해 주면 좋겠군.
......
주인님!
상황은?
전부 해결됐습니다. 부상자가 있지만 큰 문제는 없습니다.
바이스 쪽에서 방금 소식이 왔……
샤프 씨, 당신이 왜 여기에……?
임무다.
박사님의 명령인가요? 설마 박사님께선 이런 일이 있을 걸 예상하시고……?
......
넌 어떻게 내 정체를 알아챈 거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말하지 않았나. 난 존재 자체만으로 판을 깨부술 수 있는 전사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엔시오데스!
괜찮나? 자객은?!
......
네가 이렇게 달려와 주다니, 내 예상에서 벗어난 일이군. 아크토즈, 이건 실버애쉬 가문과 페일로쉬 가문의 사이가 다시 예전처럼 좋아질 것이라는 징조라도 되는 것일까?
하! 내가 온 건 너랑은 전혀 상관없어!
난 단지 쉐라간드의 대전에서 소란을 피우는 비열한 녀석들을 직접 벌하러 나온 것뿐이다! 그런 녀석들에겐 응당 대가를 치르게 만들겠어!
역시 넌 가장 독실한 쉐라간드의 신자로군, 아크토즈.
하지만 이미 늦었어.
그건 무슨 뜻이지? 엔시오데스 네가 자객을 멀쩡히 돌려보냈을 리는 없고, 대체 어디에 숨긴 거냐?
잠깐, 이 절벽…… 설마?!
네가 생각한 그대로다, 아크토즈. 내 부하들이 녀석의 흔적을 쫓을 거다.
사냥을 계속하지.
바닥에 피의 흔적이…… 너 괜찮은 거냐?
이 정도쯤이야.
주인님, 어서 상처를 치료하셔야 합니다!
적어도…… 지혈은 해야 합니다!
사냥을 계속 한다.
쉐라간드의 대전을 내 개인적인 일 때문에 멈출 수는 없다.
……
다른 이들에게 알려라, 아무 문제 없다고.
……알겠습니다.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실버애쉬 가문의 젊은 가주는 발걸음을 옮겼다.
눈보라가 그의 몸을 감쌌고, 그가 고개를 드는 사이에 다시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 어떤 고대 서적에서도 이러한 모습을 묘사한 기록은 없었다.
얼룩덜룩하고 진한 붉은색의 얼룩이 그의 뒤에서 점점 옅어지더니, 마지막에는 순백의 흔적을 남기며 산천에 녹아들었다.
그 누구도 막으려 하지 않았고,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엔시오데스는 앞을 향해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