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4진리를 구하기 위해
세 가문의 가주가 성산의 광장에 모여, 신성한 사냥을 위해 맹세한다. 곧 있을 대전에 관해, 각자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듯하다.
……
우선 따듯한 물 한 모금 하시죠, 주인님.
어제부터 물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으셨잖습니까. 이후에 사냥 의식에도 참가하셔야 하는데, 이 상태라면……
괜찮다.
하지만……
이건 내 결정이다.
두 번 말하게 하지 말아다오, 마터호른.
……
그만해요, 야카 형님.
주인님께서 고집 세신 건 형님도 잘 아시잖아요. 안 드실 게 뻔한데, 왜 그러세요?
……그래도 한번 물어는 봐야지.
주인님께선 지금…… 지나치게 위험을 무릅쓰고 계신 것 같아.
기회에는 항상 위험이 뒤따르는 법이죠, 그건 늘 그래 왔잖아요?
저희가 할 일은, 주인님의 말씀을 잘 듣는 게 전부예요.
……
후우……
춥네요. 눈이 점점 거세지는 것 같은데요?
느려.
우리 두 가문을 기다리게 만들다니, 체면도 대단하셔라.
그래도 여길 걸어서 온 점은 칭찬할 만하군.
희한하네, 너까지 그 녀석을 칭찬하려는 거야? 듣자 하니 엔시오데스는 걸어오는 길에 무려 칭찬 세례를 받으면서 왔다는데.
아크토즈, 너도 조심해. 앞으로 며칠만 지나면 가장 독실한 쉐라간드의 신자가 네가 아닌 엔시오데스가 될지도 몰라.
비아냥은 그만두지.
엔시오데스를 믿지는 않지만, 그 행동이 올바르다면 나 또한 옳은 말을 할 뿐이다.
이런 말이나 하려고 날 부른 거였다면, 이만 실례하지.
나도 그렇게 한가하진 않아, 아크토즈.
네게 충고 한마디 하려던 것뿐이야.
충고? 네게 충고를 들어야 할 일이 있을 것 같나.
없다고 생각해?
아크토즈, 지금 우리가 이렇게 이러쿵저러쿵 떠들어 봤자 좋을 것 하나 없어. 현재로선 우리 두 가문이야말로 가장 견고한 동맹 관계잖아.
……
이러쿵저러쿵 떠든 건 내가 아니다, 라타토스.
난 너나 엔시오데스처럼 꾀부리는 걸 싫어한다. 내가 보는 건, 오직 그 사람의 행동뿐이지.
행동뿐이라, 마침 잘 됐네.
그렇다면 이틀 전에 일어난 폭발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넌 그 폭발이 브라운테일 가문의 소행이라고 자백이라도 할 셈인가? 흥, 그럴 리가. 그건 네 스타일이 아니야.
그러면, 누가 범인인지 알고 있다는 얘기인가?
……내가 알고 있다면?
……진심인가?
난 빈말은 하지 않아.
그렇다면 맞춰 봐, 아크토즈. 대체 우리 이 지원군의 정체는 뭘까?
묀히, 묀히!
묀히는 어디로 간 거지……?!
부인. 찾으셨습니까?
그걸 질문이라고 해?!
평소엔 눈치 빠른 애가 왜 이럴 때만 사라져! 내가 이번 사냥은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몇 번이나…… 됐어, 준비는 다 마친 거야?
솔직히 말할게, 묀히. 넌 내 부하들 중에서 가장 믿음직한 전사야.
내가 이번에 브라운테일 가문의 영광을 빛낼 수 있을지 없을지, 그리고 라타토스의 입을 다물게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전부 너한테 달렸어!
……
외람되지만, 부인……
할 말이 있으면 바로 말해! 꾸물대지 말고!
네.
부인께서 정말로 이번 의식에서 활약함과 더불어 라타토스 부인께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고자 하신다면, 단지 사냥감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리라 생각됩니다.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이거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또 뭐가 있는데?
라타토스는 뭐든 잘 하려고 해, 내겐 국물 한 방울도 안 남겨 주고 말이야. 흥, 나보다 아주 조금 더 똑똑할 뿐인 주제에.
그렇지만 나도…… 쓸모없는 사람은 아니라고!
그러니까 어찌 됐든 간에, 묀히 네가 이번에 꼭 멋있는 모습을 보여 줘야만 해!
같이 라타토스 그 망할 년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자고. 꼭 라타토스한테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 줘야 해!
……
……브라운테일 가문에 대한 부인의 마음은 저도 잘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더더욱 사냥에 초점을 두어 선 안 됩니다.
그럼 말해 봐, 우리가 뭘 할 수 있는데?
부인께서 제 판단을 믿어 주신다면……
무슨 소리야, 내가 널 믿지 누굴 믿어?
……
부인의 신뢰에 감사드립니다. 그렇다면 이번 일은 제게 맡겨 주십시오. 제게 생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기회를 노려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아직은 섣불리 결론을 내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부인, 작전의 성공을 위해 이 일은 유카탄 님께도 말씀을 드리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유카탄도 알면 안 돼?
하긴. 그 녀석은 맨날 나를 꼬맹이 아가씨로만 보고, 뭐만 하면 안 된다고 하지. 그리고 늘 라타토스에게 고자질해 왔던 걸 누가 모를 줄 아나……
전부 너한테 달렸어, 묀히! 절대로 날 실망시키면 안 돼!
물론입니다, 걱정 마십시오……
……아무도 부인을 무시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종소리는 그분의 가장 청아한 마음으로부터 들려오고, 그분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은 이에 귀를 기울인다. 쉐라간드께서는 믿음을 가진 모든 백성들을 지켜봐 주신다.”
……들리시나요? 정각을 알리는 종이 지금 막 울렸습니다.
하마터면 지각할 뻔하셨네요, 엔시오데스 님.
용서해 주십시오.
진리로 향하는 길은 험난하기 마련이죠. 이 또한 쉐라간드께서 실버애쉬에게 내린 시련이라고 생각합니다.
투리쿰에서 이곳 카란 성산까지 걸어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겠어요.
하지만…… 당신께서 진정 옳은 길을 걸어오신 게 맞기를 바랍니다.
성녀님께서 내려 주시는 축복이 있는 한, 앞으로의 여정은 분명 순조로울 겁니다.
마치 제가 지금 쉐라간드의 가르침을 향해 가는 것처럼 말이죠.
……
엔시오데스 님의 말솜씨는 과연 훌륭하군요.
과찬이십니다.
이번에 성녀님을 직접 뵙게 되어 황송하기 그지없습니다.
엔시오데스 님께서 이렇게 친히 일행들을 이끌고 오셨는데, 제가 어찌 얼굴 한 번 보지 않을 수 있겠어요.
대장로님께선 지금 어디에 계시는지 여쭤보아도 되겠습니까?
대장로님께선 현재 제사의 준비를 하고 계신 참이라, 제가 대신 당신을 맞이하러 왔습니다.
이번에 진행될 신성한 사냥에서는 제가 쉐라간드의 뜻을 받들어, 여러분과 함께 의식을 수행하여 마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건…… 직접 사냥에 나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
왜 그러시죠? 엔시오데스 님도 제 결정이 지나치게 경솔하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런 뜻은 없었습니다.
단지 성녀님께서 이미 세 가문을 모두 통솔할 통치자의 자각을 가지고 계셨다는 점에 감개무량할 뿐입니다. 이건 쉐라그에 있어 곧 행운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저는 단지 제가 해야 할 일을 할 뿐입니다.
……
……
성녀님, 엔시오데스 님, 신성한 사냥이 곧 시작될 예정이오니 서둘러 이동하심이……
……시간이 다 되었군요.
따라오시죠, 엔시오데스 님.
성녀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엔시오데스 님.
왜 그러신지요?
당신이 걷고 있는 길이 옳든 그르든, 쉐라그에겐 쉐라그의 길이 있습니다.
그 누구도 모든 쉐라간드의 백성을 대신하여 결정을 내릴 수는 없어요.
……
저도…… 성녀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사람의 업적과 잘잘못은 결국 자연히 밝혀지기 마련입니다. 여기까지 온 이상, 저 또한 물러설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단지……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는 없겠죠.
쉐라간드 신이시여.
당대의 성녀가 이곳에서 선서합니다.
저는 쉐라그에서 가장 우수한 전사들과 함께 설산 속에 숨어 있는 괴물들을 물리치고, 쉐라그에 안녕을 가져올 것을 맹세합니다.
쉐라간드 신이시여.
저 아크토즈는 페일로쉬의 전사들을 이끌고, 성녀님을 따라 설산 속에 숨어 있는 괴물들을 찾아낼 것을 맹세합니다.
또한 가장 거대한 사냥감을 가져올 것을 맹세합니다.
쉐라간드 신이시여.
저 라타토스는 브라운테일의 전사들을 이끌고, 성녀님을 따라 설산 속에 숨어 있는 괴물들을 쫓을 것을 맹세합니다.
또한 가장 아름다운 사냥감을 가져올 것을 맹세합니다.
쉐라간드 신이시여.
저 엔시오데스는 실버애쉬의 전사들을 이끌고, 성녀님을 따라 설산 속에 숨어 있는 괴물들을 포위하여 토벌할 것을 맹세합니다.
또한 가장 사나운 사냥감을 가져올 것을 맹세합니다.
우리의 믿음이 쉐라간드께 닿기를, 쉐라그에 영광이 있기를.
……우리의 믿음이 쉐라간드께 닿기를, 쉐라그에 영광이 있기를.
우리의 믿음이 쉐라간드께 닿기를, 쉐라그에 영광이 있기를.
우리의 믿음이 쉐라간드께 닿기를, 쉐라그에 영광이 있기를.
여러분, 짐을 챙겨 주세요.
출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