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6블루이어 와인셀러
오랜만에 술집을 찾은 조피아는 마리아의 상대에 대해 전해 듣게 되자 놀라는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무적의 실력을 갖춘 좌완의 기사는 마리아를 궁지로 몰아넣게 되는데……
선대 플래티넘은 목표물에게 사심을 품었고, 그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려다가 다른 아머레스 유니온 멤버 손에 죽었습니다.
지금 이 아가씨는 그렇게 '최연소 플래티넘'이라는 자리까지 떠밀려 올라온 셈이죠.
……천재적인 사격수인 것은 맞습니다. 실력으로 보면 지금의 자리에 안 어울리는 건 아니지만…… 다른 방면은 다른 분들과 비교해 많이 미숙한 게 사실입니다.
그, 그렇군요…… 왜 제게 그런 말씀을 하시죠? 아머레스 유니온의 존재는 기밀인데…… 설마……
그렇게 생각하실 거 없습니다. 다만 요즘 계속 그 일이 떠올라서 말이죠. 열심히 노력해서 오늘날 이 자리까지 오르지 못했다면, 그 일을 생각할 권리도 없었겠지만.
혹시 알고 계십니까? 지금의 플래티넘은, 선대 플래티넘이 죽기 직전에 추천했다는걸.
그래서 자꾸 생각이 납니다…… 아머레스 유니온이 왜 반역자의 말을 들었는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 아가씨를 추천해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었을 텐데…… 대체 왜 그랬을까요?
동료의 화살이 가슴을 관통하기 전에, 무언가를 외치고 싶었던 걸까요? 누구에게? 무슨 말을?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그저 그렇게 단순한 일일까요?
……
당신은 스워마 회사의 직원이셨죠?
네, 네…… 경기 기간의 여러 대기업과 기사 협회의 인수인계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잡무를 처리하느라 고생이 많겠군요.
아닙니다. 기업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당연히 제가 해야죠……
아뇨 아뇨 아뇨…… 그 일은 당신에게 급여를 주기 위해 준비된 일일뿐입니다. 그렇게 자신을 낮춰 말씀하실 건 없어요.
예전에 직접 창업한 적이 있지 않습니까? 어쩌다 관두게 되신 건지…
아…… 다 제 능력 부족이죠……
성공과 실패를 좌우할 수 있는 건 능력이 다가 아닙니다. 어쩌면 처음부터 잘못된 길을 선택한 걸 수도 있지요. 맞는 길을 골랐다면, 어쩌면 지금 당신은 저와 같은 위치에 있었을지도 모르고요.
제, 제가요……?
물론이죠. 카시미어에서 불가능한 게 어디 있습니까?
……
조피아…… 오랜만이네.
마틴 아저씨……
……마리아가 왔었어요?
일이 좀 생겨서 집에 가라 그랬다.
그렇군요……
피 냄새가 나는데…… 잠깐, 이 붕대는 뭐예요?
마리아가 다쳤어요? 누가 이런 거예요? 무슨 일 있었어요?
조급하게 경기에 계속 출전하지 말라고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 이 계집애는 왜……
진정해, 다친 건 다른 아이야.
……어떻게 된 거예요?
회색 붓꼬리의 기사와 불꽃 꼬리의 기사가 습격을 당했어…… 회색 붓꼬리의 기사가 다쳐서 마침 여기로 피신을 왔었지.
그런데 오늘 아침에, 더는 니어에게 폐를 끼치기 싫다며 떠났더라고.
……그렇게 우연한 일이 있을 수 있나요?
아주 위험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도와줄 수 없었지.
오늘 아침 뉴스 봤니?
……
마리아는 지금 어딨어요?
경기 중이지.
경기? 상대가 누군데요?
잉그라 때처럼 보호 없는 1 대 1 개인전이야.
상대는 '좌완의 기사', 타이터스 토폴라.
잠깐…… 누구라고요?
블레이드헬멧 기사단의 주장이자, 귀족 기사, 고위 상업 기사, 16강의 문턱까지 갔었던 스포츠 기사, 타이터스 토폴라라고.
아니 그래도…… 지금 마리아 점수면 그 사람이랑 매칭될 리가 없는데…? 그 사람 몸값이 얼만데 무슨……
누군가 마리아를 찾아왔었다. 상대하기 쉬운 사람은 아니었지.
지금 마리아는 과거의 마가렛처럼 앞으로 온 힘을 다해 앞으로 돌진할 생각밖에 없어. 기업가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모른다고.
마리아가…… 마가렛과 같다고요?
마가렛은 적어도 자기가 뭘 하는진 알고 있었어요. 마가렛은 단지 혼자만의 생각으로 자신의 꿈에 대한 확신이 생겨서 그렇게 된 거라고요.
하지만, 마리아는 자신이 상대하는 게 뭔지도 몰라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요. 계속 이렇게 위로 올라가는 건 너무 위험해요!
마리아는 원래 훨씬 더 편하게 살 수 있었어요…… 우리 같은 스포츠 기사가 될 필요가 없었다고요. 안 그래요?
그럴지도 모르지. 그래도 마리아가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네가 함부로 판단하면 안 돼.
마리아는 아직 어리고 불안해. 그 아이가 아무렇지 않은 태도를 보이는 건, 어쩌면 그냥 널 안심시키려는 것뿐일지도 몰라.
……
마리아가 늘 미숙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투지 없는 사람이 플라스틱의 기사와 싸워 이기고, 녹슨 구리의 기사와 비기고, 난투전에서 3위를 할 수 있었을까?
한번 져봐야 정신을 차리겠죠.
네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난 더 말 안하겠다만.
……
그래서…… 지금 어느 아레나인데요?
오늘의 스페셜 매치를 보러 파이어블레이드 아레나에 오신 신사~ 숙녀~ 여러분!!!
이번 경기는 시즌을 시작한 이래 역대급으로 미디어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현재 이곳 아레나엔 로즈 미디어 그룹의 12개 언론사가 모두 모여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카시미어에서 세 번째로 크지만 볼품은 없었던 파이어블레이드 아레나가! 웬일로 만석! 빈자리가 하나도 없는 매진 행렬을 기록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두 사람의 인기가 이렇게나 많았나요?! 아니면 이번 경기에 볼거리가 많아서일까요?
정답은 둘 다입니다! 제가 장담 드리죠!
이 얼마나~ 특별한 영광입니까!
오늘 스페셜 매치의 참가자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장안의 화제죠! 기사 스포츠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늘 이슈를 몰고 다니는 니어 가문 출신의 미소녀 기사!! 마리~아~ 니~어!!!!!
이에 맞서는 상대! 블레이드헬멧 기사단 소속! 감춰진 예리한 칼끝, 천만장자, 과거 전설의 기사로 이름을 떨치며 지금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좌완의 기사', 타이터스~ 토폴~라!!!!
오오오! 기사들이 입장도 하기 전에 누적금이 이렇게 많이 쌓인 것은 처음입니다!! 반복해서 말할 필요도 없겠어요! 다들 평소에 제가 말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고 계셨죠?
좋습니다! 그럼 바로 시작해볼까요! 양측 기사들은 아레나로 입장해 주세요!!
……
먼저 전장에 뛰어든 선수는 마리아 니어! 여전히 새하얀 갑옷을 입은 청순가련한 모습!
플라스틱의 기사 셰브치크를 이긴 뒤로 지금까지, 계속 용감하게 전진하고 있죠. 여러 경기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 마리아 니어입니다!
마리아 니어는 전부터 우승을 하겠다고 선언했었죠! 과연 이번 경기를 발판 삼아 카시미어 기사의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을까요?
(그런 말 한 적 없는데……)
이에 맞서는 상대는~!
닥쳐, 시끄러운 광대 녀석아.
너 같은 놈은 내 아레나에 어울리지 않아, 꺼져.
……네! 이, 이게 바로 타이터스 토폴라죠! 이래서 선수들한테도 마이크를 달아야 한다 누누히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래야 관중들이 선수들 싸움에 더 몰입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번 매치는 미에슈코 그룹, 로즈 미디어 그룹, 스워마 식품회사, 로어 가드 컴퍼니의 공동 협찬으로 진행됩니다!
현장에 계신 관중 여러분께선 언제든지 이 회사들의 상품 할인 쿠폰을 받으실 수 있다니까 참고하여 주시고요! 경기 관람엔 술이 빠질 수 없겠죠! 맥주는 역시 뭐다? 블루이어 맥주!!
……니어.
정말 못 봐주겠네. 기사 가문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발버둥 치는 꼴이라니. 마치 수면 위로 올라온 글룸핀서 같아.
기사의 이름을 감당할 능력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 뻔뻔하게 매달리는 거지?
……그건 당신이 결정할 일이 아니야.
상관없어. 니어 가문의 마지막 기사는 오늘 내 손에 부서질 테니까.
걱정 마. 난 쓰레기 같은 잉그라와는 달라…… 무기를 든 사람이라고 다 기사라고 불릴 순 없다는 걸 확실히 알려주마.
엄청난 기싸움입니다!! 그야말로 일촉즉발!!
더는 못 참겠군요! 바로 선언해야겠습니다! 경기~ 시작합니다~!!
……
흥.
……무, 무슨 일이죠!? 순식간에!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마리아의 검이 날아갔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무거운 발차기!
엄청난 실력 차이!
검을 들고 일어서.
(아, 아파……! 대체 어떻게……?!)
어서.
……
(창기병이라…… 공격 범위가 아주 넓은 데다가 민첩하고 힘이 세…… 빈틈이 없어.)
……다시.
좋아.
네 뜻대로 될 거라고 생각하지 마……!
약해 빠졌군.
윽……!
빛을…… 갈라냈다고?
……어려운 일인가?
원래는 네 검도 두 동강 내려고 했어. 흥…… 니어 가문의 검을 말이다.
넌 너의 신앙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구나. 넌 유치하고 무력하고 연약해. 넌……
내 상대론 어울리지 않아.
한 번 더! 여유로워 보이는 좌완의 기사! 마리아가 무기를 주워들기를 기다렸다 다시 맹공격을 퍼붓습니다!
이게 바로 카시미어 최고 기사단의 실력이죠! 토너먼트에 올라온 기사들의 실력입니다! 카시미어에 처음 오신 관중 여러분은 한시도 눈을 떼지 마십시오!
잔혹한 승부는 한순간에 결정되니까요!!
윽……!
마리아의 빛이 구겨지고, 부서지고, 더럽혀졌다.
좌완의 기사 타이터스의 그림자 앞에서, 마리아는 다시 검을 주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