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야 할 곳
외진 곳에 위치한 광산 마을 '벨로니'… 메테오라이트와 수르트는, 임무를 위해 이곳에 도착하게 된다. 하지만 수르트는, 로도스 아일랜드의 임무를 완수하는 것 외에도 이곳에서 자신의 과거의 흔적을 찾고자 한다.
7:10 A.M. 날씨/맑음
카즈델 교외
임무 목적지점이 여기야?
지도에 표시된 대로라면, 여기가 맞을 거야. 이동도시, 벨로니 마을…
이동도시라기 보다는 마을 전체가 한 대의 거대한 광업용 트럭이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오리지늄으로 구동되는 시추기로 채굴해서 자급자족하는 동시에, 여분의 자원을 인근 도시에 파는 것으로 수입을 얻을 수 있었겠지.
만약 거대 유적을 찾아낸다면 인근 대형 이동도시로부터 채굴 지원금을 요청할 수 있을 거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마을은 너무 낡았는걸.
먼지투성이인데다가 울타리도 다 허물어졌어. 분명 왕래하는 사람들이 있는데도 아무도 고치려고 하는 사람도 없고 말이지.
보아하니 재밌는 곳은 전혀 아닌 것 같아.
테라에 재밌는 곳은 그리 많지 않아. 하지만 이렇게 재미없는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그들만의 삶이 있겠지.
기다려, 돌려줘!
뭐가! 이 아이스크림은 모두 다 같이 나눠먹자고 했었잖아!
뛰지마!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녹아버릴 거라고!
바보야, 빨리 돌려줘!
싫은데? 내가 너보다 더 빠르거든?! 돌아가서 아버지께 가져다 드릴 거야!
기다려!!
이렇게 나쁜 환경에서도 노력해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많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불행하다는 것은 아니야.
겨우 이 아이스크림 하나 가지고 왔다갔다 하면서 시끌벅적하게 만들다니. 주변 사람들은 신경도 안쓰고 말이야… 아마 다 커서도 저러겠지.
이런 것도 행복하다 할 수 있는 건가?
……화난 거 아니지?
내가 이런 꼬맹이들이 다른 사람 신경안쓰고 뛰어다니면서 먼지 날리는 것 때문에 화를 낼리 없잖아.
(화난 거 맞네…)
죄송합니다, 두 분께서는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파견 나오신 분들이죠?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아, 맞습니다, 안녕하세요. 현지 안내를 맡아주실 분이신가요?
그렇습니다. 제가 바로 벨로니 마을 촌장입니다. 여러분께 길 안내를 해드리겠습니다. 여기에 서 계시지 말고, 이쪽으로 오시죠.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임무 출발 전
로도스 아일랜드 지휘실
카즈델 변경의 벨로니 마을은 전형적인 광산마을이야. 몇 달 전에 채굴로 인한 붕괴가 일어나는 바람에 지금은 광산이 완전히 봉쇄되었지.
광산뿐만이 아니라, 마을의 이동 경로도 봉쇄되버린 터라 지금 벨로니 마을은 예전부터 사용하던 교역 루트도 막혀있는 상태다.
마을은 근 몇 개월 동안 계속해서 인근의 이동도시에 도움을 요청해왔지만, 이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도시는 나타나지 않았어.
이번에는 메테오라이트가 현장에 가서 초기 탐사를 진행하고, 현지 상황을 확인해줬으면 한다.
첫 데이터를 가져오면, 바로 구조 계획을 짜보도록 하지.
알았어. 그렇게 힘든 임무는 아닌 것 같네.
마을의 문제는 재앙이나 광석병까지 연관되어 있는 것 같진 않아 보이지만 신중히 행동해야 할 거다.
알겠어, 그건 그렇고……
……
수르트도 같이 갈 거야? 이번 임무는 그렇게 어렵진 않을 텐데.
이번 임무 지점에는 내가 확인해보고 싶은 게 있거든.
수르트는 개인 사정때문에 임무에 동행하기로 했다. 우리도 허가를 내줬고.
방해하지 않을 테니 나는 신경쓰지 마.
……
마을은 그렇게 크지 않으니, 제가 가서 장비를 가져올 동안 두 분은 여기서 잠시 기다려 주시길 바랍니다.
아, 기본적인 탐사 장비는 저희도 가져왔습니다.
마을 주변의 광산 입구는 현재 저희가 설치한 특수 잠금 장치로 봉쇄되어 있습니다.
특수 해제 장치가 없다면 열 수 없죠. 자랑은 아니지만, 저희 마을은 이래 봬도 채굴 쪽으로는 나름 경험이 있거든요.
그래봤자 여기 갇혀버린 거 아닌가.
하하하, 그렇긴 합니다만…
아앗, 죄송해요. 나쁜 뜻으로 드린 말씀은 아닙니다. 어이, 방금 건 너무 무례하잖아!
부끄럽군요. 채굴 쪽으로는 나름 경험이 있다 말씀드렸습니다만, 이렇게 거대한 규모의 붕괴 사고를 예측하지도 못했으니…
일부 갱도는 붕괴 지역 안에 있어, 마을에서는 안전상 섣불리 사람을 근처로 보낼 수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로도스 아일랜드 분들의 도움을 받더라도, 앞으로는 저희도 대응 수단에 대해 고심해 보아야 하겠죠.
두 분께서는 제가 준비하는 동안 잠시 쉬고 계시죠.
알겠습니다.
……
……
그러니까 말이야, 너무 무례하게 굴지 말라고 좀.
사실을 말했을 뿐인걸.
하아……
(껄끄럽네……)
(수르트랑 가까이 지내기 어렵다는 얘긴 전에도 들은 적이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였을 줄이야.)
……(무언가를 기록하고 있다.)
마을의 상황을 기록하고 있는거야?
아니.
그럼……
……
………
…몰라서 묻는 거야? 내 파일은 모두에게 공개 되는 걸로 아는데.
확실히 본 적 있기는 하지만, 단지……
파일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수르트, 원인 불명의 기억장애 때문에 인지장애를 겪고 있는 소녀.
아마 그녀의 머릿속에는 대량의 기억이 동시에 존재 할 것이다. 하지만 그 기억이 너무 많은 탓에 수르트는 무엇이 진실인지, 무엇이 거짓인지 명확히 구별할 수 없다.
그래서 그녀는 줄곧 한 곳 한 곳씩 기억속의 장소를 찾아가고 있다.
닥터 켈시한테 말했던 개인적인 사정이란 게 그럼, 이 마을 근처에 기억나는 곳이 있어서 였구나?
닥터 켈시 쪽에서 알려준 정보를 들었는데, 이 지역에 대해 익숙한 느낌이 들더라고.
사진과 기록들 속에서도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이 떠올랐거든.
그래? 실제로 와서 마을을 보니까 어때? 뭔가 떠오르는 게 있어?
아무것도 없어. 마을을 거닐 때, 길을 건너는 아이와 낡은 작은 집을 보면서 기억속 장면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지만, 또 완전히 다른 느낌이야.
나도 왜 그런지 모르겠어.
마을의 모든 곳을 조사해본거야?
딱 봤을 때 빼먹은 장소는 없었는데.
아니면 이따 마을 주민들한테 물어보면 되겠네. 네 기억 속의 마을은 몇 년 전의 모습일 수도 있잖아? 지금은 이미 재건축을 한 후일 수도 있고.
……그럴지도.
공기 중의 건조한 식물 냄새는 확실히 기억 속에 있다.
눈을 감으면 마치 익숙한 거리에 있는 느낌이 든다.
주변에서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발소리는 기억속에서 친구를 쫓아가던 소리와 비슷하다.
하지만 눈을 떠보면, 눈 앞의 풍경은 여전히 낯선 느낌이다.
닥터 켈시가 내게 임무를 맡겼으니 나도 조사를 도와줄게.
광산 붕괴 사건 조사가 끝나면, 나도 마을에서 단서 찾는 걸 돕게 해줘.
그럴 필요 없어, 나 혼자서도 충분해.
……
……
과거와 고향을 찾지 못하는 심정은, 나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어.
……
살카즈의 지위를 위해, 살카즈의 고향을 위해, 나는 다른 많은 동료들과 함께 하고, 줄곧 노력하고 있어.
난 사정이 달라.
다르다고 할 수 없고, 같다고 할 수도 없지 않나?
어쩌면 우린 모두 다 그저 돌아갈 곳을 찾고 있을 뿐일지도 몰라.
하지만, 무언가를 찾기 위해 보이지 않는 앞을 향해 나아갈 땐, 주변의 사물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해.
이건 아미야가 깨닫게 해준거야.
……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이제 출발하시죠!
저는 준비 되었습니다!
어쨌든, 일단은 임무부터 완수하자.
여기는……
네, 여기가 바로 붕괴가 일어난 지점입니다. 발밑을 조심하여 주십시오.
채굴장 입구는 바로 여기입니다. 붕괴로 인해 주변 지반이 가라앉아서, 지금은 일대가 전부 막혀버린 상태입니다.
이 입구도 이웃 마을로 통하는 통로였지만, 이렇게 막혀버린 후론 이웃 마을과 물자교환이 불가능해졌습니다.
……!
수르트?
이 길, 기억이 나는 거 같아.
촌장님, 이웃 마을과의 관계는 어떤가요?
이웃 마을은 저희 마을과 동일한 규모의 광산 마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근의 몇몇 마을도 광산업에 종사하는 터라, 다들 서로 왕래가 잦은 편이죠.
서로 교류가 잦은 편이기 때문에 이사를 오고가는 일도 흔하고요.
하지만 이번 광산 붕괴로 인해, 저희 마을은 통신 두절이 되어버려서요. 이웃 마을은 아마 본인들대로 계속 채굴을 진행하고 있을 겁니다.
이 통로의 수레바퀴 자국, 이 방향.
점점 더 익숙한 느낌이 든다.
과거에, 확실히 이곳을 자주 드나들었던 것 같다.
그 순간, 익숙한 아이들의 형체가 마치 내 주변을 뛰어다니는 듯하다, 순식간에 눈앞의 막혀있는 암석 사이로 사라져 버렸다.
이웃 마을에 가보고 싶으신가요?
만약 통로가 열리게 된다면, 곧바로 그들에게 연락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좋겠네요…… 수르트?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순 없어.
뭐?
네??
너희는 물러나 있어!
수르트, 잠깐! 급한건 알겠는데, 지금 갱도는 너무 위험해!
그렇게 깊숙히 들어가는 건 위험하다고!
메테오라이트. 너는 밖에서 기다려, 동굴 입구만 잘 지켜줘!
세상에, 붕괴된 동굴 입구를 그대로 뚫고 들어가다니!?
잠깐 기다리라고!
안 됩니다! 더 이상 들어가면!
안에서 또 낙반이 시작될 수도 있어요!
수르트! 제길!
갱도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니 기계로 채굴한 흔적이 또렷이 보였다.
구불구불한 통로는 마치 수르트를 앞으로 이끄는 듯했다.
……여기가 이웃 마을로 통하는 길인가.
완전히 원석충 소굴이 되어버렸네.
요 몇 달 동안 저 녀석들에게 완전히 점령 당해 버린 것 같군.
골치 아픈걸.
이건……
손을 마주 잡은 아이들이 눈 앞의 통로로 빠져 나갔다.
아이들은 수많은 원석충의 흔적을 피해 돌아가,
어두컴컴한 앞길로 사라졌다.
어라?
이 폭발음은!
설마 또 무너지기 시작된 건가!
그 아가씨가 위험합니다! 어떡하죠!?
수르트의 기억속 거리는 건조한 식물 냄새가 아닌, 진흙 냄새로 가득했었다.
기억 속의 친구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쫓아다니지 않았다.
건물은 비슷한 느낌이지만 완전히 똑같지 않다.
디자인의 미세한 차이 뿐만 아니라, 재질도 구조도 전부 다르다.
아, 손바닥이… 다쳤네, 찰과상인가.
설마 한눈팔다 원석충한테 공격당하는 날이 올 줄이야.
쳇.
이, 이건……
갱도 아래에 또 다른 거대한 지하 동굴이 있는 건가?
바스락 바스락… 원석충의 소리다.
바스락 바스락…
바스락 바스락…
거대 동굴 안에 있는 건 도시 유적인가……?
수르트는 지하보다 더 깊은 곳의 동굴로 내려갔다.
원석충의 불빛 외에도, 이곳저곳에서 암석들 사이에 묻혀버린 건물의 윤곽들이 얼핏 보인다.
길 위에 놓여있는 벽돌과 벽에 붙어있는 벽돌들……
언뜻 보아도 매우 오랜 시간 묻혀있던 것 같다.
몇 십년? 아니, 몇 백년?
얼마나 오랜 세월 동안 묻혀 있었는지는 수르트도 알 수 없었지만, 확실한 건 그녀는 찾고 싶던 것을 찾은 것 같다.
여기!
!!
수르트!
흠, 메테오라이트가 위치를 알려준 덕분에, 이쪽에서 암석층을 뚫고 나가기 더 수월해졌네.
너 뭐 하는 거야! 뭐 하러 혼자서 그렇게 위험한 곳에 깊이 들어간 거야!
조사하러 들어간 거잖아.
그리고 조사하다 내부의 붕괴 원인도 찾았어. 갱도 아래에 원석충의 소굴이 있는 데다, 내부에 거대한 동굴까지 있기 때문이야.
채굴로 인해 지탱해 주던 지반이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전체가 붕괴되버리고 만 거지.
일단 원석충 소굴은 깔끔히 처리했고, 주변을 붕괴시켜서 구멍을 막아버렸어.
기본적인 탐사는 건너 뛰게 돼버렸지만, 문제는 해결됐을 거야.
네?!
뭐라고?
그래서, 너 혼자 문제를 몽땅 다 해결했지만, 이웃 마을로 가는 통로는 못 찾았다 이거야?
응, 도중에 알아챘지. 이웃 마을도 아니고, 여기도 아니었어.
아무래도 내가 잘못 짚었나봐. 여기에 내가 찾고 싶던 기억은 없었어.
기록을 그렇게 꼼꼼히 하던 네가 실수를 한다고?
아마도.
……나도 전에 그런 일이 있었어.
늘 목표에 거의 도달했다 싶을 때 여러 실패를 겪어야 했지.
하지만 나도 주변 사람에게 의지하게 되었어. 그 덕분에 버틸 수 있었지. 적어도 지금까진 말이야.
나한테는 흔한 일이야.
어쨌든 기억속의 장소를 헷갈린 것은 처음이 아니니.
오늘은 찾지 못했더라도, 돌아갈 곳이 없는 건 아니잖아?
그러니까 네 말은, 너를 의지해도 된다는 건가?
어…… 그 말이 틀린 건 아니긴 한데……
여러분! 마을 사람들에겐 제가 전해두었습니다!
정식 탐사대는 이미 준비되었습니다! 만약 정말 아가씨 말씀대로라면, 광산 복구 작업을 준비해도 되겠지요.
탐사는 반드시 저희가 이 데이터를 로도스 아일랜드 본함으로 가져간 뒤에 진행해 주세요.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해버리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아질 테니까요.
하하, 알겠습니다. 모두들 너무나 기뻐하는군요. 두 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괜찮으시다면, 오늘은 마을에서 머물도록 하시죠.
저희가 확실하게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어…… 그게……
저희는 서둘러 돌아가야해서, 마음만 받겠습니다.
하지만……
아이스크림 하나 정도는 받아 가도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