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5저마다의 장점
토미미는 다른 일로 잠시 일행을 떠났고, 가비알과 박사는 이남의 부족에서 헤어졌던 크루아상과 마주치게 된다. 이남과 대화를 나누던 도중 박사 일행은 이남의 부족이 습격당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습격자는 바로 '우타게'였다.
박사, 정글 깊숙한 곳까지 왔어.
이제부턴 더 습해질 거야, 나무도 더욱 무성할 거고.
걸려 넘어지지 않게 발 밑 조심해.
앞쪽에 부락이 있는 거 같은데, 잠깐 가보자.
후아암~ 심심한데 낮잠이나 때려볼까……
이남!
가비알? 너 제전에서 주마마한테 졌다면서, 여긴 왜 온 거야?
소식이 정말 빠르구나, 이남.
토미미한테 들었을 땐 솔직히 안 믿었는데, 네가 진짜 족장이 될 줄이야.
나도 싫거든? 근데 별수 없잖아. 이 사람들이 제멋대로 날 따른다고.
제전에는 왜 안 온 거야?
박사, 이 녀석이 바로 토미미가 소개했던 이남이야.
- 안녕하세요.
- ……
- 여!
와… 살아있는 외지인이네.
가비알, 네가 바깥에서 데려온 친구야? 왜 이렇게 부끄러워해.
박사는 원래 말이 별로 없어.
여어! 가비알, 네 친구도 너처럼 사람이 밝네.
어? 이남, 너도 사르곤어를 할 줄 아는 거야?
내 공식적인 신분은 이 일대의 전달자니까.
전달자? 니가?
반응이 왜 그래…… 에휴, 됐다. 네 반응을 보니까 너도 전달자가 뭔지 아는 모양이네.
다른 녀석들은 내가 전달자라고 말해줘도 그게 뭔지 모르더라고.
잠깐, 언제부터 전달자가 된 거야?
언제부터는 무슨, 처음부터 전달자였는데……
여긴 어찌 됐든 사르곤의 영토잖아. 사르곤이 이쪽에 대해 진짜로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어? 그런 거 아니었어?
당연히 아니지. 내가 알기론, 사실 이곳은 몇백 년 전 사르곤의 어떤 부락 소유의 광산이었어.
하지만 재앙 때문에 이동도시는 다른 지역으로 떠났고, 광산도 폐기되고 말았지.
그때 남았던 사람들과 나중에 돌아온 사람들이 이곳의 거주민이 된 거고.
원래는 정부도 가장 가까운 이동도시를 옮겨와서 광산을 다시 쓰려고 했다나 봐.
바로 십여 년 전, 너도 아는 그때 말이야.
아, 그때인가. 나랑 주마마 모두 봤었지. 그 녀석은 그날부터 이상하게 변했고.
그래? 휴… 결국 왜 폐기되었는진 모르겠지만, 아마도 탐사 결과 이 광산에 그럴 만한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겠지.
어쨌든 도시를 이 구역에 정박시키게 되면, 다른 도시랑은 거리가 너무 멀어지니까.
이 황량한 땅도 예전엔 꽤 번영했었대. 얼마나 오래전 얘긴지는 모르겠지만.
됐다, 이 얘기는 그만하자. 어쨌든 난 얼추…… 음? 몇 살 때였더라? 아무튼 난 전달자가 되고 나서 여기로 파견됐어.
어.
진짜! 모처럼 이런 얘기를 꺼낼 만한 사람을 만났는데, 좀 흥미로운 척이라도 해주면 덧나냐.
아 몰라 귀찮아. 그런데 난 왜 전달자인 네가 여길 떠나있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지?
그건 당연히 여기가 폐쇄적이니까 그렇지. 밖으로 편지 한 통 안 보내는 게 여기 사람들이잖아. 밖에 나갈 일이 도시로 나가서 물건 살 때 말곤 없는걸.
내가 전달자가 되고 지금까지, 바깥으로 나간 뒤에도 이곳과 연락을 주고받은 사람은 너 하나밖에 없었다고!
근처 도시에서 물건 떼어 와서 여기서 장사 시작한 것도, 다 할 일이 너~무 없어서 그랬던 거야.
이러다보니 다들 '장사꾼 이남'이라 부르게 된 거지.
그랬구나… 전엔 전혀 몰랐어.
하긴, 예전의 네가 안다는 게 더 이상하겠지……
그래도 뭐, 내가 도시에서 자라긴 했어도, 지금 난 이곳 생활이 더 좋아.
아주 단순하잖아. 나쁜 게 없어.
나도 줄곧 네가 정글의 다른 리베리들이랑 별 차이 없다고 생각했어.
칭찬으로 들을게. 그래서, 왜 날 찾아온 거야?
먼저 하나 물어보자. AUS는 어떻게 된 거야? 네가 초청한 건 아니겠지?
AUS? 그럴 리가. 나 같은 문외한도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밴드잖아. 그런 사람들을 내가 어떻게 초청해.
오히려 그 밴드를 보고 가장 놀랐던 사람이 바로 나라고.
AUS는 진짜, 정말로, 지나가던 길이었을 뿐이야. 한동안 내가 통역까지 해줬다니까?
와… 이 얘기 하니까 갑자기 신이 나네. 마침 잘 왔다, 여기 사람들한텐 자랑하려 해도 다들 몰라서 할 수가 없었는데.
나 친필 사인받은 음반도 있는데, 보여줄까?
됐어, 딱히 팬은 아니라서. 그냥 좀 신기해서 물어본 거야.
넌 어쩜… 바깥에서 그렇게 오래 있었으면서 아직도 그렇게 폼을 잡고 사니?
맞고 싶냐?그건 됐고, 지금 나랑 박사는 주마마를 만나러 가는 길이거든? 가는 길에 너한테 보급을 좀 받으려고 들렀어.
좋아, 여기는 물물교환이 원칙이지만, 넌 이미 바깥세상이 어떤지 알고 있으니까, 유통되는 화폐로 나랑 거래해도 돼.
그러고 보니…… 잠깐, 네가 계속 물어보는 바람에 깜빡했네. 사실 나도 너한테 볼일이 있는데.
응?
혹시 네 친구 중에 '크루아상'이라고 있어?
크루아상? 이번에 우리랑 같이 왔어. 안 그래도 흩어져서 찾고 있었는데, 혹시 만났어?
시장 쪽으로 가봐.
골라 골라 아저씨도 골라 아가씨도 골라! 갓 나온 신상 원목 조각상입니다!
자자 구경 한 번 하고 가세요! 이것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은! 우리 할아버지 때부터 대대~로 전해진 광석이다~ 이 말씀이야! 이걸로 무기를 만들면 쉭 쉭! 이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여! 예리함이 아주 그냥~!
- 그럴싸한 시장도 있네.
- ……
- 정말 떠들썩하군.
하하, 이런 호객 멘트는 내가 다 가르쳐준 거야. 꽤 그럴듯하지?
아, 크루아상은 저기 있어.
시장의 한쪽 구석에는, 크루아상과 한 아다크리스가 대치 중이었다.
크루아상은 상대방이 손에 든 광석을 가리켰다가 다시 자신이 들고 있는 조개껍데기를 가리켰고, 상대방은 고개를 저었다.
크루아상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손을 휘두르며 가슴 아픈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돌멩이 하나를 꺼내더니, 다시 조개껍데기를 가리켰다가 상대방의 손에 들린 광석을 가리켰다. 잠시 생각에 빠진 상대방은,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거래하는 내내 크루아상은 계속 우거지상을 하고 있었지만, 상대방이 몸을 돌려 안 보이게 되자 그녀는 언제 그랬냐는 듯 함박웃음을 지었다.
요 광석 완전 끝내주는데, 흠흠~ 돈 벌었네~
크루아상, 네가 왜 여기서 장사를 하고 있는 거지?
가비알, 박사! 아이고, 드디어 찾았네!
- 별 일… 없었지?
- ……
- 이곳 사람들과 대화가 가능한 거야?
괜찮다 괜찮다, 내는 별일 없다~
아하하~ 박사, 그런 표정 짓지 마라.
내 마침 너희들 찾을라고 이남한테 신전으로 델꼬가 달라고 부탁할 참이었는데.
아이고~ 어림도 없더라고. 그래도 장사라는 게, 언어가 안 통해도 괜찮다 아이가!
엊그제 길에서 데려왔어. 보아하니 바깥세상 사람 같길래 데려왔지.
이 여자, 장사 수완이 아주 좋아. 말은 안 통해도, 상인들의 언어나 내 부하들을 통해 소통하는 법을 익히더니, 아주 빠르게 적응해 버리더라고.
그래 보이네. 크루아상, 다른 사람은 못 봤어?
아니, 내도 이남한테 물어는 봤는데, 소식은 못 들어봤다 카네.
그래, 적어도 넌 무사하네. 이제 남은 건 우타게랑 블레이즈군. 블레이즈 녀석은 가장 먼저 나서서 뛰어내렸으니 딱히 걱정은 안 드는데, 우타게는……
이남, 큰일이야! 아다크리스 무리가 우리 부족으로 쳐들어오고 있어!
뭐? 어떤 정신 나간 놈들이…! 어디 부족 놈들이야?
거대한 나무 부족인 것 같아! 그런데 우두머리는 칼을 든 괴물이었어!
뭐? 괴물?
- 왜 그래?
내 부하가 칼을 든 괴물이 아다크리스 무리를 이끌고 쳐들어오고 있다는데, 칼을 든 괴물은 대체 뭐지?!
잠깐, 칼을 들고 있는 괴물이라면…… 설마 우타게?!
너희 동료야? 칫, 아무튼 벌써 쳐들어오는 중인 것 같아. 가비알, 그리고 거기 그 후드 쓴 녀석, 너희도 와서 도와줘!
아, 내도 간데이!
얘들아, 돌격!
어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너흰 못 알아듣겠지만, 아무튼 힘 내~
아하하, 처음엔 좀 싫었지만, 이 녀석들 데리고 다니면서 싸우는 것도 꽤 재미 지단 말이지.
어이, 우타게! 너 이 녀석! 지금 뭐 하는 거야!
어라? 가비알, 크루아상, 그리고 박사잖아! 하이~
하이는 무슨 얼어죽을 하이야! 왜 습격하고 난리야!
어머, 여기 가비알네 집이었어? 그럼 안 할게.
다른 사람들도 멈추라고 해!
어… 근데, 그게… 쟤네들이 내 말을 못 알아들어서…
쳇, 어쩔 수 없네. 저 바보들을 모조리 쓰러뜨릴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