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8달빛의 몰락
불타버린 마을 주민으로 인해 크게 동요하는 타쟈나, 그리고 용의자의 죽음으로 인해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진 폴리닉. 로도스 아일랜드 일행은 리유니온의 살카즈, '머드락 소대'를 상대하게 된다.
타쟈나! 마지막 '축음기'가 파괴됐어! 이젠 저 거인을 막을 방법이 없어!
제길! 폭도들이 건물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놈들…… 불길이 번지고 있어!
타쟈나! 세버린은?! 이런 중요한 순간에 대체 어딜 간 거야?!
세버린 장관님은…… 부상을 당해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계십니다……
뭐?! 쉬고 있다고?!! 우린 목숨 걸고 여기 나와 있는데……
닥쳐! 지금 이 상황에 우리끼리 말싸움이나 할 때냐!
네 아츠는 뭐 도움이라도 되는 줄 알아?! 쓸모도 없는 게!
싸, 싸우지 마세요! 각자 맡은 구역을 사수해주세요, 방어 아츠가 깨져서는 절대……
동쪽! 동쪽의 캐스터가 쓰러졌다! 빨리 누가 교대 좀 해줘!
조심하세요……!
불……! 불길이 치솟는다!
사…… 살려줘어어!!! 으아아아아!!!!!!
어, 어서 불을 꺼! 불을 끌 수 있는 캐스터는 없는 거야?!!
살려줘!!! 아, 아파……!!!!
타쟈나…… 살려…… 줘……
아…… 아아……
또렷했던 그 말은 처절한 비명에 가려졌다.
피부가 불에 타는 냄새는, 그 어떤 기분 나쁜 장난보다도 사람들을 소름 돋게 만들었다.
화염에 휩싸인 사람은 점차 형체를 잃어가고, 그림자처럼 검게 탄 육신만이 남았다……
새까맣게 타버린 피부와 핏덩어리가, 몸부림치며 입을 열었다……
고통스럽다고, 제발 구해달라고.
하지만……
하지만…… 토어도, 그때 이렇게 고통스러웠을까?
타쟈나!! 정신 차려. 너무 멀리 떨어졌잖아! 조심해!
어?
지금이다! 너도 같이 불타 죽어라, 귀족의 졸개 녀석!
……
……
혼란스럽군. 이 마을은 단 한 번도 한마음으로 뭉친 적이 없는 것만 같아. 마치 조각조각 잘린 케이크처럼 말이야.
그리고 이젠, 마지막 남은 한 조각마저 산산조각 나게 생겼군. 이렇게나 약해서야…
우리가 손을 떼고 이곳에서 철수했다 하더라도, 이들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라이타니엔은 분명 이들을 버렸을 거다.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이동도시 두 곳과 스물네 개의 탑에 있는 거물들 중에, 윈터위습 산맥의 작은 마을 하나 따위가 어떻게 된들 신경 쓸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
……비통하군.
이런 비통함엔 이미 질릴 대로 질렸었지만, 잊지 마라. 우리는 지금 결국 이곳에 서 있다는 걸.
멋대로 결론 내리지 마라.
……물론이지. 나 참, 평소에도 이렇게 말하면 좀 좋아? 잠깐 투덜대본 거야.
이렇게 오래 참으며 지켜봤는데, 결국 결과는 바뀌긴커녕, 오히려 상황만 더 악화 되었으니 말이야.
그래서 그냥…… 푸념 한번 해봤다.
놈들이 쳐들어온다!
……앗!!
저, 저도 돕겠습니다!
젠장! 간신히 몰아낸 참이었는데!
저 불포족은 또 뭐야?! 게다가 꼬, 꼬리가 아홉 개?
아니! 그것보다 너도 감염자잖아! 왜 그쪽 편에 서는 거냐?!
이렇게 어린 나이에…… 너의 불행과 고통에, 저항조차 하지 않는 거냐?!
……
동포들이여! 저들과 맞서 싸워라! 저들에게 속지 마라!
저들이야말로 우리를 속이고 억압하는 죄인이다!
당신……
윽?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노, 놈들을 날려 버렸어?
저 여자 주변의 아츠 반응이 느려졌잖아? 이건 대체 어느 나라의 아츠지? 책에서도 본 적이 없는데……
다른 사람의 운명을 멋대로 정하지 마세요! 로도스 아일랜드 선배들도, 엄마 아빠도, 모두들 저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그리고 당신들! 은근슬쩍 지나갈 생각 말아요!
윽……?! 모, 몸이……!
으으……!
왜 다들……
……왜 자꾸 상황을 나쁘게만 만드는 거예요! 뒷일은 생각도 안 하고!
……이제 어쩔 셈이야?
비더만…… 이 모든 일의 원흉이 이미 죽었단 말이지.
에이어스카르페와 클릭이 돌아오기 전까진 단정할 순 없지만……
……그럼 진범은 대체 누구라는 거야? 내 눈앞에서 일어난 일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그 문제는 잠시 미뤄두지. 우선은 폭동 진압만이라도 해결하자고.
……
……폴리닉?
나…… 난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네 맘은 이해해.
감염자를 치료하던 의사가, 감염자가 일으킨 폭동에 휘말려 죽었다는 사실이 주는 부조리함과 무력감……
나도 예전엔…… 그 누구보다도 분노했었으니까.
으으……!
왜, 대체 왜 이래야만 하나요? 다들 지금 어떤 상황인지 모르는 거예요?
같은 편끼리 싸우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요! 다 같이 불행해질 뿐이잖아요!
닥치고 저리 비켜! 꼬마라고 봐줄 줄 알아?!
……싫어요!
여러분 모두 제 말 좀……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이제 와서 시시비비라도 가려보자는 거냐?
누가 우리를 이 지경으로 몰아넣었다고 생각하나?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야. 시대, 나라, 민심, 모든 게 엉망이라고!
만약 지금 네가 길을 가다 폭도를 만났다고 치자. 만약 그 상황에서 너 자신과 폭도에게 각자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물으면……
넌 뭐부터 말할 거냐? 라이타니엔의 부패한 제도 문제부터? 아니면 림 빌리턴의 피비린내 나는 개척 사업 문제부터?
아니!
윽……! 더 이상은 버티기…… 어렵……!
그 폭도는 어떻게 널 죽일지부터 고민할 거다. 너도 그 자리에서 바로 총을 쏴야 할지, 아니면 우선 거리를 벌려야 할지, 그런 걸 먼저 고민하겠지……
살아남는다는 건, 대부분 이렇게 간단한 문제다.
희생되는 건 언제나 너희가 아니라, 우리같이 보잘것없는 사람들이지.
네놈들은 그저 근심 걱정 없이 편안히 앉아서, 이상론이나 떠들고, 시대나 비판하면서, 일만 크게 만들 줄이나 알지. 코앞에 닥친 문제는 회피하면서 말이야…… 하!
……효과가 있다! 계속 방어선을 밀어붙여!
……하지만 모두 무고한 사람들이잖아요…… 감염자들 역시 원해서 이러는 게……!
무고? 퉤! 동정 따윈 개나 줘버려. 여기 무고한 사람은 한 명도 없으니까.
우린 그냥 살아남고 싶을 뿐이야. 다른 놈들이 뒈지든 말든 알 게 뭐야! 목숨이 달렸는데 위선 떨 사람이 누가 있겠어!
……!
어이! 저기 있는 불포도 얼마 안 남은 거 같다. 꼬리 아홉 개 달린 저 녀석 말이야!
저 녀석을 조준해! 빨리!
으윽…… 아, 아츠 스태프가 부러지다니?! 어디서 날아온 화살이지?!
도우러 왔어.
에이어스카르페랑 클릭은 마을 외곽 쪽 폭동에 휘말린 주민을 도우러 갔어. 우리는 바로……
……폴리닉?
……리유니온.
똑똑히 들었어. 리유니온이 그들을 해방했다고 했어.
하지만 그들은……
아니……!
기반이 무너지면, 이 폭도들도 자연스럽게 와해되겠지!
애초에, 그들이 아니었다면, 아트로 언니도 그런 일은……!
폴리닉!
……
진정해.
……미안.
이런 일은 너도 처음이 아니겠지만, 나도…… 마찬가지야.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가자, 우리 로도스 아일랜드는 어떻게든 이 폭동을 잠재워야 해.
……로도스 아일랜드로군. 넌 고작 저런 꼬마들에게 희망을 걸고 있는 건가.
아직 어리숙한 녀석들이야. 이 일을 막기엔 이미 너무 늦었어.
……하지만 저들은, 이미 전사다.
호오…… 그래?
전사가, 전장에 나섰다.
다른 자들은 철수시켜라.
우리가 간다.
살카즈는 리유니온의 표식을 잡아뗐다. 그녀가 손을 들어 올리자, 바위들은 흩어졌다가, 다시 뭉쳐졌다.
전장은 순간 고요해졌다. 폭도들은 길을 비켰고, 저항하던 시민들은 겁에 질려 물러났다.
그녀가 앞으로 한발짝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