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6만연하는 분노
이번 사태에 대해 불안해하는 머드락…… 스즈란은 '마지막 남은 윈터위습'이라 자칭하는 노인과 조우하게 되고, 그레이스롯은 단서들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감정이 격앙된 군중들…… 이젠,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
우린 그냥 이렇게 이용만 당하는 건가?
……
……만약에 그놈들이 '리유니온'의 이름을 멋대로 빌렸다면, 어떻게 되지?
……그들은 분명 자기들이 리유니온이라 떠들고 다닐 거다.
그리고, 우린 반드시 붙잡힐 거다.
단지 이 정도 규모의 마을에선 우리를 어떻게 할 수 없겠지. 하지만…… 이동도시 전체라면 어떨까?
라이타니엔 각 도시에 우뚝 솟은 탑에서 평민들 깔보고 사는 대귀족 놈 중 한 놈만 털어도, 우리 모두가 배불리 먹고 마실 수 있을 텐데.
그 오만함이 그들 자신을 파멸시킬 것이다.
하지만 그 오만함 덕분에 라이타니엔의 추악한 침략 본능이 억제될 수 있었지.
월루몽드에서 계속 소란을 피워서는 곤란하겠군. 계속 이러다간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질 거야.
……우린 전장에서 만나선 안 됐다. 여긴…… 여긴 전장이 아니야, 전장이 되어서는 안 돼.
너희에겐 시간이 별로 없어.
……? 지금 누구한테 얘기하는 거야?
아니.
그냥…… 한탄해본 거다.
곧 겨울이 오겠군. 우리에게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다.
아…… 이거 느낌이 쎄한데……
……그럼, 다른 질문은 없나?
혹시 몰라서 물어보는 건데, 그 시체 여덟 구의 신원은…… 어떻게 확인한 거지?
체형, 성별, 추정 연령대, 그리고 마을의 실종 명단을 토대로 확인했네.
……하지만 지금은 그날의 화재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아닌 것 같은데. 보다 긴급한 문제가 닥쳐있지 않나.
그렇긴 하지만……
……그건 왜?
우리가 접촉했던 리유니온은, 화재에 희생된 감염자가 '네 명'이라고 했어.
……그들의 말에 연연할 필요가 있을까?
'연연하는 것'과 '믿는 것'은 별개로 생각해야 한다고 봐. 자꾸 이 얘기를 꺼내서 미안한데, 이건 양측이 서로를 오해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이 얘길 꺼낸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네만. 게다가…… 화재의 진상을 밝혀낸들, 상황이 더 악화되는 걸 막을 수는 없을 걸세.
하지만 저희 입장에선 의미가 있어요.
……나 역시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하네만, 어느 샌가부터 폴리닉 양의 태도엔 자꾸 사적인 감정이 섞이는 것 같군.
하지만 당신은……
난 그저 월루몽드를 위해 싸울 뿐, 그게 나의 의무니까. 그래서 당신들 개개인의 정의감에는…… 딱히 관심이 없네.
나는 로도스 아일랜드에게 진상을 밝힐 의무가 있긴 하지만, 당신의 복수심까지 책임져야 할 의무는 없어.
그런……
……아니, 그 말이 맞아요……
감정을 조금 추스르고 와야겠어요…… 리사가 부상자를 돌보고 있으니, 저도…… 도우러 가겠습니다.
그럼 결론은 났군. 무슨 일이 있어도, 츠벨프톤 거리의 탈환을 최우선으로 둔다.
전면전은 피할 수 없다. 로도스 아일랜드 측에선 자율 아츠 유닛의 탈취와 살카즈로만 구성된 무장집단을 감시하는 데 주력한다.
……폭도를 정면 통제하는 일은 우리 쪽에서 맡고, 가장 어려운 일은, 로도스 아일랜드 측이 맡는다…… 이렇게 정해도 되겠나?
……
흠…… 방금 그 말은 조금 과했나?
……괜찮아. 세버린 장관. 거리의 반란자들과 바깥의 분노한 주민들, 당신은 그 사람들의 눈에서 무엇을 보았지?
지금 이런 상황에서 우리마저 이성을 잃으면, 이 월루몽드는 정말 가망이 없을 거야.
……게다가 나도 진상이 어떠한들, '리유니온이 다시 나타나 라이타니엔의 마을을 괴멸시키는' 그런 일은……
그런 수많은 희생과 이별은, 이제 두 번 다신 보고 싶지 않으니까.
……에이어스카르페, 클릭에게 연락해 줘. 합류할 시간이라고.
나는 감염자 포로들의 상황을 보고 올게.
장관님? 폴리닉 씨가 나가시는 걸 봤어요. 회의는 끝났나요?
그래, 수고했다.
……그나저나 밖에 있는 녀석들, 정말 시끄럽군그래.
그놈들 때문에 내 가정이 박살났다!
놈들은 내 가게를 부수고, 아이까지 다치게 했어!
망할 놈의 배신자들! 은혜를 원수로 갚다니! 배은망덕한 반역자들!
싸우자!
싸우자! 싸우자! 싸우자!
싸우자! 싸우자! 싸우자!
……하아, 창문 밖에 한 번 봐라. 아주 정의의 화신들이 납셨군.
아버님, 담배는 이제 그만……
……괜찮아.
자, 다 됐어요!
아무리 감염 정도가 가볍다 해도, 아츠를 함부로 사용하시면 안 돼요!
웃기지 마…… 난 라이타니엔인이야, 고등 교육을 받은 라이타니엔인이란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싸우지 마세요!
아니…… 싸우냐 마냐의 문제가 아니라, 아츠를 못 쓰면 집에 있는 냉장고조차 못 쓰는데 아츠를 쓰지 말라고?!
평범한 장치를 쓰면 되잖아요. 체내의 오리지늄을 자극하지 않아야 감염이 악화되는 걸 막을 수 있다구요!
……그때는 가격에 혹해서, 아츠로 조작하는 중고품을 샀단 말이다……
그래도 안 돼요!
윽…… 너, 너 따위 외지인이 뭘 안다고 그래?! 어차피 나는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긴 글렀다고! 알아 몰라?! 우리가 투쟁하는 건……
아아, 모르겠고요. 어쨌든 몸조리 잘하세요. 여기서 더 악화되지만 않으면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을 거예요. 잊지 마세요, 절대 함부로 아츠 쓰시면 안 돼요!
투쟁…… 투쟁이란 건 말이다…… 에휴, 됐다. 어린애한테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제 다음은……
아…… 할아버지? 연세도 있으신 분이 왜……
……허허, 꼬리가 아홉 개 달린 불포라니, 정말 보기 드문 광경이군그래.
흠…… 그렇다면, 최근 윈터위습인을 찾아다닌다는 외지인이 바로 너겠구나?
아, 네…… 할아버지는 어디를 다쳐서 오셨나요?
응? 아니, 아니야. 난 그저 죽을 곳을 찾아왔을 뿐이야…… 벌써 눈도 침침하고, 잠이 쏟아질 정도로 늙어서 말이지……
주, 죽는다뇨…… 그런 소리 하지 마셔요……
내가 바로 윈터위습이란다. 최후의 윈터위습족 사람이지.
……
허허, 놀란 모습이 귀엽구나, 이렇게나…… 순수하고 적의가 없을 줄이야.
최후라뇨……? 분명 모두들, 윈터위습인이 반란을 일으킨 감염자 무리를 이끌고 도와줬다고……
허…… 사람은 증오가 불타는 순간에나 자신의 혈통을 떠올리곤 하지. 혈통은 구실일 뿐이야…… 그들이 진정 증오하는 것은 따로 있단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겠느냐? 어차피 나는 너희의 포로가 된 몸이고, 나도 이제 더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구나. 나도 늙어버린 게지.
아, 네…… 하지만 연세가 있으신 만큼, 작은 상처일지라도 우선은 치료 먼저……
허허, 이 할애비도 아직은 쓸만하단다…… 아니, 역시 늙었나……
우리 종족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지역으로 떠나거나, 월루몽드 사람들과 혼인을 맺었단다.
이제 순혈 윈터위습인은 몇이나 남았으려나? 아마 나랑 몇몇 노인네들뿐일 게다……
할아버지는…… 뭘 하셨나요?
나는…… 사람을 죽였단다. 아주 많은 사람을 죽였지.
월루몽드에 온 행상인들, 겁도 없이 황야에 들어온 귀족들…… 우린 많은 사람을 죽였단다.
처음에는, 이것이 정당한 복수라고,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우리 노인들은 전력을 다해 힘썼지만, 젊은이들은 대부분 수수방관했어. 젊은이들한텐 이미 남의 일이 되어버렸으니 말이야.
하지만, 복수에 복수를 거듭해도 우린 그 배신자들과 부패한 귀족들을 끝내 다 죽이진 못했고, 결국 복수의 화살은 무고한 사람들에게로 향했지……
우린 라이타니엔을, 라이타니엔의 법을, 이동도시의 엔진에서 나는 굉음을, 결국 꺾지 못한 게다……
그래서 우린 포기하기 시작했단다. 난 월루몽드로 도망쳐왔고, 다른 늙은이들은 세버린에게 처리되었지. 그 녀석도 참 대단해, 어떻게 된 게 한 번을 안 봐주더라고.
근데…… 듣자 하니 세버린은 곧 죽을 적과 꼭 담배 한 개비를 나눠 피웠다고 하더구나. 요즘 나오는 담배든, 가공된 연초든 상관없이 말이야.
난 철판을 주워와 은신처를 만들었어…… 바로 월루몽드 지하에 말이야. 세버린은 굳이 이런 노인네까지 죽이진 않더구나.
우리 불포 아가씨는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죽음을 두려워할 것 같으냐? 아니, 난 죽음이 두렵지 않아. 죽음 같은 건 조금도 안 무서워.
나는 평생을 바친 복수가 허사로 돌아간 뒤, 이 마을의 동력로가 터지는 소리를 들은 게 다야.
언젠가는 월루몽드도 굳건한 이동도시가 될지도 모르지. 아니면 언젠가는, 그냥 이렇게 사라져버릴지도 모르고……
근데 말이다…… 거 참…… 뜨거운 불길이 도시를 뒤덮는 모습을 봤을 때, 윈터위습인으로서의 나는 분노했을 것 같으냐? 아니면 안타까워했을 것 같으냐? 그때 난 울고 있었다, 그것밖에 기억나지 않더라고.
불이 어찌나 거세고 어찌나 뜨겁던지, 도저히 막을 수 없겠더구나…… 손에 활 들고 단검 든다고 그 불길을 어떻게 끌 수 있겠냐고. 그래서 멍하니 바라보다 그만 홀려버리고 말았지…… 그 흉기에 말이야……
……근데 비더만, 그 녀석은 해냈더라고. 그 간사한 녀석 같으니…… 재앙정보전달자 하나가, 겨우 외지인 하나가, 나는 평생 하지 못했던 일을 해냈어……
……자, 잠시만요, 할아버지! 바, 방금 분명 비더만이라고……?
비더만은 라이타니엔의 한 재앙정보전달자의 이름이잖아요. 그 사람은 분명 화재에 희생되었던 게……
그런가? 그건 처음 듣는 사실이군…… 시행 명령을 내린 것은 분명 그놈이었어.
설마……
혹시 그런 무력감을 느껴본 적이 있느냐?
네?
비더만이…… 감염자들을 데리고, 아츠로 동력로를 무너뜨리는 모습을 보는데, 그땐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겠더구나……
과거 우리를 정복했던 무시무시한 것이, 결국엔 평범한 쇳조각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겠더라고.
……듣고 있느냐?
네, 듣고 있어요.
그래, 우리 꼬마 아가씨는 나중에 혹시라도 복수나 싸움 같은 거에 조급해하지 말거라. 일단은 내 이야기를 마저 들어……
윈터위습인은 이 분쟁의 원흉이 아니야…… 적어도, 이제는 아니지……
이미 그렇게 오래 지났지 않느냐, 월루몽드 사람이랑 윈터위습도 지금은 이미 피가 다 섞였겠지 않겠냐고…… 애초에 가장 먼저 이 마을을 세운 것도 바로 우리였는데 말이야……
윈터위습, 윈터위습이 곧 월루몽드라는 달 그 자체인 게다…… 자기들이 스스로 화를 자초한 게야……
……그렇군요.
……이봐 불포 아가씨. 이 앞쪽의 길은 어디로 향하는지 아나?
앞은…… 이 앞은 그냥 평범한 거리인데요? 의사당으로 가는……
아니……
그쪽은 산으로 가는 길이란다.
휘날리는 깃발…… 열두 개의 굴곡진 산길…… 여행자와 눈보라…… 그리고…… 동력로……
하아……
……네, 제가 잘못 알았네요.
저기는 산으로 들어가는 길이었어요, 할아버지.
안녕히 주무세요.
……
폴리닉 언니…… 다 들으셨나요?
여태껏 우린 무엇 때문에 헤매었던 걸까요?
죽은 줄만 알았던 재앙정보전달자가 폭도를 지휘하고 있었다?
비더만…… 이라 그거지.
랄라~♪ 라라라~♪
그건 꺾기 쉬운 나뭇가지♪
윈터위습아, 윈터위습♪
길고 긴 삶과 죽음에 지쳐도♪
그래도 굳세게 노래 부르네♪
여름 내내 부르고♪
겨울 내내 부르네♪
윈터위습아, 윈터위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