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4복수의 영혼
아트로의 사망 소식에 마음이 타들어가는 폴리닉은, 스즈란의 설득에 의해 윈터위습과 관련된 단서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된다. 한편, 그레이스롯 일행은 무장 감염자들의 리더이자 리유니온인 '머드락'과 조우하게 되는데……
엄마? 엄마, 어디 가?
고원? 꽃이 가득 핀 고원?
……아빠를 괴롭힌 사람들이 그곳에? 그럼 엄마가 벌주러 가는 거야?
벌을 주고 나면 아빠도 돌아오겠네?
……아니야?
그럼…… 그럼 가지 마, 엄마.
안 가면 안 돼? 엄마가 우르수스로 돌아가는 건 싫어…… 거기 빵은 너무 딱딱하고, 겨울엔 너무 춥단 말이야……
엄마?
엄마……
......
......
……엄마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엄마가 남겨주신 돈으로 우르수스에서 공부하고, 생활했다.
혼자서.
혼자서 몇 년을 기다렸다. 혼자서 몇 년을 살아갔다.
켈시 선생님이 내 앞에 나타나기 전까지 혼자서…… 선생님은 자신이 한 연구소의 소장이라며, 날 데리러 왔다고 말했다.
당시 켈시 선생님은 지금보다도 더 지쳐 보였다. 선생님이 머나먼 이국에서 돌아오자마자 날 데리러 오셨다는 사실은,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로도스 아일랜드에 들어갔다.
나는 켈시 선생님께 엄마가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선생님은 말을 아끼시며, 엄마는 아빠와 함께, 우르수스 깊은 곳에 묻혀 있다는 사실만 전해주셨다.
그녀는 내가 가장 존경하는 선생님이자 가장 동경하는 리더였다. 선생님은 내게 많은 것을 알려주셨고, 교육해주셨다. 난 여러 오퍼레이터의 말에, 그리고 그들의 행동에 점차 물들어갔다.
하지만 켈시 선생님은…… 그 가장 간단한 문제 하나만큼은, 끝내 답을 알려주지 않으셨다……
나는 무엇에게 복수해야 할까?
……리사, 사실 넌 따라오지 않아도 되는데.
제가 마음이 놓이지 않는걸요.
별일도 아닌데 뭐…… 그냥 근처를 수색해보려는 것뿐이야. 혹시 무장 감염자 집단의 흔적이라도 발견할까 싶어서.
폴리닉 언니…… 언니는 그 사람들이 원흉이라고 생각하세요?
모르겠어…… 이성적으로는, '확실하지 않다'가 맞겠지. 어쨌든 아직은 증거도 없으니까.
하지만 지금 마을 상황을 보면, 그 사람들이 가장 의심스럽긴 해. 안 그래?
그리고 윈터위습에 대해서도, 세버린 씨는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어. 그게 무슨 의미인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감염자 집단과 결탁했다면 다 한통속이겠지.
근처에 윈터위습 산맥이라는 산맥이 있대요. 일 년 내내 눈으로 덮여 있는 황폐한 산이라던데…… 혹시 그것과 관계가 있을까요?
……글쎄, 그런 건 잘 모르겠어. 나는 그저 범인을 잡아내서 대답을 듣고 싶을 뿐이야.
폴리닉 언니, 어제부터 계속…… 무서워요.
리사…… 미안해.
……모든 사람이 그렇게 쉽게 털어낼 순 없잖아.
이런 식의 이별도 벌써 두 번째야…… 적어도, 이번엔 후회하고 싶지 않아.
……음.
나와라, 적의는 없으니.
내 잠복 기술이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우릴 발견한 거지?
음…… 직감, 이랄까……
너희는, 누구지?
(으, 상대하기 껄끄러운 녀석 같은데.)
(그럼 말 좀 줄여.)
로도스 아일랜드의 전투 기록들을 좀 훑어봤는데, 넌 보통의 감염자는 아니더군.
……로도스? 그렇군, 너희는…… 로도스 아일랜드의 오퍼레이터들인가.
어쩌지? 지금 덮칠까?
지금은 그레이스롯도 없지만…… 적어도 녀석의 발 정도는 묶어둬야겠지!
……!
……침착해, 공격하지 마! 클릭!
섣불리 움직이지 마!
윽……! 미, 미안!
음……? 동공이 갑자기 빨갛게 변했군. 스트레스 반응 같은 건가?
……내가 널 놀라게 한 건가? 미안하군, 난 그저…… 무의미한 전투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다.
너희가 월루몽드의 주민이라면…… 위험하니까, 여길 떠나는 게 좋을 거다. 분노한 윈터위습이나 감염자들 눈에 띄었다간…… 그들이 너희를 가만두지 않을 테니.
……충고 고맙군.
그렇다면 당신은 왜 여기에 있지?
꽃 한 송이만 바치고, 바로 떠날 참이다.
……손에 든 건, 평범한 꽃인가?
이곳의 가을은 몹시 춥지. 난 종종 꿈을 꾼다…… 이 꽃들이 저 설산의 아이들처럼…… 차갑게 얼어붙는 꿈을.
……고이 잠들기를……
(정말로 그냥 추모만 하러 왔다고? 헌화하는 척하면서 은근슬쩍 아츠 시전할 준비하고 있는 거 아냐?)
(표정이 보이지 않아서 진짜인지 거짓말인지 알기 어렵다. 하지만……)
(……왠지 진심으로 슬퍼하는 것 같군.)
……?
움직이지 말고, 뒤돌지도 말고, 얌전히 손들어.
그레이스롯 언니!
……어느 틈에 나타났지. 역시 날쌔군……
그쯤 해둬라, 로도스 아일랜드의 석궁병. 네 화살은 날 맞출 수 없다.
움직이지 마. 물어볼 게 조금 있을 뿐이니……
힘을 쓰지 않는 대화는…… 의미가 없지.
……싫어도 대답하라고!
봐라. 나는 네 화살을 잡았다…… 넌 내게 작은 상처조차 남길 수 없어.
바위를 들어서 화살을 막은 건가?!
아, 아니! 저건 아츠야! 진흙을 이용해서, 정말 화살을 '잡은' 거라고!
……그래?
……아니.
적어도…… 너도 사전 경고 없이 화살을 쐈잖나. 난 그런 식의 기습은 싫어한다. 그래도, 딱히 네게 짜증이 나진 않는군.
게다가…… 음, 만약 방금 너의 두 번째 화살이 당겨졌다면…… 어떻게 됐을 것 같나?
그거야 네가 제때 목 주변에 방어 아츠를 펼칠 수 있느냐에 달렸겠지.
음…… 설령 내가 한발 늦는다 해도, 이 갑옷은 꽤 튼튼해서 말이지……
……됐다, 어쨌든 너는 진심으로 싸울 의지가 없어 보이니, 그걸로 됐다.
이제 그만 가봐도 되겠나?
미안하지만, 아직은 곤란해.
……역시 그런가, 하아……
여러 라이타니엔인이 우리에게 합류한 뒤로 우리의 구성이 다양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석궁을 쓰는 너는 이 표식을 모르진 않을 테지. 이건, 과거에 감염자였다는 표식이다.
리유니온이 피운 모닥불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이 땅의 구석구석에서 계속해서 불타고 있지.
하지만, 리유니온이라는 단어가 모든 감염자를 대표할 순 없어.
그래서, 너는? 너는 라이타니엔의 찬동자인가, 아니면 음모를 품고 다른 곳에서 온 방랑자인가?
나는……? 음…… 둘 다인가. 카즈델에서부터 목적 없이 떠돌며, 우리는 쭉 도망쳐왔다.
……월루몽드는 완전히 엉망이 됐어. 근데 그게 너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아서 말이지.
확실히, 관계가 없지는 않지.
하지만 난…… 더는 리유니온이 아니다. 앞으로의 나는 그저 머드락 소대의 대장이자, 한 명의…… 용병? 아니, 그저 한 명의 감염자일 뿐.
(왜 저렇게 혼잣말을 해대는 거야? 리유니온인지 뭔지는 원래 다 저렇게 머리가 어떻게 됐나?)
(행동대장이 교섭 중일 땐 좀 조용히 해라. 정 할 일이 없으면 영상이라도 찍던가.)
(아 그러게! 카메라 카메라……)
아니, 정말 그렇군…… 그럼 나는 뭐지. 용병도 아니고, 리유니온도 아닌, 지금의 나는, 대체……
……아.
왜 그래?
하아, 아츠의 여파로 꽃이 더러워져 버렸군…… 이 계절에, 어렵게 구한 것인데……
싸울 생각이라면, 장소를 바꾸는 게 어떻겠나?
아주 여유가 넘치네…… 아니, 됐어.
클릭, 에이어스카르페, 경계를 늦추지 말되, 공격하지도 마.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어.
후우……
……알았다.
고맙군.
……이 화재에 우리 오퍼레이터가 말려든 것 같아. 정보가 필요해.
유감이군…… 하지만 우리 동료도 그 화재에서 네 명이나 희생되었다.
우리는 탐정 놀이와는 거리가 멀지만…… 우리 동료 중엔 라이타니엔인이 많았지.
그들은 모두 체계적인 교육을 받았다. 다른 나라 사람과 비교하면 다들 타고난 캐스터나 다름없지.
적어도……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이건 사람이 한 짓이지, 절대 사고 따위가 아니다.
그럼 누구 짓이지?
그걸 알았다면, 그 사람의 죽음으로 이 마을도 평화를 되찾았을 거다……
뭔가 더 알고 있나? 방금 말한 윈터위습인이라던지?
……오해하고 있는 것 같군. 난 너를 적대할 생각은 없다. 그저 동료를 추모하러 왔을 뿐.
물론 언젠가는, 서로 무기를 겨누는 날이 올 수도 있겠지. 내겐 너희를 믿을…… 이유가 없고, 너희와 더 이상의 정보를 공유할 생각도 없다.
……그래. 하지만 뭐, 너의 태도만으로도 큰 도움이 됐어.
그런가. 마을에는 가봤나?
그래.
어땠지?
혼란스럽던데. 감염자들은 시위를 벌이고, 비감염자들과 충돌하기 시작했지.
당신쪽 사람이 그들을 부추긴 거겠지.
……안타깝군. 무고한 사람들까지 죄를 뒤집어쓰고 말 텐데…… 하지만……
……하지만 월루몽드가 죄를 인정하기 전까진, 그들이 범인을 찾아 넘기기 전까진, 누구도 양보하지 않을 거다.
나 역시, 동료의 억울한 죽음에 분노한 감염자들을 막을 이유는 없겠지……?
……알겠어.
음…… 고맙다.
……우리는 움직이기 어려운 처지지만, 너희라면 괜찮을 거다.
아…… 대화는 이 정도로 끝내지. 아직 너희를 완전히 신뢰하진 않거든, 로도스 아일랜드.
음, 아직 신뢰할 수는 없어. 그럼…… 또 보자고.
……
그레이스롯 언니! 저 녀석 엄청 무서워! 로도스 아일랜드에 있는 그 덩치 큰 필라인들보다 더 무서워!
적어도 우리에게 공격성은 드러내지 않았어. 하지만 녀석이 소대를 이끌고 있다면…… 지금의 월루몽드는 도저히 당해낼 수 없을 거야.
이대로 순순히 보낼 건가?
정면돌파는 별로 좋은 선택이 아냐. 녀석을 너무 자극하면 월루몽드가 위험해질 수도 있어. 게다가 아트로의 행방도 아직 확실치 않으니……
……리유니온까지 여기 나타났다면, 일이 더 골치 아파지겠는걸.
폴리닉과 스즈란에겐 연락해 봤나?
……아니. 온 동네가 너무 혼란스러워서…… 로도스 아일랜드 신분으로 의사당에 방문하는 게 맞는지도 의문스러울 정도야.
그런데 조금 신경 쓰이는 점이 있어. 아무래도 이번 일, 흔히 보이는 감염자 간의 충돌은 아닌 것 같아.
확실히, 평소 감염자에 대한 라이타니엔의 너그러운 태도로 미루어 보면, 다른 원인이 있지 않고서야 일이 이 지경이 되진 않았을 테니.
'윈터위습'은 중요한 단서야. 역시 계속 조사해봐야겠어. 에이어스카르페는 나와 함께 가고, 클릭은 놈들의 주둔지를 좀 조사해줬으면 해.
놈들의 규모와 행동 패턴을 파악해야 해. 눈으로 살펴만 봐, 조심하고.
맡겨달라고!
하아…… 이럴 줄 알았으면 레온하르트랑 같이 돌이나 가지고 노는 거였는데……
랄라~♪ 라라라~♪
윈터위습아, 윈터위습♪
윈터위습? 그런 단어는 어디서 들었지?
너흰 누구냐? 로도스 아일랜드? 외지인은 함부로 개입하지 마라. 당신들이랑은 관계없는 일이니까.
……윈터위습인지 뭔지 나는 모르니까, 말 걸지 마.
윈터위습? 조사? 아니 아니, 윈터위습인은 이미 월루몽드에서 사라진 지 오래라고.
……사라진지 오래라고요?
아니, 내 말은…… 하아, 너희 말에 대꾸하는 게 아니었는데.
잘 들어. 너희가 뭘 하려는지는 몰라도, 월루몽드는 너희 생각보다 훨씬 단결력이 강한 마을이야.
대부분의 마을 사람은 이 룰을 알려주지 않겠지만, 내가 특별히 알려주지……
'윈터위습인'은 월루몽드 역사의 일부분이긴 해도, 불필요한 싸움을 만드는 주제야.
제가 보기엔, 이미 그 '윈터위습인' 때문에 상당히 귀찮은 싸움이 벌어진 것 같은데요.
……동력로가 훼손된 일을 말하는 건가? 하아, 그게 무슨 대수라고……
한겨울에 월루몽드가 황무지에서 멈춰버릴 텐데도요?
재앙에 막대한 피해를 입은 상태로, 이번 겨울은 나기 힘들 거예요.
……어이 외지 아가씨, 간섭은 거기까지만 해. 이건 귀족 영감들이 가장 꺼리는 주제야, 귀찮은 일 만들지 말라고.
그렇게 윈터위습인이 궁금하면, 윈터위습인한테 직접 가서 물어보던가.
그래도…… 윈터위습을 모르는데 어떻게 윈터위습을 찾으라는 말씀이신지…… 앞뒤가 안 맞……
……아 됐어!
알아서 생각해. 난 몰라, 아무것도 몰라.
아……
가버렸어요…… 정말이지, 너무하네요!
……단결력 강한 마을? 정말 그렇긴 하네.
아니면 그냥 세버린 장관님께 물어보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응, 이건 중요한 돌파구니만큼 저번처럼 대화를 피하지 않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이미 해가 저물고 있어……
……칫.
*우르수스 욕설*! 어째서 오늘도 허탕만 치는 거야……!
폴리닉 언니, 서두르지 마세요……
그런 게 아냐……! 난 단지, 난……
……이곳은 뭔가 이상해…… 나는 알아…… 하지만 아트로 언니는…… 나는 대체 어떻게 해야……
……어떻게 하지, 엄마……
랄라~♪ 라라라~♪
그건 꺾기 쉬운 나뭇가지♪
윈터위습아, 윈터위습♪
길고 긴 삶과 죽음에 지쳐도♪
그래도 굳세게 노래 부르네♪
여름 내내 부르고♪
겨울 내내 부르네♪
윈터위습아, 윈터위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