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함께
의원 대신 참석한 행사에서 납치당한 스카이파이어. 적의 음모를 알아차린 스카이파이어는 적을 막기 위해 아츠를 시전한다.
1096년 11월 23일 8:45 P.M.
휴, 힘들어 죽겠네……
다들 뭐 하는 사람인지, 그것도 의견이라고 내는 건가요? 대체 머릿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 거죠?
그 의원들은 한 마디로……
한 마디로…… 멍청이라고요!!
풉.
의원들의 도돌이표 같은 말을 기록해야 한다니, 당신도 참 고생이 많네요……
의원들은 감염자를 위해 의안을 내는 게 아니에요. 감염자 신분을 감별하는 기관에서 어떤 꿍꿍이들을 꾸미고 있는지, 남들은 모를 줄 아나 보죠?
어떤 기관에서 감별하며, 감별 후에 어떤 기준으로 작업을 나눠줄지, 어느 회사에서 감염자 직원을 우선으로 받을지…… 여기에는 죄다 이익이 얽혀있는 거 저도 알아요.
감염자의 실제 상황이나 본인들 이익에 관해서는 얘기하지도 않고, 그 오랜 시간 위선적인 말만 되풀이하다니, 그게 무슨 의미가 있죠?
의원들은 다 귀족이잖아요. 감염자의 실제 상황을 고려하는 건 둘째치고, 어떻게 이익을 나눌지 대놓고 얘기할 순 없겠죠.
이번 회의에 결국 아무것도 얘기된 게 없잖아요! 다들 감염자 소리는 입에 달고 있으면서 진도는 꽝이라고요!
다들 다른 사람의 안건은 반대하면서 쓸모 있는 해결 방법을 내는 사람도 없었죠. 의원들이 낸 것도 의안이라고 할 수 있나요?
그게 바로 의원들이 싸우는 과정이에요, 스카이파이어 씨. 빅토리아 시의회에서 당신이 아까 말한 이익적 분배가 이루어지려면 우선 체면 차리기식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요.
그리고 그 첸위 의원도……
감염자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더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여 그들의 생활의 질을 높여주려고 한다면서 자신이 얼마나 자비로운지 어필하는 거 있죠.
“감염자들의 작업 시간을 제한하지 않으면, 그들은 본인의 작업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엄청 비슷하네요.
……가식적인 말투 정말 역겨워 죽겠어요!
감염자의 임금이 얼마인지 본인도 잘 알 거잖아요? 결국 큰돈은 다 자기 주머니로 들어가면서 최선을 다하는 듯 구는 모습이란…… 쳇.
첸위 의원이 해결 방안을 내긴 했어요…… 감염자 지역을 하나의 공장으로 만들면 모두에게 일자리와 숙소가 생길 거고, 그럼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다, 이건 대다수 국가의 정책보다 훨씬 좋긴 해요.
허!
……
이곳 사람들은 다 너무 건방지네요.
네? 갑자기요?
감염자 새 정책에 반대하는 귀족들을 보면 그렇잖아요……
타지에서 온 모든 감염자를 쫓아내자고 했죠. 그들이 여기서 얼마나 지냈건, 가정을 이루었건, 이곳 생활에 적응했건 상관없이 말이에요……
귀족들의 제안은 그런 사람들을 모두 내쫓자는 거고, 그다음은요? 쫓겨난 감염자 유랑민은 황무지에서 알아서 살라고 내버려 둬요?
막다른 골목에 이른 그 사람들이 결국 어디로 갈지 생각이나 해 봤을까요?
풉.
하아, 그게 바로 시의회거든요.
네……?
그런 게 바로 시의회라고요.
모두가 진심으로 감염자의 이익을 꾀한다면 그건 시의회가 아니라 감염자 원조 협회라고 불려야겠죠.
양측의 목적은 아주 분명해요. 우선 공개된 장소에서 가장 실현 불가능한 방안을 던지고, 교섭 과정에서 서로 양보하며 균형점을 찾는 거죠. 원래 그런 법이에요.
다들 '화이트 울프' 백작이 태도를 밝히길 바랐는데 오늘 결국 기권표를 던지더라고요.
'화이트 울프' 스카만드로스…… 최근 6개월 동안 그 사람은 시의회에서 한 번도 공개적으로 본인 생각을 밝히지 않았어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아니……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앗! 오늘 방에 있던 의원들은…… 제가 너무 순진했네요.
조금이라도 제정신인 사람이 몇 명은 있을 줄 알았어요. 칼라돈 전체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라도 좀 상식적인 안건을 제안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다들 시의회를 경쟁하는 장소로만 여기더군요. 어떻게 하면 본인의 이익이 더 커질지만 궁리하고 있죠.
아이고, 아까도 같은 말 했었잖아요. 방청하러 들어가기 전부터 의원들이 다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거 알았으면서 뭘 또 새삼스레 놀라고 그래요?
잠깐만요, 원래 술 잘 안 마시잖아요……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가는 언젠가 큰일이 난다고요!!
네?
언젠가 반드시 큰일 나게 돼 있어요! 계속 억압하고 착취하는 지금의 이런 상태가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 것 같나요? 감염자들이 정말 모르는 걸까요? 세상에 누가 그렇게 살고 싶겠어요……
아주 조금이라도 희망이 있으면 감염자들은 열심히 살아갈 거예요, 저는 알아요!
……마운트벨란 씨, 말이 앞뒤가 좀 안 맞네요.
태어날 때부터 악하거나 재미로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사람은 없어요…… 이들은 애초부터 열심히 살아가려고 했던 감염자 무리일 뿐이죠.
음…… 저도 그저 마운트벨란 씨가 술 그만 마시게 애써 말리는 친구일 뿐이에요.
감염자는 꼭 아랫사람 취급당하고 숨어서 살아야 하나요? 귀족은 태어날 때부터 고귀한 존재니까 감염자를 착취해서 이익을 얻는 게 당연한 거냐구요?
정말 어리석기 짝이 없네요! 귀족이 계속 안하무인으로 굴면 감염자들은 언젠가 폭발할 거예요……
그런 생각 지도 못한 문제가…… 모두의 삶을 파괴해 버릴 거라고요……
리유니온 사건이…… 다시 일어나게 해서는 안 돼요……
맞아요,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되죠. 그리고 더 마셔도 안돼요, 이미 많이 마셨어요. 잠깐 쉬면서 물이라도 마실래요?
싫어요! 저거…… 한 잔 더 마실 거예요! 다들 제 말은 안 듣죠…… 제가 옳은 거라고요!
그래…… “내가 옳은 거지”……
끝까지 자신의 관점을 고집하는 거, 그래서 앵스트 의원이 마운트벨란 씨를 부른 거죠.
네?
유일하게 제정신이고 멀리 내다볼 줄 아는 독립된 귀족이니까요.
하지만 한 치 앞밖에 볼 줄 모르는 칼라돈의 나이 든 귀족들은 마운트벨란 씨를 이해하지 못해요.
그 사람들 눈앞의 이익에 손해가 생기는 게 아니면 절대 바뀌지 않죠.
이렇게 말하면 이해할 수 있겠죠, 술 취한 아가씨? 술 깨고 나면 대부분은 다시 얘기해 줘야겠지만요.
……
…………
으아아앙……
?!
갑자기 왜 우세요?
술잔이 손에 붙었어요! 흐아앙……
봐봐요, 괜찮아요. 제가 치웠어요, 치워드렸으니 붙지 않을 거예요.
힝……
본인들이 틀렸는데 아직도 옳다고 생각하는 거면…… 이 세상은 끝났어요……
아이고, 뻗어버렸네.
1096년 11월 23일 10:45 P.M.
……
…………
일어났어요? 연회에서 이렇게 취하다니, 아무리 내가 옆에 있다고 해도 너무 무방비인 거 아니에요?
……어지러워요……
훗, 점점 더 마운트벨란 씨가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아요.
……?
부잣집 아가씨지만 감염자와 가난한 사람들을 진심으로 위하잖아요. 지금 이 도시가 얼마나 문제인지 알겠죠? 칼라돈을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싶은가요?
알다시피 지금 전 도시 기록보관소의 기록원이에요. 위로 올라가려면 줄을 잘 서야 하죠. 제가 얻어들은 소식을 말해주면, 마운트벨란 씨가 선두에 나서고 전 뒤에서 돕는 거 어때요?
……
존스 의원 아시죠? 첸위 의원이랑 공동으로 안건을 제안한 사람 말이에요. 근데 사실은……
……
그 사람들이 공장을 지은 돈 중 일부는 칼라돈 시의회에서 댄 거래요. 게다가 그 돈이 진짜 전부 공장을 짓는 데 쓰였는지는 아무도 모르죠.
칼라돈 귀족들 사이에는 늘 있는 일이에요.
마운트벨란 씨가 이 일을 제대로 조사하면, 그 사람들을 타협하게 만드는 것도 못 할 건 없죠!
오호~
당신…… 진짜 많은 걸 아는군요!
음, 제가 이 정도로 말했는데, 마운트벨란 씨는 뭐 아는 소식이 없나요? 정보 교환하는 셈 치고 말해 봐요~
전 알아요, 알고 있어요! 저…… 저는 의원들이 자기네가 틀렸다는걸! 제 말이…… 옳다는 걸 알게 해줄 거예요!!
그래요……
아직 더 쉬는 게 좋겠어요.
(좋은 출신에 양심도 있고 정치도 좀 알아. 그런데 실전 경험이 없어서 아직 순진한 모습이 있네. 이런 사람은 종종 매정한 현실에 제대로 혼나기도 하지……)
(신문에 나오는 정치적인 도리는 분명 들어봤을 거야. 하지만 빅토리아의 시의회 현장을 직접 보는 건 처음이겠지. 본인은 정말 잘 안다고 생각하겠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1097년 11월 24일 9:20 A.M.
……
……누구세요!! 아…… 오늘은 할 일이 없나요……?
……
아, 앗! 미들레이 씨세요? 정말 죄송해요. 무슨 일이세요?
네?
앵스트 의원이…… 아니…… 선생님이 왜요? 갑자기 심장병이요? 어젯밤에 누가 집에 쳐들어왔다고요?! 선생님은 괜찮으세요? 병원에 계신가요?
네, 상태가 안정되었다니 다행이네요. 어젯밤에 말씀하지 그러셨어요…… 제가 지금 병원으로 갈까요?
그 행사에 제가 대신 참석하라고요?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할게요.
네, 감염자의 의견을 묻고 정부의 태도를 밝히라는 거죠? 알겠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래? 의원 집에 도둑이 들다니……
됐어, 내가 가는 것도 좋지 뭐. 궁금한 것도 더 물어볼 수 있고. 음…… 어젯밤에, 머리가 너무 아프네……
어제…… 내가 어떻게 돌아왔지?…… 연회에서 말을 엄청 한 것 같은데, 케이트한테 뭐라고 했지? 케이트는 또 나한테 뭐라고 했지?
휴…… 일단 중요한 일부터 하자!
감염자 지역의 공터에 감염자 무리가 모여있다.
귀족 의원이 감염자와 대화를 나누려는 건 매우 신선한 일이다.
감염자들은 호기심과 의심이 섞인 눈빛으로 눈앞에 예쁘게 차려입은 소녀를 바라보고 있다.
오늘 그 나이 든 의원이 온다고 하지 않았어?
그것 봐, 내가 뭐랬어? 높은 양반이 직접 올 리가 없지. 그 사람들은 감염자랑 어울리는 걸 싫어한다니까.
근데 진짜 사람을 보낼 줄은 몰랐어, 무슨 바람이 불었대?
흠흠……
여러분, 걱정하지 말고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하세요. 여러분의 의견은 제가 앵스트 의원님께 전해 드릴 겁니다.
(작은 목소리로) 너부터 얘기해 봐.
(작은 목소리로) 왜 나야? 넌 왜 말 안 하는 건데?
거기 선생님부터 말씀해 주세요.
어라? 나말인가?
네, 여기서 일한 지 대충 얼마 정도 되셨어요?
6개월이 조금 안 됐어.
……난 기억도 안 나네.
그럼 어디에서 오셨어요?
카시미어.
우르수스……?
예전과 비교했을 때, 지금 생활은 어떻다고 생각하세요? 매일 업무량이 너무 부담스럽지는 않으세요?
적어도 여기서는 지하 경기장에서 목숨 걸지 않아도 되니까…… 살아서 돈 벌 수 있으니 괜찮은 편이야.
……전에 듣기로는 오늘 행사에 참가하면 출근한 거로 쳐주고 임금도 준다던데 진짜인가?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행사가 종료되면 제가 바로 지급해 드릴 거예요.
그럼 임금을 떼이거나 제때 받지 못한 일이 있으셨나요?
……
……
마음 놓고 얘기하세요. 선생님 개인 정보는 절대 노출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다들 어디 사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감염자 지역에서 살아. 다인용 침대에서. 첫날 받은 임금은 그 사람들이 제공한 침구와 퉁치는 게 규칙이야. 얇긴 한데 겨울이면 다들 모여있어서 그렇게 춥지는 않아.
여러 명이 함께 지내는 거예요?…… 노인도 있나요?
힘쓰는 일을 못 한다고 공장에서 모집 안 해.
자식이 여기서 일하면 모셔 와서 같이 살 수도 있겠지만 장담은 못 해. 자식이 없는 노인은…… 노인이 할 만한 일이 있으면 지원하겠지만 그것도 쉽지 않아.
그럼 여기서 세 끼 식사와 임금 상황은 어떠세요? 임금이 떼이는 일은 없나요?
그냥 공장에서 먹어. 반 정도는 배를 채울 수 있어서 일할 힘이 없는 정도는 아니야.
임금은…… 하하……
임금은 관리인이 가끔……
우리 몸의 오리지늄이 화물에 묻어 상품이 오염돼 팔 수 없다면서 임금을 안 줘.
……이 사람들이 진짜, 말이랑 행동이랑 다르잖아……
흔한 일이야. 아니면 요즘 공장 실적이 안 좋아서 돈을 줄 수 없다고 하기도 해. 툭하면 사람들을 데려가고, 좀 지난 후에 다시 채용하여 더 낮은 임금을 주곤 하지……
우린 이런 얘기 할 곳도 없어. 시의회 대문은 들어갈 수도 없고, 말해도 들어주는 사람도 없고……
음, 제가 다 기록했어요……
평소에는 퇴근하고 근처 술집에 가서 피로를 푸는 편인데…… 오늘 아침에 그 술집에 화재가 났어.
맞아, 요즘 좋은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다니까.
!!
화재요? 술집이라면 '그린 스파크' 말인가요?
언제요? 오늘 아침에요?
말도 안 돼, 그럼 점원 아가씨는요? 괜찮은가요?
휴, 그건 우리도 몰라. 술집 단골말로는 계속 점원 아가씨를 찾고 있는데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대……
무슨 일이지?
쿨럭, 쿨럭…… 뭐지?!
좌열, 우열 계획대로 다 끌고 간다, 어서!
(폭발? 이건 오리지늄 폭발물 냄새인데……)
이거 놔, 놓으라고! 무슨 짓이야!
너, 너희들은 누구야……
조용히 해, 녀석들 입을 막아버려!
(감염자? 왜?)
(4, 6, 8, 10…… 이상하다, 어디서 온 사람들이지? 경비대 사람은 또 어디 갔지?)
(……노동자를 포박하잖아? 뭐 하려는 거지?)
(아니지…… 거리에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포박하는 걸 보면 미리 준비한 거야……)
(무슨 속셈인지 지켜봐야겠어.)
저쪽에 있는 저 아가씨도 잡아.
얌전히 있어.
이거 놓으시죠, 제가 알아서 갈 테니까요.
다들 빨리 움직여! 모두 차에 태웠어? 그럼 공장으로 데려가!
다 태웠습니다, 형님!
차 문 닫고 어서 출발해!
(20분 동안 운전하면서 몇 번이나 방향을 틀었어. 아주 신중한 사람들이야.)
(근데 밧줄을 너무 허술하게 묶었잖아? 이런 평범한 재질이라면 조금만 태워도 금방 사라질 테지.)
(여긴…… 공장? 텅 비었잖아! 공장 설비는 어디 갔지?)
(이상하다……)
왜 우리를 잡아 온 거야?!
우, 우리를 보내줘! 나, 난 집에 돈도 부쳐야 한단 말이야. 부탁이니까 우리 좀 풀어 달라고……!
쳇, 조용히 하고 얌전히 앉아 있어!
잘 들어, 거리 한복판에서 이 많은 사람을 납치했으니 분명 경찰에 신고가 들어갔을 거야!
우리를 빨리 풀어주면 좀 가벼운 처벌을 받을 수도 있겠지……
재미있네, 경찰? 우리가 그깟 걸 무서워할 것 같아?
시끄럽기는, 조용히 하고 얌전히 있어!
너, 너희도 감염자잖아! 왜 이런 짓을 하는 건데!
우리한테 이러면 너희도 좋게 끝나지 않을 거라고!
헛소리 집어치워.
윽……
*욕설*, 다들 얌전히 있어! 봤지? 계속 떠들면 이렇게 될 줄 알아!
한 마디만 경고하지. 괜한 헛수고하지 마. 오리지늄 아츠를 쓰려다가 우리한테 걸리면 머리를 박살 내 줄 테니까, 알겠어?
쥐 죽은 듯이 있어!
(정말이지…… 참 한결같이 못됐네.)
(……이따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근데 대체 뭘 하려는 걸까……)
늙은 의원은? 어디 갔어? 영감 하나 잡는다고 안 했어? 그런데 웬 계집애야?
무슨 상관이야? 영감이든 계집애든 잡았으면 됐지.
(역시 앵스트 의원을 노리고 온 거였어.)
이제 어쩌지?
신호를 기다려야지, 우선 준비해.
물건은 다 여기 있어?
반만 가져왔어.
그럼 이따 버려진 구역 건물 아래에 남은 폭발물이랑 화학 물품 처리하는 거 잊지 마. 거기 두면 너무 위험해, 문제가 생기면 안 되잖아.
맞다! 안전가옥이랑 그 일을 깜빡할 뻔했네.
그리고 겸사겸사 단톤 형제가 매복해서 성 밖으로 나갈 때 쓸 물건도 잊지 말고 준비해.
돈, 옷, 가짜 신분증, 그리고 필요한 무기까지 하나도 빠지면 안 돼!
이런, 입 조심해. 저 사람들이 듣고 있잖아!
뭘 걱정해? 어차피 살아서 나가지도 못할 텐데.
어서 폭발물 설치해.
우린 일하러 갈 테니까 너희는 이 감염자들 감시해.
알았어.
(……저게 다 폭탄이라고?)
(공장에 기계는 없고 폭탄만 있네…… 일부러 옮긴 건가?)
(계속 시간 낭비할 필요 없겠다.)
(예비용 아츠 유닛을 가져와서 다행이지, 아니면 골치 아플 뻔했어.)
그녀가 자신의 반지를 문지르자 검은 옥 재질의 표면이 반짝이며 빛이 났다.
어라, 너 밧줄은?
쉿, 조용히 해요. 이따 무슨 소리가 나도 꼼짝 말고 여기 숨어 있어요.
아…… 알겠다……
누군가 도망쳤다!
어떻게 된 거야? 누가 밧줄 묶었어?
훗, 허여멀건 놈이 혼자 뛰쳐나와?
허리 가는 것 좀 봐, 큭큭, 내 손에 들어왔으면 내가……
당신들 진짜…… 역겹군요……
(하아)……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강렬한 폭발음이 공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오리지늄 아츠의 불덩이, 그리고 내부 벽의 파손된 조각과 함께 몇몇 폭도가 공장 1층으로 떨어져 정신을 잃었다.
폭도들 몸의 오리지늄 결정은 높은 온도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건…… 몸에 붙은 오리지늄 결정? 아니지, 이건 까맣게 칠한 유리잖아!
(가짜 감염자였어?)
어떻게 된 거야???
쓸모없는 놈들, 인질을 잘 지키라니까 이게 무슨 난리야!
누가 지시한 거예요? 왜 감염자로 위장한 거죠?
당신들 중에…… 감염자는 없군요, 그렇죠?
망할 계집…… 재주가 좋은 걸?
감염자가 있으면 어쩔 거고, 없으면 어쩔 건데?
넌 어차피 살아서 못 나갈 텐데, 누가 사실을 알겠어?
당신들이랑 대화하는 건 정말 피곤하네요……
뭘 하려고!
얌전히 돌아가! 아니면 가만 안 둘 거다!
(죽여서 입막음할 거라면서도 말에 따르도록 힘으로 위협하고 있어, 앞뒤가 전혀 안 맞잖아……)
그딴 무기로 절 위협하는 건가요?
제가 당신들 같은 놈을 얼마나 상대해 봤을 것 같나요?
불덩이는 땅 위에서 춤을 추며 찬란한 불빛 한 줄기를 그려냈다.
모퉁이에 쌓인 오리지늄 폭탄의 플라스틱 표면이 화염 속에 녹아내렸다.
외부로 노출된 결정 전자 부속품이 폭발하며 큰 소리를 냈다.
오리지늄 폭발물의 핵은 한 차례 강렬한 빛을 내뿜은 뒤 활성을 잃었다.
폭탄! 폭탄이 불에 타버렸다!
왜 터지지 않은 거지? 어떻게 된 거야?
안 보여! 오리지늄 아츠잖아! 저 여자는 캐스터라고!
*욕설*, 골치 아프게 됐네!
당신들에게는 두 가지 선택 사항이 있어요.
얌전히 항복하는 것, 전 당신들에게 궁금한 게 많거든요.
다른 선택은 추천하지 않아요. 전 지금 기분이 매우 안 좋거든요.
*욕설*, 우릴 아주 우습게 아네!
얘들아, 저 계집을 없애버려. 감염자들도 다 처리해!
방금 오리지늄 아츠 못 봤나요??
칼라돈 전체에서 그런 오리지늄 아츠를 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 것 같죠? 그래도 반항하겠다는 건가요?
대체 머릿속에 뭐가 든 거죠!
뭐 대단한 거라고! 그래봤자 캐스터잖아!
그동안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나도 많이 봤다고! 우리도 캐스터가 있잖아, 저 여자가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보자고!
(하아) 정말 지겹군요……
잠깐! 안돼! 어서 도망쳐!
또 왜 그러는데?
생각났어! 저 여자는 평범한 캐스터가 아니야!
왕의 지팡이! 저 여자는 마운트벨란 가문의……
뭐?
그만 묻고 어서 뛰어!
그녀의 손바닥에서 화염이 활활 타오르며 공중으로 치솟았다. 순식간에 가열된 금속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깊은 잠에 빠진 거대한 생물이 불빛 속에서 깨어나는 것 같았다.
불빛이 깨진 형광등을 핥고 기둥을 넘어뜨리자 춤추는 고온과 함께 공기가 뒤틀렸다. 공장에는 떨어진 잔해를 휘감은 화염만이 더 맹렬한 빛을 내뿜었다.
겁에 질린 폭도들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혼란 속에 불길이 머리끝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지나갔지만 그녀는 전혀 다치지 않았다.
……내 위광 앞에 무릎 꿇어라.
모든 것이 쏟아지며 폭도들 눈앞으로 눈부신 붉은빛이 반짝이며 지나갔고, 뒤이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높이 들었던 두 팔을 내려놓았다.
저…… 정말 굉장하네.
대…… 대단해!
다른 사람들은 괜찮아요? 다친 분은 없나요?
괜찮아, 우리는 무사해.
젊은 캐스터 여성은 감염자를 부축하려고 몸을 돌렸다.
구석에 숨어 있던 그림자가 등 뒤에서 소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욕설*…… 망할 캐스터, 너랑 끝장을 보겠다!
!!
조심해!
윽……
누구야?
공장 천장에 있는 계단에서 한 그림자가 빠르게 천장 통풍구를 지나 스카이파이어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
캐스터 아가씨, 괜찮아?
전 괜찮아요.
다른 분들 좀 도와주세요, 다들 우선 나가야 해요!
1097년 11월 27일 6:40 A.M.
감염자 납치? 공장 폭발?
네, 하지만 대체 목적이 뭔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이상한데……
너한테 맞고 쓰러진 폭도들은? 놈들한테 들은 얘기 없어?
……그게……
현장 상황이 좀 복잡해요. 제 공격이 좀 심했던 것 같아요……
됐다, 자세한 건 묻지 않을게.
감염자인 척하고 공장을 폭발시킨다……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대충 짐작은 가.
도망친 놈들은 아마 잡기 힘들 거예요.
경비대가 감염자 지역 사건을 조사하길 바라는 것도 비현실적이지.
그리고 이번 일에 다른 의문점이 있어요…… 아무래도 제가……
아니에요, 이건 나중에 얘기하고 수지 씨는 찾았나요?
사람을 보내서 찾고 있기는 한데 아쉽게도 아직 못 찾았어. 경비대 사람 말로는 화재 현장에 한 번 나타났는데 울면서 뛰어갔다고 하더라.
정 안 되면 저도 찾으러 가볼게요…… 수지 씨가 걱정돼요.
비터 루트 씨! 문 좀 열어 주세요! 비터 루트 씨!
??
비터 루트 씨! 제발 이분 좀 살려 주세요!
위급한 감염자가 있어, 좀 도와줘!
수지? 레드 씨? 무슨 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