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어 라이트 스파크 인 다크니스

부평초와 같이

미니 스토리브릿지2022-08-18

우연히 비밀 정보를 듣게 된 의적 헤이즈, 도망치는 도중 한 가게가 사건에 말려들어 불에 타버린다. 목숨을 버리려던 수지를 말린 헤이즈는 광석병이 발작해 혼수상태가 되어버리는데……

등장 오퍼레이터: 헤이즈, 레드, 골든글로우


1097년 11월 19일 9:20 P.M.

경비원 A

이쪽이다.

경비원 A

앞쪽에.

경비원 A

더 앞쪽에서, 그녀를 본 것 같아.

경비원 A

잠깐, 이 표지판은 아까 봤던 것 같은데?

경비원 B

제자리로 돌아왔어. 그러니까 내 말은, 또 제자리로 돌아왔다고.

경비원 B

역시 내 말이 맞았어. 필라인의 오리지늄 아츠는 분명 뭔가 있어.

경비원 A

일단 진정해. 앞쪽은 감염자 지역이니까 좀도둑이 분명 거기로 숨어들었을 거야.

경비원 A

망할 감염자…… 오늘 여길 샅샅이 뒤져서라도 도둑놈을 찾아낼 거야. 아무도 우릴 못 막아.

경비원 대장

됐어, 돌아가자.

경비원 A

대장님, 이렇게 돌아가면 돈과 물건들을 포기한다는 겁니까……?

경비원 대장

됐어, 다 합쳐봤자 얼마 안 되잖아. 이 정도면 다들 조금씩 돈을 내서 메우면 돼.

경비원 대장

어르신이 신신당부하셨어. 절대 문제 일으키면 안 된다고.

경비원 대장

어르신께 불필요한 문제를 일으키면 해고되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거라고.

경비원 대장

일단 철수한다.

헤이즈

후훗~

헤이즈

야옹이를 잡으려면 더 똑똑해야지~


헤이즈

민, 여기 있어?

감염자 소녀

마녀 언니!

헤이즈

자, 오늘 먹을 밥이랑 약이야.

감염자 소녀

고마워, 언니.

헤이즈

됐으니까 목메지 않게 천천히 먹어.

말라비틀어진 빵으로 채우는 한 끼.

내가 언제부터 남한테 베풀기 시작했을까?

내 생활도 변변치 않은데.

헤이즈

쿨럭…… 쿨럭……

감염자 소녀

언니…… 안색이 너무 안 좋아.

헤이즈

그래?…… 티 많이 나?

감염자 소녀

마녀 언니, 난 언제쯤이면 언니처럼 오리지늄 아츠를 쓸 수 있을까?

헤이즈

아직은 안 돼~

감염자 소녀

힝…… 나도 언니처럼 마녀가 되고 싶단 말이야.

헤이즈

조금 더 클 때까지 기다려, 야옹아.

헤이즈

쿨럭…… 쿨럭……

따끔따끔 아프다.

3개월 전부터 광석병의 찌르는 듯한 통증이 멈추질 않는다.

이제 이곳을 떠날 때가 된 것 같다.

결정이 분진이 돼서,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면 안 되니까.

아니, 우아한 야옹이이자 마녀 숲의 캐스터라면……

세상을 떠날 땐 반드시 쓸쓸하면서도 우아해야 한다.


헤이즈

한 집, 두 집, 세 집……

헤이즈

7마리, 8마리, 9마리……

헤이즈

맞혀 봐, 감염자 지역에 총 몇 개의 술집과 몇 마리의 길냥이가 있게?

헤이즈

내가 똑똑히 세 봤어, 총 8개의 술집과 32마리의 길냥이가 있어.

헤이즈

술집마다 야옹이 4마리를 맡으면, 모든 야옹이가 신선한 핀을 먹을 수 있지.

헤이즈

자신이 몇 개의 도시와 감염자 밀집 지역에 가 봤는지 세어 봤어?

헤이즈

난 기억해. 5개의 도시, 8개의 감염자 밀집 지역, 그리고 17번 탈옥했지.

헤이즈

많은 도시에 가 봤는데, 칼라돈은 꽤 재미있는 곳이야.

헤이즈

모든 사람이 똑같아. 날이 밝으면 돈 벌러 가고, 해가 지면 술 마시러 가지. 잠들 때 절대 다음 날 일을 걱정하지 않아.

헤이즈

감염자와 평범한 사람이 무슨 차이가 있을까?

헤이즈

혹시 모르잖아, 언젠가 '쾅'하고 칼라돈 항구 지역 전체가 바닷속으로 빠져버리면 다 끝나는 거라고~

헤이즈

그러니까 삶을 마감할 곳을 찾는다면 여긴 꽤 괜찮은 곳이야.

헤이즈

칼라돈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에서 온몸이 돌로 변해, '펑'하고 사라지는 거지.

헤이즈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아무도 모르는 거야…… 하지만 좀 멀리 떨어진 곳을 찾아야 해. 분진이 바람에 날아갈 수 있으니까.

헤이즈

몸 안의 돌멩이들이 차분해진 것 같아……

헤이즈

아직 때가 아닌 것 같네. 적어도 오늘은 아니야.

헤이즈

그날이 오기 전에 우선 내일은 어디 가서 놀지 생각해 봐야겠어.

헤이즈

어맛, 벌써 날이 밝아버렸네.

헤이즈

좋은 아침, 빅토리아. 좋은 아침, 칼라돈.

헤이즈

그럼 오늘 야옹이의 보살핌을 받게 될 행운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1097년 11월 23일 10:14 P.M.

헤이즈

이쪽 건물은 여전히 사는 사람이 없네…… 버려진 구역이랑 가까워서 그런가?

헤이즈

낡은 창고…… 음……

헤이즈

쓸모 있는 물건이 있지 않을까?

헤이즈

들어가 보자.


헤이즈

음식이라…… 이런 곳에 음식은 없을 거야.

헤이즈

돈이 될만한 물건이 있을까?

헤이즈

먼지도 너무 많고 기름 냄새도 너무 심해. 귀여운 물건도 없고……

헤이즈

이 꽃병은 참 예쁘네……

???

함부로 건드리지 마.

???

이해가 안 가네. 고작 감염자 몇 명이랑 영감 한 명 납치하는 거 아니야? 이렇게 많은 사람을 동원한 필요가 있나……

???

조용히 해, 돈 받고 일하면서 무슨 질문이 그리 많아?

헤이즈

(후우……)

???

……무기 다 확인했어?

???

문제없어, 그 망할 영감 의원 상대하기에는 차고 넘치니까.

헤이즈

(무기? 의원? 재미없는 것들……)

???

그래도 방심하면 안 돼. 그 몇몇 고용한 파이터들은 별 믿음이 안 가니까.

???

폭발물은? 오리지늄 폭탄은 우리가 신경 안 써도 돼?

???

폭발물은 다른 사람이 신경 쓸 거니까 우린 상관하지 않아도 돼.

???

우리는 무기랑 캐스터 유닛만 준비하면 된다고. 3시간 후에 일을 추진할 사람이 올 거야.

???

우리는 더 보일 구역에서 그들이 일을 끝내고 연락할 때까지 기다리면 돼.

???

거기 누구야?!

검은 옷을 입은 우람한 사람

들었어?

검은 옷을 입은 수상한 사람

이상하다…… 내가 분명 문을 잠갔는데.

검은 옷을 입은 우람한 사람

사람이 들어오는 걸 똑똑히 들었어.

검은 옷을 입은 수상한 사람

사람? 사람이 어디 있어?

검은 옷을 입은 수상한 사람

이 좁은 방에 사람이 숨을 가 어디 있어? 고양이겠지.

검은 옷을 입은 우람한 사람

하긴, 겁 없는 고양이 한 마리가 있긴 하네.

검은 옷을 입은 우람한 사람

어느 고양이가 오지 말아야 할 곳에 왔는지 한번 볼까?

헤이즈

이봐, 쪼잔하게 굴지 말고 지나가는 길냥이가 잠깐만 머물게 해 주지?

검은 옷을 입은 우람한 사람

……

검은 옷을 입은 수상한 사람

……

검은 옷을 입은 우람한 사람

누구냐?

검은 옷을 입은 수상한 사람

감염자? 타이밍 한번 잘 맞추네.

헤이즈

말했잖아, 난 그냥 지나가는 길냥이라고. 실수로 여기 들어온 거야.

헤이즈

꽃병 하나 배상하면 못 본 척해주려나?

검은 옷을 입은 우람한 사람

……네가 어디까지 들었는지는 관심 없어. 진짜 실수로 여기 들어왔는지도 중요하지 않아. 하지만 우리한테 걸렸으니 살아서 나갈 생각은 버려.

검은 옷을 입은 우람한 사람

죽어라.

헤이즈

……'고양이를 해치면 복이 나간다'라는 말도 못 들어봤어?

검은 옷을 입은 우람한 사람

못 맞혔어?

검은 옷을 입은 수상한 사람

반격까지 하다니…… 이 검은 안개는 대체 뭐야?

헤이즈

후훗, 뭘 그렇게 서둘러? 아니면 수수께끼 하나 더 내줄게.

헤이즈

“돌은 왜 불꽃을 닮았을까?”

검은 옷을 입은 우람한 사람

어딜 도망가려고!


헤이즈

여기로 도망쳤으니 잠깐 피할 수 있겠지……

헤이즈

우웩…… 귀족의 방은 언제 봐도 역겨운 냄새가 난다니까.

헤이즈

어깨가…… 우락부락하게 생긴 놈이 정확하게 쏘긴 했네……

헤이즈

다행히 뼈는 다치지 않은 것 같아……

헤이즈

(화살을 손에 쥔다)

나이 지긋한 귀족

자네는…… 누군가?

헤이즈

움직이지 마!

나이 지긋한 귀족

아……

헤이즈

쉿! 조용히 해! 널 죽일 생각은 없으니까 여기서 잠깐만 숨어있다 가게 해줘.

헤이즈

내 말에 협조하는 게 좋을 거야. 얌전히 안 있으면 이 화살을……

나이 지긋한 귀족

진정해, 아가씨. 긴장하지 말게.

나이 지긋한 귀족

보아하니…… 다친 것 같은데 도움이 필요한가?

헤이즈

다가오지 마!

오리지늄 아츠로 생겨난 검은 안개가 방안에 가득 퍼졌고, 뒷걸음치던 노인은 바닥에 넘어졌다.

하인

어르신? 무슨 일 있으세요?

헤이즈

(긴장)

나이 지긋한 귀족

난 괜찮네.

나이 지긋한 귀족

……의안을 쓰고 있으니 날이 밝기 전까지 방해하지 말거라.

하인

알겠습니다, 어르신.

헤이즈

……

나이 지긋한 귀족

저기, 아가씨…… 쿨럭…… 쿨럭……

나이 지긋한 귀족

내 추측이 맞는다면, 자넨 감염자겠지?

나이 지긋한 귀족

긴장하지 말게…… 자네를 해칠 생각은 없으니까……

나이 지긋한 귀족

나는……

나이가 지긋한 사브라 귀족이 갑자기 심장을 움켜쥐고 고통스러운 소리를 냈다.

헤이즈

……왜 그래? 오리지늄 아츠로 널 겁준 것뿐이잖아.

헤이즈

하아…… 골치 아프게 생겼네.

헤이즈

여기! 사람이 쓰러졌다!

헤이즈

(휴, 가야겠어……)

하인

무슨 일이세요, 어르신? 방금 여자 목소리가 들렸는데……

하인

앵스트 어르신! 왜 그러세요!!


검은 옷을 입은 우람한 사람

이제 어쩌지? 왜 안 들어가는 거야?

검은 옷을 입은 수상한 사람

바보야? 여기가 누구 집인지 안 보여?

검은 옷을 입은 수상한 사람

여긴 앵스트 의원의 집이라고!

검은 옷을 입은 우람한 사람

의원? 귀족의 집이라고? 이런 곳에?

검은 옷을 입은 우람한 사람

감염자 지역 근처에 집을 지은 의원도 있어? 게다가 집이 너무 작잖아.

검은 옷을 입은 수상한 사람

됐으니까 조용히 해.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자.

검은 옷을 입은 우람한 사람

저쪽에 있다!

검은 옷을 입은 수상한 사람

나왔어? 수고를 덜었네!

헤이즈

너희 둘…… 참 성가시네……

검은 옷을 입은 수상한 사람

어딜 도망가!

검은 옷을 입은 우람한 사람

쫓아가자!

검은 옷을 입은 우람한 사람

화살에 맞았으니까 멀리 도망 못 갔을 텐데.

검은 옷을 입은 우람한 사람

그래도 녀석의 오리지늄 아츠는 조심해야 해. 살상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감지력은 흐리게 하잖아.

검은 옷을 입은 우람한 사람

대체 어떤 실력을 갖췄길래……

검은 옷을 입은 우람한 사람

또 안개가 끼었어? 녀석이 아츠를 쓴 거야!

검은 옷을 입은 우람한 사람

숨어들었어.

검은 옷을 입은 수상한 사람

'그린 스파크'라…… 술집인가? 그렇게 안 보이는데.

검은 옷을 입은 우람한 사람

이쪽에 있는 건물은 구조가 다 똑같을 거야. 오래된 건물은 정문 말고 다른 출구가 없으니 녀석은 도망 못 가.

검은 옷을 입은 수상한 사람

잠깐, 기다려 봐.

검은 옷을 입은 수상한 사람

그 필라인의 오리지늄 아츠는 엄청 세니까 검은 안개를 조심해. 녀석은 잡기도 어렵고 쓰러뜨리기도 쉽지 않을 거야.

검은 옷을 입은 우람한 사람

우린 녀석이랑 낭비할 시간이 없어.

검은 옷을 입은 수상한 사람

소이탄 아직 갖고 있어?

검은 옷을 입은 우람한 사람

여길 불태우려고?

검은 옷을 입은 우람한 사람

여긴 건물이 이렇게 밀집되어 있는데, 진심이야?

검은 옷을 입은 수상한 사람

망설일 거 없어. 감염자의 생사는 아무도 신경 안 쓰니까. 일이 커져도 우리한테는 눈가림할 수 있는 좋은 일이야.

검은 옷을 입은 수상한 사람

이것저것 신경 쓰지 말고 빨리 움직여.

검은 옷을 입은 수상한 사람

이번 일은 절대 실수하면 안 돼, 살려둬선 안 된다고.

검은 옷을 입은 우람한 사람

……알겠어.


헤이즈

콜록…… 콜록콜록……


검은 옷을 입은 수상한 사람

거의 다 됐으니까 철수하자.

검은 옷을 입은 우람한 사람

*욕설*, 광석병 쓰레기 때문에 밤새 고생했네……

검은 옷을 입은 우람한 사람

감염자가 죽으면 먼지가 돼서 터진다며? 아직 실제로 본 적은 없어.

검은 옷을 입은 수상한 사람

쓸데없는 데 신경 쓰지 말고 어서 가자.

헤이즈

야옹이를 잡으려면…… 더 똑똑해야 해……

헤이즈

잘 들어…… 너희 때문에 궁지로 몰린 게 아니야…… 이건 내 스스로……


1097년 11월 26일 9:27 A.M.

통증이 느껴진다.

폐가 아프고, 위가 아프고, 간도 아프다.

헤이즈

일반 진통제는…… 이제 듣지도 않네.

통증에 시달리던 필라인 소녀는 낡은 방의 창문을 통해 하늘을 바라보았다.

짙은 안개가 칼라돈 도시를 감싸 햇빛도 보이지 않았다.

회색 산지에서 토룬까지, 캐스트샤이어 카운티에서 다시 칼라돈까지.

계속 도망치고 떠돌며, 동료는 하나둘씩 세상을 떠났다.

멀리 갈수록 잃는 것도 많아졌다.

개구리밥도 가라앉을 연못이 있는 법.

야옹이는 너무 지쳤다.

감염자 소녀

마녀 언니, 괜찮아?

헤이즈

쿨럭…… 쿨럭……

감염자 소녀

마녀 언니, 그거 피야?

헤이즈

역시…… 이젠 한계야.

헤이즈

민, 너한테 줄 게 있어……

헤이즈

이 동전들이 얼마짜리인 줄 알아?

감염자 소녀

알아……

헤이즈

하루에 하나씩 들고 위니 할머니한테 가면 먹을 거로 바꿀 수 있어.

헤이즈

그리고 이거.

필라인 마녀는 챙이 넓은 검은색 천 모자와 정교한 반지 하나를 꺼냈다.

헤이즈

(휴, 마녀 의식도…… 지금은 의미가 없겠지.)

헤이즈

난 마녀 숲 113번째 마녀 헤이즈다……

헤이즈

회색 산지의 선현이여, 모든 것을 지켜봐 줘.

헤이즈

신인의 합류를 지켜봐 줘……

헤이즈

새로운 영혼을 지켜봐 줘……

감염자 소녀

응?

헤이즈

네가 전에 나한테 물어봤던 일 기억해?

헤이즈

이제 넌 마녀야.

감염자 소녀

정말? 나도 오리지늄 아츠를 쓸 수 있어?

헤이즈

내 말 잘 들어. 넌 원래 오리지늄 아츠를 쓸 수 있었어. 타고난 재능이 뛰어나지.

헤이즈

하지만 앞으로 오리지늄 아츠를 쓸 때는 내가 전에 가르쳐준 것처럼 이 반지를 껴야 해. 반지가 없으면 오리지늄 아츠를 쓰면 안 돼, 알겠어?

감염자 소녀

알겠어……

헤이즈

그리고 오리지늄 아츠는 나쁜 사람에게만 쓰는 거야. 나쁜 사람을 어떻게 구분하는지 기억하지?

감염자 소녀

기억해!

헤이즈

그럼 됐어……

필라인 마녀는 일어나 비틀거리며 문 쪽으로 걸어갔다.

감염자 소녀

마녀 언니? 가려고?

헤이즈

응…… 난 이제 가야 해……


1097년 11월 27일 3:47 A.M.

칼라돈 도시 변두리의 버려진 구역, 이곳은 도시에서 가장 조용한 곳이다.

수년 전 자연재해가 칼라돈을 휩쓸고 간 뒤, 오랫동안 방치된 이 구역은 도시의 변두리로 이전되었다.

흔들거리는 건물과 완전히 파괴된 지면 구조는 칼라돈의 역사를 보여준다.

버려진 구역의 높은 곳에 서면 멀리 끝없는 황야가 보인다.

헤이즈

삶을 마감할 곳을 찾는다면 여긴 꽤 흥미로운 곳이야.

헤이즈

예전부터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으니,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다'라고는 못하겠네.


필라인 마녀는 벽에 기대앉아 눈을 감았다.

광석병 통증은 점점 무뎌졌고, 몸도 점점 무거워졌다.

추억이 주마등처럼 마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예전 마녀 동료들, 인자한 대마녀 그랜트, 빅토리아 군인의 화포가 마녀 숲을 불태우던 그날 밤.

황야와 도시를 떠돌아다니며 어쩔 수 없이 도둑질을 일삼았던 나날들, 불공평한 박해들.

이제 더는 중요하지 않다.

곧 모든 것이 끝난다.

그런데 헤이즈의 귓가에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헤이즈

마지막 순간까지 방해하는 사람이 있네……

헤이즈

이런 곳에 사람이 있다고?

귓가에 들리는 소리를 따라 헤이즈는 폐건물의 다른 구역에 도착했다.

헤이즈의 눈앞에는 바들바들 떨며 버려진 높은 건물 창가에 서 있는 필라인 소녀가 있었다.

헤이즈

……하아.

수지

(흐느낀다)

수지

미안해…… 미안해, 엄마…… 정말 미안해……

수지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무기력하고 절망적인 표정을 한 필라인 소녀는 버려진 건물의 가장자리에서 휘청거리고 있었다.

헤이즈

그런 곳에 있으면 위험해.

수지

꺄악!

수지

다…… 당신은 누구……?

헤이즈

내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아.

헤이즈

근데 네가 뛰어내리기 전에 몇 가지 알려줄 게 있어.

헤이즈

여기서 뛰어내리면 아주 끔찍한 모습이 될 거야. 그런 짓은 정말 추천하지 않아.

헤이즈

내일 네 친구들이 널 보면 무척 슬퍼하겠지.

수지

……친구…… 퀘르쿠스 언니……

흐느껴 울던 소녀는 망설이다가 창가를 떠났다.

헤이즈

그래야지!

헤이즈

아기 야옹아, 너를 뭐라고 부르면 될까?

수지

……수지…… 수지 글리터예요.

헤이즈

예쁜 이름이네.

헤이즈

난 헤이즈라고 부르면 돼.

수지

헤이즈…… 씨……

수지

헤이즈 씨…… 늦었는데 왜 여기 있어요?

헤이즈

그건 내가 물을 말이야. 여긴 나만의 비밀 아지트인데, 어떻게 알고 온 거야?

헤이즈

뭐, 됐다. 귀여운 야옹이가 여기서 놀 수 있도록 특별히 허락할게. 단, 뛰어내리는 건 안 돼.

수지

흑…… 흑흑……

헤이즈

으아앗, 왜 울고 그래?

수지

……아니에요…… 저는……

헤이즈

휴…… 됐다, 울고 싶으면 울어. 아무도 못 들으니까 참지 않아도 돼.

헤이즈

어차피 여긴 아무도 없잖아…… 물론 술도 없지. 술이 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헤이즈

마침 시간도 있는데 나랑 얘기나 하자.

헤이즈

왜 어리석은 짓을 하려고 했어?

수지

그게……

수지

전…… 오랜 꿈이 있었어요……

헤이즈

오랜 꿈? 좋은 거잖아.

수지

전…… 꿈을 위해 오랫동안 노력했어요……

수지

꿈이 제 삶의 전부라고 생각했거든요.

수지

그런데 얼마 전, 잠깐 사이에 모든 게 사라졌어요…… 누군가에 의해 부서져 버렸어요……

수지

심지어 이유도 몰라요……

수지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요…… 전부 다요……

수지

감염자가 살면 몇 년이나 살겠어요……

헤이즈

누군가에 의해 부서져 버렸다라……

헤이즈

그래서 떠올린 첫 번째 생각이 자신을 망치는 거였어?

헤이즈

너무 이상하지 않아?

수지

네…… 네? 뭐라고요?

헤이즈

네가 그랬잖아, 네 삶의 전부이자 아름다운 꿈이 다른 사람에 의해 부서져 버렸다고. 그런데 넌 뭐 하는 거야? 마지막 남은 것까지 망쳐버리려고?

수지

아니요…… 그런 게 아니라……

헤이즈

손 좀 보여줘 봐.

수지

아앗…… 뭐 하려고요?

헤이즈

결정이 없는걸 보니…… 감염 정도가 심각하지 않나 보네.

수지

저, 저도 잘 몰라요……

수지

아야, 제 머리는 왜 두드리는 거예요!

헤이즈

바보짓을 하는 야옹이는 머리를 두드려서라도 정신 차리게 해줘야지.

수지

……!

헤이즈

꿈을 위해 산다는 게…… 감염자에게 얼마나 사치스러운 생각인데.

헤이즈

얼마나 많은 사람이 대충 배나 채우고 죽길 기다리며 멍청하게 살아가는데.

헤이즈

“어차피 다들 오래 못 사는데 목표나 꿈 때문에 힘들게 살 필요가 없잖아?”

헤이즈

하지만 넌 꿈을 꾸며 살기로 했어. 아주 대단한 거야. 너처럼 사는 사람은 정말 드물거든.

헤이즈

잘 생각해 봐…… 네가 살아있는 한 방법이야 어찌하든 있을 거야.

헤이즈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네겐 시간이 아주 많아, 누구랑은 다르게…… 얘기가 옆으로 샜네.

헤이즈

아무튼 이렇게 포기하는 건 너무 아쉬워.

수지

……하지만 제가 또 뭘 할 수 있겠어요?……

헤이즈

너처럼 귀여운 야옹이는 친구도 많겠지?

헤이즈

네 친구들을 찾아가서 얘기해 보지 그래? 혼자 여기 쭈그리고 앉아서 쓸데없는 생각을 해 봤자 좋을 건 하나도 없으니까.

헤이즈

잃어버린 게 있으면 되찾아 와. 다른 사람한테 빼앗겼으면 방법을 생각해서 다시 되찾아 와.

헤이즈

이렇게 포기해 버리면 아무것도 안 남는다?

헤이즈

나쁜 사람들은 더 신나게 웃을 거야. 그럼 본인한테 너무 불공평하잖아.

헤이즈

건물 아래로 떨어져야 하는 건 네 꿈을 망친 나쁜 녀석이라고, 아니야?

젊은 필라인은 망설이며 창가를 바라봤다. 소녀의 얼굴은 무력함으로 가득했다. 낡고 어두운 폐건물에서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

잠시 침묵과 고민 끝에 소녀는 길게 숨을 내쉬고는 지친 미소를 지었다. 정신적인 부담을 내려놓은 듯했다.

수지

……맞는 말이에요……

헤이즈

힘든 점이 있으면 크게 외쳐 봐, 어차피 여긴 아무도 없으니까.

수지

아…… 아니에요…… 감사해요……

헤이즈

그래야지.

헤이즈

예전에 대마녀가 그러더라. 내일의 태양을 볼 수 있으면 모든 것에 아직 희망이 있다고.

헤이즈

적어도…… 아직…… 내일이 있……

수지

어, 어어! 헤이즈 씨! 왜 그러세요?

헤이즈

조심해…… 다가오지 마……

수지

헤이즈 씨! 왜 그러는데요?

헤이즈

어서…… 가……

수지

왜 이러지? 몸이 너무 뜨겁잖아?

수지

기운 좀 내요! 정신 좀 차려봐요!

수지

여기요! 살려 주세요!


수지

헤이즈 씨…… 조금만 버텨요, 도시에 거의 다 왔어요……

수지

전…… 더는 못 걷겠어요……

수지

헤, 헤이즈 씨가 무거운 건 아니에요. 하나도 안 무거워요. 제 힘이 너무 약해서 그래요……

등 뒤에 업힌 헤이즈의 숨결이 점점 약해진다.

살아있는 생명의 기운이 점점 약해는 게 느껴진다.

촉촉하면서도 따스한 감촉이 등에서 퍼져나간다.

수지

이게 뭐지?…… 이건……

수지

이건…… 피?

검붉은 피가 헤이즈의 입과 코에서 새어 나와 땅에 떨어졌다.

소녀는 이게 어떤 의미인지 안다. 감염자라면 다 알고 있다.

수지

아…… 안 돼…… 안 돼요……

수지

헤이즈 씨…… 안 돼요…… 제발요……

5년 전 집을 떠난 뒤로, 소녀는 감염자가 세상을 떠나는 걸 여러 번 목격했다.

주변 사람이 세상을 떠날 때마다, 소녀는 죽음에 대해 무감각해져 갔다.

모든 감염자는 이런 운명을 마주해야 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눈앞의 생명이 사라지는 고통을 감당하고 싶지 않았다.

수지

제발요! 헤이즈 씨…… 부탁이에요…… 이러지 말아요……

수지

조금만 더 버텨요…… 거의 다 왔어요……

소녀는 등에 업었던 필라인 마녀를 땅 위에 눕혔다. 고통을 줄여주고 싶었다.

소녀는 눈앞에 있는 헤이즈의 손을 꽉 잡고 얼굴에 묻은 핏자국을 닦으려고 했다.

소녀는 헤이즈에게 다가오는 죽음을 막으려고 헛된 노력을 했다.

하지만 코앞까지 찾아온 죽음 앞에서 이 모든 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수지

살려 주세요…… 사람 살려!!!

수지

누구든지 상관없으니까…… 제발요……

수지

저 좀 도와주세요……

수지

도와주세요……

나지막한 울부짖음은 넓은 밤하늘을 가르며 아무도 없는 버려진 구역에 울려 퍼졌다.

멀리서 느릿한 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레드

……수지 씨? 왜 이런 곳에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