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우르수스의 아이들

표리부동

미니 스토리브릿지2020-09-29

지마는 학생자치단의 또 다른 멤버 나탈리야를 찾아갔다. 서로에게 묻고 싶은 게 있는 두 사람… 그녀들은 둘 다 마음에 두고 있는 그 일을 속 시원히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다.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지만, 그녀들은 이후 함께 걸어나갈 것이다.

등장 오퍼레이터: 지마, 로사


가드 오퍼레이터

이 어색한 식감, 마치 소금을 많이 넣어버린 듯한 이 맛… 아아… 드디어 집에 돌아왔단 느낌이 드는구만!

지원 오퍼레이터

장기 임무 갔다 온 거 가지고 호들갑은.

가드 오퍼레이터

어휴, 네가 뭘 알겠냐. 우르수스 음식은 아무리 먹어도 익숙해지질 않는다니까.

가드 오퍼레이터

역시 로도스 아일랜드 식당이 최고야. 전부 내가 좋아하는 것뿐이니까.

지원 오퍼레이터

방금 한 멘트만 들어서는 전혀 좋아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데……

가드 오퍼레이터

맛있어하는 거랑 좋아하는 건 달라.

가드 오퍼레이터

친척을 찾은 어느 난민들이 나한테 식사 대접해준 적이 있었는데, 그게 참… 엄청 호화스러웠거든.

가드 오퍼레이터

그런데 영 어색하더라고.

지원 오퍼레이터

그래. 앞으로 널 '로도스 아일랜드 식당의 노예'라고 불러주마.

지원 오퍼레이터

그래서, 이번 임무는 어땠어?

가드 오퍼레이터

쉬웠지 뭐, 시간만 엄청 오래 걸려서 그렇지. 체르노보그에서 구한 난민들을 다른 우르수스 도시로 호송하는 거였거든. 너도 대충은 알잖아?

지원 오퍼레이터

아… 그냥 안 물어본 걸로 치자. 넌 난민 얘기만 하면 엄청 열정적으로 변하더라.

가드 오퍼레이터

그래. 시간과 인원이 허락하는 한, 하나라도 더 구해야지.

가드 오퍼레이터

도베르만 교관님이 그러더라, 지금 우리 입장에서 우르수스와 접촉하기에는 조금 곤란하다고. 그래서 아미야와 박사님이 구조를 하겠다고 했을 때는, 솔직히 조금 기뻤어.

지원 오퍼레이터

그러게나 말이다. 이런 리더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니까.

지원 오퍼레이터

그래도, 감사해야 할 사람은 아미야와 박사뿐만이 아니야.

가드 오퍼레이터

어, 나도 오는 길에 들었다. 나탈리야라는 여자아이였나?

지원 오퍼레이터

맞아. 요즘 우리 사이에선 완전히 대스타라고.

???

어머, 어디서 내 얘기를 하는 모양이네?

지원 오퍼레이터

아, 나탈리야. 이야~ 안녕.

나탈리야

안녕, 세런 씨. 그리고 이쪽은……

가드 오퍼레이터

코드네임 컴퍼스. 컴퍼스라고 불러줘.

나탈리야

컴퍼스…… 좋은 코드네임이네. 안녕. 괜찮다면 나도 여기서 같이 먹어도 될까?

오퍼레이터 세런

물론이지!

컴퍼스

어이, 분명 학생이라고……

컴퍼스

……아무리 봐도 완전 아가씨잖아!

오퍼레이터 세런

딱히 학생이라 해서 문제 될 건 없잖아?

컴퍼스

이런 사람하고는 어떻게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오퍼레이터 세런

긴장하지 마. 나탈리야는 꽤 붙임성이 좋거든.

나탈리야

그러고 보니, 컴퍼스 씨는 이제 막 난민 호송에서 돌아온 참이라고 했었지?

컴퍼스

그래. 안 그래도 방금 전까지 그 얘기를 하고 있었지.

오퍼레이터 세런

그래 그래. 안 그래도 방금 나탈리야가 어떤 활약을 했었는지 얘기하려던 참이었어.

나탈리야

별로 큰일도 아니었는걸.

오퍼레이터 세런

겸손하긴. 나탈리야가 난민들을 설득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임무가 순조롭지 않았을 거야.

컴퍼스

나도 난민들한테 전해 들은 적 있어. 웬 상냥한 아가씨가 로도스 아일랜드 사람들은 다들 좋은 사람들이라고 말해주고 다녔다고 하더군.

컴퍼스

뭐, 세런이 그렇게 말하니 나도 감사 인사를 해야겠네. 고마워, 나탈리야 씨.

컴퍼스

솔직히 말하면 어떤 난민들은 태도가 영 안 좋아서 걱정이 많았어. 당신이 없었다면 문제가 얼마나 많이 있었을지 상상도 안 가.

컴퍼스

나도 난민 출신이라서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좋은 일 하는데 궂은소리 듣기는 싫거든.

나탈리야

해야 할 일을 했을뿐인걸. 진짜 고생한 건 컴퍼스 씨나 다른 호송팀이지.

나탈리야

다들 로도스 아일랜드를 못 믿는 건 아니야. 단지 재앙을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무것도 믿지 못하는 것뿐이지……

나탈리야

난 그저 로도스 아일랜드가 모두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을 뿐이야. 그리고 예전에 학생회장이어서 이런 일에는 자신이 있거든.

컴퍼스

그런 게 바로 사람을 안심시키는 말이라는 거겠지.

오퍼레이터 세런

내가 그랬잖아. 나탈리야는 붙임성이 좋다고.

오퍼레이터 세런

처음에는 다들, 귀족 아가씨가 신입으로 온다고 해서 지내기 어려울까 봐 걱정 많이 했었거든.

오퍼레이터 세런

그런데 일도 잘하고, 말도 잘하고,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니까 다들 좋아하게 되었지.

나탈리야

에이, 내가 어려서 다들 잘 돌봐주는 것뿐이야.

컴퍼스

그러고 보니, 나탈리야 씨는 로도스 아일랜드에 머무르기로 결정한 건가?

나탈리야

응. 지난주에 후방 지원부의 심사를 통과해서, 정식으로 로도스 아일랜드의 일원이 되었어.

컴퍼스

오, 잘 됐네. 분명 이곳을 좋아하게 될 거야.

나탈리야

이미 좋아하고 있는걸.

나탈리야

그러고 보니 세런 씨, 2차 난민 명단이랑 목적지를 정리해 놨으니까, 이따가 점심시간이 끝나고 한 번 확인해줘.

오퍼레이터 세런

어? 이렇게 빨리?

오퍼레이터 세런

구출한 난민들이 갈 수 있는 곳이 모두 정해졌다는 말이야?

나탈리야

응. 치료 중인 사람들 빼고는 전부 확인 끝났어.

오퍼레이터 세런

이야… 대단한걸? 팀장님이 이 일을 너에게 맡긴 건 정말 탁월한 선택이던 것 같네.

나탈리야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걸.

컴퍼스

그러면 나도 2차 호송 참여 신청을 해야겠군.

오퍼레이터 세런

2차도 가게? 우르수스 음식이 입에 안 맞는다 그랬잖아?

컴퍼스

뭐 그렇긴 하지만, 사람들이 자기가 자란 곳으로 돌아가 친척들을 만나게 됐을 때의 그 표정을 보는 게 워낙 즐거워서 말이야.

컴퍼스

됐다, 말해서 뭐하겠냐. 난 신청하러 간다. 밥 다 먹은 것 좀 치워줘!

오퍼레이터 세런

야, 네가 먹은 건 네가 치워!

오퍼레이터 세런

정말이지… 미안, 나탈리야. 우스운 꼴을 보였네. 저 녀석, 성격이 원래 좀 급해.

나탈리야

컴퍼스 씨는 난민에게 집착……을 하고 있는 건가?

오퍼레이터 세런

맞아. 너도 방금 들었겠지만, 저 녀석도 난민이었거든. 우리 팀에게 구출돼서 그런가, 난민에 관련된 임무라면 늘 저런 식이라니까.

나탈리야

두 사람, 사이가 좋은 모양이네?

오퍼레이터 세런

아, 그런 셈이지. 처음에 후방 지원부에서 일하다 전선으로 옮긴 거라, 어떻게 보면 동기라고 할 수 있거든. 성격도 뭐 얼추 맞다보니… 자연스럽게 친구 먹었지 뭐.

오퍼레이터 세런

나탈리야도 자치단의 일원이었지 않나?

나탈리야

응. 하지만 소…… 지마 일행은 컴퍼스 씨처럼 전투원이고, 나는 후방 지원부에 남았으니까.

오퍼레이터 세런

너희는 함께 발견됐다면서? 사이 좋겠네?

나탈리야

……음, 그렇지. 그땐 항상 같이 있었으니까, 사이야 좋다고 할 수 있지.

오퍼레이터 세런

동고동락이라 이건가. 좋네 그거. 아, 오해하지 마. 재앙이 좋다는 말은 아니니까.

나탈리야

나도 알아.

지마

……

나탈리야

응? 저건……

오퍼레이터 세런

지마잖아. 안 그래도 방금 얘기했는데, 우연이네.

오퍼레이터 세런

음? 네 쪽을 보고 있는 거 아니야?

나탈리야

응.

나탈리야

……

나탈리야

미안, 세런 씨. 먼저 가볼게.

오퍼레이터 세런

그래.


나탈리야

지마, 무슨 일 있어?

지마

……

나탈리야

괜찮아?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지마

나는……

지마

아냐. 내가 잠깐 미쳤었나 보다. 널 찾아오다니… 그냥 못 본 걸로 해.

나탈리야

아, 잠깐.

지마

잡아당기지 마!

나탈리야

얘기 좀 해, 소냐. 여기 오고 나서 아직 제대로 얘기한 적 없잖아.

지마

……

나탈리야

내 방으로 와.


나탈리야

앉아. 뭐 마실래? 커피, 홍차, 다 있는데.

지마

……누가 귀족 아가씨 아니랄까 봐.

나탈리야

아직 비아냥거릴 기운은 남았나 보구나. 아무래도 내 생각보다 더 정상인 모양이네. 너, 방금까지 안색이 굉장히 안 좋아 보였거든.

나탈리야

그럼 커피 마셔.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파는 홍차는 평범하지만, 커피는 꽤 괜찮거든.

나탈리야

수석 엔지니어 아가씨가 커피에 꽤 집착해서 그런 거라 하던데, 얘기 들은 거 있어?

지마

내가 어떻게 알아.

나탈리야

후후, 요즘 하도 칭찬만 들어서 그런가, 가끔은 네 공격적인 태도가 그리워질 때가 있단 말이지.

지마

여전히 짜증 나게 구네.

나탈리야

설탕 넣을래?

지마

필요 없어.

나탈리야

정말? 그럼 그냥 블랙으로 마셔도 괜찮지?

지마

필요 없어.

나탈리야

그래 그럼.

나탈리야

여기, 천천히 마셔.

지마

……

지마

윽.

나탈리야

너무 써?

지마

……

나탈리야

그래. 설탕 한 스푼 넣어줄게.

지마

놀리려고 여기까지 데려온 거야?

나탈리야

설탕이 필요 없다고 했던 건 너였어, 소냐.

지마

쳇.

나탈리야

그리고 먼저 나를 찾아온 것도 너였고, 소냐.

지마

……너랑 할 말 없다고 얘기했지. 우리는 친구도 아니고, 난 네가 싫으니까.

나탈리야

그래. 나랑 너, 그리고 안나는 친구라고 할 수는 없지. 그저 거기서 함께 살아나왔던 것뿐이니까.

지마

난 그저……

나탈리야

소냐,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더욱 할 수 없는 말이라는 게 있어.

나탈리야

네가 내 친구였다면, 난 너를 여기까지 데리고 오진 않았을 거야.

나탈리야

중요하지 않은 상대라서, 그리고 상대가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 더 하기 쉬운 말도 있지.

나탈리야

내게 있어선 안나가 제일 좋은 상대겠지만, 너라도 딱히 상관은 없어.

나탈리야

음…… 로잘린드는 너무 직설적이고, 라다는 너무 착하거든.

나탈리야

그리고 너에게 그런 사람은 나밖에 없지 않아? 그러니까 네가 찾아온 것도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야.

지마

그래서, 나한테 할 얘기가 있다 이거야?

나탈리야

그래.

지마

왜?

나탈리야

……소냐, 어땠어? 두 달 동안 오퍼레이터로 지내보니까.

지마

어떠긴 어때. 전투하고 또 전투하는 게 다지 뭐. 그 박사란 녀석 지휘를 따라야 한다는 건 조금 짜증나지만.

나탈리야

네가 박사 말조차 잘 안 듣는단 얘긴 후방 지원부에 있는 나한테까지 들려오더라. 정말 대단하다니까.

지마

……난 너처럼, 말을 예쁘게 못 해.

나탈리야

사실 그런 일을 겪고 나서도, 무기를 들어야 하는 게 괴롭진 않은지 물어보고 싶었어.

지마

……난 싸움이 좋거든.

나탈리야

그렇구나…… 그래도 말 예쁘게 하는 법은 좀 배워두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꽤 고생할걸?

지마

네가 신경 쓸 일은 아니지 않나?

나탈리야

우리가 친구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함께 동고동락한 동료잖아? 동료를 신경 쓰는 일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 아닌가?

나탈리야

그리고 사실, 난 널 많이 좋아하는걸. 그러니까 너랑 친구가 되고 싶다고.

지마

……뭐?

나탈리야

아니, 솔직히 말하면 난 네가 부러워. 너는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쉽게 해내니까.

나탈리야

아참, 소냐. 왜 날 찾아왔는지 정말로 얘기 안 해줄 거야?

지마

……계속 악몽을 꿔.

나탈리야

어떤 악몽인지 말해줄 수 있어?

지마

……아니.

나탈리야

그래. 하지만 안나에게 말 못할 내용이라는 건 잘 알겠네. 아니었으면 굳이 나를 찾아오진 않았을 테니까. 안 그래?

지마

……그래.

나탈리야

체르노보그에 있을 때도 그런 느낌을 받기는 했어.

나탈리야

너희는 꽤 잘 맞아서, 상대가 뭘 원하는지 딱딱 알아차렸었지. 하지만 왠지 대화를 피하는 것 같았단 말이야……

지마

너랑 뭔 상관인데.

나탈리야

걱정 마, 잔소리할 생각은 아니니까. 그리고 나 역시, 나에게 그런 자격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나탈리야

화제를 바꿔볼까? 소냐, 지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갈 생각이야?

지마

무슨 뜻이야?

나탈리야

그러니까, 로도스 아일랜드에 남을 생각이냐고.

나탈리야

꼭 로도스 아일랜드에 머무르지 않아도 돼. 여기 사람들은 정말 친절하거든, 우리가 떠난다고 하면 분명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을 마련해줄 거야.

나탈리야

우리와 함께 구출된 사람들 중 상당수는, 이미 우르수스로 돌아가고 있거든.

나탈리야

만약 원하기만 한다면, 우리도 우르수스의 다른 도시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지마

그럼 넌 왜 안 가는데?

나탈리야

글쎄?

지마

……?

나탈리야

소냐, 오늘 날씨 참 좋지 않아?

나탈리야

피크닉 하기 딱 좋은 날씨야.

지마

야.

나탈리야

폐허에서 먹을 걸 찾아 헤매면서, 물 한 병조차 아껴 마셔야 했던 그때,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했었어.

나탈리야

살아남는다면, 반드시 햇살이 비치는 아름다운 정원에 앉아서 실컷 먹을 거라고.

지마

야!

나탈리야

하지만 그것보다 더 많이 생각한 건……

나탈리야

그날… 차라리 네가 나를 죽여줬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었어.

나탈리야

망설이지 않고, 동정하지 않고, 나를 구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고, 나를 빌어먹을 귀족들 중 한 명이라 여기면서 도끼를 휘둘렀다면……

나탈리야

그냥 나를 거기서 죽였다면…… 아마 내게는 그 편이 가장 좋았을 거야.

지마

원한다면 지금 바로 죽여주지.

나탈리야

진심이야?

지마

……

나탈리야

우리는 그곳을 떠났어, 소냐. 여기는 이미 문명사회야.

나탈리야

그러니까 문명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지. 거기서 일어났던 일들은 이제 다신 일어나지 않을 거야.

지마

그딴 건 상관없어.

나탈리야

상관있을 걸? 넌 착한 사람이야, 소냐. 불량배를 벌벌 떨게 만든 약자의 수호신, '동장군'……

지마

뭐래. 괜히 이상한 말 하지 마라.

나탈리야

내가 들었던 소문은 그랬는걸.

지마

쳇, 그냥 자기 힘만 믿고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꼴이 보기 싫어서 그랬을 뿐이야.

나탈리야

소냐, 너는 분명히 귀족이 싫겠지.

지마

당연한 거 아냐? 그 위선자들, 맨날 자기들이 남보다 잘났다고 생각하잖아.

나탈리야

맞아. 그들, 아니 우리는 항상 우리가 잘난 줄 알지.

나탈리야

너희와 함께한 이후로, 내가 그 전에 무슨 일을 겪었는지 제대로 설명해준 적 없지?

지마

없어. 네가 귀족들의 리더였다는 것만 알고 있어.

나탈리야

혹시 시간 괜찮다면, 들어주지 않을래?

지마

그러시던가.

나탈리야

대다수의 귀족들과 돈 있는 사람들은 리유니온이 도시를 점령하기 시작했을 때, 이미 피난을 떠났어.

지마

귀족들은 미리 알고 있었단 거야?

나탈리야

그래. 미리 알고 있었지.

지마

……비열한 놈들.

나탈리야

그래. 너도 알다시피 귀족들은 이기적이지.

지마

너도?

나탈리야

나도.

지마

……그런데 왜 거기에 있었어?

나탈리야

간단해. 우리 가문은 도망치려 했는데 늦어버렸거든. 그래서 다른 귀족들과 함께 잡혀버린 거지. 물론, 아예 이 일을 무시했던 귀족들도 있었지만.

지마

어련하시겠어.

나탈리야

어머, 그렇게 대놓고 따분하다는 표정 짓지 말아 줄래? 필요한 배경 설명이니까.

나탈리야

어쨌든, 그 학교로 옮겨진 귀족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두 부류였어.

나탈리야

사실 우린 부모님과 함께 있다가, 리유니온이 우르수스와 무언가를 교환하는 카드로 쓰여야 했었어. 하지만 결국은 강제로 갈라져 그 학교로 보내진 거지.

지마

그게 이상한가?

나탈리야

이상하지. 전쟁이 일어나면 귀족은 항상 협상의 카드로 쓰여. 그렇게 낭비되어선 안 되는 거잖아?

나탈리야

귀족은 그 신분을 존중받아 마땅한, 고귀하고 우아한 존재라고. 포로가 되어도 절대로 자신의 가문과 신분을 잊지 않지.

지마

귀족은 다들 머리가 어떻게 됐나 보네.

나탈리야

예전의 나였다면, 방금 그 말만 가지고 너랑 두 시간은 토론했을 거야, 소냐. 나는 그렇게 교육받았거든.

나탈리야

그래도 네 말에는 동의해.

나탈리야

반짝이는 껍데기를 벗으면 사실 귀족이나 평민이나 다를 게 없지. 하지만 그런 껍데기를 가졌기 때문에 귀족은 오히려 더 추악해.

나탈리야

기억하지? 만약 첫 번째 화재로 식량고가 불타지 않았다면, 일이 이렇게 엉망이 되지는 않았을 거라 했던 거.

지마

하지만 그 녀석은 만약 화재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어차피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거라 했었어.

나탈리야

나도 그런 일을 겪었다면, 분명 그렇게 생각했을 거야.

나탈리야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어떤 일이 벌어진 이후에 일어나는 일'이잖아?

나탈리야

웃기게도 귀족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지 않아도, 모이기만 하면 늘 싸워.

지마

왜?

나탈리야

신구 귀족의 차이와 시장의 정치적 성향, 그리고 도시에 얼마나 많은 귀족 파벌이 있는지 설명해줘도 될까?

지마

내가 왜 그딴 걸 들어야 하는데?

나탈리야

이걸 모르면 설명을 할 수가 없거든.

지마

그럼 말하지 마. 흥미 없으니까.

나탈리야

사실 나도 별로 흥미는 없어. 그저 로스토프가의 장녀로서, 반드시 알아야 했던 것뿐이지.

나탈리야

아무튼 학교로 보내진 첫날, 귀족 학생들 사이에서 유혈 사태가 벌어질 뻔했다는 사실만 알고 있으면 돼.

나탈리야

그리고 제4고등학교의 학생회장이었던 내가, 어쩔 수 없이 앞장서서 그 귀족들을 하나로 모았다는 것도.

지마

싸움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고 그랬다는 거야?

나탈리야

맞아. 꽤 합당하게 들리지? 친구들이 싸움에 휘말리지 않게 하기 위해, 내가 직접 그들을 하나로 모은 거야.


빅토르

크윽……

니콜라

파벨! 광산 채굴권이 너희 아버지 거라고 해서, 네 멋대로 굴 수 있을 줄 알아?!

파벨

남작 따위가 감히 내 앞에서 입을 열어? 칼에 찔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운 좋은 줄 알아!

파벨

그리고 너, 이바노프 가문의 둘째. 네가 언제부터 감히 입을 열 수 있었지? 가슴에 구멍을 하나 뚫어줄까? 어?!!

니콜라

우… 우리 아버지는 의원이야! 해볼 테면 해보던가!

파벨

의원? 일요일마다 우리 어머니가 여는 파티에 얼마나 많은 의원이 오는 줄 알아?

파벨

아, 넌 모르겠지? 너희 아버지는 그 정도 급이 아니니까.

니콜라

이 자식이!

나탈리야

조용히 해, 파벨!

파벨

나탈리야, 우리끼린 파샤라고 부르라니까. 그렇게 딱딱하게 안 굴어도 되잖아.

나탈리야

파벨 니콜라예비치, 난 진지해! 이런 상황에서 쓸데없이 싸우지 마!

파벨

존경하는 학생회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나탈리야

타티야나, 빅토르의 상처를 치료해줘.

타티야나

아, 알았어!

나탈리야

자, 우리는 지금 이 학교에 갇혀있어.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리유니온이 우리를 쉽게 놓아줄 것 같지는 않아.

나탈리야

그런데 너희 모습 좀 봐. 반나절밖에 안 지났는데 서로 싸우고, 심지어는 다른 귀족을 죽이려고까지 하고 있잖아.

나탈리야

이게 귀족이 할 행동이야?

안톤

넌 또 누구야? 내가 왜 네 말을 들어야 하지?

타티야나

제4고등학교의 학생회장, 나탈리야 안드레예브나 로스토바니까!

안톤

로, 로스토프 백작의 딸이라고?!

안드레이

저 사람이 '제4고등학교의 진주', 로스토프 백작이 자신의 작위를 물려주겠다 공표한 나탈리야 안드레예브나……

나탈리야

여기엔 여러 학교에서 온 귀족들이 모여있지만, 난 굳이 내 신분을 강조하고 싶지는 않아. 그저, 우린 지금 생존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거야.

나탈리야

여기엔 우리 말고도 평민 학교에서 온 학생들이 많아. 다들 평민들 앞에서도 이런 추태를 보이고 싶은 건 아니겠지?

나탈리야

그리고, 리유니온이 우리를 여기에 가두긴 했지만, 우르수스에게 바라는 것이 있을 테니 쉽게 해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

나탈리야

그런데, 설마 귀중한 생명을 쓸데없는 싸움으로 낭비할 셈이야?

나탈리야

지금은 서로 힘을 합쳐야 할 때야, 싸울 때가 아니라.


나탈리야

물론 리유니온한테 우리 귀족들은 안중에도 없었다는 걸, 지금 우린 다 알고 있지만.

지마

……

나탈리야

이 얘기는 그만하자. 내가 싸움을 멈추기는 했지만, 사실 내 말과 위신만으로 그런 상황에서 큰 효과를 보기는 힘들었어.

나탈리야

소냐, 우르수스가 어떻게 지금처럼 강해질 수 있었는지 알아?

나탈리야

사실, 마지막에는 많은 귀족 학생들이 나나 다른 사람과 함께 지내고 싶지 않아서, 결국 무리를 떠나 자신만의 세력을 만들었지.

나탈리야

하지만 그래도 서른 명 정도는 내 곁에 남았어.

나탈리야

그때의 나는, 내가 굉장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어.

지마

어쩐지 너희 말고도 귀족들이 여기저기 보이더라니.

나탈리야

그래. 아마도 자기들만의 세력을 만들었겠지.

지마

내가 그딴 걸 어떻게 알아.

나탈리야

아쉽네. 너랑 얘기하는 건 즐겁긴 하지만, 이런 얘기는 역시 안나와 하는 게 낫겠어.

지마

……말 돌리지 마.

나탈리야

후후, 미안. 말하고 싶긴 하지만, 입 밖으로 내려고 하니까 역시 조금 힘들어서 말이야.

나탈리야

오늘의 우르수스가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전쟁이야. 선왕 폐하께서는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키셨고, 그렇게 얻은 자원을 다음 전쟁에 사용하셨지.

나탈리야

전쟁만 있다면 우르수스는 잘 돌아갈 테니까. 그래서 국민들도 거기에 힘을 보탰고.


니콜라

나……나는 나탈리야 회장의 말이 맞다고 생각해.

파벨

나탈리야 회장이 우리를 이끌어준다면, 기꺼이 따르겠어.

나탈리야

모두가 나를 믿어준다면, 난 이 그룹의 리더가 되어도 괜찮아.

나탈리야

(억지로 싸움을 멈추긴 했는데, 이젠 어떡하지……)

파벨

그래서 말인데, 한 가지 제안할 게 있다.

나탈리야

응?

파벨

나탈리야 말이 맞아. 귀족이라면 위엄이 있어야겠지.

파벨

그렇다면, 평민들이 우리에게 헌신하도록 만들어야 하지 않겠어?


지마

너…… 설마……

나탈리야

맞아. 나는 '평민 약탈'이라는 그 제안에 동의했어.

나탈리야

소냐, 난 내가 착한 사람인 줄 알았거든?

나탈리야

적어도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었어.

나탈리야

난 귀족들 사이의 사교는 재미도 없고 위선적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난 비극을 보며 탄식했고, 심지어 난민들에게 먹을 것을 주기도 했었지.

나탈리야

하지만 너를 속이고 싶지는 않아. 나 자신을 속이고 싶지도 않고.

나탈리야

그때 난, 귀족들을 단결시키기 위해 약탈에 동의한 거야.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은발의 소녀가 땅에 쓰러졌다. 얼굴을 강하게 얻어맞았는지 입가엔 붉은 피가 흘러내렸지만, 그녀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흘러내린 피 때문에, 그 미소는 더욱 비참해 보였다.

나탈리야

크, 커헉……

지마

너 이……

나탈리야

나 더러 악마라고 말하고 싶은 거지?

나탈리야

그런데 소냐, 그거 알아? 너희와 함께 생활하거나 로도스 아일랜드에 오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런 생각을 하지도 않았을 거야.

나탈리야

너희와 함께 생활하거나 로도스 아일랜드에 오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런 생각을 하지도 못했을 거라고.

나탈리야

내가 고귀하지 않다는 사실을 가르쳐준 건 너희야. 하지만 내겐 그게 가장 절망적인 사실이었어.

나탈리야

그래서 네가 나를 찾았던 그날, 네가 내 동료들을 죽였던 것처럼 나를 죽였다면 얼마나 좋았겠냐는 말을 했던 거야.

나탈리야

나 자신을 착한 아이라고 여기고 있던 환상 속에서, 어쩔 수 없었다고 나 자신을 위로하면서 죽었으면, 아마 지금보다는 나았겠지.

나탈리야

……소냐, 봐봐. 이게 뭔지 알아?

지마

페이퍼 나이프잖아.

나탈리야

난 요 몇 달 동안 이걸로 손목을 그을 생각을 스물여섯 번이나 했고, 내 목을 찌를 생각은 열다섯 번이나 했어.

지마

……꽤 자세히 기억하네.

나탈리야

포기할 때마다 내 멍청함과 나약함을 비웃게 되니까. 잊고 싶어도 잊히지 않더라고.

나탈리야

하나 더 얘기하자면, 좀 더 귀족적인 방법도 생각해봤어. 홍차에 독을 넣어 마신다거나, 칼로 자결한다거나…… 심지어 유서엔 어떤 글씨체와 스타일로 쓰면 좋을까 하는 멍청한 생각도 했었지.

나탈리야

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방법으론 전부 남들에게 발견될 것 같더라고. 민폐는 끼치고 싶지 않았거든.

지마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나탈리야

나는……

나탈리야

나는 어른들에게 이렇게 얘기했어. 여기에 남아서 우르수스 사람들을 위해 뭐라도 하고 싶다고.

나탈리야

그리고 나 자신에게는 이렇게 말했지. 나탈리야, 넌 지금 속죄를 하고 있는 거야…… 라고.

나탈리야

하지만 정말 그럴까?

나탈리야

니콜라 일행의 얼굴과 웃음을 떠올릴 때마다, 그 애들이 평민들을 약탈하곤 내가 칭찬해 주길 바라던 그 얼굴을 떠올릴 때마다, 이건 잘못된 거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들에게 미소를 짓던 내 나약함이 떠올라……

나탈리야

내가 그들의 요청을 허락할 때마다, 그들이 어떻게 해야 한다고 계획을 이야기할 때마다, 쌓여가는 물자에 기뻐하던 내가 떠올라……

나탈리야

비명과 울음을 보고도 못 본 척하고, 어쩔 수 없었던 거라고 합리화를 할 때마다, 그 생활에 익숙해져 가던 내가 떠올라……

나탈리야

소냐, 믿을 수 있겠어? 서로 죽고 죽이던 그곳에서, 나는 단 한 명도 죽이지 않았어.

나탈리야

하지만, 가장 더러운 건 아마 나였을 거야.

나탈리야

내가 너를 여기까지 데려온 이유가, 앞으로 어떻게 할지 너한테 말하려던 거라고 생각했지?

나탈리야

아니야, 소냐. 난 모르겠어… 아무것도 모르겠어…

나탈리야

심지어 이걸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그저 여유로운 척하면서 너를 여기로 데리고 오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어!

지마

……

나탈리야

……

지마

너……

나탈리야

후…… 미안. 나도 모르게 실례를 범해버렸네.

지마

……뭐 좀 마실래?

나탈리야

홍차로 부탁할게, 고마워.

지마

그래.

지마

야, 니 방에 홍차 어딨냐?

지마

찻잎이 너무 많아서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지마

아.

나탈리야

……풉.

나탈리야

소냐, 역시 내가 할게.

지마

윽 미안.

나탈리야

네가 홍차를 끓일 줄 모른다는 사실이 방금 생각났어. 한순간의 실례로 네게 못 할 짓을 시켜버렸네, 미안해.

지마

이 자식이 진짜……

나탈리야

소냐, 그날 넌 왜 그렇게 생각한 거야?

지마

응?

나탈리야

화재 이후에 도망치다 다른 학생들에게 붙잡힌 나를, 왜 구해줬던 거야?

나탈리야

넌 알고 있었잖아. 학교에서 못 할 짓을 저질렀던 귀족들의 리더가 나라는 걸.

지마

까먹었어.

지마

아마 네가 불쌍했나 보지.

나탈리야

그러면 왜 나를 자치단에 받아준 거야?

지마

안나가 동의했으니까.

지마

나탈리야, 내가 널 미워했으면 좋겠어?

나탈리야

모르겠어. 소냐, 날 미워할 거야?

지마

내가 봐왔던 쓰레기들은 다 지가 쓰레기란 걸 인정하지 않더라고.

나탈리야

그럼 인정하는 쓰레기는, 쓰레기가 아닌 거야?

지마

……나한테 또 맞고 싶냐?

나탈리야

맞는 걸 즐기는 마조히스트는 아니라서 말이야. 그저… 뭐라고 해야 할까… 나는 네가, 음… 오해하지 않기를 바라서 솔직하게 얘기했던 것뿐이야.

지마

마조…… 뭐라고?

나탈리야

아, 그건 귀족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소소한 취미 같은 거야. 나도 어디서 주워들은 것뿐이니까 신경 쓰지 마.

지마

덕분에 널 때리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졌다.

나탈리야

그래?

나탈리야

홍차는 컬럼비아산? 아니면 빅토리아산?

지마

……회복이 빠르네.

지마

맘대로 해. 어차피 잘 몰라.

나탈리야

나는 이런 교육을 받은 사람인걸. 언제든 가장 당당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나탈리야

설탕은?

지마

……넣어.

나탈리야

미안, 이 홍차에는 설탕을 넣을 수가 없으니까 그냥 마셔.

지마

진짜 죽여버릴까 이걸 그냥.

지마

쳇.

지마

잘 들어, 나탈리야. 나는 위로하는 법 같은 건 몰라. 널 위로해주고 싶지도 않고.

나탈리야

어머, 날 미워하지도 않고, 심지어 위로까지 해주려고?

지마

입을 콱 꿰메버릴까.

나탈리야

그래 그래.

지마

나는 위로가 제일 싫어. 내가 위로를 하려고 하면, 항상 결과가 엉망이었거든.

지마

그래서 지금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정도만 말해 줄게.

지마

너 아까 나한테 지마로 살아갈 거냐고 물어봤었지?

지마

맞아, 앞으로도 그럴 거야.

지마

우리 부모님은 모두 체르노보그에서 돌아가셨어. 그러니까 그곳으론 돌아가고 싶지 않아. 우르수스에도 돌아가고 싶지 않고. 간단한 일이지.

지마

넌 내가 고통을 이해한다고 했는데, 사실 난 그런 거 잘 몰라.

지마

처음에는 네가 변명하는 줄 알았어. 너랑 비슷한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면 전부 그랬거든. 근데 넌 정말로 괴로운 것 같아. 왜일까?

지마

네가 없어도 귀족들은 나아지지 않았을 거야. 딱히 네가 귀족들을 나쁘게 만든 것도 아니고, 이 모든 일을 네가 일으킨 것도 아니야.

지마

차라리 내가 했다면 모를까……

나탈리야

너?

지마

아니, 아무것도 아냐. 만약 내가 귀족이었다면, 너 같은 사람이 리더가 되는 걸 기쁘게 여겼을 거야. 이스티나가 나를 리더로 선택했던 것처럼.

지마

넌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한 거라고 생각해.

지마

널 싫어했던 건 그냥 네가 내 적이었기 때문이고, 내가 귀족을 싫어했기 때문이야.

지마

그리고 난 악몽을 꿔. 악몽을 꾸면 토를 하고 잠을 거의 못 자지.

지마

그래도 살아남은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지마

그리고 널 살린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고 생각해.

지마

넌 너 자신을 쓰레기라고 생각하지만, 너 없이 안나만으로는 그 뒤 십여 일을 버티지 못했을 거야.

지마

그러니까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가서 자. 가만히 앉아서 쓸데없는 생각이나 하지 말고.

나탈리야

……풉.

지마

왜 웃는데.

나탈리야

아하하하하하……

지마

뭘 그렇게 눈물까지 흘리면서 웃어.

나탈리야

아냐. 이런 게 너와 이야기하는 좋은 점이라고 생각했어.

나탈리야

안나였다면 아마 둘이 이야기하다 껴안고 펑펑 울었겠지.

지마

까먹지 마라, 안나도 너 안 좋아한다.

나탈리야

알아. 풉, 아하하하하… 알고 있다고.

나탈리야

저기, 소냐.

지마

왜.

나탈리야

그거 알아? 넌 내 문제를 전혀 해결해 주지 못했어.

지마

그게 나랑 뭔 상관이야.

나탈리야

그리고 나도, 네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할 것 같아.

나탈리야

하지만 네 말이 맞아. 우리는 살아남았지.

나탈리야

그러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지마

뭐?

나탈리야

발밑의 원, 늦은밤, 미궁, 속마음, 생각, 심연.

지마

또 이상한 소리 하네 저거……

나탈리야

알았어, 알았다고. 오퍼레이터에게는 모두 코드네임이 있잖아? 만약 내가 오퍼레이터가 된다면, 무슨 코드네임이 좋을까?

지마

내가 어떻게 알아. 내 것도 안나가 지어준 건데.

나탈리야

그렇구나. 그럼 로사는 어때?

지마

우르수스어로 '이슬'?

나탈리야

맞아, 이슬. 공용어로 쓰면 '로사'.

지마

……나쁘지 않은데?

로사

좋아. 그럼 내가 오퍼레이터가 된다면, 코드네임은 로사로 지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