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을 하루처럼
눈보라 치는 밤, 작은 식당, 젊은 목수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빚을 갚으려 하고, 가난한 서생은 한 끼 식사를 빌려 배를 채우고자 한다. 수십 년 후, 그들의 운명이 다시금 이곳에서 엇갈리는데……
등장 오퍼레이터: 위
하늘은 이미 어두워졌다.
밖에는 구름이 흩날리고 눈보라가 길을 덮었지만, 식당 안에는 아직 따뜻한 기운이 남아 있었다.
기껏해야 열세네 살 돼 보이는 식당의 주인은 팔을 길게 뻗어 탁자 위의 등잔에 기름을 채우고 있었다.
지금은 딱히 가게에 일이 없었음에도, 그는 여전히 심지를 길게 돋우었다.
큰 눈이 내려 새 무덤을 덮었으니, 자손 중에 귀인이 많겠어…… 잘됐군.
성 밖의 그 무덤들을 세어보니, 몇십 년 후에는 우리 이 거리 전체가 귀인들로 가득 차겠는걸.
꼬마 주방장, 술이 또 식어버렸는데, 다시 데워줄 수 있겠나?
또 데운다고? 더 데우면 물만 남을 거야!
차라리 찻잎을 더 넣어줄게. 술이 깨면 헛소리도 좀 줄어들려나.
아귀, 네 아버지의 장례식은……
대충 끝났어. 장소는 아버지가 직접 선택했던 곳이고, 비석은 이곳에서 가장 좋은 장인을 찾아 새긴 뒤에 내가 직접 지고 갔지.
다만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지전에 붙은 불이 몇 번이나 꺼졌지 뭐야. 마치 우리 아버지가 나더러 얼른 하산하기를 재촉하는 것처럼……
자, 여기 술 데워 왔으니까, 저 사람은 그만 괴롭히고 혼자 구석에 박혀서 마시도록 해!
아귀, 차부터 한 잔 마셔. 음식도 계속 데워뒀으니, 입맛이 없어도 좀 먹고.
고마워…… 맞다, 꼬마 주방장, 우리 아버지가 여기서 빚진 술값이 얼마나 되지? 오늘 다 갚을게.
나는 기억력이 나빠서, 장부 같은 건 안 적어. 물어보려면 저쪽에 물어봐야지……
식당 주인이 카운터 위의 큰 청자 그릇을 가리켰다. 이미 반쯤은 차있는 그릇은, 자잘한 동전들로 가득했다.
여기 규칙은 잘 알아. 하지만 우리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도 잘 알지. 아버진 술을 마시면 반드시 취할 때까지 마시는 데다가, 한번 취하면 문이 어디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인사불성 되는 게 다반사였으니, 분명 돈도 넣지 않았을 거야.
너도 너무 사양하진 말라고…… 나중에 가게에 탁자랑 의자를 몇 세트 만들어줄게, 아버지의 술값 대신 말이야.
아귀, 이제 네가 아버지의 목공소를 정식으로 이어받겠구나.
맞아…… 하지만 내가 첫 번째로 만든 큰 물건이, 설마하니 우리 아버지의 관이 될 줄이야……
목수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아. 손재주만 있으면 굶진 않을 테니까. 거리의 상점이 개업하거나 폐업해서 이름이 바뀔 때면, 다들 간판을 만들기 위해 널 찾아올 거야.
간판이라……
자, 음식 나왔어! 어서 먹어, 아귀. 네가 예전에 자주 주문했던 분증육이야, 부족하면 더 줄게.
꼬마 주방장, 고마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빨리 먹고, 일찍 집에나 가라구. 이 눈보라는 지금보다 밤중에 더 심해질 거야, 조심하지 않으면 귀가 얼어버릴 수도 있어!
어디서 출출한 손님이 또 왔을까…… 빨리 들어와, 문은 닫고!
죄, 죄송합니다!
먼저 스스로 따뜻한 차라도 따라서 마셔, 나는 수건을 가져올게…… 앉으라니까, 내가 여기 자리에 앉으라고 안내까지 해줘야 돼?
어이! 당신 얼굴이며 머리며 죄다 눈투성이잖아, 밖에 눈이 그렇게 많이 내리나?
난 이만 가야겠다. 아귀! 건강 잘 챙겨.
손님은 아직 반쯤 온기가 남은 술병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카운터 위의 큰 청자 그릇에 손에 잡히는 대로 돈을 던졌다.
짤랑…… 동전이 반쯤 찬 도자기 그릇과 부딪히며 맑고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
기분 좋은 소리와 분증육의 매력적인 향이 서생의 주위를 맴돌자, 그는 참지 못하고 침을 삼켰다.
이 수건으로 닦아, 깨끗한 거야.
괜찮아요……
뭐, 고마워요! 사실 저는……
우선 차부터 마셔…… 자, 얼른!
……
휴, 감사합니다, 사장님…… 그런데 전 돈이 없어요……
기껏해야 차 한 잔인데, 무슨 돈을 받겠어?
아니, 그게 아니라, 사실 돈이 있었는데…… 방금 도둑맞았어요.
방금? 그 도둑도 참 직업정신이 투철하네, 이렇게 심한 눈보라에도 돈을 훔쳐가고 말이야…… 됐어, 네 모습을 보니까 한두 끼 굶은 모습이 아닌 거 같은데?
아니에요, 정말 방금 도둑맞은 거예요……
사장님, 식사 한 끼만 빌릴 수 있을까요…… 만두 두 개면 충분해요.
참 신기하네, 요즘은 식사도 '빌릴' 수 있어?
기다려.
여기 고기만두 몇 개 있으니까 가져가서 먹어, 아직 따뜻해. 근데 그걸로 배부르겠어? 죽이라도 한 그릇 줄까?
추, 충분해요. 먼저 조금만 배를 채우려고요, 나중에…… 집에서 돈을 보낼 거예요.
이번에 시험을 보기 위해 백조에 왔거든요. 합격하면 학궁에서 밥을 줄 테니…… 제가 거짓말할 필요가 없죠.
체면 챙기려다 사람 죽겠네. 합격하면 그때 가서 얘기해.
꼬마 주방장, 나도 이만 가볼게! 분증육은 정말 맛있었지만, 오늘은…… 왠지 입맛이 없네.
방금 생각해 봤는데, 이 가게에 간판하고 장식용 글귀가 없더라, 내가 만들어줄까?
탁자나 의자는 아직 쓸만하다지만, 식당에 계속 간판이 없는 채로 있으면 안 되잖아……
뭐, 사람들이 간판 하나 없다고 못 찾겠어? 나도 안 급한 걸, 뭐하러 네가 급하게 굴어? 내가 좋은 이름 생각해낼 때까지 좀 기다려봐.
좋아, 그럼 기다릴게.
그럼, 저도 이만……
밖이 그렇게 추우니, 고기만두를 가지고 나가봤자 다 얼어버릴 거야…… 다 먹고 가, 갈 때 문만 잘 닫고 가면 되니까. 난 주방에 가서 냄비 좀 닦을게.
……
눈보라가 강하게 문과 창문을 두드렸지만, 식당 안의 등불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접시에 남아 있는 몇 조각의 분증육은 이미 식었고, 기름이 얇게 굳어 있었다.
팟…… 등불이 빛났다. 카운터 위에서 어둑한 빛을 반사하고 있는 큰 청자 그릇이 서생의 눈에 들어왔다.
그 나쁜 도둑이 내 돈을 훔쳐가지 않았다면……
수천 리를 걸어왔는데, 응시료를 낼 수 없다고 해서…… 그 먼 길을 다시 걸어 돌아갈 수는 없잖아!
응시료만큼만 가져가고, 돈이 생기면 두 배로 갚을 거야.
……하지만, 이 옷도 갈아입어야 하고……게다가 신발도, 밑창이 다 닳아가니까.
그림자가 벽의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흔들리며, 등불을 가렸다.
어둠 속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창 밖의 내리는 눈보라가 더 빨라진 것처럼 보일 뿐.
제발…… 아무도 보지 않았기를.
서생이 식당에서 나오자, 눈보라가 불어닥치며 열린 문을 거세게 닫으려 했다.
소리가 날까 두려웠던 그는 돌아서서 천천히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문이 닫히려는 순간……
그는 문 가까이에 있는 탁자 위에, 언제 올려졌는지 모를 김이 모락모락 나는 죽 한 그릇이 놓인 것을 보았다. 맑고 새하얀 쌀죽에선 따뜻한 단내가 풍겼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시간이 없었다……
문이 닫혔다.
……
눈보라가 그쳤다.
두 개의 달이 높이 떠올랐다.
후…… 이렇게 좋은 달빛이면, 등불을 꽤 아낄 수 있겠어.
작은 식당의 주인은 등잔을 불어서 끄고, 창문을 열어 밝은 달빛이 들어오게 했다.
바람에 그림자가 움직였고, 땅에 가득한 맑은 빛은 서리나 눈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따뜻한 물결 같았다.
작은 식당은 이 거리에서 수십 년 동안 운영되었으며, 매일 밤마다 창문 너머로 등불을 밝히고 가게 안팎의 손님들을 맞이했다.
하지만 오늘 밤만은 왠지, 달빛이 등불보다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온종일 등불을 켜두다 보니, 머리 위에 너희 같은 장명등이 있다는 걸 그만 깜빡해 버렸지 뭐야! 좋아, 등불보다 훨씬 밝네. 오늘 밤은 너희가 이곳을 비추도록 하자, 내 등잔은 그간 고생했으니 좀 쉬어야겠어.
꼬마 주방장!!
아귀, 뭐 하는 거야? 한밤중에 무슨 폭죽을 터뜨려?
하하, 나와서 봐봐! 네가 원하던 간판을 내가 만들어서 걸어뒀다고!
'위미각'…… 꼬마 주방장, 몇 년 동안이나 고민하며 생각해낸 가게 이름이잖아, 무슨 깊은 뜻이라도 있어?
무슨 깊은 뜻이 있겠어? 내가 만든 음식을 먹으면, 입안에 향기가 남는다는 뜻이지.
그건 그렇지! 맞다, 이 봉투 받아!
아귀, 돈 몇 푼 벌었다고 나한테 있는 척하는 거야?
무슨 말이야! 꼬마 주방장, 이건 예약금이야. 백일잔치를 좀 부탁하려고, 모레면 내 아들이 태어난 지 백일이 되거든!
……그리고, 내가 새로 얻은 가게도 개업하는데, 하는 김에 두 경사를 한꺼번에 축하하려고!
뭐야, 오늘 왜 이렇게 계속 웃고 있나 싶었더니, 결국 좋은 거래를 건졌구나.
그래도 이 봉투는 됐어, 너무 촌스러워! 게다가 지금은 돈이 필요할 때잖아, 돈을 내고 안 내고가 뭐가 중요하겠어?
중요해! 꼬마 주방장, 20년 전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당신이 당신 돈으로 사흘간 동네 사람들에게 장례 음식을 대접해줬잖아……
더는 당신에게 빚질 수 없어. 게다가, 내 가게도 요즘 장사가 꽤 잘 되고 있다고.
정말 때와 운명이란 게 있나 봐. 최근 백조성이 확장된 덕분에, 오래된 우리 거리가 신시가지 상업 거리로 변하게 되었으니.
맞다, 오다 보니 맞은편 주루에서 폭죽을 터뜨리고 있던데? 저기도 무슨 좋은 일이 있나?
저쪽에 무슨 좋은 일이 있겠어? 그냥 뭐든지 이쪽을 이기려고 하는 거야.
맞은편의 복만루, 거기는 주인부터 직원까지 죄다 좋은 말 한마디가 안 나오더니만.
네가 아침 장사를 시작하면 저쪽도 아침 장사를 시작하고, 네가 야식을 팔면 저쪽도 따라서 야식을 파는 등 벌써 10년 넘게 계속 널 따라 하고 있잖아! 심지어 네 가게가 장사 좀 된다 싶으면, 저쪽은 크게 할인까지 하니……
저쪽 요리사가 네 가게에서 요리를 훔쳐 배웠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있어? 아무리 운이 좋아서 돈을 좀 벌었다지만, 그렇다고 오히려 자길 가르쳐준 꼬마 주방장을 여기서 쫓아내려고 하다니!
아니, 그런 일이 있었어? 꼬마 주방장, 그 뻔뻔한 사장 놈이 정말 너를 쫓아내려 해도 절대 물러서면 안 돼!
내가 물러서는 걸 본 적 있어? 웃기지 마!
오히려 그쪽에서 날 찾아와 가게를 사서 분점을 내고 싶다고 한 적이 있지만, 단칼에 거절했지.
이유도 알려줬다고. 첫째, 이 가게는 내 것이 아니라 내 형제가 내게 잠시 빌려준 거야. 둘째……
내가 이사 가면, 너희가 어디 가서 이렇게 저렴하고 맛있는 식당을 찾을 수 있겠어? 저쪽 술집에 들어가면, 콩나물 한 접시도 가격이 수십 배로 뛸 텐데!
저쪽에서 비열한 수단을 써서 널 강제로 이사시키려고 할까 봐 걱정이야. 예를 들어 장작더미에 불을 지른다든지……
그러고 보니 그런 말도 했던 것 같은데……
그럼 정말 조심해야겠는걸! 정 안 되겠으면, 관청에 신고하자!
누가 신고하려는 건가?
몇 번의 징소리가 나더니, 위엄 있는 경비병들 여러 명이 작은 식당으로 들어와서 길을 열었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 비단옷을 입은 한 사람이 천천히 들어왔는데, 뒤에는 비단 상자를 든 수행원이 따르고 있었다.
본관이 여기 있으니, 어디 말해보도록.
아무도 대답하지 않자, 비단옷을 입은 사람은 탁자 하나를 골라 그 옆에 앉았고, 수행원이 서둘러 탁자에 비단 식탁보를 깔았다.
비단옷을 입은 사람은 눈을 지그시 감고는 냄새를 맡았다.
이게 무슨 요리인가?
내가 석성에서 먹었던 상린탕보다 그 향이 더 달콤하고, 단연배 향기도 나는구나.
코가 좋은 손님이시네. 설탕에 졸인 배에서 린수 고기 냄새를 맡아내다니.
넌 그 두 진미를 맛본 적이 없나 보군. 만약 먹어봤다면 내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텐데.
……뭘 먹고 싶어? 우리 가게에는 가정식밖에 없어서, 아마 제대로 대접하지 못할거 같은데……
서두르지 마라. 그나저나 방금 들었는데…… 누군가가 방화를 하려 한다고?
맞아요, 바로 맞은편에 있는 복만루 녀석들입니다!
복만루는 오직 상권을 독점할 생각뿐이야, 자기들이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주변의 새로 생긴 주루들을 모두 망하게 하려고 해.
그렇게 해서 경쟁자가 없어지면, 저쪽은 즉시 가격을 올리겠지…… 가격을 올려도 이 거리에는 복만루 하나만 남게 되니, 만약 누가 연회라도 열려고 하면 그들에게 부탁해야 하니까.
큰 주루는 말할 것도 없고, 방금 간판을 단 우리 작은 식당마저 가만 내버려두지 않으려 합니다…… 이거 너무 심한 거 아닌가요?
그렇군, 다들 저 복만루에 대해 꽤 불만이 많은 듯해?
본관은 부임한 지 얼마 안 된데다, 원래 상인의 일은 본관의 관할이 아니지만……
무릇 백성에게 음식은 하늘과 같은 존재거늘, 내가 어찌 백성의 불만을 보고만 있을 수 있겠는가?
비단옷을 입은 사람이 손을 흔들어 명령을 내리자, 즉시 수행원이 명령을 받들어 맞은편 술집으로 달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폭죽 소리가 멈췄고, 다툼이나 대화 소리조차 없어져, 달콤한 고요함만이 남았다.
복만루의 일은 이제 걱정하지 말게. 본관이 철저히 조사할 것이니.
……정말 대단한 솜씨네. 관리들은 손바닥도 커야겠어, 손짓 한 번에 주루 지붕 하나쯤은 날려버릴 수 있어야 하니까.
우리 가게는 작고 허름하니까 그 손은 휘두르지 말고, 뭘 먹고 싶은지 말만 해.
이제야 입맛이 도는군, 그럼……
따뜻한 죽 한 그릇 주게나.
명령을 내릴 필요도 없이, 수행원이 미리 준비한 돈을 카운터 위의 큰 청자 그릇에 넣었다.
짤랑짤랑……
한 그릇이면 충분해.
……
따뜻한 죽 한 그릇이 금방 탁자 위에 놓였고, 이내 부드러운 향기가 온 식당 안에 퍼졌다.
비단옷을 입은 사람은 미소를 지었지만, 그 죽을 보고 있지는 않았다.
물 한 방울의 은혜를 샘으로 갚는다고 하지.
눈보라가 치던 밤, 그때 받은 밥 한 끼의 은혜를, 나는 장장 20년 동안이나 기억하고 있었네. 당신은 정말 기억하지 못하는가?
그런 일이 있었나? (머리를 긁적인다) 나는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데.
비단옷을 입은 사람은 웃으며 일어나, 식당 주인을 손님들 앞에 세웠다.
20년 전, 나는 큰 포부를 가지고 백조에 왔으나 도둑에게 돈을 빼앗기고 말았지. 내가 굶주림과 추위에 떨고 있을 때, 당신이 나에게 한 끼 식사를 줬다네.
바로 그 한 끼 식사 덕분에 나는 춥고 배고픈 밤을 견뎌낸 뒤, 학궁의 문 안에 들어가 시험지를 제출할 수 있었어. 그리고 내 가슴 속 학문과 재능을 펼칠 수 있었지.
조정의 인정을 받아, 한 마을과 한 현을 다스리는 것부터 시작해, 한 주와 한 부를 통치하기까지. 재난을 구제해 길을 닦거나, 산을 개척하고 광산을 파내는 등, 나는 많은 공적을 세웠고, 이는 대염의 백성들이 다 알고 있지!
(작은 목소리로) 말이 어째 좀 이상하게 들리는데……
(작은 목소리로)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면, 왜 장장 20년 동안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을까?
쉿!
그때 당신이 인의로써 날 도와주지 않았다면, 이 노순은 진작에 길가의 차가운 뼈가 되었을 것이고, 오늘날의 공적도 없었을 것이야.
이 은혜는 천금으로도 갚을 수 없지!
수행원이 앞으로 나와, 무거운 비단 상자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낡은 나무 탁자가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삐걱거렸다.
비단옷을 입은 사람이 천천히 상자 뚜껑을 열자, 부드러운 비단에 싸인 가득 찬 노란 금덩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고요해진 식당 안에선 이따금 침을 삼키는 소리만 들렸다. 오직 식당 주인만이 이마를 찡그렸다.
어떤가, 이 정도면 은혜를 갚기에 충분한가?
비단옷을 입은 사람은 식당 안의 사람들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문밖으로 걸어나갔다.
그는 딱히 대답을 듣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는 보상을 준 것으로 이미 자신이 원하던 것을 얻었는지도 모른다.
몇 번의 징소리가 울리고, 그 위엄 있는 경비병들도 이내 거리에서 사라졌다.
저 사람,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관직에 있길래, 저런 위엄이……
위엄은 무슨! 죽을 시켜놓고선 한 입도 안 먹고 가다니, 음식 낭비 아니야?!
권력으로 억압하는 꼴이라니, 그 복만루 주인과 다른 게 뭐야?
하지만 꼬마 주방장…… 이 금덩어리들은……
간단하지. 은혜를 갚으러 왔다고 했으니, 너희 중에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은혜를 베풀어도 보답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마음대로 가져가.
그 사람이 세상 모든 부끄러운 사람을 대신해 은혜를 갚는다고 생각하면 되겠지…… 명성 얻기를 좋아하잖아? 이렇게 하는 게 그 사람 뜻에도 맞을 거야.
이 정도 돈이라면, 새 가게를 두 개는 더 차릴 수 있을지도 몰라……
아이들이 자라서 공부하는 것도 큰 비용이 들 테니……
몇몇 손님이 일어나더니, 그 금덩어리는 쳐다보지도 않고, 평소처럼 자잘한 동전을 큰 청자 그릇에 던지고 떠났다.
하지만 남은 사람들은 망설이고, 또 망설였다.
갑자기 구름이 모이더니 달빛을 가렸다. 식당 안에선 옷소매가 스치는 소리만 들릴 뿐, 누구의 행동도 보이지 않았다.
구름이 걷히고 달이 졌다.
맑은 날씨였다.
아니, 오늘 왜 이러지…… 등불도 다 타버렸고, 성냥도 죄다 부러지네.
성냥이 습기를 먹었나? 이게 유통기한이 있을 리가 없는데?
작은 식당의 주인은 문 앞에 나가, 밝은 햇빛을 이용해 성냥갑의 흐릿한 글씨를 자세히 읽어보았다.
귀가네 목공예 개업 행사…… 쯧! 이제 보니 이거 아귀 집에서 백일잔치했을 때 가져온 성냥이네.
품질이 정말 별로네, 고작 십여 년 밖에 안됐는데 벌써 불이 안 붙다니.
위는 성냥을 카운터 뒤로 던지고는 눈을 가늘게 뜬 채 햇볕의 따뜻함을 즐겼다.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엔 낯익은 모습의 사람이 곁에 우두커니 서 있었는데, 얼마나 기다렸는지는 알 수 없었다.
……
또 네 아버지 심부름을 하러 왔어? 일단 좀 앉아, 그렇지 않아도 방금 네 아버지 이야기를 하고 있었거든!
분증육은 이미 다 준비해 놨어…… 내가 어떻게 알았냐고 묻지 마라, 하하, 날짜를 세어보니 슬슬 아귀가 또 입맛을 다실 때가 됐더라고.
아버지가……
……언제?
어젯밤, 조용히 가셨어요. 한 마디도 남기지 않으시고.
아니, 이렇게 갑자기……
아버지가 생전에 제게 부탁하신 게 있는데, 혹 나중에 본인이 죽거들랑 요리사님께 사흘 동안 장례 음식을 지어 달라고 말씀드리라 하셨어요.
아귀야, 살아있을 때부터 죽은 후의 일을 걱정하다니, 정말 이해할 수가 없구나. 대체 어디서 그렇게 쓸데없이 많은 걱정이 생겼던 건지.
아버지는 항상 모든 일을 직접 하셨어요, 심지어는 자신의 관도 직접 만드셨는데…… 거기에 남은 모든 힘을 다 쓰셔서 이후로는 대패를 잡지 못하셨죠.
장례 음식 얘기 말고도, 이걸 남기셨어요……
젊은이가 가리킨 문밖에는 얇은 천으로 감싼 두 개의 긴 나무판자가 벽에 기대어 있었다.
바람이 불어 천이 나무판자에 착 달라붙자, 어두운 글씨 자국이 드러났다.
백 년 가게, 네 개의 네모난 테이블로 모든 손님을 맞이하네. 권력도, 부도, 명성도 좇지 않으리.
아궁이 하나, 두 개의 긴 젓가락으로 세 끼를 먹네. 바람도, 달도, 정도 가득하네.
아버지께서 당신께 간판과 장식용 글귀를 꼭 만들어 주겠노라 약속했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이 두 구절을 기다리는데 너무 오래 걸리셔서, 남은 힘으로 글자 모양만 조각하셨고, 제가 이어받아 며칠 전에 칠까지 마쳤지요.
최고급 목재로 만들었어요. 이건…… 아버지의 빚을 제가 대신 갚는 셈으로 쳐주세요.
헛소리 마, 네 아버지는 이미 빚을 다 갚았어.
그때 아버지가 가게에서 금덩어리를 몇 개 빌려 가시고 세 개의 가게를 얻으셨어요. 아버진 그 빚을 항상 기억하셨지요.
하지만 가게를 얻자마자 백조성이 다시 확장되면서 큰길을 다시 만드는 바람에, 이 거리에는 손님이 없어졌어요.
그건 네 아버지 탓이 아니야. 누가 시대를 예측할 수 있겠어?
맞은편의 복만루를 봐. 한때 번창했지만, 결국은 초라하게 끝났잖아? 간판조차 사람들이 떼어다가 장작으로 썼을 정도로.
에휴……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나면, 전 마지막으로 남은 가게도 닫고 장사를 하러 갈 생각이에요.
원래부터 조용했던 식당은 한순간 더 고요해져, 젓가락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아귀의 아들아, 너는 네 아버지의 일을 이어받지 않을 생각이냐?
목수는 큰돈을 벌진 못해도 안정적인데.
설득하지 마세요. 저는 제가 목수가 될 재목이 아니라는 걸 알아요. 심지어 저희 아버지도 아니었죠, 아버지의 기술은 정말 형편없었으니까요. 되려 수십 년 동안 동네 사람들의 배려에 많이 의지하셨어요.
그게 무슨 말이냐…… 네 아버지는 너와 비슷한 나이였을 때, 네 할아버지의 일을 이어받았어.
(고개를 젓는다) 저보고 목수가 되라고 설득하는 건, 그저 여러분이 이 거리에 목수가 있다는 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는 저 자신을 잘 알아요, 그렇게 살고 싶지 않고요.
눈가가 붉어진 젊은이는 사람들에게 정중히 인사하고 문밖으로 나갔다.
그는 문밖을 나서면서 미친 듯한 늙은 거지와 마주쳤다. 늙은 거지는 깨진 그릇을 들고 정신없이 무언가를 중얼거렸는데, 우는 것 같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는 것 같기도 했다……
“천고의 슬픈 옛이야기는 한바탕 웃음 속 봄바람이구나. 영광과 부귀는 헛되이 사라지고, 마치……”
젊은이는 잠시 걸음을 멈추더니, 주머니에서 몇 개의 동전을 꺼내 그 늙은 거지의 그릇에 넣었다.
짤랑…… 맑은소리가 채 사라지기도 전에, 젊은이는 이미 늙은 거지와 엇갈려 점차 멀어져 갔다.
고맙소, 고맙소……
고기 냄새가 참 좋구나. 주인장, 이 늙은이에게 좀 베풀어 줄 수…… 으응, 여기는?
늙은 거지의 안색이 갑자기 변했다. 그는 몇 걸음 물러섰다가, 다시 급하게 앞으로 가더니, 탁한 눈을 부릅뜨고 식당을 둘러보았다.
작은 식당의 장식과 비품은 수십 년 동안 변하지 않은 것 같았다.
낡은 카운터 위에는 여전히 등잔이 하나 있었고, 등 옆에도 역시나 여전히 반쯤 찬 청자 그릇이 있었다.
아니…… 내가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지? 맞은편의 복만루는 어디 가고? 나, 나는 가야겠소……
아, 너구나? 멍하니 서 있지 말고, 이리 앉아.
난……
식당 주인은 한숨을 푹 쉬더니 주방에서 죽 한 그릇을 가져왔다.
맑은 죽은 눈처럼 투명했고, 그릇 안의 물결은 잔잔하여 마치 거울 같았다.
당신…… 나를 알아봤구려?
당연하지, 내가 널 모른다면 왜 불렀겠어?
당신은 나를…… 아니, 당신은 나를 몰라!
내가 수십 근의 황금을 들고 당신을 찾아왔을 때, 당신은 나를 모른다고 했잖소! 그런데 이제 와서…… 지금은 나를 알아본다고?
나를 보시오, 나를…… 감옥에서 13년을 보내는 동안, 이빨은 반쯤 빠졌고, 눈 하나는 아예 망가졌지…… 나조차도 이제 이런 내 모습이 사람인지 귀신인지 모르겠는 마당에.
나는 수없이 숨고 또 숨었어, 누군가 나를 알아볼까 두려워서! 혹여 걷다가 누군가가……
“이거 봐봐! 이거 노순 아니야? 어떻게 이런 처지가 됐지?”라고 말하는 소리라도 들을까 두려워서…… 하하하!
늙은 거지는 마치 미치기라도 한 것처럼 깨진 그릇을 바닥에 내던졌다.
말해봐…… 당신이야?! 그때 당신이 그 죽을…… 탁자에 놓은 건가? 다 본 거 맞지?
한순간의 잘못된 생각 때문에, 그저 단 한순간의 잘못된 생각 때문에! 돈을 훔치고, 관직에 오르고…… 감옥에까지 갔어! 결국엔 이런 처지가 되었지!
정말, 그저 '한 순간의 잘못' 때문인가?
무, 무슨 소리를……
아직도 모르고 있군…… 내가 너를 알아보는 게 그렇게 중요해?
내게 있어 너는 그저 내 가게의 손님일 뿐이야. 고관대작이든, 거지든 상관없어. 네가 원하는 게 따뜻한 죽 한 그릇이라면, 나는 네게 죽 한 그릇을 줄 거야.
하지만 네게 과연 그 죽 한 그릇은 뭐지? 그저 배를 채우기 위한 거야, 남에게 자랑하기 위한 거야? 그것도 아니면 자신에게 변명하기 위한 거야?
무, 무엇을…… 무엇을 위해……
스스로 한번 돌아봐, 평생을 살면서도 이런 질문 하나조차 해결하지 못했어…… 넌 대체 지금껏 무엇을 위해 살아온 거야?
저 목수의 아들조차 너보다 더 명확하게 살고 있어. 적어도 저 녀석은 자신이 목수가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 다른 사람들이 저 녀석한테 목수가 되기를 바라는 건 그 사람들의 바람일 뿐인 거고.
……
하지만 너는?
제발…… 아무도 보지 않았기를.
나는 많은 공적을 세웠고, 이는 대염의 백성들이 다 알고 있지!
나는 수없이 숨고 또 숨었어, 누군가 나를 알아볼까 두려워서……
……
미친 거지는 허탈하게 웃었다. 웃고 또 웃던 그의 쇠약한 얼굴에서 탁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따뜻한 죽을 들고 입을 크게 벌려 삼켰다.
……
작은 식당의 주인은 더는 그를 보지 않고, 카운터 뒤로 가서 습기를 먹은 성냥갑을 꺼냈다.
성냥을 살짝 긋자 작은 불꽃이 그의 손가락 끝에서 피어나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그 불꽃을 마른 심지에 옮겼다. 햇빛 아래에선 이 작은 불꽃은 그리 눈에 띄지 않았다.
위는 등잔을 창가에 다시 놓고, 등유를 부었다. 그러자 불꽃이 흔들리며 커졌고, 과거 백 년 동안 그래 왔던 것처럼, 식당 안팎의 분주한 손님들을 계속 비추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