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새벽을 기다리며

새벽을 기다리며

오퍼레이터 레코드브릿지

윈드스쿠트는 자신을 키워 준 산적들을 데리고 표국을 열어 새출발을 하려고 하지만, 도리어 이 때문에 산적들은 서로 다투고 갈라서게 된다. 새로운 표국은 첫 의뢰를 진행하던 중, 옛 친구의 습격을 받게 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윈드스쿠트


염국 상촉의 산길을 호송차 한 대가 요란하게 굉음을 내며 내달리고 있었다. 밤이 깊어지자, 인적이 없는 고요한 깊은 산 속엔 오직 갈 길을 서두르는 호송차의 거친 엔진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윈드스쿠트

덕씨 삼촌, 그 술은?!

덕씨 삼촌

왜, 너도 한 모금 하려고? 아껴 마셔라, 아직 갈 길이 구만리다.

윈드스쿠트

출발하기 전에 신경 써서 숨겨놓은 건데. 규칙대로라면 호송 중엔……

덕씨 삼촌

규칙? 하하.

윈드스쿠트

……덕씨 삼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제대로 말해 줘.

덕씨 삼촌

흥, 산채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건, 네 체면을 살려주려고 그랬던 거야. 넌 한마디 말도 없이 산채를 떠났다가 몇 년 만에 돌아와 놓고서는, 모두에게 이제 그만 산적질은 손 씻고 표국을 열자고 했지.

덕씨 삼촌

네 그 한마디 때문에 모두가 죽어라 다퉜어. 우리가 몇 년이나 가꾼 산채였는데, 그 한마디로 갈라서 버렸다고.

윈드스쿠트

아니 나도 문씨 이모가 그렇게 강경하게 반대하며 사람들을 데리고 떠날 줄은 몰랐지…… 물론 그보다 더 예상하지 못했던 건, 절반이나 되는 사람들이 남아서 표국 일을 같이하겠다고 했다는 거지만.

덕씨 삼촌

우리가 남은 게, 너더러 성가신 규칙들이나 그렇게 많이 만들라고 그런 줄 알아? 모두 얼마나 불편해하는지 알긴 하냐!

덕씨 삼촌

잘 들어, 그간 제법 오랫동안 강호를 누비면서, 우리가 인정한 규칙은 지금까지 딱 하나야…… 주먹이 센 놈이 말하는 게 곧 법이라는 거. 다들 말해봐, 그렇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산적이었던 험상궂은 표사들 중 어떤 이는 고개를 끄덕였고, 어떤 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어두운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윈드스쿠트

……덕씨 삼촌, 그러면 왜 남기로 한 거야?

덕씨 삼촌

호오? 이제는 내쫓으려고?

윈드스쿠트

그게 아니라…… 나도 산채가 지금처럼 엉망이 되길 바란 건 아니야. 하지만 그렇다고 이제 와서 모두 돌아가고 싶다고 한들, 문씨 이모 성격상 절대 받아주지 않을 테고.

덕씨 삼촌

이놈의 자식이……

윈드스쿠트

어쨌든, 우리한텐 이제 한 가지 방법밖에 안 남았으니까, 좀 더 제대로 이야기해 봐야 한다는 소리야.

윈드스쿠트

다들 나랑 비슷한 생각일 거라고 생각해. 표국 사업만 정말로 성공하면, 나중에는 비교적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다고.

덕씨 삼촌

쳇, 그게 그리 쉽겠냐.

윈드스쿠트

맞아. 사실 우리에게 가장 어려운 건, 과거를 버리는 거야. 표국의 첫 번째 의뢰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덕씨 삼촌도 잘 알고 있잖아.

덕씨 삼촌

……흥. 예전에 오금표라는 놈은 강호에서 적을 만들었지. 표국 개업 후 첫 번째 의뢰에서 호송물을 적에게 도둑맞았고, 그게 세상 사람에게 다 알려지는 바람에 결국…… 표국이 그대로 망해버렸잖아.

윈드스쿠트

애초에 과거 산적이었던 사람이 세운 표국이니 그만큼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밖엔 없잖아. 겨우겨우 첫 의뢰를 얻어냈지만, 강호의 '옛 동료'들은 우리가 실패해서 조롱거리가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어.

윈드스쿠트

그러니까,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강호에서 우리의 신용은 완전히 끝장난다는 말이야…… 우리의 표국이나, 모두가 꿈꾸는 새 삶도 다 끝이라는 거고.

윈드스쿠트

과거 우리 의적단은 적잖은 이들의 미움을 샀었잖아. 이 앞 산길은 원래부터 인적이 드물었던 만큼, 우리가 더 조심한다 해도 나쁠 거 없어.

덕씨 삼촌

에휴, 귀찮아 죽겠군! 녀석, 몇 년 강호를 좀 떠돌다 오더니 아주 건방져졌구나? 어렸을 때는 그래도 귀여웠는데!

덕씨 삼촌

*염국 욕설*! 무슨 일이야?!

윈드스쿠트

차 세워!

윈드스쿠트

일단, 다들 차 문 열지 마.

몇 쌍의 눈동자가 차창 너머 주변 숲속을 살폈고, 이내 매복이 없음을 확인한 뒤에야 차 문을 열었다.

덕씨 삼촌

*염국 욕설*! 타이어 두 개가 터졌잖아!

윈드스쿠트

이렇게 큰 유리 조각을 나뭇잎 밑에 숨겨두다니…… 여긴 비우파 구역이야. 통행료도 충분히 줬으니, 우리를 건드리지 않아야 정상인데.

윈드스쿠트

갑자기 통행료가 올랐나? 아니면 누가 그들 구역에 침입해서 우리를 노린 건가……

윈드스쿠트

어쨌든, 서둘러 여길 빠져나가는 게 좋겠어. 일단 내가 근처 수리점에 연락해 볼게……

덕씨 삼촌

바보 같은 소리, 어차피 깊은 산속이라 신호가 없을 거다. 매복한 놈들은 엄청나게 노련해, 네놈이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도와달라고 외쳐도 대답조차 없을걸. 차라리 사람을 보내 구조를 요청해.

윈드스쿠트

아니, 지금은 절대 흩어져서는 안 돼. 그게 바로 적들이 노리는 거야. 여길 떠날 수 없다면, 버틸 수밖에. 설마하니 놈들도 밤새워 기다리고 싶지는 않겠지.

윈드스쿠트는 그렇게 말하곤, 팔짱을 낀 채 차에 기대어 어둠에 가라앉은 깊은 숲 쪽을 주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어둠 속에서 험상궂은 얼굴의 무리가 몰려나와, 그들을 둥글게 둘러싸며 길을 막아섰다. 상대는 표사들과 비슷한 환수도를 차고 있었다.

선두에 선 중년 여성이 '공격'이라는 손짓을 보내자, 모든 도적이 번뜩이는 칼을 뽑아 그들을 겨눴다.

???

바보는 아니네.

덕씨 삼촌

……하, 내 이럴 줄 알았어.

윈드스쿠트

……문씨 이모.


윈드스쿠트

문씨 이모! 다들! 나 돌아왔어.

문씨 이모

……쯧.

윈드스쿠트

나야 나…… 아성. 날 몰라보겠어?

문씨 이모

떠날 땐 하얗고 여린 꼬마였는데, 어쩌다 저 늙다리 놈들이랑 똑같아져서 돌아온 거냐.

윈드스쿠트

난……!

유쾌한 단원들

하하하! 문씨, 괜히 싫은 척하지 마라. 이놈이 보낸 편지를 읽어보겠다고 몇 년 동안 글도 열심히 배웠잖아. 게다가 저 녀석에게 끓여 주려고 특별히 치스티비스트도 한 마리 남겨두지 않았어?

문씨 이모

시끄러워. 제멋대로 조직을 떠난 건 규칙을 어긴 거야. 벌은 받아야지.

문씨 이모

스스로 돌아온 걸 고려해서, 일단 칼을 들지는 않겠어. 가서 역대 단주님들께 잘못을 빌기나 해.

유쾌한 단원들

그냥 봐주는 게 어때? 녀석도 이제야 막 돌아온 참인데…… 무사히 돌아왔으니 그걸로 된 거지.

문씨 이모

가.

윈드스쿠트

알겠어. 얼마 동안 반성하면 돼?

문씨 이모

느물거리면서 넘기려 하지 말고, 제대로 반성해.

윈드스쿠트

의적단의 역대 단주님들…… 정말 미안해. 삼촌 이모들이 공부하라고 날 학당에 보내줬는데, 싸움질하다가 제명당했거든. 모두를 볼 면목이 없어서…… 차마 돌아올 수가 없었어.

윈드스쿠트

떠난 뒤로도 계속 모두가 그리웠지만, 어느 정도 성과를 내야만 당당하게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러다 보니 오랜 시간을 밖에서 보내게 된 거야.

윈드스쿠트

하지만 이번에 돌아와서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키워준 은혜에 보답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어. 그리고 모두의 삶이 더 나아지길 바라. 그러니까…… 이만 화 풀어.

윈드스쿠트는 역대 단주들의 위패 앞에 서 있었지만, 말을 마칠 무렵에는 문씨 이모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그녀를 간절하게 바라보았다.

문씨 이모

하아……

문씨 이모

갑자기 돌아온 이유가 뭔데?

윈드스쿠트

도우려고 돌아왔어.

문씨 이모

대체 뭘 돕는다는 거냐?

윈드스쿠트

모두의 새로운 사업 말이야. 이래 봬도 난 최근 몇 년 동안 다양한 업종에 종사해 봤고, 표사로 일 해본 적도 있어. 우리 표국은 이제 막 개업한 참이니, 무슨 도움이든 필요하면 내가 다 도울 수 있다고.

문씨 이모

누가 너에게 우리가 표국을 연다고 말하던?

윈드스쿠트

어…… 강호에 떠도는 소문이 그렇던데? 혹시 내가 잘못 안 거야?

유쾌한 단원들

문씨, 그 일, 윈드스쿠트에게 말 안 해준 거야……?

문씨 이모

다들 입 다물어.

윈드스쿠트

……무슨 일인데?

문씨 이모

……넌 알 필요 없어. 나는 우선 일 보러 갈 테니, 넌 반성이나 마저 다 하고 와서 저녁을 먹도록 해.


유쾌한 단원들

그러니까, 네가 들은 '표국을 연다'는 소문의 진실은 이거야. 어쨌거나 이번 사안은 조금 민감한 일이니까, 절대로 단주를 찾아가서 물어보지 마, 특히나 사람들 앞에서는……

윈드스쿠트

어떻게 이럴 수가, 우리가 내보냈던 표국 광고가…… 모두 가짜였다고? 그저 다른 사람의 물건을 빼앗기 위한…… 아니 그럼 설령 이번에 성공한다 쳐도, 그다음부터는 어쩌겠다는 건데?

유쾌한 단원들

무슨 방법이랄게 있나, 그냥 지금 당장 다들 먹고 살기 힘드니까, 우선 눈앞에 놓인 문제부터 해결하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자는 거지.

유쾌한 단원들

너도 새삼 정의의 사도같이 굴지 마. 고작 몇 년 떠나 있었다고 해서, 우리의 본업을 잊은 건 아니지?

유쾌한 단원들

어이…… 너 어디가?!


윈드스쿠트

문씨 이모! 이모랑 단둘이 할 이야기가 있어.

문씨 이모

벌써 반성을 끝낸 거냐?

문씨 이모

됐어. 할 말 있으면 그냥 여기서 말해. 이제 막 돌아온 네가 불만이 있을 정도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

문씨 이모의 말은 윈드스쿠트를 향한 것이었지만, 눈길은 불만에 가득 찬 몇몇 단원들의 얼굴을 향하고 있었다

윈드스쿠트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순간 그는 빠르게 대청 안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챘다. 기억 속의 산채는 늘 호탕한 웃음소리로 가득했었는데, 지금은 마치 무엇인가 사람들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듯했다.

윈드스쿠트

……문씨 이모, 표국 일은 다시 한번 생각해 주면 좋겠어.

윈드스쿠트

이모를 곤란하게 할 생각은 없어. 게다가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모두와 함께 고생하지 않았으니, 감히 이러쿵저러쿵할 자격도 없을 테지. 다만, 내가 산채로 돌아오는 길에 조금 알게 된 게 있어.

윈드스쿠트

외부 사람들이 산채가 표국 일하는 걸 못 받아들이는 건 아니라는 거야. 때마침 또 한 건의 의뢰를 받았으니, 그 김에 일을 제대로 성사시켜 보는 거 어때?

윈드스쿠트

비록 이번에는 돈을 적게 벌더라도, 일단 강호에서 신용이 생기기만 하면, 나중에는……

쾅! 문씨 이모는 단숨에 돈 상자를 엎어버렸고, 사람들은 웅성거렸다. 이어서, 이야기를 듣고 불만에 차 있던 이들도 갑자기 머뭇거리는 기색을 드러냈다…… 돈 상자 안에는 고작 은전 몇 닢만이 있었다.

문씨 이모

나중? 나중을 말하기 전에, 우선 이 많은 단원부터 배불리 먹여 봐.

윈드스쿠트

우리 이렇게까지 힘들어진 거야? 그럼, 마당에 있던 치스티비스트 한 마리는, 일부러 내가 돌아올 때까지 남겨뒀던……

문씨 이모

알았으면 입 다물어. 그리고 이 일은 이미 더 이상 논할 필요가 없어.

윈드스쿠트

설마 단원이 이미 움직인 거야?

문씨 이모는 무표정하게 자신이 업어 키운 소년을 노려보았다. 소년은 그녀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아 망설이고 주저하는 기색이었지만, 한편으론 반드시 해야 하는 말과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있어 보였다.

윈드스쿠트

문씨 이모, 만약 우리가 원래 하던 일의 상황이 그렇게 좋지 않다면, 더욱더 새로운 방법을 찾아봐야 해. 알려줘, 지금 단원들은 어디에 있고, 화물은 어디에 있는 거야?

문씨 이모

그걸 알아서 어쩔 셈인데?

윈드스쿠트

신용을 쌓는 건 매우 어렵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야. 일단 단원들이 화물을 약탈하면, 우리에게 다음이란 절대 없어! 우선은 내가 화물부터 되찾아 올게, 나머지 일은 그다음에 함께 상의해 보자, 응?

문씨 이모

이 일은 이미 진작에 결정된 일이야. 바꾸고 싶다면, 나를 쓰러트리고 가.

윈드스쿠트

문씨 이모!

순간, 스르릉하며 칼을 뽑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다. 윈드스쿠트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대청 안에 있는 대부분의 단원이 칼을 뽑아 들었다.

어떤 이는 단주를 보호했고, 또 어떤 이는 칼로 그들의 단주를 겨눴다.

윈드스쿠트

멈춰! 모두 진정해!

냉정하게 지켜보던 단원들

난 아주 침착해. 애송아, 물건을 되찾아오면, 그다음에는 어떻게 할 건지부터 어디 한 번 말해봐.

윈드스쿠트

(망설이며 문씨 이모를 바라본다)

윈드스쿠트

좋아, 그럼 지금 이건, 내게 발언할 기회를 주는 거라고 생각할게.

윈드스쿠트

물건을 되찾아오면, 원래대로 수취인에게 보내서, 일단 이번 의뢰를 완수할 거야.

윈드스쿠트

그 다음엔 점포를 열 거야. 주문 접수, 자료 정리, 노선 계획…… 이런 과정들은 내가 다 할 줄 아니까.

냉정하게 지켜보던 단원들

그 점포와 설비에 들어갈 돈은?

윈드스쿠트

몇 년간 내가 조금 모아둔 게 있어, 거기에 삼촌 이모들이 조금만 더 보태준다면……

냉정하게 지켜보던 단원들

좋아, 네가 어떡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면 문제없어. 그래서, 성공할 순 있는 거야?

윈드스쿠트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하지 못해. 본전도 못 건지는 경우도 많을 거고, 지금보다 훨씬 더 힘들겠지. 그리고 돈도 더 천천히 벌릴 거야.

윈드스쿠트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모두가 산채에서 생활하던 습관을 완전히 버려야 하고, 절대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안 돼. 다시 말하면, 되도록 싸움을 하지 말아야겠지.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긴 절대 쉽지 않을 거야.

문씨 이모

허. 이놈들이 어떤 놈들인지는 내가 너보다 더 잘 알아. 넌 지금 단원들을 되돌아올 수 없는 길로 보내고 있는 거야.

냉정하게 지켜보던 단원들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면, 오히려 신뢰할 수 없지.

냉정하게 지켜보던 단원들

좋아, 내가 그 물건이 어디 있는지 알려줄 테니, 너는 우리를 책임질 새로운 길을 알려줘.

침착히 지켜보던 단원

네 앞길을 막는 자들은 걱정할 필요 없어.


윈드스쿠트가 기어코 빼앗긴 물건을 수취인에게 되돌려주고 의적단으로 돌아왔을 때, 산채는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문씨 이모는 절반의 사람을 데리고 떠났고, 남은 이들은 남겨진 죽기 직전의 치스티비스트를 삶았다. 하지만 난장판이 된 산채에 앉아 있는 사람들 중 고기를 먹을 기분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 그때의 싸움 이후 갈라졌던 두 무리가 처음으로 다시 마주했다.

윈드스쿠트

문씨 이모…… 다들 부상은 어때? 그날 심하게 싸웠다고 들었는데……

문씨 이모

……

윈드스쿠트

……우리를 그냥 보내 주겠어?

문씨 이모

허, 우리가 일부러 여기서 기다린 게, 고작 그런 말을 듣기 위해서였겠어?

문씨 이모

우리가 뭘 하는 의적단인지 너도 알잖아. 규칙을 어긴 자들을 어떻게 하는지는 굳이 내가 말할 필요도 없겠지.

윈드스쿠트

난 이모에게 칼을 들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물건을 이모에게 넘길 수도 없어. 다만, 우리 사이의 오랜 정을 생각해서 길을 터달라고 부탁할 뿐이야.

윈드스쿠트

이건 우리가 정식 개업한 후의 첫 번째 의뢰야. 온갖 야단법석을 떨며 부를 수 있는 모든 사람은 다 불렀지. 그런데도 이 의뢰에 실패한다면, 우린 모든 것을 잃게 될 거야.

문씨 이모

우리를 위해 먹고 살 방도를 찾겠다고 그렇게 큰소리쳤으면, 우리 정도는 뚫고 지나가 봐. 설마 이깟 작은 문제도 해결 못 하는 건 아니겠지?

덕씨 삼촌

뚫고 지나가라면 뚫고 지나가지, 뭐! 누가 무서워할 것 같냐! 넌 그냥 우리를 죽이고 싶은 거지! 자기가 빠져나오지 못한다고, 남도 새로운 활로를 뚫지 못하게 하는 거냐고! 누군가 앞길을 막는다면, 그게 누구든지 다 베어버리겠어!

“베어버려! 베어버려!” 나머지 표사들도 분개하여 외쳤고, 길을 막은 산적들과 그들은 서로 욕설을 주고받으며, 당장이라도 상대를 베어 버릴 것 같은 자세를 취하였다.

윈드스쿠트는 두 무리 사이에 서서 목이 쉬도록 소리쳤다.

또 저번과 같은 상황이었다. 조금이라도 뜻이 어긋나면, 양측은 즉시 칼을 맞댈 것이다. 그 혼란 속에서, 윈드스쿠트는 문씨 이모가 살짝 웃는 것을 본 것 같았다.

그녀는 윈드스쿠트를 쳐다보며, 눈빛으로 말했다. “이것 봐, 내가 말했었지.”

윈드스쿠트

덕씨 삼촌, 진정해.

덕씨 삼촌

*염국 욕설*! 오늘 내가 꼭 저놈들에게 본때를……

윈드스쿠트

실례 좀 할게.

덕씨 삼촌

으윽! 이 자식, 뭐 하는 거야! 내 머리에 술을 끼얹다니, 미친 거냐! *염국 욕설*! 엄청 차갑네!

멍한 표정의 무리

……

윈드스쿠트

좋아, 다들 조용해졌으니, 이제 내가 하는 말 좀 들어줘.

문씨 이모

우리는 지금까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 본 적이 없었지.

윈드스쿠트

하지만 지금은 예전과 달라. 적어도 모두 예전과 다른 걸 바라고 있잖아.

윈드스쿠트

아니, 예전에도 그랬어……


덕씨 삼촌

얘야, 내일부터 학당에 나갈 수 있어. 너 열심히 공부 안 하면 나랑 문씨 이모, 오씨 아줌마, 뚱보 삼촌이 번갈아 가며 너를 한 대씩 쥐어박을 거야.

어린 윈드스쿠트

……난 공부하기 싫어.

덕씨 삼촌

다시 한번 말해 볼래?!

어린 윈드스쿠트

……삼촌이랑 이모는 왜 그렇게 선생님한테 굽실거려가면서 부탁한 거야? 덕씨 삼촌이 그랬잖아, 주먹이 센 놈의 말이 곧 법이라고. 설마 선생님의 주먹이 삼촌보다 센 거야? 아야! 왜 때려!

덕씨 삼촌

이 녀석아, 방금 그 말은 문씨 이모 앞에선 절대 하면 안 된다.

어린 윈드스쿠트

문씨 이모는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머리 숙인 적 없었어……

어린 윈드스쿠트

게다가 나, 그 사람들이 하는 소리 들었어……

무스비스트의 새끼는 무스비스트라고.

어린 윈드스쿠트

됐어, 아무것도 아니야. 어쨌든, 난 가기 싫어. 나도 삼촌이랑 이모처럼 가슴 펴고 고개 들고 당당하게…… 아야! 삼촌, 삼촌…… 내 귀 좀 놔 줘!

덕씨 삼촌

녀석아, 명심해. 우리가 하는 일은 언제든 반대로 두들겨 맞고 쓰러질 수도 있어. 쭉 고개 쳐들고 살고 싶으면, 이 산채를 떠나!

덕씨 삼촌

우리 산채에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남에게 속아 땅을 뺏기고 빈털터리가 된 사람, 남을 위해 나섰다가 집안 전체가 몰살당한 사람…… 그 사람들 모두 문씨 이모의 비호에 의존할 수밖엔 없단 말이다.

덕씨 삼촌

하지만 넌 달라. 넌 희망이 있어.

어린 윈드스쿠트

그럼, 덕씨 삼촌은? 삼촌은 언제 떠날 건데?

덕씨 삼촌

……


덕씨 삼촌이 그때 뭐라고 답했는지 윈드스쿠트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어차피 늘 그렇듯 가벼운 농담이나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덕씨 삼촌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윈드스쿠트의 편에 섰다. 그제야 그는, 지금까지 원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그저 방법을 몰랐을 뿐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길이 있는지 없는지는, 누구라도 가봐야만 알 수 있는 것이다.

결심이 선 윈드스쿠트는 손을 천천히 허리 쪽으로 옮겼다. 문씨 이모도, 부하들도 그의 칼을 보고 있었다. 이 정도 거리라면, 일단 칼을 한 번 뽑는 순간 바로 생사를 건 싸움이 시작되기 때문이었다.

손가락이 허리춤에 닿자, 문씨 이모는 칼자루를 세게 움켜쥐었다. 하지만 윈드스쿠트는 주머니에서 돈뭉치를 꺼내더니, 노련한 강호인처럼 손가락 사이에 끼워서 문씨 이모 앞에 내밀었다.

문씨 이모

……

윈드스쿠트

문씨 이모, 덕씨 삼촌, 두 사람이 날 거둬줬잖아. 나를 마치 친자식처럼 대해줬고, 게다가 일부러 공부까지 시켜줬지.

윈드스쿠트

그때 두 사람이 나를 생각해서 했던 일이, 바로 지금 내가 모두를 생각해서 하려는 일이야.

윈드스쿠트

비록 누군가는 산채를 떠나기 어렵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들을 대신해서 먼저 길을 찾아볼 수 있어. 될지 안 될지는 해봐야만 알 수 있는 거잖아. 제발 우리가 한번 시도라도 해 볼 수 있게 해줘, 문씨 이모.

윈드스쿠트

그러니까, 지금 정식으로……

윈드스쿠트

우리 의자표국은, 의적단과 친구가 되고 싶어. 앞으로 우리는 친구로서 서로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친구가 가는 길의 편의를 봐주길 바라.

문씨 이모

……

분노한 단원들

이 자식, 돈 몇 푼 준다고 은원이 한순간에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거냐!

윈드스쿠트

아니, 규칙을 어기면 벌을 받아야 한다는 건 나도 알아. 하지만, 내가 불러온 분란은 나 한 사람의 피로 갚을게. 그러니 그 후에는, 의적단으로서 의자표국의…… 작은 성의를 부디 받아 줘.

윈드스쿠트는 말을 하며, 반대쪽 팔을 내밀었다.

덕씨 삼촌

야!

윈드스쿠트

(고개를 저어 덕씨 삼촌이 앞으로 나서지 못하게 한다)

윈드스쿠트

문 단주, 부탁할게.

문씨 이모

그런가, 알겠어. 이제 '우리'와 '너희'라는 거지.

문씨 이모

좋아!

예상했던 것과 달리, 칼이 팔 쪽을 향하지는 않았다. 대신 칼집이 윈드스쿠트의 이마를 거세게 내리쳐, 삽시간에 피가 쏟아졌다.

그 후, 그 칼은 '콰앙'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떨어졌지만, 문씨 이모는 그 칼을 다시 주우려 하지 않았다.

문씨 이모

너와 나는 이제부터 아무 사이도 아니야, 이걸로 확실하게 인연을 끊는 거다! 철수하자.

덕씨 삼촌

야, 너 머리 괜찮아? 아무리 봐도 그 공격은 진심이었는데……

덕씨 삼촌

저 녀석들, 정말로 가버렸네.

윈드스쿠트는 문씨 이모의 칼을 주워 묻어있던 흙을 닦아내곤, 자기 칼과 함께 허리에 찼다.

윈드스쿠트

그래도, 이모가 마지막에는 손속에 사정을 둔 것 같아…… 언젠가, 이 칼을 돌려줄 수 있는 날이 올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윈드스쿠트

으윽…… 아파파. 덕씨 삼촌, 대체 지혈을 해주려는 거야, 상처를 더 크게 벌리려는 거야?

덕씨 삼촌

왜 그래?


윈드스쿠트

꽤 오래 한바탕했더니, 날이 벌써 밝았네.

윈드스쿠트

이제 그만 출발하자. 우리의 첫 번째 의뢰를 완료해야지.

덕씨 삼촌

그 전에 타이어 수리부터 해야지, 바보야.

윈드스쿠트

아하, 깜박할 뻔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