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소감
한때 찬란했던 영화 제작사가 폐업하게 됨에 따라, 티피는 머잖아 랭크우드를 떠날 동료들과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한다. 세 사람은 일하던 당시에 함께 남겼던 사인을 다시 한번 보고자 제작사 창고에 잠입하게 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티피
엑셀시어 스튜디오는 설립 이래 10여 년간 열심히 경영하며, 인기 심야 영화를 수없이 만들어왔습니다.
전성기 시절, 우리 스튜디오는 단 하루도 쉬는 날이 없었고, 극장의 심야 상영관은 모두 우리 영화 차지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박스오피스 성적이 점점 떨어졌고, 최근에는 몇 편의 블록버스터가 연달아 실패했습니다.
이제는 막장 드라마 감독조차 우리의 섭외를 아무렇지 않게 거절하며, 우리를 지루하고 잔인한 장면밖에 찍지 못하는 삼류 제작사라고 말합니다.
회사 경영이 잘 안된 것도 사실이고, 자금이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에겐 이미 다음 영화를 만들 기회가 없습니다.
이제는 아무도 피와 폭력이 가득한 영화를 보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시장에서 외면받았습니다.
모든 임직원 여러분, 저는 노력했고, 여러분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반드시 여러분께 알려야 할 것이 있습니다……
나이스 영화사는…… 일주일 후 공식적으로 문을 닫을 것입니다.
쳇, 그렇게 감성팔이 했으면서, 결국에는 퇴직금 한 푼 안 줄 거잖아! 그냥 솔직히 사람들 해고하고 돈 한 푼 안 줄 생각이다, 라고 털어놓든가!
그야 파산했으니, 정말로 줄 수 있는 돈이 없겠지……
넌 그냥 그렇게 믿든가. 지금 사장은 자금을 뒤로 다 빼돌려서, 다음 영화사 세울 준비나 하고 있을걸.
못 믿겠으면 지난주 신문이나 한번 봐봐. 이미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니까!
정말 새 영화사를 세울 거라면, 왜 우리를 다시 고용하지 않는 건데?
초대형 블록버스터를 만들어서 더 많은 사람의 돈을 쓸어 담고 싶은 거지. 우리는 그간 피와 비명을 팔아 돈을 벌었는데, 그런 걸 보스가 새 영화에 집어넣겠어?
에휴…… 그럼 우리가 일자리를 다시 찾을 수는 있을까?
……
티피, 너는 또 왜 그렇게 풀이 죽어 있어?
그래도 넌 지난 2년 동안 대형 영화사의 영화에 꽤 많이 참여했잖아? 이미 이름도 많이 알려졌으니, 밥을 굶을 일은 없을 거야.
……티피?
역시 사장이랑 대화를 나눠 봐야겠어.
사장, 나 볼일이……
티피, 마지막 회의에서 분명히 말했잖아. 나는 이미 땡전 한 푼 없는 빈털터리라니까.
나도 당연히 보상해 주고 싶지, 근데 지금 당장은…… 영화사가 파산해 버리는 바람에, 단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아니, 난 그 일 때문에 온 게 아니야.
……음? 그럼, 작별 인사를 하러 온 거야?
마음은 고마운데, 굳이 이렇게 서둘러 작별할 필요는 없어.
잠시 회사 문을 닫을 뿐이지, 앞으로 영화를 안 만든다는 게 아니니까. 곧 다른 촬영장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아니, 그것 때문에 온 것도 아니야.
그럼 무슨 일로 온 건데?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창고에 있는 그 배경판들은 나중에 어떻게 처리할 거야?
……배경판?
예전에 영화 찍을 때 만들었던 배경 말이야. 전부 사무실 뒤 소품 창고에다 보관하고 있는 것 같던데……
아, 기억났다. 며칠 전에 재무 담당이 나를 찾아와 말했었지. 그 나무판자들 보관하는 데 들인 임대료만 해도, 2년 동안 153만 수표를 썼다더군.
153만 수표…… 그 배경판을 모조리 목재 공장에 보내봤자 고작 3만 수표도 못 받을 텐데 말이야.
이미 그것들 처리하라고 사람 불렀으니까, 목재 공장으로 보내든 땔감으로 쓰든…… 됐다, 그냥 알아서 하겠지 뭐.
그, 그렇지만 그건 많은 사람이 노력한 결과이자, 수많은 관객의 추억이기도 하잖아……
누가 망한 영화사가 만든 배경 따위를 신경이나 쓰겠어?
……!
티피, 네가 뛰어난 백그라운드 페인터라는 건 인정해. 신작 영화 《블러드서스티 미드나이트》에서 보여준 실력은 정말 놀라웠으니까.
솔직히 말해서, 나도 그 장면들을 볼 때마다, 그게 단순히 물감을 칠한 나무판이라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았어.
어찌 보면 그게 네가 이런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돋보였던 이유기도 하지. 네 실력은 제작진 중 그 누구보다 뛰어나니까, 네 그림은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블러드서스티 미드나이트》는 3천만 수표의 적자가 났어. 우리 영화 중 최악의 손실이었다고, 다른 것과 비교도 안 될 만큼 말이야.
각본, 감독, 촬영, 연기, 어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는데, 네가 그린 배경판이 제아무리 훌륭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어?
관객이 외면하면, 영화는 흥행할 수 없어. 회사가 성과를 못 내면, 새 영화는 찍을 수 없는 거고. 이건 너무나 당연한 거야.
사람은 늘 발전해야 해. 나는 그간 10여 년 동안 공포 영화를 찍어왔지만, 이젠 더 많은 관객을 만족시켜야 할 때야.
너도 더 많은 사람에게 네 작품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그러고 싶으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만 해.
티피, 남들은 네 출신을 모르지만, 나는 알고 있어. 돌아가서 네 할아버지께 물어봐봐, 그분도 내 생각에 동의하실 테니까.
모두가 영화사의 미래를 좀 더 생각하고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기만 했었다면, 우리 영화사가 지금처럼 몰락하진 않았을 거야.
그럼…… 그중에 한 장만이라도 남겨두면 안 될까?
그것도 안 돼.
영화사는 돈을 들여 너를 고용해서 배경을 그리게 했어. 그리곤 영화로 만들고, 수만 장의 녹화 테이프로 제작해 시장에 내보냈지.
그렇다면 영화 속 모든 것은 엑셀시어 스튜디오의 소유야. 당연히, 네가 그린 배경도 마찬가지고.
컬럼비아 저작권법을 찾아봐도 좋아, 거기에 확실히 규정되어 있으니까 말이야.
……
티피는 아직 어리니까 주스로 대체하자…… 자, 건배. 다들 이 잔 마시고 각자 갈 길 가는 거야.
건배.
티피, 너도 너무 우울해하지 마.
너는 몰랐겠지만, 사장은 이 작은 영화사를 접고, 평소 마음속에 담아뒀던 '블록버스터'에 투자하고 싶어 했거든. 그리고 다들, 그게 그저 시간문제일 뿐이란 걸 알고 있었어.
네가 원하는 그 배경판 말인데, 앞으로 네가 그리는 모든 배경이 그것보다 더 나을 거야, 날 믿어.
이젠 대형 영화사들도 네 실력을 인정했고, 그곳들은 자금도 충분하니까, 네가 원하는 걸 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질 거야.
그럼 너희는, 어느 제작사로 갈 생각이야?
내가 괜찮은 클라이언트들을 몇 명 아는데, 어쩌면 너희를 도와줄 수 있을지도……
나? 됐어, 괜찮아. 다음엔 광고 찍는 일이나 구해보려고. 어떤 광고 회사는 영화 촬영 경력직을 선호하더라고.
하하, 물론 그 사람들이 내가 찍은 영화를 본 적이 없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말이야.
에일린은? 지난 반년 동안 계속 구인 광고 보고를 있던데 어때, 마음에 드는 일자리는 찾았어?
헉, 그렇게 티 났어?!
나도 그 구직 사이트 써본 적 있거든. 그래서 네가 거길 보고 있을 때, 한눈에 눈치챘지.
그, 그렇구나……
솔직히 말하면, 나도 앞으로 내가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이 영화사에 있던 4년 동안, 내가 한 거라곤 슬레이트 치고, 씬 번호 기록하고, 슬레이트 치고, 씬 번호 기록하는 것뿐이었으니까.
이제 와서 나보고 다른 일을 하라고 해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거든…… 어쩌면 고향으로 돌아가 다른 기술을 새로 배워서, 조용히 살아가는 게 더 잘 맞을지도 몰라.
……다들 랭크우드를 떠나는 거야?
티피, 난 너만큼 능력도 없고, 운도 좋지 않아. 그저 너보다 업계에 조금 일찍 들어와서, 더러운 꼴을 좀 더 많이 봤을 뿐이지.
나는 앞으로도 계속 카메라로 밥 벌어먹고 살 수만 있다면야, 그걸로 만족해. 거기가 랭크우드인지 아닌지는 별로 중요치 않아.
대부분 사람에게 엑셀시어 스튜디오에서 하던 일은 그저 하나의 직업이었을 뿐이야.
사람은 한 가지 일을 오래 했을 때, 가끔 그 일이 자신에게 맞지 않았다는 걸 마지막이 돼서야 알기도 해. 그건 아주 정상적인 거야.
랭크우드에는 유명해지고 싶은 사람이 너무 많지만, 정작 유명해질 수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아.
그래도, 나는 너희와 함께 영화를 찍던 순간이 정말 행복했어!
난 너희 실력이 상업용 블록버스터 찍는 사람들보다 절대 못 하지 않다고 생각해. 아니, 오히려 그 대형 영화사 사람들보다 더 인간적일 때가 많지.
그게 바로, 내가 여전히 여기서 너희와 함께 일하고 싶은 이유야. 난 정말로 너희랑 영화를 몇 편 더 찍고 싶어……
사장이 너희를 버릴 이유가 전혀 없는데……!
그렇게 말해주는 것만으로 충분해.
사실 내가 랭크우드에 처음 온 이유는, 학교 공연에서 연기를 잘한다는 칭찬을 들어서였어. 그런데 막상 여기 와서 보니까, 난 그냥 특별할 것 하나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더라고.
하지만 티피, 네 재능이라면, 넌 언젠가 꼭 랭크우드 영화사에 기록될 백그라운드 페인터가 될 거라고 믿어.
너는 이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야. 그러니까, 넌 꼭 랭크우드에서 계속 버텨야 해.
언젠가 네가 상을 받게 된다면, 난 너와 함께 일한 걸 고향 사람들한테 자랑하고 다닐지도 몰라!
하지만…… 하지만……
에휴, 원래는 같이 술 마시면서 사장 욕이나 하려고 했는데, 어쩌다 분위기가 이렇게 우울해진 거야!
지금 술집에 사람도 없는데, 우리 그냥 같이 영화나 보자. 술도 마시고, 영화도 보고, 얘기도 하고, 예전처럼 말이야.
그럼…… 티피가 영화 하나 골라 볼래?
음, 그럼…… 처음으로 우리 같이 일했던 영화《나쁜 녀석들》 보자.
아니, 나한테도 영화 취향이란 게 있다고. 내가 찍은 망한 영화는 보고 싶지 않아!
매튜, 어차피 마지막인데, 티피 말대로 하자.
……알겠어. 그럼《나쁜 녀석들》 보자.
낡아서 색이 바랜 영사기는 윙윙거리며 작동음을 냈고, 세 사람은 작은 원 테이블 앞에 모여 앉아, 마지막에 천천히 올라가는 엔딩 크레딧을 바라보았다.
……풉.
하하하하하하하……
*랭크우드 촬영장 은어* 이거 너무 어색하잖아! 대체 저 남자가 어떻게 마지막에 시상대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건데!
왜 촬영 당시 아무도 작가한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쓴 거냐고 욕하지 않은 거야?
모, 몰라…… 아마도 감독이 잔인한 장면을 하나 더 원했던 거겠지 뭐…… 아유, 배 찢어지게 웃었네!
그리고 이 장면…… 너 그때…… 왜 이렇게 사람 콧구멍을 크게 찍은 거야?
나, 나도 몰라! 그렇게나 많은 컷을 찍었는데, 왜 하필 마지막에 제일 못생기게 찍힌 걸 집어넣을 생각을 했던 걸까!
더는 못 보겠어…… 하하하, 정말 완전 제대로 망한 작품이야!
하하하하…… 맞아! 이 영화의 배경도 정말 엉성했어, 전부 내가 며칠 밤을 꼬박 새워서 급하게 만든 거거든.
매번 영화를 보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올 때마다, 난 뛰쳐나가서 내 이름을 뜯어내고 싶어져……
그걸 몇 번이나 다시 본 거야? 난 지금까지 한 번도 안 봤는데!
나, 난……
티피, 혹시 네가 참여했던 영화들을 집에서 몰래 혼자 보고 있었던 거야?
그, 그런 거 아니야! 난 그저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정말 좋아하는 것뿐이야……
제일 이해 안 되는 이 장면을? 하하하하……
아니. 난 그 장면의 배경을 좋아하는 거야, 그 투박한 시상대 말이야.
너희는 아마 기억 못 하겠지만…… 그 배경판 뒤에는, 우리 스태프 전원의 사인이 담겨 있거든.
잠깐…… 그런 게 있었어?
응. 이 영화를 찍을 때, 난 막 합류한 참이었는데, 제작사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져서 곧 망한다는 소문이 돌았거든……
기존에 섭외했던 배우는 우리가 월급 못 줄까 봐 걱정됐는지, 갑자기 촬영 스케줄을 취소했었어. 곧이어 투자자도 갑자기 투자를 철회했고……
그랬지…… 그때 우리 다 같이 이게 마지막 영화겠다고 생각했었잖아. 끝까지 찍을 수만 있어도 성공이다 싶었지.
그때 내가 엑스트라 중에서 제일 화면발 좋은 사람을 하나 뽑아서 임시 남자 주연으로 세우기도 했었지……
그 사인, 마지막 크랭크 업 때 우리 다 같이 한 거야.
그래도 그때 우리, 결국 끝까지 찍긴 했잖아? 그리고 의외로 성적도 나쁘지 않았어. 심지어 어떤 극장은 처음으로 낮 시간대에 상영하도록 해줬잖아!
관객의 입맛에 맞추려고 억지로 넣은 피 튀기는 장면들은 우리 모두에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관객들은 또 그걸 아주 멋지고 시원시원하다고 생각했었지.
겨우겨우 2년을 더 버티다가 결국은 망했지만…… 우린 이미 한 번 영화사를 살려냈었으니까, 나는 우리가 패배자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
티피…… 그래서, 넌 아직도 우리를 붙잡고 싶은 거야?
티피, 네가 우릴 격려하고 싶은 건 알겠어.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영화사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없어……
아니, 난 너희 선택을 존중해.
다만, 모두가 떠나기 전에, 그 배경판 뒤의 사인을 다시 한번 보고 싶을 뿐이야……
……너희도 갈래?
희미한 불빛이 먼지 쌓인 소품들을 비췄다. 필름에 영상으로 기록된 이후, 그 소품들은 줄곧 이곳에 보관되어 있었다.
콜록콜록콜록…… 온통 먼지투성이잖아, 숨 막혀 죽겠네!
(작은 목소리로) 매튜, 조용히 해! 아직 경비가 입구에 있다구, 그러다 들키면 어떡하려고 그래!
(입을 틀어막고) 으…… 응.
(작은 목소리로) 쌓여있는 이 배경판들만 해도, 내 키의 몇 배는 되겠어…… 우리가 이렇게나 많은 영화를 함께 찍었을 줄이야!
(작은 목소리로) 흥, 높게 쌓인 건 배경판 뿐만이 아니야. 네가 기록한 표들도, 내가 찍은 필름들도 쌓아 놓으면 다 사람보다야 크지 않겠어?
(작은 목소리로) 찾았다!
세 사람은 한 배경판 앞에 멈춰 섰다. 2년이 흘렀음에도, 배경판 위의 물감은 그때처럼 여전히 선명했다.
……함께 뒤집어보자.
《마지막 영화》
감독 벤 로이
주연 소피아 마치, 라이언 해리스
촬영 매튜 토마스
……
백그라운드 페인터 티피 부커
……
스크립터 에일린 헌터
이것 좀 봐…… 이게 우리의 '빛나는 업적'이야.
《마지막 영화》, 하지만 진짜 마지막은 아니었지. 우리가 이곳을 살려냈었으니까.
여기 산더미처럼 쌓인 모든 배경판이 바로 우리가 함께한 증거야. 우리가 찍은 장면은 심지어 명예의 거리마저 전부 덮을 수 있을 정도라고!
(흐느낌)
매튜…… 괜찮아?
괜, 괜찮아…… 내, 내가 좀…… 술을 좀 많이 마셨나 봐!
건장한 남자는 흐느끼는 소리를 감추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에일린의 눈시울도 눈에 띄게 촉촉해졌다.
티피는 곁에 있는 두 사람의 손을 잡고, 천천히 배경판 앞으로 걸어갔다.
《나쁜 녀석들》 줄거리에 빗대자면, 지금 우린 이미 감옥에서 탈출한 뒤, 행사장의 악당들을 모조리 죽이고 나서, 시상대 위에 선 셈이야……
그럼, 랭크우드 최고의 촬영기사 매튜 토마스 씨! 그리고 랭크우드 최고의 스크립터 에일린 헌터 양! 소감 한말씀 해주시죠!
난……
난 말이야……
(큰 목소리로) 엑셀시어 스튜디오, *랭크우드 촬영장 은어*!
……
(더 큰 목소리로) 랭크우드, *랭크우드 촬영장 은어*! *더 전문적인 랭크우드 촬영장 은어*!
나…… 엑셀시어 스튜디오, *랭크우드 촬영장 은어*!
랭크우드, *랭크우드 촬영장 은어*!
세 사람의 목소리는 창고 안에서 오래도록 메아리쳤다. 메아리가 완전히 사라진 뒤, 그들은 더 이상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렸다.
하하하…… 나 술 진짜 많이 마신 것 같아…… 오늘 우리 모두 다 많이 마셔버렸어……!
방금 내 머릿속에, 영화를 찍었던 지난 몇 년이 한순간에 스쳐 지나갔어. 마치 꿈꾼 것처럼…… 순식간에 말이야!
맞아…… 꿈 같았지.
티피는 매튜와 에일린의 손을 꼭 잡고,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럼, 이제 모든 관객에게 마지막 인사를 드려볼까.
(손을 들어 올린다)
(손을 들어 올린다)
하아, 스포트라이트가 하나 있으면 정말 좋을 텐데……
티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고 눈부신 빛이 세 사람을 비췄다.
거기 누구야? 움직이지 마!
손 들어!
이런…… 아까 너무 크게 떠들어서 들켰나 봐! 어떡해? 도망칠까?
……무조건 도망쳐야지!
잠깐!
왜, 왜 그래?
경비가 곧 들이닥칠 거야!
어차피 들킨 거, 우리 같이…… 이 시상대나 훔쳐 갈래?
티피는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녀는 빛줄기가 점점 더 흔들리며 가까워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거 참 좋은 생각이야.
그날 밤, 랭크우드 거리에는 거대한 이동식 배경판 하나가 갑자기 나타났는데, 그 배경판에는 거대한 시상대가 그려져 있었다.
별의별 일이 다 있는 랭크우드에서도, 이런 황당한 장면은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여 사람들은 잽싸게 하나둘씩 카메라를 들어 기록을 남겼다.
랭크우드 명예의 거리 보도 위에 있는 시상대, 명예의 전당 정문 앞에 있는 시상대, 영화 광장의 한가운데 있는 시상대…… 다양한 장면의 사진이 찍혔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누구도 배경판을 짊어진 사람을 제대로 찍지 않았기에, 그저 세 개의 흐릿한 그림자만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 셋의 신원은 사람들의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 재미있는 일화는 식사 자리에서 잠깐 웃고 지나가는 얘깃거리로만 남았다.
랭크우드엔 유명해지고 싶은 사람이 산더미처럼 있지만, 정말로 유명해질 수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런 일이 일어난다 해도, 사람들의 기억에 남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