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함께 추는 춤

함께 추는 춤

오퍼레이터 레코드브릿지

의도적으로 일어났다고 짐작되는 무도회장 화재 이후, 테크노와 그녀의 예술가 친구들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자신들을 억압하는 모든 것에 대해 '아니오'라 말하려 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테크노


무도회장 사장

……익스페리멘탈 록, 한 표…… 애시드 재즈…… 한 표……

무도회장 사장

……데스 메탈, 한 표.

무도회장 사장

친구들, 어제랑 똑같잖아. 결국, 또 이번 주 무도회장의 테마곡 장르를 정하지 못했어.

무도회장 사장

그럼, 이제 자유 토론을 시작하도록 하지.

테크노

설리번! 저번에 블랙박스의 공연을 보고 나서, 이번엔 데스 메탈에 투표하기로 나랑 약속했었잖아!

설리번

그렇지만 난 어디에도 구속받지 않고 자유로운 일렉트로닉 뮤직이 더 좋아. 이거야말로 진정한 미래의 소리라고!

설리번

까짓 것 티켓 값은 내가 돌려주면 되잖아……

설리번

내 새 작품이 팔린 후에 말이야.

테크노

네게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한 그 공연을, 고작 티켓 두 장 살 돈과 비교한다는 게 말이나 돼?

테크노

다시 투표하도록 해.

설리번

나는……

거리의 조각사

다시 투표하는 건 불가능해.

거리의 조각사

암암리에 투표수를 늘리는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서, 사장님이 내게 이번엔 점수판을 금속 재질로 만들라고 신신당부하셨었거든.

거리의 조각사

하지만 비용적인 측면을 고려하다 보니, 미처 금속판의 경도를 제대로 선택하지 못했지. 그 때문에 전기 드릴을 써야만 겨우 개표 결과를 기록할 수 있어서 수정이 아주 힘들단 말이야.

*위이잉 거리는 전기 드릴 소리*

설리번

솔직히 이제 투표로 정하는 건 포기해야 하지 않아?

설리번

투표함 머신, 음성 제어 점수판, 임시 외부 오디오 장치 그리고 집단 최면 시도까지…… 수단이 다양해지는 만큼 점점 더 무서워.

설리번

심지어 지난 투표 때 '마스터'가 라이타니엔 민요를 이기게 하려고, 한 손에 쥐고 있던 순오리지늄 열 개를 던져 우리의 시선을 돌리고는, 그 사이에 점수판에 손을 댔었잖아.

무도회장 사장

제일 소름 돋는 건, 그가 성공했다는 사실이지.

거리의 조각사

그래서 '마스터'의 투표권은 취소됐잖아!

*위이잉 거리는 전기 드릴 소리*

설리번

뭐? 뭐라고 말했어?

테크노

……한 표…… 또 딱 한 표뿐이야.

테크노

지하 도시에서 투표할 때도 이랬는데, 어째 여기서도 여전히 변한 게 없네.

테크노

내 예술적 감각을 이해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니, 정말 더 이상은 여기 못 있겠어!

무도회장 사장

에이, 화내지 마, 테크노. 넌 우리 무도회장이 제일 환영하는 손님이라고.

무도회장 사장

다만 예술 거리도 여기만의 규칙이 있어. 서로 인정하지 않는 잘나신 예술가들을 한데 모으기 위해, 우리도 할 수 있는 건 진작에 이미 다 해봤다고.

무도회장 사장

추천곡의 선정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의 예술작품은 무도회장에서 무료로 전시할 수 있어. 물론 네 작은 인형도 마찬가지고.

테크노

알겠어……

무도회장 사장

그리고, 흠, 데스 메탈은 확실히 좀……

테크노

확실히 좀 뭐?!

*위이잉 거리는 전기 드릴 소리*

테크노

너무 시끄럽잖아, 조각사! 조금 이따가 다시 점수 매기라고!

*위이잉 거리는 전기 드릴 소리* ……크노…… 테크노…… 일어나 봐……

테크노

너희는 내 추천곡이 뽑히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아. 이번에는 어떤 놈이 장난을 치는 거야?

……이미 많은 곳의 불길을 진화했다…… 기둥 제거 완료…… 연기와 먼지를 과다 흡입하여 잠시 의식을 잃은 것으로 의심된다……

설리번

무슨 이상한 냄새 안 나?


소방대원

……테크노! 내 목소리 들리니, 테크노?!

소방대원

젠장, 진작에 경고했었잖아. 무도회장의 회로 배선이 너무 엉켜있으니, 인화성 물질을 그렇게 많이 쌓아두면 절대 안 된다고.

소방대원

아니…… 결국은 다 내 탓이야. 내가 너희 대신 그 물건들을 잘 처리했어야 했어. 하기야 너희같이 착한 아이들이 어떻게 자신의 작품을 버릴 수 있었겠어?

테크노

디아즈…… 영감……?

디아즈

다행이야, 깨어났구나! 의료진이 곧 도착할 거다.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어.

테크노

데스 메탈…… 테마……

디아즈

아무 말 하지 마. 너는 지금 휴식이 필요해.

테크노

설리번…… 사장…… 그 사람들……


기자

……네, 저는 지금 화재 사고 현장에 나와 있습니다.

기자

소방서는 신고를 받고 즉시 구조대를 출동시켰지만, 예술 거리가 너무 외진 곳에 있어 구조대가 제때 현장에 도착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기자

불길이 계속해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진화와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어서, 이번 화재 피해자와 인터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우선, 이번 화재 피해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화재가 일어난 원인에 대해선 알고 계신가요?

설리번

네가 정말 '유감'이라고 생각한다면, 쓸데없는 질문 좀 그만하고 도움될만한 일이나 해, 제발!

설리번

이전에 예술 거리에 불이 났을 때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었지. 당신 같은 기자조차 취재하러 오지 않았어.

기자

아무래도 예술 거리에는 장기간 잠재된 화재 위험이 있어 보입니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화재와 방치된 폐기물…… 이 모든 게 이미 주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죠.

설리번

그게 무슨 소리야?

설리번

화재와 우리 작품은 아무 상관 없다고!

설리번

확실히 우린 자금이 부족해서, 자투리 재료만 가지고 작품을 만들었어. 그래도 작품에는 우리의 예술적 표현이 충분히 담겨있다고.

기자

길거리 예술가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무관심했고, 작품이 전혀 가치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자기중심적인 활동을 계속했습니다. 그 결과로 이런 비극이 발생한 것입니다……

설리번

계속 헛소리 지껄여 보시지!

기자

……윽……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결국 그들이 가진 최후의 수단입니다…… 이렇게나 몸가짐에 신경 쓰지 않는 부랑자들이 고상하고 순수한 '예술가'라고 자처하다니…… 정말 믿기지가 않는군요.

테크노

설리번! 멈춰! 저 녀석은 일부러 네 화를 부추기는 거라고. 이거 생방송으로 중계되고 있어.

테크노

잊었어? 이전 여론 때문에 우리한테 유일하게 호의적이었던 스폰서마저 잃었었잖아.

설리번

나도 알아.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지금 같은 시기에 저딴 식으로 비아냥대는 꼴은 도저히 못 참겠어!

설리번

사장님의 무도회장은 얼마 전 막 리모델링이 끝난 상태였어. 벽에 그려진 벽화는 우리가 하나하나 그린 거였고.

설리번

카운터 위의 오리지늄 동력 장치는 조각사가 2년 동안 모은 돈을 모두 쏟아부은 거였어. 다음 달이면 전시회에 출품할 예정이었고, 잘하면 《아츠 리뷰》 잡지에 실렸을지도 몰라…… 그런데 지금은?

기자

콜록…… 여기 길거리 폭도들은 판지, 목재, 오리지늄 제품과 같은 인화성 물질을 노화된 회로에 의도적으로 배치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그들에게는 일종의 '예술'을 표현하는 방식일지도 모르겠군요.

기자

하지만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라면, 앞으로 이런 재난은 늘어날 뿐 절대 줄지 않을 것입니다.

설리번

이쪽 토지의 매입 계획이 상인과 군부 세력에 의해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나서부터, 우리에게 일어나는 '사고'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어.

설리번

성인군자인 것 마냥 점잔 빼는 저 '기자'를 누가 보낸 건지, 정말 아직도 모르겠어?

테크노

……


기자의 목소리

……저희는 세입자들이 자칭 '예술의 요람'이라 칭송하는 거리가 실상은 그저 화재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폐건물 단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기자의 목소리

현재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예술 거리 리모델링 사업을 인수하길 원하며, 도솔레스의 풍경을 건설하는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기자의 목소리

그 중 군부 측 대표의 의지가 가장 강한 것으로……

아첨하는 병사

마테오 대위님, 이번 수는 정말 완벽했습니다. 방송국 생방송의 압박을 받으면, 아무리 그 양아치 놈들이라도 엉뚱한 일을 벌이지 못할 겁니다.

마테오

흥, 상인들은 군부 측 대표의 머릿속은 총알로만 가득 차있으니, 매입 계획에서는 전혀 상대가 안 된다고 생각했겠지.

마테오

하지만 예술 거리의 골칫거리 놈들을 다루는 건, 이래 봬도 내가 훨씬 경험이 풍부하다고.

아첨하는 병사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마테오

만약 그 기자가 이번 일을 잘 처리해준다면, 우리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기만 하는 저 부랑자 놈들을 보상금 한 푼 주지 않고도 예술 거리에서 쫓아낼 수 있을 거야.

마테오

걔들은 겉보기엔 강경해 보이지만, 내심 인정받는 것에 목말라 있지. 집결지를 태워버리고 나면, 그다음에 이놈들이 또 무슨 작당 모의를 할지 오히려 기대되는군.

아첨하는 병사

대위님, 정말 배포가 남다르십니다. 저희가 그 땅을 사들일 날도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

기자의 목소리

……이렇게 제멋대로에 도덕적이지 못한 방법이라면, 앞으로 더욱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노숙자가 될지도 모릅니다.

기자의 목소리

아, 여기 화재의 중심에서 막 구조된 아이가 있는데요. 한번 인터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자의 목소리

꼬마야, 부모님은 어디 계시니? 그리고 몸에 난 상처는 좀 어때?

참는 듯한 목소리

……누가…… 꼬마야……

기자의 목소리

꼬마야, 억지로 괜찮은 척할 필요 없어. 그 무서운 옷차림의 불량배들은 삼촌들이 엄청 혼내줬으니까. 자, 이제 우리가 집으로 데려다 줄게…… 아얏!

분노하는 목소리

두린족을 만나본 적도 없는 게 무슨 놈의 기자냐? 도대체 누구더러 꼬마라는 거야!

기자의 목소리

악! 이 꼬맹이 녀석 뭐하는 거야, 아파 죽겠네!

기자의 목소리

멍청아! 어서 카메라 끄고, 이리 와서 꼬맹이 좀 떼어내!

촬영기사 목소리

알, 알겠어요!

마테오

……

아첨하는 병사

……

마테오

흥…… 과연, 골치 아픈 문젯거리군.

아첨하는 병사

대, 대위님 말씀이 맞습니다.


기자

씁…… 키는 쪼끄만 게 힘만 무식하게 세네.

인턴 촬영기사

선생님, 이 각도에선 도저히 무도회장의 내부 상황을 찍을 수 없어요……

기자

네 머리는 장식품이냐? 밖에서 찍지 못하면, 안으로 들어가면 될 거 아니야.

기자

우리가 촬영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다시 말해 불이 난지도 꽤 시간이 지났어. 무도회장에 난 불길이야 운 좋게 잡혔지만, 옆의 두 건물은 그렇게 운이 좋지 않았군……

기자

하하, 하지만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겠어? 제일 먼저 영상 자료를 확보한다는 건, 특종 기사를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야.

테크노

멈춰.

기자

방금은 정말 미안했습니다. 저희는 그저《사회 뉴스》에 실을 현장 사진 두 장만 찍고 가려던 것뿐이에요.

테크노

불타버린 우리 작품을 뉴스거리로 삼아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나서, 불안에 떠는 대중의 여론을 등에 업고 우리를 내쫓으려는 거지?

기자

그렇게 나쁘게 말하지 마세요. 모처럼 당신들 작품이 신문과 방송에 대문짝만 하게 나올 기회지 않습니까?

기자

얼마나 좋은 홍보 기회예요. 운만 좋으면 한 번에 대박 날 수도 있다고요.

테크노

자신의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 잿더미가 되는 모습을, 각종 미디어에서 몇 번이고 다시 보라는 거야? 세상에 어떤 창작자가 그런 잔인한 행동을 묵인할 수 있겠어!

기자

심혈? 솔직히 말하자면, 불이 나기 전에도, 이 '작품'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재난 같았습니다만……

설리번

흥, 네가 예술을 알기나 해!

기자

네, 맞습니다. 저는 그저 평범한 관중에 불과하지요. 하지만 그래도 작품을 평가할 권리는 있잖아요?

기자

비루한 터치와 볼품없는 합성 효과…… 이따위 불량품은 놀이공원에 있는 귀신의 집에 가져다 둔다 해도, 아무도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기자

그래도 지금은 나름대로 '가치'가 생긴 것 같군요.

기자

당신 같은 예술가들의 주장대로면, 잿더미도 아름다운 거 아닙니까?

기자

당신에게 우리 취재를 막을 자격은 없습니다. 그러니 이만 비켜주세요.

디아즈

그렇다면, 나는 자격이 있나?

기자

당신은, 혼자서 불을 끄러 왔던 그 소방대원?

기자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오는 행동이었습니다. 여기 이건 제 명함입니다. 혹시 단독 인터뷰하실 생각이 있으시면 꼭 저희에게 연락해주세요.

기자

그럼, 좀 지나가겠습니다.

디아즈

지금 현장은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야.

기자

네?

디아즈

화재가 발생한 후에는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전면적인 소방 점검이 필요하지. 부디 소방서의 업무에 협조해주길 바라.

기자

……제가 알기로, 소방서는 예술 거리 주변에 근무 인원을 배치한 적이 없어요. 지금 이거 근무지 이탈입니다, 소방대원 선생님.

디아즈

내가 알기에는, 아무리 무도회장의 전기 회로가 심각하게 노후화되었다지만, 전기 스파크만으로는 절단면이 절대 이렇게 평평할 수 없거든. 게다가, 현장에 아주 기가 막힌 타이밍에 왔더군, 기자 양반.

기자

쳇.

기자

어디 한번 두고 봅시다.


인턴 촬영기사

어라, 가로등이 왜 켜지지 않죠…… 칠흑같이 어두운 게…… 너, 너무 무서워요.

기자

이게 다 그 귀찮은 소방대원이 진입을 막아서 그래. 현장 사진만 얼른 찍고 바로 돌아가자.

기자

그 허접한 '예술품'들의 사진이 온 세상에 퍼지게 됐을 때에도, 폭도들이 계속 기고만장할 수 있을지 두고 보겠어.

기자

무도회장의 정확한 위치가 어디지? 우리 제대로 가고 있는 건 맞아?

캄캄한 골목길 안, 그들의 발밑으로 무스비스트가 스쳐 지나갔다.

이제 갓 입사한 신입 촬영기사는 깜짝 놀라 당황하며 카메라의 불빛으로 얼룩진 시멘트벽을 비췄다.

인턴 촬영기사

빨갛고 찐득한 액체…… 게다가 아래로 떨어지고 있어요…… 서, 설마……

기자

흥, 빨간색 물감으로 기하학적인 패턴 좀 그려놨다고 다 아방가르드인 줄 아나? 이따위 녀석들이 나한테 예술을 모른다고 하다니.

기자

예술의 본질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는 데 있지.

기자

기쁨, 슬픔, 분노, 공포…… 예술품을 감상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모든 가면을 벗어 던지고, 어떤 거대한 힘에 빨려 들어가서 그 속으로 몰입하게 돼.

기자

뭐, 그 녀석들 수준으로는 어림도 없겠지만.

인턴 촬영기사

기자님이 예술에 대해서 이렇게 잘 아시는지 몰랐어요. 한 수 배웠습니다.

기자

낮의 상황이야 물론 너도 봤겠지만, 그 거리의 예술가들이 생트집을 잡는 꼬락서니는 마치 작은 재앙과도 같아. 만약 그 녀석들에게 잡힌다면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하지.

기자

내가 방송국에 이미 연락해 뒀으니까, 카메라 메모리 카드가 도착하기만 하면 바로 방송할 수 있어. 마테오 대위가 그걸 보고 나면, 우리는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거야.

인턴 촬영기사

알겠습니다!

인턴 촬영기사

무, 무슨 소리지?!

좌측 창문쪽 소리

눈꺼풀 무거워 죽겠네. 시간이 이렇게 늦었는데, 애는 왜 아직도 안 자는 거야……

좌측 창문쪽 소리

자기야, 조금만 참아. 이전 화재 때 많이 놀라서 그래.

기자

한심하긴. 그냥 애를 재우려고 달래는 부부 소리잖아.

좌측 창문쪽 소리

무도회장 사장님이 그러던데, 이번 화재는 누군가 일부러 저지른 거래.

좌측 창문쪽 소리

정말 괘씸하네. 이것 좀 봐, 아이의 머리카락이 다 불꽃에 타버렸어……

인턴 촬영기사

아이가……

기자

야, 너 설마 아이도 무서워하는 거야?

인턴 촬영기사

그게 아니라…… 길모퉁이에 아이가 하나 서 있는 것 같은데…… 어째 걔 몸이…… 빛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인턴 촬영기사

하지만 오늘 밤은 달이 뜨지 않았잖아요…… 분명 뜨지 않았다고요!

인턴 촬영기사

선생님…… 으악…… 저게 뭐죠? 저게 왜 저희를 쳐다보고 있는 거예요!

기자

너, 너 이 자식 뭘 무서워하는 거야! 미동조차 없는 거 안 보여? 분명 그 양아치 놈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일 거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이'가 머리를 천진난만하게 비틀었다. 머리는 목덜미에 탁 걸려선 비인간적인 각도로 접혔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아이'는 얼굴에 서늘한 미소를 머금은 채로 비틀비틀 뛰기 시작했다.

인턴 촬영기사

일반적인 아이가…… 이렇게 빨리 뛸 수 있나요…… 선생님……?

기자

인턴, 우리 일단 여기에서 벗어나고 보자……

기자

……어디로 간 거야?

인턴 촬영기사

아악……!! 왜 하필 출근 첫날부터 이런 일이 생기는 거야……

기자

한심한 놈…… 기다려! 카메라 떨어트리지 말고!

설리번

역시 테크노라니까. 네 인형 조종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는 것 같아.

테크노

그보단 협조해준 위층의 화가 부부에게도 감사해야 해. 무도회장의 불길이 부부가 키우는 파울비스트에게까지 퍼지는 바람에, 두사람 다 머리끝까지 화가 나 있던 참이었거든.

테크노

감히 우리 작품을 귀신의 집에 있는 장식품만도 못하다고 하다니. 그 사람들한테 예술을 하는 사람이 마음먹으면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는지, 꼭 본때를 보여줄 거야.

테크노

“예술의 본질은 감정을 움직이는 데 있다”고? 좋아, 그럼 '공포'가 어떻게 생겨나는지 한번 보여주지.

테크노

설리번, 다들 준비하라고 해. 진짜 재밌는 건 이제부터 시작이야.

인턴 촬영기사

하아…… 하아…… 집, 집에 가고 싶어요……

인턴 촬영기사

저희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불에 타 죽은 아이의 원한이 제일 깊다고 하셨어요. 분명히 우리한테 복수하러 온 걸 거예요!

기자

헛소리하지 마, 우리는…… 양심에 가책을 느낄만한 일은 한 적 없다고……

기자

너 지금 제정신이야? 웃지 마! 혹여라도 시끄러워서 입주민이 잠에서 깨면, 사진을 못 찍게 되잖아!

인턴 촬영기사

선생님, 이건 그놈의 웃음소리예요…… 그놈이 우리를 데리러 온 거라고요!

설리번

어라, 우리 전선 다 타버리지 않았었나? 이 효과음은 어디서 나는 거지?

테크노

투리온이 헬스용 자전거를 임시 발전기로 개조했어.

설리번

오, 나이스!

설리번

가만, 그럼 투리온은 오늘 저녁, 새 작품으로 우리 계획에 참여하지 않는 건가?

테크노

《힘차게 페달을 밟는 투리온》이 투리온의 작품인 셈이지.

테크노

잊었어? 그 녀석이 제일 잘하는 건 행위예술이잖아.

설리번

……

인턴 촬영기사

하하…… 이젠 다 끝났어요. 막다른 골목이라구요……

기자

정신 차려! 단지 귀신인 척하는 어린애일 뿐이야. 네 카메라나 잘 설치해, 뭐가 됐든 마테오 대위가 줄 보수는 받아야 할 거 아냐!

기자

아이고, 씁…… 아파라…… 아니, 내 뒤에 숨지 말고, 이 자식아!

인턴 촬영기사

제, 제가 아니에요, 선생님……

기자

뭐? 잠깐만…… 우리 뒤에…… 누가 있는 것 같은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그림자였다.

발밑에서 골목 입구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도망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없애버렸다.

기자는 순간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의 두 눈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기어코 뒤를 돌아보고 말았다.

그것은 매우 참담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흉악하고 시뻘건 입을 쩍 벌리고, 탄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곧이어, 삐걱거리는 소리가 서늘한 한기를 머금은 채 그들의 귓가에 다다랐다.

“……예쁘지…… 나 예쁘지……?”

인턴 촬영기사&기자

예뻐으아악!!!

테크노

과연. 머리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오리지늄 구동 장치를 풍력 구동으로 대체해서 움직임을 불규칙하게 만든 게, 오히려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결과를 가져왔어.

설리번

투리온도 대단하군. 만약 자전거 페달을 밟는 속도를 조절하지 않았다면, 불빛에 비친 그림자가 저렇게 절묘하게 나오지 못했을 거야.

설리번

혹시 그 녀석 다른 발전 사업할 생각은 없대?

거리의 조각사

아름다움에 대해 물어봤던 그 풋내기 기자에게 감사해야겠군. 덕분에 새로운 영감을 얻었어.

거리의 조각사

이건 무도회장에서 구해낸 동력 장치를 개조한 거야. 빛과 그림자 쪽으로 새로운 시도를 한번 해봤어.

거리의 조각사

난 다음 달 전시회에 이 작품으로 참가할 예정인데, 어쩐지 전시장을 뒤흔들만한 끝내주는 작품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테크노

새로운 시도……

테크노

설리번, 너도 알다시피, 나는 늘 다양한 음악 장르에 관심이 있었어.

설리번

나도 잘 알고 있어, 테크노. 그런데 지금은 정말로 네게 돌려줄 티켓 두 장 값이 없어.

테크노

뭔 헛소리하는 거야……

테크노

내 말은, 콜라보에 관심이 있는지 물어본 거라고.

기자

대체 어디서 나는 소리야! 분명히 아무도 없는데, 어째서 누군가 내 귓가에 속삭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지?!

테크노

와, 이 이펙터 잘 골랐네.

인턴 촬영기사

우린 결국 이 예술 거리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예요…… 선생님…… 저 머리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했어요……

설리번

그렇지! 중간에 있는 그 여덟 마디의 불협화음을 잘 들으라고, 모두 내가 정성껏 만든 거니까.

인턴 촬영기사&기자

제발 살려줘어어!!!

설리번

테크노, 이번에 완전 다시 봤는걸…… 이렇게 위압감 있는 소리도 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

기자

앞에, 앞에 빛이다! 드디어 벗어날 수 있어, 마테오의 보수 따윈 개나 줘버리라지!

테크노

콜록콜록, 오래전부터 한번 해보고 싶었어.

테크노

흥미가 생긴 거지? 며칠 뒤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오래된 헤비메탈 밴드의 공연이 있는데, 거기 데려가 줄게. 다음번에 투표할 때는 어떤 핑계도 대지 못할걸.

설리번

하하하, 그래그래! 그럼 내가 작곡할 땐 네가 가이드 녹음해줘.

테크노

그 정도야 문제없지.

설리번

응? 저 두 사람 어디로 뛰어가는 거지?

???

……하아…… 후우…… 어떻게…… 내 쪽으로…… 온 거야…… 하아……

기자

……

인턴 촬영기사

……

투리온

아잇…… 어쩌다…… 기절까지 다 하고……

투리온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건…… 역시 쉽지 않네…… 힘들어 죽겠어…… 테, 테크노!

테크노

고생했어, 투리온.

테크노

내 예상한 대로야. 너를 끝에 배치한 것은 역시 신의 한 수였어.

설리번

형씨, 지금 네 모습, 좀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설리번

얼굴은 하얗게 질려서는 땀이 줄줄 흐르는 게 마치 호수에서 갓 튀어나온 물귀신 같네…… 아니 근데, 너 옷은 어쩐 거야?

투리온

헤헤…… 예술을 위해…… 희생을 좀 했지……

설리번

이젠 어떻게 하지?

테크노

음…… 이 젊은 촬영기사 말이야, 비명 지른 거랑은 별개로 사진은 꽤 잘 찍었네.

테크노

이번 공연은 모처럼 예술 거리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준비했는데, 관객이 달랑 두 명밖에 없다는 게 너무 아쉽군.

테크노

앗, 좀 전에 카메라가 도착하기만 하면 바로 방송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어?


설리번

테크노? 축하연에 안 가고 혼자 계단에 앉아서 뭐 하고 있어?

테크노

방송 나가고 나서 반응이 어땠는 줄 알아?

설리번

황당하다느니, 무섭다느니,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라느니…… 별별 평가가 다 있었어. 그래도 이제 더는 방송국이 우리를 귀찮게 하지 않겠네.

테크노

그렇다고 해서, 이제 우리가 안심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야.

테크노

아직도 많은 사람이 이쪽 땅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 그 사람들은 길거리 예술 작품의 가치도 모른 채, 그저 우리 같이 '생산 능력이 없는 부랑자'를 쫓아내고 싶어하지.

설리번

아휴…… 오늘 축하연은 몇몇 사람들의 송별회기도 하잖아.

설리번

원래부터 예술을 한다는 게 돈도 많이 들고 인정받기도 어렵지. 거기에 신변의 안전마저 보장되지 않는다면, 하루하루가 정말 고될 거야.

테크노

이 무도회장은 언제쯤에나 다시 개장할 수 있을까?

호기심 넘치는 여행객

저… 실례지만, 말씀 좀 물을게요.

호기심 넘치는 여행객

혹시 두 분, 방송국 심야 프로그램에 나온 거리의 예술가들이신가요?

테크노

맞아.

호기심 넘치는 여행객

대박! 그럼 저랑 사진 한 장만 찍어 주시면 안 될까요? 저랑 제 친구들은 그 영상에 나온 작품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호기심 넘치는 여행객

제가 뭐 예술을 공부했다거나, 이론에 빠삭하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어떠한 느낌을 받았을 뿐이긴 하지만요. 뭐랄까…… 억압을 받은 후에 생긴 울분과 자조같은…… 제 말이 틀리더라도 너무 뭐라 하진 마세요……

테크노

너…… 정말 우리 작품이 좋아?

호기심 넘치는 여행객

당연하죠!

설리번

어떤 작품을 제일 좋아하는데?

호기심 넘치는 여행객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건……

호기심 넘치는 여행객

어라…… 갑자기 여기 왜 이리 많은 사람이……

테크노

잠깐만.

테크노

다행히 점수판에 사용된 금속은, 녹는 점이 높아 화재에 녹아내리지 않았어.

테크노

친구들, 우리의 투표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비록 추천한 음악 스타일은 너희를 이기진 못했지만, 내 작품마저 그러진 않을 거 같은데?

설리번

우리 작품이지.

설리번

믹스테이프를 좋아하는 사람은 첫 번째와 마지막 번호에 투표해줘.

설리번

아가씨, 여기 드릴 받아.

호기심 넘치는 여행객

오, 이거 참 멋진데요, 이건 어떤 새로운 체험 장치인가요?

거리의 조각사

내 아이디어야.

거리의 조각사

참고로, 그 작품이 마음에 들면 중간 번호를 투표하도록 해.

무너진 무도회장 앞, 허름한 스피커에서 계속 흘러나오는 기괴한 스타일의 합주곡이 행인들을 사로잡았다.

테크노는 작은 인형을 꺼내 사람들이 자신에게 투표하도록 어필했고, 조각사는 분필을 꺼내 바닥에 무언가 그렸다.

페페 투리온은 옷을 벗으려 했으나, 사람들에게 제지당했다.

새까맣게 탄 두 개의 작은 인형이 관객들의 발아래서 서로의 손을 잡은 채 배경음악에 맞춰 부드럽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만약 인형을 더 크게 만들어 더 많은 사람이 보게 한다면, 어쩌면 우리를 이해하는 더 많은 사람을 발견할지도 모른다고 테크노는 생각했다.

언젠가는 그들 모두 더 넓은 곳에서 춤을 출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