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떠난 날
시에스타 사건 종결 후 실론과 함께 고향을 떠나 로도스 아일랜드로 향하게 된 슈바르츠는, 떠나기 전, 허먼 시장으로부터 임무를 부여받게 된다.
관광객 여러분, 시민 여러분! 침착하십시오. 이틀 전 합동 라이브에서 발생한 지진은 우발적 사고였습니다.
재앙정보전달자 크로닌 님의 조사를 통해 이런 일이 다시는 없을 거란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신중한 검토와 각 밴드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시 정부에서는 사흘 뒤 저녁에 합동 라이브를 다시 개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와 함께 시 정부 역시 화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예정이오니, 걱정 없이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그저껜 무서워 죽는 줄 알았다니까.
그렇게 심했던 거야? 호텔에서 자고 있어서 위층에서 커다란 뚱보가 줄넘기를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걸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지……
그렇게 엄청난 일이 있었는데도 거리에 사람이 많잖아? 도시 전체가 썰렁해질 줄 알았는데.
사실 돌아간 사람도 꽤 많은데, 그래도 시 정부에서 재빨리 대처한 덕분이었지.
라이브가 중단되니까, 허먼 시장이 직접 나와서 상황을 설명하더라고. 요 며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모두들 안심한 눈치야.
천만다행이네. 시에스타 같은 곳이라면 좀 더 놀고 싶으니까.
……
보스, 찾으셨습니까?
찰리, 난 이제 보스가 아니다. 내일부터는 네가 치안국의 국장이다.
네? 요새 농담이라도 배우시는 겁니까, 보스?
농담이 아니다.
그렇게 큰일을 이제야 말씀해 주시는 겁니까?
내가 치안국에 남긴 건 빈자리 하나일 뿐. 거기에 딱히 다른 게 있는 건 아니니, 주인님께서 인수인계할 사람을 찾아주실 거다.
이 정도면 됐겠지?
……보스, 이러지 마십시오. 한 달 넘게 자리를 비운 적도 없던 보스가 갑자기 손을 떼시겠다뇨?
이번엔 상황이 달라, 아가씨를 모시고 멀리 다녀와야 하거든. 한동안 돌아오지 않을 거야. 주인님께는 널 추천해 뒀다.
……국장 같은 높은 자리는 제가 감당할 수 없습니다.
치안국에 사람이 많긴 해도 반은 머저리에다, 반은 꽉 막힌 샌님뿐이지. 너라면 그나마 내 마음이 놓여.
하지만 저는 보스처럼 잘 싸우지도 못하잖습니까?
나한테서 배운 것으로 평범한 용병단을 상대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거다.
너희들이 상대할 수 없는 상대라면…… 오랫동안 주인님과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 중에서는 예전에 잠시 봤었던 그 사람뿐일 거야.
아, 그 노인은 확실히 말도 안 되게 강했죠!
하지만 이것도 그냥 예를 들어 한 얘기일 뿐이니 걱정할 것 없다. 진짜 문제가 생기면 날 찾아오도록 해.
하아, 어차피 제게 거부할 권리 따윈 없겠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선만 다하는 게 아니라, 만에 하나라도 주인님이 다치기만 해봐, 그땐 각오해라.
보스도 참…… 가끔 보면 사람이랑 대화할 줄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떠드는 건 귀찮아. 과묵한 자일수록 이 일에 적임자야, 넌 말이 너무 많은 편이라 그게 걱정이구나.
흡.
그럼, 갈게.
네? 이렇게 끝인 겁니까?
그래, 주인님께선 방송국 인터뷰 중이시다. 짐을 싼 뒤에 뵈러 갈 생각이다.
아, 그럼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뭐?
어쨌든 보스는 먼 길을 떠나시는 거니, 가시기 전에 좋은 말씀 하나라도 더 듣고 싶어서요.
게다가 보스의 후계자로서, 저도 허먼 어르신을 뵙고 싶습니다.
……
엇, 보스! 기다려 주십시오!
허먼 시장님. 시장님의 비서로부터, 크로닌 님께서 그저께 화산을 조사하다가 다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말이 사실입니까?
예, 아쉽게도 크로닌은 병상에 꽤 오랫동안 누워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 시에스타를 지키기 위해 크로닌 님께서 커다란 희생을 치르셨다니 정말 안타깝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그동안 시에스타를 위한 크로닌의 노고에 진심 어린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크로닌에 대해서는 더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최고의 의학 기술로 건강을 되찾아 드리겠습니다.
크로닌 님이 분명 돌아오실 거라고 저희도 믿습니다.
잠시 광고 보고 오겠습니다. 광고 뒤에는 신도시 문제에 관해 계속해서 허먼 시장님과 이야기를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크로닌은 또 누구야?
그 왜, 예전에 한동안 TV에 자주 나오던 그 재앙정보전달자 있잖아.
아, 생긴 건 멀쩡한데 왠지 가식적으로 보이던 그 사람?
맞아 맞아! 아무리 봐도 음흉해 보였는데…… 시에스타를 위해 희생을 자처했었다니, 관상이 꼭 과학은 아닌가 보네.
……
쳇, 저희가 크로닌을 가뒀는데 밖에서는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있다니…… 기분이 영 별로군요.
대중들에게 혼란을 줘선 안 돼.
압니다, 하지만 보스도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으실 텐데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자 때문에 아가씨와 보스가 무척 힘드셨다고 들었습니다.
……이상한 소문 같은 건 무시해 버려.
네. 그 이야기는 넘어가죠. 이번에는 어디로 가실 예정입니까, 보스?
아가씨를 모시고 로도스 아일랜드라는 회사를 방문할 생각이다.
아, 이번 사건을 해결한 진짜 영웅들 아닙니까! 아가씨가 그 사람들과 어울린다는 소리를 듣긴 했는데, 벌써 이야기가 그렇게 된 거로군요.
이제야 알겠네요. 아가씨가 볼일을 보러 나가실 때마다 보스께서 따라갔던 이유를요.
제약회사라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뒤로는 은밀히 용병 일도 하는 것 같던데…… 보스께서 가시면, 분명 하실 일이 있겠네요.
아마도.
하아, 어느새 아가씨께서 밖에서 일할 나이가 되셨다니……
아가씨랑 엄청 친한 것처럼 말하지 마.
하지만 저도 시에스타에 5년이나 있었는걸요. 아가씨가 빅토리아 공립학교에 다니실 때는 경호팀에서 일하기도 했는데……
헉.
하지만 아가씨는 여전히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그건 그래.
보스도 마찬가지고요.
그래?
네, 저희들이 보스를 알게 된 날부터 지금까지, 보스께선 늘 한결같은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디가 말이지?
으음…… 뭐라고 해야 할까요.
지금처럼 어르신과 아가씨 일에만 온통 마음을 쏟으신 채, 정작 자기 일에는 무관심한 그런 점이랄까요?
이쪽 업계에선 돈을 주는 사람이 최고라고들 하지만, 보스는 돈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니까요. 게다가 저희보다 훨씬 더 신경을 쓰시잖습니까?
평소에 해변가로 산책도 가고, 시내에서 열리는 뮤직 페스티벌에 가기도 하는데, 이것만으로는 안 되는 건가?
되고 안 되고의 문제가 아니라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해야죠. 하지만 그동안 보스를 지켜보면서 정말 이렇게 살 수 있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산다는 게 어떻다는 거지?
대답은 해 드릴 건데, 대신 폭력은 사양입니다.
내가 그렇게 한가한 줄 알아?
보수도 넉넉하고 어르신께서도 저희한테 잘해 주시죠. 죽을 때까지 충성한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 그래도 그동안 함께 지내온 정이 있지 않습니까?
게다가 집사람이랑 결혼할 때 어르신께서 직접 주례도 서주신 덕분에 하객들 앞에서 체면도 섰죠. 그래서 집사람은 맨날 어르신 잘 보필하라고 날마다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한답니다.
개인적으로는 저도 어르신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스가 제게 짐을 떠밀었을 때도 이 악물고 넘겨받기로 한 거고요.
하지만 전 어르신을 위해 모든 걸 바치겠다고 말하진 못할 것 같습니다, 보스.
누군가 제 가족을 가지고 협박한다면, 전 어르신을 계속 따르겠다고 장담할 순 없습니다.
네게 그러라고 한 적 없다.
압니다, 예를 들면 그렇다는 거죠.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보스밖에 없어요. 어르신이나 아가씨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는데도 보스는 두 분께 무한한 책임을 느끼고 계시죠.
……주인님과 아가씨는 내 가족이다.
아뇨, 보스. 제 뜻을 이해하지 못하셨군요.
집사람과 제 목숨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전 망설였을 겁니다.
하지만 보스는 안 그러실 겁니다.
안 그럴 거라고?
예, 절대로 안 그러실 겁니다.
……
아마도 그럴 것 같은데.
맞죠? 보스에게는 어르신이나 아가씨를 돕거나, 두 분을 돕기 위해 기다리는 길밖엔 없으니까요.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닐 텐데.
네, 그렇죠. 제가 상관할 바가 아니죠. 옳고 그름을 따질 자격이 없으니 생각나는 대로 말한 겁니다. 그래도 제 생각이 맞지 않습니까?
아마도.
시장님, 다음 스케줄은 하우스 씨의 파티입니다……
나중으로 미뤄. 에바 여사의 초대를 잊은 건가? 우선순위를 따져야지.
앗! 예, 알겠습니다.
응?
슈바르츠, 왔구나.
주인님.
주인님.
찰리, 슈바르츠한테 열심히 한다는 이야기 들었네.
감사합니다.
참, 다음 스케줄 30분 미루도록 해.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전 치안국 국장과 할 이야기가 있어서 말이야.
앗, 이분이신가요? 아, 알겠습니다.
슈바르츠, 이쪽으로.
감사합니다.
찰리 자네도 이왕 온 김에 비서를 따라가 인수인계받도록 하게. 이 부분은 깔끔하게 처리해 줄 거야.
알겠습니다.
찰리.
무슨 일입니까, 보스?
시에스타는 네게 맡기마.
……알겠습니다.
크로닌이 삐뚤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쓸 만했는데, 녀석을 대신할 인물이 영 신통치 않아 보이는구나.
좋은 인재 찾기가 참 어렵구나, 슈바르츠.
키워 두면 언젠가는 쓸 수 있을 겁니다.
그럴 수도.
슈바르츠, 네가 날 죽이겠다며 찾아왔을 때가 몇 살 때였지?
열두 살이었습니다.
그래, 맞아! 열두 살이었지.
열두 살의 킬러라…… 하하! 네가 포기하지 않았다면 난 네 손에 죽었을지도 모르지.
말씀드렸을 텐데요? 어린아이가 킬러인 것은 그렇게 드문 일은 아니라고요.
목표의 경계심을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 나도 안다. 네 덕분에 킬러를 구별할 수 있게 됐지.
예를 들면 저기 비치웨어를 입은 녀석, 선글라스를 쓴 채 두리번거리는 걸 보니 딱 봐도 킬러가 분명해.
훈련을 받지 않은 자입니다. 주변의 여자들을 쳐다보는 것뿐입니다.
그런가?
네, 확실합니다.
내 안목이 녹슬었나 보군.
그런 일이라면 제가 있지 않습니까?
떠나야 하는 거 아닌가?
……제가 떠나는 걸 원치 않으시는 겁니까?
아니, 반대다.
슈바르츠, 줄곧 날 괴롭히던 문제가 하나 있었지.
뭡니까?
네 미래다.
……어르신께서 신경 쓰실 일이 없으실 텐데요.
그거야, 슈바르츠. 바로 그것 때문이야.
종종 그런 생각이 들었지, 네가 꼭 내 세 번째 손 같다고 말이야. 필요할 때면 나타나고, 필요하지 않을 때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까.
……방금 찰리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더군요.
이건 제가 선택한 겁니다.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게 지금의 삶을 주셨으니까요. 절 쫓아내신다고 해도 절대 떠나지 않을 겁니다.
쯧, 하여간 이 일에서만큼은 지독할 정도로 고집스럽구나.
하지만 네가 커가는 걸 보면서, 네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는 걸 알게 됐지. 다른 사람은 그런 널 이해하진 못하겠지만.
하아.
슈바르츠, 난 널 줄곧 내 딸처럼 여겨왔다.
……네.
높으신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종종 듣게 되는 이야기가 있지. 자식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데, 정작 자식들은 부모가 힘들게 닦아 놓은 길을 걷지 않으려 한다고 말이야.
그럴 때면 오히려 내가 운이 좋은 편이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한 딸아이와는 사이가 안 좋지만 사람들이 칭찬할 만한 명문가 숙녀고, 다른 딸아이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고.
내게 그런 고민 같은 건 전혀 없었지.
그래서 마음 놓고 시에스타를 세우는 일에 전념하실 수 있었죠.
그래,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었지.
하지만 이제는 조금 지친 것 같구나, 슈바르츠.
신도시가 완공되면 절차를 밟은 사람들은 바로 옮겨갈 수 있을 거다.
로도스 아일랜드의 박사한테 이렇게 말한 적 있지, 시에스타라는 이름만큼은 이 세상에 계속 존재할 거라고 말이야.
하지만 내 마음속의 시에스타는 이미 무너져 내렸다는 걸 박사에게 이야기하진 않았다.
바바라에게 약속했던 시에스타, 그녀를 위해 세운 시에스타를 나는 버렸다.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요.
아니, 분명 대책이 있을 거다. 방법이 없을 리 없지.
바바라가 세상을 등진 후, 나는 이 도시를 세우는 일을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지.
하지만 이젠 고작 그 이유 때문에 도시를 버려야 한다니.
받아들이기 어렵구나, 슈바르츠.
주인님……
요 며칠 동안 심지어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내가 해결할 수 없다면 최소한 나를 해결해 달라고 말이야. 그렇지 않으면 평생 마음 편히 지내지 못할 것 같더구나.
신도시 이주 작업이 끝나면 여기에 앉을 의자를 하나 가져올 거다. 바바라와 약속했던 바닷가에 앉아, 그녀가 묻혀있는 이 바다를 바라보면서……
……삶을 정리할 생각이다.
안 됩니다. 제가 막을 겁니다.
하하하, 안심하렴. 이렇게 말한 이상 절대로 그렇게 하진 않을 거라는 뜻이니까.
……아가씨를 위해서라도 그러시면 안 됩니다.
아니.
내가 죽어선 안 된다면, 그건 바로 너 때문이다.
아가씨도 주인님을 그렇게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됐다, 지금만 해도 충분하니까.
게다가 실론에 관한 거라면 그다지 걱정되지 않아. 운이 좋은 아이지, 고생이라곤 평생 모르고 살 게다. 원하는 건 내가 모두 줄 테니까.
하지만 넌 걱정스럽구나, 그것도 몹시.
부모라는 존재는 언제나 자식들이 더 잘 지내길 바라거든, 슈바르츠.
제 자식들을 곁에만 묶어두려고 하는 부모야말로 가장 못난 부모지. 영원히 자신의 품 안에서 살아가도록 하는 부모 말이야.
하지만 난 내가 죽었을 때 너희들이 자신의 일을 하느라 날 보러 올 시간도 없을 만큼 정신없이 바빴으면 좋겠구나.
자신의 일…… 말입니까?
실론의 일이 네 일이 될 순 없다.
이 세상에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아, 슈바르츠.
누군가에게는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목표가 있지만 그 목표가 다른 누군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아버지로서 내 딸이 그런 사람이 되는 건 원치 않아.
널 실론과 함께 로도스 아일랜드라는 회사로 보내려는 이유는 알고 있니?
아가씨를 보호하기 위해서 아닌가요?
그런 이유도 있지. 하지만 그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실력을 너도 봤겠지?
그들의 리더와 이야기했고, 실론에게 위험한 일을 맡기지 않을 거라는 대답을 들었다. 네가 해야 할 건 실론을 지키는 일이라기보다는 그들이 실론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는지 지켜보는 거란다.
널 보내려는 더 중요한 이유는 부모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싶어서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네가 좋아하지 않을 만한 길을 준비했다.
그러니까 네가 로도스 아일랜드에 갔으면 한다.
그들은 내 딸의 합류를 환영하겠지만 네겐 다를 거다, 슈바르츠.
그 이유를 아니?
……제가 아가씨를 따라갔기 때문인가요?
맞아. 어떤 회사든 명령에 따르는 사람이 필요한 법이다. 하지만 넌 지난 시간 동안 그들을 위해 일하지 않았다.
넌 실론을 먼저 돌봐준 뒤에야 그들에게 복종하겠지.
그렇게 하면 갈등을 피할 수 없을 거다.
네 성격이라면 그들에게 맞설지언정, 계속 실론을 따를 테니까.
하지만 그래선 안 돼. 난 네가 갈등을 해결하길 바란다.
넌 실론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지켜줘야 할 보디가드 같은 게 아니야.
왜냐면 넌 이미 나에게 해고됐잖니.
앞으론 나의 또 다른 딸로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라.
자신의 일을 찾았으면 좋겠구나. 그 일이라는 게 실론이나 나와 관련 있어도 괜찮지만, 그렇다고 실론이나 내가 되어선 안 돼.
전……
실론은 줄곧 빅토리아에서 지내온 터라, 이번에 보니 이미 자립하는 방법을 배웠더군.
하지만 넌 아직이다, 슈바르츠.
이 점에선, 실론보다 부족하지.
집을 떠나 너의 일이라는 걸 아직까지 제대로 해 본 적 없지, 안 그러니?
전 복수를……
그건 네 과거지, 미래가 아닐 텐데.
그러니까 이번에야말로 네가 제대로 독립하는 기회가 될 거다.
무슨 말인지 알겠니?
그럼…… 돌아와도 되는 건가요, 전?
……
복수한 뒤에는 돌아와도 되는 겁니까?
……
물론이다.
하하하하하! 슈바르츠, 이리 오너라.
슈바르츠가 천천히 허먼을 향해 다가갔다. 허먼은 슈바르츠의 머리를 힘껏 쓰다듬었다.
내 자식을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을 만큼 냉정한 부모는 아니지만……
…… 이번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사막 한가운데서 세상을 등질지도 몰라.
그런 말로 협박하지 마십시오……
하지만 내게 유일하게 고민이라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란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고 자시고, 만약 네가 찾지 못하면 나중에 집안에 발도 들이지 못하게 할 테니까.
……알겠어요.
그래야지.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슈바르츠, 지금 어디야?
어르신과 이야기 중이었습니다.
괜찮다면 와서 물건 좀 옮겨 줄래?
짐이 너무 많아!
네, 곧 가겠습니다.
그래, 실론에게 가 보렴.
너희가 로도스 아일랜드로 떠날 때쯤이면 난 이미 신도시에 있을 거다. 배웅은 해 주지 못하겠구나.
알겠습니다.
……슈바르츠.
네.
잘 살아다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