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꿈에 그리던 좋은 삶

꿈에 그리던 좋은 삶

오퍼레이터 레코드브릿지

로즈솔트는 이번 임무에서 자신이 꿈꿔왔던 좋은 생활을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나도 '좋은' 생활이었다……

등장 오퍼레이터: 로즈솔트


아미르

아가씨, 정말 고맙네!

아미르

내 귀여운 딸이 설마하니 이리도 모질게 이 늙은 아비를 떠날 줄은 몰랐다네. 심지어 내가 보낸 편지도 받지 않고 말이야……

아미르

기우제를 거행할 날이 곧 다가오는데, 이 중요한 의식을 치를 수 있도록 내 딸로 변장까지 해가면서 우리를 도와주겠다니. 도대체 어떻게 감사를 표해야 할지 모르겠어.

로즈솔트

에이, 아저씨, 그런 말 하지 마! 이렇게 딸을 사랑하고 돈도 많은 아버지가 있으니, 아저씨의 딸도 금방 돌아올 거야. 지금 그러는 것도 다 한때일 뿐이라구.

로즈솔트

내가 이번에 도와주는 것도 딱히 뭘 바라서가 아닌걸. 그냥 아저씨같이 좋은 사람이 이렇게 상심에 가득 차 있는 게 계속 눈에 밟혀서 그래……

아미르

오, 얘야, 어쩜 이리 좋은 아이인지…… 정말로 착한 아이구나!

아미르

그래도 미안하지만, 당분간은 우리 집에서 지내야겠구나, 착한 아이야. 정말 고맙단다! 이건 보수고, 의식이 끝나면 내가 사례금도 넉넉히 주마!

로즈솔트

아이, 미안하게 뭐 이런 걸 줘? 다 아저씨가 좋은 사람이고, 이렇게 좋은 사람이 슬퍼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아서 도와주는 건데, 뭐!

로즈솔트

(하나도 안 미안하니까, 얼른 돈 줘! 착수금을 이렇게나 많이 주다니! 거기에 호화 저택에서 머물 수도 있고, 성공하면 사례금까지 있어! 이 일은 반드시 내가 해야 해!)

친절한 하인

오, 마음 착한 아가씨, 저를 따라오세요!

로즈솔트

응, 고마워!

총애하는 하인

오, 저희에게 고맙다는 말씀은 하실 필요 없어요. 특히나 아가씨처럼 착한 분이시라면요! 이건 저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인 걸요.

로즈솔트

(작은 목소리로) 정말 이상하네…… 이렇게 큰 저택에다, 보석도 잔뜩 있고, 이렇게나 행복한 삶인데, 아미르의 딸은 이런 집을 나갔다고?

로즈솔트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좋은 생활을 누리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단 말이야?

로즈솔트

(작은 목소리로) 헤헤, 그럼 사양하지 않고 나라도 누려야지!


편안하고 폭신한 가마가 몇 번 코너를 돌더니, 이윽고 한 저택 앞에서 멈춰 섰다.

로즈솔트가 하인들의 부축을 받아 가마에서 내려오자, 옆에 있던 아미르가 저택의 대문을 열라고 명령했다.

로즈솔트

와……

넓은 홀의 벽난로에선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그 불길은 하인들의 움직임이 일으키는 바람에 따라 일렁였다.

총애하는 하인

아가씨께서 원하신다면, 언제든지 이곳에서 무도회를 열 수 있습니다.

로즈솔트

무도회……

잔잔한 음악 소리가 방안에 흘렀다. 로즈솔트는 맨발로 카펫을 밟으며 그 부드러움을 음미했다.

총애하는 하인

아이고, 저 모습 좀 보세요. 어찌나 귀엽고 예의 바른지. 정말 우리 아가씨와 똑 닮으셨네요!

총애하는 하인

아미르께서 방금 눈물을 흘리시면서, 저희에게 꼭 친딸처럼 대하시라고 분부하셨습니다.

총애하는 하인

아가씨의 취향을 아직 저희가 잘 몰라서요. 일단은 저희 나름대로 다양한 옷을 준비했습니다.

총애하는 하인

아미르께서는 분기마다 저희에게 새 옷을 사오라고 하십니다. 이거 보세요. 린넨, 실크, 비단, 면직물에…… 치마와 바지, 세트까지 무엇이든 다 있습니다.

총애하는 하인

아가씨, 이런 보석 달린 롱스커트나 새틴 진주 퍼프 스커트는 어떠신가요? 아니면 이쪽에 있는 깃털 롱드레스가 마음에 드시나요? 만약 마음에 안 드신다면, 다른 스타일도 많이 있습니다……

로즈솔트

아이, 번거롭게 해서 미안. 그래도 고를 필요는 없어, 다 마음에 들거든~

로즈솔트

(고른다고? 고를 필요가 있나? 전부 가지고 싶어!)

총애하는 하인

정말이세요? 아가씨, 저는 정말…… 정말 너무 행복하네요, 설마 제가 준비한 것들을 모두 좋아하실 줄은 몰랐어요……!

총애하는 하인

이건 저희가 준비한 저녁 식사입니다. 오늘 오실 줄 몰라서 좀 급하게 마련해 봤는데……

문양이 조각된 긴 테이블 위에 차려진 훌륭한 음식들을 바라보며, 로즈솔트는 남몰래 침을 삼켰다.

로즈솔트

세상에나, 정말 감동이야. 이렇게나 극진히 대해주다니! 난 아무거나 잘 먹어~

로즈솔트

(스테이크! 고기 수프! 과일! 린수! 하하하 전부 다 내 거야!)


어둠이 찾아오고, 로즈솔트는 보석이 박힌 실크 잠옷을 입은 채로 부드럽고 푹신한 깃털 침대에 누웠다.

커튼을 통과한 달빛이 부드러운 흰색의 빛으로 변해 옥석 바닥에 물처럼 흩뿌려져 있었다.

로즈솔트

후…… 내가 마침내 이렇게 좋은 생활을…… 누려보는구나!

로즈솔트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여길 떠나지 않을 거야!

로즈솔트

절대로 말이야!


이후 로즈솔트는 며칠 동안 계속 아미르의 저택에서 모든 것을 즐겼다.

로즈솔트

……음……

로즈솔트

음……하아! 잘 잤다……!

로즈솔트

음…… 이따가 뭘 먹어야 좋을까나……

총애하는 하인

아가씨, 일어나셨군요!

친절한 하인

아가씨, 식사하시겠어요? 요 며칠 고기를 많이 드시더군요. 아가씨 입맛에 맞춘 아침 식사를 이미 준비해 놓았습니다. 제가 씻으시는 걸 시중들어 드릴 테니, 끝나시면 바로 식사하시면 됩니다.

로즈솔트

여, 여, 여기에 계속 있었던 거야?

친절한 하인

당연하죠, 아가씨! 아가씨께서 이곳 생활에 적응하실 수 있도록, 저희는 요 며칠 동안 아가씨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있었답니다. 이제는 그 누구보다도 아가씨를 잘 보필할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로즈솔트

이, 일거수일투족을?

친절한 하인

그럼요, 아가씨께서 저희를 도와주시기 위해 이렇게 오신 것에 너무나 감사드려요. 아가씨처럼 좋으신 분이 또 있을까요? 아가씨께서 이곳에서 행복하고 편안하게 지내실 수 있도록, 저희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로즈솔트

나…… 난 이만 일어나야겠어……

총애하는 하인

잠시만요, 제가 해드릴게요!

하인은 막 일어나려던 로즈솔트를 꾹 눌러 앉히더니, 그녀의 등 뒤에 베개를 받치고 장미꽃물을 적신 실크로 얼굴을 닦아낸 다음, 실내용 드레스로 갈아입혀 주었다.

총애하는 하인

저희가 어떻게 아가씨가 손수 일어나시게 내버려 두겠어요?

로즈솔트

저…… 저기……?

총애하는 하인

오, 우리 아가씨, 이렇게 하시니 정말 아름다우시네요…… 그동안 관찰해온바, 아가씨께서는 일어나시면 바로 식사하시는 걸 원하시더군요…… 자, 테이블을 여기로 가져오세요!

로즈솔트

응? 잠깐……

로즈솔트

와, 이거 정말 맛있어 보이네……

친절한 하인

잠시만요, 제가 해드릴게요!

또 다른 하인이 다시금 로즈솔트가 내민 손을 누르더니, 깔끔하게 스테이크 한 조각을 잘라 로즈솔트의 입 앞에 대령했다.

친절한 하인

저희가 어떻게 아가씨가 손수 드시도록 내버려 두겠어요?

총애하는 하인

아~

로즈솔트

……윽……

총애하는 하인

왜 그러세요, 아가씨? 음식이 입맛에 안 맞으신가요?

로즈솔트

(뭐 하는 거야, 세 살 먹은 꼬맹이처럼 밥이라도 먹여주려고?)

로즈솔트

아, 아니야~ 정말 좋아……!

총애하는 하인

아니요, 방금 거절하셨어요. 분명 무슨 문제가 있으신 거죠! 제가 아가씨의 취향을 잘못 파악했나요? 혹시 스테이크를 잘못 고른 걸까요? 아니면 음식이 입맛에 안 맞으시나요?

로즈솔트

(엥? 아무도 밥 먹여주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냐고?!)

로즈솔트

아니야, 그럴 리가! 여기 음식은 정말 마음에 들어! 난 그냥…… 내가 직접 먹고 싶은 것뿐인데?

친절한 하인

아가씨, 제가 어떻게 그걸 보고만 있겠어요! 하지만 그래도 계속 손수 드시겠다면, 아가씨 손가락이 배겨서 불편하지 않게끔 제가 식기들을 모두 부드러운 실크로 감싸는 걸 허락해주세요!

친절한 하인

자, 이제 여기 감싼 식기들을 가져가시면 됩니다…… 혹시 무거울까요? 손목이 아프시거나 손이 배기시지 않겠어요? 역시 그냥 제가 먹여 드릴까요?

로즈솔트

아니, 아니. 괜찮아……

로즈솔트

(린수똥 같네, 저리 떨어지라고!)

친절한 하인

이런…… 아가씨에게 무거운 걸 들게 하거나, 힘든 일을 하시게 둘 순 없어요. 아가씨는 그저 편안히 즐기기만 하시면 되니까요!

친절한 하인

아가씨께서 손수 식사하시는 것만으로도 이미 제 마음은 타들어 가고 있는 걸요……!

로즈솔트

(살려줘!)

로즈솔트

아니, 아니야. 그럴 리가?

로즈솔트

난 여기에 지내면서 모두를 도울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해. 그런데 내가 어떻게 너희의 마음을 힘들게 할 수 있겠어?

로즈솔트

그냥 스스로 밥을 먹는 게 익숙할 뿐이니까, 제발 내가 직접 먹게 해줘……!

총애하는 하인

아, 알겠습니다……

로즈솔트

……(미소 지으며 음미하고 있다)

로즈솔트

(아! 그렇게 느글느글한 눈빛으로 밥 먹는 걸 계속 쳐다보지 말라고! 린수똥 같네, 진짜! 정말 체할 것 같단 말이야!)


로즈솔트

자, 다 먹었어!

친절한 하인

아아, 아가씨, 손은 괜찮으신가요?

총애하는 하인

요리는 마음에 드셨을까요?

로즈솔트

고마워. 정말 만족스러웠어!

로즈솔트

근데 밥 먹은 김에, 나가서 산책도 좀 하고 돌아다니고 싶어.

총애하는 하인

음, 나가서 놀고 싶으신 거네요. 좋죠! 어디에 가고 싶으세요? 뒤뜰 화원의 풍경이 정말 좋아요. 안에는 저희가 아가씨를 위해서 기른 여러 종류의 애완동물도 있답니다. 부디 제가……

로즈솔트

아니아니아니, 잘 알겠어. 다들 날 만족하게 하려고 일하는 거네, 맞지?

총애하는 하인

당연하죠, 아가씨!

로즈솔트

음~ 그럼 어떻게 해야 내가 더 만족할 수 있는지 알아?

친절한 하인

어떻게 해야 하죠……?

로즈솔트

바로 뒤뜰 화원에 나 혼자 가게 두는 거야. 너희가 날 따라오지 않으면, 난 대만족할 수 있을 거 같아!

친절한 하인

……네……?

로즈솔트

말한 그대로야! 그렇게만 하면 나는 아주아주 만족할 수 있으니까, 절대 날 따라오지 마!


로즈솔트

드디어 나왔네! 린수똥 같으니라고, 저건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사람들인 거야? 그래도…… 헤헤, 드디어 벗어났다!

로즈솔트

흐음, 여기가 날 위한 나만의 화원이라고? 이게 바로 부자의 삶인가?

로즈솔트

편안한 흔들의자에 그늘막도 설치되어 있고, 열을 식힐 얼음도 있는 데다 맛있는 과일도 있네…… 근데 그…… 그……

로즈솔트

쯧…… 왜 자꾸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는 것만 같지?

???

……!

로즈솔트

……음…… 아무도 안 보이는데, 착각이겠지……

꽃밭에 숨어 있는 하인

……

꽃밭에 숨어 있는 하인

(작은 목소리로) 은신 성공!

친절한 하인

좋아요. 아가씨가 필요한 게 있으시다면, 즉시 저한테 보고하도록 해요! 들키지 않게 주의하고요!

꽃밭에 숨어 있는 하인

(작은 목소리로) 네!

로즈솔트

됐어, 우선 이 아름다운 환경에서 잠깐 눈 좀 붙여볼까……

로즈솔트

……후아 ……음, 꽃이 너무 많아서 재채기가 나올 것 같아…… 에취!

꽃밭에 숨어 있는 하인

(작은 목소리로) 아가씨가 재채기를 했습니다! 아가씨가 재채기를 했어요!

친절한 하인

알겠습니다! 바로 손수건을 갖다 드리겠습니다!

친절한 하인

2조와 3조, 조용히 가서 아가씨 주변에 있는 꽃을 잘라내세요. 아가씨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도록 주의하시고, 절대 들켜선 안 됩니다!

로즈솔트

에취……!

로즈솔트

음…… 무슨 소리를 들은 거 같은데?…… 벌인가……

로즈솔트

여기 정말 좋다. 나비도 있고, 벌도 있고, 하늘에는 파울비스트도 있고, 구름은 푸르고.

로즈솔트

그리고 드론 한 대도……

로즈솔트

드론……?

로즈솔트

드론이 손수건을…… 가지고 왔어?!

로즈솔트가 어째서 하늘에서 손수건을 단 드론이 자신에게 날아왔는지를 이해하기도 전에, 싹둑! 하는 날카로운 가위 소리가 슬그머니 울려 퍼졌다.

잘린 장미 한 송이가 땅으로 떨어지기도 전에 덤불에서 나온 손이 장미를 낚아채고는 덤불 속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로즈솔트

이, 이게 무슨 소리야?!

싹둑! 싹둑싹둑!!

로즈솔트가 사방을 경계하며 두리번거렸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한 채 헛되이 제자리를 맴돌았다. 분명 주변에 아무도 없었지만, 기이하게도 꽃들은 하나둘씩 사라졌다.

로즈솔트

(어떻게 이런 일이……! 어떻게 밖에서 오랫동안 물건을 훔쳤던 나보다 빠른 사람이 있는 거야!)

로즈솔트

(여기 관목림에도 없고, 저쪽 관목림에도 없어! 누구야! 뭘 하고 있는 거야!)

싹둑!

그렇게 백주 대낮에 그 많은 꽃이 마지막 한 송이까지 깡그리 사라졌건만, 아무리 둘러봐도 화원에는 오직 자신 한 명뿐이었다.

겁에 질린 로즈솔트는 방금 받았던 손수건을 움켜쥐었고, 그 안에서 작은 쪽지를 발견했다.

로즈솔트

……“아가씨! 전 아가씨의 하인이 아닙니다! 전 아가씨 주변에 없어요! 어서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가리시고, 꽃가루에 재채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세요!”

로즈솔트

……으악!

로즈솔트

살려줘……!!!

꽃밭에 숨어 있는 하인

(작은 목소리로) 후우…… 후우……! 저희는 순조롭게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아무도 아가씨에게 들키지 않았습니다!

꽃밭에 숨어 있는 하인

(작은 목소리로) 아, 이, 이게 무슨! 아가씨께서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셨습니다!

친절한 하인

맙소사, 분명 우리가 부족해서일 거야!


로즈솔트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된 거냐고! 나 혼자 나가서 놀게 해준다고 해놓고, 사실은 계속 주위에서 몰래 날 감시하고 있었던 거였어?!

로즈솔트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미쳤어! 도망쳐야 하는 거 아냐?

로즈솔트

하지만 아미르가 줬던 보수는 진짜 엄청 많았는데! 일이 끝나면 또 주기로도 했고, 여기서 생활하는 것도 정말 좋긴 한데…… 아, 아직은 가고 싶지 않아!

로즈솔트

젠장, 젠장……!

친절한 하인

아이고, 아가씨, 여기 계셨군요!

로즈솔트

으악! 더는 따라오지 마!

친절한 하인

무, 무슨 말씀이세요?

로즈솔트

아, 내 말은…… 사실 조금 전에 날 몰래 지켜봤잖아, 다 들켰다구. 난 그게 매우 마음에 안 들어!

로즈솔트

이제 샤워하러 갈 테니까, 이번엔 절대 따라오지 마!

총애하는 하인

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분명…… 분명 우리가 부족해서, 우리가 아가씨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아서, 아가씨는 만족하시지 못한 거야……

친절한 하인

빨리, 빨리, 다시 뭐라도 해야 돼…… 아가씨가 이곳 생활을 즐기실 수 있도록! 우리의 감사한 마음을 느끼실 수 있도록 말이야!


로즈솔트

이번에는 정말 나 혼자 있는 거겠지? 더는 날 감시하는 사람이 없겠지?

로즈솔트

린수똥 같네, 대체 여기서 얼마나 숨어 있어야 하는 거야? 걔네 정말 간 거 맞아……?

로즈솔트

……안 돼! 여기서 무작정 기다리기만 하는 건 너무 손해야. 여긴 아미르 딸의 개인 욕실이잖아, 아로마 오일에 꽃잎도 있네…… 기왕 온 김에, 목욕이나 한번 즐겨야겠다!

로즈솔트

뜨거운 물에 아로마 오일을 떨어뜨리고, 꽃잎을 부으면……

로즈솔트

음……?

로즈솔트

욕실 바닥에 왜 이렇게 큰 구멍이 있는 거지?

로즈솔트

어라, 지하 통로네? 아미르 딸의 욕실에 이렇게 버젓이 통로가 있는데, 아직도 메꾸지 않았단 말이야?

로즈솔트

안에…… 뭐가 있나?


로즈솔트

뭐야 지하 통로가 왜 이렇게 길어……? 게다가 안에 조명까지?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로즈솔트

통로 벽에 글씨가 써 있어. “날 너무 사랑하는 그 사람들을 감당할 수 없어!”, “뭘 하려고 할 때마다 수많은 사람이 달라붙는 게 너무 싫어!”,“내게 자유 따윈 없어, 떠날 거야! 이런 끔찍한 생활 따윈 필요 없다고!”……

로즈솔트

뭐야…… 예전의 진짜 아가씨가 쓴 건가? 이제야 아미르의 딸이 왜 집을 나갔는지 알겠어! 젠장, 나조차도 지금 당장 떠나고 싶은 심정인걸!

로즈솔트

아, 이 지하 통로, 밖이랑 이어진 것 같아!

로즈솔트

잠깐만, 그건 내가 나갈 수 있다는 뜻이잖아? 매일 샤워를 핑계로 이곳을 통해 나갔다가 저녁에 다시 돌아오면, 이 좋은 생활도 누리면서 그 사람들의 감시도 피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로즈솔트

그래…… 그게 맞겠다. 빨리 나가자!


로즈솔트

입구까진 금방이야! 나갈 수 있어!

로즈솔트

조금만, 조금만 더, 난 자유다!

???

……아이고……

로즈솔트

으악! 누구야!!

???

에휴…… 저희가 일부러 아가씨가 파셨던 지하 통로를 남겨두었거든요. 정말 아가씨랑 똑같으시네요, 목욕하는 걸 틈타서 떠나려고 하시다니.

로즈솔트

……!!

로즈솔트

살려줘……!!


5일 후

로즈솔트

…………

총애하는 하인

좋네요, 좋아요. 아가씨, 요 며칠 동안 저희가 아가씨의 모든 일을 대신해준 덕분에, 보세요, 아가씨의 작은 얼굴에 윤기가 좌르르 흐르잖아요! 아유, 좋아라, 이제야 제 마음도 놓이네요……

총애하는 하인

목욕이 끝나면 아가씨 몸에 파우더와 향유를 발라 드릴게요. 그리고 저희가 아름다운 드레스로 갈아입혀 드리고 나면, 그때 의식을 치르러 가시면 됩니다!

친절한 하인

아가씨께선 그저 금 그릇에 있는 물을 버드나무 가지에 묻혀 금 대야에 뿌리시기만 하면 되세요. 많이 뿌릴수록 의식은 더욱 성공적일 거예요!

로즈솔트

……응……

로즈솔트

(린수똥 같은 날들을 견딘 끝에 마침내 이날이 왔어. 역시 돈 버는 건 쉽지 않군. 빨리 끝내고 여길 떠나버려야지!)

총애하는 하인

됐습니다, 아가씨. 오늘따라 정말 아름다우시네요…… 자, 의식을 마무리하러 가시죠!

실크로 된 신발을 신은 로즈솔트가 긴 치맛자락을 들어 올리고 깃털로 뒤덮인 긴 길을 걸어갔다.

옆에 있던 주민들은 기대감에 부푼 채 로즈솔트를 바라보며 성공적인 의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로즈솔트는 대여섯 겹으로 꽉 조여오는 드레스 안에서 숨을 쉬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몸에 겹겹이 쌓인 파우더와 향유의 냄새를 맡으며, 두 시간이나 걸려서 복잡하게 땋은 머리를 한 채로 결심했다.

로즈솔트

(나왔다, 드디어 나왔어! 오늘 도망치지 않으면 앞으론 언제 도망칠 수 있을지 몰라! 의식이 끝나면 받을 린수똥 같은 보수 따위, 이젠 필요 없어!)

로즈솔트

(돈도 몰래 챙겨놨으니 어서 도망치자! 이 의식을 망치고 도망쳐버리겠어!!)

감동한 주민

아가씨, 아가씨!

행복한 주민

아가씨께서 축복을 빌어주시면, 의식은 반드시 성공할 거예요!

로즈솔트

(금 그릇을 바닥에 내리치고, 깃털을 날려 모두의 시선을 흩트린 다음, 수면 효과가 있는 약초를 불에 던져버리자…… 그래, 그러면 되겠다. 분명 나갈 수 있을 거야!)

총애하는 하인

아가씨, 걱정하지 마세요. 힘드시면 저에게 말씀해 주세요, 제가 목적지까지 업어 드릴 테니까요.

친절한 하인

아아, 우리 아가씨. 혹시 금 그릇이 너무 무거운 건 아니죠? 아니면 우선 제가 그릇을 들고 있다가 마지막에 전해 드릴까요?

아미르

오, 아이야…… 나의 아이야!

로즈솔트

(으아악! 이 사람들…… 다들 안녕, 다시는 보지 말자!)

로즈솔트

(좋아, 지금이야!)

로즈솔트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단번에 입고 있던 번잡한 드레스를 찢어냈다!

상상 속에서 그녀는 예전에 도망쳤던 모습처럼 힘차게, 한순간에 흔적도 남기지 않고 도망쳤다. 남겨진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현실 속 그녀는 상상과 달리 실크 신발과 깃털 때문에 넘어져 버렸고, 깃털과 금 그릇, 약초가 사방으로 흩날렸다. 그녀는 땅에 대자로 나자빠졌다.

로즈솔트

……망했다.

하지만 이내 생각지도 못한 환호성이 그녀의 주변에서 울려 퍼졌다.

감동한 주민

아가씨, 아가씨! 훌륭해요, 정말 다신 보지 못할 광경이에요!

행복한 주민

금 그릇이 안전하게 금 대야로 떨어져서 물은 단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어요! 이건 기적이에요. 정말 감사해요, 아가씨!

감동한 주민

아가씨, 감사해요!

로즈솔트

……으, 응?

아미르

세상에, 세상에나. 착한 아이야, 착한 아이야! 설마하니 네가 이렇게까지 하리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아미르

날 도와줬을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이토록 훌륭하게 축복을 빌어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단다…… 넌 정말 착한 아이구나! 이건 내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함이니, 부디 이 보석 몇 자루를 꼭 받아주렴!

총애하는 하인

오, 우리 아가씨! 아가씨! 얼른 일어나세요, 더할 나위 없이 성공적인 축복이었어요, 정말 대단하셔요!

친절한 하인

오…… 눈물이,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아요……! 제 손을 잡고 일어나세요, 가마는 이미 와있으니, 제가 집으로 모셔다 드리고 맛있는 저녁을 다시 만들어 드릴게요!

로즈솔트

……아니! 안 돼!

로즈솔트는 아미르가 건네준 보석을 품에 집어넣고는, 소리를 지르며 땅에서 튀어 올라 수 백 미터 거리를 쏜살같이 뛰어갔다.

아미르

오, 나의 아이야, 무슨 일이니. 왜 그렇게 달려가는 거니?

아미르

네 덕분에 의식이 성공적으로 끝났단다, 그러니 부디 내년에도 다시 와줬으면 좋겠구나! 다음에도 널 찾으마!!

로즈솔트

하! 꿈도 꾸지 마!!!


보름 후

오퍼레이터A

《사르곤 우화》 최신판이네. 이야기 몇 개가 업데이트됐는데, 그 중 하이라이트가 바로 이 《아미르와 그의 딸》이래!

오퍼레이터A

아마 아미르의 두 딸이 연이어 집에서 도망쳐 나와 고생스러운 생활을 하는 이야기라는데……

오퍼레이터A

에이, 정말 이상하네. 그 좋은 생활을 싫어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딨다고?

오퍼레이터B

그러니까 말이야. 이 보석과 화원, 게다가 옷에 진수성찬까지…… 이런 행복한 삶에서 도망간다고?

오퍼레이터B

그런 사람이 있을 리가 없지. 안 그래, 로즈솔트?

로즈솔트

윽…… 그래, 그런 걸로 치자……